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가 말한 지금 ‘썰전’에 필요한 건

JTBC <썰전>에 김훈 작가가 출연한 건 현재 영화가 상영 중이고 출판가에도 무려 100쇄를 찍어 초베스트셀러가 된 <남한산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남한산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생각할 것들은 의외로 많았고 그것은 또 저마다 각각의 이슈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관이 있어 보였다. 

'썰전(사진출처:JTBC)'

사실 <남한산성>이라는 작품이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킨 건 병자호란이라는 사태가 그저 과거의 일어난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어나고 있는 북핵 관련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와 미국 사이의 관계는 마치 당대의 조선과 명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읽히는 면이 있다. 

<남한산성>이라는 작품 속에서 청나라와 화친하자고 나선 최명길(이병헌)과 끝까지 청과 싸우자는 김상헌(김윤석)의 대립은 그래서 현 북핵 관련 사태를 두고 벌어진 여야 간의 대결구도를 떠올리게 만든다. <남한산성>은 이러한 대결에 대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어떤 결정들이 어떤 결과로서 나타났는가에 대한 양자의 입장을 균형적으로 보여줬다. 판단은 그 역사를 읽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현재의 정치권에서 여야가 내놓은 논평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진 아전인수격 해석들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이를 “국민적 화합이 필요한 시기”라고 해석한 반면, 홍준표 대표는 “무능한 지도자”에 의해 벌어진 비극으로 말했던 것. 이에 대해 <썰전>에 나온 김훈 작가는 양자에 모두 비판적이었다. 즉 불평등 같은 문제들이 고착화되고 시스템화 되어가는 우리네 현실에서 그걸 바꾸지 않고 ‘화합’을 강조한다는 건 잘못된 일이며, 또 ‘무능한 지도자’라는 그 표현은 그 비판을 한 이들이 몇 개월 전만해도 그 위치에 있었다는 걸 들어 ‘무능한 지도층’이라고 말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방한이 예정되어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며 반미냐 친미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김훈 작가는 명쾌한 자신의 입장을 얘기했다. 즉 자신 같은 세대에서 친미란 ‘생존’의 문제였다는 것. 그래서 <남한산성>에서도 등장했던 생존을 위한 ‘사대’의 선택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가 말했듯 필요에 의한 사대가 ‘사대주의’로 이데올로기화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반미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탈미’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은 우리네 현실이 처한 다양한 상황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그 때 그 때 올라오는 이슈들에 대해 이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입장을 대리하며 토론을 벌이기 때문이다. <썰전>의 이러한 양상은 그래서 고스란히 우리네 현재의 정치나 경제, 사회 이슈들에 대한 국내의 많은 갈등양상들을 그대로 담아낸다.

그리고 이런 사태에 대한 입장차와 의견 대립은 사실 지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병자호란 같은 그 옛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도 존재했던 것들이다. <남한산성>을 보다보면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결이 마치 <썰전>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그래서다(물론 김훈 작가가 지적했듯 건더기 없는 토론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서 김훈 작가는 <썰전>이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나누는 자리로서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도 대결과 대립만으로는 얻어질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 물론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 <썰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태에 대한 양자의 다른 의견들이 충돌하는 이 장에서 대결과 대립을 넘어 어떤 타자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시간들 또한 필요하다는 건 김훈 작가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건 <썰전>에도 필요하지만 우리네 정치권이나 여론의 대결이 벌어지는 곳이면 어디든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전원책 빠진 ‘썰전’, 오히려 시청률 상승했다는 건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하차한다는 소식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은 양갈래로 갈라졌다. 그간 ‘전스트라다무스’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괜찮은 반응을 얻어왔던 전원책이었으니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었던 반면, 하차의 이유가 TV조선의 평기자로 입사해 메인뉴스 앵커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게 됐다. 그 행보가 보수를 대표하는 논객이 아닌 정치적인 행위처럼 읽혀졌기 때문이다. 

'썰전(사진출처:JTBC)'

전원책 변호사 대신 박형준 교수가 합류한다는 소식에도 호불호가 갈렸다. 전원책 변호사와 달리 차분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변인이었고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는 점은 부정적인 반응들을 만들어냈다. 4대강 사업 같은 이명박 정권 시절 벌어졌던 사안들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원책 변호사 대신 박형준 교수가 자리한 첫 방송이 나갔다. 박형준 교수는 역시 방송 전부터 얘기됐던 대로 전원책 변호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적어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서도 잘 한 건 잘 했다고 인정하는 점이 그랬다. 물론 그 안에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역시 빼놓지 않았지만. 

박형준 교수는 스스로도 말했듯 때론 아재개그를 던지기도하고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던 전원책 변호사식의 ‘예능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신 농구를 잘 한다며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 아냐고 주의를 환기시킨 후 “노룩 패스”라고 말하는 식의 블랙유머를 더했다. 차분하지만 곱씹으면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그런 방식의 언변을 보여줬다.

사실 전원책 변호사가 나와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한데는 마치 싸움을 방불케 하는 언성이 한 몫을 차지했던 바가 크다. 가만히 틀어놨다가 뭔가 싸움이 벌어진 듯한 그 느낌에 TV를 쳐다볼 수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니 박형준 교수가 보여주는 이런 식의 차분함이 방송의 시청률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형준 교수가 등판한 첫 방송의 시청률은 지난주보다 높은 5.98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물론 여기에는 전원책 변호사 대신 나온 박형준 교수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도 분명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감안한다고 해도 시청률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이러한 변화가 <썰전>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해온 공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한 건 역시 유시민 작가라는 사실이다. 보수의 논리 앞에서 대중들이 듣고 싶고 나아가 유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는 속 시원하게 대신 풀어줌으로써 <썰전>에 대한 지지를 높여왔다는 점이다. 결과가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건 <썰전>에 유시민 작가가 존재하는 한 어떤 변화도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썰전’ 나가 TV조선에 둥지 트는 전원책에 대한 우려

JTBC <썰전>이 문재인 정부 출범 40일을 평가해보는 자리에서 유시민과 전원책은 그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뉘어졌다. 유시민 작가는 “40일 동안 입법 없이 새로운 법률을 하나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운영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 경험해 본 예외적인 40일이었다”며 “똑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권한을 가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다르면 상당히 큰 폭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썰전(사진출처:JTBC)'

하지만 전원책 변호사는 그 말에 “어폐가 있다”며 “변화가 되게 많은 것 같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단정했다. 물론 전원책 변호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3무회의(사전결론, 계급장, 받아쓰기 없는 회의)’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하면 그것이 “금과옥조가 되는 건 여전히 불변”이라고 했다. 

그래도 잘한 점은 무엇이냐는 김구라의 질문에 전원책 변호사는 ‘권위주의 타파’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철폐를 하려고 가장 애쓴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판을 받았던 지점은 (필요한) 권위마저 없애버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 야당 측이 반대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반대의 이유를 듣고 의견을 수렴하든지 아니면 설득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사실 탄핵에 의해 갑자기 치러진 조기대선이었고 그렇게 당선된 후 겨우 40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니 그 짧은 기간 안에 전원책 변호사가 말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인선 과정에 있어서 야당의 끝없는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물론 잘못된 행적들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나오는 비판들이지만 사실 국민들에게는 이런 비판에 대한 공감대가 별로 없다. 과거 정권 시절에 벌어졌던 인사청문회를 떠올려보라. 더 심각한 사안들이 넘쳐났지만 그대로 강행되기 일쑤였다. 이렇게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유시민 작가가 얘기한 것처럼 그 40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준 어떤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전한 건 적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권위주의는 타파해야 하지만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권위는 지킨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고 또 스스로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국민들 앞에 낮추고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 어려움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그 자세에서 오히려 부여받는 것일 뿐이다. 

사실 전원책 변호사가 최근 1년 동안 이토록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건 <썰전>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 우리가 MBC <100분 토론> 등에서 봤던 전원책 변호사와 <썰전>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으니 말이다. 보수냐 진보냐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권위적인 모습이 <썰전>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건 <썰전>이 가진 예능이라는 틀이 만들어낸 힘이다. 편집과 자막은 전원책 변호사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했고, 특히 예능이라는 틀 속에서 조금은 권위를 내려놓고 아재개그를 던지는 모습 또한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썰전>에는 유시민 작가가 있었다. 때론 격론을 벌이기도 했지만, 다른 의견도 경청해주는 유시민 작가가 있어 전원책 변호사의 이야기들도 조금은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권위를 부여받은 것이 바로 <썰전>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원책 변호사가 과거의 이미지와는 달리 <썰전>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받기도 했던 이유다. 이제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을 떠나 TV조선에 둥지를 틀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향후 전원책 변호사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필요한’ 권위라고 받은 것이 ‘권위주의’로 흐르는 건 시간문제다.

일상과 정치의 접점, 유시민 작가가 선 자리

바야흐로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JTBC <썰전>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그는 최근 나영석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주요 출연자로 자리했고,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100회 특집에도 출연해 ‘토론과 글쓰기’를 주제로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정치인에서 작가로 그리고 지금은 방송인으로서 웬만한 스타들보다 더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됐다. 

'차이나는 클라스(사진출처:JTBC)'

사실 JTBC <썰전>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시민이 이 정도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치인 시절 호불호가 갈린 스타일이었고 예능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층에게는 과거 <100분 토론>을 이끌던 명 진행자이자 패널의 이미지보다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이미지와 그 후 작가로서 활동하며 쌓은 식자로서의 이미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썰전>의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유시민은 한 마디로 날개를 달았다. 강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조곤조곤한 그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조금씩 설득되었다.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여겨졌던 전원책 변호사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지는 느낌이었고 대신 그 조용히 할 말을 하는 유시민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유시민이 이렇게 갈수록 존재감이 높아진 건, 외교부터 군사 게다가 나아가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게 없는 해박한 지식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을 가진 지식인의 면모가 <썰전>에서는 느껴졌다. 하지만 해박한 지식만큼 중요했던 건 그가 가진 작가로서의 설득력이다. 그는 어렵게 느껴지는 시사 문제들을 특유의 비유를 들어 쉽게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었다. 물론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며 겪었던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이런 시사 문제의 겉모습이 아닌 진면목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것은 <썰전>이라는 그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시민이 이제 <썰전>의 틀에서 확장되어 <알쓸신잡> 같은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은 그 행보가 어떨 지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썰전>은 물론 예능의 속성들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틀은 토론 프로그램에 가깝다. 하지만 <알쓸신잡>은 다르다. 여행 같은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안에서 지식 같은 정보는 물론이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유머 같은 것들 또한 도외시할 수는 없다. 

물론 나영석 PD는 그 특성상 웃음을 강요하는 법은 없다. 그저 일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에 대해 묻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굉장히 유머가 있는 분”이라면서 “무엇보다 아는 게 너무 많은 분”이라고 짤막하게 답한 바 있다. 사실 그 안에 다 들어 있을 것이다. 박학다식한 그 지식의 부분을 유머를 섞어 전하는 모습. 그것이 유시민 작가가 가진 매력이니 말이다.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가 말해주는 건, 한때는 우리와 유리된 어떤 것으로 여겨지던 정치나 시사 같은 사안들이 이제는 우리네 일상으로 성큼 들어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정치나 시사문제와 일상의 접점 같은 것들이다. 지금까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으나 사실은 밀접하게 연결된 그 양자가 활짝 열려 연결되어지는 그 지점에 유시민 작가가 서 있다. 그러고 보면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는 시대가 요청한 면이 있다.

날개 단 ‘썰전’, 여야 정치인들의 소통 창구 되나

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시대가 열린 후 첫 방영된 JTBC <썰전>은 8.2%(닐슨 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전 회차 시청률이 6.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썰전>에서 이번 대선을 두고 어떤 분석을 내놓을 지에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썰전(사진출처:JTBC)'

<썰전>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것에 대해 내놓은 분석은, 탄핵정국의 이슈를 선점하고 정권교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캠프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반해 안철수나 홍준표는 열세로 시작했는데 전략적으로도 미스가 많았다고 전원책 변호사는 분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유시민 작가가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던 대목이었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결국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야권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야권을 대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여기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훨씬 길다”며 “경청을 중요시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벌써부터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남다른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유시민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화나서 했던 말이 바로 4차 TV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했던 ‘이보세요’”라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오래 했던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30년 동안 본 적이 없었다는 말을 했다. 최고로 화가 나서 도저히 감정이 억제가 안 될 때 쓴 표현이 바로 ‘이보세요’가 다인 분이다.” “과거 대통령에 비해 진지하게 경청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분”이라는 것.

사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대통령의 사적인 면면을 다루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의 이야기라면 대부분이 공적인 면들만 뉴스나 토론프로그램 등에서 다뤄지지 않던가. 하지만 <썰전>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이미 이 프로그램에 나온 적도 있었고, 유시민 작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적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면면들이었다.

이건 <썰전>이라는 시사와 예능을 섞은 독특한 형식에서 가능한 것이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이제 정치를 바라보는 현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을 투영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과거 정치나 시사문제를 대변하는 방송으로 여겼던 MBC <100분 토론>에 대한 현재 대중들의 무관심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건 물론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공적인 걸 빙자해 진짜를 보여주기보다는 형식적인 토론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토론 프로그램들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썰전>은 확실히 이 프로그램이 갖는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가 열린 것에 대해 각 당의 목소리를 전화로 연결해 듣는 코너가 마련됐다는 것도 놀랍지만, 거기 기꺼이 통화에 응해준 여야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썰전>에 대한 호감과 상찬을 드러내는 면은 더욱 놀라웠다. 여든 야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은 <썰전>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충분한 소통창구로 자리매김했다는 걸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소통’을 중시여기는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중요한 건 형식적인 담화가 아니다. 오히려 조금 싸우더라도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내 대화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합의점이나 이해에 도달하는 것. 지난 탄핵정국부터 최근 대선까지를 거치며 <썰전>은 이미 그 중요한 위치를 선점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썰전> 시대가 열렸다.

유시민 작가와 나영석 PD의 조합 그리고 +α에 거는 기대

사실 요즘 같아서는 유시민 작가만 섭외해도 기본 이상일 듯싶다. JTBC <썰전>에 출연하며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가 아닌가. 아는 분야를 찾는 것보다 모르는 분야를 찾는 게 빠를 정도로 박학다식함은 기본이고, 그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방식이 너무나 친절하다. 시사나 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라고 해도 그가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현 시사문제들에 귀 기울이고 있자면 눈이 밝아지고 귀가 열리는 느낌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사진출처:JTBC)'

<썰전>은 작년 말부터 불거진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이어진 올해 박근혜 탄핵 인용까지 정치 시사 사안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 심지어 10%를 넘기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건 단지 이슈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당면 사안들에 대해 서로 밀고 당기며 풍부하게 해준 분석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중심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유시민 작가였다. 

토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유시민 작가가 패널로 들어가면 대중들의 관심은 더 집중되었다. JTBC가 새로 편성한 <차이나는 클라스>는 초반 4회를 유시민 작가로 시작해 4.2%의 높은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거뒀다. 이 정도면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나영석 PD와 손을 잡았다. 프로그램 제목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다. 그런데 이 <알쓸신잡>은 도대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담는 예능 프로그램일까. 많이 보도된 대로 ‘인문학’을 소재로 하고 있다. 유시민이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인문학의 어떤 분야든 모르는 것 없이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유시민이 아닌가. 

하지만 나영석 PD가 슬쩍 귀띔으로 들려준 이야기로는 유시민만이 아니라 알려진 대로 유희열도 출연하고 또 다른 인문학자들도 합류한다고 한다. 즉 유시민이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자들이 저마다의 지식들을 풀어놓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인문학을 풀어내는 방식은 역시 나영석 사단의 주 소재인 여행이다. 여행과 인문학의 조합. 우리는 이미 그 조합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지를 과거 <1박2일>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와 함께 했던 답사여행이 그것이다. 그 때 시청자들이 경험했던 건 지식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번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 때의 그 방식을 그대로 보여줄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원톱 유시민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유시민과 함께 다른 인문학자들도 출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유홍준 교수와 떠나는 답사여행은 그 지역의 문화유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시민을 포함한 다양한 인문학자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어느 곳을 가든 말 그대로 인문학적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풍성함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tvN이라는 오락 채널이 간간히 시도했지만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던 교양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실 지난 탄핵 정국에 tvN이 좀체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건 오락 채널로서 그 시국을 담을 그릇들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이 프로그램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tvN이라는 채널만이 가질 수 있는 교양 예능의 물꼬를 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나오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보태는 건 섣부른 일이다. 또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섣부른 예측을 먼저 던져보는 이유는 나영석과 유시민이라는 그 조합만으로도 벌써부터 프로그램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설레고 기대된다.

유시민의 ‘차이나는 클라스’, JTBC 교양의 위엄

역시 JTBC 교양 프로그램은 클라스가 다르다? 과거 <차이나는 도올>로 중국의 근현대사를 도올 김용옥의 클라스가 다른 강의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보여줬던 JTBC 교양 프로그램이 이제는 <차이나는 클라스>로 돌아왔다. 그 첫 번째 포문을 연 인물은 최근 <썰전>을 통해 대중들의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유시민 작가. 그가 ‘민주주의’를 주제로 출연자들과 나눈 질문과 대답 그리고 열띤 토론은 왜 이 강의가 ‘차이나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차이나는 클라스(사진출처:JTBC)'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너무 익숙해서 그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 개념이다. 또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같은 오용된 사용이나 박정희 시절 ‘민주주의’라며 실제로는 독재를 자행한 그 시절의 경험들로 인해 그 진짜 개념이 모호해졌다. 굳이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첫 강의로 선정하고 유시민 작가를 세운 데는 이런 모호한 개념들을 제대로 다시 들여다보려는 의도다. 유시민 작가는 역시 다양한 궁금증들에 대해 특유의 유머러스한 언변으로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들을 정리해줬다. 

그는 ‘민주주의’가 최상의 선택이 아닌 최악을 피하는 선택(가장 나쁘지 않은 제도)이라는 걸 명확히 한 후, 그 핵심으로서 권력의 독점을 막기 위한 삼권분립을 들었다. 민주주의란 “권력의 상호견제, 권력의 분산, 권력의 제한”이라는 것. 또한 “다수의 국민이 마음을 먹었을 때 합법적으로 권력을 교체할 수 있으면 민주주의”라는 명쾌한 판별기준을 제시했다. 

이 프로그램이 첫 회에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정립을 하겠다고 나선 건 다분히 현재의 대중들이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국면을 겪으면서 특히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걸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잘못하니까 국회가 탄핵을 하고, 또 이걸 잘못하면 안 되니까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한다”는 유시민이 건네는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개념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현실적 사례가 되어주었다. 

<차이나는 클라스>가 그 짧은 시간동안 들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꽤 광범위하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들이었다. 거기에는 소크라테스와 그 제자들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시절의 민주주의에 대한 담론들은 물론이고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인 칼 포퍼의 정치 철학,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같은 다양한 생각의 편린들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유시민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거기 함께한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귀에 쏙쏙 박혔던 건 현 시국과 어우러진 주제선정과 그걸 쉽게 풀어내는 유시민 작가 특유의 친절한 답변들 덕분이었다. 즉 현재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주제에 대해 깊은 통찰에 이른 지식을 가진 강연자를 통해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것. 이것이 <차이나는 클라스>가 여타의 강연 프로그램과 다른 지점이다. 

최근 들어 JTBC의 교양 프로그램들의 선전이 눈에 띄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과의 경계가 희미해진 그 지점으로 들어와, 보다 쉽게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면면들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썰전>은 물론이고 <말하는 대로>, <김제동의 톡투유> 그리고 <차이나는 클라스>까지. 시청률은 물론이고 좋은 반응까지 얻고 있는 건 그래서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해보면 <차이나는 클라스>의 웃음의 강도는 별로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교양 프로그램이 주는 몰입감은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다. 그건 당장 우리네 현실과 직결되어 있는 주제의 선정, 그리고 유시민 작가 같은 호감가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쉽게 전해주는 강연자의 조합이 단순하면서도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썰전’이 다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낸다는 건

“늘 <썰전>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썰전>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선생님의 주장과 유시민 작가의 대비된 견해는 한 자리에 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두 분이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끌 대한민국은 바로 이 <썰전>처럼 서로간의 견해가 좀 다르더라도, 충분히 격렬하게 논쟁할 땐 논쟁하더라도 서로 인격에 대한 신뢰는 갖고 있는 그러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서 도전합니다.”

'썰전(사진출처:JTBC)'

JTBC <썰전>에서 “마지막으로 왜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심층토크를 위해 출연한 대선후보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칭찬을 해주는 것에 대해 유시민 작가와 김구라는 몸 둘 바를 모르는 표정을 보였다. 유시민 작가는 “낯 뜨겁네요”라며 웃었고 김구라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 ‘부끄러 부끄러’라는 자막이 붙었다. 

사실 안희정 지사의 이 마지막 이야기는 자신이 차기 대선후보로서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는가를 짧게 정리한 것이지만, 그 이야기는 거꾸로 지금 <썰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가를 말해준 대목이기도 하다. 안희정 지사의 말대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때론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격렬하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논쟁하면서도 또 지나고 나면 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을 우리가 본 적이 있었던가. 

특히 대중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로 국회에서 때때로 벌어지는 드잡이가 아니었던가. 국민을 대표해 서로 다른 여러 견해들을 피력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협력하라고 뽑은 일꾼들이 볼썽사납게 물리력을 동원하고 패거리의 행태를 보일 때, 대중들이 혀를 차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런 정치에 대한 혐오와 그로 인해 생기는 무관심조차 오히려 조장해왔던 것이 정치권이었다. 그런 무관심이야말로 저들끼리의 세상을 공고히 해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썰전>이 얼마나 시사나 정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안희정 지사가 말한 부분이다. 그렇게 혐오스럽고 보기 싫어 정치의 정자만 나와도 채널을 돌려버리던 그 정치를 다시금 보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보여주듯이 서로 다른 견해로 논쟁이 오가지만 그래도 그 좁은 삼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나지 않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는 일. 그러면서 다른 사안들에 있어서는 또한 공감하는 모습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일. 그런 것들이 <썰전>이 해온 그 어떤 날카로운 분석보다 중요한 일들이다. 

<썰전>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현재 ‘정상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이 잠시 쉬고 있는 상황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 <썰전>은 이 좋은 소식을 알리며 <무한도전>을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표현했다. 유시민 작가는 “친구가 쉬고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해야죠.”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다는 미나엄마가 보낸 팬레터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쟁하더라도, 때론 의견 대립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인격적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일.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썰전>의 광경들은 그래서 안희정 지사의 말처럼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한 장면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리고 그 광경만으로도 우리는 그간 혐오에서 무관심으로 이어졌던 정치를 다시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 미나엄마의 말처럼.

JTBC 전성시대, 뉴스·드라마·예능 다 잡았다

늘 지금만 같으면 JTBC라는 방송사 브랜드는 지상파의 자리를 지워버릴 듯싶다. 개국한 지 5년이 조금 지났지만 JTBC는 뉴스면 뉴스, 드라마면 드라마, 예능이면 예능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위상을 만들어낸 것일까.

'뉴스룸(사진출처 :JTBC)'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최고의 뉴스 브랜드를 꼽는다면? 많은 이들이 서슴없이 JTBC <뉴스룸>을 꼽을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영입된 후 JTBC의 보도부문은 그간 지상파 뉴스들이 언론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그 빈자리를 채워왔다. 공영방송이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JTBC <뉴스룸>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직접 팽목항까지 내려가서 끝까지 보도했던 세월호 참사 보도는 JTBC의 뉴스가 가진 진정성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보도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들은 그간 속고 있었던 국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었다. 뉴스 프로그램 하나가 이토록 큰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건 거꾸로 말해 제대로 된 뉴스 프로그램이 얼마나 부재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뉴스룸>은 이제 지상파도 그 새로운 형식이 가진 효용성을 인정하는 뉴스 프로그램이 되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은 초창기부터 JTBC만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썰전>, <비정상회담> 같은 시사, 교양 정보를 예능과 접목한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끌었다. 물론 <아는 형님>이나 <한끼줍쇼>, <님과 함께2> 같은 웃음에 포커스가 맞춰진 예능 프로그램이나, <히든싱어>, <팬텀싱어> 같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형식들 중에서 특히 JTBC의 정보가 섞인 예능프로그램은 최근 들어 시국과 만나면서 펄펄 날고 있다. <썰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말하는대로> 같은 시국 버스킹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았다. <한끼줍쇼>는 웃음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보여주는 서민적 정감이 어우러진 감동까지 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이나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 같은 드라마가 초창기 JTBC의 드라마 투자에 대한 일종의 선언적 의미를 가졌다면, 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의 <밀회>는 완성도로서나 대중성으로서는 양자를 만족시킨 완성도 높은 JTBC 드라마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로도 다양한 드라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JTBC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그 후 아쉬웠던 건 시청률이었다. <욱씨남정기>가 작년 그래도 3% 시청률을 내며 선전했지만 여전히 갈증은 남아있던 차에 이제 새롭게 시작한 <힘쎈여자 도봉순>이 그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2회 만에 5.7%를 기록한 이 드라마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낸 뉴스에서 독자적인 색깔의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드라마까지 JTBC는 확실한 성과를 내며 방송사의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일궈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그간 누려온 헤게모니 속에서 어떤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중단없이 투자하고 달려온 결과다. 게다가 비지상파로서 승승장구하던 케이블 채널 tvN마저 뉴스 프로그램의 부재로 인해 JTBC에 밀리고 있는 형국. 실로 JTBC 전성시대다.

고등래퍼' 장용준, 빗나간 홍보 전략의 치명적 결과

장용준은 Mnet <고등래퍼> 제작진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 자리 정말 싫어한다”고 첫 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그는 <고등래퍼>에 나온 이유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싫어도 방송이 가진 힘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첫 출연에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마치 기획사 아이돌처럼 ‘훈훈한 외모’에 래퍼에 걸맞은 반항적인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랩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스윙스는 대놓고 “회사가 있냐”며 묻고는 없다고 하자 “자신과 얘기하자”고 그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등래퍼(사진출처:Mnet)'

하지만 <고등래퍼>에 출연한 장용준은 그 첫 출연이 마지막 출연이 되었다. 그가 출연한 후 과거 그가 SNS에 올린 글들이 문제가 되었다. 마치 조건만남을 연상하는 듯한 트윗에 그에 대한 관심만큼 논란은 커졌고 여기에 그가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안은 일파만파의 양상으로 번져나갔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표창원 의원과의 한바탕 소동이 화제가 된 바 있고, 그로 인해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동은 그에게는 오히려 좋은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JTBC <썰전>에 표창원 의원과 함께 출연해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걸 보여줬고 청문회에서의 활약상을 통해 보수에도 인물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래퍼>에서 그의 아들 장용준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 불똥은 장제원 의원에게도 그대로 튀었고 그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제 새로 창당한 바른정당으로까지 번져나갔다. 대중들은 마치 장제원 의원이 그간 미디어를 통해 보여준 좋은 이미지가 실체가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는 듯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결국 정당에까지 불씨가 번져나가자 장제원 의원은 자신이 맡고 있는 당직에서 사퇴했고, 국민들과의 소통수단으로 활용하던 SNS를 폐쇄했다. 

장용준과 장제원 의원의 이 이야기는 물론 현재 인성문제에 얼마나 대중들이 민감해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단지 이 부자의 불운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인성문제가 민감한 사안으로 등장하는 만큼, 방송 같은 미디어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굉장히 좋게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동시에 모든 걸 한 순간에 잃게 만들만큼 추락시킬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사태는 보여줬다. 

사실 <고등래퍼> 측은 문제가 이렇게 비화될지 몰랐을 것이다. 장용준이 장제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오히려 장용준에게도 또 <고등래퍼>에도 좋은 홍보의 기회가 될 것이라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목은 오히려 ‘홍보의 역류’를 만들었다. 굳이 주목받지 않았다면 장용준의 과거 SNS 역시 드러나지 않았을 사안이다. 또 장제원 의원이 최근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는 인물이 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비판은 피할 수 없었겠지만.

방송 역시 때론 일정 부분의 노이즈를 가져가는 것이 오히려 프로그램 홍보에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등래퍼>에서 첫 회에 대놓고 약간의 노이즈로 활용된 건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이었다. 금수저 래퍼라는 식으로 프로그램은 노이즈를 깔아놓고 말미에 그를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노이즈는 그들이 예상치 못한 장용준에게서 불거졌다. 

이런 노이즈는, 물론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충분한 효과를 만들었지만, 너무 큰 파장으로 인해 프로그램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치 여기 출연하는 래퍼들이 다 비슷비슷한 부류인 것처럼 치부되어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장제원 의원도 그의 아들 장용준도 또 <고등래퍼> 프로그램 제작진도 모두 미디어의 힘을 알고 있고 이것을 제대로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때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걸 전략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만일 미디어의 힘에 의해 노출되어 주목받게 된다고 해도 부정적인 어떤 과거사 하나만으로도 ‘홍보의 역류’가 일어난다는 걸 보여줬다. 미디어를 통해 힘을 얻고자하는 이들은 이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바르다’는 표현을 애써 갖다 붙인다고 해도 실체가 바르지 않다면 오히려 역풍은 더 거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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