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찬스를 선택한 <K팝스타6>의 속내

 

사실 <K팝스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들해질 즈음 다시금 불을 붙여 놓았던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K>가 시즌2에 정점을 찍고 시즌3에서부터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던 시점에 <K팝스타>가 시작됐고 국내의 3대 기획사가 직접 참여한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오디션을 부활시켰다.

 


'K팝스타(사진출처:SBS)'

그리고 어언 5년이 흘렀다. 5년 동안 예능 환경도 또 가요계의 환경도 변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너무 많은 음악 예능들 속에서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그나마 <K팝스타>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건 심사위원들의 멘트 하나하나가 화제가 될 정도로 힘이 있었고, 참가자들이 기획사에 최적화되면서 연령대가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신선함도 세월을 이기지는 못했다.

 

시즌5는 괜찮은 시청률을 냈지만 화제성은 예전만 하지 못했다. 시즌6의 제작발표회에서 심사위원들이 했던 말처럼 심사도 어떤 패턴화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 어린 친구들의 참가는 장점만이 아니라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나는 단점으로도 작용하기 시작했고, 시즌 초반에 팝 가수들만큼 잘 소화해내 불리던 팝송들은(심지어 이것 때문에 국내 차트에 팝송이 진입할 정도였다) K팝스타를 뽑는 프로그램에 적합한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의 진정성과 <K팝스타>가 배출하는 가수들의 특성이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주었다. 인디 가수들 같은 숨은 진주를 발굴하는 건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형 기획사들의 수장들로부터 이뤄지는 풍경은 어딘지 낯설게 다가온다.

 

<K팝스타>가 시즌5를 거쳐 오는 동안 또한 바뀐 건 가요계의 가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최근 Mnet<프로듀스101>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이미 데뷔를 했거나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있는 가수 지망생들도 참여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실력 있는 일반인과 이미 데뷔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가수, 혹은 기획사 연습생들은 그리 큰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게 된 상황이 됐다.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를 달아 마지막을 선포한 건 이런 여러 가지 그간의 변화들을 읽어내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함이다. 사실 우여곡절은 많았고 구설도 많았지만 <K팝스타>가 가요계에 미친 좋은 영향도 적지 않았다. 악동뮤지션이나 이하이, 백아연 등등 다양한 가수들을 배출하기도 했고, 이진아 같은 인디 뮤지션을 재발견시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스템이 갖춰진 기획사들의 제작과정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 라스트를 결단하게 된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선택이 상당히 시의 적절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6에 대한 기대감을 확실히 높여놓았다. 소속사가 있는 지망생들에게도 문을 열어 놓음으로써 다양한 출연자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가수 지망생들의 가창력과 퍼포먼스만이 아니라 기획사들의 프로듀싱 능력을 경쟁적인 틀 안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움도 생겨났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꼭꼭 짜서 <K팝스타>가 시즌1부터 보여 왔던 그 음악의 즐거움을 시즌6에서도 되살려줄 수 있다면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은 그만큼 남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을 선택한 <K팝스타6>. 마지막이라는 수식어의 크기는 그만큼 크게 다가온다

<K>의 칭찬과 혹평, 그리고 유희열의 위치

 

지금 하도 많이 칭찬을 받기도 하고, 대중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해서 본인은 헷갈릴 것 같다.” <K팝스타4>에서 유희열은 의외로 이진아의 노래에 대해 혹평을 했다. 그는 제일 별로였다. 솔직하게 이진아의 매력이 없다. 이 곡은 앨범으로 치자면 수록된 10곡 중에 잠시 쉬어가는 9번 소품과 같다고 말했다.

 

'K팝스타4(사진출처:SBS)'

이진아에게 그 혹평은 강도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새로운 자작곡 두근두근 왈츠에 대해서도 박진영과 양현석 심사위원은 또 한 차례의 폭풍 칭찬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진영은 스스로도 자신의 과한 평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과하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라는 단서를 붙인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곡에 대한 칭찬을 했다.

 

양현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으로서는 오히려 이번 곡이 더 대중적으로 느껴진다고 그는 평가했다. 하지만 그런 칭찬 속에서도 유희열의 잔뜩 굳어진 얼굴은 이진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면 이진아가 진정으로 듣고 싶은 건 박진영이나 양현석 같은 대형 기획사의 의견이 아니라, 작아도 아티스트형 가수들과 함께하는 유희열의 의견이었을 것이니 말이다. 유희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그 아프지만 약이 되는 질책에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현재 <K팝스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위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 본래 <K팝스타>대형기획사가 참여하는 오디션이라는 차별점으로 자리매김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거기에 맞는 10대 참가자들이 유독 많았고, 그렇게 발굴된 이들은 아이돌로서 활동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대중들의 기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획사가 양산하는 가수들보다는 점차 아티스트형 가수들에 대한 소구가 생겨난 것이다. <K팝스타>가 탄생시킨 악동뮤지션 같은 팀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유희열의 등장이 신의 한 수로 여겨진 것은 그가 특유의 방송감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대형 기획사들과는 다른 색깔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티스트형 가수들이 가진 특징들을 가장 잘 어우를 수 있는 인물로 그는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박진영, 양현석과는 의견을 달리하는것만으로도 <K팝스타>에서의 자신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아티스트형 가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칭찬과 혹평이 자칫 이들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로 다가오면서다. 특히 이번 <K팝스타4>에서는 유독 천재(?)’들이 흔해질 만큼 과한 칭찬들이 많았다. 물론 그것은 심사위원들의 진심이었겠지만 그런 진심이 받아들여지는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아티스트형 가수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칭찬과 혹평은 타인을 의식하게 만든다. 본래 평가에는 어떤 암묵적인 기준 같은 것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이 개인적인 취향에 머물 때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 혼자 작업할 때는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오디션에 노출되어 누군가에게 심지어 감당하기 어려운 칭찬을 받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심사위원의 과한 칭찬은 오히려 대중들의 반대급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즉 지나치게 과한 칭찬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게 과연 그럴 만 했는가 하는 대중들의 논란이 생겨난 것이다. 이진아를 두고 벌어진 논란은 이처럼 그녀가 촉발한 것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과한 평가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줬다면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별로인 사람은 별로로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닥 큰 감흥이 없던 사람들까지 이것은 천재의 음악이라고 강요함으로서 논란은 촉발되었다.

 

유희열의 솔직한 혹평은 그래서 그가 왜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존재하는가를 잘 보여준 것이었다. 그는 이진아 같은 아티스트의 입장과 또 대중들의 반응을 대변함으로써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가 가진 과함에 어떤 균형점을 내놓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가 이진아에게 한 것은 혹평이라기보다는 조언에 가까웠다. <K팝스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대이고, 대형기획사의 상업적 의견들이 개진되는 장이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음악을 하라는 것. 그 말이 이진아에게는 아프면서도 고마운 대목이 아니었을까.

 

<K4>, 참가자 모두 극찬하는 심사의 맹점

 

<K팝스타4>에 출연한 이진아가 괜찮은 아티스트라는 건 분명하다. 그것은 그녀가 연달아 부른 시간아 천천히마음대로모두 최소한 듣는 이들에게 어떤 음악적인 감흥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재즈적인 감성에 돋보이는 멜로디, 그리고 무엇보다 가사를 하나하나 들려주는 그 노래 전달력이 기존 아이돌 흉내 내던 오디션 참가자들과는 격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녀는 <K팝스타4>에서의 성취와 상관없이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싱어 송 라이터다.

 

'K팝스타4(사진출처:SBS)'

그런 그녀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극찬을 쏟아내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한 건 이 극찬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생겨나는 호불호다. “전 세계적으로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라는 평이나 음악 이제 그만 둬야겠다는 식의 호평은 한두 번 들을 때는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반복해서 이런 극찬이 쏟아질 때는 어떨까. 과연 그 극찬에 대중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감성 보컬조의 일곱 명이 노래했을 때, 심사위원들이 나오는 족족 발라드계의 4대 천왕 중 한 명이라거나 가요를 이렇게 할 수 있다니 말이 안 된다는 식의 심사평들이 쏟아져 나와 나중에는 1위부터 7위까지 발표했지만 모두가 합격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참가자들이 뛰어났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극찬은 오히려 칭찬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사에서 칭찬은 혹평만큼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칭찬을 받게 되면 혹평은 없더라도 칭찬 받지 못하는 참가자들은 불안해지게 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칭찬받은 당사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교육학에서 나오는 칭찬의 역효과아이들(성인도 포함된다)에게 하는 칭찬이라는 것이 거꾸로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만들고, 또 과정 그 자체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게 만듦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이론이다. 한 마디로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는 바로 그 칭찬에 집착하게 되어 의존적이 되고, 더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 보다는 칭찬받을 수 있는 쉬운 시도만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

 

즉 칭찬은 자칫 그 칭찬받은 대목에만 더 집착하게 만들어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칭찬은 듣는 이를 북돋워줄 수 있지만, 과한 칭찬은 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첫 소절만 듣고도 끝났잖아하고 말하는 심사위원의 태도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지나친 간섭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즉 심사위원의 그 한 마디는 그 다양한 음악적 취향들을 다 듣지도 않은 채 좋다 나쁘다로 갈릴 수 있게 만든다.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당락을 결정지어야 하는 심사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즐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사실 우승자로 누가 선택되든 간에 이진아 같은 아티스트는 이미 대중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지나친 극찬은 오히려 대중들의 반감을 만들어낼 위험성이 있다. 그냥 놔두면 더 즐길 수 있는 것을 지나치게 심사위원이 개입하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칭찬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요즘처럼 다양성이 추구되는 오디션 경향 속에서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아티스트의 발견은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나오기만 하면 천재세계 최고니 하는 식의 과도한 극찬의 연속은 자칫 좋은 음악마저 불편한 느낌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음악 자체가 가진 힘으로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에 대한 평이 더 화제가 되는 상황은 대중들 스스로 그 음악의 좋은 점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아 버린다.

 

사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음악 속에서 누가 낫고 누가 별로인가는 전적으로 취향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이진아의 음악이 굉장히 신선하고 그 가사 하나하나에 울림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이들은 인디 신에서 늘 듣던 음악처럼 평이하게 들을 수도 있다. 그 취향은 누구에게나 자유다.

 

그러나 심사위원은 다르다. 그들이 개인적 취향을 너무 과도하게 내보일 때 그것은 누군가의 다른 취향을 짓밟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번 <K팝스타4>는 확실히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그들의 음악을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기 위해서도 심사는 조금 자제될 필요가 있다.

 

'K팝4', 극찬 받은 이진아에 남는 찜찜함

 

우리보다 잘 하잖아. 우리보다 잘 하는 사람 어떻게 심사해.” <K팝스타4>에 출연한 이진아양의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를 듣고 심사위원 박진영은 극찬의 끝을 보여주었다. 듣는 내내 거의 황홀경에 빠진 듯한 그의 표정이 이어졌고 듣고 나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라며 흥분했다. 그는 이진아를 아티스트라고 불렀고,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심지어 합격 버튼을 누르기 민망할 정도라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라고 평가했다.

 

'K팝스타4(사진출처:SBS)'

극찬세례는 유희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꿈꿔왔던 여자 뮤지션의 실체를 여기서 본 것 같다는 표현까지 썼다. 양현석은 인디뮤지션이 메이저로 성공하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진아가 그걸 할 수 있는 가수라고 극찬했다. 오디션 무대가 끝나고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박진영은 심지어 자신과 유희열이 음악 인생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건 마치 파이널 무대에 선 우승자에 쏟아지는 찬사처럼 보였다. 이제 첫 회를 보여준 것뿐이지만.

 

이진아양의 무대는 실로 참신했다. 박진영이 말하듯 재즈를 바탕으로 독특한 그루브에 보컬의 음색까지 그녀가 아니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런 그녀만의 노래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방송에 나온 적이 있는 인디 뮤지션이다. 그녀 스스로 음반도 내봤지만 50장 정도밖에 안 팔렸다고 말하긴 했지만 인디쪽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그녀를 과연 유희열이나 박진영이 전혀 몰랐을까. 인터넷에 이름만 쳐보면 공연 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그녀를.

 

물론 인디에서 활동하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싱어 송 라이터를 발굴해낸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진아양과 같은 숨은 아티스트들이 더 많이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대중들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음악 일색인 우리네 가요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에 가려진 아티스트들의 발굴. 유희열이 들을 음악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게 아니라 들을 음악을 우리가 찾지 않았다는 말은 그래서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과한 칭찬이 남기는 찜찜함은 여전히 있다. ‘전 세계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라고 말했지만 많은 대중들은 그와 유사한 음악들을 인디 쪽에서는 많이 들어왔다고 말한다. 허밍어반스테레오 같은 음악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 아니라 그들이 들어보려 하지 않은 음악이라는 것이다. 사실 인디들이 그렇게 어렵게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데는 우리네 대형기획사들이 시스템을 쥐고 흔드는 그 편향된 구조 때문이 아니었던가.

 

<K팝스타>는 사실상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을 차별화해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해가며 이러한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은 그다지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악동뮤지션은 대표적인 사례다. ‘갈고 닦는다는 것은 이제 그 뮤지션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개성을 깎아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는 방송사나 가수들을 키워내는 대형기획사들은 이제 인디 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는 그리도 무시했던 그들이었지만.

 

유희열이 지난 시즌에 <K팝스타>의 신의 한수가 됐던 건 그것이 다름 아닌 이러한 한계를 보이는 대형기획사 중심의 오디션에서 탈피하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곽진언이나 김필 같은 싱어 송 라이터들이 등장하는 시대다. 이들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질 재목이 아니라 이미 완전체다. 이진아처럼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무대만 있다면 누구든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다.

 

<K팝스타4>의 이진아양에 대한 극찬 뒤에 남는 찜찜함은 그녀의 노래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일관성 없는 심사기준이 문제일 것이다. 첫 출연자로 나왔다가 박진영과 양현석의 혹평 세례를 받고 탈락의 위기에 처했던 홍찬미양은 그래서 자꾸만 이진아양과 비교지점을 만든다. 어찌 보면 둘 다 인디 신의 감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이런 평가의 차이는 이 오디션의 당락이 심사위원들의 호불호나 취향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인상을 만든다.

 

그나마 박진영, 양현석과는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유희열이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혹평세례로 탈락이 확정된 홍찬미양을 그는 와일드 카드로 합격시키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두 심사위원이 말하는 것을 잘 들어야 한다. 그게 냉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굳이 따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취향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너무 과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 취향에서 배제된 이들에게는 자칫 폭력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취향은 말 그대로 다양성 차원에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봄 논란, 이제는 유전무죄 정서까지

 

처음에는 박봄의 마약 밀수입 의혹으로부터 시작됐다. 한 매체가 4년 전 입건유예로 끝나버린 박봄의 암페타민 80정 밀수입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면서다. 이에 대해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발 빠르게 나서 본인이 직접 조목조목 해명을 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과거 박봄이 미국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할 때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와 약물을 복용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약 복용이 아니라 치료 목적이었다는 것. 밀수 의혹에 대해서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미국에 갈 수 없게 되자 박봄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은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우편으로 전달받다가 금지된 약품이 세관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룸메이트(사진출처:SBS)'

양현석의 해명 글은 감성에 호소하면서도 앞뒤 정황이 잘 맞아 떨어지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이 봐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만큼 효과적인 글이라는 것. 그래서일까. 여론은 순간 동정론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로운 증거들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즉 암페타민을 들여올 때 젤리 형태의 과자와 함께 배송됐다는 것(숨기려 했다는 것), 박봄의 외할머니는 수사관에게 이를 다이어트용 과자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또 박봄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사망사건의 당사자가 상대팀 선수로 친구라는 주장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박봄의 마약류 약물이 미국에서도 함부로 처방될 수 있는 약물이 아니라는 점이 보도되었고 또 암페타민의 국내 반입이 불법이라는 것을 사전에 박봄 측이 인지했다는 점 같은 끊임없는 새로운 사실들이 보도되면서 논란은 점점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양현석의 오빠 같은 감성으로 적은 해명 글이 만들어낸 동정론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 보도들로 인해 의구심과 비판여론으로 변해갔다. 이 많은 보도들에 대해 그토록 발 빠른 대처를 보이던 양현석이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양새는 마치 이 보도들을 사실로 긍정하는 듯한 인상마저 남기고 있다.

 

박봄 논란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박봄 구하기에 나선 양현석마저 그 논란에 점점 휩싸이고 있는 양상으로 변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속사 가수들이 성대모사를 할 만큼 양현석의 이미지는 YG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의 이미지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이 확산된 논란은 더 큰 불씨를 만들어낸다. 즉 양현석의 이미지와 함께 YG엔터테인먼트가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함께 흐트러뜨리고 있는 것. 작년 싸이의 대활약과 <K팝스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구축한 기획사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게다가 사건은 여기서 머무는 게 아니라 이제는 ‘YG 봐주기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검찰과 고위간부의 개입 논란으로까지 커져가고 있다. 당시 입건유예가 되어버린 이면을 두고 검찰과 고위간부가 개입된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여기에 대해 검찰 측도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건 대중들에게 더 큰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과 YG가 똑같이 쉬쉬하고 있는 모습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정서가 그만큼 흉흉하다는 걸 말해준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박봄에서 시작된 논란은 양현석과 YG를 거쳐 검찰로까지 퍼져나갔다. 이렇게 된 것은 그 본질인 박봄의 마약밀수입 논란이 그 자체로 투명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만일 명명백백히 투명하게 처리된 사안이었다면 이런 끝없는 의혹 제기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양현석의 발 빠른 해명으로 동정론마저 생기고 있던 시점이 아니던가. 그 동정론이 싸늘한 시선으로 바뀌는 와중에도 아무런 대처가 없다는 건 이 논란에 떳떳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만일 기획사가 검찰까지 움직일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거나, 아니면 검찰이 일개 기획사에게까지 휘둘릴 정도로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져나간다면 YG로서는 그 충격과 부담이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이 사안에 대한 명백한 입장과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 대중들에게 설득을 구해야 한다. 지금 같은 묵묵부답으로는 결코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이미 대중들은 정서적인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K팝스타>, 이 오디션이 시즌제를 이겨내는 비법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톱9에까지 올라간 한희준이 부른 제임스 모리슨의 유 기브 섬띵(You give something)’에 대해 심사위원 유희열은 프로다운 무대였다. 그러나 지금 이 무대가 완성형이라면 성장하는 다른 참가자와 경쟁할 수 없다.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찌 보면 이미 프로 가수나 마찬가지다. 박진영은 그가 미국인들이 쉽게 알아볼 정도의 유명인사라고 했다.

 

'K팝스타3(사진출처:SBS)'

즉 한희준이 이미 실력자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K팝스타>라는 오디션 무대는 어쩌면 그에게 불리할 지도 모른다. 유희열이 지적한 대로 이 오디션은 완성형을 뽑는 무대가 아니라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데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적해서 고쳐질 부분이 없거나, 아니면 타고난 재능을 갖추지 못한 참가자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오디션이 <K팝스타>. 한희준의 잘못된 발성방법이 노래를 올드하게 들리게 만든다는 박진영의 지적은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한희준에게는 계속 이 오디션에 설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된다.

 

<K팝스타>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참가자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뚝뚜바예바 쌀따낫 같은 인물이다. 누가 들어도 기본기가 거의 안 되어 있는 이 참가자에게 혹평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고칠 점이 많은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은 혹평을 호평으로 바꾸었다. 박진영은 음정, 발성이 너무 안 좋다. 그런데 정말 좋다. 첫 음정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그녀의 가능성에 애정을 보냈다.

 

<K팝스타>라는 오디션은 언제부턴가 기본기를 평가하기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천재성과 가능성을 발굴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정세운 같은 일상이 묻어나는 자작곡을 들고 온 참가자는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박진영은 인사하는 목소리에서조차 심상찮은 가능성을 발견해낸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듯이 부르는 그의 자작곡 엄마 잠깐만요는 물론 대중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확실히 자기 색깔이 묻어나는 것만은 분명했다.

 

시즌1에서 어린 나이에 참가해 놀라운 춤 실력으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결국 탈락했던 이채영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에 보여준 놀라운 성장이었다. 그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가창력은 신디 로퍼의 트루 컬러스(true colors)'를 통해 그 우려를 씻어냈고 한층 성장한 춤 실력은 양현석을 매료시켰다. 양현석은 이렇게 빠른 성장이 단지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하며 그녀가 가진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K팝스타>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장 큰 차별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참가자들의 재능을 백 분 발휘하게 만들어줄 체계적인 기획사 시스템이었다. 결국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없는 기본기는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되자, 오디션에서 주목하게 된 것은 오로지 원석의 향후 발전성과 그 드라마틱한 성장과정이 되었다. 이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가 참가자의 놀랄만한 성장을 바라보는 지점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또한 이 성장 과정의 스토리는 오디션이 끝난 후 이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곧바로 데뷔할 때의 아우라가 될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을 발굴하는 <K팝스타>만의 오디션이 전제할 것은 도대체 그 가능성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설득시키느냐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진다. <K팝스타>의 심사위원은 단순히 현재의 상태를 심사하는 게 아니라 향후에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면서 참가자들을 바라봐야 한다. 또 어찌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는 참가자들 속에 숨겨진 재능을 대중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과한 멘트와 리액션도 필요해진다.

 

심사위원 박진영의 리액션은 늘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때가 많다. 시즌3의 첫 회에서도 심사 분위기를 전면에서 이끈 것은 결국 이 박진영의 리액션이었다. 그는 아직 꽃이 피지도 않은 여린 참가자들 앞에서 목소리의 가능성만을 듣고도 심지어 사랑에 빠진눈빛을 던지기도 했다. 생각해보라. 박진영처럼 오래도록 가수들을 발굴해온 아티스트가 이제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아기 같은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찬사를. 그 한 마디 한 마디나 리액션은 고스란히 그들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진영의 과한 리액션은 그래서 <K팝스타>로서는 대중들을 이 특별한 오디션에 주목하게 만들고 설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된다.

 

흥미로운 건 이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유희열이라는 존재가 주는 심사의 균형감각이다. 과거에는 아무래도 기획사 3사를 대표하는 이들의 오디션이다 보니 어딘지 기획사 아이돌을 뽑는 듯한 기준들로 심사가 편향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유희열이라는 중소기업(?)’의 대표가 함께 자리를 하면서 박진영, 양현석과의 대립구도를 통해 어떤 균형점이 세워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박진영의 과하게 느껴지는 심사에 유희열이 툭툭 농담식으로 비판을 가하는 장면은 그래서 대중들과의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실로 오디션의 홍수 속에서 시즌을 거듭할수록 오디션이 식상해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K팝스타>가 여전히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이 오디션만이 가진 특징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과치가 아닌 가능성에 더 점수를 주고, 연습을 통한 기량보다는 타고난 재능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이 오디션은 그 가능성과 재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의외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 박진영의 심사방식은 <K팝스타>라는 오디션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대중들에게 과하다 지적받을 때도 많지만.

방송콘텐츠의 힘과 아티스트에 대한 주목

 

방송콘텐츠의 힘이 갈수록 커져간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음원차트다.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가 1년2개월만에 소녀시대가 새로 발표한 신곡 ‘I got a boy'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고, 유재석이 부른 ‘메뚜기 월드’는 5위, 길성준이 부른 ‘엄마를 닮았네’는 10위에 각각 올랐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를 두고 <무한도전>이 음원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저 이벤트로 만들어진 음악이 1년여를 준비해서 내 논 음반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한 기획사들의 허탈감이 묻어나는 얘기다. 물론 너무 오버할 필요는 없다. 그저 박명수의 꿈에 대한 도전을 통해 그 도전의 가치를 담으려는 기획의도가 있었을 뿐이다. 수익 전부를 좋은 일에 쓰겠다는 <무한도전>의 선의를 굳이 왜곡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번 논란이 보여주고 있는 가요계의 달라진 환경과 그 환경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방송콘텐츠의 힘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강북멋쟁이’의 음악적 가치에 대한 논란에 갑작스레 등장한 소녀시대가 내놓은 ‘I got a boy'에 대한 비교에는 현 아이돌 시장의 위기감이 사뭇 느껴진다.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 속에서 아이돌 그룹은 점점 힘든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가요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이제 가수 개개인의 아티스틱한 면모를 찾게 되었다. 작년 가요계에서 주목받은 버스커버스커와 싸이는 바로 그 대중들의 달라진 취향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대중들은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져 보이는 아이돌 그룹에서 아티스트적인 면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아티스트적인 면모란 차별화된 음악성, 독특한 목소리 혹은 창법의 개성, 음악에 분위기를 부여하는 스타일 등이 모두 겹쳐져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면모는 개개인을 자세히 바라볼 때 발견될 수 있다. 그룹은 그 자체로 이 발견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뿐이다.

 

물론 대중의 취향이라는 것이 언제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지만 바로 이런 음악가적인 면모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사들이 지금껏 가수들과 음악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발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작년 YG가 우연히 발견한 싸이 열풍은 이제 앞으로 기획사들의 변화를 만들어낼 공산이 크다. 심지어 아이돌에게서도 아티스트적인 면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기획사가 기존처럼 가수들을 퍼포먼서에 머물게 하는 건 자칫 시대착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스타2>에서 YG의 양현석 대표는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의 피로감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K팝스타2>가 발굴한 악동뮤지션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양현석이 악동뮤지션을 캐스팅하면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악동뮤지션은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다. 우리는 연습실과 밥만 제공하겠다. 자작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만 달라.” 이 말은 만들기보다는 이미 본인들이 갖고 있는 개성과 끼와 음악성을 그저 극대화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겠다는 얘기다. 양현석은 악동뮤지션을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요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본 것이다.

 

<K팝스타2>가 발굴한 악동뮤지션이 오디션 무대에서 부른 곡들(‘다리 꼬지마’와 ‘매력 있어’)은 일찌감치 음원시장 1위를 차지함으로써 현 대중들의 달라진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거기에는 자작곡의 매력으로 대중들을 움직이는 아티스트가 있었고 그것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방송 콘텐츠의 힘이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만든 일련의 곡들의 가치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이 곡들이 지금의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면은 분명히 있다고 여겨진다. 어쨌든 그것이 박명수와 <무한도전> 멤버들이 함께 만든 곡이라는 점이고(개성은 분명히 있다) 그 곡이 <무한도전>이라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방송 콘텐츠로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박명수의 곡들과 소녀시대가 발표한 신곡의 퀄리티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번 ‘어떤 가요’에 나온 곡들은 이전 <무한도전>이 해왔던 일련의 가요제 곡들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의 곡들은 전문가들이 붙어서 함께 만든 곡들이라 노래의 퀄리티가 분명 있었지만 이번 곡은 어쨌든 초보 작곡가의 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원차트의 ‘강북멋쟁이’와 ‘I got a boy'의 순위를 질적인 가치 차이로 보는 건 넌센스다. 다만 이 차트의 순위가 말해주는 건 질적 차이가 아니라 작금의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이다. 따라서 이 순위를 가지고 단순 비교해 굳이 기획사에서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차트가 말해주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가요계는 만들던 시대에서 발견하는 시대로, 또 음원만큼 다양한 스토리 콘텐츠가 중요해진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김태원과 박진영, 너무 다른 심사방식의 의미

 

<위대한 탄생3>가 지난 시즌보다 뜨거워진 데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참가자들 덕분이다. <K팝스타2>의 박진영이 말한 이른바 스웨그(SWAG 자신만의 멋과 개성 스타일을 나타내는 신조어로 여유와 심지어 약간의 허세까지 느껴지는 것)를 <위대한 탄생3>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가창력은 기본이고 그 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과 스타일을 얹은 참가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이 두 오디션 프로그램은 최근 오디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박진영, 김태원(사진출처:SBS,MBC)

더 중요해진 건 심사다. 이른바 스웨그를 찾는 오디션에서 이제는 과거처럼 발성이나 박자, 호흡 같은 기본적인 심사 멘트는 거의 불필요해졌다. <K팝스타> 시즌1의 유행어가 되었던 박진영의 ‘공기 반 소리 반’은 이제는 농담거리가 될 만큼 식상해진 표현이 되었다. 수없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왔고, 또 그만큼의 심사를 들어온 시청자들은 이미 충분히 학습되었다. 그러니 심사 또한 새로워져야 한다.

 

<위대한 탄생3>의 대표 심사위원이자 멘토는 당연히 김태원이다. 물론 용감한 형제가 투입되어 좀 더 실용적인 차원의 심사(지금 트렌드에 먹히는 발성이나 목소리, 창법 같은)를 부가시켜주면서 그 존재감이 한껏 높아져 있긴 하지만(이것은 참가자들이 용감한 형제의 심사에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그래도 그 중심을 잡는 건 김태원이다. 그는 오디션의 심사를 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다른 심사위원들과 또 참가자들과 밀당을 하기도 한다. 전체를 조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유의 마술사’라는 표현에 걸맞게 그는 끊임없이 참가자들의 개성과 노래를 특유의 은유적 표현으로 풀어낸다. 절정의 화음을 보여준 ‘맘에들조’팀에게는 “화음은 신의 숨결”이라는 은유를 썼고, ‘소울사람들’팀의 박우철에게 “리듬의 신인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심사평이 구체적이지 않고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만의 은유적 표현은 참가자들의 매력을 강화하고 주목시키는 데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한다. 가능성 있는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인식시켜주는 것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본격적인 멘토링에 들어가면 아마도 김태원보다는 용감한 형제에 더 참가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즉 프로그램을 감동적으로 만들고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능력에 있어서 김태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결정적으로 참가자들의 능력을 지금 트렌드에 맞게 프로듀싱 하는 데는 용감한 형제에 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참가자들이 실질적으로 가수 데뷔를 하는데 있어서는 실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K팝스타>가 가진 환경을 따라갈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다. 심사위원들이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SM, YG, JYP의 대표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두 기획사의 사장인 박진영과 양현석은 참가자들에게 훨씬 더 실질적인 심사위원으로 다가온다. 물론 기획사의 무게감으로는 SM이나 YG가 훨씬 높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로만 보면 박진영이 <K팝스타>에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박진영이 사실상 이 오디션 심사의 대표선수인 셈이다.

 

박진영은 프로듀서이면서도 동시에 가수다. 따라서 때로는 가수의 입장에서 노래를 표현하는 방법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프로듀서로서 가수가 가진 스웨그를 찾아내 그것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의 심사방식은 그대로 자신의 프로듀싱 방식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실질적인 이야기는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독특한 재미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 기획사의 사장으로서 지금 현재의 트렌드에 민감하다.

 

하지만 프로듀싱의 관점에서 참가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만(또 때론 아픈 이야기가 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는 확실히 김태원과 비교해 인간적인 따뜻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참가자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일 필요는 없고 또 그 어린 나이에 그 오디션에서의 성공만이 유일한 길일 필요도 없다. 물론 박진영이 그걸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좀 더 인생 전체를 두고 참가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는 김태원이 훨씬 여유롭다는 얘기다.

 

이것은 아마도 두 사람이 걸어온 너무 다른 음악인생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있어서 실질적인 면들(진짜 가수가 되고 성공하는)은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넓게 인생을 바라보면 그 오디션에서의 성패가 그 사람의 전체 음악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여유로운 시선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이것은 같은 심사위원이라도 한 사람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듀서로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무언가 인생에 도움을 줄 멘토로 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K팝스타>와 <위대한 탄생>이라는 비슷해 보이는 두 오디션 프로그램의 완전히 다른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은 이 인생의 오디션에서 어느 쪽을 더 원하는가. 프로듀서인가 멘토인가.

<K팝스타2>, 대중들의 기대 채워준 까닭

 

<K팝스타2>의 첫 무대는 약 1660만 조회수를 기록한 자타공인 유튜브 스타 제니석의 탈락이었다. 지난 시즌1의 top10이 이구동성으로 우승후보로 지목한 인물. 하지만 그녀의 노래에 대해서 박진영은 “노래로는 스킬이나 테크닉이 부족한 게 아니”지만, “자기만의 색깔? 자기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려는 그 느낌”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K팝스타2>가 다른 오디션과 다른 점을 말했다. “노래를 못하더라도 자기만의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걸 우리가 보고 나머지는 저희가 힘을 합쳐서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게 다른 오디션 프로와 다른 점이에요.”

 

'K팝스타'(사진출처:SBS)

양현석 역시 제니석이 노래는 너무 잘하지만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똑같다”며 기승전결이 없어 지루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그 역시 제니석의 노래가 “아마도 유튜브 스타일일지는 모르겠지만 K팝스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두 번째 나온 김우진 역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경력을 가졌지만 “너무 일관적으로 단순한 창법”이고 “너무 노래를 하려고 하는 꾸밈”이 있으며 심지어 “노래대회를 나가다 보니까 노래대회용 노래를 부르게 된 것 같다”는 혹평을 듣고는 탈락했다.

 

백아연과 비슷한 음색을 가진 문희원, 아델 노래를 부른 한상희, 허스키하고 소울풀한 목소리를 가진 김명주는 모두 지난 시즌 top3(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와 비교되면서 탈락하게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 보아는 탈락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너무 시즌1 top3와 비교해서 참가자들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찾는 건 제2의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이 아니에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그래서 그 색깔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을 찾느라 조금 많이 탈락하신 거 같아요.”

 

<K팝스타2>가 처음 보여준 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타의 오디션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이다. 심사위원들이 제니석이 탈락할 때 일관적으로 얘기한 것처럼 <K팝스타>는 가창력만 좋은 가수를 뽑는 오디션이 아니다. 노래는 좀 못해도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원석을 찾는 게 <K팝스타>만의 다른 점이라는 것. 이것은 작금의 오디션 난립의 환경 속에서 <K팝스타>가 정확히 읽어낸 대중들의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이제 가창력에 지쳐버렸다. 기성가수들에게도 찾아볼 수 없는 무언가 색다르고 개성적인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찾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대중들이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에 원하는 것이라는 걸, <K팝스타2>는 정확히 읽은 것이다.

 

여기에 <K팝스타2>는 시즌1과의 선도 확실히 그어버렸다.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으로 기억되는 시즌1. 하지만 그들과 비슷한 창법이나 스타일을 가진 참가자들은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들 역시 시즌1을 경험한 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아니 이게 애매한 게 뭐냐면 시즌1때는 그게 충격적이었고 신선했는데 시즌2때는 우리도 눈이 높아져 버리니까 어려워.” 보아가 끝없는 탈락의 연속 속에서 넋두리처럼 던진 이 말 속에는 대중정서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시즌1보다 높아진 눈은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심사위원과 대중의 눈높이가 맞춰지는 이 부분에서 시즌2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열린다.

 

그리고 이어서 보여준 무대들은 그 기대감이 어떻게 실제 참가자들을 통해 보여지는가 하는 점들이다. 싸이의 <챔피언>을 독특한 리듬으로 편곡해서 율동까지 섞어 부른 메롱 소녀 최예근, 박진영을 좋아한다는 감정전달이 뛰어난 감성적인 발라드의 최영수, 파워풀한 보이스에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겸비한 곰돌이 푸를 닮은 소울 보컬 윤주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첫 방송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던 남매 천재 어쿠스틱 듀오 악동뮤지션(이수현, 이찬혁). 특히 노래가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것인가를 알려준 악동뮤지션의 자작곡 <다리꼬지마>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양현석은 악동뮤지션의 노래를 빌어서 이렇게 표현했다. “정형화된 가수들을 대중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난립한 오디션 프로그램들 속에서 오디션 트렌드는 한 물 갔다는 통념을 깨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매력과 개성을 먼저 찾는 <K팝스타2>는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새로운 기대감을 다시 채워주었다. <K팝스타2>는 확실히 달랐다.


'K팝스타', 왜 기획사들에게 이익일까

'K팝스타'(사진출처:SBS)

'K팝스타'의 최대 차별점은 국내 3대 거대 기획사인 SM, YG, JYP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사위원으로 양현석, 박진영, 그리고 보아가 있다는 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뢰감을 높여준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배출한 가수지망생들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 새롭게 기획사를 찾아야 한다면 'K팝스타'는 우승과 함께 곧바로 가수 활동이 보장되는 셈이다. 물론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익이 오로지 지망생들에게만 돌아가는 건 아니다. 기획사들 입장에서도 'K팝스타'는 확실한 이점을 제공한다.

먼저 기획사들은 'K팝스타'를 통해 말 그대로 공개 오디션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선발 과정 자체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가수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과정 자체에 대중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팬클럽이 형성되고, 오디션을 통한 성장 드라마는 가수의 스토리를 만들어준다. 여기에 개성 있는 가창력이 겸비된다면 그 어떤 기성가수보다 더 확실한 이미지를 손쉽게 갖출 수 있다.

기획사들이 자체 오디션을 통해 지망생을 뽑고 오랜 시간의 훈련생 과정을 거쳐 얻을 수 있는 것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간에 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K팝스타'에서 예선을 통과한 지망생들은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기획사들에 걸맞게 나이가 어릴 수밖에 없다. 물론 각각의 기획사가 점찍어 놓은 지망생이 우승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향후에 그 탈락자를 기획사에서 영입한다면 오디션 과정을 통해 쌓여진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이미 인지도가 갖추어진 지망생을 뽑을 수 있다는 이점은, 'K팝스타'를 통해 기획사들이 얻고 있는 기업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사실 소소한 것이 될 것이다. 'K팝스타'는 지망생들만큼 심사위원으로 앉아있는 기획사를 대표하는 인물들, 즉 양현석과 박진영 그리고 보아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래서 각각의 기획사의 이미지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K팝스타'에 내세운 대표주자들을 통해 3대 기획사들은 각각 어떤 이미지를 얻어갔을까.

먼저 양현석은 확고한 YG만의 스타일을 심사를 통해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틀에 맞춘 상품 같은 가수들이 아니라 각각의 개성을 극대화시키는 점을 심사를 통해 어필함으로써 자사의 소속가수들의 아티스트적인 이미지를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이것은 박진영과의 잦은 의견 차이를 통해 더욱 극대화되었다. 박진영이 '기본기'를 강조하면, 양현석은 '재능과 개성'을 강조하는 식이다. 또한 양현석의 '선한 이미지'는 YG가 겪었던 대성의 교통사고와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 등의 악재를 통해 갖게 된 이미지를 상당부분 상쇄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한편 박진영은 'K팝스타'의 악역을 자처하고 있지만, 그런 이미지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고 보여진다. 사실 JYP는 SM, YG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로 여겨진다. 박진영이 스스로 "YG사옥 앞에 JYP 있었으면 수위실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에는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K팝스타'의 심사위원석에 박진영이 양현석, 보아와 나란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JYP는 이들 기획사들과 대등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즉 박진영은 'K팝스타'에 앉아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장 큰 걸 얻어가는 셈이다.

보아는 'K팝스타'를 통해 단순한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물론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아는 이미 아티스트였으니 말이다. 다만 아이돌로서 저평가된 면이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SM은 보아를 'K팝스타'에 세움으로써 일단 다른 기획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면서도 동시에 보아라는 가수의 이미지도 제고시키는 일거양득을 거두었다. 이것은 또한 SM의 아이돌 그룹이 그저 찍어내듯 노래하고 춤추는 그런 가수들이 아니라, 피나는 연습과 경험을 통해 한 명의 음악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전례를 세우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K팝스타'는 지망생들도, 기획사들도, 또 이들을 통해 프로그램을 만든 방송사도 모두 남는 장사를 하는 보기 드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기획사의 특징이 너무 가미되다 보니 어린 가수 지망생들만 천거되는 단점은 있다. 그만큼 다양한 세대를 포함시키지 못한다는 다양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간 K팝을 이끌었으나 또한 가요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 그 획일적인 흐름을 만들었던 부정적인 인식을 상당부분 깨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모쪼록 자사 홍보에 머물지 않고 진짜 국내 K팝의 성장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음악들을 천거하고 발굴해내는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건, 이 프로그램이 기획사들의 이미지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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