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6>,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 무슨 의미 있나

 

임도혁은 <슈퍼스타K6>에서 단연 주목받는 참가자다. 그가 이 프로그램의 첫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이나 가능성은 이미 어느 정도 입증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그에게 난데없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슈퍼스타K6(사진출처:Mnet)'

알고 보니 대형기획사 소속의 가이드보컬이었다.” “처음이라고 했지만 타 방송사의 오디션 출연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슈퍼스타K6>제작진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가 가이드 보컬을 한 적은 있지만 대형기획사에 소속되었거나 대형기획사에서 활동했었다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 또 방송에서 처음이라고 말한 것은 오디션이 처음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실력도 인정받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는 취지였다는 것.

 

제작진은 굳이 해명까지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사안이 해명까지 요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슈퍼스타K>는 지금껏 순전히 아마추어들의 무대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미 가수로 데뷔했던 이들이나 음반을 내고 활동했던 이들에게도 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언제든지 부여해왔다. 이번 <슈퍼스타K6>의 톱11에 들어있는 이해나도 키스 앤 크라이라는 그룹 활동을 했던 출연자다.

 

즉 프로냐 아마추어냐는 구분은 <슈퍼스타K>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슈퍼스타K>는 실력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 모두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심지어 가수 데뷔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거나, 과거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가수들에게도 <슈퍼스타K>의 무대는 열려 있다.

 

이승철이 가끔씩 아마추어 같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표현적인 의미일 뿐이지 실제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직 정제가 되지 않았다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할 때 쓰는 하나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사실 최근 들어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이다. 심지어 아마추어리즘이 프로보다 더 각광받고 그걸 통해 성공하는 모습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악동뮤지션은 프로 같지 않아서 오히려 더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그렇다면 악동뮤지션은 아마추어일까 프로일까.

 

프로를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면 악동뮤지션은 분명 프로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이 갖고 있는 음악적 자산이 프로의 규정된 틀에서는 좀체 나오기 힘든 아마추어리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것은 또한 아마추어리즘이 프로에 열등하다는 통념을 깨버린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미션을 통해 나온 콜라보레이션 같은 곡들은 다음날 음원차트에 올라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고 그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임도혁이 아르바이트로 가이드 보컬을 했거나 타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것이다. 과연 우리는 <슈퍼스타K6>가 아니었다면 임도혁이라는 괴물 보컬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것. 임도혁처럼 실력은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친구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건 그래서 어쩌면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의 본분이 아닐까.

 

얼음들이 떠올리는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운 아이들

 

아이들은 착하게도 끝까지 어른들의 통제에 따랐다. 하지만 그 어른들은 심장 따위는 없는 얼음들같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을 희생시켰다는 죄책감과 부채의식 때문인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지켜내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아프게도 떠올리게 만든다.

 

'악동뮤지션(사진출처:YG엔터테인먼트)'

<표적> 같은 영화를 봐도 먼저 비리로 얼룩진 무능한 공권력이 떠오르고, <엔젤아이즈> 같은 드라마를 보며 남녀 주인공의 멜로에 빠져들다가도 119소방대원들이 마주하는 긴급 재난과 응급 상황들에 덜컥 마음 한 구석이 내려앉는다.

 

<쓰리데이즈> 같은 스릴러 장르 드라마에서도 먼저 보이는 건 책임지는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심장이 뛴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준 모세의 기적에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유독 안타까웠던 골든타임이 떠오른다. 지금 이 땅의 어른들의 마음이 모두 이렇지 않을까. 일상을 살면서 겪는 모든 일들이 세월호와 거기서 희생된 아이들에 멈춰 있다.

 

이런 와중에 맞는 어린이날이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유독 간절할 수밖에 없다. 무심코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악동뮤지션의 얼음들이라는 노래가 마음 한 구석을 후벼 파는 건 그래서일 게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전에 발표된 이 곡을 세월호 참사와 관계 지어 이야기한다는 건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우연히 벌어진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토록 많은 사건 사고들 속에서도 여전히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변화하지도 않았던 어른들의 예고된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악동뮤지션이 어른들을 얼음들에 빗대 왜 그렇게 차가울까라고 질문하는 그 속에는 이미 변하지 않던 어른들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셈이다.

 

아이들조차 따뜻한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차가운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도 저 혼자 살아남겠다고 탈출한 선장과 일등항해사 같은 얼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저 학교에서도 오로지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식의 입시지옥 속에 아이들을 밀어 넣고 있지 않았던가. 아이들은 얼음들이 만들어낸 경쟁체제의 시스템 속에서 늘 관리대상이었지 따뜻한 생명의 존재들이 아니었다.

 

얼음들이 녹아지면 조금 더 따뜻한 노래가 나올 텐데. 얼음들은 왜 그렇게 차가울까. 차가울까요.’ 악동뮤지션이 아이의 순수한 목소리로 얼음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심지어 준엄하게까지 다가온다. 배가 침몰하는 그 순간까지 천진함을 잃지 않았던 아이들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선생님을 걱정하던 그 목소리는 더 쟁쟁하게 귓전에 울린다. 아이들은 그 때조차도 끝까지 어른들을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을 위한 온전한 세상이어야 할 날. 그러나 얼음들의 중대한 과오를 눈앞에서 목도한 지금은 우연히 듣는 노래 한 자락마저 어른들을 비통하게 만든다. 어른들이 서둘러 도망치는 순간 한 아이는 두려워하는 친구를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전해준 그 인간적인 따뜻함이 제발 얼음들을 녹여주기를. 유독 슬픈 어린이날이다.

<K팝스타2> 우승자 악동뮤지션의 크레센도 매력

 

“매력 있어- 내가 반하겠어-”하고 부를 때부터 대중들은 어쩌면 악동뮤지션의 매력에 반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다리 꼬지’ 말라며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도발하더니, ‘매력 있어’를 부를 때는 절로 꼰 다리도 풀려질 만큼의 매력을 발산했다. 사실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그 형식 자체의 흥미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악동뮤지션은 그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오디션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몽골에서 홈스쿨링 하던 남매. 그들이 들려준 음악의 세계는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거기에는 그들만의 언어로 채워진 톡톡 튀는 가사의 맛이 있었고, 그 가사에 음률을 더해주는 어쿠스틱하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노래와 멜로디가 있었다. 무엇보다 기성가수들을 흉내 내지 않고 독자적인 자기들만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 과감함은 대중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악동뮤지션의 매력은 기상천외한 발상에서 나오지만 그것은 그저 치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들의 진정성을 담아낸다는 데서 놀라움을 준다. ‘라면인건가’ 같은 곡은 “날마다 찬장을 열어보면 어제 먹고 남은 반 쪼가리 라면인건가”로 가볍게 자신의 답답한 하루하루를 토로하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TV에 비추는 내 모습은 점점 비만이 돼 가. 나의 미래가 being like 띵띵 불어버린 라면인건가”로 이어지며 자신의 삶을 라면에 빗대는 놀라운 확장을 보여주었다.

 

지금껏 가요계에서 라면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빗대 자신의 인생을 얘기하는 곡은 꽤 많았지만 이처럼 재기발랄한 곡은 아마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결코 유치하지 않은 건 심사위원들이 천재적이라고 말할 만한 일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악동뮤지션의 음악이 박진영이 수없이 얘기한 ‘어깨에 힘 빼기’를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수행하기 때문일 게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툭 던지지만 거기에는 그들 특유의 재치가 듣는 이를 감탄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른 자작곡이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는 건 달라진 가요계의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악동뮤지션 같은 가요계의 외계 존재에 대해 대중들이 얼마나 갈급했던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늘 판에 박힌 듯한 곡들에 어디서 봤던 것 같은 섹시함을 강조하는 춤동작들에 질려하다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강남스타일’의 말춤에 기분 좋은 뒤통수를 맞았던 것처럼, 늘 비슷한 곡들의 리메이크로 가득 했던 오디션에 지쳐가던 대중들에게 악동뮤지션의 자작곡들은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심지어 악동뮤지션은 기성곡들의 리메이크에서도 완전히 다른 해석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해주기도 했다. ‘Officially missing you’ 같은 곡은 악동뮤지션에 의해 오디션 과정에서 그들이 겪은 경험으로 재해석되면서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곡으로 탄생했다. “가는 길이 같아 서로 더 깊어지는 맘 일이 잘 안 풀려도 발 뻗고 기뻐 자는 밤. 방을 채우던 온기를 몰아낸 외로운 공기 옹기종기 모여 부르던 노래의 향기” 이런 라임이 살아있는 진정성 있는 가사가 더해지자 노래가 주는 감동도 커질 수밖에.

 

‘외국인의 고백’은 외국어가 많이 들어가는 우리네 가요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아예 외국인이라는 설정으로 발상의 전환을 함으로써 오히려 그 외국어의 맛을 즐기게 만든 놀라운 곡이다. “당신은 Good이에요 당신은 Great해요 당신은 Amazing Marvellous Excellent Awesome Attractive한 그댈 보면 난 Qurious해” 달리 들으면 외국어가 남발되는 곡들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곡은 악동뮤지션의 음악세계가 기성가요계를 어떻게 간단하면서도 발랄하게 뒤집는가를 잘 보여준다.

 

“모두가 날 알아보도록 Crescendo. 날 알아듣도록 Crescendo.” 악동뮤지션은 자신들이 부른 ‘Crescendo’처럼 그 매력을 점점 세게 높게 끌어올렸다. 순수하지만 유치하지 않게, 일상이지만 인생을 담으며, 늘 듣던 곡도 자신들만의 진정성을 담아 새롭게 만들어낸 악동뮤지션의 일련의 곡들은 그것이 오디션 곡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파장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악동뮤지션에게는 어쩌면 <K팝스타2>라는 무대가 자신들의 온전한 앨범 하나를 발표하는 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K팝스타2>에서의 무대보다 이제 가요계에서 보게 될 악동뮤지션의 무대를 더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무엇이 악동뮤지션과 방예담을 갈랐나

 

<K팝스타2>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두 팀을 고르라면 단연 악동뮤지션과 방예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 톱6가 결정되면서 이 두 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다음에서 진행된 누구의 무대가 제일 좋았느냐는 투표에서 악동뮤지션의 ‘크레센도’는 무려 71.5%가 지지해 1등을 차지한 반면, 방예담의 ‘I do'는 2.5%로 꼴찌로 랭크된 것. 물론 포털의 투표가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대중들의 마음을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실제로 톱6 결정전에서 방예담은 그다지 좋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음정은 떨렸고, 어딘지 자신 없는 듯한 목소리와 몸짓은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실 대중들은 이전부터 방예담에게 쏟아지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대중들이 TV로 보기에는 예쁜 목소리와 가능성을 가진 아이의 무대 정도라고 생각했던 데 반해, 심사위원들은 방예담의 무대만 보면 놀랍다는 표정을 연실 보여주었고, “천재” 심지어 “무섭다”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에 대한 반응은 또 대중들과 심사위원이 정반대였다. 심사위원은 연거푸 대중성 부족을 들어가며 악동뮤지션의 부족한 면을 지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중성의 장본인인 대중들은 투표를 통해 악동뮤지션을 지지했고, 또 자작곡이 발표(?)될 때마다 음원 차트 1위에 올라가게 만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보여주면 오히려 투표가 집중되는)이 있고 제작진이 어떤 운용의 묘를 발휘했다고 해도 악동뮤지션의 노래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무엇이 방예담과 악동뮤지션의 희비쌍곡선을 만들었던 것일까. 이 사례에서 보여지는 건 이른바 ‘칭찬의 역효과’라는 교육이론의 한 대목이다. ‘칭찬의 역효과’란 아이들(성인도 포함된다)에게 하는 칭찬이라는 것이 거꾸로 아이들에게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만들고, 또 과정 그 자체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게 만듦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가 된다는 이론이다. 한 마디로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는 바로 그 칭찬에 집착하게 되어 의존적이 되고, 더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칭찬받을 수 있는 쉬운 시도만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

 

이 ‘칭찬의 역효과’를 통해 바라보면 방예담에게 그토록 쏟아졌던 극찬 세례는 사실상 그를 성장시켜주기보다는 오히려 가능성을 제한시켜버린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부담감은 점점 커졌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칭찬만 받던 아이가 비판을 받았을 때는 그 상처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악동뮤지션에게 유독 냉철했던 심사평들은 거꾸로 이들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켰을 수 있다.

 

이렇게 ‘칭찬의 역효과’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앤드류 최가 어떻게 점점 안정적이고 꾸준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는지가 보인다. 양현석이 얘기한 것처럼 앤드류 최는 사실상 그다지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고, 적절히 받는 심사위원들의 조언들은 그대로 앤드류 최에게는 뼈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이다. 앤드류 최는 대단히 감미로운 목소리에 절정의 가창력, 게다가 풍부한 음악 경험까지 갖춘 <K팝스타2>의 무시 못 할 우승후보로 올라선 것이 사실이다.

 

흔히들 교육에 있어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사람은 당나귀가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조직관리라는 어찌 보면 비인간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칭찬보다 중요한 건 진심어린 조언이다. 특히 방예담이나 악동뮤지션처럼 어린 친구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칭찬이 주는 달콤함(사실상 기대감과 부담감을 만드는)보다 진심어린 조언이 주는 자존감(구체적으로 어떤 걸 더 보완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아이돌보다 뮤지션, 악동뮤지션의 가능성

 

버스커버스커가 대단하다는 것은 다가오는 새 봄에 즈음해 작년 그들이 낸 ‘벚꽃엔딩’이나 ‘여수 밤바다’ 같은 노래를 다시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일 년 전의 감성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르는 버스커버스커의 곡은 그래서 지나가면 잊혀져버리는 트렌디한 아이돌 노래와는 다른 면모가 있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오디션 프로그램이 낳은 스타,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인기는 더 좋은 가수, 오디션에 나오기 전부터 이미 준비된(자작곡이 충분했던) 신인, 무엇보다 아이돌 보다는 뮤지션에 가깝다는 점. 이런 버스커버스커가 갖고 있던 특별한 면들과 거의 평행이론처럼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K팝스타2>의 악동뮤지션이다.

 

버스커버스커가 그랬던 것처럼 악동뮤지션도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다. 오디션이란 것이 결국에는 트레이닝을 전제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커버스커나 악동뮤지션은 모두 트레이닝이라는 말이 무색한 팀이다. 바로 이런 괴리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이들의 평가에 있어서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버스커버스커가 <슈퍼스타K>의 본선 무대에 본래는 오르지 못했던 팀이라는 건 그래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여곡절 끝에 본선에 들어왔지만 결국 대중들의 선택을 받은 이들은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창력 중심으로 흐르던 것에서 끼나 개성,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보게 되는 새로운 물꼬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악동뮤지션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가와 대중들의 생각이 상반되게 나타나곤 하는 것도 바로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과 어울리지 않는 완전체이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인 양현석이 “악동뮤지션은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다. 우리는 연습실과 밥만 제공하겠다. 자작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만 달라.”고 한 말은 그저 상찬에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다. 악동뮤지션은 독자적인 자기만의 음악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팀이다. 그러니 이 오디션과 어울리지 않는 팀에게 심사위원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진다.

 

버스커버스커가 아무런 소속사 없이도 작년 한 해 대단한 성과를 냈다는 것은 오디션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 자체로 기획사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SM, YG, JYP 같은 국내의 거대기획사들이 악동뮤지션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그래서 놀라움도 있지만 불편함도 존재하는 셈이다. 물론 바로 이런 완전체들의 등장 덕분에 이제 기획사들도 트레이닝보다는 프로듀싱과 매니지먼트에 더 집중하는 경향도 만들어지고 있다.

 

악동뮤지션이 생방송 무대에서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문자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대중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으로서의 흥행을 위한 의도적인 포석일 수도 있다. 그토록 심사위원들이 혹평을 하면 할수록 악동뮤지션을 지지하는 이들은 더 결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요차트 1위에 몇 곡을 올려놓았고, 그들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몇 백만 뷰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게다가 이미 본선에 오르기 전부터 광고에도 출연한 악동뮤지션은 사실상 오디션 프로그램의 틀을 훌쩍 넘어서 있는 존재들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그들이 우승을 하건 중도에 탈락하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버스커버스커가 그랬던 것처럼 악동뮤지션도 이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그들이 ‘뮤지션’을 굳이 넣어 단 ‘악동뮤지션’이라는 팀명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 악동뮤지션에게 중요한 것은 오디션의 당락이 아니라 이 오디션이 끝나고 그 관심이 끊어지기 전에 자기들만의 색깔을 제대로 대중적으로 엮을 수 있는 음원을 발표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지속 가능한 가수의 길을 확장해 나가는 것. 이것이 이미 오디션의 틀을 넘어서버린 악동뮤지션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저 봄날이 다가올수록 새삼 달리 들리는 주옥같은 노래들을 대중들에게 선사한 버스커버스커가 그랬던 것처럼.

점점 어려지고, 빨라지는 스타탄생

 

저스틴 비버의 'Baby'로 직접 짠 안무와 랩을 새롭게 시도한 방예담의 오디션 영상은 방송 직후 15시간만에 100만뷰를 돌파했다. 방예담과 같은 조에서 경쟁했던 악동뮤지션은 안타깝게도 조 2위에 머물러 생방송 진출을 단번에 이루지 못했지만, 이것은 역시 과정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오디션 무대에서 발표(?)한 음원들이 모두 차트 상위에 오른 악동뮤지션은 이미 오디션 참가자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음악적 세계와 스타일을 갖춘 악동뮤지션에게 혹평이 나온 것은 그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 기대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사실 지금까지 탈락하지 않고 올라온 <K팝스타>의 참가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만들어진 상태다. 이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결성된 라쿤보이즈,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화제가 되었던 신지훈, 독특한 감성과 필로 심사위원들을 그 매력에 빠뜨린 최예근 같은 참가자들 역시 그 영상이 100만뷰를 돌파한 바 있다. <K팝스타>라는 방송이 가진 힘과 거기에 얹어진 어린 참가자들의 놀라운 음악적 가능성, 그리고 여기에 기획사 3사의 트레이닝이 삼박자를 이루어 만들어낸 사건이다.

 

어쩌면 이 삼박자란 기존 기획사들이 가수들을 발굴하고 스타를 만들어내는 그 익숙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독특한 음악적 가능성을 갖춘 예비 가수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트레이닝을 시킨 후 데뷔와 함께 방송의 힘을 덧붙이는 것. 하지만 이건 엄연히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지 신인가수의 데뷔무대가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웬만한 신인가수들보다 더 빨리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오디션 무대는 그 자체로 신인들의 데뷔무대가 되고 있는 인상이다.

 

과거 <슈퍼스타K>가 처음으로 서인국을 우승자로 뽑아놓고도 그가 가수로서 대중들에게 인지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것은 <슈퍼스타K2>에서 그 어느 때보다 대중들을 열광시켰던 허각과 존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그 후 음악활동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획사에 소속되고 트레이닝 받고 음반을 내고... <슈퍼스타K2>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음악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강승윤은 오디션과 실제 가요데뷔 사이에 놓여진 간극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작곡한 ‘강북멋쟁이’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현재 방송의 힘을 극대화하기 마련인 오디션 프로그램 그 자체가 데뷔무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오디션의 과정 그 자체가 신곡 발표의 장이 되고 있는 악동뮤지션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오디션을 통해 그 짧은 기간에도 놀라운 음악적 성장을 보여준 방예담 역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변화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능성을 발굴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 자체가 가수인 무대가 연출되고 있다는 것.

 

<K팝스타>가 스웨그(Swag)를 외칠 때부터 이런 변화는 감지되었다. 독특한 개성과 끼라는 것은 이제 다듬어지지 않았다 하더라고 그 자체가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대중들이 ‘만들어진 스타’보다는 본래 그가 가진 것으로 ‘이미 스타’인 이들을 더 발견하고 싶은 욕망이 들어 있다. <K팝스타>는 만들기보다는 발견하려고 했고, 그 발견은 이제 그 자체로 가수 데뷔와 동의어가 되어가고 있다. 오디션은 따라서 그 자체로 데뷔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유리해진 건 기성 가요계에 ‘손이 타지 않은’ 끼와 개성의 소유자들이다. 따라서 악동뮤지션이나 방예담처럼 주목받는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은 바로 그 트레이닝이라는 인위적 손길을 거의 거치지 않은 개성 덩어리들을 거기서 만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만이 갖고 있는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고 기획사 3사는 그 개성을 어떤 틀에 넣기보다는 그 자체로 극대화시키고 살려내는 작업을 해주며 방송사는 그것을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점점 더 어려지고, 또 그들의 데뷔 과정이 점점 더 빨라지는 건 이제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대중들에게 이미 익숙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은 이제 결과의 우승자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자신들의 감성을 건드린 누군가를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노래가 좋다면 기꺼이 음원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버스커버스커는 작년 한 해 가요계의 파란을 일으킨 인물들이지만, 정작 <슈퍼스타K3>에서는 톱10에도 들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물론 그는 2위를 차지했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데뷔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방송이 만들어내는 서바이벌 경쟁의 강한 스토리텔링 위에 꾸며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매력인 친구들이 매 회 등장해 노래를 발표한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만들어낸 변화지만 <K팝스타2>는 그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이제 기획사들이 발굴해 트레이닝시켜 방송에 내보내는 과정은 너무 구식이 되어버렸다. 이제 오디션은 기획사가 방송사와 함께 그 과정을 통해 트레이닝하고 방송에 데뷔시키는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

<위탄3>가 <K팝스타2>에 배워야할 점

 

실력 있는 출연자들은 과거 그 어떤 시즌보다 많아졌는데, 왜 시청률은 갈수록 추락하는 걸까.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시청률은 9%대를 유지하다가 합동미션을 했던 9회에서 10.4%로 정점을 찍은 후 멘토와 멘티가 만나는 11회부터 급추락하기 시작해 급기야 6.4%(agb닐슨)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17% 시청률로 금요 예능을 평정한 <정글의 법칙>은 차치하고라도 심지어 8.4%를 기록한 <VJ특공대>보다도 낮은 수치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정글의 법칙>이 가진 힘 때문이다. 김병만이 아마존에서 다시 이끄는 <정글의 법칙>이 첫 방송된 12월28일 <위탄3>의 시청률은 10%에서 7.9%로 뚝 떨어졌다. 이 날 <정글의 법칙>은 첫 회에 가뿐하게 14.5%를 찍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VJ특공대>보다 시청률이 낮은 건 좀 과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위탄3>에도 어떤 시청률 하락의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이번 <위탄3>에서는 실력자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일찌감치 리틀 임재범으로 주목받은 한동근, 독특한 흑인 감성을 가진 양성애, 특유의 그루브감으로 멘토들을 흥겹게 만들었던 나경원,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전하민 등등...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든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들이 예선과 본선을 치를 때만 해도 이번 <위탄3>가 그 어느 때와 달리 성공적일 거라는 기대감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를 거듭될수록 그 기대감이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많은 가능성과 기대를 갖게 만들었던 실력자들이 점점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초반에 한동근 한 인물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참가자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 다양한 개성들의 소유자들이었던 만큼 그 개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연출과 편집이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콜라보 미션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게 사실이다. 경쟁자들이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노래 속에서 하모니를 맞추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위탄3>의 콜라보 미션은 물론 절정의 하모니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지만 그 속에서 개개인들의 개성은 많이 묻혀버렸다. 심지어 그토록 초반에 공을 들였던 한동근에 대한 기대감마저 살짝 줄어든 감이 있다.

 

이렇게 참가자들이 점점 주목되지 못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좋은 기량의 참가자들이 나오다 보니 몇몇 인물들에 집중시키지 못한 것이다. 과거 시즌에서는 예선부터 대충 누가 마지막까지 갈 것인가를 점칠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은 멘토링 과정에 들어가서도 누가 올라가고 떨어질 지가 오리무중이다. 그만큼 실력차이가 확연하지 않거나 실력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다양성을 갖췄다는 뜻이다. 이것은 분명 큰 장점이지만 제대로 연출해내지 못하면 집중이 어려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줄어든 방송분량이다. 물론 방송분량이 많다고 해서 참가자들의 면면이 더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즉 과거 시즌에는 그다지 실력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분량이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너무 질질 끈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은 정반대다. 실력자들은 많은데 방송분량이 대폭 줄다보니 이들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내지 못하고 그저 방송이 흘러가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그렇다고 멘토링 과정이 길게 들어가는 것이 유리했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위탄>에서 멘토제는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지만, 그 과정은 이제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하게 되었다. 한 회를 한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로 가득 채우다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풍성한 노래들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몇 곡의 노래와 거기에 얽힌 이야기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에 익숙해진 대중들은 이야기보다는 노래를 듣고 싶어 이 형태의 프로그램을 찾는 경향이 생겼다. 결국 <위탄>의 멘토제는 멘토들이 전면에 나오고 멘티들과 노래는 뒤로 묻혀지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차라리 멘토링 과정을 너무 길게 반복하기보다는, 더 많은 노래와 가능성을 보여줘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확실히 만들어낼 수 있는 이전 단계의 미션들이 더 많은 방송분량을 차지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위탄3>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많은 매력적인 실력자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써 점점 평이해진 오디션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 몇 번 출연한 것만으로도 이미 기성가수들을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K팝스타2>의 악동뮤지션을 떠올려보라. 이야기나 참가자의 뒷얘기는 거의 배제한 채 오로지 음악과 참가자들의 매력에만 집중하는 <K팝스타2>의 연출을 <위탄3>는 이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송콘텐츠의 힘과 아티스트에 대한 주목

 

방송콘텐츠의 힘이 갈수록 커져간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음원차트다.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가 1년2개월만에 소녀시대가 새로 발표한 신곡 ‘I got a boy'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고, 유재석이 부른 ‘메뚜기 월드’는 5위, 길성준이 부른 ‘엄마를 닮았네’는 10위에 각각 올랐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를 두고 <무한도전>이 음원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저 이벤트로 만들어진 음악이 1년여를 준비해서 내 논 음반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한 기획사들의 허탈감이 묻어나는 얘기다. 물론 너무 오버할 필요는 없다. 그저 박명수의 꿈에 대한 도전을 통해 그 도전의 가치를 담으려는 기획의도가 있었을 뿐이다. 수익 전부를 좋은 일에 쓰겠다는 <무한도전>의 선의를 굳이 왜곡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번 논란이 보여주고 있는 가요계의 달라진 환경과 그 환경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방송콘텐츠의 힘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강북멋쟁이’의 음악적 가치에 대한 논란에 갑작스레 등장한 소녀시대가 내놓은 ‘I got a boy'에 대한 비교에는 현 아이돌 시장의 위기감이 사뭇 느껴진다.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 속에서 아이돌 그룹은 점점 힘든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가요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이제 가수 개개인의 아티스틱한 면모를 찾게 되었다. 작년 가요계에서 주목받은 버스커버스커와 싸이는 바로 그 대중들의 달라진 취향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대중들은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져 보이는 아이돌 그룹에서 아티스트적인 면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아티스트적인 면모란 차별화된 음악성, 독특한 목소리 혹은 창법의 개성, 음악에 분위기를 부여하는 스타일 등이 모두 겹쳐져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면모는 개개인을 자세히 바라볼 때 발견될 수 있다. 그룹은 그 자체로 이 발견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뿐이다.

 

물론 대중의 취향이라는 것이 언제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지만 바로 이런 음악가적인 면모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사들이 지금껏 가수들과 음악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발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작년 YG가 우연히 발견한 싸이 열풍은 이제 앞으로 기획사들의 변화를 만들어낼 공산이 크다. 심지어 아이돌에게서도 아티스트적인 면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기획사가 기존처럼 가수들을 퍼포먼서에 머물게 하는 건 자칫 시대착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스타2>에서 YG의 양현석 대표는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의 피로감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K팝스타2>가 발굴한 악동뮤지션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양현석이 악동뮤지션을 캐스팅하면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악동뮤지션은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다. 우리는 연습실과 밥만 제공하겠다. 자작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만 달라.” 이 말은 만들기보다는 이미 본인들이 갖고 있는 개성과 끼와 음악성을 그저 극대화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겠다는 얘기다. 양현석은 악동뮤지션을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요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본 것이다.

 

<K팝스타2>가 발굴한 악동뮤지션이 오디션 무대에서 부른 곡들(‘다리 꼬지마’와 ‘매력 있어’)은 일찌감치 음원시장 1위를 차지함으로써 현 대중들의 달라진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거기에는 자작곡의 매력으로 대중들을 움직이는 아티스트가 있었고 그것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방송 콘텐츠의 힘이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만든 일련의 곡들의 가치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이 곡들이 지금의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면은 분명히 있다고 여겨진다. 어쨌든 그것이 박명수와 <무한도전> 멤버들이 함께 만든 곡이라는 점이고(개성은 분명히 있다) 그 곡이 <무한도전>이라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방송 콘텐츠로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박명수의 곡들과 소녀시대가 발표한 신곡의 퀄리티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번 ‘어떤 가요’에 나온 곡들은 이전 <무한도전>이 해왔던 일련의 가요제 곡들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의 곡들은 전문가들이 붙어서 함께 만든 곡들이라 노래의 퀄리티가 분명 있었지만 이번 곡은 어쨌든 초보 작곡가의 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원차트의 ‘강북멋쟁이’와 ‘I got a boy'의 순위를 질적인 가치 차이로 보는 건 넌센스다. 다만 이 차트의 순위가 말해주는 건 질적 차이가 아니라 작금의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이다. 따라서 이 순위를 가지고 단순 비교해 굳이 기획사에서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차트가 말해주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가요계는 만들던 시대에서 발견하는 시대로, 또 음원만큼 다양한 스토리 콘텐츠가 중요해진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K팝스타2>, 대중들의 기대 채워준 까닭

 

<K팝스타2>의 첫 무대는 약 1660만 조회수를 기록한 자타공인 유튜브 스타 제니석의 탈락이었다. 지난 시즌1의 top10이 이구동성으로 우승후보로 지목한 인물. 하지만 그녀의 노래에 대해서 박진영은 “노래로는 스킬이나 테크닉이 부족한 게 아니”지만, “자기만의 색깔? 자기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려는 그 느낌”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K팝스타2>가 다른 오디션과 다른 점을 말했다. “노래를 못하더라도 자기만의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걸 우리가 보고 나머지는 저희가 힘을 합쳐서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게 다른 오디션 프로와 다른 점이에요.”

 

'K팝스타'(사진출처:SBS)

양현석 역시 제니석이 노래는 너무 잘하지만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똑같다”며 기승전결이 없어 지루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그 역시 제니석의 노래가 “아마도 유튜브 스타일일지는 모르겠지만 K팝스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두 번째 나온 김우진 역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경력을 가졌지만 “너무 일관적으로 단순한 창법”이고 “너무 노래를 하려고 하는 꾸밈”이 있으며 심지어 “노래대회를 나가다 보니까 노래대회용 노래를 부르게 된 것 같다”는 혹평을 듣고는 탈락했다.

 

백아연과 비슷한 음색을 가진 문희원, 아델 노래를 부른 한상희, 허스키하고 소울풀한 목소리를 가진 김명주는 모두 지난 시즌 top3(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와 비교되면서 탈락하게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 보아는 탈락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너무 시즌1 top3와 비교해서 참가자들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찾는 건 제2의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이 아니에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그래서 그 색깔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을 찾느라 조금 많이 탈락하신 거 같아요.”

 

<K팝스타2>가 처음 보여준 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타의 오디션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이다. 심사위원들이 제니석이 탈락할 때 일관적으로 얘기한 것처럼 <K팝스타>는 가창력만 좋은 가수를 뽑는 오디션이 아니다. 노래는 좀 못해도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원석을 찾는 게 <K팝스타>만의 다른 점이라는 것. 이것은 작금의 오디션 난립의 환경 속에서 <K팝스타>가 정확히 읽어낸 대중들의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이제 가창력에 지쳐버렸다. 기성가수들에게도 찾아볼 수 없는 무언가 색다르고 개성적인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찾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대중들이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에 원하는 것이라는 걸, <K팝스타2>는 정확히 읽은 것이다.

 

여기에 <K팝스타2>는 시즌1과의 선도 확실히 그어버렸다.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으로 기억되는 시즌1. 하지만 그들과 비슷한 창법이나 스타일을 가진 참가자들은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들 역시 시즌1을 경험한 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아니 이게 애매한 게 뭐냐면 시즌1때는 그게 충격적이었고 신선했는데 시즌2때는 우리도 눈이 높아져 버리니까 어려워.” 보아가 끝없는 탈락의 연속 속에서 넋두리처럼 던진 이 말 속에는 대중정서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시즌1보다 높아진 눈은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심사위원과 대중의 눈높이가 맞춰지는 이 부분에서 시즌2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열린다.

 

그리고 이어서 보여준 무대들은 그 기대감이 어떻게 실제 참가자들을 통해 보여지는가 하는 점들이다. 싸이의 <챔피언>을 독특한 리듬으로 편곡해서 율동까지 섞어 부른 메롱 소녀 최예근, 박진영을 좋아한다는 감정전달이 뛰어난 감성적인 발라드의 최영수, 파워풀한 보이스에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겸비한 곰돌이 푸를 닮은 소울 보컬 윤주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첫 방송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던 남매 천재 어쿠스틱 듀오 악동뮤지션(이수현, 이찬혁). 특히 노래가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것인가를 알려준 악동뮤지션의 자작곡 <다리꼬지마>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양현석은 악동뮤지션의 노래를 빌어서 이렇게 표현했다. “정형화된 가수들을 대중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난립한 오디션 프로그램들 속에서 오디션 트렌드는 한 물 갔다는 통념을 깨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매력과 개성을 먼저 찾는 <K팝스타2>는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새로운 기대감을 다시 채워주었다. <K팝스타2>는 확실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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