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을 통해 백종원이 창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처음 백종원이 성내동 만화거리의 식당들을 찾아갔을 때만 해도 이런 변화가 가능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분식집은 가족들이 음식 맛있게 한다는 소리만 듣고 덜컥 음식점을 인수했다가 장사가 안돼 가게를 내놓은 상태였고, 피맥집은 장사의 개념 자체가 없어 피자집을 할 것인지 맥주집을 할 것인지조차 그 정체성의 혼돈을 겪고 있었다. 그나마 장사를 하고 있는 중식집은 재료부터 조리법까지 세세한 부분들이 지켜지지 않아 특징적인 맛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이 골목의 에이스로 보인 파스타집은 퓨전파스타 하나를 빼놓고는 특별한 맛이 없었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너무 많은 문제들을 가게마다 갖고 있었지만 백종원은 각각의 가게에 맞는 솔루션을 갖고 조금씩 변화를 유도해갔다. 분식집은 아예 색다른 레시피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아주머니가 김밥을 마는 기술이 능숙한 걸 보고는 멸치 국물을 내고 그렇게 우려낸 멸치를 다시 김밥으로 활용하는 놀라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멸치를 국물용으로만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똥만 빼고 전부 끝까지 쓰는 방식이니 원가를 줄일 수 있었고 따라서 가격은 낮추면서 좋은 품질의 음식을 내놓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새로운 레시피를 전수받은 아주머니가 그 김밥에 어묵이나 맛살을 추가했던 걸 백종원이 빼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다 넣은 김밥이 더 낫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는 아주머니의 말에 백종원은 당연히 다 넣는 걸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며, 하지만 실제 맛에 있어서는 더 넣는다고 더 좋아지는 건 아니라고 했다. 결국 기본을 지키는 것이 맛을 내는 비법이라는 것. 그러고 보면 국수 맛을 냈던 것도 전통적인 방식인 멸치를 충분히 우려내 국물의 깊이를 만드는 그 기본에 있었다. 

파스타집은 이미 파스타를 만드는 기술을 충분히 갖고 있는 가게인 만큼 백종원이 제시하는 솔루션도 달랐다. 그냥 파스타가 아니라 좀 더 특징적인 파스타, 즉 한국적인 맛이 들어간 퓨전파스타를 시도해 보라고 한 것. 하지만 일주일 간 미션을 받고 청년들이 준비한 파스타는 한 마디로 ‘과유불급’이었다. 시식단으로 초빙한 이태리인들은 이들이 내놓은 흑임자 파스타 같은 퓨전이 전혀 파스타로서의 기본이 되어있지 않다며 한 번 맛을 보고는 입을 닦아버리곤 했다. 

백종원은 “파스타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데 그 편견을 깨보자”고 직접 나서 기본적인 알리오올리오에 열무와 고사리만을 각각 넣어 변주를 한 파스타를 내놓았다. 혹평을 하고 돌아서던 이태리인들은 이 맛을 보고는 금세 “개선됐다”며 놀라워했다. 결국 파스타집 청년들은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는 걸 깨닫고 퓨전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알게 됐다. 

중식집은 이미 푸드코트에서 오래도록 요리를 해왔던 사장님이기 때문에 백종원은 그 잘못된 습관들을 고치는 쪽으로 솔루션을 잡았다. 그래서 짬뽕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국물을 보관하는 법이나 탕수육에 어떤 고기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또 좀 더 바삭하게 튀겨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같은 것들을 변화시킴으로서 전체적인 음식 맛을 끌어올렸다. 습관적으로 해오던 방식이 맛을 내지 못하는 이유였다는 걸 알게 된 사장님은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엄청난 맛의 차이를 낸다는 걸 깨닫게 됐다.

한편 피맥집 사장은 피자집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고, 자신만의 강점이 없다는 백종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다른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피자 만드는 방법을 몸에 익혀가기 시작했다. 아무런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 채 가게를 오픈한 그에게는 이 통과의례가 가장 절실한 과제였고, 백종원은 그것을 풀어주기 위해 그 기본을 배울 수 있는 피자집을 연결해주었다. 

이번 성내동 편은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기본’과 ‘초심’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장사가 잘 안될수록 낙담하거나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했던 습관을 반복하고 너무 문제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 때문에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 백종원이 말한 것은 그럴 때일수록 기본과 초심에 충실한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아마도 쉽지 않은 현실 앞에 절망하고 있는 창업자들이라면 한번쯤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사진:SBS)

'골목식당', 라면 하나 못 끓이면서 분식집은 왜 여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백종원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식당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준비 없으면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내동 만화거리의 식당들을 보면 왜 백종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가가 이해된다. 이렇게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식당들이 덜컥 장사에 뛰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해외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돌아와 와인집을 낸 동생의 제안으로 5년 동안 근무하던 어플회사를 그만두고 피맥집(피자맥주집)을 오픈한 7개월차 초보 사장은 자신의 가게의 정체성이 피자집인지 맥주집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본인은 맥주집이라고 했지만, 메뉴판을 보면 맨 앞장에 피자 메뉴가 들어가 있어 누가 봐도 피자집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가게 전면은 맥주병들이 인테리어랍시고 그냥 널려 있어 전혀 피자집으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 집은 손님이 별로 없는 이유가 그 정체성조차 애매하기 때문이었다.

또 시그니처 피자라고 해서 시켜놓고 보니 토핑이 보이지 않고 토마토소스만 위에 발라져 있었다. 나름 아이디어라고 토핑들을 안쪽에 넣고 위 아래로 도우를 덮어 구워낸 것이지만, 백종원은 그 비주얼만 봐서는 “주문 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맛 역시 밀가루맛과 소스 맛이 강해 재료들이 어우러지지 않고 겉돈다고 했다. 결론은 맛이 없다는 것. “최악”이라고 백종원은 최종 평가했다.

짬뽕이 대표메뉴라는 중식집에서는 탕수육 고기에서 나는 냄새의 원인이 잘못된 해동과정에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냉동 돼지고기를 가져와 비닐을 벗기고 물에 해동을 하기 때문에 세균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던 것. 결국 그 때 그 때 소진되지 않는 재료는 더 빨리 상할 수 있었다. 냄새는 거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한 짬뽕의 국물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 이유가 육수를 온장고에 보관하는 것과 조리 후 바로 음식을 내놓지 않을 때 무쇠 웍에서 나는 냄새라는 걸 백종원은 알려줬다.

생각해보면 보통의 피자맛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아이디어라고 엉뚱한 방식으로 피자를 만드는 피맥집 사장이나, 꽤 장사를 해왔음에도 잘못된 습관이 하나 둘 합쳐져 제대로 된 짬뽕국물 맛을 못 내고, 심지어 쉰내가 나는 탕수육을 내놓은 중식집 사장이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러니 장사가 될 리가 있을까.

하지만 더 심각한 집은 분식집이었다. 집에서 아이들이 맛있다고 해서 덜컥 창업까지 하게 된 분식집 사장님은 장사의 현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백종원이 내놓은 미션은 손님들을 두 조로 나눠 장사의 ‘천국(환상)’과 ‘지옥(현실)’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느긋하게 타이밍을 맞춰 주문하는 손님들을 맞으며 기분 좋아하던 분식집 사장은, 한꺼번에 여러 개를 동시에 시켜대는 손님들 앞에서 당황하며 땀을 뻘뻘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라면을 끓이는 방식이 특이했다. 물을 먼저 끓이는 게 아니라 찬물에 스프와 면을 동시에 다 집어넣고 뚜껑을 닫은 채 딱 3분 타이머가 돌아가는 동안 끓여서 그냥 내놓는 방식이다. 한때 백종원이 요리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처럼,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거기 봉지에 적혀있는 대로 끓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찬물에 면까지 넣어 끓이면 퍼질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면발을 쫄깃하게 하려면 뚜껑을 열고 면을 몇 번쯤은 들었다 놨다 해야 된다.

그런데 분식집 사장님은 2인분을 시켜도 4인분을 시켜도 한꺼번에 스프와 면을 다 집어넣고 3분 타이머를 돌리는 식으로 라면을 끓였다. 그러다 보니 면이 풀어지지 않은 채 그냥 그릇에 담겨져 나오기도 하고, 물이 쫄아 버려 짜게 되면 뜨거운 물을 넣어 간을 맞추는 식으로 라면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 분식집에서 라면은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닌가.

백종원이 분식집 사장에게 장사의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경험하게 해준 건, 어쩌면 그 분만을 위한 미션은 아니었을 게다. 그건 너무 쉽게 창업을 생각하는 우리네 현실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도대체 피자 하나 못 만들면서 피자집을 내고,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이지 못하면서 분식집을 내는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결국 장사가 안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처지가 된 건, 아무런 준비 없이 막연한 환상으로 뛰어드는 창업 그 자체 때문이 아닐까.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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