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케이투>가 깊은 몰입감은 어디서 나왔나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마지막 회란다. 이것은 어쩌면 tvN <더 케이투>라는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시작부터 시종일관 액션으로 밀어붙인 <더 케이투>는 막바지에 이르러 피투성이가 된 채 뛰고 또 뛰는 김제하(지창욱)의 액션과 극한의 상황에까지 몰려 있지만 그 안에서도 상대방과 목숨을 걸고 하는 최유진(송윤아)의 체스판 정치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축은 사실상 <더 케이투>가 가진 막강한 몰입감의 원천이었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더 케이투>에서 김제하는 한 마디로 하드캐리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이 드라마에서 온전한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라고는 그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대권을 쥐기 위해 대결하는 장세준(조성하)의원이나 그를 조력하는 최유진은 물론이고 그 반대편에 있는 박관수(김갑수) 의원 역시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오로지 권력욕을 내세우는 인물들이다. 이 체스판의 피해자가 일찌감치 되어버린 고안나(윤아) 역시 김제하에게 의지하는 인물. 그러니 김제하는 이 모든 인물들에 관여하며 쉴 틈 없이 뛰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김제하가 이 권력의 체스판 위에서 나이트역할을 맡아 하드캐리를 했다면, 그 체스는 두는 인물로서 최유진은 역할을 맡아 하드캐리를 펼쳤다. 김제하를 연기한 지창욱이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을 보여줬다면, 최유진을 연기한 송윤아는 얼굴 표정 하나만으로도 감정을 끄집어내는 또 다른 액션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최유진이라는 캐릭터는 사실상 <더 케이투>가 하려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최유진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드 나인은 그 무수한 액션 속에서 <더 케이투>가 그리려는 메시지를 표징하는 공간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필요하면 콘트롤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있는 공간. 그러니 정보가 힘인 세상에 이 공간은 절대적인 권력을 상징하는 곳이 된다. 그런데 그 슈퍼컴퓨터를 최유진은 마치 백설공주의 왕비처럼 거울아라고 부른다. 결국 최유진과 슈퍼컴퓨터는 서로 거울로 비춰지는 동일한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이 공간을 김제하는 권력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말한다. 그 곳을 그에게 주겠다는 최유진에게 한 번 이 거울의 맛을 들이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유진은 클라우드 나인을 지배하는 마녀이면서 동시에 그 곳에 갇힌 포로가 된 것이라고.

 

클라우드 나인은 그러나 이 지하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드라마 속에서 김제하가 살아가는 권력 투쟁의 세계는 거대한 클라우드 나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어느 순간 그 공간에 들어오게 된 그가 바깥으로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김제하가 그토록 하드캐리를 하는 그 목표는 복수극이라기보다는 이 곳으로부터의 탈주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더 케이투>가 그토록 깊은 몰입감을 줄 수 있었던 원천은 바로 이 클라우드 나인이 가진 상반된 욕망의 양면성을 김제하와 최유진이라는 두 캐릭터가 두 개의 서로 다른 액션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양면성이란 그 곳을 쥐고 권력을 휘두르려는 욕망과 그 곳으로부터 탈주하려는 욕망이다. 지창욱과 송윤아라는 배우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 건 그래서다.

 

반면 남는 아쉬움은 고안나라는 인물의 수동적인 역할이다. 김제하와 최유진이 능동적으로 자신들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인 것과 비교해보면 고안나는 이 살벌한 체스판 위에서 특별한 자신만의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김제하와 최유진이라는 캐릭터가 움직이는 동인 역할만 한 면이 있다. 윤아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나온 건 물론 여전히 변함없는 그 연기의 폭에 이 캐릭터가 가진 수동성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또한 액션과 멜로가 강조되다 보니 본래 작품이 하려던 보다 현실 정치나 권력구조를 환기시킬 수 있는 메시지들이 가려진 점도 아쉽다. 대통령이 허깨비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신 차기 대선을 노리는 정치꾼들에 의해 농단되고, 진심 없이 쇼로 이뤄지는 정치 행태가 드러나는 이 드라마는 어쩌면 지금 같은 현실에 더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었을 게다

<더 케이투>에서 조성하의 여러 얼굴이 차지하는 것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에서 조성하는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을 연기하고 있는 걸까. 첫 등장에 여성 편력이 심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장세준(조성하)라는 인물이 그저 그런 권력욕에 눈이 먼 전형적인 정치인 캐릭터가 아닐까 선입견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인물은 그 속내를 까면 깔수록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아내인 최유진(송윤아)이 테러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온 그는 전형적인 쇼윈도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최유진이 그의 옷매무새를 흩트리며 이 정도는 되야 아내 걱정한 남편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할 때는 어딘지 이 장세준이란 인물이 아내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문밖을 나서 기자들 앞에 선 그가 아내를 들먹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정치 쇼를 잘 해내는 정치인의 얼굴을 보여줬다.

 

그가 청춘콘서트를 하는 도중 마치 젊은 괴한들에게 계란 세례를 받는 것처럼 정치 쇼를 하는 장면이나, 그렇게 단상에서 내려와 출연자 대기실에서 비린내 나는 옷을 벗어던지며 기다리고 있던 여자를 욕실로 부르는 모습에서는 마치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런 그를 김제하(지창욱)가 자신의 딸인 안나(윤아)에게 데려가려 하자 그는 애써 숨겨온 진심을 드러낸다. 자신이 안나를 만나지 않는 건 그것이 그녀를 위험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그가 최고 권력을 향해 폭주하는 것 역시 그래야 그 아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장세준이 안나를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조성하의 다양한 얼굴들이 교차하는 연기의 백미를 보여줬다. 그는 자신을 CCTV로 감시하고 있을 아내를 의식하며 자신의 딸이 딸기 알러지가 있는 것도 모르는 척 하는 무심함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지켜주고 싶어도 지켜주지 못하는 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연기에 담아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자꾸만 들춰내는 딸 앞에서 그건 어른들의 세계라고 말하며 애써 덮으려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생존을 위해 아픈 말들을 해야만 하는 아빠의 진심 같은 것이 묻어났다.

 

<더 케이투>라는 드라마가 독특한 건 특정한 절대 악을 그리기보다는 저 마다의 입장에 처한 인물들의 서로 다른 관점의 부딪침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물론 악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건 장세준이 말했듯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처음에는 그저 욕망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멈출 수 없어 어떤 선을 넘어버리는 어떤 것. 하지만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탈선을 차치하고 들여다보면 장세준도 최유진도 저마다 그들이 힘겨워도 버텨내려는 이유가 드러난다.

 

조성하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연기가 <더 케이투>라는 작품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다. 그는 여러 입장들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권력을 향한 욕망의 얼굴이 있지만, 동시에 딸을 지켜야 한다는 부성애의 얼굴도 있다. 여성 편력이 심한 비뚤어진 얼굴이 있지만 거기에는 동시에 아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를 쥐고 흔드는 최유진에 대한 반발심 같은 것들도 어른거린다.

 

정치적으로 뒤얽혀 있어 생겨난 안나의 비극이 바로 이 장세준이라는 인물과 무관하지 않고, 그 더러운 정치판에서 미묘하게 얽혀 있는 아내 최유진과의 갈등이 있어 <더 케이투>라는 드라마의 스토리는 힘을 얻는다. 결국 주인공인 김제하가 두 사람의 갈등 사이에서 안나를 보호하는 이야기는 결국 이 장세준이란 문제적 인간이 있어 가능해지는 일이다. 이 결코 쉽지 않은 여러 얼굴을 연기하는 조성하라는 배우가 주목되는 건 그래서다

<더케이투> 지창욱, 임윤아에겐 라면 송윤아에겐 우산

 

도대체 라면 한 봉지가 뭐길래 그토록 어둡던 그녀가 아이처럼 좋아하는 걸까. tvN 금토드라마 <더케이투>에서 CCTV로 고안나(임윤아)를 보는 김제하(지창욱)의 마음은 아련해졌을 게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먹고 싶을 걸 먹을 수 있는 그녀지만 라면 한 봉지에 반색하는 모습은 어딘지 짠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김제하는 그녀가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를 꺼내고 물을 받고 가스 불을 켜는 그 과정들을 지켜보며 그것조차 잘 하지 못하는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한밤 중 지붕 위에서 그녀를 찾아온 아기 고양이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모습 또한 김제하에게는 애틋하게 다가왔을 게다. 거기에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바깥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온 그녀의 쓸쓸함 같은 것이 묻어난다. 아기고양이마저 그를 부르는 어미를 찾아갈 때 고안나는 그래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죽은 엄마와 자신을 버린 아빠.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김제하는 그래서 고안나의 보디가드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이지만 그 직업적 선을 넘어선다. 보호 감시 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녀에 대한 보호본능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한 번 더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저녁을 먹기 위해 부엌에 오는 시간에 맞춰 라면을 끓일 수 있게 준비해둔다. 김제하의 보디가드 임무가 고안나와의 멜로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반면 김제하와 최유진(송윤아)의 관계 또한 일반적인 보디가드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 JB그룹 최회장의 장례식장에 가는 최유진의 보디가드로 나선 그는 그녀가 위기상황에 몰린 것을 직감하고는 저 스스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우산 하나를 들고 들어가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불을 질러 스프링클러가 터져 나오자 모두가 도망쳐 나왔지만 혼자 그 물줄기 속에서 망연히 서 있는 최유진은 자신의 외로운 상황(심지어는 남편마저 자신의 편이 아닌)을 절감한다.

 

김제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경호원들을 제압했던 그 우산으로 이제 물길 속에 흠뻑 젖어버린 최유진을 씌워준다. 최유진은 생각한다. 자신이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 김제하가 사냥개가 아니라 늑대였다고. 그래서 아마도 자신이 그를 길들일 수 없을 거라고.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스프링클러의 물줄기처럼 온통 주변이 적들뿐인 그녀의 삶에서 김제하의 우산은 그래서 그저 경호의 차원을 넘어선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남자로 느껴지게 되는 것. 우산의 보디가드 액션이 멜로의 감정으로까지 변해가는 지점이다.

 

물론 많은 보디가드 설정의 콘텐츠들이 액션이 멜로로 넘어가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포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케이투>가 흥미로운 건 그 경호의 대상이 고안나와 최유진 두 사람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대결구도를 가진 인물들이다. 고안나를 그렇게 세상에서 없는 인물처럼 살게 한 인물이 다름 아닌 최유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보디가드의 액션과 멜로의 중간에 서 있는 김제하는 어느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무의 차원이 아니라 사적인 감정을 느끼는 고안나와, 단순한 경호대상과 경호원의 관계를 넘어서는 더 큰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이는 최유진 사이에서 그가 어떤 결단과 행동을 할 것인가는 실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는 어느 쪽에 더 마음을 주게 될까. 고안나의 쓸쓸한 라면일까 아니면 사방이 적인 최유진의 마음마저 흔드는 우산일까.

 

그 중심에는 역시 지창욱이라는 배우가 가진 다채로운 연기의 결이 바탕이 되고 있다. 드라마 시작부터 매회 거의 영화 같은 액션을 선보이고 있는 그지만, 두 여자 사이에서 무심한 듯 만들어지고 있는 멜로 역시 지창욱이라는 배우를 통해 더 절절해지고 있다. 액션이 멜로로 이어지고 그것이 대결구도를 갖게 되는 <더케이투>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 지창욱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추노>감독과 <용팔이> 작가가 지창욱을 만났을 때

 

드라마에서 액션을 기대하게 되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의 곽정환 감독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첫 회부터 지하철 격투신과 고층 건물에서의 고공 액션을 선보이고 2회에서는 홀로 무수한 경호원들을 뚫고 적진에 뛰어들어 벌이는 맨주먹 액션을 보여주더니 3회에서는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 액션의 끝을 보여줬다. 이 정도 되면 4회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자연스럽게 기대될 수밖에 없다.

 

역시 <추노>를 연출한 곽정환 감독의 저력이 돋보인다. 한 시간 내내 주인공이 달리고 싸우고 차를 질주해 나가는 그 일련의 액션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러니 시작했는가 하면 벌써 끝이다. 영화처럼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 드라마에서 이런 몰입감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드라마를 즐기는 것이 스토리에만 치중해 있었다면 <더 케이투>는 액션 역시 기대하며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이런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을 든든히 지지해주고 있는 건 장혁린 작가의 필력과 지창욱의 액션 연기다. 액션 연출이라는 것은 그저 몸과 몸이 부딪치고 차량이 질주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그런 액션을 추동하는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상황들이 받쳐줘야 한다. 3회는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들이 요동치며 액션의 흐름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자신과 관계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했던 최유진(송윤아)을 홀로 찾아 들어가 총을 겨눈 김제하(지창욱)는 그 장소에서 최유진의 실체를 찍은 동영상이 24시간 후에 자동으로 메일로 발송되게 함으로써 자신을 함부로 죽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유진을 인질로 해 그 곳을 빠져 나왔지만 오토바이를 탄 의문의 사내들의 추격을 받으며 전복된 차량에서 오히려 그녀를 구해냈다. 최유진은 이 일로 김제하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

 

테러를 겪은 최유진이 이 상황 자체 또한 자신의 남편인 장세준(조성하)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는 대목 역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최유진은 기자들 앞에 나서는 장세준의 옷매무새를 마치 아내를 위해 잠 못 이룬 사람처럼 고쳐주었고 장세준은 기자들 앞에 나와 눈물의 정치 쇼를 보여줬다. 아내가 겪은 사건에 분노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액션의 볼거리가 어마어마하지만 그 액션들이 그저 일회적인 볼거리로 휘발되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동력으로 묶이게 되는 건 거기에 깔려 있는 스토리들이 그만큼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액션들을 마치 제 옷 입은 듯 척척 잘도 소화해내는 지창욱 같은 배우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더 케이투>라는 영화 같은 액션 드라마가 가능하게 된 건 이 연출, 대본, 연기가 삼박자를 이뤘기 때문이다.

 

<추노> 이후 그다지 큰 성공작을 선보이지 못했던 곽정환 감독도, <용팔이>로 연출자에 대한 남다른 갈증을 갖고 있던 장혁린 작가도 그래서 이번 <더 케이투>는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듯싶다. 정치와 액션이 뒤섞인 사회성 짙은 작품에 능숙한 장혁린 작가와 일찍이 액션 연출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곽정환 감독의 만남. 그 시너지가 제대로 터졌다.

반칙 외모에 연기까지 겸비한 중년 여배우들

 

SBS 새 월화드라마인 <미세스캅>의 여주인공은 김희애다. 그녀의 나이 48. 50줄을 몇 년 남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반칙(?) 외모의 소유자인데다, 그간 쌓여온 연기 공력은 한 마디로 넘사벽이다. 게다가 김희애 특유의 그 우아함은 심지어 이 드라마의 설정 상 하수구에 빠지기도 해야 하는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가려질 수 없었다고 연출자인 유인식 PD는 밝히기도 했다.

 


'미세스캅(사진출처:SBS)'

그녀는 <밀회>에서는 이제 20대 후반인 한참 나이 어린 유아인과 연인 관계를 연기한 적도 있다. 무려 20년 나이 차를 훌쩍 뛰어넘는 멜로 연기인 셈이다. 하지만 그게 하나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제 30대라고 해도 믿어지는 외모에, 실제 극중 주인공인 것처럼 완벽하게 빙의되는 그 연기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이니 이제 <미세스캅>에서 형사 같은 거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신뢰가 갈밖에.

 

김희애라는 배우의 이런 나이를 뛰어넘은 연기는 이제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중견 여배우들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나이가 들어도 잘 관리하기만 하면 오히려 더 깊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고 또 시청자들에게도 신뢰를 준다는 점에서 이들 중견 여배우들은 선호된다. 게다가 지상파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중년 여성들에게 이 나이를 잊은 듯한 중견 여배우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로망을 주기도 한다.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들이 중년인 이유 역시 이 주 시청층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어셈블리>의 여주인공 송윤아의 나이는 42세고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의 여주인공 김정은은 41세다.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의 하지원은 37세지만 상대 남자 역인 이진욱은 33세이고 심지어 윤균상은 28세다. KBS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여주인공 장나라도 35세로 6살 나이가 적은 서인국과의 멜로 라인을 그리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수목드라마인 <용팔이>의 여주인공 김태희도 35세로 상대역인 주원은 27세다.

 

앞에서 말한 대로 드라마 여배우들 대부분이 중년의 나이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납득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다보니 신인 여배우들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과거 김희애도 송윤아도 김정은도 하지원도 장나라도 김태희도 모두 20대 시절 연기를 했었다. 그 때는 물론 미숙한 점도 많았다. 모두가 지금처럼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김태희 같은 경우는 연기력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기도 했다. 최근 <용팔이> 제작발표회에서도 이 연기력 논란이 또 지적됐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담담하게 기자의 당혹스런 질문에 답을 하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다. 여자 연기자에게 있어서 나이가 들었다는 건 양날의 칼이다. 그것은 삶의 경험치에 따라 연기의 해석력도 깊어진다는 뜻이지만 다른 하나는 여주인공의 자리에서 조금씩 밀려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드라마 제작의 경향을 보면 나이와 여배우의 상관관계는 그리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닌 듯 보인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는 중견 여배우들로 오히려 신인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게 그 현실이다. 이건 해당 여배우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새로 연기의 세계에 들어서는 신인들에게는 암담한 현실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드라마들은 어떻게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향후 10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그것은 자칫 여배우 기근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희애처럼 반칙 외모에 나날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연기까지 갖춘 배우가 있다는 건 축복받을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젊은 배우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우리네 드라마 업계의 새로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신인 여배우들의 경우는 심각하다. 지속가능한 드라마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서 이 문제는 결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네 취업시장이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를 고스란히 닮아있다. 즉 경험이 풍부한 고령의 경력자들을 계속 끌어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청춘들을 산업현장으로 캐스팅하는 일. 드라마 캐스팅 현장에서도 발견되는 세대 간에 벌어지는 기회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금 해결해야하는 당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어셈블리>의 진상필, 진상이 상필이 되기까지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배워야하는 걸까. KBS <어셈블리>에서 진상필(정재영)은 집권당인 국민당의 백도현(장현성)에 의해 보궐선거에 기획 공천되어 당선된 초보 국회의원이다. 조선소 용접공으로 살아오다 정리 해고되어 복직투쟁 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인물이 되었지만 본래 국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진상필은 이 바닥에서 정치 베테랑으로 잔뼈가 굵어온 최인경(송윤아)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의 전략을 통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진상필은 그녀를 자신의 선임보좌관으로 끌어들인다.

 


'어셈블리(사진출처:KBS)'

국회의원이지만 현실을 모르는 진상필은 마치 돈키호테 같다. 국민당은 의원들에게는 노란자위 분과인 예산위에 배치시켜 허수아비로 그를 활용하려 하지만 몰라서 무식한 이 의원은 거꾸로 국민당의 뒷통수를 친다. 국민당이 내놓은 추경 예산안을 결국은 국민의 빚이라며 반대하고 나선다. 그 과정에서 최인경은 그녀답지 않게 마음이 흔들린다. 본래 백도현의 지시에 따라 진상필을 허수아비로 세워야하는 것이지만, 의외로 이 바보 같고 우직스런 믿음을 보여주는 의원의 뜻에 동참하게 되는 것.

 

<어셈블리>는 진상필이라는 정치 무식자가 조금씩 정치를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그에게 최인경은 정치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그녀에게서 실질적인 정치 현실을 배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은 가끔씩 역전된다. 즉 최인경 역시 정치에 욕망을 가진 인물로 정치 바닥에서 조금씩 성장해왔지만, 그러면서 점점 잃어가는 것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진상필이 갖고 있는 순수한 믿음 같은 것이다. 정치라면 오로지 국민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그 믿음.

 

실로 이 정치판은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밥 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국민당의 원조보수이자 반청파(반청와대파)의 거두인 박춘섭(박영규)정치란 머릿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에게 정치는 주고받는 거래와 같다. 추경예산을 추인하는 과정에서 국민당의 친청파(친청와대파)인 백도현과 거래를 한다. 추경 예산안을 밀어주는 대가로 자신 쪽 반청파 의원들이 얻어갈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인물. 같은 여당이지만 반대쪽에 서 있는 백도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언뜻 젊은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 역시 계파 정치의 거래와 대결의 한쪽 축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국민당과 영 어울리지 않는 진상필이 거기 들어오게 된 것도 결국은 이 박춘섭과 백도현의 거래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돈키호테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진상필이 의외의 심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을 얘기하는 대표에게 무슨 여기가 봉숭아학당이냐고 일침을 날린다.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서도 굽히지 않던 진상필이지만 그는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대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그는 백도현을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이것은 어찌 보면 진상필의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뭐 하나 정치 현실을 모르고 순수한 열정만을 내세우던 그가 한 발짝 현실로 다가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성장은 불안한 것이기도 하다. 누구는 처음부터 계파정치에 빠지고 싶었겠는가. 대의를 얘기하며 하나하나 타협하다보니 결국은 그 깊은 수렁 속에 빠져 애초의 초심이나 순수 따위는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진상필의 이런 행보는 성장이면서 퇴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현실적으로 성장이지만 본래 갖고 있는 순수성으로 보면 퇴보인 것.

 

진상필을 보좌하는 최인경은 그래서 어쩌면 거꾸로 그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정치 현실 깊숙이 들어와 있는 최인경이 잃고 있던 그 국민을 향한 열정을 진상필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

 

<어셈블리>가 그저 정치를 주마간산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진상필과 최인경의 관계다. 겉으로 보면 진상필이 최인경에게 배우는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꾸로 최인경이 진상필을 통해 배우는 것 역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현실과 이상의 상보적인 관계는 어쩌면 우리가 정치에 진저리를 치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사실은 잘 들여다보지 않으려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진상필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밑으로 들어온 김규환(택연)은 국회를 인간쓰레기들 사는 쓰레기장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대중들에게는 그리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사실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모습을 과연 우리네 대중들이 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그걸 바꾸기 위해서라도 그 안의 생리를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진상필과 최인경이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야하는 관계를 통해서



<어셈블리>, 본격 정치드라마의 기대와 우려 사이

 

이제 첫 발을 디뎠을 뿐이니 그것을 갖고 드라마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것이 어떻게 전개되어갈 것인가를 한 회만으로 짐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셈블리>라는 드라마의 첫 회가 주는 느낌은 이 드라마가 정치를 그저 그런 소재의 하나로 다루거나 혹은 정치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불편을 전제하고 실상은 들여다보지 않는 그런 드라마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본격 정치드라마의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

 


'어셈블리(사진출처:KBS)'

부당해고를 당하고 투사처럼 길거리에서 싸우다 정치판으로 들어오게 된 진상필(정재영)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다. 그는 도대체 정치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마도 그는 우리네 서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막연한 혐오와 회의의 시선으로 정치판을 바라보는 서민의 입장만을 담는 편향(?)을 보여주진 않는다. 대신 그 반대편에 있는 진짜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정치꾼들부터 정치를 하나의 권력으로 치부하며 그 안에 입성하려는 욕망을 가진 인물들 그리고 그 언저리에서 진짜 정치를 꿈꾸는 최인경(송윤아) 같은 인물들도 다루고 있다. 그러니 이 막연한 혐오와 회의를 가졌던 진상필이 정치판으로 들어와 어떤 변화와 성장을 하게 될 것인가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이자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된다.

 

결국 <어셈블리>가 이렇게 본격 정치드라마를 전면으로 다루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정치에 대해 일종의 포기 선언을 하고 있는 대중들에게는 꽤나 도발적인 일이 된다. 그것은 여전히 정치는 고루하고 식상하며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져가는 권력 게임의 하나라고 여기는 서민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소재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셈블리> 같은 드라마는 존재할 의미를 얻는다. 그렇게 볼썽사나운 저들의 세상이라 치부하며 멀리서 침을 뱉는 태도로는 서민들이 원하는 그 정치를 회복하기가 더더욱 요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그 이전투구의 안에서 어떻게 좀 더 나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게 정치다. <어셈블리>는 멀리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욕하며 바뀌지 않는 세상을 얘기하던 우리들에게 그 안을 좀 더 들여다보라는 전언을 담고 있다. 그래야 바뀔 수 있다며.

 

<어셈블리>가 주는 우려는 결국 일반 대중들이 정치에 대해 느끼는 그 혐오감이나 불편함과 거의 같은 데서 생겨나는 일일 것이다. 즉 정치라는 소재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방 시청률 5.2%(닐슨 코리아)는 바로 이 우려를 그대로 드러낸다. 정치와 섞인 사회극이나 복수극 혹은 정치와 덧붙여진 멜로 같은 드라마라면 또 모를 것이다. 하지만 본격 정치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셈블리>에 거는 기대감 역시 적지 않다. 그것은 이제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틀에 박힌 재벌 이야기와 멜로들의 홍수 속에서 그나마 이 드라마는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정치에 대한 부담감을 만일 이 드라마가 어느 정도 넘어설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은 대단한 성과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완전한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적절한 판타지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정치 현실을 실제로 경험했던 정현민 작가에 대한 신뢰와 정재영이나 송윤아 같은 연기자들에 대한 믿음은 많은 우려들을 기대로 바꾸어준다. 과연 <어셈블리>는 지금 대중들이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포기의 시선을 뒤집을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실로 이 드라마의 가치는 그 어느 것보다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설경구의 무엇이 <힐링캠프>까지 킬링하게 했을까

 

방송의 힘을 과신하는 것일까 아니면 시청자의 의견 따위는 무시하는 것일까. 혹자는 <힐링캠프>에 설경구가 출연하든 누가 출연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맞다. 그것은 제작진들의 선택이다. 다만 방송의 목적이 시청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게스트를 위한 것인지, 혹은 시청자를 낚기 위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힐링캠프>에 설경구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을 대중들이 반대한 것은 그가 전처와 이혼하고 송윤아와 결혼하면서 생긴 잡음들 때문이었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루머인지는 알 수 없다. 부부 간에 벌어지는 일은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그 깊은 내막을 알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힐링캠프>에 설경구가 출연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방송의 효과면으로만 생각해봐도 <힐링캠프>와 설경구의 만남은 양자에게 모두 득이 되기보다는 독이 된다. <힐링캠프>는 설경구의 출연, 그것도 2회 분량으로 만들어 첫 회에는 변죽만 때리는 식의 편집으로 사실상 시청자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늘 토크쇼에서 논란이 되었던 문제지만, 그것이 게스트 홍보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시청자를 위한 것이냐는 여전히 뜨거운 문제다.

 

<힐링캠프>는 시청자가 굳이 원하지 않는 게스트를 데려왔고, 데려온 후에도 시청자가 원하는 내용은 쏙 빠져있는 첫 회를 구성했다. 굳이 ‘설경구의 눈물’ 운운하며 예고편을 내보낸 것으로 볼 때 첫 회 편집은 다음 회를 위한 꼼수인 셈이다. 첫 회가 그나마 <힐링캠프> 같은 분위기를 만든 것은 설경구의 얘기 그 자체보다는 김민기나 이창동 감독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방송은 과연 설경구에게도 도움이 되었을까. 설경구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이전부터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만일 설경구와 송윤아의 결혼에 얽힌 이야기들이 루머라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해명은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대중들이 과연 방송을 그렇게 신뢰하는가. 그것도 몇 차례 논란 연예인의 해명 방송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힐링캠프>를.

 

만일 루머라면 억울할 법도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인 루머는 그것이 생기는 이유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실제 사실이 아니더라도 앞뒤 정황이 그렇게 만드는 수도 있고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가 그 루머를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루머란 연예인에게 있어서는 평상시의 삶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을 갖기 마련이다. 루머는 그래서 법적인 차원으로도 해결되지 않고(고소를 한다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인간적인 호소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대중들과의 관계를 통해 서게 마련인 연예인들의 루머는 결국 대중들의 마음만이 풀어낼 수 있다.

 

과거 최민수가 자신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지만 무조건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 한 것은 자신의 존재근거가 결국은 대중들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알고 행한 현명한 대처였다. 최민수는 말을 믿지 않았다. 대신 산속에 칩거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통해 대중들의 마음을 열었다. 루머란 토크쇼에 나와 답답한 속을 토로하는 것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혹 <힐링캠프>는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있는 것일까. 대중들의 시선마저 교화시키고 바꿀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일까.

 

<힐링캠프>의 설경구 출연이 본인의 힐링에 머물고 대중들에게 다가오지 못할 때 그것은 힐링이 아니라 킬링이 될 수 있다. <힐링캠프>는 대중들을 무시한 셈이고, 설경구 또한 프로그램에서는 속 시원할 수 있었을 지 모르지만 대중들과의 교감에는 그다지 성공적이라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만이라도 성공해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인지 <힐링캠프> 설경구편의 시청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힐링캠프>란 말인가. ‘힐링’이 소통에 닿아있지 않을 때 그것은 자칫 교조적이고 계몽적인 문구가 되어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그 자체로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때가 아닐까. 잠깐 논란을 통해 주목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과 소통하지 않는 토크쇼는 결국 그것이 제살 깎아 먹기가 된다는 걸 알아야하지 않을까.


살얼음 오디션을 따뜻하게 만드는 '코갓탤'의 비결

'코리아 갓 탤런트'(사진출처:tvN)

58세, 음식점에서 청국장을 끓이는 아저씨가 손을 가지런히 배에 모으고 진지하게 '울게 하소서'를 부를 때 그 훈훈하고 감동적인 느낌은 어디서 생겨나는 걸까. 노래를 다 듣고 난 후 심사위원 장진 감독은 "저는 심지어 청국장도 좋아하구요. 지금 만들어주신 무대는 더더욱 좋았습니다."라는 위트 있는 말로 그 감동을 표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과연 살벌하기만 할까. 시스템적으로 보면 그렇다. 무대에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바로 그 순간 당락이 결정된다. 절실했다면 절실한 만큼 프로그램의 긴장감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심사위원의 독설에 가까운 직언이 곁들여지면 분위기는 더 살벌해진다. 바로 이 살풍경한 느낌에서 무대는 현실을 환기시킨다. 생존경쟁이다. 바로 이 서바이벌에 방점이 찍힌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 살벌함을 자양분삼아 긴장감을 높이고 시청률도 높인다. 그런데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 그럴까? 과연?

그 예외가 바로 '코리아 갓 탤런트(이하 코갓탤)'다. 앳된 중학생 아이가 섹시댄스라며 어색하지만 열정적으로 춤출 때 심사위원 박칼린과 송윤아는 잠시 심사를 내려놓고 환호를 지른다. "저는 일곱 살입니다"라며 전형적인 초등학생 말투로 말하는 귀여운 두 아이들의 발랄한 줄넘기 퍼포먼스가 무대를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 때, 박칼린의 박장대소가 이어진다. 할아버지의 노래에 반주를 해주겠다고 나온 아이는 오히려 그 흥미로운 바이올린 연주에 더 주목받고, 유기견 백호가 전해준 아픈 이야기는 잠시 이 무대가 오디션임을 잊게 만든다.

몇 번의 실수? 물론 그것이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코갓탤'에서는 어떤 유쾌함을 주거나 더 보고 싶게 만들거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그런 실수 정도는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무대가 예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선을 넘어 결선을 향해 간다고 해도, 그래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는 무대라고 하더라도 어쩐지 '코갓탤'의 무대는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것과는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왜 그럴까.

먼저 가장 큰 이유는 소재다. '코갓탤'은 노래나 연기 같은 특정분야를 소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탤런트, 재능을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무대에는 노래에서부터 연기, 기예, 개그, 운동 등등 거의 모든 소재들을 가진 다양한 인물군들이 올라온다. 같은 분야의 경쟁은 어쩔 수 없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공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심사방식도 더 냉철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갓탤'은 다르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재능을 보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공감대'다. 그 퍼포먼스가 보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감흥을 주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 바로 이 공감의 지점이 이 오디션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숨은 공신인 셈이다.

이러한 소재와 인물들이 좀 더 따뜻하게 그려질 수 있는 것은 잘 계산된 연출과 MC들의 힘도 크다. 박칼린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과, 송윤아의 따뜻한 시선, 그리고 장진 감독의 위트 있는 유머는 '코갓탤'이 어떤 훈훈한 의미화가 가능할 수 있는 기본전제가 된다. 연출은 이들을 좀 더 관객과 가까우면서 동시에 출연자에 다가갈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만들어준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무대에서 등장하지 않고 관객들 사이를 지나 심사위원석에 앉는 연출은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과 관객 사이의 공감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해준다. 또한 무대 위에 오른 출연자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기꺼이 눈물 흘리고 박장대소를 해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건 역시 MC들의 몫이다. 또한 무대 옆에서 출연자들을 응원해주고, 또 탈락한 출연자들에게는 위로를, 합격한 출연자들에게는 기쁨을 나눠주는 노홍철과 신영일 아나운서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은 서바이벌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프로그램들이 살풍경인 것은 아니다. 합격자에게 그들보다 더 기쁘게 축하를 해주고픈 마음이 들고, 탈락자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코갓탤'은 그래서 긍정의 에너지가 더 넘치는 특별한 오디션이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코갓탤'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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