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는 황광희, 빈자리 꽉 채워준 양세형

이제는 양세형의 존재감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사실 양세형은 아직까지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라고 소개된 적이 없다. 그저 언젠가부터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무한도전>에 서 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그만큼 <무한도전>의 멤버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지만, 양세형은 어느새 <무한도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온 <무한도전>은 광희의 군 입대 소식과 함께 어떤 불안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주고 있는 양세형이 존재한다는 건 실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양세형이 없는 상황에서 광희마저 군 입대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의 다섯 명 체재로도 쉽지 않은 <무한도전>은 네 명 체재로 돌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아마도 김태호 PD는 이러한 앞으로 닥칠 상황들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양세형을 차근차근 <무한도전>의 한 자리에 세워두고 자연스럽게 그 적응과정들을 겪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시간은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은 물론이고 양세형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나아가 프로그램과 늘 함께하는 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광희가 ‘식스맨 특집’이라는 아예 내놓고 하는 검증시스템을 거쳐 <무한도전> 멤버로 들어왔다면, 양세형은 그런 거창한 특집이 아니라 차라리 프로그램에 실전 투입해 겪는 일종의 인턴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양세형은 장난기 가득한 어린이 캐릭터를 갖고 있다. 하하와도 약간 겹치는 면이 있지만 양세형이 다른 점은 ‘전문 패널’이라는 별칭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듯한 리액션과 설명을 덧붙인다는 점이다. 제법 진지하게 말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어린이 같은 캐릭터는 그 진지함마저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는 <무한도전>에서도 그렇지만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그 누구보다 재밌는 리액션과 패널 같은 맛 설명으로 자기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떤 게임이나 대결에 들어갔을 때 양세형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그건 유치할 정도로 상대방을 놀리고 감정을 건드리는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웃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대결에 불을 붙인다는 점이다.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와 <무한도전>이 보여준 ‘하나마나 대결’ 특집에서 양세형이 특히 도드라졌던 건 그래서다. 

그는 끊임없이 뭐든 잘 한다는 식의 허세를 드러내며 상대방 팀을 약올렸지만 유재석과 함께 연거푸 게임에서 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대결이지만 그 대결을 팽팽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양세형의 ‘도발’이 꽤 큰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 철인3종경기 대결에서 양세형은 수영 종목에서 말도 안되는 접영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었고 끝까지 아슬아슬한 대결 속에서 광희가 마라톤 주자로 나서 마지막 피니시 라인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입대하는 광희를 향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헹가래가 이어졌다. 광희와 양세형의 성공적인 이어달리기를 보는 듯한 그 광경은 마치 <무한도전>이 앞으로도 빈자리 없이 계속 달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광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떠나는 그 빈자리를 양세형은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1><무도>와 달리 멤버교체가 자유로울까

 

예능왕 윤동구(?)’의 기대감이 생겨나는 <12>의 새로운 출발이다. 구탱이형 김주혁이 하차한 후 비어있던 공석을 신입멤버 윤시윤은 등장만으로 틈 없이 채워주었다. 물론 구탱이형이 등장해 새 멤버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장면은 새로웠지만 그 등장방식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었다. 이미 <12>의 공식 첫 출연 전통이 되어버린 물 뿌리고 소금물 먹이고 멤버들끼리 짜서 심부름 시키는 일들이 반복됐다. 하지만 등장방식이 같아도 무슨 상관이랴. 새로운 얼굴 윤시윤이 있는데.

 


'1박2일(사진출처:KBS)'

이미 유호진 PD가 언론을 통해 윤시윤의 섭외 이유로서 착하다고 말했듯이 그는 짓궂은 선배들의 장난에도 웃은 얼굴을 보여줬다. 김준호가 예의가 발라서 시키기 좋다. 착하다.”고 얘기한 건 그냥 의례적인 말이 아니었다. 그는 <12> 첫 출연에 설렘을 숨기지 않았고 계속 당하는 모습에서도 기꺼이 즐거운 얼굴을 함으로써 보는 이들도 즐겁게 만들었다. 물론 가끔은 게임을 짜자고 하고서는 그걸 깨버리는 의외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시윤의 합류로 <12>은 좀 더 완전해진 느낌이었다. 6명이라는 숫자는 이제 33 팀 대결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고 2명씩 짝을 지어 떠나는 여행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합의 묘미보다 더 중요한 건 새 멤버의 합류로 인해 생기는 프로그램의 활력이다. 젊은 피로서 윤시윤은 그 특유의 밝은 이미지가 더해져 10년을 여행해온 <12>의 피로감(?)을 날려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예능왕 윤동구(예능명으로 지어진 이름)’의 탄생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새삼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다. <12> 역시 멤버 교체에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그나마 그것이 쉽게 이뤄지는 까닭은 뭘까. <무한도전>을 떠올려 보라. 광희 한 명을 새로 뽑는데 식스맨 프로젝트같은 전 예능계가 들썩이는 대공사가 필요했었다. 그리고 다시 정형돈이 건강상의 이유로 잠정적인 하차를 하게 됐지만 그 빈자리는 좀체 채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의를 빚고 하차했던 전 멤버들, 길과 노홍철이 방송에 복귀했어도 <무한도전>에는 언감생심 합류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이렇게 된 건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팬덤과 그 사회적 영향력이 <12>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 교체나 충원이 쉽지 않은 점은 큰 고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12>은 다르다. 물론 이명한 PD가 처음 일으켰지만 그 바톤이 나영석 PD로 옮겨지면서 최전성기를 구가했고, 그가 빠져나가자 그 뒤를 최재형 PD, 이세희 PD를 거쳐 지금의 유호진 PD로 계속해서 제작진이 바뀌었다.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출연자는 김종민이 유일하다. C가 하차하고 엄태웅이 들어오기도 했고, 김승우, 차태현, 성시경, 주원이 합류하기도 했으며 김승우가 나가자 그 자리에 유해진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시즌3를 맞이해 김주혁, 김준호, 데프콘, 정준영이 들어왔고 김주혁이 빠진 자리에 윤시윤이 들어오게 됐다. <12>은 마치 평생 고정 멤버처럼 되어 있는 출연자들의 이탈과 충원이 자유롭지 못한 <무한도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고정 멤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무한도전>의 팬덤과 의리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12>의 이렇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출연진들의 교체와 충원이 유리한 지점 역시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젊은 피를 계속 수혈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에도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새 멤버로 투입된 윤시윤은 그걸 잘 보여주고 있다.

<무도>, 무엇이 광희를 청춘들의 판타지로 만들었나

 

목숨 걸고 하고 있어요.” 지난 1224. 크리스마스이브 새벽에 촬영된 MBC <무한도전> ‘예능총회에 갔다가 만난 광희는 <무한도전>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쑥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반 농담처럼 한 얘기였다. 하지만 느낌은 농담처럼만 들리지는 않았다. 그 날은 하루 종일 화성에서 우주특집을 찍고 돌아온 날이었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새벽에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촬영에 왜 <무한도전>이 그 오랜 시간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는가가 새삼 느껴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건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땀의 흔적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껏 달려온 다른 멤버들의 땀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게다. 삼십 대에 시작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제 사십 대를 넘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식스맨 프로젝트로 뽑혀 뒤늦게 막내로 합류한 광희는 특유의 에너지를 <무한도전>에 더해주고 있었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광희는 그날 앞으로 <무한도전>을 자신이 일으키겠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공언하기도 했다. 그 날 광희에게서 느낀 것은 농담처럼 유쾌하게 떠벌리듯 말하지만 의외로 단단한 의지였다.

 

그런 느낌을 받아서였을까. 부산에서 형사들과 함께 했던 추격전 공개수배에서의 광희의 모습은 뭉클하게까지 다가왔다. 형사의 추격을 받아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물가로 뛰어들고 좁은 공간에서 비를 맞으며 한참 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심지어 VJ마저 따돌리고(?) 도망쳐버리는 모습에서는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재석을 만나러 약속장소를 가서도 길 건너편 이층에 숨어 동정을 살피는 치밀함이나, 그렇게 아무 장소나 들어가 시민들과 친밀해지고 도움을 얻는 모습은 그것이 그의 강점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광희의 이 필사적인 모습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 헬기에서 체포(?)되는 결과로 끝났지만 끝까지 시민과 공조해 도망치려는 그 치밀함 속에서 저 목숨 걸고 하고 있다는 그 진정성이 느껴진 건 필자만이 아니었을 게다. 이 추격전을 계기로 그간 <무한도전>에서 광희가 자기 자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상당히 수그러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추격전하면 늘 떠오르던 그 녀석조차 이 광희의 맹활약으로 지워져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행운의 편지특집에서도 광희는 특유의 노력을 보여줬다. 그가 편지에 쓴 내용은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유재석이 엑소와 콜라보 무대를 갖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아니던가. 광희가 소속된 제국의 아이들과 하는 콜라보 무대가 아니다. 사심이 빠져 있는 이러한 광희의 선택은 그가 그 바람을 성사시키기 위해 유재석이 우체통을 설치해 놓은 암벽 위를 끝까지 타고 오르는 모습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심지어 엑소가 광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무한도전>에서 마치 깍두기처럼 막내로 들어왔던 광희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심상찮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꿈에도 그리던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합류하고 그 안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것이 마치 막막한 현실 앞에 놓인 청춘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로 다가오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광희의 노력에 쏟아지는 아낌없는 박수의 의미는 그래서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그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광희는 행운의 편지우체통을 들고 우체국을 찾았다가 1년 후의 자신에게 스스로 편지를 썼다. <무한도전>에 잘 적응해 있는 자신을 미리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지금처럼 땀으로 한 땀 한 땀 나아간다면 그 편지의 내용대로 성장한 광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른 멤버들이 10년 간 해왔던 것처럼.


<그녀는 예뻤다>, 최시원이라는 청춘들의 판타지

 

어쩌면 MBC <그녀는 예뻤다>의 최대 수혜자는 최시원이 아닐까. 사실 그저 큰 역할을 하지 않는 조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극중 성준(박서준)과 신혁(최시원) 사이에서 혜진(황정음)이 누구와 이뤄졌으면 좋겠냐는 인터넷 투표 결과는 놀랍게도 신혁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인공도 아니고 주연들 옆자리에 선 인물이 신혁이 아닌가. 그런데도 주연급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는 거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이렇게 된 데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판타지의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예뻤다>의 판타지란 사실상 스펙 없고 외모도 역변해버려 사회에서조차 소외되어온 주인공 혜진이 우리네 청춘들을 표징하는 인물처럼 그려진데서 나온다. 그렇게 소외되어 인턴으로 더 모스트에 들어와 잡지 만드는 허드렛일을 하지만 차츰 그녀의 진가를 알게된다는 이야기.

 

여기서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과거 첫사랑이었던 성준도 몰랐던 그녀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인물이 바로 신혁이다. 그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비 맞으면 폭탄머리를 하고 있는 혜진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또 명랑한 모습에서 이미 예쁘다고 말해버린 인물이다. ‘더 모스트사무실의 직원들이 그녀의 진가를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알게 된 것과는 사뭇 달랐던 신혁의 시선이었다는 것.

 

밤이면 편의점 컵라면을 먹고 심지어 노숙자 같은 운동복차림에 얼굴 한 가득 덥수룩한 수염을 방치하며 살아가는 신혁은 그토록 털털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사실은 재벌2세다. 그러니 이건 또 다른 판타지를 자극한다. 제 아무리 2세지만 갑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을도 아니고 병 정도 되는 인턴의 가치를 알아보는 존재. 그리고 심지어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인물이니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여느 신데렐라 드라마들이 보여주듯 백화점에서 여자 주인공의 스타일을 쫙 뽑아주는 돈 자랑을 하는 인물이 아니다. 대신 그녀가 힘들 때 슬쩍 다가가 소주 한 잔을 같이 기울여주고 좋아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는 남자 사람 친구처럼 그녀를 편하게 해줄 줄 아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우울한 상심에 빠져있는 인물도 아니고 오히려 농담을 툭툭 던지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

 

신혁은 한 마디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로서의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는 사랑의 상대인 왕자님이 아니라 저 뒤에서 사랑을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키다리 아저씨다. 그러니 어찌 지금의 청춘들이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신혁의 사랑은 혜진의 가치 증명이 아닌가. 그녀가 스펙도 외모도 아닌 그 심성과 열정 그 자체로서 여전히 예쁘다는 걸 신혁은 증거해주는 인물이다.

 

많은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아마도 최시원에게 <그녀는 예뻤다>의 신혁은 최고의 캐릭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 최시원 그대로의 모습이 투영된 듯한 그 유쾌함이 이 캐릭터의 판타지와 맞물려 상승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식스맨에서 봤던 그 포춘쿠키의 최시원은 그래서 <그녀는 예뻤다>의 똘기자로 들어와 훨씬 확장된 매력을 갖게 됐다. 물론 그것이 배우로서의 위치를 만들었다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확실한 캐릭터 하나가 생겼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도>의 인물 발굴 프로젝트, 식스맨부터 바보전쟁까지

 

MBC <무한도전> ‘특별기획전에서 하하와 광희가 내놓은 아이템 바보전쟁에는 KBS <12>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바보 캐릭터 김종민이 나와 하하와 이른바 바보 대결을 벌인다. <무한도전>은 이 대결을 마치 KBSMBC의 대결처럼 그려낸다. 중간 중간에는 <12>에서 김종민이 퀴즈대결에서 눈을 부라리고눈을 부랄이고라고 써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삽입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방송사 간의 자료화면 제공이 이제는 그리 낯선 일도 아닐 것이지만 이 장면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무한도전>이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껴안는 모습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결국 식스맨이 됐던 광희를 떠올려보라. 광희가 나왔을 때 <무한도전>은 공공연히 그가 출연했던 <스타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곤 했다.

 

물론 자료화면 제공 정도야 필요에 의해 쓰는 것이겠지만 <무한도전>이 생각하는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과 출연자에 대한 생각은 그 이상이다. <무한도전>은 언젠가부터 방송사와 상관없이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을(심지어 같은 시간대 대결하는 <스타킹>조차) 하나의 동료로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바보전쟁에는 역시 <12>부터 <인간의 조건>까지 주로 KBS에서 활약해온 은지원도 들어가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게스트로 출연해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후 SBS <썸남썸녀>에서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드러냈던 심형탁의 출연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벌써부터 예능계의 월척을 낚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못친소특집도 그렇고 식스맨 프로젝트도 그러한 것처럼 이번 바보전쟁도 큰 틀로 보면 <무한도전> 식의 새 인물 발굴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사별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개가 비슷비슷한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새 인물은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물론 <무한도전>이 발굴하는 인물들이 완전히 신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여기 나옴으로써 확고한 자기 입지를 만들어내곤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좀 더 크게 바라보면 <무한도전> 가요제도 비슷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저 가수들 몇 명을 초빙해 가요제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지금 현재의 가요계를 가요제라는 형식으로 정리해내면서 거기 소외된 인물들도 발굴해내는 방식이 <무한도전> 가요제가 가진 진면목이다. 물론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실력자들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밴드 혁오 같은 인물들이 발굴될 수 있었고, 하다못해 박명수와 함께 했던 유재환 같은 새 얼굴이 주목받을 수 있었다.

 

<무한도전>예능 위의 예능이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무한도전>이 보는 판은 보통의 예능이 그려내는 판보다 훨씬 크다. 프로그램과 방송사라는 장벽으로 구획되기보다는 다 같은 예능의 종사자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무언가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프로그램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예능 전체의 결실처럼 여겨지게 된다는 것. 이것은 또한 소소하게 시작해도 항상 판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획부터 시청자와? <무도>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사실 MBC <무한도전> ‘특별기획전은 사실 제작진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의 방송 아이템으로 만든 것이다. 즉 본래 기획 작업은 방송에는 나올 이유가 없다. 사전 기획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질 뿐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것을 한 회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보여줬다. 아이템을 기획하는 과정조차 프로그램화한다는 것. 이건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해야 하는 <무한도전>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간 갖가지 도전들을 해왔기 때문에 방송을 스스로 기획하고 프레젠테이션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마구 던진 듯한 기획들이 의외로 신선하다. 하하와 광희가 낸 바보전쟁은 또 바보 아이템이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른바 바보 어벤저스를 꾸린다는 발상 자체가 흥미롭다.

 

지난 식스맨의 바보 캐릭터 버전 혹은 못친소의 바보 버전처럼 여겨지는 면도 있지만 그래도 바보라는 소재가 마음을 잡아끈다. 그건 단지 웃기기 때문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속으론 울면서도 겉으론 웃고 있는 광대들의 초상이 겹쳐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큰 웃음 끝에 의외로 짠한 면까지를 발견해낼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닌가.

 

<전원일기>를 리메이크하자는 박명수와 정준하의 토요일 토요일은 드라마다<토토가>의 연장선 위에서 대박 아이템의 기미가 보인다. 물론 <무한도전> 멤버들만의 드라마 도전이라면 이미 예전에 한 적이 있고 그리 신선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전원일기>의 출연자였던 최불암이나 김혜자, 김수미 같은 배우들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만드는 리메이크라면 말이 달라진다.

 

무려 22년간 방영되었던 <전원일기>. 세대를 걸쳐 있는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라면 그 도전자체가 하나의 향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도전이 그저 향수나 추억거리에만 머무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사라지고 있는 농촌드라마에 대한 의미 있는 가치부여가 될 수도 있고, 그것은 나아가 도시에 비해 소외되어 있는 농촌에 대한 재조명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무한도전> 특유의 몸 개그가 섞인다면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아이템이 가능하지 않을까.

 

사전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예고제 몰래 카메라는 그 발상이 신선하다. 사실 몰래 카메라는 말 그대로 몰래찍는 것이다. 그러니 예고제라는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두 단어가 묘한 조합을 이루는 건 이렇게 예고함에도 불구하고 찍혀진 몰래 카메라에 의외의 진짜 모습들이 포착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게다가 예고제 몰래 카메라는 사실상 지금 현재의 우리들이 매일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에 몰래 카메라는 말 그대로 누가 찍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디서든 누군가 우리를 찍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그걸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 예고제 몰래 카메라는 몰래 카메라의 현재화되고 진화된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렇게 기획 단계부터 그것을 프로그램화하고 제작진이 기획하는 게 아니라 출연자들이 그걸 직접 기획하는 식으로 장기 프로젝트들을 만들어내겠다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물론 가장 큰 것은 오래도록 함께 해와 <무한도전>을 가장 잘 아는 멤버들이 사실상 제작진이나 다름없는 발상들을 가장 잘 낸다는 것이고, 또 이에 대한 판단도 오래도록 함께 해온 시청자들이 가장 정확하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성패에 대한 부담감 없이 툭툭 아이디어를 마구 던질 수 있는 그런 <무한도전>만의 공기가 아닐까. 성공과 실패에 대해 물은 필자의 질문에 김태호 PD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성공하면 그걸로 마무리된 것이고 실패하면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죠.” 즉 모든 아이템들을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당장의 실패도 궁극의 성공을 향한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무한도전> ‘특별기획전의 아이템들 하나하나가 큰 부담감 없이 툭툭 나온 것치고는 모두 대박의 느낌이 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독특한 <무한도전>만의 과정 지향적 제작방식이 만들어낸 것일 게다. 결과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직된 우리 사회를 떠올려본다면 이들이 하고 있는 이 유연한 작업의 방식들을 한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인으로 진입장벽 낮춘 서장훈의 예능 진격

 

방송은 하고 있지만 방송인은 아니다.” 서장훈은 이전 JTBC <썰전>썰록에 나왔을 때 이런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썰전> ‘예능심판자에 허지웅과 강용석의 빈 자리를 채우는 말 그대로 거인이 됐다. 그에게 다시 박지윤이 물었다. “자신이 연예인이라고 인정하냐. 그러자 서장훈은 이젠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제 나도 포기했다. 뭐라 부르셔도 관계없다고 답했다. 이윤석은 그게 바로 연예인 마인드라고 콕 집었다.

 

'썰전(사진출처:JTBC)'

이것은 지금 거인 서장훈이 어떻게 조용하지만 성큼성큼 예능으로 진격해 들어왔는가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그는 방송을 계속 하고 있었지만 늘 자신이 방송인 혹은 연예인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그는 최근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적을 두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이런 행보들이 단지 제스처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어색함을 느꼈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래서 그의 모습에는 약간의 귀차니스트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이것은 MBC <사남일녀>에 출연했을 때 보여준 그의 모습이기도 하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세심하고 소심한 반전을 보여주던 그는 별다른 예능감이나 그런 걸 보여준 바가 없다. 오히려 예능과 자신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줄곧 강변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모습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예능이라는 판은 본래 부자연스러운 곳일 수밖에 없다. 쫄쫄이를 입히고 물 풍선 폭탄세례를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자연스러울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부자연스럽다고 얘기하고 티를 내자 서장훈은 오히려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애니멀즈>는 물론 프로그램이 큰 성과를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서장훈에게는 자신만의 캐릭터가 분명하다는 걸 보여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편에 출연한 그는 그 거구를 유치원생 아이들과 함께 세우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거대한 덩치가 때로는 운동선수 출신답게 강하게 아이들을 밀어붙이다가도 특유의 자상함이나 소심함을 드러내는 양면을 통해 그는 어찌 보면 이중적이고 양면적이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그를 계속 출연시켰던 것은 바로 이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그가 들어오면 설정이 아닌 리얼의 느낌이 묻어났고 그 어색해하는 모습 자체는 몸 개그 같은 틀에 들어갔을 때 더 큰 웃음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그가 반복적으로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고정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생겨나자 그는 또다시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결국 이 부인하는 모습을 통해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로까지 들어왔다.

 

그는 의외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 괜찮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거대한 덩치만큼 말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당시 출연했을 때 다뤄진 현대무용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자신과 겹쳐지는 면이 있어서였을 테지만, 방송 중 김구라와 각을 세우며 밀리지 않는 모습은 프로그램에 생기를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썰전>에서 김구라와 각을 세울 그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낸다.

 

김구라와 유재석은 아마도 서장훈을 앞뒤에서 이끌어주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까 싶다. <사남일녀>에 이어 <라디오스타> 그리고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 이어 <썰전>까지 그는 김구라와 함께 해왔다. 이번 <썰전> 출연 결심도 김구라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유재석은 <무한도전>, <런닝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통해 서장훈을 지지해왔다. 이런 예능계 인맥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건 그가 꽤 괜찮은 인간관계를 해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서장훈은 끝없이 자신이 거기에 설 사람은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조금씩,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보폭으로 예능에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런 행보는 일종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를 냈다. 이것은 서장훈이 예능에 입성해 확고한 자기 자리를 갖게 된 특별한 방식이다. 서장훈이라는 예능 거인의 진격은 그렇게 조용하고도 빠르게 만들어졌다.

 

옹달샘의 급부상과 추락, 그 후폭풍이 의미하는 것

 

왜 갑자기 2013년에 있었던 사안이 지금 현재 옹달샘에게 끝없는 논란의 샘이 되었을까. 당시만 하더라고 옹달샘은 이른바 A급 연예인으로 뜨진 못했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말의 수위가 높은 인터넷 팟캐스트 같은 공간을 통해 문제의 발언들을 쏟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세 사람이 함께 모여 수다를 떠는 과정에서 생기기 마련인 일종의 상승작용 같은 것도 있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장동민이 거론한 막말의 이유에는 그 내용이 들어가 있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방송이란 틀을 벗어나 저희들이 방송을 만들어 가고 청취자들과 가깝게 소통하며 즐거움을 느꼈고, 더 많은 분들에게 큰 웃음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웃음만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서로가 내뱉는 발언이 세졌고, 더 자극적인 소재, 격한 말들을 찾게 됐다. 그 웃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재미있으면 되겠지란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

 

그것은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진심이라고 해도 그 막말들은 용서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것은 마치 왕따를 시킨 아이들이 그 당사자가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그들은 후에 피해자가 극단적인 일을 벌인 뒤에야 자신이 했던 일을 깨닫곤 한다. 즉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은 애초부터 악의를 갖고 있는 악의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짓까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저 인터넷이라는 조금은 사적인 느낌을 주지만 결코 사적이지 않은 공간에 머물러 있을 때만 해도 문제는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이 막말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하여 성장하고, 지상파 같은 방송 그것도 <무한도전> 같은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에 들어오게 되면서 문제는 달라진다. 물론 수위조절을 하겠지만 대중들로서는 그 인터넷 팟캐스트 등에서 했던 B급 막말의 캐릭터들이 지상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막말의 수위는 약자들을 지목한 언어폭력에 가까운 것이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 문제는 <무한도전> 식스맨이 촉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한도전>과는 무관한 일이다. 옹달샘은 결국 성장을 원했고 B급의 세계가 아닌 제대로 된 세계에서의 활동을 원했다. 그것은 어쨌든 지금까지와의 활동과는 전혀 다른 것을 해야 하는 것이고, 또한 책임도 그만큼 막중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당연히 과거 자신들이 했던 발언에 대한 책임도 지고 가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옹달샘을 지지하고 동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그들을 오래도록 봐오며 그 진면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거나 가까이서 응원해온 팬층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옹달샘은 그 소규모 집단의 지지를 넘어서 더 큰 대중들 앞으로 나오려 하고 있다. 그것은 또 다른 세계다. 유세윤이 상대방의 상처와 아픔을 모르고 사태의 심각성도 몰랐다.”고 뒤늦게 사죄를 한 건 그가 여전히 이 과거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는 걸 말해준다.

 

옹달샘은 프로그램 하차에 대해서 제작진의 뜻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단지 책임을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넘기려고 하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갑자기 급부상하면서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발을 들여놓다 보니 모든 걸 내려놓고 하차한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도 너무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옹달샘 스스로 모든 프로그램에서의 전격하차를 선언하는 것이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진다는 미안함이 거기에는 깔려있다.

 

하지만 방송 하차는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정한 휴지기를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 계속 방송을 강행한다면 과거를 떨치고 나갈 기회를 잃게 된다. 고름은 짜내고 가야한다. 그걸 안고 가다가는 고통도 고통이거니와 새 살이 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된다.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저마다 옹달샘이 괜찮은 재능을 가진 이들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요즘은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제작자들도 일단은 이들을 놓아주는 게 오히려 더 큰 도움을 주는 일이다. 재능은 언제든지 다시 살릴 수 있다. 다만 한번 잃어버린 호감도와 지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생겨나기보다는 이들의 선택과 삶을 통한 진정성 같은 걸 통해 회복될 수 있다.

 

옹달샘이 했던 일련의 막말만을 계속 떠올리면 도무지 이들을 이해하기가 어렵게 된다. 하지만 이번 문제에서 그 문제의 막말들이 나올 수 있는 인터넷 팟캐스트의 그 독소적인 환경에 대한 점검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껏 우리는 이 방송들을 사적인 것이라 치부해왔지만 그것이 얼마나 공적일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옹달샘은 현명한 선택을 통해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재점검 또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이제 옹달샘 멤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무도>가 준비하는 것

 

<무한도전>이 어언 10년을 맞았다. 사실 8주년, 9주년 할 때마다 <무한도전>이 지금껏 우리네 예능사에 해온 발자취를 더듬는 글들이 쏟아졌다. ‘다양한 예능의 형식실험’, ‘카메라 촬영 시스템의 진화’, ‘예능 위의 예능’,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예능사같은 <무한도전>의 가치들은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대중들도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앞으로 <무한도전>은 어떤 행보를 통해 또 다른 10년을 기약할 수 있을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미 김태호 PD<무한도전>을 시스템적으로 정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던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사실 <무한도전> 같은 덩치 커진 예능 프로그램을 김태호 PD 혼자 모두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의 10년 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해 도전하기를 계속해왔다는 사실은 그래서 되돌아보면 놀랍기까지 한 일이다. 조금 과장을 섞어 표현하면 그건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기적에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KBS가 장수 프로그램들을 내놓을 수 있는 건 항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병행되기 때문이다. <12>은 나영석 PD가 빠져나간 후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최근 다시 유호진 PD 체제로 들어서면서 제 궤도로 들어오는 힘을 발휘했다. <개그콘서트> 역시 마찬가지다. 김석현 PD가 세우고 서수민 PD가 최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건 결국 누가 그 자리를 맡아도 어느 정도는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 아무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누가 바톤을 잡느냐에 따른 편차는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킨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김태호 PD는 그래서 자신이 전체적인 것들을 관여하긴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들은 후배 PD들이 어느 정도 관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런 제작 시스템의 정비만큼 <무한도전>에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지금껏 해온 아이템들의 정비다. 사실 무정형의 예능으로 끝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온 것이 <무한도전>의 역사지만 그 안에서도 일관된 시리즈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 가요제나 무한상사시리즈 같은 것이 그렇다. 넓게 보면 장기 프로젝트 역시 종목만 달리한 시리즈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카테고리화 하는 작업이 필요한 건 <무한도전>이 지금껏 일궈온 예능 아이템들을 좀 더 지속적으로 잇는 유일한 길인 동시에, 끝없는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강박을 조금은 풀어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이러한 카테고리화가 그동안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진 <무한도전>의 매뉴얼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최근 콘텐츠 산업에 있어서 <무한도전>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틀이 되기도 할 것이다.

 

최근 <무한도전>토토가열풍에 이어 식스맨특집으로 새로운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10년 간 지속해오면서도 여전히 트렌디 하고 참신함을 유지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함께 이제 <무한도전>이 해야 할 일은 지금껏 쌓아놓은 것들을 시스템화하는 일들이. 그것은 어쩌면 앞으로의 <무한도전> 10년을 이어나갈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성이 최고 덕목이 된 시대, 옹달샘의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장동민의 논란이 갑자기 불거진 것에 대해 이번 <무한도전> 식스맨에 의해 급부상한 존재감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런 계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팟캐스트였다고는 하나 그것 역시 엄연한 방송이었다. 게다가 옹달샘은 이미 어느 정도 자기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탑 개그맨들이 아닌가.

 

'속사정쌀롱(사진출처:JTBC)'

그들이 했던 말들은 차마 입에 담고 다시 거론하는 것조차 불쾌하고 심지어 남자의 입장에서조차 모욕적이고 한편으로는 싸이코패스를 의심할 정도로 폭력적이다. 늘 콩트와 상황극 속에서 이야기의 합을 맞춰가는 옹달샘이니 그들의 이야기가 물론 리얼은 아닐 수 있다(분명 자기가 한 후임을 묻어버렸다는 군대이야기는 만들어진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담으로도 차마 담지 못할 그런 농담을 버젓이 할 수 있는 인성의 소유자들이라는 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분노하게 만드는 분명한 리얼이다.

 

인터넷 방송이 지상파보다 어느 정도 수위가 높고 논란이든 찬사든 화제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는, ‘관심에 대한 갈구가 있다는 건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있는 법이다. 다소 표현의 수위가 높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장동민과 함께 옹달샘이 한 말들은 수위의 차원을 넘어서 그들의 인성과 인격을 의심케 하는 것들이다.

 

혹자는 이것이 한 때의 실수이고 당시 문제가 됐을 때 이미 사과를 했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건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미 옹달샘으로 어느 정도 입지를 갖고 있던 시기에 했던 말들이다. 즉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당시 했던 사과를 사과라고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여전히 키득키득 대며 장난치듯 욕 좀 먹어 봐야 돼라고 서로 얘기하는 식의 이야기가 어떻게 사과가 될 수 있나.

 

물론 이 문제는 장동민에서부터 확산되었지만 유세윤, 유상무를 포함하는 옹달샘을 모두 포괄하는 문제다. 이런 문제적 발언들이 만천하에 공개된 마당에 이들이 나오는 방송을 대중들이 웃으면서 볼 수 있을까. 이건 단지 장동민이 <무한도전> 식스맨으로서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묻는 사안이 아니다. 그가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은 이제 그것이 하나의 캐릭터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인성의 문제가 아닌가 하고 보게 될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날 방영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공교롭게도 양심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런 상식선의 이야기가 유세윤이 문제의 팟캐스트에서 킬킬대며 했던 이야기들과 자꾸 겹치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사안이 묻혀져 있을 때만 해도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이 재미있고 또 그래서 심지어 호감을 주었지만, 이 놀라운 발언들을 하나하나 접하게 된 대중들로서는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을 사뭇 달라졌다. 과거의 연예인이 주로 외모나 능력(연기력, 가창력 같은)을 주로 봤다면 지금은 인성을 더 많이 들여다본다. 작금의 예능이 리얼리티쇼로 가고 있고, 그 가감 없는 리얼 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그 사람의 인성에 더 어필하고 있다는 건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유독 연예인들의 인성이 논란거리로 자꾸 등장하는 건 그래서다.

 

물론 연예인들이 정치인들처럼 철저한 검증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옹달샘의 문제는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를 보며 낄낄 웃음을 지어대는 그런 것이 어떻게 개그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공감능력을 상실한 비정상적인 이들의 비뚤어진 취향이 아닐 수 없다. 옹달샘은 이미 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72)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361)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131,653
  • 3061,182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