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Q’의 안이함, 제 아무리 웃음의 강도를 높인들

시청률 4.2%(닐슨 코리아). 뜻밖의 시청률이다. 물론 MBC 예능 <무한도전>이 떠난 자리를 채운다는 게 부담이 됐을 <뜻밖의 Q>지만 이건 안이해도 너무 안이한 기획이다. 음악예능, 퀴즈프로그램, 스튜디오물. 뭐 하나 지금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게 없다. <무한도전>이 있던 자리인 노른자위 프라임타임에 들어올 프로그램으로는 함량 부족이다. 차라리 시청자들이 <전지적 참견 시점>을 그 시간대에 채우라는 이야기가 더 합리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물론 SNS 스타들을 활용해 시청자가 참여하는 특이한 음악 퀴즈를 낸다는 새로움은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대변하는 출연자들이 결국은 퀴즈를 맞추는 형식일뿐이다. 음악예능도 식상한 버전이고, 퀴즈프로그램은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카메라가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이런 스튜디오 예능은 너무 올드하게 느껴진다. 

본래 방송 분량이 워낙 재미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자막과 편집은 더 인위적이고 과도해진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패러디해 웃음을 터트리지 못한 강타의 멘트에 시간을 되돌리는 식의 자막, 편집이 그렇다. 물론 그런 방식이 최근 유튜브 같은 인터넷 방송의 재미 포인트이긴 하지만, 그 많은 연예인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놓고 거의 편집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려 애쓰고 있다는 건 근본적인 프로그램의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출연자들도 그래서 리액션이나 멘트가 과도해진다. 어떻게든 거기 앉아있는 자기 증명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요즘 다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노사연은 역시 거침없는 멘트로 그나마 웃음을 챙겨주지만, 뜬금없는 ‘돌고 돌아가는 길’을 불러대며 애쓰는 모습은 즐겁기 보다는 안쓰러움이 더 크다. 

여기에 진행자로 선 이수근과 전현무의 역할도 애매하기 그지없다. 전현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느낌이 별로 없고, 이수근은 괜스레 출연자들을 콕콕 찔러대며 질문을 던지는데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수근과 전현무를 떠올리면 생각되는 그런 멘트들이 그저 반복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왜 굳이 이 어려운 자리에 이런 쉬운 선택을 했는지가 의문이다.

<뜻밖의 Q>의 최행호 PD도 그 ‘폭망의 느낌’을 읽어냈는지 마지막에 사족을 붙였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패러디해 시간을 되돌리고는 “가수들을 섭외한 게” 실패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재미의 포인트가 약했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2회에는 웃음을 더 줄 수 있는 예능인들을 채워 넣었다는 걸 예고 영상으로 보여주며 진짜 시작은 다음회부터라는 뉘앙스를 남겼다. 

그런데 과연 재미와 웃음의 강도를 더하면 <뜻밖의 Q>는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웃음의 강도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형식이 가진 안이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디 웃기만 하려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시대인가. <무한도전>이 그간 해왔던 재미의 다양한 포인트들과 그 확장을 떠올려 보면 <뜻밖의 Q>는 엉뚱한 퇴행처럼 보인다. 기획의 원점에서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사진:MBC)

<힐링캠프>에서 <동상이몽>으로 달라진 토크쇼의 흐름

 

SBS <힐링캠프>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신작 <그래 그런거야>가 주말 시간대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 시간대에 있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가 대신 월요일 밤 시간대로 편성될 것이 유력한 상황. SBS 측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힐링캠프>는 밀려날 처지에 놓였고 <동상이몽>은 더 뜨거운 시간대로 옮겨갈 것이란 건 확실해 보인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사실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지만 이 변화는 작금의 토크쇼 트렌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힐링캠프>는 물론 김제동 체제로 바뀌면서 500인의 방청객이 MC 역할을 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줬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드러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힐링캠프>라고 하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건 과거 이경규, 성유리가 함께 했던 전형적인 연예인 토크쇼일 것이다.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앉혀 놓고 MC들이 질문을 던져 그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힐링캠프>는 당시에는 꽤 화제가 됐던 토크쇼였다. 1인 연예인 토크쇼 형식은 조금은 구시대적인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힐링트렌드를 끌어들여 상당히 트렌디하면서도 직설적인 어법으로 화제를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갈수록 시청자의 힐링이 아니라 게스트의 힐링처럼 보인 면이 추락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김제동 체제로 바꿔 부랴부랴 변화를 준 것이 일반인들의 참여였다. 500인의 방청객이 그 날의 게스트에게 직접 질문하는 형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참여를 시도했지만 이것 역시 결과적으로 보면 연예인 토크쇼라는 그 틀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드러냈다.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연예인들이라는 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청자들 본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힐링캠프>가 힘겨워지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건 이러한 시청자들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보면 <힐링캠프>가 사라지는 마당에 <동상이몽>은 이 달라진 시대의 대안적인 토크쇼 형식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동상이몽>은 유재석, 김구라 같은 쟁쟁한 연예인 MC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이다. 어떤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리는 토크쇼. 연예인 MC와 패널들은 다만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코멘트를 달거나 공감 혹은 비공감의 입장을 드러낼 뿐이다. <동상이몽>이 가진 이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이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동상이몽>은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다로만 일관하는 토크쇼와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는 최근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형식이 결합되어 있다. 일반인들의 사연은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관찰카메라로 가감 없이 찍혀져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이 나란히 보여 진다. 그러니 토크쇼가 가진 말과 스튜디오라는 한계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관찰카메라가 가진 실제 장면들과 현장이라는 생생함으로 대치되면서 극복된다.

 

<힐링캠프>의 시대가 가고 <동상이몽>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것은 한 때를 풍미했던 연예인 토크쇼 형식은 퇴조하고 일반인 토크쇼와 관찰카메라가 접목된 새로운 형식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이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 연예인들의 위치도 달라지고 있다. 그 전에는 중심에 섰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일반인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대신 그 옆자리를 자처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진화 성공한 <백년손님>, <해피투게더>가 배워야할 것

 

SBS <자기야 백년손님(이하 백년손님)>은 본래 <자기야>라는 스튜디오형 토크쇼에서 진화한 버전이다. 스튜디오에 연예인 부부들을 초대해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는 수다형 예능에서 <백년손님>이 사위의 강제 처가살이라는 현장형 예능으로 진화를 꾀한 건 대단히 적절한 선택이었다. 물론 스튜디오에서의 후토크와 현장에서의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지만 <백년손님>은 확실히 요즘 트렌드에 걸맞는 예능 형식으로 자리한 것만은 분명하다.

 


'백년손님(사진출처:SBS)'

8.8%의 괜찮은 시청률을 낸 11일 방송에서는 늘 스튜디오에 앉아 토크를 이끌던 <백년손님>의 안방마님 김원희가 남서방의 후포리를 찾아가 밭일을 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이 방송에서 김원희는 현장에서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괜찮은(?) 쟁기실력을 보여줘 심지어 암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스튜디오에만 앉아 있기 보다는 현장으로 뛰어나가는 김원희의 모습은 마치 <백년손님>이 이뤄낸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인다.

 

연예인들의 사담을 위주로 하는 스튜디오 토크쇼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트렌드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만일 <백년손님>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 형식을 과감히 시도하지 않고 과거의 스튜디오 토크쇼에 주저앉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생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백년손님>은 연예인만이 아닌 장모들이라는 일반인들을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세웠고 장모와 사위라는 관계 속에서 연예인의 일반인적인 면모들을 더욱 부각시켰다. <백년손님>의 후포리 남재현이나 이만기 그리고 마라도의 박형일 같은 인물들에게서는 전혀 연예인의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건 장모들과 티격태격하며 만들어진 일상적인 관계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년손님>이 마치 최근 예능 트렌드의 정답처럼 여겨지는 건 그 공간이 너무나 시골스러운 서민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후포리에 내려간 남재현이 장모에게 엉뚱한 요리를 해주거나, 후포리의 어르신들인 후타삼이 그 요리를 먹고는 요상하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장면에서는 푸근한 시골의 정서가 느껴진다. 마라도 외진 곳에서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장모를 찾아가 이런 저런 일을 도와주는 박형일이 장모에게 얼굴 팩을 해주고 같이 누워 웃음을 짓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이건 단지 착해서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착하면서도 지금의 서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건드릴 수 있는 잘 짜여진 예능의 만듦새에서 나오는 공감대다. <백년손님>이 그 털털한 인물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갖고 꾸준히 괜찮은 반응과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는 건 그래서다.

 

반면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해피투게더>는 적절한 진화의 타이밍과 방향성을 못 맞춤으로써 서서히 추락했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를 두고도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고 화제성조차 예전만 하지 못하게 된 데는 여전히 이 프로그램이 전형적인 스튜디오 연예인 사담 토크쇼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쿡방 트렌드를 가져와 요리를 토크와 버무리고 있지만 이건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해피투게더> 역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박미선과 김신영을 하차시키고 전현무를 투입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연예인 사담 토크쇼의 틀을 깨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천하의 유재석이 자리하고 그 옆 자리에 최근 들어 대세 MC로 급상승한 전현무가 들어온다고 해도 반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듯싶다. 리뉴얼을 준비하는 <해피투게더><백년손님>이 이룬 진화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비정상회담>, 스튜디오에서도 연예인이 아니어도

 

벌써 1주년이란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1년 간 <비정상회담>이 만들어낸 파장은 적지 않았다.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너로 시작했지만 <비정상회담>은 적어도 토크쇼의 신기원을 만들었고, 그 분야에서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JTBC라는 플랫폼이 지상파와는 다르지만 그 플랫폼의 인지도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비정상회담>은 마치 돌연변이 같은 힘을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비정상회담>이 이끌어낸 건 외국인 출연자 전성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들이 방송을 통해 접해온 외국인들은 그저 한국말을 잘하는 신기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달랐다. 그들은 각국의 문화를 소개해주고 또 우리 문화에 대한 각자의 식견을 밝히는 지적인 인물들이었고, 한편으로는 언제든 재치 있는 끼로 즐거움을 줄줄 아는 존재들이었다. 이 진지함과 경쾌함의 조화 속에 우리가 갖고 있던 막연한 외국인들의 이미지는 좀 더 가까이 대중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비정상회담>이 놀라운 건 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온 토론의 주제가 논술시험에 내놔도 괜찮을 법한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각국의 문화에 맞춰 다채롭게 바라보는 주제에 대한 시선은 시청자들의 식견을 한층 넓혀주었다. 가벼운 문화의 차이에서부터 안락사나 동성애, 낙태, 전쟁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이 테이블 위에는 뭐든지 오를 수 있었다. 그것은 정상회담이 아닌 비정상회담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정상회담>이라는 예능의 테이블은 무거운 주제도 즐거운 토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외국인들이 나오고 또 그 토론 주제가 진지한 문제들이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비정상회담>이 지상파 토크쇼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늘 연예인들이 나와 그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털어놓는 것이 지상파 토크쇼가 오래도록 해왔던 것들이다. 한 때는 그것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지금은 식상해진 것이 사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이 아니어도, 또 사생활 토크가 아니어도(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충분히 된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뜨거운 화제에 오른 만큼 논란도 많았던 <비정상회담>이었다. 기미가요 논란이 터지기도 했고, 에네스 카야의 사생활 논란은 프로그램의 위기설을 만들기도 했다. 여러모로 외국인들이라는 새로운 인물군들을 출연시키면서 생겨난 논란들이었다. 지금껏 어떠한 전례도 없었기 때문에 이 경험은 향후 <비정상회담>에는 꽤 쓴 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출연자들에 대한 관리와 이문화를 다룰 때 조심해야 될 민감한 부분들에 대해 <비정상회담>은 비싼 수업료를 낸 셈이다.

 

무엇보다 <비정상회담>의 성과는 그간 야외 예능의 전성시대에 가려 점점 힘이 빠져가고 있던 스튜디오 예능에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스튜디오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문제라는 것. 새로운 인물군을 찾고 콘텐츠를 달리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비정상회담>은 보여줬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난 것이지만 <비정상회담>이 만들어낸 길은 의외로 넓고 새롭다. 그 길의 연장선으로서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했을 것이다. 외국인 대신 셰프를 세우고 그들의 콘텐츠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튜디오물을 만든 것이 이제는 셰프의 전성시대로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스튜디오물의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비정상회담>1년은 그래서 지금 현재 예능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의 1년이 더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집밥 백선생>의 디테일이 놀라운 스튜디오의 진화

 

선생님-”하고 부르자 백종원이 스튜디오로 들어선다. 그런데 그 들어서는 장면이 여느 스튜디오 예능들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그림자가 어른 어른거리는 모습이 보여지고 이어서 백종원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 스튜디오에 들어온다기보다는 어느 집 주방으로 들어서는 모습 같다. tvN <집밥 백선생>의 오프닝 장면이다. 도대체 이 자연스러운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것은 세트 스튜디오의 특별함에서 나온다. <집밥 백선생>은 우리가 기존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봐왔던 세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그것은 스튜디오라는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석구석 진짜 주방처럼 꾸며놓은 것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특징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창고나 광처럼 구획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요리를 하다가 재료나 도구가 필요하면 출연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광으로 들어가 재료와 도구를 꺼내온다. 밥을 지을 때 쌀을 가져오기 위해 출연자들이 광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사실 프로그램이 굳이 잡아낼 필요까지는 없는 디테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동선 하나는 스튜디오라는 인위적인 느낌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준다.

 

아마도 이런 세트를 꾸미게 된 건 제목에 붙어 있는 집밥이라는 표현에 들어 있듯이 진짜 집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집에서 해먹는 밥이란 야외에서 해먹는 것과도 다르고 놀러가서 다른 숙소에서 해먹는 밥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익숙한 재료와 도구들이 원하는 자리에 척 놓여져 있는 우리 집 주방에 들어설 때의 그 느낌이 타인의 집 주방과 다른 것과 같다. 거기에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어딘지 푸근해지고 포만감이 느껴진다.

 

스튜디오물에서 세트는 의외로 중요하다. 이를테면 과거 MBC <놀러와>에서 다락방의 모습을 스튜디오로 구현한 공간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맨발로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함을 제공했다. KBS <해피투게더>의 사우나 콘셉트의 세트나 작은 음식점 콘셉트의 세트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집밥 백선생>의 주방 스튜디오는 그 디테일이 단연 압권이다. 단지 기능적인 공간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그걸 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화창한 날 기분 좋은 요리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물론 출연자들과 그들이 만드는 요리에 집중되지만, 가끔 저 뒤편에 놓여진 창밖의 빨간 벽돌이나 초록 잎이 올라온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나뭇가지가 살랑살랑 흔들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진짜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집밥 백선생>의 인기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바로 백종원 셰프다. 백종원이 여타의 셰프들과 다르게 다가오는 건 특히 자연스러움이다. 그는 때로는 아이처럼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선생이다. 그는 카레 하나를 만들어도 확실히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이면서도 그걸 알려주는 눈높이는 딱 보통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그 보통의 눈높이는 그래서 요리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이건 몰랐지?”하는 식으로 자랑하는 듯한 천진난만함을 담고 있다.

 

진짜 주방처럼 꾸며지고 연출된 스튜디오는 상당부분 백선생의 이런 자연스러움에 일조한다. 이건 스튜디오의 진화다. 점점 카메라가 일상화되고 리얼을 강조하게 되면서 스튜디오물은 그 인위적인 느낌 때문에 점점 밀려나는 형국이다. 대신 카메라는 현장으로 일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스튜디오는 방송에 있어서 적은 투자로 최적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스튜디오가 디테일한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는 건 그래서 당연한 결과. <집밥 백선생>의 스튜디오는 그 진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가 연예인 토크쇼에 연연할 때 <냉장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스튜디오물이다. 구성만으로 보면 전형적인 토크쇼 형태다. 매회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하고 정형돈, 김성주 같은 고정 MC들이 있으며 8인의 쉐프들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들이 있다. 하지만 이 전형적인 토크쇼 구성을 통해서도 <냉장고를 부탁해>가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비법은 뭘까.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그것은 같은 공간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 안에서 완전히 다른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걸 <냉장고를 부탁해>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토크쇼 형태로 게스트가 출연하지만 이야기가 괜한 연예인 신변잡기로 흐르지 않는 건 거기 함께 출연(?)하고 있는 냉장고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게스트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냉장고의 재료들에서 나온다.

 

이규한이 공개적으로 밝힌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냉장고를 부탁해>에 들어오면 냉장고 속 식재료 이야기로 이어진다. 몇 년 전 식재료가 나오면 거기서 이전 연애의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뉘앙스를 정형돈이 풍기자 이규한이 긴장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만의 음식을 통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잘 말해준다.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 렌틸콩을 환약 먹듯이 먹어왔다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나 부패해버린 양파를 김치로 알고 놔두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규한의 인간적인 면모를 읽어낼 수 있다. 냉장고 안의 재료들은 일종의 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유추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 재료들이 그리 특별하다기보다는 누군가의 냉장고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처럼 일상적일 때 <냉장고를 부탁해>는 일종의 마법적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이규한은 자신의 평범한 냉장고에서 홍석천이 만들어낸 렌틸콩 요리 털업 샐러드나 이연복 대가의 완소 짬뽕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 점은 여기 출연하는 셰프들에게 연금술사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이고 최근 이들 셰프가 스타덤에 오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일상 속에서 마법 같은 특별함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음식을 통한 것이라면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은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지니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음식은 15분이라는 제한시간을 둠으로써 프로그램에는 쇼적인 성격을 부여하고(허세 최연석 셰프의 현란한 동작과 이연복 대가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칼질을 떠올려 보라!) 또한 일반인들도 왠지 그 마법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셰프들의 등장은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벗어나 실용적인 느낌마저 부여한다. 실제로 여기 등장한 레시피들은 일반인들이 직접 시연해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양방향적인 소통체계에 얹어진 실용성은 이 프로그램이 정보적으로도 유용하다는 걸 말해준다.

 

이렇게 게스트와 셰프를 연결해 하나의 음식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부여하자 메인 MC들의 역할 또한 여타의 토크쇼와는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호들갑 콤비로 이미 정평이 난 정형돈과 김성주의 시너지는 게스트를 콕콕 찔러 요리(?)해버리는 정형돈과 셰프들의 요리를 마치 스포츠 중계방송하듯 풀어내 긴박감을 만들어내는 김성주에 의해 활활 타오른다. 이들은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흔하디 흔한 토크쇼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 버라이어티한 상차림이 이미 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각자의 주석을 다는 토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냉장고를 부탁해>웰 메이드의 성공이다. 혹자는 최근 쿡방이라는 트렌드와 맞아 떨어졌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소재나 기획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촘촘한 재미로 완성시켜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흔히들 현장으로 나가는 리얼리티쇼의 시대에 토크쇼나 스튜디오물은 한 물 갔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스튜디오물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소재나 구성보다 그것을 어떻게 잘 만들어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것은 현재 고전하는 지상파 주중 예능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예능 트렌드의 변화, 스타 MC 모두의 문제

 

MBC <별바라기>가 조기종영을 결정하면서 강호동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복귀한 후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는 거의 바닥이다. MBC <무릎팍도사>가 폐지됐고, KBS <달빛프린스>SBS <맨발의 친구들>도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종영됐다. 그나마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그의 주특기인 운동을 살려 버텨내고 있지만 계속되는 프로그램의 종영은 그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별바라기(사진출처:MBC)'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건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의 변화는 한 때 스타로서 정상에 군림하던 MC 파워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최정상의 스타MC인 유재석도 이 흐름에서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그가 새롭게 이끌고 있는 KBS <나는 남자다>는 겨우겨우 5%대의 시청률을 버텨낼 뿐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재석 스스로도 이런 식으로는 시즌2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SBS <런닝맨>도 위기다. 그래도 10%대를 유지했던 <런닝맨>은 최근 6%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반면 동시간대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낸 것을 염두에 둔다면,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의 추락은 현재 스타MC 파워가 과거에 비해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걸 잘 말해준다. 걸스데이 혜리의 3초 앙탈 하나가, 또 저질 체력의 여전사(?) 김소연의 악바리 정신 하나가 그 어떤 스타 MC들의 팬덤보다 더 힘이 세졌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신동엽이나 김구라 같은 진행형 MC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 두 MC는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트렌드에 동승함으로서 타 스타 MC들보다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할 뿐이다. 하지만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김구라가 출연하지만 3%에 머물고 있는 SBS <매직아이>는 대표적이다.

 

즉 강호동의 위기는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 MC들 전체가 겪는 문제라는 점이다. 다만 그가 더 위기처럼 도드라져 보이는 건 잠정은퇴 선언을 하면서 과거 그가 했던 프로그램과 단절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했지만 마침 그 시기는 스타 MC 파워가 점점 사라지는 시점이었다. 일반인들이 점점 예능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외국인도 그 범주의 하나다), 연예인들도 하나의 리더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각개전투 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러니 하나의 꼭지점으로서 전체를 리드하던 스타 MC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타 MC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최근 예능의 새 트렌드로 자리한 관찰카메라가 가진 특징을 통해서도 쉽게 드러난다. 즉 관찰카메라는 그 자체로 중심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전후좌우 도처에 숨겨져 각각의 인물들의 행동을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구도에서는 도드라진 스타 MC들이 불필요해진다. 다만 각자 가진 자신들의 진짜 매력을 숨겨진 카메라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토크쇼 같은 스튜디오 예능이 점점 힘이 빠지는 건 이런 관찰카메라의 시선이 만들어낸 수평적인 느낌과 진정성의 강도를 이들 스튜디오 예능에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예능은 그 구조상 카메라가 중심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걸 깨기 위해 JTBC <비정상회담> 같은 경우에는 아예 탁자를 부채꼴로 놓지 않고 과감하게 일렬로 세우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중심을 세우기보다는 토론이 갖는 양대 구도를 세우기 위한 포진이다.

 

또한 스튜디오 예능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인위성(스튜디오라는 공간 자체가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은 최근 시청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정성의 강도를 떨어뜨린다. 이것은 때로는 <런닝맨> 같은 야외형 예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런닝맨>처럼 야외로 나간다고 해도 스튜디오와 다를 바 없는 어떤 일정한 틀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최소한 <12>처럼 여행이라면 일상이 되겠지만 <런닝맨>은 여행이 아니라 게임이다) 그 리얼리티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강호동이 표징하는 것처럼, 지금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 변화는 스타 MC들 모두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기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답이 없는 건 아니다. 그나마 강호동이 잘 버티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처럼,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일상처럼 맞는 예능이면서 동시에 중심에 서기보다는 많은 출연자들(일반인 포함) 중 하나로 설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제 스타 MC들이 찾아내야할 새로운 위치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스타 MC가 사라져가는 왕좌 없는 예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2>, 지나친 콩트는 야생을 스튜디오로 만든다

 

KBS <12>에 출연한 박태호 예능국장은 “<12>은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가 말하는 진정성과 초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야생이고 여행이며 리얼리티일 것이다. 어디든 무작정 떠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이나 의외로 터진 사건이 점점 커지는 국면들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것이 <12>의 진정성이자 초심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이번 강릉, 동해로 떠난 <12>은 그 진정성과 초심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여행이 됐다. 지나친 콩트 설정이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등장했고, 그러면서 여행은 부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좌석 복불복을 할 때까지만 해도 <12>은 본연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태호 예능국장이 그 빈 자리에 앉아 멤버들에게 불편함의 끝을 선사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점점 콩트로 흘러갔다.

 

물론 재미가 없었다는 건 아니다. 특히 박태호 예능국장은 베테랑다운 임기웅변으로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며 큰 웃음을 만들었다. 과거 자신이 당했던 까나리카노를 멤버들에게 먹게 만드는 몰래카메라 설정을 보여주기도 했고, 출연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화장실 가는 것조차 한꺼번에 우 몰려가게 만드는 장관도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재미가 있다고 그것이 <12>의 진정성을 살려주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재미가 얼마나 진짜냐는 것이다. 예능국장과 출연자들이 기차에서 그것도 같은 자리에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의도된 만남일 수밖에 없다. ? 일종의 상사와 직원 같은 계급구조를 갖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콩트 코미디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런 기차 같은 공간에서의 불편한 동반자콘셉트의 콩트는 이미 과거 <유머일번지> 시절부터 콩트 코미디에 단골로 나왔던 소재다.

 

물론 그것으로 끝났다면 가끔 한두 번씩 나오는 의도된 상황극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다. <12>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국장까지 프로그램에 나와 아낌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그것이 상황극이라고 해도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후로 계속 이어지는 콩트의 연속은 <12>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박태호 국장이 준 용돈으로 잠깐 역에서 내린 출연자들이 국제분식에서 바가지를 쓰는 장면은 아예 그 공간을 스튜디오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급조된 포장마차에 <12> 국제심판(?) 권기종이 주인이 되어 출연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돈을 내지 않으려 하자 갑자기 조폭(역할을 하는 사람)이 등장해 돈을 갈취하는 장면은 너무 인위적이라 그것이 <12>인지 <개그콘서트>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해변에 도착해서도 콩트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는 미녀와 추녀를 비교하는 전형적인 <개그콘서트>형 콩트다. 현장에서 즉석에 섭외된 일반인들과 게임을 하는데 갑자기 미녀와의 데이트를 상으로 내세우는 건 실로 엉뚱한 설정이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을 상으로 세운다는 것이 <12> 같은 가족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특히 여성 일반인 참여자에게는 더더욱 의미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은 누가 봐도 섭외의 흔적이 역력하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런 포즈를 취할 정도면 이미 의도된 상황극 속에 들어와 있었다는 얘기이고, 마침 이들과 비교점을 세우는 오나미나 김혜선 역시 한 편의 콩트 설정으로 투입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갑자기 뜬금없이 주어진 2시간 휴식에 출연자들이 몸단장을 하는 모습이 보여지더니 해변가에 놀러온 미녀들에게 천거된 출연자들이 한여름 낮의 꿈을 연출하고, 반면 천거 받지 못한 출연자들이 오나미와 김혜선과 함께 지옥을 경험하는 장면들이 병치된다.

 

물론 여기 등장한 비키니 미녀들이 처음부터 섭외된 연예인 지망생이었는지 아니면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 섭외된 일반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쪽이든 이 웃음에 <12>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사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12>은 여름휴가 시즌인 여행의 시기에 하필 이런 콩트 설정의 특집을 만들었을까. 차라리 여행을 못가 방에 콕 박혀 보내는 <무한도전>식의 콩트라면 이해가 가지만 굳이 동해까지 가서 스튜디오 예능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웃음이라고 다 같은 웃음이 아니다. <12>이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 다 같지 않은 웃음의 진정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콩트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이 아니라 진짜 현장에서 뜻밖에 터지는 웃음이 있었기 때문에 <12>이 있을 수 있었다. 물론 <개그콘서트><개그콘서트> 나름의 웃음의 의미가 있지만 <개그콘서트>를 보며 기대하는 웃음과 <12>을 보며 기대하는 웃음은 다르기 마련이다. 지나친 콩트는 야생마저 스튜디오로 만들어버린다. <12><개그콘서트>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12>은 박태호 국장이 말하는 그 진정성과 초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다시 방송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가졌던 기대감에 비해 그 결과가 너무 소소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복귀 신고식을 치른 <스타킹>은 첫 회에 무려 16.2%(agb닐슨)의 시청률을 냈다. 하지만 그 후로 시청률은 13.4%, 10.7%로 뚝뚝 떨어졌다(물론 최근 약간 반등했지만). <무릎팍도사>는 정우성이 게스트로 나온 첫 회에 8.7%에서 시작해 6%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물론 이 몇 회의 시청률 추이를 갖고 강호동 복귀의 효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킹'(사진출처:SBS)

이렇게 된 것은 복귀하는 강호동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 그가 했던 프로그램으로 다시 복귀했다는 점이 그 기대감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렸다. <스타킹>은 그가 예전에 했던 그 전성기를 한참 지난 포맷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무릎팍도사> 역시 달라진 토크쇼 환경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속에서 강호동은 마치 1년 전에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 1년의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하는 <달빛프린스>는 어떨까. 아직 방영이 되지 않아 어떤 형태일 것인가를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그 형식이 토크쇼라는 것은 분명하다. 매주 게스트가 한 권의 책을 직접 선정하고 그 책에 따라서 주제가 선정되는 북 토크 형식이라고 한다. 강호동을 위시해 최강창민, 용감한 형제, 정재형, 탁재훈이 함께 MC로 투입되었다. <안녕하세요>를 연출한 이예지PD에 대한 신뢰가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어떨까. 과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세울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토크쇼라는 점이 그 기대를 상당부분 떨어뜨린다. 너무 많아진 토크쇼들 속에 또 하나의 토크쇼라는 점도 그렇지만, 강호동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무릎팍도사>와 더불어 또 하나의 토크쇼를 하는 셈이니 말이다. 어떤 다른 면모를 보여줄 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토크쇼는 강호동의 진가를 끄집어내기에는 약한 면이 있다. <무릎팍도사>처럼 확실하게 그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토크쇼도 쉽지 않은 판이다.

 

강호동의 강점은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더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시베리안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자신의 MC 이미지를 가장 인상 깊게 만들어낸 것은 <1박2일>에서 이렇게 외쳤을 때이다. 너무 소리를 지른다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강호동의 최대 자산이라면 바로 그 강인한 인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겨울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계곡에 서슴없이 들어가고, 밀려오는 파도 속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다른 그 어느 누구도 그만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힘든 강호동만의 특별함이 묻어난다.

 

왜 강호동은 자신만이 가능한 이 야생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까(그렇다고 <1박2일>에 들어가란 얘기는 아니다). 하긴 그렇게 그에게 최적화된 예능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만일 강호동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면 그 야생의 힘을 끄집어낼 수 있는 형식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제 아무리 강호동이라는 거물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만한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방송사들의 강호동 활용법에는 그래서 강호동에게나 대중들에게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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