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이진주 PD와 ‘신혼일기’ 이우형 PD가 말하는 나영석

물론 성공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 번 정도 성공하는 일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매번 할 때마다 성공을 거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고, 그것도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내놓아 거둔 성공이라면 더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인물이 바로 ‘나영석 사단’이다. 여기서 나영석 PD가 아니라 나영석 사단이라고 지칭한 건, 이제는 그의 성공이 그만의 것이 아니며 또 그렇게 여럿이 함께 머리를 모아서 그런 연속적인 성공 또한 가능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윤식당> 이진주PD와 <신혼일기>의 이우형PD

나영석 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PD는 세 명이다. 지금 현재 <윤식당>을 하고 있는 이진주 PD, <신혼일기>를 했던 이우형 PD 그리고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부터 <신서유기2>, <삼시세끼 어촌편3>에 참여하고 현재 곧 방영될 새로운 예능을 준비하고 있는 양정우 PD가 그들이다. 이진주 PD와 이우형 PD, 그리고 따로 나영석 PD를 각각 만나 이들이 현재 일궈가고 있는 연전연승의 신화가 어떤 동력에 의한 것인가를 들여다봤다. 

-“올해는 목표가 후배 PD 세 명과 세 편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었어요.”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그의 현재 위치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져 있다는 걸 말해준다. 과거에는 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연출가로서의 위치였다면 지금은 그걸 하면서도 tvN이라는 텃밭에 자신의 뒤를 이을 새로운 PD들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간 조금은 뒤로 밀어두었던 관리자라는 역할을 스스로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 “최종 결정을 하는 일. 그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후배인 이진주 PD는 나영석 PD가 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고 했다. 발리 여행을 하다 문득 이런 곳에서 가게를 열고 며칠 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획안으로 내밀었을 때, 나영석 PD는 바로 “이건 된다”고 확신을 주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는 것. 후배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갖게 되는 어떤 감정과 느낌 같은 것들은 그렇게 이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의 아이템들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나영석 PD 개인보다 나영석 사단이 훨씬 유리해지는 대목이다.

- “명한이 형에게 배운 것이 많아요.” 

지금의 그를 이끌어준 tvN 이명한 본부장의 행보는 나영석 PD에게는 일종의 지표처럼 보였다. 주로 제작 쪽에서만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던 나영석 PD는 스스로도 자신은 사람 관리가 어렵다고 말한 바 있지만, 지금은 그 영역에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등대처럼 저 앞에 서 있는 이명한 본부장 덕분이다. 

- “이명한 본부장님이 하는 일에 대한 무한신뢰가 있어요.”

나영석 PD는 물론이고 tvN 사람들 대부분이 이명한 본부장에 대해 갖고 있는 무한신뢰에 대해 이진주 PD는 이런 사례를 들어 얘기해주었다. 맡고 있던 업무가 바뀌어서 “왜 내가?”하고 묻던 사람도 “명한 선배가 지시한거야”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걸 대부분은 신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감은 나영석 사단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되고 있었다. 나영석 PD에 대해 이진주 PD도 또 이우형 PD도 갖고 있는 신뢰 또한 이명한 본부장에 대한 그것과 다를 바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힘들어도 믿고 하다 보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이우형 PD가 <신혼일기>를 하게 된 건 사실 본인이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위에서 해보라는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 구혜선, 안재현 실제 신혼부부가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방송에 참여한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새로운 영역 하나가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고 했다. 필자가 신혼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관계들, 이를 테면 친구나 고부, 부자 등등의 관계들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이우형 PD는 그런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 “이제 공력의 30%만 써요. 나머진 후배들이 채우죠.”

나영석 PD는 현재 3명의 후배들과 세 개의 프로그램을 연달아 동시에 돌려왔다고 했다. 그것이 가능한 건 한 프로그램에 자신의 공력을 100% 투입하지 않고 30% 정도 쓰고 나머지는 후배들의 영역을 남겨 놓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30%의 역할이 무언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중요성이 낮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배분은 결과적으로 보면 1년 후 tvN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준다. 

-“영석 선배는 권력욕이 여전하죠(웃음)”

사실 이렇게 후배들에게 일정 부분의 자기 영역을 내어주는 건 어찌 보면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눠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농담으로 “잘되면 내 탓, 안되면 후배 탓”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하며 허허 웃었고, 이진주 PD와 이우형 PD 역시 농담 반으로 “영석 선배가 권력욕이 강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이들의 농담이 그만큼 스스럼없는 편안한 관계에서 나오는 좋은 긴장감으로 보였다. 선배와 후배 사이의 이런 긴장감은 시스템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었다. 

- “저나 후배들이나 하는 일은 그리 다르지 않아요.”

나영석 PD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거와 그리 달라지지 않았고 또 후배들이 하는 일도 자신과 마찬가지 일이라고 했다. PD, 작가, 스텝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에 옮기는 나영석 사단이 일을 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위계가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나영석 사단이 연전연승하는 비결이 아닐까.

- “미술감독님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죠.”

마지막으로 특별한 에피소드 하나. 이번 <윤식당>의 경우 가게를 오픈하고 하루 만에 철거당하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을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함께 했던 미술감독과의 일의 차원을 넘어선 돈독한 관계 때문이었다. 나영석 PD도 또 이진주 PD도 이구동성으로 미술감독이 마침 없었다면 프로그램은 좌초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뒷얘기를 들어보니 그것 역시 이들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실 가게를 오픈하고 미술감독은 귀국해도 됐지만 제작진들이 너무 고생하셨다며 며칠 더 머무르게 했다는 것.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남게 된 미술감독이 있어 1호점이 철거된 후 2호점을 바로 열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일화는 나영석 사단이 어째서 그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썰전’이 다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낸다는 건

“늘 <썰전>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썰전>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선생님의 주장과 유시민 작가의 대비된 견해는 한 자리에 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두 분이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끌 대한민국은 바로 이 <썰전>처럼 서로간의 견해가 좀 다르더라도, 충분히 격렬하게 논쟁할 땐 논쟁하더라도 서로 인격에 대한 신뢰는 갖고 있는 그러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서 도전합니다.”

'썰전(사진출처:JTBC)'

JTBC <썰전>에서 “마지막으로 왜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심층토크를 위해 출연한 대선후보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칭찬을 해주는 것에 대해 유시민 작가와 김구라는 몸 둘 바를 모르는 표정을 보였다. 유시민 작가는 “낯 뜨겁네요”라며 웃었고 김구라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 ‘부끄러 부끄러’라는 자막이 붙었다. 

사실 안희정 지사의 이 마지막 이야기는 자신이 차기 대선후보로서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는가를 짧게 정리한 것이지만, 그 이야기는 거꾸로 지금 <썰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가를 말해준 대목이기도 하다. 안희정 지사의 말대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때론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격렬하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논쟁하면서도 또 지나고 나면 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을 우리가 본 적이 있었던가. 

특히 대중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로 국회에서 때때로 벌어지는 드잡이가 아니었던가. 국민을 대표해 서로 다른 여러 견해들을 피력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협력하라고 뽑은 일꾼들이 볼썽사납게 물리력을 동원하고 패거리의 행태를 보일 때, 대중들이 혀를 차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런 정치에 대한 혐오와 그로 인해 생기는 무관심조차 오히려 조장해왔던 것이 정치권이었다. 그런 무관심이야말로 저들끼리의 세상을 공고히 해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썰전>이 얼마나 시사나 정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안희정 지사가 말한 부분이다. 그렇게 혐오스럽고 보기 싫어 정치의 정자만 나와도 채널을 돌려버리던 그 정치를 다시금 보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보여주듯이 서로 다른 견해로 논쟁이 오가지만 그래도 그 좁은 삼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나지 않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는 일. 그러면서 다른 사안들에 있어서는 또한 공감하는 모습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일. 그런 것들이 <썰전>이 해온 그 어떤 날카로운 분석보다 중요한 일들이다. 

<썰전>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현재 ‘정상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이 잠시 쉬고 있는 상황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 <썰전>은 이 좋은 소식을 알리며 <무한도전>을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표현했다. 유시민 작가는 “친구가 쉬고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해야죠.”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다는 미나엄마가 보낸 팬레터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쟁하더라도, 때론 의견 대립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인격적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일.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썰전>의 광경들은 그래서 안희정 지사의 말처럼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한 장면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리고 그 광경만으로도 우리는 그간 혐오에서 무관심으로 이어졌던 정치를 다시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 미나엄마의 말처럼.

SBS 절치부심하는데 MBC는 시대 역행

 

SBS <8뉴스>가 대대적인 개편을 내놓았다. 김성준 앵커가 2년 만에 다시 복귀했고 뉴스의 방식도 달라진다. 김 앵커가 내놓은 개편안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포만감을 줄 수 있을 만큼소상하게 알려주고, 둘째 기자의 역할로서 현장을 지키며, 셋째 뉴스 진행 시간에도 벌어지는 상황을 알려줄 수 있을 정도로 라이브쇼로서의 뉴스에 충실하고, 넷째 시청자들이 묻고 기자가 답하는 뉴스를 지향하겠다는 것.

 

'SBS8뉴스(사진출처:SBS)'

이러한 뉴스의 방식은 JTBC <뉴스룸>을 연상시킨다. 백화점 나열식 뉴스는 지양하고 가장 관심이 갈 수 있는 이슈들에 집중하며 앵커 혼자 브리핑하는 게 아니라 기자가 출연해 집중 보도하는 형태. 이런 점들을 김 앵커 역시 상당 부분 수긍했다. 또한 <뉴스룸>을 이끄는 손석희 앵커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도 자신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SBS 뉴스의 이러한 변화는 새롭게 SBS 사장으로 부임한 박정훈 사장의 취임사로부터 일찌감치 감지된 바 있다. 박 사장이 취임사에서 한 이야기의 7,80%는 작금의 사태와 관련하여 제대로된 언론의 기능을 하지 못한데 대한 반성과 성찰이었다. 그리고 박 사장은 공정보도자율성 보장을 재차 천명했다.

 

SBS <8뉴스>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시 다가갈지는 시간을 조금 두고 봐야 되는 문제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변화를 기치로 내걸었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가장 지탄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지상파 뉴스들이었다. 그토록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전혀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

 

이런 변화를 촉발시킨 건 그래서 다름 아닌 JTBC <뉴스룸>이다. <뉴스룸>은 손석희 앵커를 기용해 기존의 지상파 뉴스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매거진 형태의 뉴스를 시도했다. 물론 초반에는 이런 뉴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보여준 진정성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고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보도는 언론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뉴스룸>이 이번 보도들로 얻어간 건 지상파 뉴스를 압도하는 시청률만이 아니라 방송사에 대한 신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SBS 뉴스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지금 KBSMBC에서는 어떤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질 않는다. KBS는 공영방송이니 그렇다 치지만 MBC는 어떤 면에서는 시대와 역행하는 흐름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였던 박상권 기자가 지난 14일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난 것에 대해 사내에서는 이것이 보복성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기자는 지난 123차 촛불집회 이후 현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함께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이정민 아나운서, 이 프로그램의 담당 부장이었던 임영서 주말뉴스부장도 보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는 것. 박 기자는 지난 11일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서 앵커로서 언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지금 현재 MBC 뉴스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건이다. 심지어 촛불집회에서 취재하는 것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MBC 뉴스로서 기자들은 심한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 보도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MBC 뉴스가 지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현재 뉴스 보도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가에 대한 무감각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뉴스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JTBC <뉴스룸>은 그걸 촉발시켰고 변화하지 못했던 지상파 뉴스들은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그나마 상업방송인 SBS는 이러한 질타를 엄중히 받아들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MBC는 여전히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렇게 시청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고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경영에서 독립된 보도, JTBC <뉴스룸>이 다른 이유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는 이화신(조정석) 앵커가 뉴스 마지막 멘트에 부정을 저지른 기업들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담는 장면이 나온다. 본래 정해진 멘트를 훌쩍 벗어나 자신의 소신대로 꺼내놓는 날카로운 비판에 국장은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국장은 곧바로 사장의 전화를 받는다. 이화신 앵커의 멘트 몇 개로 광고 수 십 억이 날라 갔다는 것이다. 결국 이화신 앵커는 유치원으로 전근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드라마의 내용이지만 이런 일들은 방송사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뉴스가 기업광고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 기업이 부정을 저질러도 뉴스가 소신대로 그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건 그래서다. 물론 기업에 관한 뉴스가 이럴 정도인데,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는 오죽할까. 이번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통해서 지상파 뉴스들이 일제히 비난을 받은 건 그 오래도록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묵인했거나 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 때문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방송사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과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정과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해주는 일이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경영이 최우선이 되면 방송사가 보도 부문에서 국정과 기업의 감시자가 아니라 홍보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걸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꺼내 보도한 JTBC <뉴스룸>은 무엇이 달랐길래 이런 소신있는 보도가 가능했던 걸까. 누구나 알다시피 이번 게이트는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가 그 대상이다. 그러니 자칫 일개 방송사에게는 사활이 걸린 보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런 소신 보도가 가능해진 건 다름 아닌 손석희 앵커 덕분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그 어떤 언론도 쉽게 꺼내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에는 독특한 JTBC만의 뉴스보도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JTBC의 사장이 누구냐고 물으면 손석희 앵커를 지목한다. 액면대로는 맞는 이야기다. 손석희 앵커는 JTBC의 보도부문 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부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JTBC에는 전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 김수길 사장이 따로 있다. 굳이 대표이사가 있는데 이렇게 굳이 손석희 앵커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세워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손석희 앵커가 JTBC로 오면서 스스로가 원했던 편집권 독립때문이다. 즉 누가 뭐라고 해도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모든 재량권을 손석희 앵커가 갖는다는 뜻이다. 물론 책임도 손석희 앵커가 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편집권 독립은 투명하고 소신 있는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JTBC<뉴스룸>이 보인 행보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건 언론의 독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JTBC 보도는 언론의 진정한 역할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알면서도 숨겨지거나 아니면 감시 기능 자체를 아예 가동하지 않는 언론의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경영으로부터 독립된 보도. 또 그런 보도를 소신 있게 하는 것이 인사 상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시스템. 지금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구축해야할 일이 아닐까.

<삼시세끼>, 에릭의 정성과 신뢰에서 배워야할 것

 

에릭의 요리 속도가 늘었다? tvN <삼시세끼>의 에릭은 느림보 천재요리사라 불린다. 일단 만들어내는 음식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다. “맛은 어때?”하고 묻는 나영석 PD에게 이서진은 뭘 물어봐라며 에릭의 요리에 대한 무한신뢰를 드러냈다. 무려 7시간이나 저녁을 준비한 끝에 새벽에야 저녁을 먹고도 이서진이 뭐라 할 수 없었던 건 그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였다. 결국 그 맛으로 인해 기다린 시간들은 온전히 에릭이 채워 넣은 정성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문제는 요리 속도였지만 이제는 그 속도도 빨라졌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걸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일단 에릭의 손 놀림이 달라졌다. 물론 미안할 일은 아니지만 에릭은 요리가 늦어져 식사도 늦고 또 그걸 찍기 위해 제작진도 고생하는 걸 보며 못내 미안했던 모양이다. 매 끼니마다 요리 하기 전이나 하면서도 고민하던 시간을 대폭 줄였고 회 뜨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에 직접 가서 아주머니에게 배우는 노력을 들였다.

 

씨알 좋은 농어를 여섯 마리나 잡아 온 저녁에 에릭은 회를 치고 매운탕을 끓이고 또 농어구이를 내놓으면서도 이를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그는 순서를 묻는 나영석 PD에게 먼저 회를 쳐서 숙성시키는 시간에 매운탕을 끓이고 그 국물을 내는 시간에 농어 구이를 하겠다고 했다. 이미 낚시에서 농어를 잡는 그 순간부터 에릭은 시간을 최적화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효율적인 시간배분이 가능했을 게다.

 

흥미로운 건 이서진과 윤균상의 움직임이다. 요리를 해주기를 막연히 기다리거나 에릭이 시키면 하는 식이 아니라 아예 자발적으로 척척 준비를 해나가는 모습은 놀라울 지경이다. 에릭이 회를 치고 있을 때 이서진은 알아서 마늘을 까면서 그에게 생강도 필요하지 않냐고 묻는다. 윤균상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생강을 준비하고 매운탕에 들어갈 간장이며 야채들을 척척 준비해놓는다.

 

이러니 일이 일사천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내놓은 회를 느긋하게 애피타이저(?)로 먹고는 오래 끓여 잘 우러난 매운탕과 이태리식으로 기름에 잘 구워낸 살이 두툼하게 오른 농어를 그들은 맛나게도 먹었다. 옆을 서성거리며 호시탐탐 요리를 노리는, 누가 보면 거지(?)라고 해도 믿을 법한 행색의 나영석 PD에게 국물과 농어구이를 맛보게 해주는 여유까지.

 

<삼시세끼> 정선편에서 이서진이 투덜대며 적응했던 시골생활을 생각해보면 이번 득량도에서의 그의 모습은 낯설 정도로 고분고분하다. “이런 날이 내게도 오는구나라며 밥상을 받을 때마다 보조개가 피어난다. 낚시하러 가자면 낚시하러 가고, 밭에서 따온 유자로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유자청을 만들어놓는다. 물론 막내인 윤균상은 뭐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하는 인물이지만, 맛나게 음식을 해주는 에릭은 멋있는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따르게 되었다. 이게 다 에릭의 마법이다.

 

그런데 그 에릭이 부린 마법의 정체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한 것뿐이니까. 물론 요리 속도가 느리다는 게 함정이었지만 자신도 노력하고 그런 에릭을 알아서 도우며 옆에서 보조해준 이서진과 윤균상이 있어 그런 문제는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

 

일이란 이렇게 하는 게 아닐까. 먼저 신뢰를 보여주고 그리고 그 신뢰 속에 정성이 담겨 있었다는 그 마음을 확인시키자 저절로 다른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척척 움직인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에 동참하게 하는 것. 그래서 결국 모든 사람들이 풍족한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

 

정성은커녕 거짓으로 가득 차 결국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와 그래서 마비된 국정운영. 그 실망감과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인지 에릭이 보여주는 놀라운 요리의 세계에서조차 거꾸로 왜 정부는 저렇게 일하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풍요롭게 해주지는 못해도 적어도 이러려고...” 하는 유행어처럼 되어버린 말들이 회자되게 하지는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지상파의 추락, 신뢰 회복 아니면 회생 어렵다

 

최근 지상파의 추락은 모든 분야에서 그 명백한 증거들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것은 광고매출의 급감이다. 사실 광고매출이 빠지게 된 건 미디어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제 TV 본방 시대가 조금씩 저물고 있는 상황에, 많은 시청자들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이 흐름대로라면 당연히 앞으로도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현재 지상파들이 광고가 아닌 콘텐츠 부가수익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는 건 이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굿와이프, 싸우자 귀신아(사진출처:tvN)'

하지만 현재의 지상파의 광고매출 하락은 단순히 이러한 미디어 변화로 인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새로 출범한 종편 채널이나 tvN 같은 CJ E&M의 광고매출이 오히려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는 건 지상파로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거다. <PD저널>이 추산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광고매출을 보면, CJ E&MKBSSBS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 있다(CJ E&M 1345억 원, KBS 1237억 원, SBS 1150억 원). MBC1579억으로 CJ E&M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140억 가량 줄었고 영업 손실액도 55억 원 발생했다고 한다.

 

광고매출 하락으로 인해 지상파들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매출은 떨어지는데 tvN이나 JTBC 같은 채널들은 점점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지상파가 위기의식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시청률에 있어서 tvN 같은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를 압도하는 현상은 점점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1시대 월화 드라마를 편성한 tvN은 최근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건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최근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특히 tvN<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대박 예능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양산해오면서 최근 들어서는 <시그널>, <또 오해영>,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양질의 드라마들을 쏟아내며 드라마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여나가고 있다. 즉 콘텐츠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자연스럽게 광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영석 PD나 신원호 PD처럼 대박 콘텐츠들이 이른바 스타 PD들을 계속 발굴해내고 있고 또한 많은 지상파 PD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tvN을 지목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들에서는 연일 이탈하는 PD들 소식이 흘러나오는 것도 지상파의 추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상파에서 나온 PD들은 tvN이나 JTBC로 이적함으로써 지상파의 경쟁력을 이중적으로 약화시킨다. 이러한 인력 문제는 한 방송사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로서는 아픈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지상파들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지표들을 내세워 중간광고 허용 같은 요구를 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대는 크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예능이나 드라마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에 있어서 JTBCtvN 같은 비지상파가 점점 앞서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고, 이것은 최근 교양이나 시사뉴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로서는 심각하다고 여겨진다.

 

지난해 12월 미디어미래연구소가 매년 거행하는 미디어어워즈에서 JTBC는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 가장 유용한 미디어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JTBC 8시 뉴스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이 결과는 잘 보여줬다. 반면 이 미디어어워즈에서 MBC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8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광고 매출의 하락, 콘텐츠 경쟁력의 추락, 유능한 인력의 이탈 그리고 방송에 대한 신뢰성의 추락은 현재 지상파의 아성이 급격히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제 지상파는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다. 조직 문화에서부터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방송사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는 이제 지상파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은 왜 김영희 PD를 좋아할까

 

쯔위 사태로 중국과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가 시끌시끌하던 지난 19일 북경의 한 호텔 리셉션장에서는 이를 무색하게 만들기라도 하듯 한 자리에 중국인, 대만인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까지 함께 모여 새로운 프로그램의 런칭을 알렸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영희 PD. 그가 중국에 진출해 중국의 연예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국 현지에서 방영되는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였다.

 


김영희 PD(사진출처:미가미디어)

쯔위 사태는 마치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굉장한 갈등상황으로 보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하지만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에는 그런 경계나 갈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6명의 연예인들이 부모와 함께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고향으로 내려가 56일 동안 그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6명의 연예인들 중에는 중국인은 물론이고 대만인도 들어 있다. 당연히 고향인 대만 씬주에서도 촬영이 이뤄졌다. 국가 간의 정치적인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해도 중국에서 대만 출신 연예인들은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또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제작발표회의 키를 쥔 인물은 김영희 PD와 우리네 제작진들이라는 것. 김영희 PDMBC를 퇴사하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제작사와 손잡고 남색화염오락문화유한공사(이하 남색화염)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국내에는 미가미디어를 설립해 모든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중국에서는 남색화염을 통해 직접 제작해 중국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중국인들이 김영희 PD를 바라보는 시각은 또 한 명의 한류스타나 다름없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국적이나 언어를 뛰어넘어 중국인들의 김영희 PD에 대한 무한 신뢰였다. 이것은 중국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방송인과 연예인, 제작자들 그리고 나아가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중국 관료들까지 마찬가지였다. 사실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서 열풍을 만들면 중국 정부는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갖가지 규제를 만들어온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영희 PD가 제작을 한다고 하면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은근히 밀어주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이것을 경제적 차원으로만 바라보면 중국이 우리네 기술력과 노하우를 얻어가기 위해 하는 제스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시각이 모두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영희 PD 스스로도 기술력 이전은 숨기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하고 중국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것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영희 PD는 그런 기술적 노하우는 어차피 공유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요한 건 창의력이다. 기술력이 공유되도 창의력은 공유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중국과 대등하게 함께 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김영희 PD는 믿고 있다.

 

중국이 김영희 PD를 좋아하고 그가 만들려는 콘텐츠를 독려하는 까닭은 그의 기술적 노하우 때문만이 아니다. 대신 그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창의성이나 그의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중국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김영희 PD공익예능이라는 틀에서 찾아냈다고 보인다. 우리에게는 어딘지 촌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중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공익적인 면은 예능의 즐거움과 재미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김영희 PD는 첫 마디를 이렇게 열었다. “<폭풍효자>는 좋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폭풍효자>는 좋으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좋으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이 첫 마디 속에는 중국이 김영희 PD를 원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들어가 있다.

 

다시 쯔위 사태로 돌아와 보면, 이제 국가 간의 장벽을 넘어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일은 21세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문화적인 교류는 그래서 어떤 면으로 보면 국가 간의 장벽을 선제적으로 허물어내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쯔위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시대에 역류하는 20세기적 사고방식이 갑자기 튀어나와 화합과 통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따지고 보면 황안 같은 시대에 역행하는 인물이 이를 부추기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심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실행해갈 때 진정으로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이번 쯔위 사태가 보여준 문화적 교류에 발생한 국가적 갈등상황들의 해법은 거기 있을 것이다. 김영희 PD를 중심으로 우리네 제작진들과 중국인, 대만인이 함께 모여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는 국가를 초월하는 공감대 속에서 세 시간 가까이 웃고 박수치고 때론 감동에 먹먹해진 그 훈훈한 제작발표회에 갈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김병만, 뭘 해도 진득하게 끝장을 보는

 

김병만이 온라인 게임업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노우진, 류담과 함께 김병만이 한 온라인 게임업체와 광고계약을 했는데 애초 조건과 달리 사행성 게임사업에도 자신들의 사진을 무단 게재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던 것.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청구기각을 당했고 김병만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흥미로운 건 김병만의 패소 사실에 대해서 오히려 대중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사안 자체가 김병만측의 억울함을 드러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김병만이 지금껏 쌓아온 신뢰가 그만큼 공고하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대중들이 김병만의 이미지를 도용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는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과 무관하지 않다.

 

김병만은 우리네 방송사에서 독보적인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인물이다. <개그콘서트>에서 달인코너로 주목을 받은 김병만은 몇 년 간 지속된 코너 속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과정을 몸소 보여주었다. 초반만 해도 말만 번지르르한 달인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그저 개그 코드에 입각한 웃음을 전해주었지만, 차츰 그는 진짜로 줄을 타고 마치 서커스를 보는 듯한 묘기를 선보이면서 진짜 달인이 되어갔다.

 

사실 몇 분짜리 개그 코너를 준비하기 위해 실제 줄타기 명인을 찾아가 넘어지고 쓰러지며 몇 주에 걸쳐 그 실제 기술을 배운다는 건 무모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병만은 묵묵히 그 모든 과정들을 준비함으로서 독보적인 자신의 캐릭터를 세울 수 있었다. 당시 <개그콘서트>의 수장이었던 서수민 PD김병만이 방송에 나오는 건 우습지만 그가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한 바 있다.

 

<개그콘서트>를 나와 정글로 뛰어든 김병만은 여기서도 독보적인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정글의 법칙> 그 첫 번째 생존지였던 아프리카 악어섬에서의 김병만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지금 현재의 김병만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당시 악어섬을 빠져나오며 김병만은 병만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두려웠다고 말할 정도로 정글 생존이 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그로부터 또 몇 년 동안 김병만은 쉬지 않고 전 세계의 정글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중간에 리얼리티 논란으로 프로그램이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김병만의 진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는 스쿠버 다이빙은 물론이고 스카이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획득함으로써 바닷속과 하늘 위에서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웬만한 생존전문가가 되어 정글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편안하게 여겨질 정도로 진화한 인물이 되었다.

 

사실 예능이란 하나의 트렌드인 경우가 많아 쉽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김병만의 경우가 예외적이라고 여겨지는 건 그가 그저 트렌드를 흉내 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실제 그 인물이 되어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 자체를 몸소 보여주기 때문이다. 몸으로 보여주는 진정성. 이만큼 대중들의 신뢰를 굳건하게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사람에게서 시간에 따른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건 값진 경험이다. 그것은 보는 이들에게 하나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첫 정글 체험에서 눈물을 쏟던 김병만이 이제는 정글을 제 집 드나들 듯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기도 한다. 도대체 얼마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저런 변화가 가능해지는 걸까.

 

김병만은 그의 몸에 진정성을 담아낸 몇 안 되는 연예인이다. 그의 소송에서의 패소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여전히 굳게 갖고 있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대중들의 판단은 결국 그가 평상시에 해온 모습을 통해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다. 뭘 해도 진득하게 끝장을 봐온 김병만이기에 대중들은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스타, 이점만큼 리스크도 커져버린 까닭

 

JTBC는 결국 이영돈 PD가 출연하는 두 프로그램을 모두 내려버렸다. <에브리바디>는 본래 종영을 준비 중이었던 걸로 알려졌지만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영돈 PD가 간다>2월에 시작해 3월에 폐지된 비운의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이영돈 PD가 간다(사진출처:JTBC)'

프로그램의 폐지 발표는 사안이 터지고 조금 지난 후에 이뤄졌지만, 사실 이 결단은 이영돈 PD가 식음료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바로 그 때 이미 JTBC의 긴급회의를 통해 정해진 사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신뢰에 금이 가게 한 행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방송을 한다는 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영돈 PD의 이번 논란과 방송 폐지결정은 지금 현재 방송가가 갖고 있는 스타 리스크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다. 방송사가 이영돈 PD 같은 스타를 영입하는 이유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 스타가 가진 이미지나 신뢰를 방송사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JTBC는 손석희 앵커를 영입해 시사 보도 분야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를 가져온 바 있다. 이미 예능과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대중적 지지를 갖고 있는 JTBC는 이영돈 PD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교양에 대한 인지도 제고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스타를 데려와 어떤 성과를 가져가려면 그 스타가 지속적인 이미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영돈 PD는 그릭 요거트를 탐사보도의 아이템으로 하면서 타 업체의 식음료 광고를 찍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 무엇 때문인지 그는 그런 행위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프로그램 폐지가 결정된 후 이영돈 PD는 다시는 광고를 찍지 않겠다며 자숙하겠다고 했다.

 

최근 대중들이 스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해졌다. 이태임과 예원 사태가 보여주듯 사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이 사태로 인해 이태임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예원 역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하차하라는 대중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사안은 스타 개인에 머물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으로도 이어진다. 스타 리스크는 이제 껴안았다가는 프로그램마저 날아가는 후폭풍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병헌을 두고 벌어진 50억 협박사건은 고스란히 그가 출연한 영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협녀><내부자들>은 일찌감치 제작이 끝났지만 이병헌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개봉 시기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 사건은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그것이 남겨놓은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다. 이 여파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벌어진 김태우와 길건의 계약문제를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으로 인해 김태우가 출연하고 있는 <오 마이 베이비> 역시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은 사실 보는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리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대중들의 시선은 을의 위치에 있는 소속 연예인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김태우가 눈물을 쏟아내며 이 문제를 길건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게 된 건 이런 정서적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과연 이런 일을 겪은 김태우가 <오 마이 베이비>에서 예전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이영돈 PD의 사례처럼 스타 의존도가 거의 100%인 프로그램은 문제가 생기면 접을 수밖에 없다. 스타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기에 따르는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이 안정적이고 탄탄하다면 이런 문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세금문제가 논란이 되어 장근석이 통편집됐지만 승승장구했던 <삼시세끼> 어촌편은 단적인 예다. <삼시세끼>는 그 프로그램의 단단한 힘으로 오히려 더 승승장구했다. 스타에 대한 의존보다는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시점이다.

 

김준호의 의리, 후배들의 신뢰, 웃음 뒤의 눈물

 

때로는 상을 받은 사람들보다 더 시상식에서 빛나는 인물이 있다. 올해는 KBS 연예대상에서 무관에 그친 김준호가 그렇다. 그는 대상을 받지 못했지만 무수한 동료, 후배 개그맨들로부터 대상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

 

'KBS연예대상(사진출처:KBS)'

이렇게 된 것은 최근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코코엔터인먼트의 위기 때문이었다. 공동대표인 김모씨가 회삿돈을 횡령해 도주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흉흉한 루머들이 나돌았던 것. 특히 소속 개그맨들의 이탈로 분열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들은 김준호는 물론이고 소속 개그맨들에게도 뼈아픈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마치 비온 뒤에 땅이 굳듯, 그런 루머와 추측성 기사들을 일축하며 시상 무대에 오른 개그맨들은 일제히 김준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KBS 연예대상에서는 김준현의 감동적인 존경발언이 김준호를 울렸고, 이어서 김대희, 조윤호, 김지민 등이 그에 대한 감사와 신뢰의 뜻을 전했다.

 

그에 대한 언급은 그가 전혀 출연하고 있지 않은 SBS 연예대상에서도 흘러나왔다. 그의 소속사 개그맨들은 KBS <개그콘서트> 뿐만 아니라 SBS <웃찾사>tvN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S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우수상과 최우수상 수상자인 김현정과 홍윤화는 김준호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국주는 가장 힘든 분은 김준호 선배 아닌가 생각한다. 그 소속사에 있다. 배신 때리지 않고 똘똘 뭉쳐서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코코엔터 사랑한다.”고 말해 그에 대한 여전한 신뢰와 믿음을 드러냈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된 인물이 이국주였다. 최근 대세 개그우먼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소속사의 이번 사태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국주는 변함없는 마음을 전했다.

 

개그맨들이 이처럼 일제히 김준호에 대한 지지를 하고 나선 데는 이들의 특별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S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홍윤화가 거론한 김준호에 대한 이야기 속에는 그 특별한 관계가 묻어난다. 그녀는 제가 가장 힘들 때 제 편이 된 사람이 김준호 선배였다. 선배가 힘들 때 저도 편이 돼 드리겠다. 힘내라. 날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국주와 김준호의 관계 역시 방송가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국주가 어렵던 시절부터 꾸준히 김준호가 그녀를 지지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이국주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코코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는 깨질 위기에 처했을지 몰라도, 김준호와 개그맨들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오히려 더 돈독해진 셈이다.

 

김준호가 든든히 지지해온 후배 개그맨들이 시상대에 올라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며 그는 얼마나 흐뭇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대상을 받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들의 여전한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지상파 3사의 올해 연예대상을 보면 공로상의 성격이 짙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BS가 유재석에게 또 SBS가 이경규에게 대상을 준 것은 올해의 성과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간의 공로를 치하하는 성격이 강했다. MBC는 물론 <무한도전>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성과를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유재석의 대상 역시 그간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를 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딘지 늘 봐 오던 대상 수상의 풍경들 속에서 오히려 김준호와 개그맨들의 변함없는 의리가 더 눈에 띈다. 또한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12><개그콘서트>에서 온몸을 던져 웃음을 주는 그 모습에서는 무대에 서서 웃음을 전하는 광대의 눈물마저 엿보게 된다. 실로 올해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무관의 김준호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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