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와 다문화, ‘한끼’에 고스란히 녹아든 시대의 풍경들

꼭꼭 닫혀 있는 문 저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각자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그래서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저녁 시간 가족들이 둘러앉아 한 끼 식사를 나누는 그 정경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허기를 채워주는 훈훈함 같은 공감의 정서가 흐른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기능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서로 남남으로 살아가지만 저녁 시간 한 끼가 주는 그 공감의 정서 아래, 잠시 문을 열고 그 삶의 풍경을 보여주며, 그리하여 각각 다른 삶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사실은 동시대의 공감지대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수원 화서동에서 소녀시대 유리와 써니가 밥동무로 함께한 <한끼줍쇼>는 그런 점에서 왜 이 프로그램이 우리의 마음을 잡아끄는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강호동과 유리에게 선뜻 문을 열어준 단란한 가족은 서로 막걸리를 나누며 기분 좋은 훈훈함을 보여줬지만, 과거 아버님과 어머님의 연애시절 이야기에서는 당대 민주화 시절의 결코 쉽지 않았던 시대의 정경이 느껴졌다. 

마침 그날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왔다는 이 부부는 어딘지 모르게 느껴진 시대의 공기는 아버님이 과거 운동권 출신으로 수배됐을 때 처음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배된 처지에 결혼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아버님에게 오히려 어머님이 결혼하자 청혼을 했다는 것. JTBC 손석희 사장의 오랜 팬임을 밝히고 <백분토론>에도 참여했다는 어머님이 손 사장에게 감사와 지지의 영상편지를 보내는 대목에서는 최근의 촛불정국의 풍경이 겹쳐졌다. 그저 한 끼를 나누는 자리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의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담겨졌던 것.

8시 마감시간에 임박해 고맙게도 이경규와 써니에게 문을 열어 준 집은 <한끼줍쇼>에서는 최초로 방문하게 된 다문화가정이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남편과 성격 좋은 아내 그리고 예쁜 아이가 살아가는 집. 아직은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남편분과 서투른 영어로 나누는 대화가 조금은 낯설고, 마침 별로 준비된 게 없어 짜장라면 한 그릇씩을 나누는 저녁 한 끼였지만 그럼에도 공감대는 충분히 있었다. 특히 걸그룹을 좋아하는 남편분은 소녀시대의 노래를 잘 알고 있어 그 이야기만으로도 서먹함을 지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며 느낀 고충이 없을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 대꾸를 하지 않는다며 고함을 지르며 따라온 어느 사내의 이야기와 지하철에서 자신을 치고 침을 뱉고 갔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는, 그걸 듣는 이경규나 써니에게도 화가 나는 일이었다. 써니는 “그건 한국 분들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그 분이 이상한 것”이라고 그 속상함을 공감했다. 

민주화와 다문화. <한끼줍쇼>가 수원 화서동의 어느 집에서 보여준 풍경 속에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변화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 가족과 함께 나누는 한 끼 밥상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과 함께 이어졌던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 자락이 담겨졌고,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 또한 자연스럽게 얹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그런 변화들을 겪고 있는 저마다의 가족들이 문을 열고 다른 이들과 함께 밥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훈훈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는 걸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써니에게 이경규가 한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괜찮아. 어차피 나도 그쪽도 서로 어색해. 그런데 얘기하다 보면 정이 들고 심지어 헤어질 때는 좀 아쉽게 느껴지더라.”

연애가 아이돌에게 미치는 영향

 

아이돌도 사람이다. 그러니 적당한 나이에 누군가를 만나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가 이상한 일이다. 활짝 피어난 청춘들이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건. 그건 과장되게 말하면 청춘의 방기다. 그러니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그들이 모태솔로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아이유(사진출처:로엔트리)'

아이유가 장기하와 사랑에 빠졌다. 디스패치가 또 하나의 특종을 낚았다. 이런 특종이 나올 때마다 이제는 무슨 큰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이런 연예인 열애 특종이 보도되는가 하고 되묻곤 한다. 물론 그건 음모론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십성 연예인 뉴스들은 많은 정치적 현안들을 덮는 것이 사실이다. 국정 교과서 논란 같은 중대한 사안들은 연예인 뉴스들에 슬쩍 가려져 이슈를 분산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유의 열애설이 보도된 후 그 반응이 흥미롭다. 과거 같으면 팬들의 실망 가득한 토로들이 나아가 반감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을 게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러려니 한다. 하긴 사랑할 때도 됐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상대가 대중들에게 호감인 장기하라는 사실도 물론 작용한다. 하지만 아이유가 그간 보였던 음악적 성취들이 이런 열애설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쿨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아이유는 작년 꽃갈피라는 리메이크 앨범을 통해 김창완의 너의 의미’,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같은 옛 노래들을 다시 히트시켰다. 물론 이전에도 그녀는 김광진이나 윤상, 이적 같은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신구세대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꽃갈피에서 아이유의 감성은 더 짙어졌다. 원곡을 거의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성숙해진 노래의 해석력을 보여줬다.

 

서태지와 함께 소격동으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드라마 <프로듀사>에 삽입됐던 마음은 놀라운 감성과 더불어 거의 시에 가까운 가사가 한결 원숙해진 음악적 성취를 보여줬다. ‘툭 웃음이 터지면 그건 너. 쿵 내려앉으면은 그건 너. 축 머금고 있다면 그건 너. 둥 울림이 생긴다면 그건 너.’ 도대체 이런 가사를 그렇게 깊어진 감성으로 불러내는 데야 웬만한 목석도 마음이 흔들릴밖에 도리가 없을 게다.

 

물론 필자 맘대로 상상하는 것이지만, 아마도 아이유의 이런 깊어진 감성은 사랑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을 나눈다는 건 그 사람을 성숙하게 해주는 일이다. 장기하와 아이유가 가까워진 건 음악적 교감이 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김창완이라는 인물을 가운데 두고 장기화와 아이유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소녀시대는 한 때 더 이상 소녀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소녀들이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태연과 엑소 백현의 열애와 결별은 큰 화제가 되었다. 갖가지 가십성 추측 기사와 과장된 해석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두 사람은 쿨하게 같은 소속사의 좋은 선후배로 남게 됐다고 밝혔다. 사람 사이의 사랑과 결별은 그 당사자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겪으며 갖게 되는 아픔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성장통이 되기 마련이다.

 

이번 소녀시대가 발표한 라이온 하트가 좋은 반응을 얻더니 태연이 솔로로 내놓은 곡들이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타이틀 곡 ‘I’는 지금껏 태연이 솔로로 발표했던 곡들과는 사뭇 다른 색깔로 그녀의 음악적 성숙을 보여준다. 마치 팝음악을 듣는 듯한 비트에 태연 특유의 쭉쭉 뽑아 올리는 시원스런 고음은 외국의 팝 디바를 만나는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앨범에 있는 ‘U R’은 익숙한 태연 특유의 발라드 감성이 느껴지는 곡이다.

 

물론 아이돌들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며 그로인해 성숙해지면서 음악도 성장했다는 건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아이유나 소녀시대 그리고 태연의 음악은 확실히 성숙해져 있다. 아마도 이제 아이돌의 열애에 대해 대중들이 보내는 이 쿨한 반응들은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드러나지 않았어도 사실은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것이라는 걸 모두가 예상한 바라는 것이며, 나아가 그 일련의 정상적인 과정들이 음악에도 성숙된 결과로 돌아오게 해준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아이돌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에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좋은 음악으로 팬들에게 되돌려질 테니. 적어도 아이유와 소녀시대 태연에 있어서는 분명.



방송이 장악한 음원, 발 빠르게 대처한 YG

 

우리도 다음엔 <무한도전>, <쇼미더머니>에 나가려 한다.” MBC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한 소녀시대는 이렇게 말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얘기였다. 음원차트를 몇주 째 장악하고 있는 <무한도전><쇼미더머니>의 강력한 힘을 에둘러 말하면서 그 와중에도 차트 역주행을 한 자신들이 대견하다는 걸 말하는 대목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농담 섞인 얘기였지만 소녀시대의 이야기는 지금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음원차트를 들여다 보라. 1위부터 10위까지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나왔던 음원들과 <쇼미더머니4>에 올랐던 음원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박명수와 아이유가 함께 한 레옹이 부동의 1위이고, 그 밑으로 황광희와 지드래곤, 태양이 부른 맙소사2위이며, 3위는 <쇼미더머니4>에서 송민호가 태양과 함께 부른 이다.

 

그나마 10위 권에 소녀시대의 ‘Lion heart’가 들어있다는 게 이례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음원차트 20위 정도까지는 사실상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나왔던 가수들의 음원과 <쇼미더머니4>의 음원들이 채워지고 그 후부터 순수하게 음원을 낸 가수들의 곡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에이핑크의 ‘Remember’나 현아의 잘 나가서 그래같은 곡들도 이 밑에 들어가 있다. 평상시라면 10위 권에 충분히 들어갔을 곡들이다.

 

이쯤 되면 가수들의 볼 멘 소리도 나올 법 하다. 제 아무리 음원에 공을 들여도 방송에 출연해서 부른 곡에 밀려버리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나온 음원들은 이벤트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가수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보니 음악 본연의 힘만큼 프로그램이 보여준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오버랩 되면서 생겨난 힘이 더 크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방송이 장악한 음원차트를 들여다보면 유독 YG의 강세를 느낄 수 있다. <무한도전>에 참여한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은 황광희와 함께 맙소사를 차트에 올렸고, 위너의 송민호는 역시 <쇼미더머니4>에서 태양과 부른 을 차트에 올렸으며 타블로, 지누션이 인크레더블과 함께 부른 오빠차도 차트 상위에 올라있다. 놀라운 건 이 <무한도전><쇼미더머니>의 공세 속에서도 빅뱅의 노래들이 10위부터 20위 사이에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빅뱅의 곡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무한도전><쇼미더머니>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빅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영향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니 모든 기획사들이 어떻게든 방송과 공조하려 애쓰고 있지만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게 YG. 어쨌든 방송이 가진 위력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제 가수가 아무런 방송과의 공조 없이 음원을 내서 주목을 받는다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일찌감치 YG<K팝스타>를 통해 SBS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도 빅뱅이 거의 계속 출연하며 고정적인 지분을 마련하고 있다. Mnet <쇼미더머니>의 경우는 작년 바비가 우승한 데 이어 올해는 송민호가 2위를 차지했다. YGKBS와 소원했던 관계도 최근 들어 화해 분위기로 바꾼 바 있다.

 

이 정도의 흐름이면 지금의 음원 차트에서 유독 돋보이는 YG의 힘을 그저 우연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방송이 음원차트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있지만 이제 이 제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쨌든 방송은 이제 음원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 된 것. YG의 발 빠른 대처와 그 결과는 향후 음원시장이 어떤 풍경이 될 것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소녀시대의 너스레가 그저 농담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내 생애 봄날’ 수영이 제시한 소녀시대 롱런 해법

 

제시카의 탈퇴로 소녀시대는 우울하지만, 수영은 봄날을 맞은 것 같다.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MBC <내 생애 봄날>은 그녀에게 확실한 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별 기대 없이 봤던 시청자들도 수영의 연기에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내 생애 봄날(사진출처:MBC)'

실제로 수영의 연기는 <내 생애 봄날>의 이봄이라는 캐릭터에 거의 녹아들어 있다. 거기에는 캐릭터와 수영의 실제 성격이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연기를 위한 보이지 않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을 것이란 걸 드라마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멜로드라마에서의 연기가 힘든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감정 선을 함께 맞춰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즉 처음에 만나 차츰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의 심리변화를 통해 보여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영과 감우성의 밀고 당기는 케미는 분명 보는 이들에게 이물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은 상대역인 감우성의 공이 크다. 감우성은 특유의 힘 빼는 연기<내 생애 봄날>이라는 드라마 전체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과장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편안하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조차 그 편안함 속에서 실제 같은 연기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영이 거기에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영은 이번 연기를 통해 자신의 길을 확실히 찾아낸 것 같다.

 

최근 제시카의 탈퇴 혹은 방출이야기로 소녀시대는 우울하다. 하지만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하나의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 대중들은 소녀시대가 영원한 소녀시대로 남겨지길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바람이다. 즉 소녀들은 성장하고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 순리다. 다만 그 과정과 절차가 상처를 덜 주고 더 주는 것의 차이를 남길 뿐이다.

 

제시카는 소녀시대에서 분명 자신의 역할을 했지만 그것이 온전히 자기 혼자만의 영역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소녀시대의 그 어떤 멤버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태연이 <히든싱어3>에서 2회전에 소녀시대의 (gee)’를 부르고 탈락하는 이변을 낳은 것은 역시 소녀시대는 전체가 함께 모여야 완전체가 된다는 걸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제시카가 소녀시대와 분리되는 것에 대해 팬들의 우려가 생기는 것일 게다. 즉 개인의 성장과 꿈은 저마다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탈퇴나 방출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소녀시대라는 완전체를 유지해가면서 그것을 해나갈 수 있게 소속사가 어떤 배려나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아도 영원히 9명의 멤버가 똑같이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소녀시대에 공식적으로 남았건 아니건 큰 틀에서는 제시카의 선택도 어느 정도는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앞으로 소녀시대를 어떻게 유지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해법으로서 수영이 <내 생애 봄날>에서 보여주는 호연은 괜찮은 답이 아닐까 싶다. 써니가 <룸메이트>에 출연해 특유의 예능감을 보여주고, 태티서가 소녀시대의 새로운 유닛으로 신보를 발표하는 등의 모습은 이제 앞으로 소녀시대의 활동이 모두가 함께하는 것만큼 각자 자신들의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따로 또 같이면 어떠랴. 수영이 <내 생애 봄날>에서 드디어 자신의 영역으로서 연기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괜찮은 성취를 보여주는 모습은 그래서 우울한 소녀시대에 따뜻한 봄날의 위로를 안겨준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 것이고, 그 상처는 그녀들을 더 성장시킬 것이다. 소녀시대라는 틀에만 자꾸 머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며 그 틀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향후 소녀시대라는 걸 그룹이 롱런하는 길이 아닐까.

 

제시카의 소녀시대 탈퇴가 말해주는 것

 

다가오는 공식 스케줄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었으나, 회사와 8명으로부터 오늘 부로 저는 더 이상 소녀시대의 멤버가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저는 소녀시대 활동을 우선시하며 적극적으로 전념하고 있는데, 정당치 않은 이유로 이런 통보를 받아서 매우 당혹스럽다.”

 

'소녀시대(사진출처:SM엔터테인먼트)'

소녀시대 제시카가 SNS에 남긴 짤막한 글은 대중들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런 일로 다가왔다. 그만큼 의혹도 클 수밖에 없었다. 탈퇴냐 방출이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그녀의 연인으로 알려진 타일러 권이라는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하루 종일 랭크되었다.

 

이유에 대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제시카가 타일러 권과 사업적으로도 얽혀 있어 소녀시대의 단체 스케줄과 마찰을 일으켰다는 얘기도 나왔고, 그런 사업이 소녀시대 전체의 이미지를 도용하는 듯한 뉘앙스에 대한 불편함도 제기되었다. 제시카의 글에는 일방적인 통보의 뉘앙스가 들어 있지만, 이전부터 제시카의 단독 행보에 쌓인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SM측은 밝혔다.

 

탈퇴인지 방출인지, 그게 어느 것이든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제시카 탈퇴 혹은 방출 같은 사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소녀시대는 그 이름에 걸맞게 우리네 걸 그룹의 대명사처럼 된 존재들이다. ‘소녀들이 가진 그 풋풋함과 활력 하나만으로도 이미 대중들의 마음에 들어왔던 그녀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녀라는 아이콘은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녀시대라는 걸 그룹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녀들은 어느새 성장했고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다.

 

윤아, 수영, 티파니에 이어 태연 그리고 이제는 제시카까지. 소녀시대가 연애시대가 됐다는 건 이제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그 나이에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그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제시카의 일로 또 하나 상기되는 건 이제 이 소녀들이 사업을 꿈꿀 만큼 훌쩍 자라나 있다는 점이다. 걸 그룹으로서 음악 활동에만 집중하던 소녀시대가 이제는 제각각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들이 이제 더 이상 우리가 그간 생각해왔던 그 어린 소녀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물론 8인의 소녀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것이다. 제시카 역시 단독으로 충분히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가수다. 팬들 역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줄 것이다. 그들의 말대로 소녀시대는 영원한 소녀시대니까.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녀들이 점점 여인으로 성장해가고 그 성장한 만큼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란 점에서 소녀시대는 이미 한 시대를 떠나보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제시카의 탈퇴 혹은 방출은 이제 이 소녀시대라는 한 틀로서만 보이던 멤버들이 각각 한 사람씩의 존재로 분리되어가는 현 과정을 드러낸다. 성장과 독립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팬들로서는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히든싱어> 제작진이 저지른 몇 가지 실수

 

JTBC <히든싱어>에서 소녀시대 태연이 2회전에서 탈락한 사실로 인터넷이 뜨겁다. 탈락한 곡이 태연의 솔로곡이 아니라 소녀시대의 (Gee)’였다는 것은 논란의 빌미가 되고 있다. 즉 자기 파트도 아닌 부분을 태연이 부르게 해놓고 진짜와 가짜를 찾으라는 건 복불복에 가깝다는 것.

 

'히든싱어(사진출처:JTBC)'

사실이 그렇다. 노래의 정체성은 단지 목소리의 정체성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즉 비슷한 목소리라도 어떤 노래를 어떤 방식으로 발성해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소녀시대의 (Gee)’에서 태연이 제 목소리를 내는 건 사실상 자기 파트뿐이다. 혹여나 행사 같은 데서 다른 파트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다른 파트를 부르는 태연은 낯선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즉 소녀시대가 아닌 태연을 <히든싱어>의 무대에 세웠다면 그녀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곡이 선별됐어야 했다. 이런 잘못된 선택을 갖고 태연의 경우 소녀시대 보컬로서의 의미가 가장 크다며 그래서 소녀시대의 노래 1을 넣었다는 건 대중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무려 9명의 목소리가 들어있는 곡이다. 그것 자체도 일반인들은 구별하기 애매모호한데 그런 곡을 갖고 태연의 목소리를 구별해낸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물론 조승욱 PD가 왜 이런 논란을 억울해하는지는 이해되지 않는 바가 아니다. 그는 <히든싱어>가 누가 노래를 잘 하느냐를 가리는 경연이 아니며, 또 진짜와 가짜만 가리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싱크로율만 따져 기계적인 판정을 내리는 곳이 아니라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는 <히든싱어>가수의 음악세계와 발자취를 음미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좋은 의미다. 하지만 그것은 의미일 뿐,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재미 부분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히든싱어>가 그가 말하듯 가수의 음악세계와 발자취를 음미하는 시간이라면 그냥 팬 미팅을 하거나 몇 주년 기념 쇼를 하면 된다. 굳이 <히든싱어>라는 형식을 빌어서 무대를 꾸밀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히든싱어>의 핵심적인 재미는 그가 부정하는 부분에 다 들어가 있다. 가수와 일반인이 함께 무대에 오르지만 실제 이름과 얼굴이 가려져 있고 오로지 목소리로만 들리는 무대에서 누가 노래를 더 잘할까가 대중들은 궁금하다. 또 자신이 뽑은 인물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가 궁금하고, ‘싱크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재미 부분을 떼어놓으면 남는 건 그저 밋밋한 팬 미팅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재미 부분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승승장구한 것이다. 그런데 태연 탈락의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재미 부분이 핵심이 아니고 오히려 다른 의미가 핵심이라고 말하는 건 궁색한 변명이다. 태연 탈락 논란에는 <히든싱어> 제작진의 명백한 잘못과 실수가 들어 있다.

 

사실 아이돌 그룹을 <히든싱어> 같은 프로그램에 세운다는 건 여러 모로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아이돌 그룹은 리드 보컬이라고 해도 전체 곡 속에 일부로서 기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작진이 태연의 곡 선정을 통해서 거론한 것처럼 그 리드 보컬은 아이돌 그룹을 배제하고는 온전한 정체성을 보여주기 어렵다. 여기에 자가당착이 있다. 그런 이유로 아이돌 그룹이 단체로 부르는 곡을 선정해 놓으면 이번 태연 탈락 논란 같은 사태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뒤늦게 제작진은 앞으로 아이돌 그룹 출연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조승욱 PD 말대로 중도 탈락이 불명예가 되지 않는 곳이 바로 <히든싱어>. 조성모의 탈락은 어떤 면에서는 그 옛 목소리를 여전히 기억하고 똑같이 재현해내는 놀라운 팬심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탈락했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합당한 룰에 의해 탈락했냐 아니냐의 문제다.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실수와 시행착오는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실수와 시행착오가 훗날의 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이를 스스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본인은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의도하지 않아도 벌어진 명백한 실수와 잘못을 다른 이유를 들어 자꾸 부정하는 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제작진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

 

멘붕의 시대, 힐링 예능에 주목하는 이유

 

“깜짝! 멘붕이야!” 소녀시대의 신곡 ‘I got a boy'에서 윤아가 부르는 대목에도 들어있듯이 이제 ‘멘붕’이란 말은 신조어에서 일상어가 되어가고 있다. 멘탈붕괴는 ‘정신이 무너질 정도로 충격을 받은 상태’를 뜻한다. 지극히 자극적인 단어지만 이만큼 작금의 사회가 주고 있는 충격의 강도를 잘 표현하는 것도 없다. 상상조차 힘든 사건과 사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무엇 하나 우리를 떡 하니 기대게 해주는 절대적인 가치가 부재한 시대, 우리는 이 불안함의 끝단에서 ‘멘붕’을 외친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웃음을 잃게 만드는 멘붕의 시대는 예능에서도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힐링 예능’이다. 작년 <힐링캠프>가 ‘힐링’이라는 단어를 토크쇼의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그 트렌드를 알린 이후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른바 ‘힐링 예능’은 좀 더 본격화된 양상이다. 물론 <힐링캠프>라는 토크쇼 형식은 이미 <무릎팍도사> 같은 1인 게스트의 내밀한 속내를 파고드는 토크쇼에서부터 시도된 것이지만, 그래도 달랐던 것은 그 특유의 공기일 것이다. <힐링캠프>는 무언가 마음을 풀어놓고 허심탄회해질 수 있는 ‘힐링’의 느낌을 부여했다.

 

작년 말에 특집이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땡큐>는 <힐링캠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진짜 ‘힐링’에 더 접근한 프로그램이다. ‘스님, 배우 그리고 야구선수’라는 부제를 달았던 것처럼 이 프로그램에는 작년 한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힐링의 대명사가 된 혜민스님과, 컴패션 활동으로 나눔과 기부의 아이콘으로 자리한 차인표, 그리고 이제는 은퇴했지만 국민적인 영웅이었던 박찬호 선수가 한 자리에 출연했다. 이들은 강원도 오지로 들어가 잠시 ‘멈춰진 시간’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간의 마음이 하나로 엮어지는 경험을 전해줌으로써 ‘힐링’의 진면목이 바로 그 ‘함께 한다’는 것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작년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가 정규방송으로 정착한 <인간의 조건> 역시 ‘힐링 예능’의 정수를 보여준 바 있다. 휴대폰, 인터넷, TV가 없이 한 공간에서 일주일 간 생활하는 개그맨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포착했다. 흥미로운 건 그 문명의 이기들이 사라지면서 그간 그저 지나치기 일쑤였던 그들의 관계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전화 한 통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애틋해졌다는 것. 문명이 편리함을 주는 대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무덤덤하게 만들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 문명을 빼놓음으로써 인간 본연의 조건을 찾아내는 ‘힐링’을 선사한다.

 

최근 방영해 호평을 받고 있는 <일밤>의 새 코너, <아빠 어디가> 역시 힐링 예능이다. <아빠 어디가>는 철부지 같은 아빠들이 평소에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던 아이들과 함께 1박2일로 여행을 떠나서 추억을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가는 곳이 문명과는 떨어져 있는 시골이라는 것. 게다가 아빠들은 휴대폰도 반납하고 아이들 밥도 챙겨야 하고 잠자리도 보살펴야 하는 그런 미션들이 주어진다. 바로 이 ‘멈춰서는 과정’에서 이른바 힐링이 이뤄지게 되는 것. 집에서는 하지 못했던 아이 돌보기를 통해서 아이와 아빠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를 다시 재정립하게 되는 것도 힐링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멘붕의 시대는 어쩌면 그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해가는 세상에 휘둘리면서 정작 자신을 잃어가는 것에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힐링 예능’들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이들 프로그램들이 모두 지금의 속도와의 차단을 전제했다는 것은 바로 그것이 멘탈 붕괴된 정신을 ‘힐링’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강원도 오지로 떠나거나, 문명의 이기를 차단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오롯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인간의 체온을 복원하는 것. 바로 이 따뜻함이 ‘힐링 예능’에 대중들이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대중의 시대로 접어든 음악, 이제 주인은 대중이다

 

“방송사의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국내 음원시장의 독과점을 발생시켜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내수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가 최근 음원차트를 장악하고 있는 <무한도전> 음원에 대해 내놓은 성명이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한 논리다.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활용해 음원을 내놓으면 그것이 기존 음반 제작자들이 내놓는 음원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제작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내수시장을 교란하게 되며 또 방송 스토리텔링과 연관된 특정 장르의 음원들만 쏟아져 나와 다양성을 해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한류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이 논리가 정당하려면 지금껏 기획사들은 방송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음원을 홍보하거나 소속 가수들을 방송 프로그램에 내보내지 않고 순수하게 음악 활동만 해왔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그들 역시 방송의 힘을 활용해 음원 수익을 극대화하려 노력해오지 않았나. 지금껏 우리네 음원시장이란 몇몇 기획사들과 방송사 간의 담합에 가까운 관계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음원시장의 독과점은 이미 몇몇 대형 기획사들과 방송사의 밀월관계 속에서 유지되어 왔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르의 다양성? 당연히 있을 수가 없었다. 연말특집으로 기획된 쇼 프로그램에서 몇몇 아이돌 그룹들이 타 그룹의 노래를 콜라보레이션하며 불렀는데 그다지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는 웃지 못할 뼈있는 농담이 있듯이, 늘 비슷비슷한 코드와 춤의 반복이 있었을 뿐이다. 결국 연제협의 이 얘기는 무언가 대단한 대의를 갖고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연제협의 논리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그 비판이 <무한도전>을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품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연제협의 논리 속에 ‘대중’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대중음악이 아닌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대중들의 선택은 그 자체로 옳을 수밖에 없다. 음악의 퀄리티를 얘기하지만 퀄리티가 높다고 해서 대중들이 반드시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이것은 전문가들의 오만이다. 도대체 음악의 퀄리티를 순위 매길 수 있는 기준이란 것이 어떻게 존재한단 말인가.

 

방송사가 늘 비슷비슷한 음악만 음원차트에 올라오던 것을 교란(?)한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방송사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내놓는 음원들이 그렇다. <나는 가수다>가 그랬고, <슈퍼스타K>가 그랬으며, 지금도 <K팝스타>나 <위대한 탄생>은 계속해서 새로운 음원들을 차트에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음원들은 과연 ‘교란’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기존 가요계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중들이 이들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했던 것은 매번 판에 박은 듯이 찍혀져 나오는 기획사 음악들에 지치고 식상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엄청난 가창력의 가수들을 복원해냈고 ‘듣는 음악’을 되살려냈다. <슈퍼스타K>나 <K팝스타>는 기획사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직은 미완의 보석들을 대중들과 함께 찾아냄으로써 진정한 ‘대중가수’의 탄생을 가능케 했고 음악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도 큰 기여를 했다. 버스커버스커 같은 밴드를 어떻게 기존 기획사가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인가. 발굴했다 해도 기존 트렌드에 맞춰내느라 본래 색깔을 다 지워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음악의 다양성 운운하거나, 음악의 퀄리티를 운운하기 전에 가슴에 먼저 손을 얹을 일이다. 다양성과 퀄리티를 떨어뜨린 것은 오히려 기존 기획사들일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한류와 K팝을 만든 장본인들이 누구냐는 식의 질문을 던질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시 그 질문을 되돌려보자. 과연 한류와 K팝을 만든 장본인들은 진정으로 몇몇 기획사들과 거기 소속된 가수들일까. 아니다. 그들 이전에 대중이 있었다. 우리의 한류를 만든 것은 그것을 소비해주고 때로는 꼼꼼한 비판과 애정어린 시선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준 대중들이다.

 

그리고 바야흐로 그 대중들이 생산된 것을 그저 소비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스스로 생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누구나 카메라로 찍고 편집하고 올릴 수 있는 미디어 변화가 영상의 대중화 시대를 만들었듯이, 이제는 누구나 프로그램 몇 개를 받아 간단하게 작곡을 할 수 있는 음악의 대중화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이제 음악을 즐기는데 있어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는 그만큼 얇아졌다. 문화의 일상화 경향은 대중의 시대가 보여주는 가장 특징적인 현상이다. 당연히 연제협 같은 기득권을 누리던 전문가 집단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번 박명수가 만든 일련의 곡들은 전문가가 같이 하지 않았던 순수 초보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불안감을 더 증폭시킨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의 시대는 수직적 사회 체계 속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그들은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일종의 필터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예술이나 문화에 있어서 순위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과거 1등 짜리 곡이 음악적 성취도에 있어서도 1등이라고(사실 이런 순위 자체가 어렵다)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저 수직적 사회 체계에 대한 대중들의 수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누구나 작곡을 하고 싶으면 간단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약간의 교육을 받으면 컴퓨터만 갖고도(심지어 스마트폰으로도) 곡 하나쯤은 뚝딱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그러니 순위 같은 수직적 개념은 무의미해진다. 다만 모든 것이 수평적으로 나열되고 그것이 다양성의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무한도전> 음원이 음원차트 상위에 랭크되면서 생겨난 논란과 잡음은 이미 접어든 음악의 대중화 시대로 인해 수직적 차트의 개념이 무의미해져 가는 시대의 징후처럼 보인다. 이미 많은 대중들은 음원차트 1위를 그 곡의 가치 순위로 바라보진 않는다. 100위의 곡이 나열되어 있다면 그저 다양한 100곡이 있을 뿐이다. 그 중에 일 년에 한두 번 올라오는 <무한도전>의 음원이 있은들 무슨 큰 문제일까. 제발 이른바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은, 대중들의 음악을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을 이번 기회에 다시 보길 바란다. 대중음악은 결국 대중들의 것이다.

방송콘텐츠의 힘과 아티스트에 대한 주목

 

방송콘텐츠의 힘이 갈수록 커져간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음원차트다.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가 1년2개월만에 소녀시대가 새로 발표한 신곡 ‘I got a boy'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고, 유재석이 부른 ‘메뚜기 월드’는 5위, 길성준이 부른 ‘엄마를 닮았네’는 10위에 각각 올랐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를 두고 <무한도전>이 음원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저 이벤트로 만들어진 음악이 1년여를 준비해서 내 논 음반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한 기획사들의 허탈감이 묻어나는 얘기다. 물론 너무 오버할 필요는 없다. 그저 박명수의 꿈에 대한 도전을 통해 그 도전의 가치를 담으려는 기획의도가 있었을 뿐이다. 수익 전부를 좋은 일에 쓰겠다는 <무한도전>의 선의를 굳이 왜곡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번 논란이 보여주고 있는 가요계의 달라진 환경과 그 환경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방송콘텐츠의 힘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강북멋쟁이’의 음악적 가치에 대한 논란에 갑작스레 등장한 소녀시대가 내놓은 ‘I got a boy'에 대한 비교에는 현 아이돌 시장의 위기감이 사뭇 느껴진다.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 속에서 아이돌 그룹은 점점 힘든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가요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이제 가수 개개인의 아티스틱한 면모를 찾게 되었다. 작년 가요계에서 주목받은 버스커버스커와 싸이는 바로 그 대중들의 달라진 취향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대중들은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져 보이는 아이돌 그룹에서 아티스트적인 면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아티스트적인 면모란 차별화된 음악성, 독특한 목소리 혹은 창법의 개성, 음악에 분위기를 부여하는 스타일 등이 모두 겹쳐져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면모는 개개인을 자세히 바라볼 때 발견될 수 있다. 그룹은 그 자체로 이 발견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뿐이다.

 

물론 대중의 취향이라는 것이 언제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지만 바로 이런 음악가적인 면모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사들이 지금껏 가수들과 음악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발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작년 YG가 우연히 발견한 싸이 열풍은 이제 앞으로 기획사들의 변화를 만들어낼 공산이 크다. 심지어 아이돌에게서도 아티스트적인 면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기획사가 기존처럼 가수들을 퍼포먼서에 머물게 하는 건 자칫 시대착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스타2>에서 YG의 양현석 대표는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의 피로감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K팝스타2>가 발굴한 악동뮤지션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양현석이 악동뮤지션을 캐스팅하면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악동뮤지션은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다. 우리는 연습실과 밥만 제공하겠다. 자작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만 달라.” 이 말은 만들기보다는 이미 본인들이 갖고 있는 개성과 끼와 음악성을 그저 극대화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겠다는 얘기다. 양현석은 악동뮤지션을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요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본 것이다.

 

<K팝스타2>가 발굴한 악동뮤지션이 오디션 무대에서 부른 곡들(‘다리 꼬지마’와 ‘매력 있어’)은 일찌감치 음원시장 1위를 차지함으로써 현 대중들의 달라진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거기에는 자작곡의 매력으로 대중들을 움직이는 아티스트가 있었고 그것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방송 콘텐츠의 힘이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만든 일련의 곡들의 가치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이 곡들이 지금의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면은 분명히 있다고 여겨진다. 어쨌든 그것이 박명수와 <무한도전> 멤버들이 함께 만든 곡이라는 점이고(개성은 분명히 있다) 그 곡이 <무한도전>이라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방송 콘텐츠로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박명수의 곡들과 소녀시대가 발표한 신곡의 퀄리티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번 ‘어떤 가요’에 나온 곡들은 이전 <무한도전>이 해왔던 일련의 가요제 곡들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의 곡들은 전문가들이 붙어서 함께 만든 곡들이라 노래의 퀄리티가 분명 있었지만 이번 곡은 어쨌든 초보 작곡가의 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원차트의 ‘강북멋쟁이’와 ‘I got a boy'의 순위를 질적인 가치 차이로 보는 건 넌센스다. 다만 이 차트의 순위가 말해주는 건 질적 차이가 아니라 작금의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이다. 따라서 이 순위를 가지고 단순 비교해 굳이 기획사에서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차트가 말해주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가요계는 만들던 시대에서 발견하는 시대로, 또 음원만큼 다양한 스토리 콘텐츠가 중요해진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더킹 투하츠', 이 시뮬레이션의 동력은

'더킹 투하츠'는 기묘한 멜로드라마다. 남남북녀. 상투적인 설정이라고 말할 지 모르겠지만, 남측을 상징하는 왕제 재하(이승기)와 북측을 상징하는 북한특수부대 여자1호 교관 김항아(하지원)가 서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차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런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이 멜로의 과정은 그래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처럼 보이지만, 갈라진 남과 북이 이루었으면 하는 멜로 같은 관계(통일을 결혼처럼 꿈꾸는)처럼 읽히기도 한다.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서로 다른 정치적, 문화적 환경 속에 살아온 이 두 남녀가 부딪치는 장면에서 흥미로운 두 가지 소재가 보인다. 그것은 '빨갱이'와 '소녀시대'다. 세계장교대회(WOC)의 단일팀으로 묶인 남북 장교들은 같이 훈련을 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지만, 그 과정에서 넘을 수 없는 상대방의 금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남측이 그토록 '빨갱이'라고 세뇌시켰던 북한사람과 북측이 그토록 미 제국주의의 산물이라고 배척했던 자본주의 문화가 그것이다.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접한 북한의 리강석(정만식)이 그 매력에 빠져들자, 대단한 약점이라도 잡은 듯 재하는 그 사실을 갖고 짓궂은 장난을 친다. 하지만 남측에서는 작은 농담일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리강석이라는 북한 장교에게는 치욕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머릿 속 깊숙이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의식적인 반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강석은 결국 재하를 죽이려 들고, 그 상황은 모든 남북의 장교들이 서로 총을 겨누게 되는 상황으로 비화된다.

북측에 소녀시대라는 금기가 있다면 남측에는 '빨갱이'라는 금기가 있다. 마치 남북 간에 갑자기 교전상황이 벌어진 것처럼 실제상황으로 꾸며진 마지막 미션에서 김항아는 재하와 일행들을 데리고 남측 군사분계선까지 탈출시키려고 하지만 재하가 이를 믿지 못하는 것은 이 뿌리 깊은 '빨갱이'에 대한 세뇌가 작용한 탓이다. 자신을 납치해 남측에 무언가를 요구할 거라고 판단한 재하는 결국 김항아를 향해 총을 쏘고 자신도 자결하려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미션이라는 것이 밝혀지지만, 결국 '빨갱이'라는 장벽은 소녀시대라는 장벽만큼 남북 사이를 갈라놓는 금기였다는 게 드러난다. 물론 결국 이 남남북녀는 최종 미션으로 새벽 행군을 함께 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에 그어진 선을 넘고 단일팀을 유지하지만.

'더킹 투하츠'는 그 설정 자체가 그렇지만 하나의 시뮬레이션으로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국제정세로서의 남과 북의 관계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치환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총을 겨누기도 하지만 차츰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 그 과정에서 '빨갱이'와 '소녀시대' 같은 문화적 금기를 두고 벌어지는 대결과 그 선을 넘는 장면은 이 두 사람 사이에 놓여진 벽 하나씩을 허무는 장면처럼 시뮬레이션 된다.

멜로란 결국 남녀 간의 사랑과 그 사랑을 막는 장애가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하는데, 이 남북관계를 남녀관계로 치환해 만든 멜로는 그래서 남북의 대중정서가 그 장애로 작용한다. 재하와 항아가 결혼할거라는 소문이 뉴스로 발표되자, 북한군 특수부대 장교와 어떻게 남측의 왕제가 결혼을 하냐는 남측 국민들의 반감이 바로 그 장애 요소다. 재하는 이 부분을 연설을 통해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남자의 한 여성에 대한 진심으로 되돌려놓는다. "제가 사랑했습니다. 국민들의 마음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적을 사랑해온 나의 마음에 침을 뱉고 돌을 던지고 꾸짖어주시길 바랍니다."

'더킹 투하츠'가 그리는 것은 물론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결국 이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은 우리가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지지만큼 바람직한 결과이기 때문에 그 시뮬레이션은 힘을 얻게 된다. 여기에 김봉구(윤제문) 같은 외부적인 위기상황(남북을 갈라놓으려는)은 이 두 사람이 하나로 뭉치는 또 다른 명분과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실 시뮬레이션 하나만 보면 그 흐름이 뻔하게 나와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눈을 떼기가 어렵다. 그 팽팽한 재하와 항아 사이의 긴장감 있는 멜로의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 결과를 못내 보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멜로를 남과 북의 상황으로 시뮬레이션한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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