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넷플릭스 도전, 월드스타도 가능해질까

공교롭게도 MBC 예능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유재석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건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범인은 바로 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해 촬영과 편집이 모두 끝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되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각국 언어로 자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오는 5월 공개되는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190여 개국 1억 1,700만 가입자에게 송출될 예정이다. 

<범인은 바로 너!>가 넷플릭스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런닝맨>을 만들었던 조효진 PD의 제안을 통해서였다. 조효진 PD가 넷플릭스 쪽에 아이템을 제안했고, 그 제안은 즉각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이 아이템에 반색한 건, 그 형식이 넷플릭스와 잘 맞아떨어지는데다, 방식 또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아무래도 전 세계를 상대로 하다보니 세계인 모두가 익숙할 수 있는 장르물들이 콘텐츠로 많이 포진되어 있다. 또 장르물들의 선호도가 압도적인 인기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김은희 작가의 <킹덤>처럼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투자를 원했던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범인은 바로 너!> 같은 장르적 색채를 가진 프로그램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런닝맨>에서 우리가 봐왔던 가상과 현실을 더한 ‘추리예능’의 성격을 갖고 있다.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세팅해놓은 가상 추리게임 속에 던져지고 그걸 실제로 풀어가는 모습을 웃음과 긴박감을 더해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이광수와 박민영, 안재욱, 김종민, 엑소 세훈, 구구단 김세정 등의 출연자들이 함께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신스틸러 배우들이 대거 게스트로 참여한다. 

이런 구도로 보면 이 프로그램이 <런닝맨>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유재석의 역할도 그 연장선이 아니냐는 의구심. 하지만 <범인은 바로 너!>는 <런닝맨>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100% 사전 제작되는 것이고, 10부작으로 완결성을 갖는 작품이기 때문에 리얼 예능처럼 보이면서도 한 편의 완성된 추리영화 같은 성격을 줄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1회의 첫 장면을 10회 마지막 장면으로 시작하는 방식은 이러한 완성도를 높인 사전 제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도 이 프로그램의 참여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남는 아쉬움은 완성도일 수밖에 없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 갈증을 충분히 채워줬다는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특히 이제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유재석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무한도전>이 종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미 13년 전에 만들어진 형식을 갖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현재의 트렌드 속에서 어떤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유재석은 그 남다른 캐릭터를 통해 지금껏 정상의 위치에 서 있는 예능인이다. 그는 지금의 트렌드인 리얼리티쇼보다는 자신의 캐릭터를 통한 도전을 통해 자기만의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범인은 바로 너!> 같은 보다 완성도 높은 캐릭터 기반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롤플레잉 게임처럼 캐릭터가 있고 세팅된 상황이 주어지지만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미션을 해결해가는 과정들은 모두가 리얼이다. 게임에 익숙한 현 세대들이라면 반색할만한 형식이다. 가상이지만 현실을 담는 이른바 ‘가상현실’의 시대에 잘 맞아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를 통한 월드와이드 전략 역시 유재석에게는 보다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에서 캐릭터쇼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너무 오래 비슷한 형식으로 반복되었기 때문에 지나간 트렌드처럼 보이는 것이지, 캐릭터쇼 자체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찰리 채플린은 지금도 그 캐릭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미스터 빈은 영국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어 있지 않은가. 아마도 유재석이 꿈꾸는 새로운 도전은 바로 그런 캐릭터일 것이다. 우리는 물론 외국에서도 기억될 수 있는.(사진:SBS)

<대박>의 전광렬, <옥중화>의 전광렬

 

전광렬은 아마도 요즘 가장 바쁜 연기자가 아닐까.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두 편의 사극에 출연하고 있다. SBS 월화사극 <대박>MBC 주말사극 <옥중화>가 그 작품들이다. 겹치기 출연이 만들어내는 혼동은 이런 선택이 과연 괜찮은 것인가를 묻게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두 사극이 전광렬을 활용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대박(사진출처:SBS)'

전광렬이 이렇게 무리해서까지 동시에 두 작품을 소화하는 까닭은 이 작품의 작가나 PD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전광렬은 <대박>의 권순규 작가가 쓴 <무사 백동수>, <불의 여신 정이>에 모두 출연했다. 물론 <옥중화>를 만들고 있는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와는 꽤 많은 작품들을 해왔다. 최완규 작가의 데뷔작인 <종합병원>에서부터 최근 <빛과 그림자>까지 전광렬은 출연해왔고 <허준>처럼 이병훈-최완규 콤비가 해낸 사극에도 출연했었다.

 

전광렬의 연기자로서의 색깔은 독특하다. 물론 젊은 시절에 그는 연기도 출중했지만 훈남의 외모로도 어필하던 스타였다. 그래서 주연이 당연했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 중견의 자리에 오면서 존재감 강한 조연의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전광렬은 조연 자리에 있으면서도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에서 그는 악역이었지만 장철환을 미친 존재감으로 만들며 주역인 안재욱을 압도하기도 했다. <왕과 나>에서도 주인공인 김처선(오만석)보다 내시부 수장인 조치겸(전광렬)이 주목받는 아이러니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조연이 주연보다 주목받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시각은 양갈래로 갈라진다. 요즘처럼 주조연의 구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진 시대에 그건 미친 존재감으로 칭찬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가 균형 있게 흘러가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박>에서 전광렬이 연기하는 이인좌라는 인물은 역사 속에 이인좌의 난으로 유명한 실존인물이다. <대박>은 전면에 대길(장근석)과 연잉군(여진구)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인좌와 숙종(최민수)의 대결구도가 더 팽팽한 사극이 되었다. 대길과 연잉군이 연합하고 그들이 형제인 사실을 알게 되는 등 출생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이 모든 걸 조종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이인좌와 숙종이다.

 

문제는 이인좌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거의 한 나라의 왕인 숙종과 대결할 정도로 크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물론 <대박>이라는 사극이 허구를 덧대 만들어낸 대결구도라고 하지만 이런 정도의 상상력을 지금의 시청자들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이인좌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대길과 연잉군이 주변으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은 <대박>이 가진 최대 약점이 되었다. 좀더 명쾌한 주인공들의 활약상이 그려지기보다는 이미 이인좌의 손에서 그려진 대로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반면 <옥중화>에서 전광렬이 연기하는 박태수라는 무술고수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옥서의 비밀감옥에 오랜 세월 갇혀 있으면서 주인공인 옥녀(진세연)에게 무술을 가르쳐주는 인물이다. 역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가상인물이지만 사극의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있다. 무엇보다 이 인물은 확실한 자기 존재감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옥녀라는 캐릭터에 힘을 보태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옥중화>가 활용하고 있는 전광렬의 연기는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 이런 점들은 아마도 이 사극이 훨씬 안정된 느낌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전광렬이라는 배우를 활용하는 방식은 <대박><옥중화>가 사뭇 다르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들이 쓰고 있는 이인좌라는 캐릭터와 박태수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캐릭터 활용이 주인공을 그림자로 덮어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빛나게도 하는 건 너무나 큰 결과의 차이가 아닐까. 공교롭게도 사극이라는 장르에 겹쳐져 출연하고 있는 전광렬이라는 배우의 활용법은 그래서 주조연이라는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범수와 안재욱, 그 카리스마의 정체

'샐러리맨 초한지'(사진출처:SBS)

'샐러리맨 초한지'에는 유방(이범수)이 세운 팽성실업이란 회사가 등장한다. 팽성실업의 '팽성(烹成)'은 '팽 당한 사람들이 성공을 이룬다'는 뜻이다. 천하그룹의 해고 노동자들을 모아 세운 이 회사의 출범식에서 유방은 두 가지를 약속한다. "딱 두 가지만 여러분께 약속드리겠어요. 여러분들이 열심히 일해가지고 수익이 많이 발생하면요. 그만큼 여러분들하고 수익을 많이 나눠가질 거여요. 그리고 또 하나 형사법에 저촉되는 짓만 안하시면요 여러분들이 절대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일 없을 거예요."

아무리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대사라고는 해도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는 건, 정반대의 현실 속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게다. "저도 대기업에 다녀봤지만 우리나라에 이윤보다 사람을 더 귀하게 여기는 회사가 몇이나 돼요. 거의 없어요. 하지만 우리 팽성실업은요.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예요. 진짜예요.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재산이 뭔지 아세요? 뭐 같아요? 기술요? 아녜요. 기술 개발하면 돼요. 제품요? 아녜요. 제품 만들면 되는 거예요. 바로 여러분들이에요. 여러분들이 존재하니까 기술도 개발하고 제품도 만드는 거예요.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재산은 바로 여러분들예요."

사장이 이러니 직원들도 다르다. 회사가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봉급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물론 투자 유치에 성공한 유방은 그 고마운 마음만 받지만, 이런 노사 간의 관계는 이제 심지어 판타지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일자리에 대한 문제는 대중 정서의 가장 큰 밑바닥을 구성한다.

시대극으로서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진 것 같지만, '빛과 그림자'라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대중 정서의 단면들이 묻어난다. 빛나라 쇼단의 단원들에게 가장 첨예한 문제는 스타가 되거나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당장 설 무대, 즉 생계가 보장된다면 뭐든 할 정도로 이들에게 일자리는 중요하다. 강기태(안재욱)가 빛나라 쇼단의 새로운 단장이 되어 이들에게 보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자리다. 그는 단원들의 무대를 확보하기 위해 심지어 캬바레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샐러리맨 초한지'의 유방과 '빛과 그림자'의 강기태가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일자리' 덕분이다. 강기태는 어떤 식으로든 단원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뭐든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유방은 좀 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일자리를 보전해주는 샐러리맨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두 드라마의 판타지와 인물들의 카리스마를 보면서도 동시에 생기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은 이 드라마 속 노동자들의 요구가 가진 소소함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이 뭘 그렇게 대단한 걸 요구했단 말인가. 그저 생계를 위한 일자리가 아닌가. 물론 드라마지만 이 지극히 기본적이고 또 당연한 것들이 하나의 판타지가 되는 것은 그만큼 작금의 현실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증이 아닐는지. 왜 우리네 현실은 기초적인 것까지 판타지로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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