뭘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쏟아진 신작들 매력 포인트 총정리

한꺼번에 드라마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월화에 JTBC <뷰티 인사이드>, SBS <여우각시별>, MBC <배드파파>가 수목에 SBS <흉부외과>, MBC <내 뒤에 테리우스>에 이어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 경쟁에 합류했다. 너무 많아 어떤 걸 봐야할지 고민스러운 분들을 위해 각 드라마들의 중요 캐릭터와 그 장단점들을 정리했다.

◆ 이제훈의 <여우각시별>, 그 평범과 비범 사이

월화극의 최강자가 된 건 놀랍게도 tvN <백일의 낭군님>이다. 무려 9.2%(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비지상파의 이런 선전에 그간 주춤했던 지상파들도 일제히 전열을 가다듬고 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SBS <여우각시별>은 첫 회 5.9%로 시작해 4회 만에 8.6%를 찍을 만큼 그 관심의 상승곡선이 가파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이수연(이제훈)이라는 미스터리한 ‘무쇠팔’의 소유자다. 팔 하나로 사고로 날아든 자동차를 막아설 수 있을 만큼의 괴력을 보이는 이 인물은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보인다. 그 비범함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숨어 평범하게 자신을 숨기고 싶어 공항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그 곳 역시 매일같이 사건이 벌어지고 그래서 그 비범함을 숨길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특히 너무 평범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한여름(채수빈)이 같은 부서로 오면서 그의 사수가 된 이수연은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려 그 비범함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수연의 정체가 실로 궁금한 가운데, 비범과 평범을 대변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차츰 멜로 관계로 바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이 드라마의 중요한 특장점이고, 무엇보다 공항이라는 공간이 주는 막연한 판타지와 그 현실 사이의 경계가 슬쩍 슬쩍 드러나는 묘미 또한 쏠쏠하다. 우리에게 <낭만닥터 김사부>로 확실한 믿음을 준 강은경 작가와 과거 <연인> 시리즈부터 김은숙 작가와의 작품들을 통해 알려진 신우철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다만 초반부터 너무 오지랖을 보이며 민폐캐릭터 역할을 하게 된 한여름이 불안요소일 뿐.

◆ 장혁의 남자 냄새 물씬 나는 <배드파파>, 중년 가장이라면

MBC <배드파파>는 한 때는 유명한 복서였지만 승부조작으로 은퇴하고 형사 생활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한 가장 유지철(장혁)의 이야기. ‘Badman or Hero’라는 부제를 단 첫 회 첫 장면은 사고 난 버스에서 아이와 엄마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돈을 챙겨 도망칠 것인가 고민하는 유지철로 시작한다. 그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웅 따위는 포기하고 나쁜 놈이 되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돈을 구하기 위해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그 파란 약을 먹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유지철은 격투기 도박장에 올라 거구의 상대를 무너뜨리고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어쩐지 이 신약은 부작용이 만만찮을 듯싶다. 그저 자신은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얻기 힘들어 집에서는 나쁜 아빠이자 가장이자 남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유지철은 가족을 위해 뭔가 찜찜한 이 신약을 먹고 ‘Family man’이 되려 한다.

이 드라마는 오랜만에 보는 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유지철 역할의 장혁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절권도 실력으로 슈퍼히어로 액션을 보여준다. 또 남자들에게는 오래된 이야기 소재였으나 지금은 많이 사라져버린 ‘사각의 링’의 이야기가 아드레날린을 자극할만한 드라마다. 물론 가족을 위해 뛰고 또 뛰는 가장의 피곤함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네 샐러리맨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쉽게도 여성 시청자들을 동시에 잡아끄는 고리들은 약한 편이다. 시청률이 4% 정도에 머물러 있는 건 아마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 서현진의 <뷰티 인사이드>, 변신하는 그녀와의 로맨스

이미 원작 영화로도 그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JTBC <뷰티 인사이드>는 서현진의 매력으로부터 시작한다.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며 눌러대는 셔터 소리 속에서 보여지는 한세계라는 인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서현진의 매력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 공유점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 한세계에게는 한 달에 한 번씩 변신을 하는 마법에 걸리는데, 때론 할머니가 되었다가 때론 중년 미시가 되기도 하고 때론 아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을 다루는 멜로드라마에서 한 사람의 존재 근거가 되는 외모가 바뀐다는 건 쉽지 않은 장애물이 놓여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 한세계의 ‘변신’만이 아니다. 그와 사랑에 빠질 서도재(이민기)라는 인물은 젊은 나이에 가질 것 다 가진 재벌3세지만 사고로 인해 타인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를 갖게 되었다. 얼굴이 계속 바뀌는 인물과 누군가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물 간의 로맨스가 <뷰티 인사이드>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멜로드라마는 어떤 인물의 외형(외모를 포함한 현실적 조건들)을 뛰어넘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그로 인해 피어나는 사랑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있다. 톱 연예인과 재벌3세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그 흔한 멜로드라마에서 늘상 주인공으로 자리해온 이들이다. 하지만 그 외형적인 조건들과 상관없이 저마다의 공평한(?)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은 과연 무엇으로 서로에게 끌리게 될 것인가. 외모지상주의에 스펙사회를 슬쩍 뒤틀어놓은 판타지 코미디가 달달하고 유쾌한 멜로와 엮어지게 된 이유다. JTBC가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9시30분으로 바꿔 공격적으로 편성된 드라마지만, 경쟁작인 tvN <백일의 낭군님>에 밀려 다소 낮은 2.8%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도재 역할을 연기하는 이민기의 연기는 다소 호불호가 나뉠 법하다. 코믹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소 과장된 면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 소지섭의 <내 뒤에 테리우스>, 첩보·멜로·육아까지 다 잡았다

수목드라마에서 MBC <내 뒤에 테리우스>가 9% 시청률로 초반 시청률 1위에 오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소지섭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이다. 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어딘지 강렬한 액션과 절절한 멜로가 가능할 것 같은 배우.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살짝 망가뜨려 코믹한 웃음까지도 줄 수 있는 배우. 그게 바로 소지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초반 시청률 1위에 오른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여타의 수목극들과 달리 경쾌하고 유쾌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가능해진 건 전직 정보원이었으나 지금은 쫓기는 신세가 된 김본(소지섭)이라는 캐릭터가 킹캐슬 단지에서 숨어 지내다 우연히 고애린(정인선)의 아이들을 챙겨주는 시터가 된다는 설정 때문이다. 살해된 전 국가안보실장 사건을 목격한 이유로 고애린의 남편 차정일(양동근)이 역시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본은 시터로 일하면서 동시에 자신과도 얽혀있는 사건들을 파헤쳐나간다.

정보원이 시터가 됐다는 설정은 이 드라마가 가진 색깔이 온전히 코믹과 멜로라는 걸 잘 드러내준다. 그래서 실제로 이 킹캐슬 단지의 아줌마 모임인 KIS(Kingcastle Information System)같은 조직(?)은 우스꽝스러운 패러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패러디 뒤에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하는 일만큼 어렵고 중차대한 것이 ‘육아’라는 공감대가 깔려있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코믹과 멜로에서 때때로 진짜 ‘본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첩보물과 액션 장르로의 변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소지섭이라는 배우의 다채로운 매력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빛날 수 있게 되었다. 가벼움과 무거움, 진지함과 코믹함,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결합된 흥미로운 드라마. 다만 옥에 티라면 너무 흔한 첩보물의 뻔한 설정들이 주는 클리셰의 반복이 많다는 정도.

◆ 고수의 <흉부외과>, 심장이라도 훔치고픈 절절함

수목에 동시에 만나 <내 뒤에 테리우스>와 1,2위 각축을 벌이고 있는 SBS <흉부외과>는 의학드라마의 디테일이 빛나는 작품이다. 과거 <종합병원>에서부터 차츰차츰 특정 과로 축소되고 디테일이 더해져왔던 우리네 의학드라마의 흐름은 <흉부외과>에서는 실제 의사들의 제대로 된 감수와 취재들을 통해 더더욱 생생해졌다. 좋은 스펙을 갖지 못해 늘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심장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엄마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며 살아가는 박태수(고수)와, 조작된 진단서로 당장 조치를 취해야 했던 아픈 딸 대신 이사장의 딸 윤수연(서지혜)을 수술함으로써 딸의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최석한(엄기준)의 얽히고설킨 절절한 관계들이 흉부외과라는 특정과의 특성과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박태수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그 먼 길을 달려 최석한에게 왔을 때 갑자기 병원장으로부터 내려진 오더로 어느 쪽을 수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상황이나, 공항에서부터 쓰러진 환자를 긴급 처치해 수술을 하는 도중에 어머니가 쓰러져 수술을 그만둘 수도 그렇다고 어머니를 방치할 수도 없는 박태수의 상황처럼 이 드라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있어도 위험한 수술에는 나서지 않으려는 흉부외과의 특성을 담아낸다. 하지만 거기에 얽혀 있는 스펙사회와 조직의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이전투구 속에서 환자의 생명만을 보는 의사들이 소외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라는 부제처럼 이 드라마는 심장이라도 훔치고픈 절절함을 담아낸다. 워낙 긴박한 상황들의 연속이라 한번 보면 한 시간이 순삭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드라마지만, 그 팽팽함과 절절함은 다소 시청자들이 바라보기가 힘들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인 드라마.

◆ 서인국의 눈빛이 다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일본 원작 드라마가 바로 tvN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다. 2002년 방영되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기무라 타쿠야 출연작. 우리식 리메이크에는 그 기무라 타쿠야가 한 역할을 서인국이 연기하게 됐다. 드라마 외적인 이야기지만 군 면제 사실 때문에 논란을 겪고 있는 서인국에게는 이 작품이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 드라마는 수제맥주 회사에서 일하는 김무영(서인국)이라는 인물이 가진 미스터리하고 때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그 캐릭터에게 집중되어 있다.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 그는 HJ그룹 계열사 부사장의 딸 백승아(서은수)와 만나 순식간에 그를 빠져들게 만들었고, 그의 친구인 유진강(정소민)과도 점점 알아가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유진강의 오빠인 형사 유진국(박성웅)에게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섬뜩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존재인 김무영의 미스터리함은 이 드라마가 후반부까지 흘러가며 그려낼 이야기 속에 꽤 많은 숨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감지하게 한다. 그것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게 만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 다가와 친절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고는 또 그렇게 훅 지나가버리는 김무영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시쳇말로 ‘츤데레’ 그대로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그 캐릭터가 빛나 보이는 건 서인국이 보이는 그 미소와 눈빛 속에 그 두 가지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어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그 성패만큼이나 궁금해지는 것이 서인국이 과연 많은 논란들을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빠져들 수 있는 매력. 물론 이 작품이 가진 리스크 역시 그 논란에 있지만.(사진 : MBC, SBS, JTBC, tvN)

<질투>, <공항>, <쇼핑왕>이 재발견한 배우들

 

드라마 캐릭터와 연기자의 관계는 한 마디로 말해 인연이다. 좋은 캐릭터는 연기자로부터 그가 가진 매력을 드러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종영하는 수목극의 조정석, 서인국, 김하늘은 각각의 작품에서 캐릭터와의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다. 그들의 연기자로서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발견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SBS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 없는 이화신을 떠올릴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게다. 자존심 강하고 자신의 일에 있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지만,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이 같은 인물. 그래서 자신의 유방암 사실을 커밍아웃하며 소수자들도 잘 살 수 있는 나라였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성인의 사고를 갖고 있지만, 사랑 앞에서는 질투하고 삐치고 괜스레 화를 내는 아이 같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인물.

 

조정석은 이 이화신이란 인물을 연기하면서 바로 그 아이의 얼굴을 대중들 앞에 선보였다. 투덜대지만 어딘지 귀여운 그 캐릭터는 그래서 본인이 느끼기에는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표현하면서도 보는 이들을 빵빵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짠내 나는 슬픈 정조를 갖고 이만큼 웃길 수 있는 배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코미디 연기라고 하지만 조정석은 이걸 타고난 것 같다.

 

조정석이 페이소스가 깔린 코미디에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을 보여줬다면, 김하늘은 KBS <공항 가는 길>을 통해 섬세한 멜로 연기가 자신의 영역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물론 <온에어>, <신사의 품격> 같은 작품들을 통해 그녀는 다양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공항 가는 길>은 그것보다 훨씬 더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거리두기때문이다.

 

기혼남녀가 인연에 의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는 <공항 가는 길>이 불륜이라는 소재의 늪에 빠지지 않고 심지어 힐링 드라마로 갈 수 있었던 건 인물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내는 방식 덕분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이 있던 어떤 공간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이걸 가능하게 한 건 김하늘이 보여준 섬세한 감정 연기 때문이다.

 

한편 MBC <쇼핑왕 루이>의 애초 별 기대감이 없던 드라마의 반전을 만들어낸 주역은 역시 서인국이다. 서인국은 이 드라마를 통해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영혼의 루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입체적으로 연기해냈다. 조금은 바보 같고 의심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고 타인을 믿어버리는 그런 캐릭터지만 바로 그런 순수함을 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이 인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왕의 얼굴>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고, <너를 기억해><38사기동대>에서 스마트하고 세련된 면면을 드러낸 바 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발견된 순수한 얼굴은 아마도 서인국이 가진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조금은 멍해 보이지만 우직하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는 어떤 보호본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런 매력이다.

 

<질투의 화신>, <공항 가는 길> 그리고 <쇼핑왕 루이>. 이 세 작품이 저마다의 색깔을 내며 시청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작품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조정석, 김하늘 그리고 서인국이라는 배우들의 숨겨졌던 잠재적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계기는 향후 이들 배우들의 작품 행보에 오랜 잔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동시 종영하는 수목극들, 이들이 준 위로

 

이 허전함을 어떻게 메울까. 지상파 수목드라마 3편이 동시에 종영한다. SBS <질투의 화신>, KBS <공항 가는 길> 그리고 MBC <쇼핑왕 루이>. 시청률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오랜만에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고 고르게 인기와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이다. 색깔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들 세 드라마는 저마다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패자와 소수의 관점을 담은 <질투의 화신> 

SBS <질투의 화신>은 코미디와 짠내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 로맨틱 코미디였다. 질투의 관점으로 풀어낸 사랑이야기는 지금껏 우리가 삼자구도의 멜로드라마에서 봤던 그 상투적인 문법을 깨고 패자의 관점을 새롭게 보여줬다. 절친인 고정원(고경표)과 사랑하는 여자 표나리(공효진)의 사랑을 지켜봐야 하는 이화신(조정석)의 관점은 짠내 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지만, 드라마는 그것을 코미디로 엮어내는 절묘함을 보여줬다.

 

물론 결국은 이화신과 표나리의 사랑이 이뤄지고 고정원 역시 이화신과의 우정을 이어가는 해피엔딩을 예고하고 있지만, 드라마 전편에 깔려 있는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각별한 것이었다. 유방암에 걸린 남자, 앵커를 꿈꾸는 기상캐스터, 무성애자, 부모가 없거나 엄마가 둘인 아이들 등등. 결국 이화신과 표나리의 사랑을 지지하는 이면에는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받는 이런 소수자들에 대한 지지가 깔려 있었다고 보인다.

 

흔히들 질투하면 지는 거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건 가진 자들 앞에서 못 가진 자들이 그래도 버텨내려는 안간힘을 말하는 것일 게다. 결국 <질투의 화신>이 담은 세계는 멜로로 치환된 못 가진 자들의 공감대를 통한 연대 같은 것이 아닐까. 이런 점들이 있어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었다.

 

진정한 관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 <공항 가는 길>

KBS <공항 가는 길>은 기혼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불륜이란 소재를 다뤘지만, 드라마가 추구하는 메시지는 불륜 그 자체가 아니라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마치 매듭의 씨줄과 날줄이 이어진 것처럼, 인연에 인연이 겹쳐져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의 사랑을 다뤘다.

 

이 드라마가 불륜 소재를 넘어서 시청자들에게 심지어 위로와 위안을 줄 수 있었던 건 두 인물이 처한 현실적 상황들에 대한 공감대와 그 아픔과 고통에 대해 배려하고 상대방에게 안식을 주려는 두 사람의 사랑방식 덕분이었다. 그것은 자극적인 일탈로서의 불륜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위한다는 그 진정한 관계가 주는 작은 숨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섬세한 심리에 대한 천착이 돋보이는 스토리와, 이를 공간이 만들어내는 정서와 제대로 결합해낸 연출 그리고 이야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연기자들의 디테일한 연기는 오랜만에 보는 어른들의 드라마같은 진중함을 안겨주었다.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잔잔한 시선. 그것만으로도 눈앞에 펼쳐진 답답한 현실을 무화시키는 힘이 되어주었다.

 

순수에 대한 판타지를 담은 우화 <쇼핑왕 루이>

MBC <쇼핑왕 루이>는 아예 대놓고 비현실적 판타지를 담았다.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 때문에 엄청난 부호의 손자 루이(서인국)가 산골에서 상경해 동생을 찾는 가난한 소녀 복실(남지현)과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낸 판타지란 빈부나 출생과 상관없이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상적인 풍경에서 나온다. 결국 기억을 되찾고 동생도 되찾은 루이와 복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은, 빈부 격차가 점점 첨예화되어가는 현실의 정반대를 그려냈던 것.

 

골드라인 같은 거대기업이 루이의 매개를 통해 복실이 새롭게 시작한 싱싱라인 같은 작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손을 잡고 사업을 해나간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하지만 이 비현실적 접근은 <쇼핑왕 루이>를 하나의 우화로서 기능하게 만든다. 비현실에 대한 판타지가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결국 <쇼핑왕 루이>가 이런 우화를 통해 담으려 했던 건 우리네 현실이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희구다. 세상과 유리된 채 살아온 데다 기억 상실까지 겪으며 하얀 도화지가 되어버린 루이라는 캐릭터와 산골에서 살아와 도시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순수를 보여주는 복실이 만들어가는 우화는 그래서, 욕망으로 점철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해줄 수 있었다.

 

물론 드라마 한편이 굉장한 일을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힘겨운 삶에 잠시간의 위로를 전해준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굉장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종영하는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들이 우위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저마다의 지지를 받았던 건 바로 그래서일 게다. 특히 요즘처럼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는 더더욱.

상실의 시대, <쇼핑왕 루이>가 주는 위로란

 

지켜주고 싶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복실(남지현)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녀는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순수함 그 자체다. 산골에서 할머니와 남동생 그렇게 셋이 오순도순 살아왔던 만큼 세상의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인물.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동생 복남(류의현)마저 가출하자 그녀는 동생을 찾기 위해 상경한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복실에게 각박한 서울 살이는 모험이다.

 

'쇼핑왕 루이(사진출처:MBC)'

그런 그녀 앞에 사고로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루이(서인국)가 나타난다. 길거리 노숙자가 되어 살아가는 루이를 복실은 단지 동생과 비슷한 옷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거둬 먹인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기억이 돌아와 동생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저 그 루이의 처지를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낯선 타지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낸다.

 

<쇼핑왕 루이>의 이야기 구조는 마치 동화 같다. 산골에서 살던 집을 떠나와 모험을 떠나는 복실의 이야기가 그렇고, 역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루이가 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그녀를 만나 그려가는 이야기가 그렇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래서 그 발랄한 흐름만 봐도 대충의 결론을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복실은 동생을 찾는 것이고 루이는 기억을 찾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며 두 사람의 사랑은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쇼핑왕 루이>는 예측대로의 결말을 향해가고 있다. 이 특별히 새롭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진부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초반의 부진을 털어내고 점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놀라운 반전의 힘을 보여준 까닭은 무엇일까. 그 시작은 멍뭉이로까지 불리던 루이라는 캐릭터의 순수함이 가진 판타지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기 때문이지만, 이제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새삼 느껴지는 건 복실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위로가 만만찮다는 점이다.

 

프랑스로 돌아간다며 복실에게 보낸 루이의 기억 노트에는 그간 그가 그녀와 함께 지내며 했던 추억들이 단어들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복실, 토스트, 막심골드, 부산, 500, 장미, 컵라면, 설거지, 버스정류장, 천둥번개, 우산, 운동화, 파마.’ 그 단어 하나하나들은 루이의 기억 속에 각인된 복실과의 추억들이 묻어난다. 갈 곳 없던 그를 보살펴주고 챙겨줬던 복실에게 느꼈을 루이의 고마움이란. 루이는 어색한 글씨로 그녀에 대한 마음을 남긴다. ‘안녕. 복실 머해? 잘 지내? 보고 싶다. 가치 라면 먹고 시퍼. 밥 먹자. 미아내. 내가 마니 미안해. 내가 마니 고마워. 내가 많이 좋아해. 내가 많이 보고싶어. 복실... 이젠 정말 안녕.’

 

그 어떤 물적 보상으로도 채워주지 못할 고마움을 루이는 그 노트의 글자들로 대신한다. <쇼핑왕 루이>라는 이 드라마의 제목이 드러내듯, 물건을 파는 사람과 물건을 사는 사람으로 나뉜 세상이지만, 루이와 복실은 그것을 뛰어넘어 마음과 마음이 서로에게 이어진 소중한 존재들로 자리 잡는다. 이 부분은 요즘 같은 상실의 시대에 특히 우리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 찾았던 복남이 루이 대신 죽었다고 믿게 된 그녀가 모든 걸 잃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복실을 지켜주고픈 마음은 그래서 더 간절해진다. 결국 복남은 죽지 않았고 그런 복남을 찾아낸 루이가 차중원(윤상현)과 김호준(엄효섭), 허정란(김선영) 그리고 조인성(오대환)과 남준혁(강지섭) 등을 모두 동원해 그녀를 위한 깜짝 서프라이즈 만남을 준비하는 일이 엉뚱하면서도 유쾌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시청자들의 복실을 지키고픈 마음 역시 거기에 공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었던 최소한의 것들까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시국이다. 상실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심지어 흘러나오는 순실의 시대라는 말 속에는 그 상실감이 자리해 있다. 그래서일까. 마치 동화 속 이야기처럼 순수함을 끝까지 지켜내고 부자든 거지든 상관없이 보듬어주는 복실이라는 인물이 주는 위로는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그녀 같은 청춘들이 그 순수함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복실의 시대는 요원하기만 한 것인가.

찌질함에 대한 공감, <질투> 조정석과 <이번 주> 이선균

 

JTBC 새로운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는 남편의 찌질한 시선이 담긴 드라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온 문자메시지에서 호텔에서 만나자는 내용을 본 도현우(이선균)는 아내 정수연(송지효)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러워지고 그 문자메시지에 담겨진 호텔에서 만나자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진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10년 차 별 볼일 없는 외주프로덕션 PD로 생활해오고 있는 도현우는 마침 불륜 남녀를 소재로 아이템을 기획하면서 회의에서 나오는 말들조차 참아내기 어렵게 된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기를 내 아내에게 그걸 캐묻지도 못한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글로 조언을 구하게 된다.

 

2007년 후지TV에서 방영됐던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어딘지 우리가 봐왔던 불륜 소재의 드라마와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아내의 불륜 징후를 알게 되고 전전긍긍하는 남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륜을 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나, 또 불륜에 대한 복수나 아픔을 담는 이야기하고도 다르다. 특히 남편의 불륜이 아닌 아내의 불륜을 남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점은 더더욱.

 

물론 이런 도발적인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불륜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면서 우연히 그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게 되고 그걸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랑과 결혼 같은 부부관계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를 발견하는 쪽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어찌 보면 결혼 후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의 관계는 익숙해지는 만큼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배우자가 자신에게 대단한 존재인가를 깜박 잊고 살아간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여기에 일종의 위기상황을 집어넣어 그 반응을 통해 잊고 있던 관계를 다시금 확인시키고 회복시키려는 실험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건 이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도현우의 찌질한 반응들이다. 아내를 의심하고 괜스레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며, 흥신소를 찾아가 증거를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 이 남자는 지극히 현실적이라 오히려 공감이 간다. 아내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 하지도 못하고, 의심스런 행동(이를테면 문자를 주고받는)을 보이면 괜스레 주변을 빙빙 돌며 유도 심문하듯 질문을 던지는 남자. 그러면서도 결혼기념일에 모든 걸 털어내려 선물을 준비하는 남자에게서 어떤 따뜻한 인간미 같은 게 느껴진다.

 

멋지게 포장하기 보다는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떤 면에서는 찌질함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공감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불륜이라는 소재를 갖고 왔지만 어떤 따뜻함 같은 게 느껴지고, 특히 이 남자 도현우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는 찌질한 남자들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조정석)이나 MBC <쇼핑왕 루이>의 루이(서인국) 같은 캐릭터들이 대표적인 찌질한 남자들일 것이다. 잘난 척 하기보다는 떼쓰고 잘 삐치고 징징대는 남자. 과거 그 많던 멋진 실장님들이나 현대판 왕자님들하고는 너무 다른 남성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도현우 역시 바로 그런 캐릭터들 중 하나다.

 

그런데 도대체 그 잘난 왕자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찌질한 남자들이 차지하게 됐을까. 그것은 아마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현실을 알게 된 시청자들에게 왕자님 같은 막연한 판타지가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그보다는 조금 찌질해도 그것이 인간적으로 보이고 나아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그런 현실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감대가 더 커져 있다는 걸 이들 캐릭터들은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쇼핑왕 루이> 서인국, 수목극의 반전 이룬 원동력

 

세상에 이토록 순수한 존재들이 있을까.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루이(서인국)와 복실(남지현)이 그렇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와 현실감각이 거의 없는 루이는 여기에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까지 겹쳐 한 마디로 순백의 도화지 같은 인물이 되었다. 그를 거둬준 복실을 하루 종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그의 모습은 심지어 강아지처럼 보여 멍뭉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였다.

 

'쇼핑왕 루이(사진출처:MBC)'

물론 루이와 비교하면 가난하게 산골에서 자라왔지만 복실 역시 도시의 약삭빠름과 욕망과는 유리된 순수한 소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동생을 찾아 무작정 상경한 그녀는 루이가 동생의 옷과 같은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거둬 함께 살아간다. 그녀를 이용하려는 인물들에게조차 선선히 마음을 내주는 순박한 인물.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되어 깊은 슬픔에 빠졌지만 그래도 동생 때문에 루이를 잃어버리게 된 루이의 할머니 최일순 여사(김영옥)에게 사죄의 말을 하며 먼저 그녀의 마음을 살피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고 보면 <쇼핑왕 루이>의 이야기 구조는 이 두 명의 순수하고 순박한 인물들이 서울이라는 정글에서 살아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이 정글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루이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걸 숨기고, 심지어 기억상실에 걸린 루이에게 거짓말로 기억을 조작하는 일까지 벌인다. 또 순박한 복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자기 것인 양 하는 백마리(임세미)를 통해 이 도시의 비정함을 알게 된다.

 

그래도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건 루이와 복실, 두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서로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복실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고, 그런 복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루이의 마음은 저 멀리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환하게 밝아졌다. 바로 이 느낌은 시청자들이 왜 <쇼핑왕 루이>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쇼핑왕이라 제목에 붙여 넣은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로 물건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그것이 돈으로 가치매겨지면서 오히려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린 곳이 되었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였을 게다.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영위하게 된 루이는 그래서 과연 행복해졌을까. 루이는 어쩌면 다시 꽃거지가 되어 복실과 만났던 그 순간이 진짜 행복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을 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세계에 대항하는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다룬 <쇼핑왕 루이> 같은 드라마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띈다. 따지고 보면 종영한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쇼핑왕 루이>와 그 대결구도가 유사한 걸 발견할 수 있다. 궁궐 내 어른들의 세계(세도가들의 권력다툼) 속에서 순수한 아이들이(왕세자와 친구들)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야기가 <구르미 그린 달빛>이 아니던가. 결국 <쇼핑왕 루이>의 루이와 복실은 저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박보검)과 라온(김유정) 같은 소년소녀의 순수를 가진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시작은 소소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이 말에 걸맞는 흐름을 보인 <쇼핑왕 루이>의 대반전 드라마의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그래서 순수한 그들에게 빠져드는 도시인들의 어떤 갈증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아무런 사심 없이 마음과 마음이 전해지는 그 순수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안이 되는 그런 느낌. 그래서 한없이 그들을 지켜주고 싶고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 그런 감정들이 <구르미 그린 달빛>은 물론이고 <쇼핑왕 루이>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실로 혼탁한 세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언짢게 만들고 심지어 창피하게까지 만드는 비리들이 폭로된다. 거기서 우리가 발견하는 건 순수와는 정반대편에 있는 더러운 욕망들이다. 그런 세상에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판타지 속에서라도 순수를 찾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자잘하고 보잘 것 없는 보상심리라니. 슬픈 현실이다

<쇼핑왕 루이>, 현실의 리트머스지 된 멍뭉이 서인국

 

중고책방 앞에서 자신이 외국어에 능통했다는 사실을 안 루이(서인국)는 문득 한 책에 손이 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기억상실로 과거의 시간을 잃어버린 루이. 그 책이 자신의 처지 같다는 루이는 그러나 잃어버린 시간도 찾고 싶지만 새로 시작된 시간도 좋아. 따뜻하고 즐거워.”라고 복실(남지현)에게 말한다. 그러자 복실이 루이에게 묻는다. “새로 시작된 시간 중 좋았던 시간은 무엇인가요?”

 

'쇼핑왕루이(사진출처:MBC)'

문득 루이의 기억 속으로 복실을 만나 그녀의 집에 기거하게 되면서 하염없이 그녀만을 기다리던 자신을 떠올린다. 옥탑방 평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옥상에서 복실이 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던 자신. 또 비오는 날 우산을 챙겨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던 자신. 그는 새로 시작된 시간 중 하루 종일 너를 기다리던 시간들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주인공 루이(서인국)에게 대중들은 멍뭉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멍뭉이이란 강아지를 귀엽게 부르는 말. 루이가 멍뭉이라 불리게 된 건 이 드라마에서 기억상실이 된 채 복실에게만 의지해 그녀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그 캐릭터 때문이다. 출근길에 마치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퇴근해 돌아오는 복실을 계단 밑까지 따라 내려와 반갑게 맞아준다.

 

밥을 앞에 놓고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복실을 기다리고, 역시 강아지처럼 주인이 집을 비우면 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다. 뭐든 다 시켜먹으려는 루이에게 설거지라도 하라며 그 보상으로 500원을 주자 그는 그것이 마치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인 양 소중하게 간직하려 한다. 심지어 삼겹살 굽는 프라이팬에 떨어져 뜨거워진 동전을 맨손으로 집어 올릴 만큼.

 

하지만 이 멍뭉이는 의외로 주변 사람들을 메이드나 집사로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당연하다는 듯이 집 주인과 그 아들에게 이것저것 시키고, 그러면 왜 그러는지 모르면서 그들은 그 말을 듣는다. 임시로 차중원(윤상현)의 집에 머물게 된 루이는 그를 집사처럼 부려먹는다. 마치 강아지를 키우다보면 점점 주인이 메이드가 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처럼.

 

이처럼 이 드라마의 루이란 존재는 마치 인간 멍뭉이의 면면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그런데 이 멍뭉이 캐릭터가 의외로 우리의 마음을 잡아끈다. 아무런 사심도 없고 숨김도 없이 그 감정과 욕망 그대로를 드러내고 그저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 그리고 절대 주변 사람들에게는 눈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한 사람을 향해 있는 마음. 우리에게도 이런 존재들이 주변에 있었던가.

 

그런 순수함은 오히려 삭막한 현실을 비추는 하나의 리트머스지가 된다. 실종된 루이를 죽었다 치부하고 자신의 욕심만을 추구하는 백선구(김규철)나 그의 딸 백마리(임세미) 같은 인물들이 루이라는 순백의 멍뭉이를 통해 오히려 도드라진다. 반면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아 여전히 루이를 찾으려 애쓰는 그의 할머니 최일순(김영옥)이나 집사 김호준(엄효섭)은 그래도 남아있는 인간적인 정 같은 걸 느끼게 한다. 또 멍뭉이 루이와 복실에게 일도 주고 은근한 정도 느끼는 차중원은 스펙이나 간판보다 그 사람의 진가를 들여다보려는 인물로 부각된다.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멍뭉이 같은 존재. 그래서 그는 현실에서 벗어난 이상한 존재처럼 치부된다. 그런 그를 유일하게 알아봐주고 이해해주는 이는 복실 뿐이다. 그리고 그녀 역시 시골에서 갓 올라와 이 살벌한 현실에서 이방인으로 여겨지던 인물이었다. 그녀가 세상에 나를 알아봐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괜찮다고 루이에게 말하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독백처럼도 들린다. 루이와 동병상련의 복실이 만들어가는 그 사랑이 더욱 애틋해지는 대목이다. 그것이 세상엔 없는 존재로서의 멍뭉이 같은 루이에게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고.

<쇼핑왕 루이> 하드캐리 서인국, 남지현이란 보물을 찾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루이(서인국)이 본래 살던 곳은 프랑스의 어딘가에 있는 대저택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마치 중세 프랑스의 귀족들이 살았을 법한 저택에서 전 세계의 한정판 명품들만을 찾아내 쇼핑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는 루이라는 인물은 현실감이 별로 없다. 지문조차 남아있지 않아 신원조회가 불가능한 그는 마치 비현실의 공간에서 현실 공간을 내려다보며 그 곳에서 물건의 옥석을 가려내는 그런 인물처럼 보인다.

 

'쇼핑왕루이(사진출처:MBC)'

그런 그가 사고로 기억상실이 된 채 노숙자가 되어 서울 한 복판에 등장한다. 비현실의 공간에 살던 인물이 현실의 공간으로 뚝 떨어진 것. <쇼핑왕 루이>가 그리고 있는 건 그래서 이 비현실의 공간에서 살던 루이라는 투명한 종이 같은 인물이 이 이상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그 스스로는 어떤 색깔로 물들어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역시 서울이라는 각박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산골에서 자라온 고복실(남지현)이라는 순박한 소녀를 만나 보호를 받는다는 점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서울로 가출한 동생을 찾아 나선 그녀는 동생이 입었던 옷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루이를 발견하고 동생을 찾기 위해 그와 동거하기 시작한다.

 

루이나 고복실이나 서울 살이는 녹록치 않다. 기억을 잃었어도 루이는 과거의 소비습관을 버리지 못해 핸드폰으로 물건 사재기를 하고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고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날리기도 한다. 고복실은 골드라인 닷컴의 본부장인 차중원(윤상현)의 도움으로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백마리(임세미)에게 아이디어를 몽땅 빼앗기는 경험을 한다. 두 사람은 힘겹게 살아가지만 모든 걸 끌어안아주는 긍정적인 고복실과 그런 그녀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여 도움을 주려는 차중원, 그리고 처음에는 이용해먹으려 접근했지만 차츰 이웃으로서 그들을 챙겨주는 조인성(오대환)과 황금자(황영희) 모자 같은 인물들이 그들의 서울 살이를 돕는다.

 

그렇게 된 것은 루이나 고복실처럼 어찌 보면 서울 살이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부적응자들이 의외의 능력을 보이고, 그걸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루이는 쇼핑왕시절부터 갖고 있던 물건을 알아보는 재주가 탁월하고, 고복실은 상품 기획에 있어서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다. 차중원은 그들의 남다른 면면을 스펙이나 출신 따위와 상관없이 들여다봐주고 그 진가를 알아준다.

 

겉으로 보면 짝퉁 잠바에 바보처럼 어수룩하고 먹는 거나 밝히는 데다 과거 도련님으로 살아왔던 습관 탓에 주변 사람들은 메이드로 만들어버리는 루이지만, 그의 순수함을 알아봐주는 고복실이 있고, 그런 고복실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봐주는 차중원이 있다. 이 세 사람의 따뜻한 시선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재산 승계를 둔 쟁탈전과 회사 내에서의 살벌한 경쟁들 같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요소들이다.

 

하필 이 드라마가 쇼핑이라는 소재를 다룬 까닭은 아마도 루이가 타고난 재능으로 보여주듯이 무수히 쌓여있는 물건들 속에 진짜 보물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기 위함이 아닐까. 물건들 틈에서만 살아왔던 루이가 각박한 현실 속으로 떨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복실이라는 진짜 보물을 찾게 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일 게다. 그리고 이것은 의외로 물질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슴을 건드리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 판타지의 중심에 다름 아닌 루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있다. ‘쇼핑왕에서 기억상실을 갖게된 바보스런 현실감 제로의 캐릭터로 변신하는 인물. 서인국은 이 루이라는 하드캐리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내며 배우로서의 새삼스런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아역에서 성인역으로의 변신을 보여주는 남지현의 성장 또한 괄목할 일이지만.

멜로드라마 세상, 남자주인공들의 지분율

 

바야흐로 멜로드라마의 세상이다. 한때 드라마에서 멜로는 성공하기 어렵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멜로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월화의 <구르미 그린 달빛><달의 연인>은 멜로 버전의 사극이고, 수목은 <질투의 화신>, <쇼핑왕 루이> 그리고 <공항 가는 길> 세 작품이 모두 멜로다. 거의 일주일 내내 멜로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사진출처:KBS)'

그런데 멜로드라마에서 역시 눈에 띄는 건 남자주인공이다. 물론 여자주인공의 역할이 작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여성 시청청이 대부분인 멜로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지분율을 절대적이다. 그래서 뜨는 멜로드라마에는 뜨는 남자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배우가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이다. 이제는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과찬이 아닐 정도로 박보검의 존재감은 이 작품을 넘어서 방송가까지 넘쳐나고 있다. 어딘지 아이 같은 눈빛과 외모지만 그 안에 의외의 어른스러움과 슬픔 같은 것을 담고 있는 박보검은 보는 이들을 시쳇말로 심쿵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작가가 대놓고 박보검 캐스팅에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박보검 보기 위해 이 드라마를 본다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달의 연인>을 그나마 보게 만드는 요인도 다름 아닌 이준기와 강하늘이라는 두 배우의 존재감이다. 꽃미남의 외모에서 개늑대의 야성으로 돌변하는 이준기의 양면적인 매력과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는 이 사극에 진중함과 어떤 비장미 같은 걸 만들어내는 강하늘의 매력이 절대적이다.

 

수목드라마는 한 마디로 멜로드라마들, 그 중에서도 남자주인공들의 대결이 되었다. <질투의 화신>의 조정석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희안하게 어찌 보면 조금은 지질해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허세 가득한 모습이 귀엽게도 보이는 그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 버럭버럭 화를 낼 때조차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웃기지만 짠한 느낌은 조정석이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드러낸 배우로서의 가치다.

 

새로 시작한 <쇼핑왕 루이> 역시 이중적인 면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서인국의 지분율이 절대적인 작품이다. 전 세계의 명품 한정판을 찾아가며 쇼핑하는 것으로 생활하던 대부호의 손자가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꽃거지로 거리를 전전하며 거기서 우연히 만난 시골소녀로부터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알아간다는 드라마. 여기서 대부호의 손자로 생활해왔지만 이제 현실은 시골소녀에 붙어먹고 사는 꽃거지인 루이 역할의 서인국은 이 양면적인 모습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수목극에서 유일하게 여성 주인공에 더 집중하게 되는 건 <공항 가는 길>이다. 김하늘이 중심이 되어 있는 이 작품은 딸을 둔 여자주인공이 그 딸과 함께 지내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이의 아빠와 감정적인 공유와 위로, 위안을 통해 조금씩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하늘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역시 멜로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건 작품의 성패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월화의 박보검이 있다면 수목에는 조정석이 있다. 드라마가 잘 돼서 남자주인공이 주목받는 것도 있지만, 거꾸로 이들 남자주인공들의 매력이 드라마를 견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들이 있어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한층 올라가고 있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38사기동대>, 마동석 없인 어려웠을 드라마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마동석의 드라마. 아마도 OCN <38사기동대>라는 드라마는 이렇게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사기꾼 캐릭터로 연기 변신한 서인국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는 마동석을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38사기동대(사진출처:OCN)'

아마도 첫 회에 왜 마동석이 두꺼운 안경을 끼고 나왔는가를 보며 의아해 했던 시청자들이 꽤 될 것이다. 마동석하면 사실 캐릭터를 압도하는 연기자의 캐릭터가 강렬한 배우가 아닌가.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은 그 묵직한 존재감은 칸느영화제에서 영화 <부산생>으로 잘 모르는 외국인들까지 빵빵 터트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첫 회에 그가 보여준 백성일이란 인물의 모습은 어딘지 어깨가 축 처진 서민 가장의 자화상이다. 딸과 함께 돌아오는 길, 딸이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하자 자신도 진짜 열심히 일하는데 부서 중에 맨날 꼴찌라고 말한다. 아내의 한 마디에 잔뜩 주눅 들고 일터에서는 상사의 지청구에 고개 숙이는 전형적인 가장. 게다가 바보처럼 보이스 피싱 사기나 당하는 인물이라니.

 

그런데 2회에 드디어 마동석이 두꺼운 안경을 벗어 던지자 숨기고 있었던 짐승 같은(?)’ 그의 매력이 꿈틀댄다. 보이스 피싱으로 사기 친 양정도(서인국)를 추적하기 위해 조폭들로부터 대포폰 거래 내역을 얻으러 들어간 마동석은 안경 쓰고 소심해 보이던 그런 캐릭터를 찢어버리고 순식간에 모두를 제압해버리는 두 얼굴의 사나이헐크로 변신한다.

 

세무 추징 팀을 이끄는 과장으로서 체납자가 뻔뻔하게 갑질을 하고 심지어 부하직원인 천성희(최수영)를 넘어뜨리자 순간 주먹을 날려버리는 백성일에게서는 팀원 챙기며 할 일 하는 든든한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아내에게 구박받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백성일에게서는 가족 앞에서 한 없이 소심해지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어떤 수위를 넘어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의 헐크 본능이 밖으로 삐져나온다.

 

<38사기동대>는 영화 <베테랑>의 세무 버전 같은 드라마다. 고액 탈세자들과 체납자들의 세금을 추징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건 갑질하는 가진 자들의 갖가지 범죄 행위들이다. 돈이면 탈세 같은 범죄행위도 모두 덮어질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의 행태는 백성일 같은 열심히 일해도 늘 살기가 퍽퍽한 서민 가장과 비교되며 공분을 일으킨다. 양정도와 손잡고 그들에게 사기를 통해 세금 추징을 하는 과정은 그래서 <베테랑>에서 느꼈던 그 통쾌함을 예고한다.

 

마동석은 서민 이미지와 헐크 이미지가 결합됨으로써 <38사기동대>라는 드라마의 대체 불가한 캐릭터로 자리하고 있다. 그에게서는 한없이 작고 소심해지는 귀요미 가장의 면면이 묻어나지만 또한 한번 폭발하면 제어 불능의 파괴력으로 통쾌함을 선사하는 모습이 동시에 느껴진다. 작가도 밝힌 바지만 <38사기동대>는 마동석에게 최적화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연기자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라마에 투영되어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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