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각각의 특집이 한 편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

매회 다른 특집들이 펼쳐지지만 최근 MBC <무한도전>을 보면 그 각각의 특집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느낌이다. ‘토토가3’가 17년 만에 H.O.T.를 위한 특별한 무대를 만들었을 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We are the future’ 커버댄스 무대를 준비했다. 하지만 공연 당일 무대에서 지나친 열정과 자만(?)으로 춤으로 추다 넘어져 자책하던 하하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바로 그 우연적 사건(?)이 이어지는 특집과 자연스런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게 됐다. 그것은 바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셀럽파이브와의 만남으로 이뤄진 특집이다. 송은이, 신봉선, 김영희, 김신영, 안영미가 그 멤버로, 일본 고등학교 댄스팀인 TDC의 칼군무를 재연하고, 노래에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화제가 된 인물들이 바로 셀럽파이브. H.O.T. 커버댄스를 준비했던 <무한도전> 멤버들과 셀럽파이브의 춤 대결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딱딱 떨어지는 칼군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이의 개그우먼들의 조합. 이 언발란스함이 주는 웃음은 셀럽파이브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지만, <무한도전>에서는 이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해줬다. 그건 역시 <무한도전>의 특성답게 이들이 얼마나 놀라운 도전을 했는가 하는 점과 숨은 노력을 포착해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놀랍게도 아이돌들이 한다는 1.5배속 노래에 맞춰 딱딱 맞는 춤을 추었고, 그 영상은 실제 1.5배속으로 돌린 장면과 거의 같았다. 게다가 심지어 중간에 음소거를 시키고 이어진 춤에서도 여전히 틀림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칼군무를 보여줬다. 이들이 얼마나 이 무대를 위해 노력을 했는가를 보여준 대목이었다. 

흥미로운 건 셀럽파이브에서 송은이를 ‘개그계의 안경선배’로 소개하고, 같은 멤버인 안영미를 “영미!”라고 부르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안의 화제로 자리 잡은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팀, 이른바 컬벤져스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을 위해 노력해온 <무한도전>에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는 점을 먼저 전제하고, 그간 동계스포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해왔던 일련의 도전들(컬링부터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을 끄집어내 보여줬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을 밑바탕 삼아 컬벤져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또 다른 특집을 예고했다. 컬벤져스와의 대결이 그것. 셀럽파이브의 ‘안경선배’ 송은이가 불렀던 “영미!”가 이제 진짜 그 장본인들의 출연으로 이어지는 대목이었다. <무한도전>에 살짝 얼굴을 보여주며 그 도전장을 받아들이는 컬벤져스의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토토가3’에서부터 ‘셀럽파이브’ 그리고 ‘컬벤져스’로까지 각각의 특집이 이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 건 그러나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노력’과 ‘도전’이라는 공통분모가 이 일련의 특집들 사이를 촘촘히 이어주고 있어서다. ‘토토가3’의 무대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던 H.O.T.와 <무한도전> 멤버들, 칼군무를 선보이기 위해 춤을 추고 또 추었던 ‘셀럽파이브’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경기를 위해 남다른 땀과 눈물을 흘렸을 컬벤져스들. 

각각의 이야기지만 ‘도전’이라는 코드 하나로 묶여지며 이어지는 특집들. 아마도 <무한도전>이 그 오랜 세월 무수한 아이템을 시도하면서도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던 건 바로 이런 연결고리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무한도전>에 팬들이 기대하는 점일 게다.(사진:MBC)

호스트보다 크루, ‘SNL’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 현우 편은 그 오프닝을 현우가 아닌 안영미가 열었다. 안영미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인 강경화를 패러디해 외모부 장관 안경화로 등장했다. 백색 단발머리에 트렁크를 끌고 들어오는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고 말투도 “- 하되 ~ 하도록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특유의 어법을 써,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SNL(사진출처:tvN)'

안영미가 강경화 패러디를 하게 된 건 팬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안영미가 강경화를 패러디했으면 좋겠다는 누리꾼들의 반응들이 나오자, [SNL 코리아]의 ‘미운우리프로듀스101’ 코너에도 ‘강시’라는 영어 잘하는 아이돌로 출연하게 된 것. ‘미운우리프로듀스101’은 이제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만큼 거기에 맞게 새로운 캐릭터들로 진용을 꾸렸다. 조국을 패러디한 고국, 장하성을 패러디한 장함성, 강경화를 패러디한 강시 등이 출연해 새로운 정국운영을 뽑혀진 아이돌의 가수활동으로 패러디한 것.

[SNL 코리아]는 최근 들어 호스트보다 크루들이 더 시선을 잡아끄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호스트들의 역할이 예전만큼 프로그램 전체를 장악하는 느낌이 덜해졌고, 대신 [SNL 코리아]의 고정코너들, 이를테면 ‘엄카운트다운’이나 ‘미운우리프로듀스101’ 같은 크루들이 매회 꾸미고 있는 코너들이 더 관객과 시청자들의 화제가 되었다. 

이번 회에서도 역시 압권은 ‘엄카운트다운’과 ‘미운우리프로듀스101’에 등장한 이세영이 패러디한 MB리였다. 최근 다시 전면적인 재검토 지시가 내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풍자가 담겼다. 녹조라떼가 되어버린 강물을 퍼서 마시다 뱉어버리는 MB리의 모습이나, 문재수가 데뷔곡으로 내놓은 ‘사대강’의 가사를 부르며 특히 ‘보’가 많이 들어간 라임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SNL 코리아]의 살아난 시사풍자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SNL 코리아]의 고전적인 코너들이라고 할 수 있는 ‘3분 남사친’ 같은 가벼운 코너들이 있고 이런 코너들은 대부분 호스트의 매력을 백 분 활용하는 것이지만, 이제 그 무게감은 시사풍자가 담긴 코너들로 옮겨가고 있다. 호스트보다 크루가 더 빛나게 된 건 시사풍자 소재들 속으로 들어온 넘쳐나는 패러디 캐릭터들 덕분이다. [SNL 코리아]는 대통령을 포함한 화제가 되고 있는 국내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김정은, 트럼프, 아베, 시진핑 등등 해외의 인사들까지 모두 패러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사실 이런 정치 소재의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풍자들을 호스트들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을 게다. 그래서 그 부담을 온전히 크루 쪽으로 지우게 하다 보니 호스트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면도 분명히 있다. 게다가 최근 호스트로 출연한 인물들, 이를테면 정혜성, 김예원, 현우 등은 물론 연기자로서 지금 주목받는 이들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그리 기대를 자아내게 하는 인물들은 아니다. 

이것은 [SNL 코리아]가 이제 크루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이 실질적인 이 프로그램의 힘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해진 건 역시 자유로워진 시사풍자의 분위기다. 시사풍자의 문이 열리자 넘쳐나는 패러디 캐릭터들이 생겨났고, 그들을 연기해내면서 크루들에 대한 집중도 높아지고 있다. 시사와 야한 농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내는 것으로 독특한 색을 만들어냈던 [SNL 코리아]. 그 본래의 맛이 되살려지고 있다는 증거다.

제작진 개념의 문제, 출연진 사과만으로 해결 안돼

 

tvN 예능 <SNL코리아>는 사과하는 날 또 논란이 터졌다. 마마무가 호스트로 출연해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하는 코너에서 엄앵란 분장을 하고 나온 정이랑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는 대목에서 벌어진 논란이다. 노래 가사 중에 들어있는 가슴이라는 대목을 부르며 나는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고 말한 것.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여성의 신체를 소재로 비하의 의미를 담아 놓은 코미디적 성격 자체도 문제지만, 엄앵란 씨가 지난해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려보면 해도 너무한 무개념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특정인을 패러디 대상으로 세워놓고 본인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럽고 슬플 수밖에 없는 사실을 웃음의 소재로 쓴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이건 마치 아파서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기는커녕 손가락질하며 웃음의 소재로 쓰는 일과 뭐가 다른가.

 

이것은 엄앵란 씨 개인이 치른 고통이 아니라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환우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무개념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본인이 유방함 판정을 받고 가슴 절제 수술을 받았다면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코미디랍시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본에 들어있는 듯 기다렸다는 듯이 거미 분장을 하고 나온 안영미가 가슴이 없다는 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한 대목도 지극히 부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여성의 가슴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이다. 따라서 이 부적절한 말은 일반 여성들에게조차 불쾌함과 불편함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거미의 남자친구를 의식한 듯, 조정석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지만, 그가 출연했던 <질투의 화신>이 남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이야기로 유방암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넓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장면이다. 개념과 무개념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

 

한 주 동안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셨을 많은 분들에게 <SNL코리아>를 대표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잘못된 행동이었고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잘못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 날 마침 <SNL코리아>는 신동엽이 대표해 SNS에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던 부적절한 영상에 대한 사과를 했다. 그의 말대로 그 문제는 이세영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 이 사과 방송이 있는 날 또 다시 터진 논란이다.

 

이번 논란 역시 물론 그걸 시연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이랑이나 안영미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결국 제작진이 대본을 만들고 크루들은 그걸 효과적으로 시연하는 것이 본인들의 역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의 방점은 제작진에게 찍힌다. 특히 어떤 콘텐츠든 개념의 문제는 그걸 애초에 짠 대본의 문제와 또 그걸 관리 감독하는 연출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논란이 터지자 <SNL코리아> 측은 곧바로 사과하고 재방송 분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조치 했다. tvN 관계자는 이번 시즌8 초반부터 정이랑 씨가 김앵란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생방송 코너에서도 엄앵란 씨의 개인사를 모르고, 노래 가사를 정이랑 씨 본인의 이야기에 빗대어 애드리브를 하다가 오해가 생겼다면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재방송 분에서는 해당 장면을 삭제 조치했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정 크루들이 나와서 고개를 조아리고 사과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이것이 결국 제작진의 개념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제작진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코미디를 그저 웃기는 것 그 이상으로 생각하며 누군가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웃음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사과한다고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한

부실 개그의 한민관, 분장 개그의 안영미

건드리면 툭 부러질 것 같은 개그맨 한민관의 부실해 보이는 몸은 그 자체가 개그의 강력한 소재다. ‘대포동 예술극단’은 남한 상황을 역으로 패러디 하는 북한인 역할로 한민관을 주목받게 해준 코너였다. 본격적인 불황의 실감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에 맞춰 나왔던 ‘로열 패밀리’에서 한민관은 거지 가장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가난을 달고 살지만 그 와중에도 허세에 가까운 당당함으로 웃음을 주는 모습은 한민관의 가난한(?) 외모와 그럼에도 꼿꼿한(?) 태도를 그대로 캐릭터화 했다.

바로 이 점은 한민관이 부실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한 동명의 코너에서 윤지후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된 이유다. 한민관이 패러디하는 ‘부실한 몸에도 도도함을 가진 윤지후’는 그 상반된 성격 때문에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처음에는 앙상한 몸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웃음을 주더니 이제는 아예 이동침대에 누워 출연하고, 온풍기에 오징어가 오그라들 듯 몸이 배배 꼬이는 다양한 부실 개그로 점점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봉숭아 학당’에서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를 외치는 매니저 역할 역시 이 부실한 몸 개그의 연장으로 읽을 수도 있다. 매니저라면 어딘지 연예인 지망생을 보호해줄 만큼 듬직해야 하는데, 이건 거꾸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몸이라니. 게다가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개그맨인 그가 명함을 던지는 인물들은 이미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연예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이것 역시 그의 몸 개그가 가진 역발상의 확장판으로 읽을 수 있겠다.

한민관 같은 개그맨들과 마찬가지로 개그우먼들에게 있어서도 자신의 몸을 개그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몸을 가진 개그우먼들은 그래서 박지선이 하듯, “참 쉽죠 잉”하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어찌 그게 그리 쉬운 일 일까마는). 그런 면에서 보면 안영미는 꽤 불리한 입장이다. 초창기에 강유미와 함께 나왔을 때 강유미의 포스(?)에 안영미가 밀려 보였던 것은 상대적으로 개그우먼답지 않은(?) 그 평범한 외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안영미는 분장을 선택함으로써 이 상황을 역전시켰다. ‘분장실의 강 선생님’은 코너명에서 알 수 있듯이 강유미를 중심으로 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안영미가 더 주목을 받는다. 물론 강유미도 여전히 큰 웃음을 주지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 망가졌을 때 그 효과가 두 배라는 것을 안영미는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그맨 분장실이라는 상황이다. 만일 이 상황이 설정되지 않고 그저 분장으로 망가진 몸을 보여주기만 했다면 안영미는 그만큼의 주목을 받기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 개그 코너지만 여자로서 골룸 분장을 한다는 것은 어떤 합당한 의미가 없다면 자칫 지나친 의욕으로만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그맨 분장실이 갖는 웃겨야 한다는 강박과, 그 강박 속에 긴장감을 주는 선후배 관계 속에서 안영미의 골룸 분장은 맥락을 갖는다. 아프다는 후배에게 “너 허락 받고 아팠어? 행복한 줄 알아 이것들아!”하고 던지는 안영미의 멘트는 웃음을 주면서도, 그 맥락의 처절함을 공감하게 만든다.

물론 한민관과 안영미는 이런 몸 개그가 아닌 스토리 텔링 개그에도 분명 능수능란한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불황을 맞이해 그들이 주목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 몸이 주는 처절한 공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민관의 부실 개그, 안영미의 분장 개그에 대한 주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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