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이 일으킨 ‘완벽한 아내’에 대한 관심

고소영이 아니라 조여정이었나. KBS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조여정이 맡은 이은희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져간다. 물론 고소영이 연기하는 심재복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건 맞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어딘지 드라마에서 자주 봐왔던 익숙한 워킹맘 정도의 느낌을 준다. <완벽한 아내>가 초반 고소영의 복귀작으로 알려지며 그 역할인 심재복에 집중하게 됐지만, 그 인물이 그다지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점은 이 드라마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완벽한 아내(사진출처:KBS)'

하지만 초반 심재복이 로펌 인턴으로 일하다 잘리고 남편 구정희(윤상현)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되는 그 전형적인 드라마 패턴을 조금 지나면서 구정희의 불륜상대였던 정나미(임세미)가 의문을 남긴 채 죽음을 맞이하고 차츰 이은희라는 인물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조금씩 긴장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호의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었지만 갈수록 모든 것들이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은희가 도대체 왜 심재복과 그 가족들을 자신의 집안으로 끌어들였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은희의 남편인 차경우(신현준)가 과거 심재복의 첫사랑이었다는 걸 알면서 그 집에 들이고, 이상하리만치 심재복의 아이들에게 집착하는 모습. 그리고 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3년 전에 차경우와 이혼한 상태였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며 심재복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이은희는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자신의 아이도 아니면서 심재복의 아이들을 마치 자기 아이들처럼 과도하게 보살피려 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특히 자신의 아이도 아니면서 유치원에 등록을 하고,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이 엄마인 심재복이 오자 그녀에게 안기는 모습을 보며 마치 자기 아이를 빼앗긴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이은희의 모습은 일종의 집착증 같은 걸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또한 이은희의 집에 들어와 지내는 집사인지 도우미인지 알 수 없는 최덕분(남기애)이 죽은 정나미로 하여금 구정희에게 접근하게 만든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또한 이은희의 엄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모녀지간에도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즉 이 모든 궁금증과 호기심의 중심에 이은희라는 인물이 서 있다는 것. 아마도 <완벽한 아내>라는 제목은 그래서 이은희와 심재복이라는 두 여성을 서로 다른 의미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즉 이은희라는 이상 징후를 보이는 인물이 말 그대로 ‘완벽한 아내’가 되려는 강박증 같은 걸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이 주변인들을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파괴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반면, 심재복은 일하랴 아이들 돌보랴 ‘완벽한 아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름 노력하는 그 모습이 진정한 아내의 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구도로 바라보면 이 드라마에서 문제적 인물은 이은희라는 캐릭터다. 그녀가 어째서 이런 ‘완벽한 아내’에 대한 강박증을 갖게 되었으며, 그것이 어떤 파국을 만들었고 그래서 현재의 이상증세를 갖게 되었는가 하는 지점은 사실상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조여정은 이번 이 역할을 통해 밝게 웃는 얼굴조차 섬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시작점은 조금 느슨했지만 그래도 <완벽한 아내>에게는 조여정이라는 치트키가 남았다.

시국이 말해준다, 숨어있는 그들과 당당한 이들

 

최순득(최순실 언니)씨가 유명한 연예인 축구단이 있어요, 회오리 축구단이라고. 여기를 다니면서 밥을 사줍니다. 그래서 연예계 자락을 쫙 만들어놔요.” “국제 행사에 최순실 씨하고 오랫동안 친분이 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그 가수가 국제 행사에서 생뚱맞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초대되어서 노래를 부릅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 이야기는 곧바로 이른바 최순실 라인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됐다.

 

사진출처:이준 SNS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몇몇 가수들과 기획사 대표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를 덧붙였고 이에 대해 지목된 가수 몇몇은 사실이 아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른바 최순실 연예인논란이 불거졌고 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최순득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24일자 동아일보는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이 매년 김장철에 서울 강남의 자택으로 유명 연예인들을 초대해 김치 값 명목으로 현금봉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 모임에 참석한 연예인들은 중년 여배우부터 이제 갓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30대 연예인까지 다양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의 조카로 알려진 장시호의 인맥 역시 화제가 되면서 이른바 장시호 연예인 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그 인맥에는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운동선수, 연예인들까지 광범위했다는 것. 이번에 구속된 차은택 역시 장시호 연예인 인맥 중 하나였다고 한다. 3주 전 폐쇄된 장시호의 SNS에는 그녀의 연예인 인맥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남겨 있었는데, 23일 뉴시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거기에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 가수 A씨와 한때 인기 절정이었던 혼성그룹 멤버 B, 영화배우 C, 방송인 D씨 등이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던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은 장씨와 오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존재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과 관심이 집중되는 건 그것이 결국 특혜로 이어졌다는 의심 때문이다. 이처럼 그들과 함께 한 연예인들이 이번 게이트가 터지자 숨죽이고 있는 반면, 당당하게 촛불을 들고 이번 사태의 규탄에 앞장서는 연예인들도 있다. 이들의 할 말은 하고, 할 행동은 하는 모습은 대중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때로는 속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

 

영화 <아수라> 팬 단체 관람회에 참석해 팬들의 요청에 따라 극중 대사를 패러디해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친 정우성은, 한때 자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말라. 그들이 지은 것이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가명으로 써왔다는 사실 때문에 과거 그 역할을 연기했던 하지원은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의연하게 이 영화의 캐릭터인 한제인은 쓰지 말아 달라고 센스있는 당부의 목소리를 남겼다.

 

촛불 집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촛불을 지지하는 인증샷을 올린 연예인들도 있다. 신현준, 김동완, 허지웅, 이준, 유아인, 이기우-이청아 커플, 남보라, 치타, 솔비, 김효진 등등. 그들은 촛불을 들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각자 소신 발언도 남기는 등 이번 시국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대중들이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건 항상 대중들과 함께 한다는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그 소신 행동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어떤 시국을 만나면 드러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번 시국에서 누군가는 AB씨로 일컬어지며 저 모자이크 뒤편으로 숨게 됐지만, 누군가는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밀고 대중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것이 대중문화의 기수로서 연예인들의 바람직한 모습인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다

<무림학교>, 연출, 연기, 대본 뭐 하나 건질 게 없네

 

이건 혹시 병맛이 아닐까. 아마도 KBS의 새 월화드라마 <무림학교> 첫 회를 보던 시청자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드라마에 이현우 같은 배우가 나온다는 것으로 호의를 갖고 있던 분들이라면. 하지만 보통의 시청자라면 어땠을까.

 


'무림학교(사진출처:KBS)'

한 아이를 안고 도주하는 황무송(신현준)이 그를 추격하는 일단의 사내들과 벌이는 일전은 이 드라마가 현대적 시점에 무협장르를 섞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누구이고 황무송은 왜 사내들에게 쫓기고 있는가 하는 이 첫 도입부의 이야기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첫 회가 다 끝나기까지 아무 것도 드러난 게 없었다.

 

물론 첫 회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맥락 없이 캐릭터만을 보여주는 건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아이돌 가수 윤시우(이현우)와 상해그룹 왕하우 회장의 아들 왕치앙(홍빈) 그리고 무림학교를 다니는 심순덕(서예지)과 황무송의 딸 황선아(정유진)를 한 명씩 소개하는 장면들은 이야기는 없고 보여주기 일변도였다.

 

뜬금없이 웃통을 벗고 상체 복근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회장 아들의 그렇고 그런 위세를 보이는 장면, 아이돌 가수를 음모에 빠뜨려 추락시키는 소속사 이야기, 그리고 생계를 책임지며 일을 전전하지만 그래도 씩씩하고 명랑한 여주인공. 어디선가 봤던 클리쉐들을 모두 모아놓은 듯한 장면들이 반복됐다.

 

이렇게 현실감 떨어지는 이야기라면 그것을 안착시킬 무게감 있는 캐릭터 하나 정도는 필요할 테지만 그런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야기는 허공으로 떠버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시장을 의식한 듯 끝없이 이어지는 중국과 관련된 이야기소재들은 보기에 불편할 정도였다. 상해그룹 회장 아들이지만 괜스레 중국어를 해대고, 무협물을 보는 듯한 장면들이 이어지며, 거기에 중국 팬들이 관심 있을 아이돌 가수라는 설정이 들어가 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건 나쁜 게 아니지만 그것도 일단은 작품이 먼저 어떤 이야기가 된 후에야 생각할 문제다.

 

이야기의 맥락이 뚝뚝 끊기는 대본과 현실성을 별반 느끼기 어려운 과잉된 연출. 그 속에서 이현우 같은 괜찮은 배우라고 해도 좋은 연기가 나오기는 어려웠을 게다. 그러니 왕치앙 역할을 하고 있는 홍빈처럼 연기 경험이 일천한 배우는 심지어 발연기에 가까운 어색함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이현우처럼 괜찮은 배우를 이런 정도로밖에 보여주지 못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학원물과 무협물의 퓨전은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화산고> 같은 작품이 그것을 시도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 가상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학원무협물이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가벼운 이야기로 연출하기 시작하면 만화처럼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무림학교>는 그 첫 회만 봐서는 구성이 허술한 만화 같은 느낌이다. 현실성도 그렇다고 판타지도 강렬하지 않은 어정쩡한 클리쉐 흉내 내기만 가득하다.

 

동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척사광이라는 무술의 고수의 정체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거기에도 무협적인 요소들은 어김없이 들어갔다. 칼 위에 물이 채워진 잔을 올려놓고 무술 수련을 하는 이방지(변요한)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없지만 팽팽한 극적 구성의 이야기 속에서 잘 만들어진 연출을 통해 보여짐으로써 시청자들을 감탄시켰다.

 

<육룡이 나르샤>는 무협 장르가 섞여 있지만 그건 중심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무협의 이야기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무림학교>와 비교해보면 천지 차이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결국 <무림학교> 첫 회는 결코 의도된 병맛일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여러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잔뜩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그 총체적 부실에 결코 웃을 수 없었다



<마의>도 <신의>도 누른 <울랄라부부>의 힘

 

이 정도면 코믹도 명품이다. 사실 <울랄라부부>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미 최순식 작가의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보여준 영혼 체인지 이야기의 반복 정도가 아닐까 여겨졌다. 게다가 경쟁작들이 모두 사극이다. 그것도 이병훈PD와 김이영 작가, 김종학PD와 송지나 작가 같은 쟁쟁한 이들이 쓰고 연출하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저 평범해 보이는 영혼 체인지의 로맨틱 코미디인 <울랄라부부>가 모든 예상을 깨고 수위에 올라섰다. 도대체 이 반전의 이유는 뭘까.

 

'울랄라부부'(사진출처:KBS)

단순하지만 웃기다는 것이다. 아니 웃기는 정도가 아니라 빵빵 터진다. 이제 서로에 대해 시들해진 30대 부부인 나여옥(김정은)과 고수남(신현준)의 영혼체인지는 생각 외로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그잖아도 무시당하며 가족들 뒷바라지에 지친 나여옥에게 고수남의 불륜이 드러나고 그것 때문에 이혼을 결심한 바로 그 순간에 영혼체인지가 일어났다는 점이 포인트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 툭탁대면서도 그 바뀐 성과 역할 속에서 뒤집어지는 일상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적지 않다.

 

고수남의 영혼이 들어간 나여옥이 아침을 대충 차리면서 ‘먹으면 단박에 배부른 캡슐’ 같은 건 없냐고 툴툴 대는 장면이나, 영혼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 합방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얘기에 잠자리에서 뒤바뀐 역할로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성 역할을 뒤집는 통쾌함이 묻어난다. 나여옥(사실은 고수남)이 고수남의 몸을 노골적으로 스킨십하고 그걸 징그러워하며 거부하는 고수남의 여성스런 몸짓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면서도 그 안에 남녀 간에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져 왔던 권력관계를 뒤집는다.

 

결국 영혼체인지는 과거 이미 셰익스피어의 희곡 같은 작품에서 역할 바꾸기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소통’의 문제를 건드린다. 부부 간의 소통이 그 전면에 놓여 있지만 이야기는 그런 사적인 위치에만 머무르진 않는다. 거기서 나아가 가정과 사회 속에서의 남자와 여자라면 서로 공감할만한 상황과 설정들을 집어넣음으로써 소통의 폭을 넓힌다. 로맨틱 코미디지만, 그래서 보는 내내 빵빵 터지며 웃을 수 있지만, 그러면서 결국 도달하는 건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다. 울랄라부부는 지금 30대 시들해진 부부가 겪을 수 있는 극단에 서서 영혼체인지라는 코드를 활용해 서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소통의 물꼬를 열어보려 하고 있다.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해도 그 소재가 이미 여러 번 다뤄진 것은 물론이다(이건 심지어 고전적이다). 그만큼 진부할 수 있는 소재지만, 그것을 단번에 넘어서게 해주는 건 김정은과 신현준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코믹 연기다. 물론 코믹 연기라고 해서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하는 그런 코미디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완전히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이 바뀐 상황에 몰입함으로써(따라서 그들은 진지하다) 그걸 보는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나여옥 영혼에 빙의된) 신현준은 하소연을 하면서 실제로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진심이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큰 웃음을 준다.

 

쩍벌남에 때론 거친 모습을 보여주는 (고수남 영혼을 갖게 된)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그녀가 털털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 반전이 주는 웃음의 진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남성적인 외모의 신현준이 여성적인 목소리 톤과 몸 동작을 할 때 배가 되는 그 반전효과와 마찬가지다. 코믹 연기로서 <울랄라부부>는 신현준과 김정은에게 하나의 전기가 될 작품으로 보인다.

 

<울랄라부부>가 <마의>나 <신의> 같은 쟁쟁한 작가와 PD들의 작품들과 경쟁해 수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영혼체인지가 주는 코믹함과 더불어 소통의 쾌감이 많은 공감대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걸 효과적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신현준과 김정은의 연기다. 이 둘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울랄라부부>는 평작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상황극 버라이어티, ‘오늘을 즐겨라’의 한계와 가능성

‘일밤’의 새 코너 ‘오늘을 즐겨라’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들어가 있다. 그것은 ‘오늘’과 ‘즐거움’이다. 이 두 키워드는 현재의 라이프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기획 포인트는 꽤 잘 맞춰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 즉 ‘오늘’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고, 또 어떤 진지함만큼 ‘즐거움’의 가치가 조명 받는 시대다.

'오늘을 즐겨라'는 즉 이 두 키워드에 합치되는 미션을 통해 웃음과 의미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1박2일'이 1박2일이라는 시간적 제한 속에서 다양한 여행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면, '오늘을 즐겨라'는 오늘이라는 시간적 제한 속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찾는다는 점에서 '1박2일'보다 더 포괄적이다. 즉 여행은 즐거움의 한 부분이 된다.

따라서 '오늘을 즐겨라'가 처음 가진 미션이 일상탈출을 모토로 한 여행이었다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기획의 폭이 상당히 유리한 가능성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같은 여행이라고 해도, '1박2일'이 보여주는 여행과 '오늘을 즐겨라'가 하는 여행은 다르다. '1박2일'이 좀 더 날 것의 다큐멘터리 같은 여행을 추구해왔다면, '오늘을 즐겨라'가 일상탈출 편에서 보여준 여행은 상황극에 가까웠다.

시골로 떠난 정준호, 신현준, 공형진, 김현철은 낚시터에서 때 아닌 상황극을 벌였다. 몰래 라면을 먹고 온 정준호와 김현철을 신현준과 공형진이 취조하듯 몰아세우는 장면은 코미디 영화처럼 연출되었다. 어색함을 없애려고 시도한 일일커플(?) 미션 역시 상황극의 연속이다. 신현준은 김현철과 '우리 오늘 커플 됐어요'를 찍고, 정준호와 서지석은 스승과 제자 상황극을 만들어 웃음을 준다.

시골과 도시로 나뉘어 불가능할 것 같은 물건을 파는 미션을 선보인 '세일즈를 즐겨라'편은 그 미션 자체가 상황극이다. 도시에서 가마솥을 리어카에 싣고 광화문 한복판을 지나가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 포스트를 연상시킨다. 임권택 감독을 위해 '최고의 밥상'을 차리는 과정을 보여준 '감사의 마음을 즐겨라'편 역시 마치 '식객'을 패러디한 것 같은 인상이 강하다. 배고픔을 시로 표현하기 위해 신현림 시인과 떠난 '시를 즐겨라' 편은, 이 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MC들이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웃음을 주는 상황이 된다. 또 '빵을 즐겨라'편은 '제빵왕 김탁구'의 예능 버전이다.

잘난 체에 일장연설을 해대는 정준호의 캐릭터는 본래 있던 내면이 자연스럽게 겉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준호가 일련의 상황극에 맞게 연출해낸 연기의 한 부분이다. 즉 이들이 '오늘을 즐겨라'에서 보여주는 웃음은 날 것 그대로가 아니다. 그것은 상당부분 연기에 의한 것들이다. 정준호, 신현준, 공형진이 배우라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상황극에 능한가를 에둘러 말해준다.

사실 아무리 리얼 예능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이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즉 리얼한 상황극 속에서 보여주는 어떤 연기를 통한 웃음 역시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을 즐겨라'는 여타의 리얼 예능과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에 일단 눈을 맞추기 시작하면 리얼 예능이 보여주지 못하는 꽤 흥미로운 웃음들을 우리는 발견해낼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제시되는 상황극의 미션들이 '오늘을 즐겨라'라는 프로그램 기획의도와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상황극이 그저 웃음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겉돌면서 자극으로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일즈를 즐겨라', '감사의 마음을 즐겨라', '빵을 즐겨라' 같은 아이템은 이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생각해보면 억지로 짜 맞춘 느낌이 짙다.

물론 '즐긴다'는 키워드에는 어느 정도 맞을 지 몰라도 여기에는 '오늘'의 키워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가 간과되고 있다. '오늘'이 의미하는 것은 단지 시간적인 한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좀 더 일상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좀 더 우리 생활 주변의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오늘을 즐겨라'는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 좀 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승리가 얘기한 것처럼, '하루 100원을 가지고 즐기기' 같은 소소한 아이템이 세일즈를 하거나 최고의 밥상을 만드는 거창한 아이템보다 훨씬 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을 즐겨라'가 이러한 소소한 아이템들을 통해 거둬야 하는 성과는 우리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즐거운 것인가를 복원하는 일이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그 일상에 즐거움을 되돌려주는 일. 그것은 소소해 보이지만 또 그것만큼 거대하고 거창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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