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이광수의 성장이 눈에 띄는 까닭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에서 이광수가 연기하는 염상수는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고 실의에 빠져 아이를 방치한 엄마 밑에서 자랐다. 현장에서 방치된 아이를 두고 한정오(정유미)와 설전이 벌어졌을 때 염상수는 형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며 방치하는 엄마보다는 차라리 보육원 같은 시설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상처는 있었지만 따뜻한 형의 보살핌 또한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잘 성장할 수 있었다. 

아픔이 많은 자가 타인의 아픔 역시 더 잘 공감하기 마련이다. 방치된 아이가 다시 엄마에게 돌아가게 된 상황에서 염상수는 괴로워한다. 그 엄마가 수면제까지 모으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염상수는 그 아이가 무슨 일을 당할까 걱정한다. 경찰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염상수는 아이에게로 가서 먼 발치에서나마 그 아이를 지켜본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요.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못 참겠어서.” 염상수가 아이에게 다가가자 아이는 비로소 엷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런 모습은 그가 한정오가 과거 당한 성폭행 사건 이야기를 듣는 대목에서도 두드러진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한정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대신 그의 옆을 지킨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는 한정오의 말에 그는 “너무 슬퍼서”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는다. 그 힘겨운 일을 이겨낸 것에 “대견하다” 말하고 싶지만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겠다고. 염상수의 그 말에 한정오는 속에 있던 그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이 “시원하다”고 말한다. 미투(me too)와 위드유(with you)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염상수의 캐릭터는 한 마디로 말해 힘들지만 진득하게 포기하지 않는 그런 인물이다. 자신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무슨 일을 해도 그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계속 그 일을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렇게 진득하게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정오가 잘생긴 사수 최명호(신동욱)를 좋아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염상수가 한정오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 것도 이런 캐릭터 때문이다. 한정오는 대놓고 “너랑은 친구”라고 선을 그었지만, 염상수는 자신은 자신의 사랑을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래서 눈앞에서 최명호와 한정오가 가까이 지내는 걸 보면서도 염상수는 한정오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싫다는데 달라붙거나 연적이라고 최명호에 대놓고 악감정을 품는 그런 진상은 아니다. 일은 일대로 공조하면서도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일편단심의 마음을 갖는 염상수는 늘 한정오를 살피고 챙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은 결국 한정오의 마음에까지 닿는다. 최명호가 여전히 죽은 옛애인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정오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고, 점점 염상수가 제대로 된 경찰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정오는 그가 새롭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현장에서 얼굴에 칼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주폭들과의 실랑이에 온 몸이 멍투성이로 파스를 바르며 살아가는 염상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성장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찰로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뛰어다녔던 그가 어느 순간 “이 사건 종결시켜 더는 선량한 피해자들 안 생기게 하겠다”고 말하는 인물이 되고 있었던 것. 한정오는 바로 그런 염상수의 진실 된 마음을 보게 된 후, 애정이 담긴 손을 내민다.

염상수의 성장담이 담긴 드라마지만, 흥미로운 건 그 역할을 연기하는 이광수의 배우로서의 성장이 그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많이 노출되며 배우로서의 면모를 많이 보여주지 못했던 그다. 하지만 간간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번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 사랑이야>로 눈도장을 찍더니 이번 <라이브>에서는 제대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꽤 오래 전 사석에서 만났던 이광수의 모습은 수줍어 말 한 마디를 제대로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과연 이 친구가 배우로서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라이브>에 출연하고 있는 이광수를 보면 확실히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이 보인다. 거기 등장하고 있는 염상수라는 인물이 그러하듯이, 그 역시 꾸준히 노력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진득하게 포기하지 않고.(사진:tvN)

‘라이브’를 진짜로 보이게 만드는 명배우 명연기들

단합대회에서 최명호(신동욱)가 한정오(정유미)에게 살짝 볼 뽀뽀를 하고 그걸 멀리서 바라보는 염상수(이광수)의 모습은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에 삼각멜로가 향후 전개될 거라는 걸 암시한다. 아마도 경찰들이 주인공들이고 사건사고가 계속 터지는 이 형사물 같은 장르적 성격을 띤 드라마에서 굳이 경찰들 간의 멜로를 집어넣은 건 ‘그들도 사람’이라는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또 한 방식이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그 설정 자체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에서 더 주목되는 건 이들의 모습을 진짜로 보이게 만드는 명배우들의 명연기들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바로 오양촌 역할을 연기하는 배성우와 그와 이혼한 아내로 나오는 안장미(배종옥)다. 물론 지구대장인 기한솔 역할의 성동일이나 오양촌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이순재 같은 말 그대로 ‘생활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미친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지만, 드라마의 구성상 오양촌과 안장미가 그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오양촌은 강력계의 레전드로 이름을 날리는 형사였지만 사수의 사고사와 함께 그 책임을 억울하게 떠안고 지구대로 강등되어 오게 된다. 여기에 아내인 안장미가 이혼을 요구하고 결국 그걸 받아들인다. 범인을 잡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좋은 경찰이지만,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아내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까지 아빠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결국 <라이브>가 그려내려는 경찰의 실제 모습이라는 건 오양촌으로 대변되는 멋진 형사로서의 모습과는 다른 가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가장이자 남자의 모습인 셈이다.

오양촌을 바라보는 안장미의 시선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경찰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담고 있다. 안장미는 차갑게 오양촌에게 “이혼하자”고 말하고 하나하나 이혼의 사유를 또박또박 이야기함으로써 거부하려 날뛰는 오양촌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낸다. 그는 오양촌이 최고의 경찰이라는 건 믿어 의심하지 않지만, 남편으로는 최악이었다는 걸 마치 사건을 분석해내는 것처럼 냉철하게 꼬집는다. 그래서 결국 안장미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양촌은 이혼도장을 찍지만 그는 여전히 주장한다. 같이 살지만 않을 뿐이지 달라진 건 없다고. 

배성우와 배종옥이 <라이브>에서 제대로 된 연기의 깊은 맛을 드러내는 지점은 이 작품이 가진 경찰을 보는 두 관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우는 누가 봐도 딱 그럴 것 같은 다혈질의 열혈형사를 연기하면서, 그런 성정이 일에서는 굉장한 힘을 발휘하지만 인간관계(부부든 동료든)에서는 오히려 불협화음을 낸다는 걸 보여준다. 배종옥 역시 사건 현장에서는 냉철하기 그지없는 베테랑 형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쩐지 가정으로 돌아오면 쓸쓸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라이브>는 전면에서 뛰고 있는 신입 경찰 한정오와 염상수의 성장드라마를 그려내면서 동시에 오양촌과 안장미가 오래도록 경찰생활을 해오며 성장하긴 했지만 그래서 잃었던 것들을 되새기는 이야기를 담는다. 오양촌과 안장미의 또 다른 성장드라마가 그려지고 있는 것. 청춘 멜로의 설렘도 궁금하지만 이 위기의 중년 경찰 부부가 어떻게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찾아낼 것인가 또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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