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네 반찬’이 주부들의 시선 사로잡은 비결

도대체 이 묘한 카타르시스는 어디서 오는 걸까. tvN <수미네 반찬>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는 주부들이 있다. 엄마가 했던 그 추억의 레시피를 떠올리며 거침없이 만들어내는 김수미의 요리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하는 요리의 방식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이 구도로 잡아놓은 셰프들과의 역전된 관계가 그간 일상에서 짓눌려온 주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것이다. 

<수미네 반찬>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김수미라는 인물의 캐릭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는 일용이 엄마로 더 알려져 있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욕 잘하는 센 캐릭터로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그 센 캐릭터와 엄마의 이미지가 더해지면 그 어렵던 시절에 쉽지 않은 살림으로도 자식들 건사한 억척 엄마의 면모가 그려진다. 억척스럽고 세지만 자애로움을 동시에 가진 그런 엄마가 김수미에게서 떠오른다는 것.

요리하는 방식도 딱 그런 억척 엄마의 그것이다. 밥 달라 아우성치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먹이려는 마음과 그러면서도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음식을 해주려는 그 마음이 더해져 김수미의 요리법은 독특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손이 너무나 빨라서 셰프들조차 그걸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진땀을 흘리게 만들고, 하나하나 계량을 해서 정량의 레시피를 추구하기보다는 손에 익은 감각으로 척척 양을 맞춘다. 보기에는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스트로 나온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말한 것처럼 ‘세월의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김수미가 ‘요만치’ 식의 ‘계량법’을 시전하면서도 딱딱 맞춰내는 간은 그래서 신기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렇게 정량을 맞추진 않아도 넣어가며 맛을 봐가며 부족하면 채우고 넘치면 재료를 더 넣어 간을 맞추는 방식이 어쩌면 ‘가족의 입맛’에는 최적화될 수 있어서다. 가족은 저마다 입맛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정량의 레시피는 가족마다 또 누가 먹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최적화된다. <식객>의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세상의 엄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그 명대사가 그저 멋있는 표현이 아니라 실제인 이유다. 

물론 요즘은 가사노동 역시 부부가 분담하고, 요리를 하는 일에 남성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엄마들의 몫이 더 큰 게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그 엄마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가 하는 시원시원한 요리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물론 정성이 담긴 요리지만, 척척 해내면서 “그냥 먹어”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입에 넣어주는 그 모습은, 그 힘든 살림도 모르고 밥 투정 반찬 투정하기도 하는 가족들 앞에서 서운함 같은 걸 느꼈을 주부들에게는 기분 좋은 ‘한 방’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게다가 <수미네 반찬>은 일련의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내고 있는 권력구도(?)를 김수미라는 엄마를 통해 모두 뒤집어놓았다. 이 프로그램 안에서는 그래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도가,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역전되어 있다. 김수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쩔쩔 매는 셰프들의 모습은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러면서 이혜정과는 같은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의 공감대를 이어가는 대화를 나눈다.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기 이를 데 없는 레시피지만 이상하게도 <수미네 반찬>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김수미라는 엄마가 하는 요리 속에 그 정서적 공감대가 들어 있어서다. 가끔 재료를 넣으며 너무 많이 넣으면 “죽는다”는 식의 얘기 속에 담겨진 두 가지 정서. 가사노동의 힘겨움이 살짝 감정적으로 얹어진 정서와, 그러면서도 가족들 건사하려는 그 따뜻한 정서가 김수미를 통해 드러날 때 주부들은 그것이 제 마음 같아 속이 다 시원해진다.(사진:tvN)

‘수미네 반찬’, 강한 엄마 김수미에 자식 같은 제자들의 케미

tvN 예능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김수미라는 인물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요리야 전문적인 셰프들이 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김수미가 보여주는 강하면서도 거칠고 그러면서도 자식 챙기는 엄마처럼 부드러워지기도 하는 그런 캐릭터는 대체 불가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는 음식도 남다르게 만든다. 음식은 그걸 만든 사람을 고스란히 닮는다고 하지 않던가.

초복 보양식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김수미표 아귀찜을 보면 김수미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아귀를 칼로 툭툭 쳐서 잘라내는 모습에서 김수미의 거침없는 성격이 드러나고, 셰프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손놀림에서 그 일이 얼마나 이력이 나 있는가가 드러난다. 살짝 말린 아귀를 써야 찜을 했을 때도 탱탱한 살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나, 야채들도 너무 푹 익히면 아삭한 맛이 없다고 하는 말 속에는 그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과감하게 고춧가루를 투하하는 모습이나 요리 하나를 해도 푸짐하게 만들어내는 그 모습에서는 ‘손 큰 엄마들’의 마음이 담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고 말씀하시곤 하는 엄마들의 그 마음이 느껴진다. 전복을 손질하고 내장을 잘 다져 가마솥으로 만드는 전복내장 영양밥은 복날 더위에 기력 없을까봐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고픈 그 정성이 느껴진다.

사실 <수미네 반찬>에서 김수미가 하는 요리는 쉽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건 김수미가 하는 레시피를 열심히 따라 해도 그 맛의 차이가 나는 셰프들의 요리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손에 익어서 그런지 김수미가 하는 요리는 너무나 쉬워 보인다. 그리고 그건 김수미 특유의 ‘계량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만치”, “요만큼”이라 표현되는 양은 셰프들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김수미에게는 손으로 쥐어만 봐도 알 수 있는 양이다. 

그래서 <수미네 반찬>을 보다보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귀찜처럼 사먹는 게 더 익숙한 요리도 김수미가 하니 너무 간단해 보인다. 사실상 양념장만 잘 만들면 맛이 난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라 여겨진다. 뭐든 쉽게 쉽게 해내는 엄마들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김수미가 보여주고 있어서 생기는 효과다. 쉽(게 보이)지만 맛도 영양도 제대로인.

김수미가 우리네 강하고 때론 거칠지만 손 크고 정 많고 인심도 좋은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제자들로 서 있는 셰프들도 저마다 캐릭터가 세워진다. 최현석 셰프는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제자의 모습으로 예능적인 웃음을 만들어낸다. 미카엘은 외국인 셰프라 김수미표 요리방식에 당황해하지만 그래서 김수미가 더 챙겨주는 모습을 통해 프로그램을 유쾌하게 만든다. 여경래 셰프는 묵묵하지만 어딘지 든든하게 잘 따라주는 맏이의 모습이다. 

<수미네 반찬>은 그래서 김수미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낸 그만의 요리 색깔에, 예능 프로그램의 색깔이 생겨난다. 때론 엄하게 다그치기도 하지만, 제자들 하는 모습에 자지러지듯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경험 많고 정 많은 스승. 그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음식처럼 이 예능 프로그램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케미가 그래서 잘 어우러진다. 미각보다 마음이 먼저 푸근해지는 <수미네 반찬>만의 독특한 세계가 가능한 이유다.(사진:tvN)

‘전참사’ 역시 이영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 먹방

이영자가 하니 설렘 가득한 ‘썸’도 음식을 타고 온다. 방송이 재개된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먹방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걸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마음의 헛헛함까지 채워주는 이영자의 썸 먹방”이라고나 할까.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이영자만의 특별한 설렘으로 <전지적 참견 시점>의 스튜디오는 후끈 달아올랐다.

‘사랑의 오작교’가 되어달라는 이영자의 말에 한 달음에 달려간 매니저는 추천음식이었던 ‘토마토 치즈 제육 덮밥’을 먹으며 그 음식이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말을 공감했다. 매콤한 제육덮밥에 토마토 치즈의 만남이라니. 그런데 이 음식의 만남은 마치 이영자와 그 음식점 셰프의 만남을 예고하는 전조처럼 느껴졌다. 가게를 나서며 매니저가 은근히 물어본 “혹시 결혼하셨나요?”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변이 나오는 순간, 그 장면을 관찰하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은 저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골키퍼 없이 빈 골문에 골을 넣는 손흥민을 본 것처럼 환호했다.

바자회장에서 행사를 끝내고 나온 이영자가 자신도 “힐링해야겠다”며 셰프의 식당을 찾아가는 길, 매니저는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영자는 내색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갑자기 하지 않던 화장을 하기 시작해 매니저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늘 허기를 느껴 음식을 찾던 이영자였지만 그 날은 진짜 마음의 허기를 느끼는 듯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셰프의 식당을 찾은 이영자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셰프가 앉으라는 자리에 앉으며 “배가 고프진 않는데 마음이 헛헛하다”며 슬쩍 속내를 드러낸 이영자는, “뭘 먹으면 좋겠냐”고 셰프에게 물어봤다. 지금껏 메뉴 선택에 있어서 자신이 정해놓은 메뉴추천을 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또 잘 마시지 않는다는 맥주를 주문하고는 자신에게 너무 많다며 셰프에게 나눠 마시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건배를 하는 그들에게서는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음식 앞에서는 체면, 미모 포기하던 이영자였지만, 그 자리에서만큼은 달랐다. 조신하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목격한 전현무는 “나한테는 목젖까지 보이며 먹는다”며 적응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시선을 집중시킨 순간은 이영자가 은근슬쩍 “매날 이렇게 일해서 여자친구가 싫어하겠다”고 물으며 여자친구가 있는가를 물어볼 때였다. 셰프가 “그래서 없어요”라고 말하자 좋아하면서도 수줍어하는 이영자는 먹방 요정이 아니라 여전히 썸에 설레는 ‘소녀 영자’였다.

이영자의 먹방이 도대체 무엇이 달라 이토록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는가 하는 의구심은 이번 이른바 ‘썸 먹방’이 한방에 날려버린 느낌이다. 썸을 타도 음식을 통해 가능하다는 걸 이영자는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이영자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허기만이 아닌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먹방이라니. ‘사랑은 비를 타고’가 아닌 ‘썸은 음식을 타고’를 보는 듯한 이영자의 먹방이라니.(사진:MBC)

JTBC 예능,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갈 때

 

JTBC가 방송사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는 데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썰전> 같은 독특한 시사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이나, <히든 싱어>처럼 역발상이 돋보이는 오디션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같은 외국인이라는 새로운 출연자군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어낸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스타 셰프들을 발굴해 쿡방의 저변을 넓힌 프로그램까지 JTBC 예능은 한 마디로 다양한 예능의 실험실처럼 보였다.

 


'아는 형님(사진출처:JTBC('

그리고 이들 예능 프로그램들이 화제가 되고 트렌드를 선도하게 되면서 JTBC의 이미지도 급상승했다. 새로움과 도전, 실험정신 같은 것들이 JTBC 예능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었으니 시청자들로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JTBC 예능 프로그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걸까.

 

<냉장고를 부탁해><비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은 물론 여전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만 초창기의 그 뜨거움은 많이 사라졌다. <님과 함께2>는 윤정수-김숙 커플이 투입되면서 부활했지만 최근 들어 시청률은 눈에 띄게 빠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조금 오래 방영된 프로그램들보다 신설된 프로그램들에 대한 반응들이다.

 

사실 JTBC가 작년 말부터 새로운 동력으로 투입한 건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거물들이다. 유재석을 투입한 <투유프로젝트슈가맨>과 강호동을 투입한 <아는 형님>, <마리와 나> 그리고 최근의 <쿡가대표>까지 여러 프로그램들이 런칭되었다. <투유프로젝트-슈가맨> 같은 경우는 역시 유재석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진화를 거듭해 2-3%대의 시청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윤정수-김숙이 투입되어 무려 4% 시청률을 넘겼던 <님과 함께2>와 비교해본다면 유재석이 투입된 프로그램치고는 좋은 성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강호동이 투입된 프로그램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아는 형님>은 정해진 포맷 없이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지만 2% 시청률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마리와 나>는 결국 종영을 앞두고 있다. <쿡가대표>2% 시청률을 넘기고는 있지만 그것이 강호동 덕분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강호동의 역할이 아직까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사실 프로그램이 잘 되고 안 되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즉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시도가 성패를 떠나 참신했는가 하는 점들이다. 프로그램의 성격만 보면 괜찮은 음악 예능이라고 볼 수 있는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나, 무정형의 예능을 추구하고 있는 <아는 형님>,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마리와 나> 같은 프로그램들의 시도가 나빴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강호동과 유재석은 독특한 자신들만의 캐릭터가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투입됨으로써 프로그램의 성격이 규정될 수 있을 정도다.

 

새로운 시도들을 했어도 그것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강호동이나 유재석 같은 거물급 MC들이 갖는 어떤 고정적인 이미지 때문일 수 있다. 그들이 투입됐을 때 늘 기대되는 면도 있고 때로는 그 비슷한 모습들이 이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역할을 해도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상황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강호동과 유재석의 문제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들이 JTBC 예능이라는 지대에 투입되어 생겨나는 화학작용의 문제다. 사실 강호동, 유재석처럼 이미 대중들에게 지상파 예능을 통해 어떤 이미지나 성격이 굳어져 있는 인물보다는 JTBC가 잘 해왔듯이 지금까지 예능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군(이를테면 외국인이나 셰프 같은)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모습이 훨씬 더 참신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미 지상파에서 뜬 인물을 투입해서 지상파 프로그램과 유사해지기보다는 차라리 전혀 다른 인물을 찾는 것이 훨씬 JTBC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초심이란 이럴 때 필요한 게 아닐까.

그 나물에 그 밥, 유사 콘셉트 베끼기 논란까지

 

아무리 대세라지만 이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건 아닐까. 셰프들이 방송의 블루칩을 자리하면서 너무 많은 유사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 <수요미식회>, SBS <백종원의 3대천왕>, <셰프끼리> 등등 방영되는 프로그램 수만도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많아진 쿡방, 먹방에 따라 셰프들의 방송 출연도 너무 많아졌다. 쿡방이 아니라도 셰프들은 이제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은 출연자 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거의 일주일 내내 채널만 돌리면 쿡방 혹은 먹방을 보게 되고 당연히 같은 셰프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게 요즘 방송의 일상이 되었다.

 


'셰프끼리(사진출처:SBS)'

물론 셰프들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쿡방의 원조격인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를테면 <냉장고를 부탁해>나 백종원 신드롬을 일으킨 <마이 리틀 텔레비전> 그리고 <집밥 백선생>이 그렇고, 좀 더 진지한 음식에 대한 정보 프로그램으로 자리한 <수요미식회>도 독특한 자기 색깔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스타로 등극한 백종원이나 최현석 셰프가 갖가지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말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셰프들도 너무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에서 소비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는 쉽게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의 시청률이 애초의 예상과 달리 갈수록 고개를 숙이는 건 어쩌면 이렇게 너무 많아진 쿡방 혹은 먹방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 한때 7.1%(닐슨 코리아)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계속해서 조금씩 떨어지더니 이제는 5%까지 추락했다. 경쟁 프로그램인 MBC <나 혼자 산다> 시청률이 5.5%까지 떨어졌다가 이국주와 황치열이 나오면서 9%까지 반등한 것과는 사뭇 엇갈린 행보다.

 

허세 셰프로 쿡방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최현석 셰프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지금 현재 셰프들의 방송 출연이 얼마나 많아졌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수요미식회>, <올리브쇼2015>, <한식대첩3(종영)>, <인간의 조건3>, <셰프끼리> 심지어 추석 특집으로 마련되었던 <어머니가 누구니>까지 출연했다.

 

그런데 셰프들의 출연이 비슷비슷한 조합을 이루면서 프로그램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여겨지게 되는 건 큰 문제다. 최현석 셰프와 함께 새롭게 대세 셰프로 등장한 오세득은 백종원의 자리를 채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빼놓고 보면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쇼2015>, <셰프끼리>, <인간의 조건3(게스트로 출연)> 등등 최현석 셰프와 거의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오세득 셰프는 또 그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마치 부장님과 사원처럼 콤비를 이룬 이찬오 셰프와 짝을 이뤄가고 있다.

 

물론 잘 나가는 셰프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자신들만의 매력을 방송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야 그리 잘못된 일이 없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조합으로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을 함께 나오는 모습은 프로그램의 변별력을 사라지게 만들고, 또 그들끼리 방송을 독식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과도하게 소비되는 쿡방과 먹방의 속도를 더 빨리하게 만들어 원조격인 프로그램들마저 금세 식상하게 만들어놓는다는 점이다.

 

셰프들이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비슷한 콘셉트의 방송들이 여러 방송사에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기보다는 이미 스타가 된 셰프들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결코 시청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이것은 방송 전체를 두고 볼 때도 과도한 쏠림 현상으로 제살 깎아먹기가 될 위험성이 있다. 셰프들 스스로도 어느 정도 방송을 자제할 필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기보다는 된다는 것에 우 몰려 비슷한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안이한 제작방식이 먼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나로 쏠리다보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왜 모를까.



<마리텔>, 백종원과는 사뭇 다른 오세득의 매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제 궤도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은 역시 백종원이다. 그는 쿡방을 통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요리 꿀팁을 알려주면서 특유의 적극적인 소통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초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백종원 천하가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가 잠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떠난 그 빈자리에 자리한 오세득 셰프에게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그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쿡방을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대신 독특한 오세득만의 아재개그가 의외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슷한 말을 갖다 붙여 툭툭 던지는 말장난에 어이없어 하던 시청자들도 차츰 그 아재개그가 중독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방송물좀 마신다며 물을 마시고, 새우를 건네며 여기 있새우라고 말하는 식의 개그는 처음 들으면 오글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아재개그의 융단폭격 속에서 시청자와 오세득 사이에 기묘한 밀당이 생겨난다. 아재개그라고 하면 어딘지 상사 밑에서 억지로 웃어주는 부하직원의 그림이 떠올라 웃지 말아야할 것 같은데 의외로 이 개그가 웃길 때가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웃지 말아야 하는데 웃기다는 그 포인트 때문에 점점 그 개그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오세득의 아재개그에 크롱셰프 이찬오는 과할 정도의 리액션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아무도 안 웃을 것 같은 그 개그에 빵빵 터지고 심지어 숨을 못 쉴 정도로 웃는 이찬오의 리액션은 마치 상사 앞에서 웃어주는 부하직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이 억지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터지는 웃음이라는 것이 조금씩 발견되면서 시청자들 역시 그에게 동화되어 간다.

 

이찬오의 아내인 김새롬이 방송을 함께 하면서 이 오세득의 아재개그에 빵빵 터지는 이 방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은 또 다른 재미를 만든다. 그것은 일종의 그들만의 동료의식같은 재미다. 타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웃음의 코드 속에 저희들끼리 키득키득대는 그 웃음은 그 자체로 그들만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놀라운 건 오세득의 쿡방에서 요리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쿡방을 하고는 있지만 그 레시피를 백종원 만큼 맛깔나게 전해줄 수는 없다. 대신 그가 가진 장기는 요리 만담이다. 그는 요리하면서 끝없이 개그를 던지고 그걸로 시청자들과 독특한 친밀감을 형성한다. ‘알고 보면 먹방이라는 누군가의 댓글은 그러고 보면 적확한 표현이다. 개그의 끝에 어느새 만들어진 요리를 맛나게 먹는 모습. 그것이 오세득의 쿡방의 특징이다.

 

결국 이렇게 자기만의 색깔로 백종원의 빈자리를 채운 오세득의 쿡방이 말해주는 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청자들과의 유대관계라는 점이다. 마치 나와 직접 얘기하고 있는 듯한 친밀감과 그들 사이에만 통하는 아재개그 같은 코드의 공유. 타인은 이해 못하는 웃음 속에서 더 끈끈해지는 관계는 오세득이라는 인물이 단 한 달여만에 확실한 자기 위치를 갖게 만들었다. 백종원과는 사뭇 다른 소통의 성공이다



게스트로 보이는 <삼시세끼>의 초지일관

 

tvN <삼시세끼>의 가장 큰 특징은 정착형 예능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곳을 계속 찾아가는 여행과는 달리, 한 곳에 정착해 그 곳의 변화과정에 집중한다. 늘 새로움을 줘야 하는 일반적인 예능으로서는 그리 유리한 설정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무료할 정도로 단조로워 보이는 풍경이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은도시인들의 로망을 건드렸다. 그저 하루 세끼 챙겨먹는 일이 해야 할 일의 전부인 시간들. 일 분 일 초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도시인들에게 그런 무료함은 어느새 판타지가 되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래도 예능 프로그램인지라 <삼시세끼>가 아무 것도 안할 수는 없다. 그래서 카메라는 옥순봉 세끼집 주변에 자라는 꽃을 벌의 시점으로 찍어 보여주기도 하고, 작물들이 자라나는 장면들을 생명의 신비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경이로운 장면들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반복적인 예능 프로그램의 패턴을 벗어나게 해주는 건 아니다. 그래서 <삼시세끼>는 게스트라는 변수를 활용한다. 새로운 손님을 초대함으로써 그들과의 새로운 이야기를 꾸려가는 것.

 

최근 <삼시세끼>의 게스트 활용법을 보면 쿡방 전성시대를 총망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집밥 백선생>에서 요리를 배워온 손호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15분 요리 대결을 벌이는 홍석천이 찾아온 데 이어 드라마 <파스타>로 버럭 셰프 캐릭터를 지금까지도 갖고 있는 이선균이 다음 게스트라고 한다.

 

그런데 쿡방의 주역들을 게스트로 출연시키면서도 거기에 <삼시세끼>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명민함이 돋보인다.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이 아니라 손호준을 게스트로 출연시키고, <냉장고를 부탁해>의 전문 셰프들이 아니라 연예인 요리사인 홍석천을, 그리고 <파스타>의 실제 모델이었던 샘킴이 아니라 그 드라마 주인공인 이선균을 출연시킨다는 건 특별한 선택이다. <삼시세끼>는 전문 셰프들을 출연시키지 않을까.

 

아마도 그것은 <삼시세끼>가 요리사들의 화려한 요리를 선보이는 쿡방과는 다른 결을 가진 예능이라는 걸 지키기 위함이 아닐까. <삼시세끼>는 요리사들의 예능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요리를 해먹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니 백종원보다는 요리 무식자에 가까운 손호준이 낫고, 요리만이 아니라 특유의 흥을 가진 홍석천이 훨씬 낫다. 물론 이선균은 요리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의 버럭 캐릭터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손호준은 <집밥 백선생>에서 배워온 강된장으로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김광규의 찬사를 받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삼시세끼> 내용 중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손호준이 김광규를 애잔하게 바라보는 그 관계가 훨씬 더 주목되었다. 홍석천이 출연한 방송분도 마찬가지다. 그가 선보인 태국식 요리들만큼 흥미를 준 것은 딱딱하게 타버린 빵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제빵왕 서지니의 변명이었다.

 

쿡방이 대세지만 <삼시세끼>는 그렇다고 전문 요리사들을 데려와 화려한 요리 쇼를 선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한 끼에 더욱 골몰하는 모습이다. 손호준이나 홍석천, 이선균이 모두 요리와는 관련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출연이 화려한 쿡방을 예고하지는 않는다는 점. 그래서 평범하고 보통인 한 끼를 고수한다는 점은 <삼시세끼>가 가진 일관된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일이다



<비정상회담>, 스튜디오에서도 연예인이 아니어도

 

벌써 1주년이란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1년 간 <비정상회담>이 만들어낸 파장은 적지 않았다.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너로 시작했지만 <비정상회담>은 적어도 토크쇼의 신기원을 만들었고, 그 분야에서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JTBC라는 플랫폼이 지상파와는 다르지만 그 플랫폼의 인지도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비정상회담>은 마치 돌연변이 같은 힘을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비정상회담>이 이끌어낸 건 외국인 출연자 전성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들이 방송을 통해 접해온 외국인들은 그저 한국말을 잘하는 신기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달랐다. 그들은 각국의 문화를 소개해주고 또 우리 문화에 대한 각자의 식견을 밝히는 지적인 인물들이었고, 한편으로는 언제든 재치 있는 끼로 즐거움을 줄줄 아는 존재들이었다. 이 진지함과 경쾌함의 조화 속에 우리가 갖고 있던 막연한 외국인들의 이미지는 좀 더 가까이 대중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비정상회담>이 놀라운 건 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온 토론의 주제가 논술시험에 내놔도 괜찮을 법한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각국의 문화에 맞춰 다채롭게 바라보는 주제에 대한 시선은 시청자들의 식견을 한층 넓혀주었다. 가벼운 문화의 차이에서부터 안락사나 동성애, 낙태, 전쟁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이 테이블 위에는 뭐든지 오를 수 있었다. 그것은 정상회담이 아닌 비정상회담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정상회담>이라는 예능의 테이블은 무거운 주제도 즐거운 토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외국인들이 나오고 또 그 토론 주제가 진지한 문제들이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비정상회담>이 지상파 토크쇼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늘 연예인들이 나와 그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털어놓는 것이 지상파 토크쇼가 오래도록 해왔던 것들이다. 한 때는 그것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지금은 식상해진 것이 사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이 아니어도, 또 사생활 토크가 아니어도(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충분히 된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뜨거운 화제에 오른 만큼 논란도 많았던 <비정상회담>이었다. 기미가요 논란이 터지기도 했고, 에네스 카야의 사생활 논란은 프로그램의 위기설을 만들기도 했다. 여러모로 외국인들이라는 새로운 인물군들을 출연시키면서 생겨난 논란들이었다. 지금껏 어떠한 전례도 없었기 때문에 이 경험은 향후 <비정상회담>에는 꽤 쓴 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출연자들에 대한 관리와 이문화를 다룰 때 조심해야 될 민감한 부분들에 대해 <비정상회담>은 비싼 수업료를 낸 셈이다.

 

무엇보다 <비정상회담>의 성과는 그간 야외 예능의 전성시대에 가려 점점 힘이 빠져가고 있던 스튜디오 예능에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스튜디오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문제라는 것. 새로운 인물군을 찾고 콘텐츠를 달리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비정상회담>은 보여줬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난 것이지만 <비정상회담>이 만들어낸 길은 의외로 넓고 새롭다. 그 길의 연장선으로서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했을 것이다. 외국인 대신 셰프를 세우고 그들의 콘텐츠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튜디오물을 만든 것이 이제는 셰프의 전성시대로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스튜디오물의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비정상회담>1년은 그래서 지금 현재 예능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의 1년이 더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냉장고> 맹기용 논란, 끝없이 제기되는 까닭

 

이번엔 레시피 도용 논란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맹기용을 출연시킨 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첫 출연에서부터 줄곧 제기되어온 자격 논란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가지치기를 해가는 형국이다. 그는 연달아 2연승을 거뒀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영 곱지만은 않다. 항간에는 일종의 짜고 치는 고스톱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건 이 문제가 맹기용의 문제에서 점점 프로그램의 문제로 커져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호사다마(好事多魔). 현재의 <냉장고를 부탁해>에 딱 어울리는 얘기다. 가장 잘 나가던 그 시점에 맹기용이 출연하면서부터 이런 논란을 반복해서 겪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초반에 간단히 진압될 수 있는 논란이었다. 처음 맹기용 출연에 대해 대중들이 불편함을 드러냈을 때 그걸 선선히 수용했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맹기용에 대한 예의를 거론하며 계속 방송을 내보냈다.

 

문제는 이것이 맹기용 본인에게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만일 처음 만든 맹모닝논란으로 조기 퇴진되고 그것을 맹기용 자신도 선선히 받아들였다면 그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 강행은 이미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맹기용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는 그를 두둔하는 셰프들의 이야기까지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번 오징어를 이용해 만든 소시지, 이른바 오시지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거기에 대한 써니의 리액션이나 셰프들의 반응 하나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맹기용에 대한 불편한 시선 때문에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레시피 도용이라는 문제제기 역시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즉 이 프로그램은 <한식대첩>이 아니다. 경합 자체보다는 15분 만에 한정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보이는 일이 중요한 것. 어딘가 있는 레시피를 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란이 터지는 건 맹기용에 대해 대중들이 갈수록 불편한 시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엄친아 이미지와 짧은 요리 기간에도 불구하고 쉽게 방송과 광고에 입성한 이미지는 이런 불편함을 더욱 크게 만든 요인들이다. 맹기용은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어찌 보면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대중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존재처럼 인식됐다는 점이다.

 

이건 캐스팅 논란에 가깝다. 그러니 방송을 통해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제작진 입장에서는 대중들의 이런 반응이 의외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볼 권리를 시청자가 가진 만큼, 시청자들을 보지 않을 권리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맹기용은 이런 시선 속에서는 열심히 하고 또 대결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결국 진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콘텐츠로 승부해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그 어떤 쿡방과도 차별화된 콘텐츠가 이 프로그램을 주목시켰고 거기 출연한 셰프들 또한 스타덤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만 갖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좋은 콘텐츠와 함께 필요한 건 소통능력이다. 소통의 부재는 작은 일도 크게 만든다. 우리가 메르스 사태를 통해 겪은 것처럼



무존재감의 존재감, 정형돈 전성시대의 비밀

 

물론 <무한도전>에서부터 정형돈의 자기 존재감은 독특하면서도 확실했다. ‘무존재감의 존재감으로 불리는 그는 사실 콩트 코미디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들어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차츰 하나의 캐릭터가 되었다. 너는 왜 다 잘 하는데 웃기질 못하니? 이런 동료 출연자들의 농담은 그에게는 농담만은 아니었을 게다.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이라니.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그런데 이 무존재감은 다른 면으로 보면 보통 서민들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그 누가 보통 서민의 존재를 알아봐 줄 것인가. 정형돈은 그렇게 일단 서민들의 공감대와 지지를 어느 정도 얻기 시작했고, 그걸 바탕으로 한 발씩 앞으로 나와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엉뚱하다. 누가 봐도 잘 나가는 이들을 디스하고 나선 것이다.

 

유명 작곡가인 정재형에게 노래가 꽝이라고 디스를 하고, 누가 봐도 패셔니스타로서 주목받던 지드래곤에게 패션 감각이 꽝이라며 손수 거리의 보세 옷을 사서 입혀 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최근에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셰프들을 디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현석 셰프가 과장된 몸짓으로 요리를 할 때, 그는 허세 쩔어!”하고 외친다.

 

작곡가에게 노래 실력이 꽝이라고 하고, 아이돌에게 패션감각이 없다고 말하며 요리사에게 허세라고 하는 말은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정형돈이 하는 디스는 이상하게도 받아들여지고 심지어 디스 당하는 이들을 주목시키기까지 한다. 그의 디스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건 그의 디스가 얼토당토않다는 전제다. 그의 캐릭터는 말 그대로 무존재감이고 비전문가다. 그리고 그것은 캐릭터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니 그가 그렇게 자신감있게 전문가들을 디스하는 장면에서는 두 가지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하나는 그의 과감한 디스가 서민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대변해주면서 속 시원함을 안겨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디스 받는 인물들을 서민 친화적인 인물로 다가오게 해준다는 점이다.

 

정형돈이 최현석 셰프를 그렇게 허세라고 놀리고, 또 김풍에게 연거푸 진 샘킴 셰프에게 위로는커녕 자극적인 디스를 하는 과정에서 허세를 부릴 줄도 아는 최현석 셰프의 재미짐과 샘킴 셰프의 인간적인 면모가 조금씩 드러났다. 그가 케미 킹으로 불리게 된 건 바로 이런 주고받는 시너지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디스 하나로 자신의 존재감도 살리고 상대도 주목받게 해준다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정형돈 전성시대는 그저 그만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는 면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현재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례가 되어준다. 만일 그가 과거 무존재감을 벗어나려고 엉뚱한 노력을 했거나 다른 캐릭터를 인위적으로 연기하고 만들어내려 했다면 어땠을까. 그 부자연스러움으로 인해 지금 같은 전성기를 맞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형돈은 가장 낮은 위치에서(그는 참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저마다 가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남의 것을 따라하거나 흉내 내려 하지 말고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걸 적극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으로 충분히 자기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정형돈은 그걸 증명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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