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 신혼과 육아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충돌

tvN <신혼일기2>는 사실 나영석 사단이 만든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별로 힘이 없는 편이다. 첫 회 시청률이 그나마 3.1%(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건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신뢰감이 우선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회가 방영되고 의외로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더니 2회에는 2%로 시청률이 뚝 떨어졌다. 

'신혼일기2(사진출처:tvN)'

장윤주는 시청자들에게도 이미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괜찮은 호감을 가진 톱모델이자 방송인이다. 연하지만 꽤 배려심 깊은 남편 정승민도 그 행동 하나 말 하나가 주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웃는 모습이 예쁜 귀여운 딸 리사 역시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게다가 제주도에서 그들이 지내는 집은 낙조에 산책 나가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놀라운 바다와 어촌의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다. 저런 곳이라면 단 하루라도 지내보고 싶을 정도다. 

각각의 요소들을 떼어놓고 보면 <신혼일기2>에 현재 보이는 시청자들의 시큰둥함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리사를 챙겨야 하는 육아의 부담이 있지만, 부러움이 묻어나는 그 그림 같은 영상들이 줄곧 펼쳐지는데 어째서 반응은 영 신통찮을까.

그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신혼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것과 이번 장윤주네 가족이 보여주는 것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다른 관점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이들의 신혼 속으로 쑥 들어온 ‘육아’라는 현실이다.

물론 육아 자체의 고충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공감 가는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아내가 운동을 하러 간 사이 독박육아를 하게 된 남편이 겪는 시간은 혹여나 혼자 육아를 해본 부부라면 충분히 공감 갈 내용이다. 또 외식 같은 걸 할 때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하고 아이를 챙겨야 하는 고충 같은 것도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신혼일기2>가 그리고 있는 육아가 일상의 육아라기보다는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것은 실제로 제주도의 이곳이 이들이 사는 터전이 아니고 잠시 프로그램을 위해 머무는 곳이라는 점에서 비롯한다. 그들은 그래서 마치 아이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것을 ‘육아의 고충’이라고 얘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 관점은 실제로 일상에서 육아를 접하고 있는 부부에게는 공감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신혼일기> 시즌1에서 구혜선과 안재현이 지낸 곳도 그들이 실제 사는 공간이 아니라 강원도에 있는 렌트를 한 집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 것이 ‘육아’ 같은 일상의 틈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혼이라는 것이 이미 경험한 이들은 알다시피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달달한 판타지가 존재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일 게다. 그러니 그들의 여행지에서의 신혼일기는 그 자체로 리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신혼일기2>가 붙여낸 육아와 여행지는 정서적 충돌을 일으킨다. 이렇게 육아 같은 예민한 문제가 진짜처럼 보이지 않게 되면, 그것은 자칫 일반인들과의 정서적 괴리를 일으키기도 한다. 저들은 저렇게 육아를 하면서도 집 앞만 나가면 기가 막힌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실제 일상의 육아에 지친 이들에게는 그것이 그저 남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출산 후 몸을 만들기 위해 갖가지 운동을 계속해왔다는 장윤주의 이야기는 그래서 대단하다고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나는 할 수 없는 박탈감 같은 뉘앙스로 다가온다. 

차라리 일 때문에 육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이(그럼에도 육아로 지치기도 했을 테지만) 그것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 제주도로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런 이야기라면 조금은 수긍이 갔을 수 있다. 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의 육아 현실이 이만큼 첨예한 일이 아니라면 그나마 이해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신혼일기2>가 그 알콩달콩한 그림으로 ‘육아의 현실’을 얘기하는 건 어딘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신혼일기' 구혜선·안재현,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거나

구혜선은 요리가 서툴다. 칼질도 능숙하지 못해 묵 하나를 써는 것도 들쭉날쭉하다. 게다가 손이 크다. 재료든 양념이든 듬뿍듬뿍 넣는다. 그리고 요리의 순서라는 것도 별로 없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는데 한꺼번에 프라이팬이 넣고 그냥 볶는다. 심지어 국수를 삼는데도 끓지도 않은 물에 면을 넣어 비쭉 튀어나온 면에 마치 성화처럼 불을 붙인다. tvN 예능 프로그램 <신혼일기>가 그간 구혜선의 요리를 그리 많이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실험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일 게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그런데 이건 요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구혜선은 요리를 마치 그녀가 집안에서 혼자 있을 때면 이것저것 쉬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런 작업처럼 해낸다. 집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그래서 그녀가 만든 철사로 만든 꽃도 있고 종이를 접어 오려 만든 꽃도 있으며 실타래로 패턴을 엮어 독특한 느낌을 주는 문짝도 있고, 하다못해 벽 구석에 박혀 있는 못에 실들을 이리저리 당기고 엮어 거미줄 모양으로 만든 조형작품(?)도 있다.

그녀는 요리도 그렇게 한다. 이것저것 재료들의 특징을 생각하고 누구한테 배운 게 아니라 상상한 걸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만든다. 그래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지만 때론 ‘의외로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녀의 요리는 그녀의 성격을 닮았다. 부부로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도 혼자만의 시간에 빠지는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타인을 챙기기 전에 자신에게 솔직해지려 한다. 그것이 조금 이기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그건 어쩌면 더 오래도록 진심으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안재현은 그런 점에서 보면 구혜선과는 너무 다르다. 그는 <신혼일기>에 초반부에 인터뷰를 통해 슬쩍 밝힌 것처럼 부부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 말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챙기려는 노력을 해야 서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던 남남이 함께 살을 부비며 부부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구혜선이 선뜻 재료들을 꺼내놓고 마치 그림을 그리듯 자신만의 요리를 할 때, 안재현은 그녀 모르게 그녀가 하는 작업들을 돕는다. 

돼지고기와 김치, 야채를 한꺼번에 넣어 가득 채워진 프라이팬을 조금 큰 걸로 바꿔 요리하게 편하게 해주고 재료들이 골고루 익게 해준다. 또 그것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을 두부를 데워 내놓고, 자기만의 요리에 빠져 있는 구혜선 대신 펄펄 끓어오르는 국수에 찬물을 끼얹어 면발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다 익은 국수를 찬물로 빨아 더 탱글하게 만들고, 장독에 넣어뒀던 동치미를 가져와 국수에 부어 냉면처럼 시원한 동치미 국수를 만든다. 

그러면서 안재현은 끊임없이 그것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구혜선이 한 것이라는 걸 상기시킨다. ‘칭찬봇’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그는 아내가 한 하나하나에 칭찬을 단다. 다 만들어서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는 마치 요리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처럼 이 재료와 이 재료가 섞이니 밋밋한 재료의 맛이 더 살아났다는 식으로 진지하게 칭찬한다. 그런 말에 구혜선은 “거짓말”이라고 겸연쩍어 하지만 그 기분 좋음을 숨길 수는 없다. 

요리에서 보여주는 안재현의 이런 모습은 그가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진심으로 아내 구혜선의 진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녀가 하는 어떤 요리든, 그녀가 만드는 어떤 것들이든, 게임을 하다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때론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 있어 타인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때도 그 자체를 사랑한다. 그의 사랑법은 지극히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그가 부부생활을 통해 성장시켜 나가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구혜선이 보여주는 자신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채워 넣지 못하면 무조건적인 이타적 사랑은 자칫 고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법은 달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그래서 이 안구커플은 서로 너무나 다르면서도 그 다른 점 때문에 서로가 보완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재현이 말하듯 그녀의 색깔과 자신의 색깔 그리고 이 서로 다른 색깔이 중첩될 때 나오는 예쁜 색깔이 공존할 때 이상적인 부부의 삶을 지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달라도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실패를 겪지 않는다. 그들의 요리가 새로이 실험을 해나가면서도 그걸 도와주고 인정해주는 모습으로 하나도 실패한 것이 없는 것처럼.

'신혼일기' 구혜선·안재현의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기를

강원도 인제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던가.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하며 그 곳을 지나치곤 했던 분들이라면 tvN 예능 프로그램 <신혼일기>가 보여주는 인제가 그 곳이 맞나 싶을 게다. 특히 낮에 조금씩 내리던 눈이 어두워지면서 굵어지고 구혜선과 안재현이 사는 집을 마치 이불처럼 조금씩 덮어주는 그 풍경은 현실과 다르게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푹푹 빠지는 눈 속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반려견 감자는 구혜선이 던지는 눈뭉치를 입으로 척척 받아서 핥는다. 현실은 손이 꽁꽁 어는 차가운 날씨일 게다. 하지만 그 풍경은 너무 따뜻하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산골에 군인 아저씨들이 만들어 운영하는 눈썰매장에서 구혜선과 안재현이 썰매를 타고 까르르 웃으며 미끄러져 내려온다. 구혜선은 너무 재밌다는 듯 자꾸 더 타자고 하지만 안재현은 어딘지 조금 꺼려지는 모습이다. 그래도 계속해서 아내를 따라 썰매를 탄다. 눈밭에 뒹굴어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안재현의 눈에는 아내가 그토록 예뻐 보일 수가 없다. 매점에서 라면을 먹으며 콧물을 닦아주며 콧털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다 예쁘다고 말한다. 

작심한 듯 자작나무숲을 찾아가는 길. 왕복 6킬로 산행을 해야 하는 그 길이 구혜선에게는 쉽지 않다. 너무 힘들어 숨을 할딱이지만 그러면서도 그런 산행을 좋아하는 남편 안재현과 보조를 맞춰가며 산을 오른다. 그러면서 “포기하고 나니까 덜 힘들다”며 작심한 듯 남편 장난을 치며 숲으로 들어간다.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자작나무 숲은 그 자체로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자작나무 숲이 더더욱 예쁘게 다가오는 건 거기 서 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나무 앞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그 눈길이 자작나무숲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힘겨운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 녹초가 된 두 사람은 담가둔 오미자주를 마시면 피로를 푼다. 아내가 힘들까봐 아내가 하던 일들을 대신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해준다. 게임기를 쓰고 벗다가 잔뜩 헝클어진 머리칼을 마치 헤드뱅잉하듯 늘어뜨렸다가 넘기는 걸 반복하는 구혜선. 그건 마치 “나 못생겨졌지?”하고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은 “예쁘다”를 반복한다. 

이런 걸 우리는 흔히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한다. 신혼에 그 누가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았으랴. 결혼을 해서 결혼 전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상대방의 진면목을 발견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부부는 까르르 웃으며, “예쁘다”를 반복하며 서로의 다른 점들에 익숙해져간다. 그러고 보면 이 콩깍지는 오래도록 다른 삶을 살아왔던 부부가 서로의 삶을 껴안을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마법’처럼 보인다. 

<신혼일기>의 구혜선과 안재현이 보여주는 그 한없이 예쁘기만 한 생활과, 어찌 보면 칼바람이 일상일 지도 모르는 인제(그래서 인제 가면 언제 오나- 했던 것이 아니겠는가)가 이토록 예쁜 곳으로 느껴지는 건 저 마다의 콩깍지가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천은 바로 이 새내기 부부가 만들어내는 알콩달콩한 콩깍지이지만, 그걸 예쁜 그림으로 포착해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영상을 연출해내는 제작진이 만들어내는 콩깍지도 무시할 순 없다. 

어쨌든 그래서 이들의 <신혼일기>는 이제 미혼의 청춘들에게는 ‘포기’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결혼을 나도 하고픈 어떤 것으로 되돌려주고, 이미 신혼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부부들에게는 그 잊고 있는 신혼의 콩깍지라는 마법을 다시금 생각나게 해준다. 어떤 것이든 예쁘다고 느껴졌고, 실제로도 예뻤던 그 마법의 시간들을.

‘신혼일기’ 안구커플, 어째서 갈등도 예뻐 보일까

두 사람은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안재현은 모든 것이 완벽하길 원한다. 주방도 설거지거리 없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저녁 준비도 미리미리 해둬야 한다. 집이 추워지는 새벽에는 일어나 난로에 장작을 더 넣어둬야 한다. 그래야 아내 구혜선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르다. 하다못해 산책하는 걸음걸이마저 다르다. 안재현이 성킁성큼 걷는다면 구혜선은 느릿느릿 걷는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두 사람은 ‘다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안재현은 삐친다고 한다. “부부는 똑같아야 되는 거 아냐? 생각도 같아야 되는 거 아니야?”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부부이기 때문이다. 구혜선은 남편이 딴에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이해하려 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가 결혼에 대해 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는 결혼을 했고, 당신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고 그렇기 때문에 난 계속 노력할거야.”

tvN <신혼일기>는 첫 회 그들의 알콩달콩함을 보여주더니 다음 회에는 역시 신혼이면 빠질 수 없는 갈등을 다루었다. 신혼을 지낸 부부들은 모두가 공감할 내용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이들이 어느 날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으니 서로의 다른 점들은 타인에게 불편을 만들 수밖에 없다. 또 늘 두 사람이 똑같은 느낌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날 구혜선처럼 침잠해 혼자 있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그런 그녀의 다른 모습이 화를 내는 것처럼 여겨져 안재현처럼 계속 “왜 그러냐”고 묻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 오히려 화를 풀어주려던 사람이 화를 내게 되는 경우까지. 

가사 분담 문제는 신혼생활에서 가장 먼저 흔하게 부딪치는 일이다. 누가 밥을 하고 청소를 하며 빨래를 하는 생활의 문제들은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되었으니 누가 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처음이냐 구혜선이 그랬다는 것처럼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두 달이 지난 후 그녀는 안재현에게 자신의 힘겨움을 토로했고 그래서 그는 가사분담을 시작했다. 최근 2개월간은 아예 자신이 맡아서 가사 일을 전담하고 있다고. 안재현은 구혜선 말대로 최선을 다해 그녀를 이해하려 하고 있고 자신이 한 얘기대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힘겨움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노력을 한다는 것은 어쨌든 ‘힘겹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으니까. 똑같이 식사 준비를 해도 나오는 설거지 양에 대해 차이가 난다고 말하는 안재현에게서 그걸 느낄 수 있다. 어쨌든 그는 노력하고 있고, 그런 노력에 담긴 진심이 아내 구혜선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것이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믿는다. 

<신혼일기>가 보여주는 두 사람에게 굉장히 진지한 갈등은 결혼생활이 오래되어 이제 신혼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베테랑 부부들에게는 그 자체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 것이다. 물론 이들처럼 신혼 초기의 가사 분담 같은 걸로 벌어지는 갈등이란 정말 심각한 일처럼 다가오기 마련이고, 또 결코 사소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참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건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른바 ‘안구커플’의 갈등은 알콩달콩한 모습이 아니라도 여전히 예뻐 보인다. 갈등들을 서로 얘기하고 그 소통을 통해 힘겨움을 공감하며 또 서로의 다름을 조금씩 인정하고 그것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모두 부부의 ‘사랑’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저런 때가 있었다. 각자 우리는 서로 달랐고 그래도 그 다른 것들을 받아들였으며 서로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걸 <신혼일기>는 새삼 되새겨준다. 그래서 그들의 갈등을 보며 미소 짓게 된다.

안재현·구혜선의 ‘신혼일기’, 평범해서 더 특별한 까닭

역할이 바뀌었는데 바뀌었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구혜선은 무거운 가구들을 혼자서 낑낑대며 배치하려 한다. 그러자 그걸 본 안재현이 그녀를 돕는다. 안재현은 있는 재료로 수제비를 만들어 내놓는다. 단촐한 식탁에 앉아 두 사람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식사를 한다. 구혜선이 차가운 바닥을 따뜻하게 해줄 이불가지들을 도처에 깔아놓는다. 안재현은 식사를 끝내고 남은 설거지거리들을 깨끗이 정리해놓는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어찌 보면 남녀가 해야 할 일이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또 상대방이 하는 일을 슬쩍 슬쩍 도와주는 모습은 남녀 간의 역할 구분 따위를 무색하게 만든다. 부부 간에 방귀를 트는(?) 일도 어찌된 일인지 구혜선이 먼저다. 안재현은 조금 쑥스러워 한다. 그것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녀관계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무런 어색함이 없다. 촬영장에서 첫 키스를 자기가 다짜고짜 먼저 했다는 구혜선의 이야기가 듣는 이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모든 시간들이 ‘찬란할’ 수밖에 없는 신혼이니 성차에 따른 역할 구분이나 선입견 같은 것들은 마치 순수한 아이들의 행복한 놀이처럼 여겨진다. 안재현이 좋아한다는 과자를 차 트렁크에 잔뜩 실어놓고 ‘이벤트’를 꾸민 구혜선이 눈치도 없이 수제비 만드는 일에만 골몰하는 남편에게 뾰로통해 하는 모습조차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이들은 설거지 내기로 배드민턴을 치면서 마치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한 장면처럼 까르르 웃음꽃을 피운다.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아마 이런 순간은 이 부부의 함께 하는 삶 내내 기억의 한 자락에 남게 될 것이다. 

<신혼일기>라는 새로운 타이틀에 콘셉트를 갖고 왔지만 나영석 PD표 예능은 늘 그러했듯이 거창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많이 봐왔던 <삼시세끼>의 산골 고향 같은 집에 시커먼 남자들 대신 꿀 떨어지는 부부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삼시세끼>에서도 그랬듯이 나영석 PD는 여기에 아무런 MSG를 치지 않고 그저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래서 사실 <신혼일기> 첫 회에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딱히 대단할 것들이 없다. 집기를 배치하고 밥 지어 먹고 함께 지내는 반려견, 반려묘들과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여주고, 읍내에 나가 장을 보고 햇살 떨어지는 낮에 배드민턴을 치는 것. 그런데 <신혼일기>의 이 지극히 일상적인 평범한 삶의 모습들에 시청자들은 눈을 뗄 수가 없다. 그건 그들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 행동 이면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따뜻한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고, 그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그 삶이 주는 훈훈한 정경들을 보는 이들 역시 그리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런 따뜻한 느낌 속에서 하루만이라도 지내봤으면...

<신혼일기>는 그래서 <우리 결혼했어요>나 <님과 함께2> 같은 결혼 버라이어티와는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실제 부부가 등장하기 때문에 부부인 척 할 필요도 없고, 실제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가장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에 따라 행동하고 표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들이 뾰로통해하고 미소를 짓고 하는 그 모습들 하나하나가 진심이니 말이다. 

사랑이 깊으니 부부 간의 삶에도 부딪침을 만들어내기 마련인 역할 구분에 대한 갈등 역시 그다지 큰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또 특별한 이벤트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물론 부부의 삶이란 좋을 때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신혼이라는 그 특별한 시간대는 모든 것들이 찬란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구혜선이나 안재현 같은 특별하나 존재들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그 신혼이라는 시간대에는 그런 찬란함 속에 들어간다. 그 시간대로부터 한참 떠나온 중년들도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때의 찬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게다. <신혼일기>는 그래서 구혜선과 안재현의 부부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앞으로 그 시간을 보낼 예비자들은 물론이고, 그 시간으로부터 멀리 지나온 경험자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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