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토크쇼와 교양예능의 추락, 해법은 없나

 

 

'심장이 뛴다(사진출처:SBS)'

교양과 예능을 결합하는 획기적인 조직 운용을 통해 SBS 예능 프로그램은 한 때 확고한 자기 색깔을 만들어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대표상품이었던 <정글의 법칙><>이 승승장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SBS 예능 프로그램의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반적인 시청률 추락은 물론이고 화제성면에서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이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전만도 불투명한 상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됐고 그 해법은 없는 걸까.

 

폐지된 <>, <심장이 뛴다>, 힘 빠진 <도시의 법칙>

교양과 예능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SBS 예능의 대표상품으로 <>은 출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면서 폐지되게 되었다. <정글의 법칙>은 그나마 현재 유일하게 남은 SBS 예능의 자존심이다. 많이 추락한 시청률이지만 그래도 1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은 뉴질랜드편 이후 생겨난 리얼리티 논란의 여파는 여전히 커서 예전만큼의 화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게임적인 스토리텔링을 넣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의 어떤 전기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김병만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김병만이 지금껏 보여주었던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김병만은 이미 정글 생존의 전문가처럼 변신의 변신을 거듭한 상태다. 여기서 인위적인 변화를 갖게 된다면 자칫 진정성이 훼손될 가능성마저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한 때 참신한 시도로 여겨졌던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이제는 조금 식상해진 트렌드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정글의 법칙>의 연장선으로 <도시의 법칙>이 만들어졌지만 무언가 탐구하는 듯한 그 다큐적인 접근방식은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예능도 다큐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심장이 뛴다>의 폐지는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어디서부터 문제를 발생시키는가를 잘 보여준다. 즉 취지와 의미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예능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교양과 예능을 결합했다고 해도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예능으로서 다가오는 면이 있게 마련이다. 좋은 취지만큼 재미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현실적인 문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양의 무언가를 가르치는 듯한 캠페인적인 느낌이 강조될 때 예능은 상당부분 재미를 잃을 위험성이 있다.

 

<룸메이트><런닝맨>, 고개 숙인 주말 예능

<일요일의 좋다>의 시청률은 6.5%로 지상파 방송 3사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는 분위기다. 20132월만 해도 16%를 넘긴 적이 있었고, 2014년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0% 시청률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5월 들어 7%로 떨어진 시청률은 이제 6%까지 급락하고 있다. 이 시점은 <K팝스타3>가 끝나고 <룸메이트>가 시작하는 지점이다. <런닝맨>의 화제성이 예전만 못한 데다 <룸메이트>가 그다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생겨난 결과다.

 

홈 쉐어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기치로 내걸고 나온 <룸메이트>는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들의 연애 프로그램 같은 분위기로 변질되기도 했고, 지나친 제작진의 개입으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게 되면서 관찰카메라인지 아니면 한 집에서 벌어지는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쇼인지 분간이 가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홈 쉐어라는 신개념 주거문화에 대한 기획의도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재미를 만들려는 과욕이 부른 결과다.

 

<런닝맨>의 추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이 예능은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게임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률과 별개로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서서히 시청률을 의식하게 된 <런닝맨>이 새로운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도전하지 않고 게스트를 바꿔가며 하는 단순한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화제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아예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력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요일이 좋다>의 시청률 하락은 지상파 3사의 예능 경쟁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SBS로서는 더욱 아프다. 사실 주말 예능에서만이라도 어떤 승기를 잡고 있으면 전체 예능에 대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아예 주말 경쟁에서 배제된 느낌은 SBS 예능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룸메이트><런닝맨>이든 본래 갖고 있던 기획의도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시청률에 목매다보면 시청률도 잃고 자칫 SBS 주말예능의 이미지 자체가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 앞으로 돌아올 <K팝스타4>가 기대주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간 주말 예능의 명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힐링캠프><매직아이>, 토크쇼의 추락

<힐링캠프>는 간신히 6%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브라질 월드컵 특집 때는 무려 3.7%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경규가 MC로 있다고 해도 <이경규가 간다>를 자꾸만 고집해서 굳이 브라질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힐링이라는 트렌드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특히 <힐링캠프>힐링이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출연자(특히 논란 연예인)를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로 그 기획의도에 이미 흠결이 생긴 바 있다. 게다가 이경규라는 MC의 주목도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프로그램을 존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새로 시작한 <매직아이> 역시 이효리가 출연하는 신개념 토크쇼로 기치를 내걸었지만 그저 기 센 여자들의 수다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청률은 고작 3.9%. 신규 예능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다고 해도 너무 낮은 시청률이다. 이런 문제는 사실 기 센 여자들의 수다라는 기획에서부터 예상된 부분이기도 하다. 재미있을 것 같지만 사실상 그다지 챙겨 보고픈 내용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기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이제 진짜 예능이다. 이것은 단지 스튜디오를 나와 카페 같은 공간에서 토크쇼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저들의 수다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몸으로 체득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감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토크쇼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밖에도 SBS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노후되어 거의 화제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이를테면 <붕어빵>이나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이 그렇다. 이런 프로그램은 설혹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온다고 해도 광고에 있어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SBS 예능은 전체적인 새로운 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예능과 교양을 과감히 섞는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그만한 변화의 노력이 절실하다.

얼음들이 떠올리는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운 아이들

 

아이들은 착하게도 끝까지 어른들의 통제에 따랐다. 하지만 그 어른들은 심장 따위는 없는 얼음들같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을 희생시켰다는 죄책감과 부채의식 때문인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지켜내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아프게도 떠올리게 만든다.

 

'악동뮤지션(사진출처:YG엔터테인먼트)'

<표적> 같은 영화를 봐도 먼저 비리로 얼룩진 무능한 공권력이 떠오르고, <엔젤아이즈> 같은 드라마를 보며 남녀 주인공의 멜로에 빠져들다가도 119소방대원들이 마주하는 긴급 재난과 응급 상황들에 덜컥 마음 한 구석이 내려앉는다.

 

<쓰리데이즈> 같은 스릴러 장르 드라마에서도 먼저 보이는 건 책임지는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심장이 뛴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준 모세의 기적에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유독 안타까웠던 골든타임이 떠오른다. 지금 이 땅의 어른들의 마음이 모두 이렇지 않을까. 일상을 살면서 겪는 모든 일들이 세월호와 거기서 희생된 아이들에 멈춰 있다.

 

이런 와중에 맞는 어린이날이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유독 간절할 수밖에 없다. 무심코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악동뮤지션의 얼음들이라는 노래가 마음 한 구석을 후벼 파는 건 그래서일 게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전에 발표된 이 곡을 세월호 참사와 관계 지어 이야기한다는 건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우연히 벌어진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토록 많은 사건 사고들 속에서도 여전히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변화하지도 않았던 어른들의 예고된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악동뮤지션이 어른들을 얼음들에 빗대 왜 그렇게 차가울까라고 질문하는 그 속에는 이미 변하지 않던 어른들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셈이다.

 

아이들조차 따뜻한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차가운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도 저 혼자 살아남겠다고 탈출한 선장과 일등항해사 같은 얼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저 학교에서도 오로지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식의 입시지옥 속에 아이들을 밀어 넣고 있지 않았던가. 아이들은 얼음들이 만들어낸 경쟁체제의 시스템 속에서 늘 관리대상이었지 따뜻한 생명의 존재들이 아니었다.

 

얼음들이 녹아지면 조금 더 따뜻한 노래가 나올 텐데. 얼음들은 왜 그렇게 차가울까. 차가울까요.’ 악동뮤지션이 아이의 순수한 목소리로 얼음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심지어 준엄하게까지 다가온다. 배가 침몰하는 그 순간까지 천진함을 잃지 않았던 아이들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선생님을 걱정하던 그 목소리는 더 쟁쟁하게 귓전에 울린다. 아이들은 그 때조차도 끝까지 어른들을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을 위한 온전한 세상이어야 할 날. 그러나 얼음들의 중대한 과오를 눈앞에서 목도한 지금은 우연히 듣는 노래 한 자락마저 어른들을 비통하게 만든다. 어른들이 서둘러 도망치는 순간 한 아이는 두려워하는 친구를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전해준 그 인간적인 따뜻함이 제발 얼음들을 녹여주기를. 유독 슬픈 어린이날이다.

예능에 중독된 일중독 사회

SPECIEL 2014.03.29 08:40 Posted by 더키앙

일상이 예능이 된 사회의 디스토피아

 

 

방송의 중심에 교양이나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이 선 지는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감은 방송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이 해오던 사회적 실험이나 관찰은 예능과 만나 이른바 관찰 카메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최근 종영된 <> 같은 프로그램은 교양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예능화된 경우이고, <정글의 법칙>은 교양팀과 예능팀이 합쳐져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 혼자 산다>, <오 마이 베이비>, <백년손님-자기야>, <심장이 뛴다> 등등.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본래는 교양에서 했던 소재나 방식을 예능의 문법으로 껴안아 제작된 것들이다. 이제 예능은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처럼 아마존에 사는 원주민들과의 공감과 교류를 다루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예능의 확장은 드라마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풍을 만들어낸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면 그 안에 꽤 <개그콘서트>류의 코미디가 엿보이는 걸 볼 수 있다. 극중 여주인공인 전지현이 하지마-”하고 외치는 장면은 개그우먼 오나미의 유행어를 패러디했다. 이런 코미디 코드들이 능수능란하게 사용될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의 박지은 작가가 한때 예능 작가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능의 드라마 분야로의 확장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을 쓴 이우정 작가는 <12>부터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같은 히트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방송국에서의 예능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 때는 교양PD, 드라마PD 그리고 예능PD 순으로 암묵적인 순위가 있었지만, 지금은 예능PD가 첫 번째로 꼽힌다. PD 지망생들 중에도 예능PD가 되겠다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른바 스타 PD가 과거에는 드라마에서 나왔다면 요즘은 예능에서 주로 배출된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 <12>의 나영석PD는 대표적이다. 예능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회가 교양의 시대에서 재미, 놀이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경쟁력인 사회다. 호이징가가 말한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의 출현이다.

 

하지만 예능의 위상이 놀이의 시대를 말해준다고 해도, 사회가 일보다 놀이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일 중독 사회혹은 피로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심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늘 1위다. 일에 대한 강박으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인들은 일도 일이지만 가족들이나 지역사회 같은 타 집단들과의 교류가 끊겨버리는 문제를 겪는다. 심지어 주말에 집에 있어도 대화와 교류가 없던 가족들이 투명인간 취급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 때문에 시간이 없는데다, 관계도 소원해진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건 다름 아닌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바빠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빠들은 <아빠 어디가>를 보며 위안을 받고, 변변한 여행 한 번 가기 힘든 이들은 <12>을 보며 대리 충족을 받는다. 현실 여건이 맞지 않아 혼자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세상에 혼자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다. 좀체 새로운 도전을 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이들이 <무한도전>을 보고, 제대로 된 교제 경험이 별로 없는 이들은 <>이나 <마녀사냥>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이성의 심리를 읽어보려 애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은 그나마 이런 현대인들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예능에 푹 빠진 사회가 보여주는 일중독 사회의 디스토피아는 우리 사회의 어둠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평일 11시 예능, 시청률의 늪이 된 까닭

 

평일 11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11시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보면 실로 놀라울 정도로 그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는 15%에서 20%까지 육박하던 평일 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었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지상파 3사 시청률을 다 합쳐도 15%가 겨우 될까 말까한 수치들이다.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진 걸까. 11시만 되면 TV를 꺼버리는 걸까.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SBS<힐링캠프>는 한때 힐링 트렌드를 주도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재는 시청률이 7%대에서 어떤 경우에는 5%대까지 떨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MBC는 아예 <놀러와> 폐지 후 이 시간대의 예능을 포기했고 그나마 일반인 예능으로 월요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주던 KBS <안녕하세요>도 현재 7%대까지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나마 7%대 시청률은 나은 편이다. 화요일의 경우 지난 25MBC <PD수첩>6.5%의 시청률을 낸 데 반해 KBS <우리동네 예체능>4.9%, SBS <심장이 뛴다>4.2%를 기록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시사 프로그램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을 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체적인 11시대 시청률의 하락으로 봐야 한다. 1위와 2위 차이가 고작 2%도 안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수요일도 목요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수요일 26MBC <라디오스타>6.3%까지 시청률이 떨어졌고 SBS <오마이베이비>5%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KBS <밀리언셀러>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고작 2.8%의 시청률을 냈다. 또한 목요일 KBS <해피투게더>7%, SBS <백년손님 자기야>역시 6%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MBC<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는 아마존 가족과의 교류라는 야심찬 기획에도 불구하고 3%에서 5%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표로만 보면 11시대에 시청자들은 TV를 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시청률표를 100% 신뢰한다는 전제 하에만 가능한 얘길 것이다. 현재처럼 젊은 시청세대의 의견이 절반 정도밖에 수렴되지 않는 시청률표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50세 이상 노년층에게 있어 11시대 이후의 TV 시청은 그 자체로 쉽지 않고 또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마련인 예능 프로그램 시청 역시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청률표의 왜곡과 50세 이상 노년층의 시청패턴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시청률 수치는 전체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당지 시청률표의 왜곡에만 전적으로 그 원인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힐링캠프>처럼 이미 트렌드가 지나버린 연예인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나, <라디오스타><해피투게더>처럼 몇몇 파워 MC들의 힘에 기대 변화를 보기 어려운 상황, 또 새로운 시도라고는 하지만 만듦새에 있어서 그다지 세련되게 보이지 않는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 같은 프로그램이나, 화제도 있고 의미도 있지만 시간대 편성이 평일 11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심장이 뛴다> 같은 프로그램들의 엇박자도 그 원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특히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젊은 세대들의 시청패턴이 달라지면서 본방보다는 선택적 시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편이나 케이블의 예능이 약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선택적 시청을 하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조금은 마니아적인 프로그램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 속에서 보편적 시청층을 상정할 수밖에 없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3% 4%의 시청률이라는 것은 이미 보편적 시청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말해주기도 한다.

 

시청률 추산의 왜곡과 현재의 TV 시청 패턴의 변화를 모두 고려해보면 평일 11시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생각보다 꽤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률 추산에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게 조정을 해주지 않는다면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보편적 시청자를 겨냥해야 할지 아니면 마니아적인 집단을 겨냥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프로그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을 거론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어디서나 얘기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콘텐츠 경쟁력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과연 평일 11시대의 프로그램들을 이대로 모두 고사시킬 작정인가.

특이한 한국형 리얼리티TV, 자리잡고 있나

 

<진짜사나이>의 영향일까. SBS는 <심장이 뛴다>를 정규 편성했고 KBS는 <이상무>를 파일럿으로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진짜사나이>가 군인을 소재로 했다면 <심장이 뛴다>는 소방관을, <이상무>는 경찰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항간에는 비슷한 콘셉트 베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맞는 얘기다. 분명 관찰카메라를 내세운 <진짜사나이>가 포문을 연 것은 사실이니까.

 

'심장이 뛴다(사진출처:SBS)'

하지만 이 군인이나 소방관(119 대원), 경찰 소재의 프로그램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군인을 소재로 한 예능은 89년 시작해 96년까지 방영되었던 <우정의 무대>가 있었고, 소방관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도 <긴급구조 119>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며, 경찰 역시 <경찰청 사람들>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즉 형식은 다르지만 소재는 이미 다뤄졌던 것.

 

최근 들어 소방관이나 경찰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이 연예인이 출연하는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데는 그만한 우리 예능만의 역사적 흐름이 있다. 즉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서구에서 생겨난 리얼리티TV의 영향이 그것이다. 즉 90년대 <경찰청 사람들>의 탄생 이면에는 <캅스(미국)> 같은 경찰 소재의 리얼리티TV가 있었고, <긴급구조 119> 역시 <Rescue 911(미국)> 같은 소방관 소재의 리얼리티TV가 있었던 것.

 

하지만 이 리얼리티TV의 경향을 이어받아 <빅브라더>나 <서바이버> 같은 서구의 리얼리티쇼가 21세기에 등장하지만 이 경향이 우리나라에까지 그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사생활 노출에 정서적인 반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인 대신 연예인을 출연시키고 이를 캐릭터쇼로 만든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게 되었다. <무한도전>은 그 시작점이고 그 후로 <1박2일>이나 <런닝맨> 같은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 <진짜사나이>를 비롯해, <심장이 뛴다>, <이상무> 같은 관찰 카메라를 이용한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90년대에 등장했던 리얼리티TV에 우리 식의 연예인 출연 리얼리티쇼가 접목된 형태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프로그램에 연예인만이 아니라 일반인 출연자들도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다. 즉 어찌 보면 정서적인 반감 때문에 일반인 출연 리얼리티쇼가 나오지 못했던 21세기 초의 예능 경향이 지금에 와서야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연예인과 일반인이 함께하는 관찰 카메라형 리얼리티쇼는 일반인 리얼리티쇼로 가는 과도기적인 예능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이른바 ‘베끼기 논란’이 자주 벌어지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MBC 예능에서 포문을 연 이른바 ‘관찰 카메라’ 예능이 한때 트렌드를 이끌었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을 조금씩 대체해가는 변화의 지점에 지금의 예능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즉 이 형식을 주도한 MBC 예능이 이 변화의 선봉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 변화에 동승하는 관찰 카메라 형식의 예능들을 모두 베끼기라 말하기는 이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있어서 <1박2일>도 <남자의 자격>도 또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도 가능했던 것처럼, <진짜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 좀 더 다양한 소재의 관찰카메라 예능이 나오는 것이 그다지 예능 전체의 발전을 위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형식을 가져왔다고 해서 그 소재 자체가 가진 특성들에 맞는 저마다의 스토리텔링을 개성화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저 소재만 달리할 뿐 스토리텔링 방식을 똑같이 한다면 그것은 창의적인 재해석이 아니라 진짜 베끼기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 소재의 관찰 카메라 예능이 뜨자, 소방관, 경찰 소재의 예능이 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그만한 우리네 방송의 특유한 흐름과 역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소재만 살짝 바꿔 너도나도 비슷한 스토리를 반복하게 된다면 자칫 이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는 관찰 카메라 예능은 너무 빠른 소비를 맞을 수도 있다. 지금의 이 변화들은 소재적으로 풍성해지는 결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짝퉁 예능들이 쏟아져 나와 오히려 소비만 빠르게 하는 결과가 될 것인가. 주목해야할 시점이다.

김병만은 어떻게 새 예능의 아이콘이 됐나

 

<스플래시> 촬영 중 벌어진 이봉원의 부상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안전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샘 해밍턴, 클라라, 출연자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촬영이 중단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앞으로 계속 방영이 될 지 아니면 이대로 폐지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항간에는 이번 사태로 예능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미 리얼을 추구하고 요구하는 시청자들이 있는 한 안전 불감증을 이유로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은 스튜디오를 벗어나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정글로 뛰어들었고, 극한의 훈련을 이겨내는 군대를 찾아갔으며, 최근에는 소방대원들이 뛰어드는 화재 현장 속으로도 들어갔다.

 

단지 자극의 문제를 떠나서 군대나 소방대 같은 곳에서 고생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거짓이나 가식적인 연출은 용납되기 어렵다. 그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이 훈련을 받거나 현장에서 구조를 벌이다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상황을 어찌 연예인이 투입된다고 해서 설렁설렁 대본에 맞춰 연출해낼 수 있을까.

 

이것은 크게 보면 <스플래시>가 다루는 다이빙 선수들의 세계나 한때 피겨 스케이팅을 다뤘던 <키스 앤 크라이> 혹은 현재 스포츠 예능의 정점을 찍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그들의 분투를 스스로 아마추어라 규정하고 대충하는 모습으로 때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자칫 거짓방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방송 트렌드의 하나인 이 같은 리얼리티TV의 경향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안전문제가 불거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국의 리얼리티 TV는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나 해당 분야의 진짜 전문가를 투입하는 반면 우리 예능은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똑같이 정글을 가도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베어 그릴스는 생존전문가인 반면, 우리네 김병만은 달인이라고 해도 여전히 일반인에 가까운 연예인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안전 문제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최근 들어 <정글의 법칙>이나 <진짜 사나이> 같은 강도 높은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트렌드로 자리하고, 아직까지 국내 예능이 일반인보다는 연예인 출연자를 더 선호하는 점은 연예인들로 하여금 이 살벌해진 예능 정글에서 살아남기가 만만찮게 만들었다. 과거의 예능이라면 주로 웃음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체력이나 특별한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병만이다. 그는 물론 <정글의 법칙>을 하기 전에도 진짜 달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던 인물이었지만, 막상 정글에 내려놓자 그조차도 힘겨움을 토로할 정도로 상황은 예측 불허였다. 첫 번째로 떠났던 나미비아의 악어섬을 빠져나오면서 사실은 두려웠다며 눈물을 펑펑 흘리던 김병만을 기억하는가.

 

그런 그였지만 지금 그는 김병만이라는 이름 하나로 같이 정글로 떠나는 동료들을 안심시키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스카이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 같은 자격증을 따서 블루홀로 뛰어내리고 그 심해로 과감히 뛰어드는 김병만의 준비성은 어찌 보면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을 그나마 믿게 만드는 보루가 되고 있다.

 

예능 정글은 과거보다 훨씬 더 혹독해졌다. 말이나 웃음 그 자체보다 몸이나 땀이 주는 진정성을 더 추구하다 보니 예능은 리얼리티의 차원을 넘어서 리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은 점점 만능 스포츠맨이거나 아니면 김병만 같은 달인을 새로운 예능의 아이콘으로 세우고 있다. 하지만 김병만이 처음부터 달인이었을까. 꽤 오랜 시간 동안 남모르는 준비와 대비가 그를 달인으로 만들었을 게다. 어쨌든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로서 연예인이 출연하기 마련인 국내의 리얼리티TV가 가진 안전 문제는 김병만 같은 접근법을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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