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그대와’, 또 타임리프? 보편적인 공감에 주력해야

지하철을 타고 미래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여행자의 이야기. tvN 금토드라마 <내일 그대와>는 전형적인 타임리프 장르 드라마다. 과거의 지하철 사고를 겪은 후 시간여행을 하게 된 소준(이제훈)은 미래에 사고로 자신이 죽게 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그 때 같이 죽음을 맞게 될 마린(신민아)이 알고 보니 과거 지하철 사고 때 우연히 얽히게 되어 함께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의 미래가 그녀와도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소준은 그녀를 살리려 하고 그 과정에서 그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겨난다. 

'내일 그대와(사진출처:tvN)'

그러니 설정은 타임리프지만 그 이야기의 또 다른 힘은 소준과 마린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 감정에 있다. 과거 어린 시절 엄마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출연했던 작품에서 ‘밥순이’라는 별명을 마치 주홍글씨처럼 갖게 된 마린은 잊혀질 만하면 나오는 ‘밥순이’ 기사로 고통스러워한다. 그녀는 연예인이 아니라 사진가로서의 길을 새롭게 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여행자로서 막대한 부를 가진 소준은 그녀와 인연이 얽히게 되고 그녀의 처지를 공감하게 되고 그래서 그녀를 도와주려 한다. 

즉 <내일 그대와>에는 마린이라는 여성이 타인들에 의해 규정되고 그것으로 고통받아온 삶을 벗어나 오롯이 자기 이름으로 서는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녀의 일종의 성장담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이야기 축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것도 시간여행자인 소준이라는 판타지적 남성과 엮어지며 로맨틱 코미디 멜로의 색깔을 갖게 된다. 결국 여기서도 주목되는 건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 감정이고 그 화학작용이다. 그런데 <내일 그대와>가 가진 타임리프라는 장르적 장치는 자꾸만 그 장치가 가진 게임적인 재미로 드라마를 끌고 들어간다. 생각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은 건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타임리프 장치가 가진 재미란 논리 게임에 가깝다.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데는 그 장치만의 룰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미래의 죽음을 목도한 주인공이 그걸 막기 위해 뛰어드는 건 이 논리 게임에서의 승리를 통해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함이다. 소준에게 또 다른 시간여행자인 두식(조한철)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건 조금 황당해 보이지만 마린과 결혼해 아이를 갖는 것이다. 타임리프라는 게임적 장치 역시 그 귀결에 마린과 소준의 멜로를 두고 있다는 것. 

이 정도면 <내일 그대와>의 구성은 꽤 정교하다고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타임리프의 신기함에 눈이 끌리지만 그 복잡한 논리게임 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대신 타임리프의 신기함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어떻게 엮어져 가고 그것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에 주목할 뿐이다. 즉 거꾸로 말해 이야기가 지나치게 타임리프 설정의 논리게임 속으로 빠져 들어가면 긴박감은 생길지 몰라도 애초 기대했던 멜로가 아닌 마치 SF물을 보는 듯한 느낌에 난감해질 수 있다. 

3회에서 소준은 미래의 사고 당일 그 장소로 가지만 사고를 막지 못한다. 그래서 미래의 마린은 물론이고 소준도 죽을 위기에 몰리게 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미래로 간 현재의 소준 또한 소멸시킬 위기를 만든다. 소준의 간절함은 느낄 수 있지만 이런 식의 타임리프 장르 본연의 논리게임 속으로 빠져 들어 가면 갈수록 시청자들은 그 낯선 이야기 전개에 복잡함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타임리프 장르가 흥미롭고, 그래서 최근 들어 시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모두 엄밀한 의미로 타임리프라 말하긴 어렵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걸들이 모두 타임리프로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가 많아지며 또 성공한 드라마도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이 장르의 묘미가 가진 힘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성공한 건 그 전생과 이생의 이야기를 왔다 갔다 하며 만들어내는 논리게임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깔린 운명적이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심지어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안겨줬기 때문이다. 

<내일 그대와>는 그래서 지나치게 타임리프 속으로 들어가면 어딘지 낯설어진다. 그 재미 속으로 빠지면 타임리프 장르가 주는 마니아적 열광은 얻을 수 있어도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는 어려워진다. 물론 그렇다고 그저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멜로를 하는 것도 밋밋하고 식상해질 것이다. 그러니 중요해지는 건 타임리프라는 신선한 설정을 통해 보편적인 멜로의 장르를 유지하는 균형이다. 거기에 <내일 그대와>의 성패가 달려 있다.

‘내일 그대와’, 결국 신민아·이제훈 멜로에서 승부 봐야

만일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의 후속작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새로 시작한 <내일 그대와>는 여러모로 부담감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장르적 특징은 다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판타지 역시 유사한 지점을 갖고 있고 또 그 시간을 뛰어넘는 멜로라는 소재의 유사점은 <내일 그대와>가 <도깨비>의 그늘을 쉽게 벗어날 수 없게 된 이유들이다. 

'내일 그대와(사진출처:tvN)'

하지만 첫 회만 두고 보면 <내일 그대와>는 확실히 <도깨비>와는 다른 드라마다. 시작부터 유소준(이제훈)은 스스로 ‘시간여행자’임을 밝힌다. 그게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의 어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송마린(신민아)과 관계를 맺는다. 멀지 않은 미래, 그는 자신과 그녀가 함께 사고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일 그대와>의 이야기는 그래서 그걸 막으려는 유소준의 시도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로맨틱한 멜로가 된다. 

이렇게 보면 <내일 그대와>는 <도깨비> 같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운명적인 사랑의 서사라기보다는 차라리 <또 오해영> 같은 살짝 판타지가 곁들여진 멜로 쪽에 가깝다. <또 오해영>은 여자 친구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남자가 그 미래를 바꾸려 애쓰는 모습이 담겼다. 마찬가지로 <내일 그대와>는 아예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주인공이 판타지로 들어가 있다. 이야기의 방점은 타임슬립 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두 사람의 멜로에 찍혀 있다. 

확실히 이제 멜로라는 장르는 그 자체만으로는 식상한 이야기가 된 듯싶다. 수백 년을 뛰어넘고 심지어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라는 특별한 존재들의 멜로이거나, 타임슬립처럼 과거에는 SF 장르물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들이 들어가는 멜로 정도는 되어야 식상함을 지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일 그대와>의 타임슬립은 이제 특별한 설정이라기보다는 멜로라면 하나 정도 있어야 될 필수적 판타지 요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내일 그대와>에서 오히려 더 주목되는 건 이제훈과 신민아가 이어가는 멜로 부분이다. 첫 회부터 확실히 자신을 내려놓은 듯한 신민아의 술 취한 연기는 향후 이어질 멜로 연기의 달달함을 기대하게 하고, 많은 장르물들을 소화해 이런 타임슬립 또한 잘 어울리지만 그가 처음으로 존재감을 보였던 <건축학개론>의 그 풋풋한 멜로의 느낌으로 돌아온 이제훈의 연기 또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여기에 미래의 사건을 향해 도저하게 움직이는 시간의 흐름은 유소준과 송마린의 달달해질 멜로에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일 그대와>에 대한 반응이 기대감과 실망감으로 나뉘는 까닭은 역시 <도깨비>의 잔상이 여전히 만들어내는 그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금요일이면 여전히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그 긴 여운. <내일 그대와>의 본격적으로 시작될 신민아와 이제훈의 멜로와 장르의 긴박감이 그 후유증을 말끔히 지워낼 수 있을지 주목해볼 일이다.

<오마비>, 아름다움이 산업이 된 시대의 사랑이란

 

KBS <오 마이 비너스>에서 남자 주인공 영호(소지섭>은 세계적인 헬스 트레이너이자 가홍 의료 재단의 후계자 물망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업과 재벌가 후계자라는 위치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이 굳이 만들어진 건 이 직업과 조합이 우리 시대에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구석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

 


'오 마이 비너스(사진출처:KBS)'

부유함이야 이미 멜로드라마의 고정적인 남성 주인공 레퍼토리였으니 굳이 부연설명할 필요가 없을 게다. 즉 부라는 요소는 <오 마이 비너스>가 새로운 로망으로 자리하고 있는 미를 어떤 면에서는 보완해주는 로망 정도일 것이다. 사실상 <오 마이 비너스>가 다루려고 하는 건 그 제목에도 이미 들어가 있듯이 미, 즉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미는 두 인물로 표상된다. 하나는 역변해 뚱뚱한 몸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자신만만하고 매력적인 여주인공 강주은(신민아)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를 질시해 살을 쪽 빼고 몸짱으로 거듭났지만 어딘지 속내는 과거와 다름없이 배배 꼬여있고 여전히 자신도 없어 보이는 오수진(유인영)이다. 드라마가 이 두 인물을 통해 하려는 얘기는 명백하다. 살이 쪘는가 아니면 살을 뺐는가와 상관없이 마음의 문제가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주제의식은 그리 대단할 것이 없지만 이 드라마는 이들 여성들만의 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것은 여성 시청자들을 이 드라마에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보다 사실 더 흥미로운 캐릭터는 남자주인공인 영호다. 그는 이제 가홍을 물려받아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사업은 다름 아닌 우리의 몸을 관리하는 영역에 특화된 사업이다.

 

병원은 아프면 가는 곳이 아니라 이제는 건강을 유지하고 몸을 가꿔주는 의료서비스의 공간이 된 지 오래다. 병원과 피트니스 센터는 그래서 몸 관리와 아름다움이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어진 시대를 표상하는 공간이 되었다. 영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철저히 자기의 몸 관리를 하는 인물이다.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지도 못하고 힘들어도 죽을 듯이 트레이닝을 한다.

 

물론 건강을 위해 몸 관리를 한다는 것이야 당연한 것일게다. 하지만 영호가 그런 것처럼 빨래판 복근을 만들고 얼굴 윤곽의 가름한 선을 유지하기 위해 거의 굶듯이 살아가는 건 어딘지 과도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건 지금 현재 우리에게 마치 강박처럼 강요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몸꽝은 몸이 망가진 것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어느새 그 사람이 어딘지 스스로를 관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까지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좋고 아름다운 몸을 갖는 것이야 누구나의 욕망이겠지만 그것이 하나의 사업으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은 어딘지 의심스럽다. 영호가 가홍 그룹의 후계 역할을 두고 고심하는 건 어쩌면 이런 아름다움을 위해 끝없이 관리하고 돈을 쓰게 된 삶이 과연 좋은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강주은은 얼굴 살이 쏙 빠진 기념으로 영호와 그 동료들에게 하루 동안 자신처럼 살아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어본다. 영호는 그동안 살아왔던 그 관리된 삶 때문에 그렇게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하는 자신을 용납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자신을 의심한다. 크림 가득 얹은 커피를 떠올리고 무엇 때문에 자신이 그토록 강박적으로 몸에 집착하는가를 의심한다.

 

<오 마이 비너스>는 물론 강주은이라는 인물이 영호라는 시크릿 트레이너를 통해 살을 빼고 사랑 또한 얻는 그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이야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만일 이 드라마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 아름다움을 강박적으로 가꾸는 것이 사업화되고 있는 우리 시대의 풍경을 건드려 준다면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강주은이 갖고 있는 변호사라는 직업과도 연결되는 일이다. 번지르르 해보여도 사실을 가진 자들의 편에서 변호함으로써 약자를 짓밟는 변호사의 또 다른 얼굴과 맞서게 된 강주은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거기서도 우리가 발견하는 건 진정한 아름다움의 실체일 것이다. 돈으로 화려해 보이는 커리어우먼의 번지르르함이 아니라, 진정한 변호인으로서 아름다운 모습.



<오마비>, 소지섭, 신민아 아니었으면 어쩔 뻔

 

예뻐지고픈 욕망, 잘 빠진 몸매, 멋진 훈남들. KBS <오 마이 비너스>가 포인트로 잡고 있는 건 여성들의 로망이다. 강주은(신민아)은 거기에 딱 맞는 캐릭터. 한 때는 대구비너스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고대의 비너스처럼 살이 쪄버려 오래도록 사귀어온 남자친구에게 차이기까지 한 인물. 게다가 가족도 영 그녀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아이를 가졌다며 살림을 차리려는 남동생에게 가게라도 차리라며 통장을 내미는 그녀다. 요즘의 시청자들이 완벽한 스펙과 외모와 직업을 갖고 있는 인물보다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는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어 한다면, 그녀는 거기에 어느 정도 부합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오 마이 비너스(사진출처:KBS)'

역변한 몸 때문에 모든 걸 잃어버린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시청자들의 로망이 분명하다. 그녀는 요즘처럼 취업이 어렵다는 시대에 변호사씩이나 되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다. 게다가 살이 쪘다고는 해도 한 때 대구비너스의 본판이 어디 갈 것인가. 아마도 신민아라는 배우가 그걸 연기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살이 쪄 이중 턱이 된 얼굴에서도 귀염성이 묻어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로망이 되는 건 그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훈남들 때문이다. 세계적인 헬스 트레이너 김영호(소지섭)는 이 시대의 여성들이 선망하는 요소들을 거의 다 갖춘 인물이다. 훈훈한 외모에 잘빠진 몸매, 알고 보면 재벌2세이고 그러면서도 약자를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물론 그 따뜻한 마음을 짐짓 아닌 척 차갑게 포장하는 차게 굴기의 면까지 가졌으니 완벽하지 않은가. 이런 인물이 강주은 옆에서 헬스 트레이너를 빙자해 먹는 것에서부터 생활습관, 운동까지 모든 걸 관리해준다... 이런 로망이 어디에 있을까.

 

김영호만이 아니다. 그를 보좌하는(?) 장준성(성훈) 같은 격투기 선수는 그 잘 빠진 몸과 저돌적인 동작만으로는 시선을 사로잡고, 김지웅(헨리)은 늘 유쾌하고 친절해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인물이다. 게다가 전 남자친구인 임우식(정겨운)은 수영선수 출신에 잘 나가는 가홍 VIP센터장이다. 그는 잠깐 강주은의 친구였던 오수진(유인영)에게 한눈을 팔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강주은 쪽에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니 이런 우글우글한 훈남들 속에서 집중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강주은이란 캐릭터가 로망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알다시피 이런 인물 캐릭터 설정과 관계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때로는 너무 상투적이라 유치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강주은의 아래 층에 사는 그녀의 스토커 남자는 사실 이런 상투성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스토커가 그녀를 따라다니고 심지어 집안까지 들어오는 상황은 긴박감을 만들어주지만 그 설정은 누구나 다 알 듯 김영호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일회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그것도 너무 상투적인.

 

또한 세계적인 헬스 트레이너인데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재벌 2세 김영호가 어째서 강주은에게 이렇게 친절하고 점점 마음을 빼앗기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드라마는 그저 그가 약자를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퉁치고 넘어가지만 아무리 봐도 개연성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개가 허용되는 건 그것이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강주은에게 시청자들이 어떤 동질감과 몰입감을 갖고 빙의된다면 개연성과 상관없이 김영호 같은 멋진 남자와의 로맨스를 꿈꿀 수도 있을 게다. 물론 현실성은 없다. 그러니 한 발 물러나 바라보면 이 드라마가 가진 허점들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래서 이렇게 한 발 물러나지 못하게 계속 몰입하게 만드는 일인데, <오 마이 비너스>는 적어도 거기에서는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름 아닌 소지섭과 신민아다. 이 배우들이 주는 로망과 판타지는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몰입을 만들어내고 있다. 적어도 그들이기 때문에 개연성 부족 정도는 넘어서 푹 빠져들게 만들고 있는 것. 그러고 보면 <오 마이 비너스>는 캐스팅이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 자리에 소지섭과 신민아가 아니었다고 상상해보라. 이런 판타지에 몰입할 수 있었겠는가.



<오마비> 신민아, 살찌우자 비로소 보이는 연기

 

최근 여성연기자들은 예쁨을 감추려 안간힘이다? KBS <오 마이 비너스>의 신민아는 살을 주체할 수 없는 뚱뚱이로 분장했다. 대학시절에는 남자들을 줄줄 달고 다니는 말 그대로 비너스였지만 역변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아랑사또전>의 아랑이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구미호 역할을 하며 미모를 뽐낼 때는 전혀 드러나지 않던 연기가 이 뚱뚱이 분장을 하자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오 마이 비너스(사진출처:KBS)'

최근 종영했던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은 물론 <킬미 힐미><비밀> 같은 작품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그저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사랑스러움이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 그녀 역시 <그녀는 예뻤다>에서 주근깨투성이의 얼굴에 폭탄머리를 하고 나왔다. 그랬더니 오히려 그녀의 연기는 더 돋보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여성 연기자들에게 미모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무기이면서 동시에 거기에 속박될 수 있는 족쇄가 된다. 특히 출중한 외모를 가진 여성 연기자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주목받지만 대신 연기를 해도 그 연기가 미모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그 미모가 그 연기자의 이미지로 굳어져버려 새로운 연기를 할 때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는 괜찮을 수 있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 미모의 여성 연기자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굳어진 이미지를 어떻게든 벗어나야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외모를 가려버리는 캐릭터들은 이들 여성 연기자들에게 매력적인 기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때 이런 장치로 가장 많이 쓰인 건 남장여자였다. <커피프린스1호점>의 윤은혜는 그 남장여자 캐릭터로 대중들의 새로운 주목을 받았고,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은 늘 따라붙던 국민여동생 이미지를 그 남장여자 캐릭터로 깨버릴 수 있었다. 또 이렇게 이미지를 깨는 데 유용한 역할이 바로 악역이다. 수애는 <야왕>의 주다해 같은 악역을 통해 자신의 고고한 이미지를 깨려 노력한 연기자다.

 

<오 마이 비너스>의 신민아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녀에게는 절호의 기회를 주는 캐릭터를 얻은 셈이다. 뚱뚱이 강주은이라는 캐릭터는 보기 불편할 정도로 뚱뚱한 몸과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을 갖고 있지만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일단 강주은이라는 뚱뚱이 캐릭터가 가진 씩씩하고 밝으며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다보면 그녀가 어서 살을 빼고 제 모습의 비너스로 돌아와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이건 놀라운 변화다. 대체로 신민아가 연기를 한다고 하면 시청자들은 흔히 그 외모를 오히려 불편해한다. 왜냐하면 마치 그 외모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마이 비너스>는 정반대다. 그 외모를 뚱뚱이 캐릭터로 가리고 연기를 먼저 보여주고 나니 오히려 본래 신민아가 갖고 있던 그 외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

 

여러모로 <오 마이 비너스>는 극중 캐릭터인 강주은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신세 마일리지라는 표현처럼, 신민아에게 신세 마일리지를 갖게 하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뚱뚱한 얼굴에서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참 많은 걸 표현해내는 신민아를 보게 되다니. 연기자로서 < 오 마이 비너스>는 신민아에게 어떤 분수령이 될 만한 작품이다.



<오 마이 비너스>, 역변한 신민아에게 없는 한 가지

 

KBS의 새 월화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는 여러모로 최근 화제를 뿌리고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다. <그녀는 예뻤다>의 여주인공이 주근깨가 잔뜩 생긴 얼굴로 역변했다면 <오 마이 비너스>의 여주인공 강주은(신민아) 역시 살이 잔뜩 쪄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로 역변한 몸을 보여준다. 그러니 로맨틱 코미디를 기본 장르로 깔고 있는 두 드라마가 갖고 있는 기본 설정은 같다. 외모가 아닌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오 마이 비너스(사진출처:KBS)'

<오 마이 비너스>라는 제목 속에서도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저 <그녀는 예뻤다>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즉 비너스는 미의 상징인데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에 친절히 쓰여져 있는 것처럼 ‘21세기 비너스아프고 마르고 고통 받고있다. ‘비너스의 완성은 예뻐지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역변한 얼굴이나 몸매로 대변되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그 고유한 내적인 아름다움이 진정한 미라는 것이다. 여기서 비너스예쁘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에게는 아름다운 그녀라는 뜻.

 

그래서 첫 회에 이 역변한 강주은은 오래도록 사귀어온 남자친구 임우식(정겨운)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강주은은 그가 새로운 여자 오수진(유인영)을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오수진의 과거는 현재의 강주은처럼 슈퍼 뚱땡이였었다는 사실이다. 외모에 끌리는 세태와 내면을 알아보는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전형적인 4인 멜로의 틀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를 닮아있다고 해도 <오 마이 비너스>에는 없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여주인공이 주는 서민적 공감이다. <그녀는 예뻤다>는 외모만의 역변이 아니라 가정이 몰락하면서 그녀의 스펙 없는 처지 역시 역변한 여주인공을 내세웠다면, <오 마이 비너스>의 여주인공은 변호사다. 사는 데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인물은 아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한 가지의 다른 점은 드라마의 큰 차이로 만들어진다. <그녀는 예뻤다>가 예상 외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멜로 이외에 스펙 없는 청춘의 성장기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마이 비너스>는 그런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첫 회에 모든 걸 속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만일 이런 현실적인 공감대가 강주은이라는 캐릭터에 부여되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건 한 가지다. 소지섭과 신민아라는 배우들이 하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호기심이 그것이다. 확실히 이 캐스팅 부분은 이 드라마에 상당한 유인을 만들어내는 힘이 아닐 수 없다. 광고를 통해서 두 사람의 괜찮은 느낌을 접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이들이 나와 보여주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궁금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그 아름다움을 알아봐주는 사랑을 통해 힐링을 전하고자 하는 게 이 드라마의 목적이라면 좀 더 지금의 청춘들이나 서민들이 교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부분들이 들어가게 된다면 차가워진 날씨에 우리를 훈훈하게 해줄 꽤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가 나올 수도.



신세대 구미호와 젊은 세대는 뭐가 닮았나

신세대 구미호가 탄생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이하 여친구)'에서 신민아가 분한 구미호다. 신민아의 이미지가 그렇듯 이 구미호는 전통적인 구미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한'이 없다. 무려 오백 년이 넘게 갇혀 지냈지만, 이 구미호가 어딘지 허당 기질이 다분한 차대웅(이승기)을 꼬드겨 그림에서 도망쳐 나오고는 하는 얘기는 고작, "얼마나 갑갑했는 줄 알아?"다. 전통적인 구미호가 인간이 되기 하루 전날 약속을 어긴 남편 때문에 다시 구미호로 변하고는 눈물을 철철 흘리던 그 모습은, 이 신세대 구미호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또 전통적인 구미호들이 변신을 했을 때 보여주던 엽기적이고 무시무시한 행동들, 예를 들면 소의 간을 빼먹는다든가 하는 것들도 이 신세대 구미호의 상큼발랄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구미호는 귀엽게도 "고기 좀 사주라"하고 덜 떨어진 허당 차대웅에게 빌붙는다. 빨리 익지 않는 고기를 참지 못해, 생고기를 씹으려다가 "안돼. 안돼. 안돼. 이건 인간답지 않아"하며 내려놓는다. 그녀는 분명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가졌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구미호라는 처지를 비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구미호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들, 예를 들면 대단한 후각을 가져서 멀리서도 대웅이의 냄새를 따라갈 수 있거나, 놀라운 청각으로 멀리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거나 혹은 여우구슬을 이용해 다 죽어가는 대웅이를 살려내는 등의 능력을 자랑한다. 이것은 전통적인 구미호가 가진 변신능력에 대한 재해석이다. 전통적인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변신능력을 가진 자신을 괴물처럼 여긴다. 반면 이 신세대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변신하는 자신을 괴물로 여기지는 않는다. 변신은 그녀에게 능력이다.

이 전통적인 구미호와 확연히 대별되는 신세대 구미호의 탄생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구미호가 그토록 시대를 거치면서도 반복되어 재탄생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캐릭터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반인반수라는 구미호의 캐릭터는 인간 이하로 취급되는 존재가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각 시대가 갖는 사회 속의 권력구조를 그 속으로 끌어들인다. 억압으로 인해 차별받는 존재들은 구미호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한(잘못 취급받아온 것에 대한)을 토로한다. 어느 시대건 억압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미호는 어떤 시대에서건 재탄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억압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세대 구미호의 탄생은 어떻게 봐야 할까. 구미호라는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여성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여성이라는 성이 그 자체로 억압의 대상으로 판별되던 시대에서 이제 오히려 그 성이 능력으로 자리한 시대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변신이 천형이 아닌 능력으로 받아들여지는 '한'이 없는 신세대 구미호는 어쩌면 이 시대의 달라진 여성상을 반영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구미호는 무얼 하려는 것일까. 이제 첫발을 떼고 있기에 그 의도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단서들은 많다. 구미호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갖는 능력들, 즉 날아다닌다거나 하는 것들은, 이제 대학생이지만 대책 없어 보이는 차대웅에게는 실로 부러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첫 회에 와이어를 타고 동영상을 찍는 장면에서 "나 멋있냐?"하고 묻고는 잠시 후, "빨리 내려줘 아파 아파."하고 말하는 에피소드는 앞으로 이 능력이 넘치는 구미호와 무능해 보이는 차대웅이 어떤 일을 벌일 지 예측하게 만든다.

홍자매가 늘 작품들 속에서 천착해오던 청춘의 고민들은 이 작품에서도 구미호라는 캐릭터를 통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전쟁 같은 현실 앞에 무력하기만 한 작금의 청춘들이 구미호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따라서 전통적인 구미호 이야기에서 인간과 구미호는 대결구도를 가지지만 이 신세대 구미호에게 인간과 구미호는 서로의 성장을 돕는다.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 공통의 욕망을 공유하며.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다른 존재이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또 받아들이는 이 두 존재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얻어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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