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안나 (3)
주간 정덕현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가 담은 리플리 증후군의 변주 유미(수지)는 맨발로 23층까지 비상계단을 걸어 오른다. 처음에는 하이힐을 신고 올랐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고 23층을 오르는 건 힘든 일이다. 결국 하이힐을 벗었고 맨발로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럭셔리한 최고급 아파트에서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굳이 비상계단을 걸어 오르게 된 건 그 곳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현주(정은채) 때문이다. 과거 마레 컬렉션에서 일할 때 그는 현주의 개인 수행비서나 다름없었다. 현주는 자신은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어떤 세계에 사는 사람이었고 자신은 그들이 주는 갖은 모욕과 수모 속에서도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 말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꾹꾹 눌러 참고 또 참던 유미는 결국 폭발했고, 현..
‘안나’, 수지의 천연덕스런 거짓 연기가 좋다 “항상 그랬어요. 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는 유미(수지)의 다소 역설적인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하다. 이 내레이션이 역설적이라는 건 바로 이어지는 차량 사고(혹은 사건)으로 드러난다. 거대한 기둥을 받아버린 차가 위태롭게 연기를 뿜어대고 힘겹게 열린 문에서 유미가 피를 흘린 채 내린다. 유미는 스카프를 풀어 백에 얹고 불을 붙여 차량 안으로 집어던진 채 걸어간다. 그러면서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이 첫 시퀀스는 앞으로 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를 말해준다. 항상 마음먹은 건 다 한다는 유미의 말은 그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었고, 그..
, 디즈니왕국의 새로운 출사표 절치부심한 디즈니의 부활을 알리는 애니메이션 . 순식간에 7백만 관객을 넘어서버렸다. 마치 얼어붙어 있던 대중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녹여버린 듯하다. 사실 동화의 충실한 재현과 여전히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에 머물러 있는 듯 여겨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어딘지 유치하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으로 여기 저기 울려퍼지는 주제곡 ‘let it go’는 따뜻한 눈처럼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let it go’는 마치 그 동화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던 디즈니가 이제 ‘내버려두라’며 자신들이 본래 잘하던 것을 마음껏 펼쳐 보이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그래서 뭐든 얼어붙게 만드는 마법의 능력을 가진 엘사가 그 능력 때문에 동생 안나를 상처 입게 했다는 트라우마로 오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