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토크로 돌아온 ‘야심만만2’의 가능성

“만 명에게 물었습니다.” 2003년 이 한 마디는 ‘야심만만’이라는 새로운 토크쇼의 서막을 알렸다. 이 토크쇼가 가진 특징은 특정 주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대중들의 공감 가는 답변들을 토크의 주제로 올린 데 있다. 설문조사라는 공적 방식으로 끌어 모은 주제 위에서 연예인들의 사담은 공감을 바탕으로 은근히 끌어내졌다. 당시 ‘연예인들끼리 나와 저들끼리 웃고 즐기는’ 토크쇼들이 가진 부정적 인식은 이 설문형식을 통해 공감으로 바뀌었다.

‘야심만만2 - 예능선수촌’으로 몸을 푼 ‘야심만만2’가 다시 돌아간 곳은 바로 그 초창기의 ‘야심만만’이다. 일단 토크를 끌어내는 형식으로서 한계를 지닌 올킬 시스템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달려라 낭만버스’와 ‘너는 내 노래’라는 코너가 들어섰다. 이 두 코너는 ‘전국민 마음촉촉 프로젝트’라는 문구처럼 시와 노래라는 감성 코드를 부가했지만, ‘야심만만’ 초창기 코너였던 ‘만 명에게 물었습니다’의 또 다른 버전으로 볼 수 있다.

‘달려라 낭만버스’는 출연진이 특정 주제에 맞게 시를 짓는 코너. 첫 회에 보여준 ‘내 여자에게 이런 모습만은 보여주기 싫다’라는 주제는 ‘만 명에게 물었습니다’에서 활용되던 그 주제를 끌어왔다. 이 형식의 토크 코너에서 중요한 것은 이른바 ‘창작의 땔감’이라 불리는 출연진의 경험 토로 시간이다. 즉 주제에 맞는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고 그 경험을 소재로 시를 짓는다는 이 형식은, 설문 주제를 통해 출연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던 ‘만 명에게 물었습니다’의 변주라고 볼 수 있다.

‘너는 내 노래’는 만 명의 국민에게 특정 주제에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 받아 그중 1∼5위를 맞히는 코너로 좀더 ‘야심만만’ 본연의 형식에 다가간 코너다. ‘호감 가는 남자로도 이런 노래 부르면 확 깬다’는 주제에 ‘She's gone’이 1위로 선정되는 식이다. 노래를 소재로 끌어들이면서 이 새로운 버전의 설문 토크쇼는 좀더 다양한 재미에 접근하려 했다. 게스트는 자신이 선택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그 노래에 얽힌 자신의 사연을 토로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코너에는 캐릭터쇼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캐릭터는 바로 호동양락 형제로 캐릭터화된 진행자(최양락은 역시 개그의 제왕답게 소심한 DJ라는 캐릭터를 짧은 시간에 구축해냈다)들과, 선정된 노래에 대해 약간의 주석을 달아주는 뮤직 Dr윤(윤종신)이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형식이 구현되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이고, 또 어찌 보면 ‘야심만만’과 ‘라디오스타’가 결합한 듯한 구조로 보이는 코너지만 그 조합은 꽤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새로워진 ‘야심만만2’가 본래 코너의 형식에 가깝게 변화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야심만만2 - 예능선수촌’의 한계는 ‘올킬 시스템’이 단지 선수들의 토크 경합의 장으로 기능함으로써 공감 없는 ‘저들만의 이야기’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또 게스트의 존재증명을 위해 토크쇼의 올킬 제안이 주로 그들에게 맞춰지면서 상대적으로 고정 MC들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토크 시스템의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시와 노래의 버전으로 진화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야심만만2’는 ‘야심만만’이 가졌던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장점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버전업된 ‘야심만만2’는 ‘야심만만’의 재탕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야심만만’이 가졌던 장점들은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그것들보다 월등하다 할 수 있다. 이제 첫 발을 디딘 상태라 아직 코너가 안정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기왕지사 표방한 노래와 시라는 감성적 부분을 어떻게 살려내 ‘야심만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느냐는 점일 것이다. 초심에 가졌었던 대중들과의 소통을 위한 실질적인 토크 주제의 선정이 회를 거듭하면서 점차 게스트 홍보를 위한 주제로 변질되고,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장점 많은 토크쇼가 망가졌던 과거의 그 경험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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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와 진정성 사이, 토크쇼의 딜레마

지금 토크쇼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토크쇼는 MC가 게스트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기본 포맷. 여기에는 쇼의 입장과 게스트의 입장이 적절히 반영되기 마련이다. 쇼의 입장은 게스트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나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연예인의 사생활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다. 반면 게스트의 입장은 쇼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시작한다면 토크쇼라는 자리는 자연스러운 홍보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된다. 하지만 현재 이 쇼의 입장과 게스트의 입장은 상충된다. 쇼의 입장만 내세우다가는 출연할 게스트를 찾기가 어렵게 되고, 게스트의 입장을 맞추다보면 쇼가 자칫 홍보의 장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야심만만’, ‘야심만만2’와 무엇이 달랐나
‘야심만만’이 훌륭했던 점은 바로 이런 게스트의 입장과 쇼의 입장을 설문조사라는 공적인 방식으로 적절히 절충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소재를 게스트의 입장에 맞추는 직설적인 방식을 피하고 설문이라는 우회의 방법을 통하자, 이야기에 대한 공감의 폭이 넓어졌다. 영화나 드라마 속 설정을 보통사람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일반화시키자 출연진들은 누구나 그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하려는 당사자들, 즉 게스트의 입을 반드시 통할 필요도 없게되었다. 누구나 얘기하고 회자되는 이야기 속에서 홍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새롭게 시작된 ‘야심만만2’에서 게스트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채택한 방식은 ‘올킬’이라는 시스템이다.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출연자가 얘기하고 다른 출연자들이 그 경험이 모두 없으면 ‘올킬’이 되고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노킬’이 되는 식이다. 올킬이 되면 그 경험을 얘기하는 출연자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며, 반면 노킬이 되더라도 그 노킬을 외친 이의 경험이 덧대질 수 있기에 이 시스템은 일견 유용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다분히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연예기사의 산실이 되고 있는 점을 간파한 제작진들의 노림수가 들어있다. 연예인 ‘누구누구가 어떤 일을 한 적이 있다’는 건 예능 프로그램이 끝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기사로 뜨는 제목들이다. 강호동이 가끔씩 “이 얘기 내일 인터넷에 쫙 뜨겠다”고 말하는 건 그저 농담이 아니다. ‘올킬’시스템은 그 자체로 예능 프로그램의 연예 기사 양산 시스템을 지원(?)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올킬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현재 토크쇼의 추세인 집단 MC체제에 발맞춰 고정 MC들이 많아지면서 매번 새롭게 출연하는 두 명의 게스트에게만 ‘올킬 제안’이 이뤄지는 사이 이들 고정 MC들은 꿔다 논 보릿자루가 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이라는 형식에서 게스트에게만 집중되는 ‘올킬 제안’은 그 자체로 게스트 출연의 이유를 홍보 그 자체로 인식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게스트를 출연시켜놓고 고정 MC들에게 계속 ‘올킬 제안’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야심만만2’의 문제는 매번 토크쇼에서 다루어질 이야깃거리가 공급되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야심만만’은 그 의제를 설문을 통해 공급했지만(물론 그것이 홍보의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야심만만2’에서는 게스트가 가져오는 ‘올킬이 될만한’ 경험이 이야기의 전부다. 따라서 전적으로 토크쇼의 이야깃거리가 게스트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제작진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지호의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험을 이야깃거리로 끌어내기 위해 전진을 앞세우는 것은 그것이 너무 의도적인 느낌을 지우기 위한 방편이다.

진정성과 홍보사이, 토크쇼의 고민
“야심만만2”는 ‘야심만만’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포맷으로 ‘예능선수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첫 회에서부터 타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출연진들 또한 방송3사 예능프로그램에 걸친 이들을 끼워 넣음으로써 그 캐치프레이즈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 대표선수들이 모여서 대결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회가 지난 지금 이런 색채는 벌써부터 사라지는 듯 하다. 대신 고개를 드는 것은 홍보성 이야깃거리들로 채워지는 토크쇼의 고질적인 방향전환이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야심만만2’는 아마도 지금 안정되지 않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일 것이다. ‘예능선수촌’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는 좀더 혁신적인 토크 시스템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방송사의 경계를 허물고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경쟁구도를 토크쇼 안에 넣었을 바에야 차라리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의 각축장으로 토크쇼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만일 올킬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면 게스트에게만 집중되는 의제를 다양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야심만만2’가 가진 딜레마는 지금 진정성과 홍보 사이에 서있는 모든 토크쇼들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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