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이 현 시국을 말하는 화법

 

아이들을 위해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에요.” JTBC <비정상회담>이 토론 안건으로 올린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서 미국 대표인 마크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위기 속의 평정심을 가진 자여야 하며 그래서 새벽에 울린 비상전화에도 늘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 밑에는 <비정상회담>이 달아놓은 의미심장한 자막이 눈에 띄었다. ‘비상시국엔 언제든 연락이 되어야.’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아마도 <비정상회담>이 토론 안건으로 각국 비정상들에게 대통령의 자격을 질문한 건 지금의 정국과 무관한 선택이 아니었을 게다.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대구의 한 여고생이 자유발언으로 했던 말처럼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고 있는 이번 사안에서 최순실은 사실 게이트의 역할을 한 것이고 실제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게 대중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의 비정상들에게 대통령의 자격을 묻는 일은 거꾸로 우리네 대통령에 대한 질문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표 마크가 말한 그 자격들에서 시청자들은 우리네 대통령의 해당사항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다른 비정상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똑같이 발견하게 되는 비애다. 멕시코 대표 크리스티안은 토론실력을 이야기하며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할만한 대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경청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야 나중에 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도 했다.

 

프랑스 대표 오헬리엉은 연설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을 연 연설문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의 자격이라고 말했다. 독일 대표 닉은 총리의 자질은 국민들의 희망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건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 대표 오오기는 총리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과의 소통은 필수덕목이라고 했고, 이탈리아 알베르토는 국제적 인지도와 권력이 있는 사람으로 유럽연합 등에서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파키스탄 대표 자히드는 종교와 국가를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이번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에서 불거져 나온 샤머니즘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비정상회담>의 성시경은 이어서 측근비리에 대한 논제를 던지며 의미심장한 농담을 덧붙였다. “측근비리. 보통 성씨가 최씨죠. 최측근.” 그리고 미국 대표 마크가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가 남편의 저격사건 이후 점성술사에게 빠져 심지어 국정 정책에까지 끌어들였다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처한 최순실 게이트와의 싱크로율 때문에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것은 <비정상회담>이 이번 국가적인 사태에 즈음해 그 시국을 말하는 독특한 화법이다. 직접 거론하지 않아도 비정상들이 해외 각국의 이야기를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어떤 비교점과 유사점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 <비정상회담>의 토론이 그 어떤 풍자나 패러디보다 신랄하게 다가온 이유다

<비정상회담>에서 침묵하는 김구라를 보니

 

JTBC <비정상회담>에 한국 대표로 출연한 김구라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이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것에 대해서 MC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체를 이끌어가는 메인 MC로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이 있지만 그들은 이야기의 전면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옆에서 주제를 던지거나 외국인들이 던지는 말에 양념을 쳐서 웃음을 만드는 정도를 할 뿐이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그래서였을까.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김구라는 지금껏 여타의 토크쇼에서는 좀체 보여주지 않았던 경청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가 갖고 나온 주제는 아들에게 뭐든 들어주는 자신이 비정상이냐는 것이었다. 지금껏 아들 동현이가 원하는 건 들어주지 않은 것이 없다는 김구라는, 그러나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는 비정상판정을 받았다.

 

터키 대표 에네스 카야는 그 어릴 때의 잘못된 습관이 아이의 미래를 망친다며 강도 높게 김구라의 육아방식을 비판했다. 미국 대표 타일러 라쉬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건 괜찮지만 끈기 있게 한 가지를 끝까지 하는 것은 좀 더 종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대표 타쿠야는 무뚝뚝했던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하며 그렇게 아이의 행복을 위해 뭐든 받아주는 김구라의 육아방식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육아방법에서 각자 아버지에 대한 회고로 이어졌다. 타쿠야는 자신이 야구선수로 마운드에 섰을 때 저 멀리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보고 있던 것이 감동적이었다는 얘기를 꺼내며 자신이 아버지가 되면 아들과 캐치볼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타일러 라쉬는 알코올에 의존하던 아버지가 알고 보니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고는 그 약해진 아버지와 드디어 소통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김구라는 자신의 아버지가 루게릭병을 앓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던 사연을 꺼내놓으며 자기 위치에 굳건히 서 있는 것도 효도라고 말했다.

 

최근 김구라에 대한 호감은 과거에 비해 부쩍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특유의 독설이 시청자들에게 심지어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딘지 불편함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크쇼가 전반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인지 독설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건 오히려 호불호만을 더 키우고 있다. 특히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불쑥 불쑥 꺼내놓은 그의 이야기 방식은 대중들에게는 어딘지 잘못된 것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그런 김구라가 <비정상회담>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경청하는 모습은 심지어 낯설게 다가왔다. 김구라가 아닌 것 같은 모습. 그건 방송에서 보여주던 독설가의 모습이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김구라의 모습이었다. 이건 어쩌면 <비정상회담>이라는 특별한 토크쇼가 부여한 역할일 것이다. 김구라는 처음 테이블에 앉았을 때 프로그램이 잘 되는 이유가 MC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처럼 애써 자신을 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김구라를 통해 발견하게 되는 건, 그가 던지는 센 멘트들이 그의 고유 성향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그 토크쇼가 그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SBS <매직아이>MBC <라디오스타> JTBC <썰전>에서 경청하는 김구라는 불필요하다. 그는 점점 센 이야기들을 요구하는 토크쇼들 속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따라서 거친 독설은 그의 정체성이 되었다.

 

이런 점은 김구라가 좀 더 새로운 예능의 영역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방송이 그를 불러준 건 독설하는 김구라였지만 지금은 조금씩 그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늘어가는 상황이다. 비슷한 토크쇼 속에 들어가면 자칫 김구라는 그 틀에 갇혀버릴 위험성이 있다. MBC <사남일녀>는 김구라가 하지 않던 야외 버라이어티쇼를 통해 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 했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역시 토크쇼에서 힘을 발휘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그가 가진 직설어법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토크쇼는 없는 것일까. 이건 김구라의 숙제이면서 우리네 방송계가 고민해야할 토크쇼의 숙제이기도 하다.

 

게스트가 묻힌다고? 그것이 <비정상회담>의 묘미다

 

요즘 대세로 불리는 조세호지만 <비정상회담>에 게스트로 출연한 그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터키 대표인 에네스 카야가 한국의 조직문화의 장단점에 대해 열정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때 조세호는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이었다. 회식자리 상황극에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나선 조세호가 보여준 반전 춤 실력도 가나 대표 샘 오취리가 나서 의외의 춤 실력을 보여주자 잊혀져 버렸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조세호가 주목된 시간은 엉뚱하게도 춤을 추다 장운동이 과도하게 됐다며 중간에 화장실을 갔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도 그런 조세호에 대해 메인 MC들이나 외국인 대표들이 그걸 언급해주는 모습은 없었다. 만일 지상파의 토크쇼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자리를 비웠다 다시 온 조세호에 대한 토크가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에서 그런 건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한국대표가 아니라 외국인대표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메인 MC들인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얘기하는 걸 시청자들이 그리 바라지 않는다는 걸 셀프 디스 코드로 언급해 웃음을 주었다. 메인 MC가 이 정도니 게스트는 오죽할까. 한국대표로 출연한 게스트지만 조세호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건 처음 소개를 할 때뿐이었다. 이것은 조세호뿐만 아니라 이국주가 나왔을 때도 신해철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항간에서는 <비정상회담>의 게스트 활용법이 잘못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성 토크쇼들의 틀로 <비정상회담>이라는 새로운 토크쇼를 재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비정상회담>에서 게스트는 그 날의 화두를 던져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리고 가끔 우리의 입장을 게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하지만 이런 역할은 메인 MC들도 똑같이 갖고 있기 때문에 게스트가 상대적으로 잘 보일 수가 없다.

 

이것은 <비정상회담>의 게스트가 가진 한계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아직까지 이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적응을 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존 토크쇼들을 보면 게스트가 나와 자신의 신변잡기를 늘어놓고 때로는 개인기를 선보이는 것이 하나의 공식화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지금의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인가를 미지수다. 이미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홍보의 장이 되고 있는 지상파 토크쇼에 식상해하고 있다.

 

<비정상회담>이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해 4% 시청률에 육박하고 동시간대 지상파 토크쇼들과의 경쟁에 돌입하게 된 그 원동력이 사실 거기에 있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 신변잡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의 회식문화를 외국인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집중하고, 또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문화에 대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토론을 벌이는 장면에 시간을 더 할애한다. 메인 MC들은 사실상 이들의 이야기에 효과적인 추임새를 넣거나 리액션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비정상회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대표 게스트들은 어떤 자세로 이 토크쇼에 임해야할까. 일단 스스로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그리고 그저 한국 대표로 거기 앉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외국인 출연자들이 얘기하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며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전형적인 토론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비정상회담>의 다른 게스트 활용법은 여타의 지상파 토크쇼들이 참조할만한 일이다. 일단 연예인이 게스트로 섭외되면 거기서 나올 수 있는 방송분량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정해진다. 하지만 이런 기대치 정도로는 무언가 의외의 이야기를 바라는 지금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시청자들은 한 사람의 인생사보다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와 의견을 원한다.

 

다양화된 사회는 온리 원(Only one)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것은 연예인처럼 과거 온리 원의 입장에 늘 있던 이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시선의 변화다. 하지만 많은 사람 중의 하나라는 인식의 변화는 우리의 소통방식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비정상회담>은 그러한 달라진 소통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게스트가 묻힌다고? <비정상회담>은 오히려 그걸 즐기는 토크쇼다. 그리고 이것이 온리 원으로 출연하는 게스트에 대해 집착하는 여타의 토크쇼들과 다른 점이다.

 

<1박2일>, 제2의 전성기를 위한 전제조건들

 

<1박2일>이 시즌3를 선포하면서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수근, 유해진, 성시경, 김종민은 하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엄태웅과 차태현은 잔류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목이 집중된 것은 새로운 멤버로 누가 들어갈 것인가다. 항간에는 장미여관의 육중완, 샤이니 민호 그리고 존박이 새 멤버 물망에 올랐다고 하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렇게 멤버 교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캐릭터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매번 어떤 장소로 가서 하룻밤을 지내는 형식의 반복이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그저 단발의 웃음으로 사라지지 않고 묶어두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캐릭터다. 일일이 <1박2일>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만, 이를테면 이수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 많은 사건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수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과거 경북 영양에서 현지 주민과 하룻밤을 지냈던 미션이다. 허름한 시골집, 불빛도 별로 없는 어두운 그 곳에서 현지 주민과 함께 하룻밤의 교감을 마치고 떠나는 길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이수근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김종민 하면 <1박2일> 초창기에 혼자 낙오하던 장면이 떠오르고, 김C 하면 혹한기 대비 캠프에서 한겨울에 홀라당 벗고 박스에 의지하던 모습이 떠오르며, 강호동 하면 입수를 외치며 한 겨울 계곡 얼음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떠오른다.

 

캐릭터는 단지 인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1박2일>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하차가 아쉬운 것이고 새 멤버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이다. 하지만 <1박2일> 시즌3의 경우에는 멤버 교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이 너무나 익숙해진 프로그램 형식이 다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일이다. 단지 멤버가 바뀌고 제작진이 바뀐다고 이미 익숙해진 프로그램을 참신하게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시즌2가 확인시켜 준 바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핵심은 이 프로그램의 소재인 ‘여행’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여겨진다. 과거 <1박2일>이 시작하는 단계에서만 해도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여행은 대중화되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박2일>로 인해 여행의 트렌드가 바뀐 지 오래다. 이른바 ‘아웃도어’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이 열풍에 그저 편승하는 것으로는 <1박2일>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채워주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행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 어찌 보면 이것이 <1박2일>의 진정한 목표일 수 있다.

 

<무한도전>이 여행 버라이어티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1박2일>은 거기에 우리네 팔도의 지역 특성과 아웃도어 개념을 덧붙여 여행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도 더 세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빠 어디가>가 아빠와 아이의 여행으로 세분화됐고, <꽃보다 할배>는 어르신들의 여행으로 세분화됐다. 그렇다면 새 시즌을 준비하는 <1박2일>의 여행은 어떻게 과거의 <1박2일>과 또 여타의 여행 버라이어티와의 차별화를 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1박2일> 시즌3의 성패가 달려 있다.

 

<1박2일>의 새 시즌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형식과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다변화할 것인가다. 복불복은 <1박2일>의 핵심적인 감초지만 이것이 너무 전면에 내세워질 때는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색채가 흐려지는 단점이 있다. 시즌2에서 늘 문제로 지목됐던 것은 과도한 게임이었다. 복불복은 다큐처럼 찍어지는 초창기 리얼 버라이어티의 안전장치처럼 사용됐던 것이 사실이다. 재미에 대한 강박의 소산물이라는 것. 하지만 요즘처럼 관찰예능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의도적인 복불복은 ‘리얼’의 느낌을 상당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다변화는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여행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냈던 ‘대학생 생활백서’ 같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 발굴이 절실하다 여겨진다. 여행의 일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1박2일>을 기존 여행의 틀로만 한정짓지 않는다면 더 많은 소재와 스토리가 가능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카메라 연출에 있어서도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최근 경향인 관찰 카메라 형식을 도입하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프닝을 위해 일렬로 멤버들을 세워놓고 찍는 방식은 너무 식상해졌다. 좀 더 자연스러운 다큐적인 오프닝 방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고, 과정을 찍는 방식도 좀 더 현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형태가 리얼감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중민 EP가 밝힌 것처럼 “친구와 여행은 쉽게 싫증을 느끼지 않을 소재”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늘 여행을 꿈꾸고 또 여행을 다녀와서도 또 다른 여행을 생각하는 욕망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여행이라는 좋은 소재도 똑같은 형식과 스토리만을 반복해서는 진력이 나기 마련이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콘셉트를 가지고 돌아올 것인가. 이것이 <1박2일>에는 멤버 교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김종국과 김종민, 그들의 공통고민은?

 

이제 김종국 없는 <런닝맨>을 상상하긴 어려울 것이다. 제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톰이 있어야 하고, 뽀빠이가 힘을 쓰기 위해서는 브루터스가 있어야 하듯이 이광수나 지석진 같은 초식동물들이 있는 <런닝맨>이라는 정글에서는 김종국 같은 육식동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바탕으로 <X맨>에서 주목을 받은 그는 <패밀리가 떴다>를 거쳐 <런닝맨>에서는 확실한 예능의 ‘능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출처: 원오원엔터테인먼트

<런닝맨> 같은 게임 예능에서 김종국 같은 능력자가 부여하는 긴장감은 필수적이다. 그가 얼마나 <런닝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는 그가 없다고 상상해보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그가 없었다면 배신의 아이콘 광수도 없었을 것이고, 서로 만나면 형 동생 하면서 때론 짓궂은 장난을 치는 하하도 없었을 거다. 심지어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유르스 윌리스 같은 캐릭터도 그렇게 멋있게 포장되기 어려웠을 게다.

 

최민수 같은 공포(?)의 캐릭터가 나왔을 때 그 공포감을 더 극대화시켜주는 역할도 역시 김종국의 몫이다. 능력자인 그가 꼬리를 내리거나 게임에서 지게 되면 그를 이긴 게스트는 더 강하다는 것이 그 자체로 입증되기도 하니까. 한편 반전을 통해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추신수와 류현진이 나왔을 때 모두가 벌벌 떨던 추신수의 이름표를 떼어냄으로써 그에게 승부욕을 자극한 것도 김종국이고, 얘기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이름표를 떼 내면서 류현진이 가진 의외의 귀여운 면모를 끄집어낸 것도 김종국이다.

 

<런닝맨>은 물론이고 예능에서 능력자로 자리매김한 그지만 바로 예능에서 너무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고충이 되기도 한다. 그가 예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을수록 그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라는 직업은 가려지기 마련이니까. 2010년 1월에 6집 ‘열한번째 이야기’를 발매하고 근 3년이 지난 올 10월 그는 7집을 발표했다.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예능 동료가 된 개리와 하하가 피처링한 ‘너에게 하고 싶은 말’과 마이티 마우스가 피처링한 ‘남자도 슬프다’에 이어 타이틀곡인 ‘남자가 다 그렇지 뭐’도 특유의 하이톤의 미성 보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예능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모두 김종국 같은 것은 아니다. <1박2일>의 김종민은 그룹 코요테에서 끊임없이 새 곡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코요테에서 거의 신지가 노래하는 분량이 절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워낙 <1박2일>을 통해 갖게 된 이미지가 강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독 가수 출신 MC들이 많았던 <1박2일>은 가수들이 예능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를 보여줬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MC몽과 이승기, 김C, 은지원은 <1박2일>을 통해 갖게 된 확고한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음악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자 이들에게도 같은 고충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MC몽은 물의를 일으키면서 하차했지만, 스스로 하차한 김C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예능으로 소비되는 자신의 이미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기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발판을 만들었지만 역시 가수라는 본업에 아쉬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은지원도 <1박2일>을 하차하고 클로버를 결성해 좀 더 음악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길과 개리 그리고 하하 같은 예능인이 다된 가수들은 그 두 영역을 잘 넘나들며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슈퍼7>콘서트가 논란에 빠지자 길과 개리가 선뜻 하차를 표명하고 본업인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이들에게 음악이 얼마나 돌아가고픈 고향인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가수들에게 분명 예능은 하나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가수 활동의 한 영역이 된 상황이다. 성시경이 성발라에서 성충이가 되는 과정은 어쩌면 이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연예환경 속에서 꼭 필요한 통과의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도 성충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성발라가 잊혀지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고민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다. 어느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덮어버리지 않게 양쪽을 공존하게 하려면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노래 하나로 승부해도 충분하다면 최선이겠지만, 예능이 가수로서의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된다면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가치는 분명 있을 것이다.

투박한 맛, <1박2일>만의 경쟁력

 

<1박2일> 시즌2가 점점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시즌2 초반 멤버가 교체되고 제작진도 바뀐 데다가 마침 파업의 여파를 겪으면서 흔들대던 모습과 비교해보면 현재의 <1박2일>은 확실히 안정되었다. 시즌1과 비교하면서 전체를 이끌어가는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고, 나영석 PD와 비교하며 제작진이 너무 착해서 연기자와의 팽팽한 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어찌 보면 새로운 체제를 굳힌 시즌2는 애초부터 시즌1이 될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즌1과의 비교점이 자꾸만 나오게 되는 것은 당연하게도 바뀐 체제에서 시즌1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츰 시즌2의 멤버들이 캐릭터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제작진도 좀 더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시즌2만의 맛이 드디어 나기 시작했다. 그 맛이란 다름 아닌 촌스럽고 강한 맛은 아니지만 계속 숟가락이 가게 만드는 마치 된장찌개 같은 맛이다.

 

사실 시즌2의 맹점은 시즌1과의 연계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즌2만의 색깔을 내야 한다는 점일 게다. 그런 점에서 연계성이라 하면 <1박2일>만이 가진 고향처럼 구수하고 토속적인 맛을 시즌2에서도 찾아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기 만찬을 두고 벌어지는 복불복에 버저로 등장한 징을 머리로 치고 박을 깨는 장면에는 <1박2일>만의 여러 뉘앙스들이 묻어있다. 거기에는 한우가 유명한 그 지역(전라도 장수)의 특색이 묻어있고,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1박2일>만의 어딘지 촌스럽지만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마당의 해학이 들어있다.

 

여타의 주말 예능들이 저마다 세련된 예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마치 <6시 내 고향>을 보는 듯한 촌스러움은 <1박2일>이 시즌1부터 지금까지 줄곧 갖고 있는 차별점이다. <1박2일> 시즌2가 살아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이 구수함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한 시즌1과 차별화되는 시즌2만의 구수함이 녹아있다. 그것은 다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다른 맛이다.

 

강호동이 전면에서 강력하게 이끌어나가고 나머지 형제들(?)이 거기에 동조하거나 반역(?)을 도모하는 것이 시즌1의 캐릭터 구성이었다면, 시즌2는 특별한 한두 사람이 전면에서 이끌지 않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수평적으로 저마다의 역할을 해내는 캐릭터 구성이다. 김승우는 맏형이지만 의외로 소심하고 전면에서 굴욕을 당하기도 하는 귀요미 캐릭터를 선보이고, 엄태웅은 시즌1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안정된 느낌을 주는 시즌2만의 캐릭터(이를 테면 나노개그는 조금 보는 이가 당한 듯한 느낌에서 나오는 중독성이 있다)를 구축하고 있다.

 

성시경은 있는 그대로의 버럭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고,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느낌을 선사하는 주원은 고기 한 점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는 모습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수근은 <1박2일>에 가장 적응된 인물로서 전후와 좌우를 적절히 이어나가고 에이스가 되어버린 김종민은 바보와 천재를 극단적으로 오가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인물은 차태현이다. 그는 초기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을 어느 정도 채우면서도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발군의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이것은 시즌2만의 색깔을 말해준다. 누구 한두 사람에 의해 이끌리기보다는 전체적인 팀워크로 만들어가는 시즌2만의 색깔을 차태현은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1박2일> 시즌2는 여기에 기묘한 연기자들과 제작진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냈다. 시즌1에서 주로 보여줬던 제작진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연기자들과 그로 인해 가끔씩 생겨나는 항명사태(?)는 시즌2에 와서는 똘똘 뭉쳐 오히려 최재형 PD를 굴욕 주는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새 PD’라고 불리기도 하는 최재형 PD는 그래서 ‘망했어요’라는 자막을 달고 다니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최PD만이 가진 어딘지 촌스러운 모습(사실 그는 서울 토박이라고 한다)은 이 <1박2일> 시즌2의 색깔이기도 하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고 자꾸 찾게 되는, 마치 토속 음식 같은 맛. 이것이 <1박2일> 시즌2가 찾아낸 경쟁력이다.


'1박2일', 긴장감을 살릴 캐릭터는 누구?

'1박2일'(사진출처:KBS)

새로 시작한 '1박2일'은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은 결과를 냈다. 차태현은 '불운의 캐릭터'로 무려 7가지의 불운을 겪으며 "1박2일과 자신은 안 맞는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김승우는 예민한 성격을 드러내며 복불복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성시경은 아직 프로그램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주원은 그런대로 막내로서 열심히 하는 모습 자체가 풋풋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기존 멤버로서 이수근이 전체 흐름을 이끌고, 김종민이 선배랍시고 나서면서 특유의 엉뚱함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첫 촬영치고 이 정도면 괜찮은 셈이다. 하지만 어딘지 기존 '1박2일'과 비교하면 조금은 밋밋하고 심심한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1박2일'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이 많이 흐트러져 있다. 이것은 대결구도가 없기 때문이다. 초창기 '1박2일'이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었던 것은 강호동 같은 강한 캐릭터가 도처에(?) 대결구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출연진들과 대결하면서 각자의 캐릭터를 세우게 했고, 또 제작진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복불복 게임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강호동의 야생적인 느낌이 조금은 이완될 수 있는 '1박2일' 간의 여행을 팽팽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그가 세워지면 그에게 반항하는 출연진들이 가능해지고, 또 그와 복불복으로 대결하는 제작진들의 캐릭터마저 세워지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 막내 작가나 막내 PD들까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대결구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을 하고나서 그 바톤을 이어받은 것은 다름 아닌 나영석 PD였다. 강호동이 강하게 밀어붙인 것처럼, 강호동 없는 '1박2일'에 나영석 PD가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그 긴장감은 유지될 수 있었던 것.

새롭게 시작한 '1박2일'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강한 긴장감과 대립구도다. 물론 첫 촬영이라 그럴 것이지만, 출연진들은 너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본래 신입(?)이 들어오면 기존 멤버들과의 대립을 기대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아직까지 그런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또 제작진 역시 복불복 게임에 있어서 출연진들의 요구를 "첫 촬영이니까" 들어주는 호의(?)를 베풀고 있는 단계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출연진도 달라지고 제작진마저 달라졌으니 모두가 낯설 수밖에. 하지만 좀더 '1박2일'이 나아지려면 분명 긴장할 수 있게 하는 캐릭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출연진이든 아니면 제작진이든.

또 한 가지 새로 시작한 '1박2일'에 필요한 것은 돌발 상황에 대한 순발력이다. 이번 '1박2일' 백아도 여행은 두 가지 대어를 낚을 수 있는 돌발 상황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섬으로 들어갈 때 본래 새 멤버들을 각각 주변 섬에서 데려가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배가 회항해 새 멤버들을 모두 태우고 간 상황이었다. 이것은 제작진의 실수지만, 첫 촬영의 실수이기 때문에 거꾸로 보면 그만한 '리얼리티'를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만일 강호동 같은 인물이 거기 있었다고 생각해보라. 새 제작진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했다면 그 감정선(?)은 그대로 복불복 같은 게임의 대결구도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섬에서 빠져나올 때 갑자기 생긴 풍랑주의보로 갇히게 된 돌발 상황 역시 아까운 기회라고 생각된다.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에 의해 본래 가려던 길 바깥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야말로 '여행'이라는 아이템의 가장 매력적인 소재가 되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억지로 그런 상황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돌발 상황이 나왔을 때 당황할 것이 아니라 역으로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향으로 틀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이 자연스러우려면 좀 더 최재형 PD가 프로그램 전면에 드러날 필요가 있다. 촬영 상황 자체 역시 흥미로운 리얼리티가 되는 게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제 첫 술일 뿐이다. 그러니 어찌 배부르기를 기대할까. 그리고 그 첫 술도 그다지 빈약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앞으로 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는 팽팽한 대결구도이고, 또 하나는 여행의 야생성을 드러내는 돌발 상황마저 예능으로 만들어내는 유연함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출연진이나 제작진 모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포진은 나쁘지 않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존 '1박2일'이 내 놓은 길 위를 열심히 달리는 일만 남았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1박2일'만의 길이 열릴 것이다. 여행이란 본래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1박' 새 멤버, 기대감 차이 진짜 이유

'1박2일' 시즌2 새 멤버(김승우, 차태현, 성시경, 주원)가 확정됐지만 그 멤버들에 대한 기대감의 차이는 큰 편이다.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이 압도적인데 반해, 성시경이나 김승우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 주원은 예능이 첫도전인데다 막내라는 위치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시경이나 김승우보다는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이런 기대감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실 '1박2일'이라는 팀을 이들이 제대로 겪은 적은 없기 때문에(물론 성시경은 시청자 투어에 참여해 경험이 있지만 그런 이벤트적인 참여와 멤버로서의 참여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기대감이 실제 상황이 될 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이 기대감의 차이는 그간 이 새 멤버들이 타 방송 활동을 통해 보여주었던 이미지와, 그것이 기존 '1박2일'이라는 틀과 얼마나 어울릴 것인가의 조합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이 압도적인 것은 그가 리얼 예능에서 보여주었던 방송 이미지 덕분이다. 그는 '무한도전'이나 '패밀리가 떴다' 그리고 '런닝맨' 등에 나와서 특유의 예능감을 보여주었다. 게스트로만 출연하고도 '차희빈'이라는 캐릭터를 가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1박2일' 시즌2에서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을 그저 '예능감'이란 한 마디로 표현하는 건 어딘지 부족하다. 어디까지나 게스트로서의 역할과 멤버로서의 역할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태현이 그런 발군의 예능감을 보인 데는 유재석의 도움이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그 '가식 없는 솔직함'에서 찾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이것은 그가 '무한도전'이나 '패밀리가 떴다' 같은 리얼 예능에서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입바른 소리를 하거나,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차태현은 조금은 악동 같고 때로는 게으름을 피우면서 필요하면 이간질도 하는 밉지 않은 솔직함을 보여주었다. 이 솔직함이 주는 진정성은 리얼 예능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차태현의 예능감이나, 그에 대한 '1박2일' 시즌2의 기대감이 큰 것은 모두 이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상대적으로 김승우, 성시경이 기대감이 낮고, 주원은 그런대로 기대를 하게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김승우와 성시경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그들이 갖고 있는 방송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김승우는 꽤 오래도록 '승승장구'를 진행해오고 있지만, 특별한 자기 존재감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그저 무난하게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 그가 토크쇼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어딘지 진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은 것 같은 이미지는 그가 과연 리얼 예능에 적합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한편 성시경은 그 이미지가 너무 복합적이다. 발라드 가수로서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때론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발언(서태지 발언이나 유승준 발언 같은)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의 상충은 '1박2일' 시청자 투어 때 보여준 어르신들을 챙기는 모습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그것이 진심인가 아니면 가식인가에 대한)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일 뿐이지만, 이런 복합적인 이미지는 리얼 예능에서 특히 중요한 '진솔함'을 대중들에게 전하는 데는 분명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1박2일' 시즌 새 멤버에 대한 기대감의 차이는 기존 방송이미지가 갖고 있는 진정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실제라기보다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일 뿐이다. 따라서 이런 기대감은 방송이 시작되면 반전될 가능성도 높다. 김승우나 성시경이 의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기대감이 컸던 차태현이 오히려 기대감만큼의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주원 같은 새로운 인물은 마치 예전 '패밀리가 떴다'의 이천희처럼 의외의 엉뚱 캐릭터로 주목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반전을 가져온다고 해도 분명한 사실은 리얼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캐릭터의 '진정성'이라는 점이다. 과연 '1박2일'의 새 멤버들은 이 진정성을 통해 얼마나 많은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은 건 이제 새 멤버들의 몫이다.


'1박2일' 새 멤버 논란 왜 많을까

'1박2일'(사진출처:KBS)

'1박2일' 시즌2 새 멤버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최재형 PD가 밝혔지만, 한 매체가 밝힌 새 멤버들, 즉 주원, 김승우, 성시경에 대한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벌써부터 '1박2일' 시즌2가 '패떴2'가 되는 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강호동이나 이승기 같은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데다가 나영석PD와 은지원 같은 프로그램의 활력소가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각각의 새 멤버들에 대한 호불호는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무려 5년 동안이나 '1박2일'을 하나의 가족처럼 봐왔던 열혈 시청자들에게 새 멤버가 이방인처럼 여겨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즉 새 멤버가 누가 됐든 각각의 연예인들은 그 자체로는 대중들의 호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들이 '1박2일'이라는 틀로 들어오면 보는 시점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무한도전'과 '1박2일'에서 유독 많았던 제7의 멤버 논란에서 익히 봐왔던 것들이다. 사실 길이나 엄태웅처럼 중간에 프로그램의 새 멤버로 들어간 이들은 그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그 비판 수위는 수그러들었지만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만큼 하나의 유사가족을 구성하기 마련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새 멤버 투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 새 멤버 투입에 대한 저항감은 그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애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박2일'은 국민이 호명될 정도로 시청자와 함께 가는 모습을 그려낸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1박2일' 시즌2 멤버 구성의 가장 큰 난점은 바로 이 프로그램이 갖는 가족적인 특징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애착'에서 비롯된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사실 누가 들어와도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1박2일'에 여전히 남아있을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과 새롭게 투입될 3,4명의 새 멤버들이 하나로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질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시즌 멤버 구성에 있어서 난점 중 하나다. 사실 군대로 치면 '1박2일' 고참에 해당하는 이수근이나 김종민이 전체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힘이 있다면 그나마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두 인물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이수근은 분위기를 만들고 지루할 틈을 메워주는 역할에는 능수능란하지만 전체 프로그램을 장악하거나 흐름을 만들어내는 역할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김종민 역시 캐릭터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중심에 서 있을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새 멤버들 중에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있다면(예를 들어 김승우 같은) 멤버들 간의 묘한 긴장감이 생겨날 수 있다. 이것은 헤게모니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껏 봐왔던 '1박2일'의 흐름과 시즌2의 흐름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는 문제다. 즉 기존 멤버가 중심이 되어 끌고 가는 본래 '1박2일'의 흐름과 새 멤버에 의해 바뀌게 될 '1박2일'의 흐름이 부딪치게 되면 그 때마다 정체성의 혼란이 생겨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즌2는 결국 시즌1과 비교해서 너무 멀어져서도 안 되고 너무 똑같아서도 안 되는 그 어려운 지점에 설 수밖에 없는 형식이다.

즉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하나의 캐릭터일 수밖에 없는 멤버들의 구성은 그 자체로 이야기 흐름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논란도 많이 나오게 된다. 그 안에는 기존 '1박2일'과의 유사성을 유지하려는 힘과 시즌2로서의 차별성을 요구하는 힘이 부딪친다. 기존 멤버들을 다 가져가면 문제가 없겠지만, 멤버 중 일부를 바꾸는 건 그래서 쉽지 않은 문제다. 하물며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 바뀌어도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 시청자까지를 포함한 유사가족을 구성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새 멤버 구성에 대한 논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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