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도전은 없고 안전함만 남은 예능프로그램들

지난 3월 31일 MBC 예능 <무한도전>은 563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그리고 두 달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 토요일의 TV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KBS <불후의 명곡>과 SBS <백년손님>이다. 시청률로만 보면 <불후의 명곡>이 9%(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그 뒤를 거의 비슷한 <백년손님>이 8.9%로 뒤쫓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무한도전>의 자리에 들어온 MBC <뜻밖의 Q>는 3%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에 빠져있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시청자들의 관심 자체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요령부득의 상황이다. <무한도전>의 후속인지라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지만, 그걸 차치하고라도 예능으로서의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를 부정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불후의 명곡>이나 <백년손님>은 어떨까. 사실 두 프로그램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능동적인 시청이라 보기는 어렵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오래된 형식이고, 매번 비슷한 틀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로서는 찾아서 보기보다는 틀어 놓다 보니 보게 되는 그런 프로그램들일 수밖에 없다.

<불후의 명곡>은 <나는 가수다>가 한참 화제가 되던 시절, 그 여파로 만들어졌던 프로그램이다. 파괴력은 <나는 가수다>에 떨어졌지만, KBS 특유의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지향하면서 지금껏 살아남았다. 정훈희 같은 가수가 전설로 추대되어 그의 노래를 박기영, 양동근, 케이윌 같은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그 방식은 KBS에 걸맞는 보수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마치 월화드라마보다 <가요무대>가 더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처럼, 이 시간대에 수위를 차지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백년손님>은 애초에 남편들의 강제처가살이를 콘셉트로 삼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이만기와 제리 장모의 ‘톰과 제리’ 같은 툭탁대는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지금은 그 콘셉트에 그리 천착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후포리 남서방네 집에 샘 오취리와 강남이 찾아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처가살이’라기보다는 시골 체험에 더 가깝다. 하일 같은 원조 스타 외국인을 캐스팅하고 장모와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대목은 아무래도 외국인 예능 트렌드를 접목시킨 느낌이 강하다. 

<불후의 명곡>도 <백년손님>도 나름 저 마다의 재미가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어떤 도전적인 새로움을 보여주기보다는 늘 있던 것을 반복하고 있어 찾아서 보게 되지는 않는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자꾸만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무한도전>의 빈자리다. 현재의 안전하게만 보이는 토요일 저녁 TV풍경이 매주 새로운 도전들을 실험적으로까지 보여주며 기대감을 갖게 했던 <무한도전>의 공백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무한도전>이 없는 토요일 저녁 시간대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무한도전>이 매회 보여줬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나마 작은 새로움이라도 찾아보고 싶을 따름이다. 점점 그 시간대 자체의 기대감이 사라져가는 토요일 저녁을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사진:MBC)

지적인 재미 더한 예능, 낯설지만 시도는 긍정적

예능의 끝은 다큐라고 했던가. 최근 tvN의 예능 행보가 흥미롭다. 사실상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프로그램들이 예능의 외피를 쓰고 등장하고 있어서다. 금요일 밤에 방영되는 <숲속의 작은 집>이 그렇고, 월요일 밤에 새로 들어선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가 그렇다. 

<숲속의 작은 집>은 제목처럼 숲 속에 덩그러니 지어진 작은 집에서 일련의 ‘행복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소확행’이니 ‘미니멀 라이프’, ‘오프 그리드’ 같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소재로 끌어와 ‘실험의 형식’으로 담았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고 아예 제작진이 못 박은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무방한 형식과 내용을 갖고 있다. 

그나마 예능적인 면을 찾자면 박신혜나 소지섭이 이 행복실험의 피실험자로 들어왔다는 정도일 것이지만, 요즘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 역시 연예인들의 출연이 낯설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예능의 특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 이들이 숲속에서 벌이는 작은 행복실험들은 다큐멘터리적인 지적인 재미를 담고 있다. 무언가를 하지 않거나 무언가가 없는 곳에서 찾아내는 새로운 행복이란 도시적 삶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마련이다.

물론 눈보라가 치는 바람에 봄의 기분을 내기는 어려웠지만 봄나물을 직접 채취해 한 끼를 해먹는 과정은 소박하지만 도시에서 먹는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마음을 잡아끄는 면들이 있다. 그건 제철음식이 갖는 자연의 흐름과, 그 흐름에 순행하는 삶의 건강함이 언제나 마트에 가면 어떤 식재료도 살 수 있어 제철의 의미가 사라져버린 도시의 삶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그런 빵빵 터지는 재미를 찾기는 어렵다. 그걸 반영하듯 시청률도 4.7%(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2%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애초부터 나영석 PD가 말한 것처럼 ‘심심한 프로그램’이고, ‘시청률 상관없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의미는 충분히 있다.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각들을 일깨우고, 지적인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다큐멘터리 실험은 충분히 성과가 있다고 보인다.

한편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제목은 예능스럽지만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세계 미식기행을 담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이 프로그램 역시 그나마 예능적인 느낌을 주는 건 백종원이라는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미 과거 EBS에서 미식기행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 바 있는 백종원이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은 온전히 음식을 담은 다큐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첫 회에 방영된 청두에서 진행된 방송은 잘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의 질감을 보여줬다.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백종원이 그 음식의 유래를 설명하는 동안 영상은 그 음식이 어떤 재료로 어떤 방식을 거쳐 만들어지는가를 다큐적 영상으로 포착해낸다. 심지어 컴퓨터 그래픽까지 들어가 설명되는 음식의 역사는 예능의 영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백종원은 특유의 캐릭터에 걸맞게 구수한 멘트를 이어가며 길거리에서 만나는 음식을 먹는 먹방과 그걸 만드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재미를 준다. 하지만 역시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한다는 그 정보적인 재미다.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으로 지적인 재미를 더한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는 점이다.

역시 이 프로그램도 시청률은 높지 않다. 첫 회에 1.6%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새로운 시도가 가진 의미는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되어 있는 관찰카메라라 불리는 리얼리티쇼는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장르다. 그만큼 예능과 다큐의 영역은 점점 그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경계를 지워가는 중이다. 그러니 tvN 예능의 다큐 시도는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오락채널로서의 tvN이 그간 교양 프로그램을 제대로 세울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다큐와 손잡은 예능 프로그램은 tvN 특유의 색깔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름 tvN표 교양이 저 <알쓸신잡>이나 <어쩌다 어른>에 이어 조금씩 만들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어쩌면 예능 프로그램의 영역확장으로 일반화될 가능성이 짙다. 앞으로 예능과 다큐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질 테니 말이다.(사진:tvN)

박신혜·소지섭의 ‘숲속의 작은집’, 이 기분 좋은 심심함이란

심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한 것들이 많았다. 다만 우리가 도시생활에서 했던 그런 일들이 아니었던 것일 뿐. tvN 예능 <숲속의 작은집>은 도시생활에서 너무 많은 소리와 빛과 욕망들 때문에 가려졌던 또 다른 소리와 빛 그리고 평온함을 우리 앞에 보여줬다. 심심하다는 건 도시생활의 기준으로 말했을 때 그랬다는 것이지만, 그 곳에서는 심심함을 넉넉히 채워주는 또 다른 즐거운 감각들이 깨어났다. 

‘실험’, ‘다큐멘터리’, ‘피실험자’ 등등. <숲속의 작은집>은 그 스스로도 기존 예능프로그램과는 너무나 다른 것들을 담는 것에 대한 제작진의 불안감을 그 표현들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지 않은 길이 불안한 것뿐이지, 그 길에 새로운 설렘이 있다는 걸 이 실험적인 프로그램은 충분히 보여줬다.

첫 날 주어진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실천들은 그래서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가진 것들을 꼭 필요한 것만 빼고 덜어내고, 밥 한 그릇 반찬 하나로 저녁 한 끼를 하는 체험은 어째서 우리가 비워내야 또 다른 것들이 채워질 수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것들이었다. 너무 많은 걸 갖고 있을 때는 그 가진 것들의 소중함이나 그 고유의 가치들을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 옷도 그렇고 먹을 것도 그렇다. 

하지만 밥 한 그릇 반찬 하나를 놓고 대하는 저녁 밥상은 그 밥과 반찬이 주는 맛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많은 반찬들이 가득한 밥상 위에서 그 맛들의 향연을 누릴 때는 정작 반찬 하나가 가진 맛을 제대로 누리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밥 한 그릇만을 오롯이 집중해 먹게 되면 오래 씹을수록 올라오는 밥 자체의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이 실험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 건 박신혜와 소지섭을 캐스팅한 점이었다. 두 사람은 성향도 너무 달랐고, 또 각각 다른 공간, 다른 날씨 속에서 이 숲속의 시간들을 경험했다. 그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건 각각 이 숲속의 작은 집에 가져온 가방의 크기에서부터 나타났다. 박신혜가 꽤 무거워 보이는 트렁크 두 개를 낑낑대며 가져왔다면 소지섭은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가볍고 단출한 가방 하나가 끝이었다. 

트렁크 가득 채워온 옷가지며 먹을거리들을 소개하는 박신혜와, 어쩌면 이런 단출한 삶 자체가 너무나 익숙해 보이는 듯한 소지섭은 그래서 어떤 비교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밥과 반찬 하나로 저녁을 해먹으라는 미션에 울상이 되어버린 박신혜가 도시의 삶에 익숙한 우리들의 감정을 그대로 이입하게 만들었다면, 그 미션에도 “배가 고프면 먹겠다”는 소지섭의 모습은 이 오프그리드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가늠하게 해줬다.

그래서 깨어난 건 도시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들이다. 너무 많은 빛 때문에 사실은 하늘에 지천을 깔려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별을 보며 행복해하고, 너무 많은 소리들 때문에 제대로 듣지 못했던 빗소리, 바람소리, 개울가의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 가득한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청각에 집중하며 시냇물 소리를 찾아가는 소지섭의 발걸음은 그래서 그 기분 좋게 숲이 녹아든 듯한 축축한 공기와 청량한 물소리가 더해져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스마트폰이 어디든 우리를 연결해주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바람소리와 물소리, 빗소리를 들려주는 앱을 다운로드에 듣곤 한다. 가끔은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그 깊은 고요 속에서 잃어가던 나의 감각을 다시 찾아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본래의 자신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본래는 자연의 일부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낯선 도시 속에 살아가다보니 잊고 있던 우리 자신. 우린 지쳐있었던가 보다. <숲속의 작은집>의 기분 좋은 심심함에 이토록 빠져드는 걸 보니.(사진:tvN)

외주 제작의 시대, 좋은 인력들이 참여를 원해야

 

MBC드라마가 위기라는 건 여러 지표들이 이미 예견한 바 있다. 작년 <MBC 연기대상>을 통해서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처럼 <W> 한 편을 빼놓고 나면 MBC드라마에서 이렇다 할 큰 성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쇼핑왕 루이><역도요정 김복주> 같은 작은 성취들이 있었지만 이 역시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라 말하긴 어렵다.

 

'불야성(사진출처:MBC)'

이런 흐름은 올해도 여전하다. 최근 월화에 방영되고 있는 <불야성>은 심지어 시청률이 3%대까지도 떨어졌고 화제성도 그다지 없다. 최근 종영한 <역도요정 김복주>는 작품은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5%대를 전전했다. 그나마 MBC가 성과라고 내세우는 건 주말드라마다. <불어라 미풍아><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는 각각 19%, 14%대의 최고 시청률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주말드라마가 작품성보다는 관성적인 고정 시청층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두고 볼 때 주중드라마의 부진은 MBC드라마가 왜 위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가를 말해준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MBC드라마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월화에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이 오는 30일 새롭게 포진되고, 이번 주부터는 수목에 <미씽나인>이 편성되었다. <역적>MBC가 그래도 월화 시간대에 힘을 발휘해왔던 사극이라는 점에서, 또 홍길동의 생애를 담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만들고 있다. 또한 <미씽나인> 역시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많이 시도되지 않았던 서바이벌류의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그만한 결과로 돌아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무래도 드라마에 초반 힘을 실어주는 건 작가다. 이른바 스타 작가가 쓴 작품은 첫 회부터 압도적인 관심과 시청률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 MBC드라마에서 스타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건 특이할만한 사항이다. 작년 <W>가 그나마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건 다름 아닌 송재정이라는 스타 작가가 작업을 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송재정 작가를 빼놓고 보면 최근 MBC드라마들은 이렇다 할 스타 작가의 작품을 편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실 최근 들어 tvN이나 SBS가 드라마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하게 된 건 사실상 스타 작가의 파워가 이들 방송사쪽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최근 tvN이 했던 작품들을 보면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는 물론이고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 김지우 작가의 <기억> 등등 스타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SBS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강은경 작가의 <낭만닥터 김사부>와 박지은 작가의 <푸른바다의 전설>이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과거의 MBC드라마들이 승승장구 했던 건 그만큼 좋은 작가들이 많이 MBC와 작업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MBC와 작업했던 좋은 작가들은 타 방송사들과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MBC에서 사극의 새로운 길을 열었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꽤 오래도록 SBS<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의 작품을 해왔고, <해를 품은 달><킬미 힐미>로 확고한 팬덤을 가진 진수완 작가는 올해 tvN<시카고 타자기>로 컴백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드러난 것들만 두고 볼 때 MBC드라마에는 이른바 스타작가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눈에 띄는 점들이다. 드라마 외주제작의 시대에 사실상 스타작가들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느냐는 그 방송사의 드라마 위상을 말해주는 단적인 지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MBC드라마의 최근 몇 년 간의 위기는 바로 이 점 스타작가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건 과연 우연의 일일까. 많은 작가들이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아도 최근 MBC드라마국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건 이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새로운 실험을 과감하게 시도하던 MBC드라마의 과거 전통이 어느 순간 수익률만을 바라보는 장편드라마 편성으로 바뀌게 된 점이나, 최근 논란이 됐던 정윤회씨 아들 정우식씨의 특혜 의혹 같은 불편한 지점들, 무엇보다 기자들이 토로하듯 최근 몇 년간 MBC드라마국이 거의 언론과 불통의 관계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들은 왜 작가들이 발길을 돌렸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MBC드라마는 9부작 드라마인 <세가지색 판타지> 같은 세 명의 젊은 연출자들의 실험을 담은 작품을 오는 26일 밤 11시부터 편성해 방영한다고 한다. 이런 흐름이 MBC드라마가 어떤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기를 바라게 되는 대목이다. 결국 좋은 드라마는 좋은 제작인력들이 모여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력에 대한 투자(여기에는 다양한 작품에 대한 실험을 허용하는 방송사의 분위기까지 포함된다)만이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알>, 강남역 살인사건을 검거된 미제사건으로 부르는 까닭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심층보도하면서 길거리나 심지어 집안으로까지 들어와 성추행과 폭력을 당한 네 명의 사례를 인터뷰했다. 얼굴이 흐릿하게 처리된 채 흘러나온 그 사례 인터뷰에 의외로 두 명은 그 피해자가 남성이었다. 길거리에서 여자 셋에게 성추행을 당한 남성이 한 명이었고, 화장실까지 도망쳤지만 그 안까지 따라온 여자에게 당한 남성이 또 한 명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하지만 방송은 곧바로 이것이 일종의 실험방송이라는 걸 밝혔다. 즉 그들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들의 사례를 남성인 것처럼 연출해서 보여준 것이라는 것. 그리고 MC인 김상중이 물었다. 그들이 남성이라고 내보낸 방송에 시청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냐고. 그것이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그럴 법 하다고 여겼는지. 아마도 대부분의 남성 시청자들은 그 방송내용을 보며 남성의 피해사례가 낯설게 다가왔을 것이다. 방송은 이 실험을 통해 남성들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느끼는 공포를 이해시키려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또 한 여성이 하루 종일 길거리를 다니는 장면을 실험카메라로 찍어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자 충격적인 장면들이 포착되었다. 흘끔흘끔 쳐다보는 남성들은 다반사였고 밤이 되자 다가와 작업을 거는 남자들, 심지어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얹는 스킨십을 하는 남자도 있었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남성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처럼 실험까지 해가며 보여주려 한 것은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의 공포를 남성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함이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다. 그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성의 묻지마 살인으로 치부하기에는 그가 하필 여성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이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여성들의 억압된 감정들을 폭발시켰다. ‘여성 혐오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그러자 남성 혐오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사안은 이로써 마치 여성과 남성이 대립하는 구도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싶다>가 심층취재를 통해 찾아낸 건 혐오가 아니라 공포라는 단어였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밝힌 것처럼 혐오공포는 그 의미 자체가 다르다. ‘혐오가 가해자의 공격적인 모습을 그려낸다면, ‘공포는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강남역 살인사건의 참극을 혐오의 대결이 아니라 공포의 이해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공포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 문제를 사회적인 사안으로 끄집어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거나, 잘못된 편견 같은 걸 문화적으로 교육을 통해서 남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바꿔나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결국 이 사안이 여성들만의 싸움으로 바꿔지기 어려운 일이고 남성들이 함께 동참해야 바뀔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혐오의 관점으로 남성, 여성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건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고 또한 정부가 나서서 책임지고 해야 할 치안 같은 사회 시스템적인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 남성들이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 것처럼, 여성들도 잠재적 피해자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여성들이 느끼는 사회적 공포를 남성들도 동참해 함께 이해해나가야 하고 암묵적으로 잘못된 남성들의 편견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여성들에게는 크디 큰 공포가 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실험까지 강행하며 이해시키려 하고 강남역 살인사건이 범인은 검거되었지만 여전히 미제사건이라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결국 이 사건은 여성들에게 일상화되어버린 이 사회적 공포가 사라져야 해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또 다른 사건은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첫 걸음은 여성들의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다

<힐링캠프>의 새로운 실험, 흥미로운 까닭

 

<힐링캠프>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김제동표 토크콘서트의 연장 같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비슷한 듯 다른 진화가 엿보인다. 객석을 찾은 일반인 관객들의 사연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로 올라오는 것과 거기에 대한 어떤 솔루션이나 의견을 출연자가 해주는 방식은 유사하다. 하지만 달라진 키워드는 ‘500인의 MC’.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즉 기존 김제동표 토크콘서트의 형식에서 관객의 역할은 능동적인 질문자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청자의 위치에 서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달라진 <힐링캠프>에서 관객들은 MC의 위치를 부여받았다. 관객들은 첫 게스트인 황정민에게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시키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켜도 되는 권리를 갖게 된 것.

 

이것은 위치의 역전이다. 이전의 <힐링캠프>가 출연자인 연예인 게스트를 힐링 시키는 쪽이 포인트를 맞췄다면 이건 연예인 게스트가 관객들을 힐링 시키는 쪽에 맞춰져 있다. 게스트의 자기 홍보는 이 무대에서는 자칫 비호감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스스로 자제될 수밖에 없고, 대신 관객들이 궁금한 점과, 본인들의 고민들이 게스트에 의해 소통되고 어느 정도의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역전된 관계를 잘 보여주는 건 녹화 도중 차가 견인 당했다며 나갔다 들어온 관객 유승재 MC(?)를 무대로 이끌어 황정민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다. 녹화에 지장을 초래할까봐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유승재. 그 모습은 전형적인 예의바른 관객의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만은 MC의 위치다. 그러니 견인될 뻔한 차를 잘 주차시키고 돌아와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걸 프로그램은 일부러 보여주었다.

 

이어진 지훈 군의 고민상담은 사실상 게스트에 대한 MC의 요청처럼 그려졌다.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싶다는 요청에 황정민이 난감해하면서 김제동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김제동은 오히려 지훈 군에게 본인이 MC인 것을 자각시키며 황정민에게 요구할 걸 요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지훈 군의 고민에 대해 다른 관객 MC들도 나서서 조언을 하고 도움을 주는 모습은 새로운 <힐링캠프>가 가진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인다.

 

그것은 관객의 능동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게스트가 누구냐 보다 그 게스트를 통해 어떻게 관객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이뤄지는가 하는 일이다. 여기서 김제동의 역할은 역시 지대하다. 그는 무대에 결코 오르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앉아 그들의 이야기가 술술 뽑아져 나오게 하는 마중물의 역할을 한다. 그간 게스트가 얘기할 때 관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지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김제동의 개입은 그간 숨겨져 있던 리액션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아직 정비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그것은 이야기의 진지함과 포맷의 참신함을 재미적인 차원에서 잘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시도가 괜찮게 여겨지는 건 카메라가 게스트인 황정민만큼 거기 앉아 있는 관객들을 많이 비춰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틀은 본래 <힐링캠프>라는 취지에 걸맞게 잘 돌아왔다. 이제 500인의 MC들이 가진 매력을 한껏 뽑아내는 일만 남았다



KBS의 오랜만의 성취, <프로듀사>가 보여준 것

 

무려 17.7%의 시청률로 KBS <프로듀사>는 종영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9%를 넘겼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이 수치는 KBS가 지난 몇 년 간 미니시리즈를 통해서 단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수치다. 물론 방송 3사를 통틀어 봐도 찾기 힘든 시청률이다. 물론 시청률이 전부를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프로듀사>는 드라마의 완성도나 새로운 시도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KBS 드라마들의 행보와는 너무나 다른 결과물을 보여줬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성과를 가능하게 했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

 

'프로듀사(사진출처:KBS)'

<프로듀사>는 기획의 성공이 크다. 즉 드라마와 예능의 경계를 뛰어넘어 드라마작가와 예능 PD, 드라마 PD가 함께 작업에 뛰어드는 실험이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 기획은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드라마와 예능을 접목시킨다는 것이 말이 쉽지 실행해내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지은 작가 같은 예능과 드라마에 대한 이해가 깊은데다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 발군의 역량을 보여주는 작가가 있었다. 여기에 서수민 PD의 기획력과 관리능력이 덧붙여졌고 초반 우왕좌왕했던 걸 드라마적으로 안정시킨 표민수 PD의 연출력이 더해졌다. 제작에 있어서 KBS가 이만큼 파격적인 모험을 감행한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완성도 높은 예능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이들 제작진들의 공조 덕분이다.

 

그리고 그 위에 김수현을 위시한 아이유, 공효진, 차태현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특히 김수현은 자신의 거의 모든 걸 다 뽑아내 보여주는 듯한 인상이었다. SBS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가진 아우라를 모두 벗어버리고 그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어리버리하면서도 때론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키려는 모습에, 때로는 애절한 순애보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든든한 어깨가 되어주기도 하는 사랑꾼의 모습, 게다가 맹구 흉내를 천연덕스럽게 내고 술 취한 연기만으로도 빵빵 터트리는 코미디언의 자질까지 보여줬다. 실로 김수현의 다양한 결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풍족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아이유는 새로운 발견이 되었다. 저렇게 연기를 잘 했나 싶을 정도로 갈수록 신디라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드러났고 도도했던 얼굴이 왈칵 눈물을 쏟을 때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저릿하게 만들었다. 나영희 같은 대 선배 배우와 함께 대립하는 장면에서도 그녀는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공효진이나 차태현의 안정적인 매력이 더해졌다. 그 안정적인 틀이 있어 김수현도 아이유도 마음껏 매력을 발산할 수 있었다.

 

KBS<프로듀사>를 통해 이런 성과를 얻게 된 건 이 프로젝트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예능과 드라마를 접목시키고 예능국의 리얼한 이야기를 때론 코미디로 때론 드라마틱하게 엮어낸 것이 주효했다. 게다가 최고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김수현이나 공효진, 아이유 같은 인물들을 캐스팅해 의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고, 금요일 토요일로 바뀌고 있는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 과감하게 편성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프로듀사>의 기록적인 성공은 의미하는 바도 크다. KBS가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었다는 걸 에둘러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는 오래 전부터 그 고질적인 시스템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엉뚱하기 이를 데 없는 캐스팅이 나오거나 번복되는 경우도 많았고, 투자된 만큼 결과물의 완성도가 나오지 않아 어딘가 누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게다가 척 봐도 안 되는 기획물들을 반복해서 채택해 편성하는 무리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프로듀사>가 거둔 가장 큰 것은 과감한 도전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KBS로서는 뼈아픈 얘기가 도전이 없고 늘 안전한 선택만을 한다는 비판이었다. 그리고 그 안전한 선택은 대개 실패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프로듀사>의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도전과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솔선수범해 보인다는 것. 콘텐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 방송계에서 KBS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프로듀사>는 대중들이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인간의 조건2>, <삼시세끼>와는 다른 관전포인트

 

<인간의 조건2>는 시즌1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일단 출연자의 면면이 다르다. 시즌1은 물론 후반에 와서 살짝 달라졌지만 본래 개그맨들이 주축이었다. 프로그램의 애초 기획 또한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이 시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시작되었다. <개그콘서트>가 무대 위를 비췄다면, <인간의 조건>은 그 무대 아래를 비춰졌던 리얼 버라이어티였던 셈이다.

 

'인간의 조건2(사진출처:KBS)'

<인간의 조건2>는 이 개그맨이라는 자원 대신, 은지원이라는 예능 고수와 봉태규라는 관찰 카메라에 잘 적응하는 인물을 중심에, 맏형으로 윤상현을, 엉뚱한 캐릭터로 허태희를 그리고 귀엽고 예의바른 막내 현우와 김재영을 각각 세웠다. 은지원과 봉태규는 <오늘부터 출근>이라는 예능을 통해 친분이 있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그 관계가 낯설다.

 

게다가 <인간의 조건2>는 시즌1과는 달리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낯선 시골에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그 황토집은 거죽(?)만 있을 뿐, 뭐 하나 갖춰진 게 없는 살풍경한 보금자리다. 그냥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그 집에서 이들은 이른바 ‘5라이프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자가용, 인터넷, , 쓰레기, 휴대전화 없는 삶. 시즌1에서 각각 하나의 미션으로 수행했던 것들을 시즌2는 아예 묶어놓은 셈이다.

 

도시에서 벗어난 삶의 양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삼시세끼>를 닮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사실 <인간의 조건2>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삼시세끼>는 말 그대로 키워 먹는유기농 라이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2>는 농사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생존실험의 의미가 더 강하다.

 

도시 생활에서 일상이 되어버린 차, 인터넷, , 쓰레기, 휴대전화 없이 거죽만 있는 낯선 집에서 생존하기가 그 첫 번째이고, 그 생존을 통해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도시의 삶을 반추하는 실험이 그 두 번째다. 그래서 <인간의 조건2><삼시세끼>보다는 뉴욕의 한 창고 같은 집에서 살아남기를 보여줬던 이지원 PD<도시의 법칙>을 더 닮아 있다.

 

물론 <인간의 조건2>의 재미는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없는 삶의 실험이 만들어내는 출연자들의 변화에서 나온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은 집에서 발견한 군고구마 통을 어떻게든 집안에 넣기 위해 연통을 이리 잇고 저리 잇는 모습이나, 배고픔에 토스트 한 개에도 민감해지는 출연자들, 그리고 차츰 적응이 되어가며 집안을 꾸미기도 하고 심지어 알까기 같은 놀이를 찾기도 하는 변화는 우스우면서도 흥미롭다.

 

그 실험의 과정에서 마치 형제들처럼 점점 끈끈해지는 관계는 <12>을 그대로 닮았다. 봉태규는 그 관계의 중심에 서 있다. 차가운 겨울 땅을 파 냉장고(?)를 만들려는 봉태규는 맏형 윤상현의 비효율적이라는 말 한 마디로 속상해하지만 바로 그런 부딪침과 갈등은 이들 사이를 점점 가족처럼 만들어내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여전히 악동 같은 은지원을 향한 브로맨스에 가까운 모습도 그렇고, 동생들의 끼니를 묵묵히 챙기는 엄마 같은 모습의 봉태규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관계의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인간의 조건2>에는 꽤 많은 예능의 유전자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삼시세끼>의 유전자도 보이지만, <도시의 법칙>이나 <12>의 유전자 또한 발견된다. 이것은 아마도 예능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 것도 없는 낯선 곳의 황토집에서 차츰 진화해가는 출연자들의 면면처럼 예능도 이제는 이런 저런 경험의 유전자들이 하나로 모여 새로움을 구성해내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인간의 조건2>는 진화와 성장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1과는 차별된다. 이 황토집은 조금씩 변화해가며 사람 사는 온기를 채워나갈 것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출연자들 역시 생존에서 나아가 없는 생활을 즐기는 단계로 나아가지 않을까. 물론 없어서 새롭게 발견되는 삶의 또 다른 본질은 <인간의 조건2>가 시즌1으로부터 그대로 이어받은 진화의 방향이다. 이 진화의 예능은 과연 어떤 과정과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이다.

 

<무도>와 유재석의 낮은 눈높이에 대한 의지 

 

이토록 다양한 아이템들과 기획의도가 어떻게 하나로 묶여질 수 있었을까. <무한도전> ‘관상 특집’은 이제는 하나의 역사가 되어가는 <무한도전>의 자신감과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늘 대중의 눈높이 아래에 자신들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특집이기도 하다. 이 한 편에는 지금껏 <무한도전>이 걸어온 역사가 자연스럽게 묻어있고 그 역사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한 비법 또한 들어가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관상 특집’은 이 놀라운 시도를 통해 <무한도전>이 지금 현재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이 세계에는 지금껏 <무한도전>이 해왔던 무수한 아이템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있다. 관상 전문가를 데려다 놓고 조선시대였다면 누가 양반이고 누가 상놈이며 누가 왕이고 누가 상놈 중의 상놈인 망나니인가를 가려내는 장면은 지금껏 <무한도전>의 확실한 성공아이템으로 자리했던 외모 대결의 진화된 형태다.

 

하지만 ‘관상특집’의 스토리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조선시대라는 상황극 속으로 뛰어들더니 지금껏 <무한도전>이 상황극을 통해 현실을 비틀기도 했던 그 풍자정신을 녹여낸다. 왕은 신하의 말을 듣지 않고 향락에만 빠진 폭군이며, 고언을 하는 충신을 말 한 마디로 망나니 신분으로 떨어뜨린다. 떡을 입에서 입으로 옮겨 받는 식의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시도되던 원초적인 게임들이 오가고 게임 결과에 의해 신분이 뒤바뀌면서 권력구도가 재편된다.

 

굳이 <무한도전>이 엄청난 화제와 함께 무수한 말들까지 쏟아냈던 자유로 가요제 이후, 갑자기 ‘관상특집’을 통해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든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의미심장한 것만은 분명하다. 자유로 가요제가 보여준 <무한도전>의 위상은 누구나 주지하듯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겨난 높아진 위상은 <무한도전>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관상특집’이 다루는 잘못된 권력의 문제나 권력의 무상함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건네는 <무한도전> 방식의 대답이 되기도 한다.

 

상황극이 타임슬립 설정으로 갑자기 현대로 넘어오는 건 <무한도전>의 이제는 어디로 튀어도 이야기가 가능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상황극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고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묶어냈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무상함이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조선시대 폭군이었던 정형돈은 현재에는 지나는 행인과 똑같은 한 사람으로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질 뿐이다. 또 조선시대 망나니로 신분이 하락한 유재석은 한 착한 아줌마에게 계란을 얻어먹고 누군가 먹다 남은 잔반으로 배를 채우며 복수를 꿈꾸지만(신분의 복귀) 그건 현대에는 사실 의미 없는 일이다.

 

여전히 계급 제도의 권력의 틀에 묶여 있는 이들이 그래서 대중들 속으로 들어와 거리를 활보하는 건 <무한도전>이 과거 ‘지못미’ 특집 등으로 선보였던 벌칙 미션의 새로운 형태이면서 동시에 신분과 계급 그리고 권력이 가진 우스꽝스러움을 보여주는 놀라운 연출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건 한 지나는 직장인에게 신분을 묻자 그가 ‘노비’라고 하면서 ‘주인님’한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갑자기 상황극과 현실이 또 조선시대와 현재가 하나로 묶여지는 이 장면은 계급제도는 없지만 자본이 만들어내는 신분과 권력의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신분을 바꾸기 위한 추격전이다. 조선시대에 궁궐에서 벌어졌던 원초적인 게임들이 과거 <무한도전> 초창기의 게임 형태였다면 현대로 들어온 인물들이 도심에서 벌이는 추격전은 현재 <무한도전>의 진화된 형태의 게임인 셈이다. 그러니 <무한도전> ‘관상특집’은 외모순위 특집이나 상황극,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지못미 벌칙에 이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게임의 진화까지 끌어들이게 되었다. 이 많은 성공 아이템들이 무수히 배치되면서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무한도전> 월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반증이다.

 

여기서 <무한도전>의 위치를 대변하는 듯 주목되는 인물은 역시 유재석이다. 그는 양반의 위치에서 졸지에 망나니가 되어 현재의 거리로 내던져진다. 이른바 유재석이 가진 막강한 힘은 이미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지만, 그의 의지는 대중들보다 항상 낮은 눈높이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길바닥에 누군가 버리고 간 이쑤시개를 아무렇게나 쓰고, 심지어 누군가 남긴 잔반을 먹으며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려 노력한다.

 

대중들을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기꺼이 내려와 진심으로 뒹굴 수 있는 의지. 어쩌면 유재석과 <무한도전>이 가장 높은 곳에서 그 위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일 게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무한도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현재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그 권력이 어디서부터 온 것이며 그것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그 힘이 누구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무도>와 <런닝맨>, 게임 예능의 딜레마와 해법

 

<무한도전> 뱀파이어헌터 특집은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남겼다. 새벽에 모여 뱀파이어를 잡는 미션이 부여되지만, 이미 그들 중 뱀파이어가 된 정형돈과 그에게 물려 역시 뱀파이어가 된 유재석이 있어 팽팽한 심리전이 만들어졌다. 뱀파이어인 정형돈과 유재석이 탄 차에 길이 올라타면서 그 심리전은 더 흥미진진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캐릭터 때문에 상황이 작위적으로 흘러가는 단점도 드러났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어쨌든 캐릭터 쇼이기 때문에 그런 단점조차 쇼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는 <무한도전>이 게임 쇼를 할 때 나타나는 일종의 딜레마가 숨어 있다. 게임이라는 것은 그 방식이 익숙해지면 지루하거나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늘 낯선 형식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낯설다는 것 역시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초반부를 몰입해서 들여다봐야 후반부에서 더 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초반부의 낯설음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결국 캐릭터다. 게임의 미션은 달라져도 <무한도전> 멤버들의 캐릭터는 익숙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서서히 미션을 이해해나가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도 필요하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계속 보면서 그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어느 날 무심코 돌려 <무한도전>을 보게 된 시청자라면 이 초반부의 낯설음이 어떤 장벽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것은 <런닝맨>도 마찬가지다. <런닝맨> 환생 특집은 그런 면에서 이번 <무한도전> 뱀파이어헌터 특집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런닝맨> 환생 특집은 초반부에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80년 전의 시청에서 벌어지는 미션은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션이 일단락되고 80년 후의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 런닝맨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누가 누구로 환생했는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의 인연이 현재의 환생과 미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실로 기발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 흥미롭고도 놀라운 미션을 보여주는 <런닝맨>에서도 <무한도전>과 똑같은 딜레마가 생긴다. 즉 초반부의 설정이 다소 낯설고 따라서 지루하게까지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미션의 경우 80년 전의 상황 자체가 이 이야기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도입부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단점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예능이 TV라는 조금만 느슨해져도 순식간에 채널이 돌아가 버리는 매체와 부딪쳐 생겨나는 간극이다.

 

<무한도전>은 물론 늘 게임쇼를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런닝맨>보다는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런닝맨>은 다르다. 아예 게임 버라이어티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매번 새롭고 낯선 게임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익숙해진 게임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초능력자 미션이나 추리형식을 넣은 셜록 홈즈 미션 같은 독특한 서사의 게임은 <런닝맨>의 팬들을 열광시킨다. 하지만 새롭게 유입된 시청자들에게는 그 형식이 낯설다 못해 어렵게 여겨질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최근 <런닝맨>은 한동안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게임 미션을 반복해왔다. 배경을 달리하지만 그저 일대일 혹은 팀 대결을 통해 승자를 가르는 단순한 게임들이었다. 그간 그토록 많이 나왔던 스파이 미션이나 배신 이야기는 한 동안 잘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게임 예능이 가진 딜레마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깔려 있다. 마치 영화 같은 <런닝맨> 특유의 게임 미션이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것은 그것을 고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시청층을 배려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런닝맨> 환생 특집은 최근 한 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게임 형식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1938년의 시청과 2013년의 시청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서사는 거기에 환생이라는 장치를 넣어(이름표만으로 이 장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훨씬 풍부한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예능이 아니라 마치 영화 같은 <런닝맨>의 진면목이 이번 특집으로 다시 드러난 셈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시청률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청률을 고민하는 방송사의 중역들에게는 난감한 일이다. 엄청난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과 <런닝맨>의 시청률이 15%에 머물러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언젠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나 <런닝맨>의 조효진 PD는 이 답보상태의 시청률에 만족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그저 반복적인 미션에 자극을 붙여 시청률을 높이기보다는 그래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소홀하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런 다짐은 두 예능 프로에 대해 대중들이 보내는 절대적인 지지의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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