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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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선생', 갈비 요리 꿀팁보다 중요한 것

 

명절이면 어머니가 정성스레 차려 내준 양념갈비에 갈비찜에 갈비탕 같은 걸 한 번쯤은 누구나 먹어봤을 것이다. 그렇게 맛있을 수 없는 명절 갈비의 맛. 하지만 일일이 갈비를 손질하고 양념에 재우고 끓이면서도 뜨는 기름을 제거해내는 그 일련의 과정을 보면 얼마나 그 갈비 요리에 정성이 담겨지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것이 하나라도 더 먹여 보내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겠나.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이 갈비를 주제로 한 것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그저 주는 대로 맛있게만 먹었지 그 과정이 어떤가를 전혀 몰랐던 남자들이 그 정성을 스스로 느껴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백종원이 알려주는 꿀 팁을 활용해 한번쯤은 스스로 가족을 위해 명절에 갈비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떤가 하는 제안이다.

 

명절에 남자와 여자를 모두 스트레스 받게 하는 건 그 놈의 역할 구분이다. 여자들은 쉴 틈 없이 요리하고 일하는데 남자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저 뒤에서 뒹굴뒹굴 대는 풍경은 남녀 모두를 스트레스 받게 한다. 여자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있다면, 그 여자들의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남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명절 증후군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요리는 여자들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집밥 백선생>이 추구하는 것도 이 편견을 깨는 일이다. 남성 요리 무식자들이 요리의 세계가 의외로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을 하나씩 깨우쳐주는 일. 그래서 백종원이 가르쳐준 대로 손쉽게 만능양념을 만들어 양념갈비도 해먹고, 갈비찜에 갈비탕, 그리고 갈비탕 고기를 이용해 단 5분 만에 뚝딱 차려내는 매운 갈비찜까지 슥슥 해보는 것이다.

 

백종원이 알려주는 갈비요리들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요리는 아니다. 물론 어머니들의 요리 노하우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백종원은 일단 기본적인 것들을 충실히 알려준다. 만능간장이 그렇듯이 갈비 요리를 위한 만능양념을 알려주는 건 누구나 쉽게 요리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 위함이다. 세상이 만능이 어딨겠나. 하지만 만능이라고 표현하면 일단 그 요리가 너무나 친근하고 쉽게 다가오는 것만큼은 분명한 일이다.

 

일단 요리에 대한 성별 역할 구분의 편견을 깨고 나면 명절의 풍경은 확 달라지지 않을까. 사실 명절의 풍성함의 이면에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기 마련인 어머니의 노동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자식들을 위해 노구를 쉴 새 없이 재게도 움직이시며 요리를 차려내는 어머니의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명절을 대하는 남자들의 자세도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사실 요리보다 더 중요한 건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남자가 요리를 하면 뭐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저 무수하게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쿡방 속에서 그 많은 남자들이 이런 저런 요리들을 해내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집밥 백선생>이 추석을 맞아 갈비 요리 레시피를 선보이고, 후속으로 추석의 남은 음식을 이용한 요리를 준비하는 건 그래서 단지 요리 꿀팁만을 위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갈비찜 하나로라도 명절의 풍경을 바꿔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아마도 <집밥 백선생>이 명절을 대하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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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이수근의 힐링이 되어야 하는 이유

 

무엇이 그토록 이수근을 괴롭혔던 걸까. <예체능> 배드민턴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이수근은 코트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좀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은 오히려 한 번 터진 눈물을 봇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소리 내어 우는 눈물보다 더 슬펐던 건 카메라가 지나갈 때 슬쩍 잡힌 원형 탈모의 흔적이었다.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기에 머리카락이 이토록 뭉텅 빠져버렸던 걸까.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이수근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연예인이다. <1박2일>에서 한민관과 장동혁은 그를 “다른 사람 고민은 들어주면서 자기 고민은 삼키는 스타일”이라고 밝혔고 주원은 잠을 자다가 이수근의 원형탈모를 보고는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순간에서조차 이수근은 자신의 속내를 너스레를 떠는 것으로 숨겼다. “탈모가 아니라 돌에 맞은 것”이라며.

 

이것은 아마도 이수근의 성격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처한 상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승승장구>에서 밝힌 적이 있지만 그의 가족사는 평탄하다 말하기 어렵다. 왼쪽 뇌 부분이 완전치 않게 태어나 재활치료를 받은 둘째아이에 임신중독증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아 치료시기가 늦어져 결국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투병생활을 한 아내까지. 가장으로서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는 당시 자신이 “유쾌해야 가족도 유쾌해질 것”으로 생각해 이런 가족사를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상황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속으로 삭이는 것은 이수근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사적으로도 그렇고 방송인으로서도 그렇다. 원형탈모가 보여주는 것처럼 감정의 억압은 결국 스스로를 괴롭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고, 이처럼 감정을 좀체 드러내지 않으려는 자세는 방송인으로서도 작금의 리얼 예능 상황 속에서 자칫 진정성의 결여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그가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동네 예체능>은 연예인들에게는 운동을 매개로 어떤 힐링의 경험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방송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존박)는 것이고 연예인이 평상시에 잘 느끼기 힘든 다양한 감정들을 운동을 통해 겪게 해준다(이만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살과 살이 부대끼면서 생겨나는 가족적인 유대감은 상대적으로 그런 경험이 일천한 연예인들에게는 치유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수근이 펑펑 흘린 눈물은 어쩌면 그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게나마 그렇게 억압된 감정이 분출되고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이수근에게 귀한 가치가 있을까. 사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패배란 물론 아프겠지만 그다지 중대한 결과는 아니다. 이미 오랜 경험으로 단련된 준프로 동호인들을 어찌 이기겠는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고 드러내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 이를테면 아쉬움이나 기쁨 같은 것들은 실로 중요한 경험일 수 있다.

 

이것은 이 프로그램이 진정으로 보여주려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에 집착한다면 기존 스포츠중계와 이 프로그램이 무슨 변별력이 있겠는가. 생활체육이 엘리트 체육과 다른 점도 그것이다. 과정을 즐기며 건강해지는 것이 실제 목표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수근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목표를 보여주는 것이 될 게다. 이것이 <우리동네 예체능>이 이수근에게 힐링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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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유재석만 있나, 나쁜 유재석도 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변화가 심상찮다. 그간 늘 착한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왔던 유재석이 ‘잔소리꾼’이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조금씩 끄집어내고 있는 것. 하와이로 가기 위해 모인 멤버들에게 유재석은 지난 회에 이어서 “형제 4호 발령”을 알렸다. 여기서 ‘형제 4호’란 <무한도전>이 어떤 위기의식을 갖고 심기일전을 하기 위해 유재석이 보내곤 했던 문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은 오프닝에서도 정준하의 새로 한 머리를 꼬투리삼아 그 헤어스타일을 ‘버르장머리’라고 불러 면박을 주었고, 박명수가 딸 민서가 해준 매니큐어를 자랑하며 벌써 “키가 1미터 10 나온다”고 하자 “계속 크겠죠. 2미터 되겠네요.” 해서 그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하와이로 떠나는 공항에서는 ‘무한상사’를 즉석에서 재연하면서 유국장이 된 유재석은 “재미없으면 하와이에서 못 돌아올 줄 알아”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다들 힘든 상황에서 하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라고 묻는 유재석에게 너무 부담주고 그러지 말라는 멤버들의 원성이 자자하자 유재석은 “여러분이 바캉스로 가든 촬영으로 가든 휴가를 가든 재미만 있게 해오라니까.”하고 잔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한상사’에서의 상황극 캐릭터가 ‘스트레th' 특집에서 다시 끄집어내진 후 ‘하와이’ 특집으로 이어진 셈이다. 재미에 대한 강박이 강해진 유재석은 이제 그 재미를 위해서는 ‘착한 캐릭터’마저 훌훌 벗어던질 기세다.

 

유재석의 이런 변화는 <런닝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김수로의 이름표를 송지효가 떼어버리는 놀라운 결과로 혼자 월요 커플을 상대해야 하는 유재석은 그간의 모습과는 달리 안간힘을 쓰며 개리의 이름표를 먼저 떼기도 했다. 결국 송지효의 간지럼 공격에 무너지긴 했지만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던 것. 부표 위에서 벌어진 수중고싸움에서도 유재석은 공격하는 김종국과 하하 송지효를 모두 밀어내는 반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게임에 좀 더 집중하는 느낌이랄까.

 

유재석이 물론 자신의 캐릭터를 완전히 바꾸려는 건 아닐 것이다(이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껏 ‘착한 유재석’만 있었다면 이제는 ‘나쁜 유재석’ 같은 새로운 면모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유재석 스스로 느끼는 위기감과 연관되어 있다. 오래도록 유재석의 착한 캐릭터를 끌어와 착한 토크쇼로 안방을 지켜왔던 <놀러와>가 폐지되었고, <무한도전>의 시청률도 과거만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건 일시적인 결과일 수 있지만,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는 몇몇 팬덤에 의해 유지되던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이것은 팬덤이 사라졌다기보다는 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지 못한 탓이 크다. 오래도록 착한 캐릭터로 고착화되다보면 의도치 않게 프로그램의 색깔 또한 고정시켜버릴 수도 있다. 워낙 유재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가 나오는 토크쇼는 모두 착한 토크쇼가 되고, 그가 나오는 버라이어티쇼는 게스트를 배려하는 미션과 도전이 된다. <놀러와>, <해피투게더> 같은 토크쇼가 그렇고,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이 그렇다.

 

늘 1인자다운 모습, 늘 배려의 아이콘다운 착한 이미지는 물론 유재석이 버릴 수 없는(버려서도 안 되는) 그만의 가장 큰 자산이지만 그렇게 고정된 이미지는 본인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재석 하면 떠오르는 그 인상은 그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유재석은 여기서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좀 더 다채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려는 듯하다.

 

최근 서병기 대중문화 전문기자는 <해피투게더3> 촬영장을 찾은 자리에서 유재석의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면 방송에서 착한 유재석뿐 아니라 나쁜 유재석도 보여줄 수 있다”고. 유재석의 변화는 그 목적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하와이로 떠나는 공항에서 유국장으로 분한 유재석이 “재미만 있게 해오라니까”라고 잔소리를 하는 모습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한 다짐일 게다. 그 도전이 시청자들을 위한 것일 때 그 캐릭터가 무엇이든 유재석의 변신은 무죄다. 유재석의 새로운 무한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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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스트레스, 우리를 웃게 하는 힘

 

<무한도전> '스트레th' 특집에 나온 유재석은 자신의 장점을 ‘열심히 한다’, ‘잘 웃는다’로 표현했고, 단점을 ‘다소 우유부단하다’, ‘다른 사람이 잔소리로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고민거리를 묻는 질문에 “크게는 없었는데요. 이번 주 녹화 이거 재밌었나.. 다음 주에는 이런 걸 한다는데 이건 어떨까...”라고 답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장점과 단점 심지어 고민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유재석의 스트레스가 모두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의 장단점은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과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모두 그가 고민거리로 말한 방송에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는 방송을 통해 열심히 하고 잘 웃으며 때론 우유부단함(캐릭터로 나오는)을 볼 수 있었고 종종 그가 멤버들에게 잔소리를 해 잔소리꾼이라는 핀잔을 듣는 것에 익숙하다.

 

이 장단점과 고민거리 토로에는 유재석이 가진 시청자에게 어떻게든 웃음과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강박증을 읽어낼 수 있다. 그가 ‘잔소리꾼’이 된 것은 그가 말하듯이 ‘잘하자고’ 하다 보니 생긴 습관이다. 자신에 대해 그만큼 엄격한 그이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그만큼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의 스트레스 지수를 진단한 정신과 전문의는 심지어 문진표 “체크란에 동그라미 어느 하나가 경계를 넘는 걸 보지 못했다”며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한 그의 성격을 설명했다. 비판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거라 말했고, 그가 파란 풍선을 선택한 것을 통해 “본인 스스로는 사교성이 풍부하지만 알게 모르게 내면에 외로움과 고독이 내재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 정형돈이 “맞아 친구 없잖아”하고 맞장구를 치자 하하가 “하지마. 하지마. 나 그랬다가 6개월 욕먹었잖아. 있어, 있어. 대한민국.”이라고 장난스럽게 던지는 말이 짠하게 느껴진다.

 

유재석이 보이는 극도의 조심스러움과 우유부단함은 어쩌면 자신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피해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 그의 유일한 친구가 ‘대한민국’이라는 하하의 농담 속에는 그가 가진 부담감과 책임감이 들어 있었다. 그의 말대로 방송 때문에 해외에 나간 적은 있지만 신혼여행을 빼놓고 개인적으로 동료들과 여행 같은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는 그가 아닌가. 일주일 내내 <무한도전>, <런닝맨>, <해피투게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놀러와>까지 소화해내던 그에게 개인 시간이나 여유 같은 건 사치가 아니었을까.

 

<무한도전> '스트레th' 특집에서 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것’을 선택한 유재석과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뭉클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재미있었다고 말할 때 자신들의 스트레스가 비로소 사라진다는 것. 이 지독한 시청자 강박증이야말로 유재석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면서 그가 최고의 MC로 지목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얼굴을 한껏 무너뜨리는 <무한도전>의 유재석이나 잔뜩 바보 분장을 한 채 바보 연기를 하는 <런닝맨>의 유재석은 어쩌면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런닝맨>의 조효진 PD는, 유재석은 말 그대로 ‘유느님’이라 불리는 게 맞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고 했다. 너무 잘 통하고 선수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제작자로서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유재석의 시청자 강박증의 강도를 미루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광수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유재석의 완벽함을 ‘방송 바깥에서 더 철저한’ 모습에서 찾으며 “자기는 그렇게 살라면 자신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을 통해 우리의 웃음이 빵빵 터질 수 있는 것이 유재석의 남다른 시청자(를 웃겨야 한다는) 강박증 스트레스 덕분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뭉클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 뜬금없이 불거진 유재석 태도 논란은 너무 악의적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래도 의사의 말대로 “전반적으로 경직”된 유재석이 “조금만 본인에게 느슨하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인에게 관대해야 남들한테 관대할 수 있다는 정준하의 말도 맞지만, 그것은 또한 무엇보다 좀 더 오래도록 도전하고 달리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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