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관심 힘들다? 그러려면 왜 출연했나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이경규의 딸 이예림의 인스타그램 셀카 사진이 한 매체에 의해 기사화됐다. 기사는 몰라보게 예뻐진이예림을 얘기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영 냉담하다. 애초에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아빠를 부탁해>에 이경규가 딸과 함께 출연한 것이 마치 2세 연예인 만들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경규는 딸과 함께 광고도 찍었다. 방송에 출연하고 광고도 찍고. 연예인이 따로 있을까.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최근 송종국 부부의 이혼 소식 때문에 MBC <아빠 어디가>에 함께 출연했던 지아, 지욱이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아이들의 엄마는 그 고통을 토로하며 관심을 자제해달라고 애원했다. 송종국 부부의 이혼 소식과 함께 갑자기 기사화된 윤후에 대한 이야기에도 모친인 김민지는 몇 주 전 찍은 사진을 기사로 내다니. 무서운 세상. 인스타그램 그만해야 할 것 같네요.”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아이들에게조차 이런 불편한 관심들이 집중되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고통에 대해 호소하는 부모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여기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건 왜일까. 거기에는 방송에 동반 출연하는 연예인 가족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불편한 정서가 깔려있다.

 

이른바 금수저 물고 나왔다는 표현 속에 들어 있듯이 이들은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방송의 문턱을 넘었다. 게다가 인기도 얻었고 그런 관심 덕택에 광고도 찍었다. 아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보면 연예인으로서의 행보를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렇게 연예인으로서 얻을 건 얻어간 그들이 이제 그 관심 때문에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것이 대중들로서는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켜지고 보호되어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런 관심들이 쏟아질 것을 애초에 몰랐던 것일까. 결국 연예인 가족 예능이란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의 사생활을 노출시키는 일이다. 부모라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심사숙고 했어야 할 일이다. 당장 아이와 함께 출연해 관심도 받고 광고도 찍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가져올 부담 또한 분명히 있다는 걸 인식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중들은 그래서 아이들에게조차 이렇게 쏠리는 지나친 관심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거기에 대해 부모가 나서서 불편함을 호소할 때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애초에 특별한 과정 없이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 어렵다는 방송의 문턱을 쉽게 넘어간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던 대중들이다. 그러니 거기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걸 얘기하는 것이다.

 

사실 누군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리얼리티쇼(우리는 관찰카메라로 순화된 표현을 쓰지만)는 그 자체로 당사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저 <트루먼쇼>의 트루먼이 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일단 연예인이든 그 가족이든 방송에 나오겠다고 결심한다면 또한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걸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이래서 위험한 것이 아이들의 방송 출연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부모가 결정하면 싫어도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 과연 그것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일까. 물론 그런 방송 출연을 통해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기란 관심과 다른 이야기가 아니며, 관심은 과도해지면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것이 결국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들이 얻는 만큼 잃는 것이 아닌가



월드컵과 예능의 동거, 그만한 성과 있었나

 

예능과 월드컵.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더욱 그렇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성주가 보여준 학습효과와, 방송3사의 중계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 전장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MBC<아빠 어디가><무한도전>, KBS<우리동네 예체능>, SBS<힐링캠프>가 브라질 현지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러한 월드컵을 두고 벌어지는 예능의 경쟁이 그만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너무 많은 예능들이 월드컵에 줄을 대면서 이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만만찮다. 강력한 팬덤을 소유하고 있는 <무한도전>조차 굳이 월드컵을 위해 브라질 현지까지 날아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건 그런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까지 갔다면 그만한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취재나 응원전의 모습이 과거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그램 형식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이것은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이경규가 진행하는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같은 경기에 비슷비슷한 응원전이 이 방송사 저 방송사에서 반복되다 보니 각각의 예능 프로그램들의 변별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경기장의 한국 응원석을 보면 심심찮게 연예인들이 발견되는 건 이번 월드컵의 예능 경쟁을 그대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특히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해주길 바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월드컵을 맞아 브라질까지 날아가 현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은 때로는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위화감은 월드컵 특집 예능 프로그램이 특별한 기획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는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 브라질 원정을 가는 것이 그다지 좋은 기획이 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시청자들이 아이들의 부모처럼 반응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동일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을 보러 브라질까지 날아가는 아이가 서민들에게 몇 프로나 될까. 1%도 되지 않는 이 경험은 그간 시골 민박집에서 보던 아이가 사실은 자신의 처지와는 너무 다른 삶에 놓여있다는 걸 확인하게 만든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이유 중에는 방송3사가 벌이는 월드컵 중계전쟁을 지원하는 측면도 크다. 그렇다면 예능 경쟁이 중계전쟁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는 있는 걸까. 초반에는 그런 것 같았다. 안정환, 김성주, 송종국, <아빠 어디가> 3인방이 이끄는 월드컵 중계에 시선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중계 전쟁에 돌입하자 갓영표라 불리는 이영표의 출현으로 KBS가 중계를 압도하고 나섰다.

 

예능적인 이미지와 만담 같은 해설을 앞세운 MBC는 그 차별화 요소 때문에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지만 결국 본격 해설의 묘미를 보여준 이영표의 KBS 중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SBS<정글의 법칙><런닝맨> 등을 통해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박지성 등을 홍보했지만 방송3사 중계 전쟁에서는 아예 소외되는 인상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예능 경쟁이 중계 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독보적인 이영표의 존재감은 예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계를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알제리전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예능과 월드컵은 난감한 관계가 만들어졌다. 예능이 월드컵 경기를 다시 보여주는 건 좋은 경기를 치렀을 때 그것이 다시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제리전을 다시 보고픈 시청자들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이 경기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것은 월드컵 중계도 마찬가지다. 농담도 경기가 잘 풀릴 때나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불러온 침울한 분위기는 현지로 간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예능을 업은 월드컵 중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예능 프로그램에 상처만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경기결과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송사 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차별성 없이 반복되는 월드컵 특집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식상함과 반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대중들이 힘든 사건들을 연거푸 겪고 있는 시점에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별다른 소득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은 정서적인 불편함만 가중시킬 수 있다.

치열한 월드컵 중계 전쟁, 이영표가 보여준 것

 

본 게임인 한국 대 러시아 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 전쟁에서 MBC는 확실한 승기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빠 어디가> 3인방, 김성주 캐스터와 안정환, 송종국 해설위원은 예능에서 오래도록 다져진 친근한 이미지로 마치 예능 같은 중계방송의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영표(사진출처:KBS)'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영 달랐다. 한국 대 러시아 전 중계방송의 승자는 초롱도사, 문어영표, 표스트라다무스 등등으로 불리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포진한 KBS에게로 돌아갔다. 시청률이 무려 16.6%(닐슨 코리아)로 본 게임 이전에 시청률 선두를 지켰던 MBC( 13.5%)를 압도했다. 차범근 해설위원과 배성재 캐스터가 중계한 SBS는 겨우 8.5%에 머물러 이번 월드컵 중계 전쟁에서 SBS의 준비가 안이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KBS 해설에 대한 호감은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 6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이번 월드컵 중계는 어느 방송사가 가장 잘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31%의 응답자가 KBS를 지목한 것. MBC23%, SBS18%에 그쳤다.

 

단연 그 힘은 현재 화제의 중심에 선 이영표 해설위원에게서 나온다. 스페인의 몰락과 일본과 코트디부아르전의 경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냈던 그에게 문어영표라는 닉네임이 붙고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에 기사화되며 국제적인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영표 해설위원의 힘은 단지 문어영표라는 닉네임처럼 경기 결과 예측 같은 이벤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제시되는 다양한 논거들과 증거들이 이영표 해설의 진짜 힘이다. 이영표는 국가별 팀의 색깔은 물론이고 선수들 개개인의 성향과 장단점까지 분석함으로써 그것을 토대로 경기의 흐름을 예측해낸다는 점에서 해설의 묘미를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안정환과 송종국 그리고 김성주가 함께하는 MBC 중계는 어딘지 산만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처음에는 만담중계처럼 친근함 때문에 보게 됐지만 자꾸 듣다보니 결국에는 제대로된 분석의 묘미가 스포츠 중계의 핵심이라는 걸 대중들도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것. MBC중계가 너무 시끄럽다는 반응은 말은 많지만 쏙쏙 들어오는 효과적인 해설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영표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해설자에 걸맞는 전문적인 언어구사 역시 이번 월드컵 중계 전쟁에서 KBS가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대했던 안정환은 예능 멘트를 날려 주목을 끌었지만 결국 축구 해설의 묘미란 축구의 본령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20일 오전 7시부터 방영된 일본과 그리스 전에서 KBS는 시청률에서 10.9%를 기록하며 5.4%를 기록한 MBC를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후끈 달아올랐던 예능 경쟁으로 월드컵 중계 전쟁의 서막이 시작됐지만 그 결과는 결국 스포츠 중계의 본질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이영표는 그 스포츠 중계가 갖는 본연의 재미와 힘을 보여주었다.

준비와 분석, 예측이 만든 이영표 해설의 묘미

 

브라질 월드컵 우리 대표팀의 러시아와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교체 투입된 이근호 선수가 한 골을 먼저 넣었지만 단 몇 분만에 아쉽게도 러시아에 골을 내주면서 무승부가 됐던 것. 하지만 첫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은 평가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알제리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KBS월드컵중계(사진출처:KBS)'

한편 경기만큼 관심을 끈 것이 지상파 3사가 벌인 월드컵 중계전쟁이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도 방송사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중계를 보여주었다. MBC<아빠 어디가>의 아빠들이 팀을 이뤄 중계팀을 꾸렸다는 점을 강조했고, 실제 해설에서도 그 친근감을 활용하는 중계가 엿보였다. 안정환의 직설화법은 공격적인 느낌의 해설로 주목을 끈 게 사실이다.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지금껏 해설이라고 하면 감싸주기가 대부분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MBC 중계방송의 전체적인 느낌이 감정적으로 토로되는 듯한 인상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표팀으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하는 코멘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상대적으로 냉철하게 경기를 분석하는 식의 전문성은 잘 엿보이지 않았다.

 

반면 KBS는 이런 MBC와는 정반대의 중계방송을 선보였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활약은 예상 외의 안정감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전을 해설하면서 꼼꼼하게 러시아팀이 첫 골을 넣은 경기와 첫 골을 먹은 경기의 승률을 분석하거나, 대부분의 골이 후반 경기 종반에 몰려 있다는 점 등을 예시로 드는 모습은 이영표가 그간 꽤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경기 해설에 있어서도 이영표는 선수들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모습이었다. 또한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통해 향후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짚어주는 대목도 시청자들로서는 경기를 보는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한 지점이다. 무엇보다 꽤 열심히 준비한 듯 해설의 단어 선택 또한 전문가들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준다는 것은 이영표 해설이 왜 빛을 발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예능을 끌어와 그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운 직설화법의 MBC 중계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중계에 있어서 안정감과, 분석을 통한 적절한 예측 해설이 주는 재미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고 있는 건 이영표가 이끌고 있는 KBS 중계다. 안타깝게도 SBS 중계방송은 차범근 차두리 부자와 배성재 아나운서의 깔끔하고도 노련한 중계가 빛을 보고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그 색깔을 확실히 어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사전 홍보에서 예능을 앞세운 MBC와 예측을 앞세운 KBS가 양대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생겨난 결과다. 물론 향후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의 해설이 가진 잠재력을 무시할 순 없다.

 

예능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MBC 중계에 대한 관심은 다름 아닌 거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중계는 그만한 철저한 준비와 분석을 통해서 깊이가 생긴다는 것을 이영표는 보여주었다. 물론 차두리의 말대로 함께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이영표나 안정환, 송종국 그리고 차두리가 각각 방송사를 대표해 해설경쟁을 벌이는 것은 불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만담중계든 예측중계든 노련미를 보여주는 중계든 시청자들로서는 그 경쟁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치열해진 월드컵 중계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시청자들로서는 그만큼 선택이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니까.

'아빠' 업은 MBC 월드컵 중계, 승승장구하는 까닭

 

지상파 3사의 월드컵 중계 경쟁은 어느덧 예능경쟁이 되어버렸다. 과거 <이경규가 간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과 접목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지만 최근의 양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이경규가 간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주목을 받던 것과는 정반대로,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주목이 월드컵 중계방송의 관심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MBC 월드컵 중계(사진출처:MBC)'

MBC <아빠 어디가>는 그런 점에서 월드컵 중계 경쟁의 신호탄을 올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민국이 아빠 김성주가 보인 성과는 방송사들에게는 일종의 교육효과를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 중계 경쟁에서 방송3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예능 프로그램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MBC<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고 있는 김성주와 안정환을 전면에 내세웠고, 여기에 시즌1에 참여했던 송종국을 참여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스포츠 중계와 예능을 연계시켰다. <라디오스타>에 나란히 출연한 이들은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이며 보다 친근하고 재밌는 스포츠 중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SBS<정글의 법칙>을 통해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해설위원을 선보이고, <런닝맨>을 통해 차범근과 박지성 해설위원을 띄운 것도 같은 맥락이며, KBS<우리동네 예체능>에 이영표 해설위원과 조우종 캐스터를 참여시킨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월드컵을 지원하는 예능 경쟁에서 단연 MBC가 우위를 보이게 된 것은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의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주말 예능의 선두를 이끄는 프로그램인데다 단지 이번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 방송사들의 월드컵 지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미 작년에 런칭하면서 김성주와 송종국을 투입시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2년 가까이 월드컵 중계전을 준비해온 셈이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이 브라질편을 기획하고 배성재 아나운서를 투입시킨다거나, <런닝맨>이 특집으로 차범근과 박지성을 게스트로 초대하는 것, 또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축구편을 만들어 이영표와 조우종을 출연시킨 것은 홍보를 통한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스포츠 중계를 하는 이들의 친근한 이미지도 자연스러운 방송 흐름 속에서 만들어져야 더 효과를 발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빠 어디가>MBC 월드컵 중계의 신의 한수임에 틀림없다.

 

물론 예능의 이미지나 예능감이 스포츠 중계를 보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스포츠 중계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전문적인 해설위원들이 투입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이 하는 MBC 월드컵 중계에 대해 만담 중계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안정환 특유의 톡톡 쏘는 멘트와 김성주의 노련한 진행 그리고 안정적인 송종국의 합은 잘 맞아떨어지며 재미를 주지만, 스포츠 중계가 예능 같다는 뉘앙스도 들어있다.

 

하지만 월드컵 중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많이 달라진 것이 현실이다. 중계방송의 정확한 정보 전달은 이제 방송3사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좀 더 특징 있는 개성을 가진 중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시청자들로서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범근 해설위원을 통한 관록의 해설이 안정환이나 이영표 같은 재미를 주는 해설에 어딘지 밀리고 있는 인상은 전체적으로 예능화 되어가는 방송경향이 이제는 스포츠 영역에도 밀어닥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분명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 월드컵 중계방송과 월드컵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바로 그래서인지 정작 월드컵 경기는 소외되는 인상이다. 월드컵 예능이 월드컵 자체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어쩌랴. 방송의 흐름이 이제는 정보에서 재미로 바뀌고 있는 것을.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MBC 월드컵 중계의 승승장구는 그래서 지금 달라지고 있는 스포테인먼트의 징후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 기피대상 1호 성동일, 꼴찌아빠 아니다

 

아이들은 왜 성동일을 기피대상 1호로 꼽았을까. <아빠 어디가>에서 하룻밤 아빠 바꿔 지내기 미션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성동일이 일일아빠 되는 것을 꺼려했다. 그간 방송에 나온 것을 통해 보면 이런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성동일은 그간 아이들을 골려먹기도 하고 늘 풀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아빠로서의 권위 아래서 아이가 긴장하게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그런데 준이가 늘 바르고 곧은 모습을 보이는 ‘성선비’로 불리게 된 것은 어쩌면 아빠 성동일의 이런 남다른 교육관 덕분일 수 있다.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타인을 배려하거나 산만하지 않고 침착하며 때론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준이의 모습은 성동일이라는 때로는 넘어야할 산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걸 받아주는 아빠가 아니라 세상에는 타인과 살아가기 위해 어떤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빠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빠들도 많고 또 그 아빠들의 교육관도 그 수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송종국은 성동일과는 정반대의 교육관을 갖고 있는 아빠다. 그가 지아를 대하는 태도는 말 그대로의 ‘딸 바보’다. 뭐든 아이가 원하는 것은 챙겨주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아빠. 그러니 송종국과 하룻밤을 지내게 된 준이는 이 너무 다른 교육관 사이에서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을 수 있다.

 

마치 하소연하듯 맨날 공부만 해서 놀 시간이 없다고 털어놓는 준이에게 송종국은 아빠가 원한 구연동화를 읽어주기보다는 같이 놀아주었다. 송종국은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놀고 싶어 한다고 말했고 함께 나와 축구로 몸을 풀고는 준이가 하고 싶다는 줄넘기 천 번에 도전했다. 그렇게 줄넘기 도전을 성공한 후 받은 송종국의 사인을 다음 날 준이는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어했지만 아빠는 여전히 무뚝뚝했다.

 

모든 걸 받아주는 아빠 송종국과 조금은 근엄하고 무뚝뚝한 아빠 성동일은 이 서로 다른 교육관은 그러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저마다 각자의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당장의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성동일의 교육방식이 너무 옛날식인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그래서 마치 잘못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러한 엄한 교육방식이 가진 좋은 점도 있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건 하룻밤 아빠 바꾸기 미션에서 아이들이 일순위로 꼽은 아빠가 김성주라는 점이다. 김성주는 방송 초반만 해도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때로는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하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주가 아이들의 일 순위가 된 데는 그가 가진 아이들을 말로 밀고 당기는 재주가 한 몫을 했다. 이것은 그가 타고난 방송인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나운서라는 특성상 언변이 좋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소통을 통한 교감은 김성주가 가진 남다른 교육방식일 게다.

 

아빠를 바꿔 하룻밤을 지내는 미션은 여러 차례의 교감을 가진 <아빠 어디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미션이다. 그만큼 친밀하지 않다면 어찌 타인의 아이를 거기에 맞춰 챙겨주는 모습이 가능할 것이고, 또 타인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아빠들도 자신들과 아이의 모습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만 배우는 게 아니고 아빠들도 배운다.

 

<아빠 어디가>는 결국 아빠와 아이가 등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담길 수밖에 없다. 바로 시골에 가서 직접 밥을 해먹거나 떡을 만들어보거나 밤을 따고 개울에서 뛰어노는 그 몸으로 부딪치는 아날로그적인 체험들은 그 자체로 커다란 교육적 효과를 드러낸다. 지금껏 보여진 아이들의 변화를 떠올려 보라. <아빠 어디가>는 분명 지금의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빠들이 보이는 저마다의 교육관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기피대상 1호가 된 성동일이 꼴찌 아빠가 아니고, 성동일과는 정반대의 교육관을 가진 송종국이나 아이들의 1순위가 된 김성주가 일등 아빠는 아니라는 점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교육관이 있을 뿐이다. 어떤 교육관이 맞느냐를 비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빠 바꾸기 미션이 보여준 것처럼 아빠들이 타인의 교육관을 인정하는 태도다.

<아빠>, <일밤> 두 자릿수 시청률 잡은 이유

 

<아빠 어디가>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거의 1년 넘게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던 <일밤>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빠 어디가>가 이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은 물론 아이들에게 있다. 아이들이 갖는 본연의 순수함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여기 출연하고 있는 윤후, 성준, 지아, 준수, 민국 다섯 아이들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는 걸 빼놓을 수 없다. 다섯 아이들이 주는 다섯 가지 즐거움. 이제 주말에 <아빠 어디가>를 기다리게 되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허당 아빠를 둔 덕에 매 번 ‘나쁜 데서 자는’ 시련을 겪는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는 아빠 김성주의 말대로 안 되는 것을 좀체 경험해보지 않았던 아이다. 그래서 첫 여행에서 ‘나쁜 집(?)’이 뽑혔을 때도 눈물을 흘리며 떼를 썼다. 그렇게 하면 집에서는 모든 걸 다시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국이는 <아빠 어디가>를 통해 세상에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연거푸 겪으며 성장하고 있다.

 

민국이의 눈물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들면서도 그간 일에 바빠 아이를 챙겨주지 못한 아빠들에게는 마음 한 구석에 짠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남들이 심지어 침대까지 마련되어 있는 좋은 텐트를 칠 때, 바람 불면 훅 날아갈 것 같은 작은 텐트를 보고는 눈물 흘리는 민국이는 많은 아빠들의 마음을 김성주의 마음으로 만들었을 게다. 그럼에도 민국이가 맏형이라고 아이들을 동생처럼 챙기는 모습은 아빠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준다. 민국이가 보여주는 건 성장드라마의 묘미다.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본능(?)으로 어른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송종국의 딸 지아를 “지아씨!”라고 부르며 졸졸 쫓아다니고 송종국이 텐트를 치기 위해 망치질을 하자 조심하라고 지아를 챙기는 모습은 어른들이라면 도무지 나올 수 없는 순수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먹는 것을 밝혀 음식 앞에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도 또 형과 동생을 위해 참으려 애쓰는 모습도 윤후만의 순수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본능적인 속내를 드러내며 웃음을 주는 윤후는 리얼 버라이어티적인 재미를 가장 잘 뽑아내는 아이다.

 

반면 성동일의 아들 성준은 조금은 내성적이면서 속 깊은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빠가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차츰 그 선을 넘어오며 아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성준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첫 여행 낯선 시골에서 아빠와 함께 잠을 청하며 “아빠 좋아”라고 속을 털어놓는 아이의 말에 성동일 만큼 보는 이들의 마음도 푸근해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 성준은 <아빠 어디가>에서 훈훈한 가족드라마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준수는 아빠라기보다는 삼촌 같은 이종혁과 친구 같은 부자관계의 묘미를 선사하는 아이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측 불가의 매력을 가진 준수는 호기심 많고 아빠를 닮아 귀차니스트의 면모도 갖고 있다. 장난꾸러기로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배시시 웃거나, 아빠의 발을 붙잡고 또 눈썰매를 타고 아빠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준수는 그래서 삼촌 같고 친구 같은 아빠 이종혁의 성장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드는 아이다.

 

유일한 홍일점인 송중국의 딸 지아는 그 존재만으로도 아이들의 관계의 재미를 부가시키는아이다. 도도하고 시크한(?) 지아의 매력에 첫 날부터 푹 빠져버린 윤후가 캠핑장의 얼음 위에 쌓인 눈 위에서 <러브스토리>를 연출할 수 있는 건 지아 덕분이다. 늘 ‘나쁜 데’서 자게 돼 속상해하는 가장 맏형인 민국이를 챙기는 지아의 모습은 여자아이로서 갖기 마련인 따뜻한 배려를 느끼게 만든다. 비록 아이들이지만 남녀 관계의 알콩달콩함을 만들어내는 지아는 <아빠 어디가>만의 순수한 멜로(?)를 그려낸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은 그저 아이들이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거기 나온 아이들의 특별한 면면이 저마다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 어디가>를 보다보면 민국이의 성장드라마에 흐뭇해지고, 윤후의 리얼 버라이어티에 빵 터지다가, 성준이의 가족드라마에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준수의 때 묻지 않은 엉뚱함 앞에 아빠의 성장드라마를 보는 재미와 지아의 도도한 매력이 만들어내는 알콩달콩한 순수한 아이들의 관계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다섯 아이가 만들어내는 다섯 가지 즐거움. 이것이 <아빠 어디가>의 진정한 성공 요인이 아닐까.

'아빠 어디가', 이것이 바로 예능 비타민

 

“좋은 꿈꿔.” “아빠도 잘 자고요.” “고맙다 아들아.” “아빠도 절대로 감기 걸리면 안돼요.” “고마워.”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어이 내 아들. 아빠도 좋아.” 불 꺼진 방 안에서 들려오는 아빠와 아들의 이 짤막한 대화에는 그 끈끈한 사랑이 느껴진다. 평소 아빠를 무서워하며 다가오지 못했던 성동일의 아들 준이. 조금은 자신 없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아빠 좋아”를 연발하는 아이 앞에서 아빠 성동일은 한없이 푸근해졌을 게다. <아빠 어디가>는 어쩌면 성동일처럼 일에 바빠 조금은 소원해졌던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만큼 아빠를 힐링시켜주는 존재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는 첫 회에 아빠와 떠난 여행에서 가장 허름한 숙소가 정해지자 폭풍 오열을 했다. 두모리로 떠난 두 번째 여행에서도 최종 목적지에 가장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텐트를 치고 자야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또 눈물을 쏟아냈다. 아마도 어른들만이 떠나는 여행이었다면 제 아무리 야외취침을 한다고 해도 눈물까지 펑펑 흘리며 아쉬워하는 장면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나온다고 해도 그 진정성이 묻어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국이의 눈물을 그 자체가 진짜라는 점에서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든다.

 

윤민수의 아들 후는 송종국의 딸 지아를 마음에 두고 있다. “어휴 이 귀염둥이!”라며 마음을 드러내고 삶은 계란 하나라도 지아를 챙겨주려 한다. 자신은 숨긴다고 숨기지만 다 드러나는 그 마음은 아빠들을 미소 짓게 한다. 후가 단 몇 차례의 방영만에 ‘국민 아들(?)’로 등극하게 된 것은 그 자신의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삶을 계란을 먹고 싶은 마음과, 지아와 민국이형과 나눠먹을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 자신이 다 먹어버리는 모습은 그 솔직한 속내를 잘 보여준다.

 

저녁 찬거리를 구하러 나온 길에서 만난 강아지나 병아리 때문에 좀체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지아는 그 존재만으로도 아빠 송종국을 딸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아이. 송종국이 지아의 발을 닦아주거나 어설픈 솜씨로 아침을 챙겨주는 등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이 땅의 모든 딸 바보 아빠들의 마음 그대로일 게다. 한편 이종혁은 아빠라기보다는 삼촌 같은 모습이다. 귀차니스트들이기 마련인 아빠들의 자화상과 그럼에도 친구처럼 아들과 놀고 싶어하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악동 같은 모습이 거기서는 묻어난다.

 

사실 <아빠 어디가>는 특별히 대단한 이벤트가 있는 예능이 아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시골로 떠나 하는 것이라고는 잠잘 방을 택하고, 저녁거리를 구해 챙겨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눈을 뜨며 한바탕 시골길을 걷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더해지기 보다는 빼는 것으로서 더 특별해진 예능은 그저 달걀 몇 알만 갖고도 충분한 웃음을 전해준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니 말이다.

 

무언가 많은 것을 설정하고 기획하기보다는 그저 아날로그적인 공간에 아빠와 아이를 함께 내버려두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가를 담담히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이 예능은 따뜻한 웃음을 전해준다. <일밤>이 지금껏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웃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말 예능으로서 그 프로그램을 가족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아빠 어디가>는 그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놓았다. 이제 주말이 되면 이 아이들과 아빠들의 관계가 무르익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현실에서 매번 부대끼면서 마음만은 그렇지 않지만 가족들과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지는 게 우리네 아빠들이다. 그런 아빠들에게 <아빠 어디가>는 비타민 같은 웃음을 전해준다. 그 아이들이 전하는 순수한 웃음은 그 자체로 아빠들에게는 힐링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들의 가족과 아이를 돌아 보는 기회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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