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끝낸 ‘어서와’, 작은 발상의 전환이 만든 큰 변화

포상의 성격으로 제주여행을 했던 4개국 특집을 마지막으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즌1을 마무리했다. 서울 MBC 드림센터 스튜디오에 4개국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담아낸 건 그간 그들이 걸어왔던 여행들에 대한 추억과 회고였다. 그 시작점을 생각해보면 소소해보였던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보자 그 소소함이 만들어냈던 의외로 큰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실 외국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 아니었고, 또 여행 콘셉트의 소재는 넘치고 넘쳤던 게 작금의 예능가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콘셉트를 덧붙였음에도 이 프로그램이 완전히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작은 발상의 전환 때문이었다. 이미 JTBC가 <비정상회담>으로 외국친구들에 대한 호감을 충분히 이끌어내고 있었고 그래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외국친구들의 고국을 방문하는 여행 소재를 더한 프로그램도 방영되기도 했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 여행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졌다. 외국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외국친구들을 한국으로 초청한다는 콘셉트. 영세한 케이블 채널의 작업 환경을 먼저 떠올려보면 이 기획은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제작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었을 게다. 하지만 효과는 거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이들의 한국 여행이 그들의 여행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우리네 시선까지 바꾸게 했으니 말이다.

이미 너무나 익숙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서울의 풍경들이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새로워졌다. 역사적 유적들은 교과서에서 배울 때 잠깐 우리의 기억에 머물렀을 뿐,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그 역사적 유적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건 우리에게도 새삼스런 발견으로 다가왔다. 

흔하디흔한 국 한 그릇을 먹어도, 전화만 걸면 바로 배달해 오는 치킨에 맥주를 마셔도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공간의 신기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것들이 그토록 신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 앞에 다시 내밀었다. 외국인친구들의 여행기는 그래서 그들의 여행이면서 우리들의 발견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저마다 휴가철만 되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정작 우리는 우리의 것들을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진중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국 체험과 그들의 체험을 또한 공감하는 MC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문화 사이의 소통의 물꼬를 열어주었다. 핀란드 친구들이 우리나라에서 경험하는 찜질방이 남다르게 다가오고, 독일 친구들이 도심에서 오르는 북한산의 정경이 남다른 건 그들의 경험치와 문화가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서로 공유하는 시간은 우리가 외국인들을 그저 타자로 바라보던 시각을 바꿨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미 친구처럼 가까워진 그들을 느끼게 된 건 그래서다. 

소규모 케이블 채널이라도 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보여줬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대형 기획에 스타급 연예인이 출연해야 성공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다른 작은 규모의 제작자들에게도 어떤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벌써부터 시즌2가 기다려진다. 이런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가진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나오기를.(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4개국 특집, 의미만큼 재미를 확보하지 못한 까닭

이탈리아, 독일, 인도, 멕시코. MBC 에브리원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마련한 특집에는 무려 4개국의 외국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각국의 친구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시청자들은 그들이 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래서 이번 특집이 성사된 것도 바로 이런 요청에 대한 프로그램의 화답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다시 보고 싶었던 외국친구들이 무려 4개국에서 날아오고, 항상 여행 하며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지목됐던 제주도가 여행지로 잡힌 이번 특집은 여러모로 그 프로젝트 자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출연하는 인물들이 엄청나게 많고 그들이 각각 제주도의 곳곳을 여행하며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큰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번 특집이 지금껏 한 나라 친구들씩 해왔던 여행들과 비교해 어째 재미가 덜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분명 의미는 있다. 그리운 친구들을 다시 본다는 것이 그것이고, 그들이 이제 서로 간의 교류를 또한 보여준다는 건 지금껏 이 프로그램이 해왔던 방식과는 또 다른 이문화 비교체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으로 지목되는 건 너무 출연하는 인물들이 많다는 점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대형화되면 그 스케일이 주목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프로그램에는 이러한 큰 스케일이 그다지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사실 그간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반색했던 건, 굉장한 여행을 떠나서가 아니라 아주 소박하고 일상적으로 우리도 갔었던 여행지를 외국인의 시선으로 참신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나도 갔던 여행지에 저들도 가서 느끼는 공감대와 그들이 더해주는 새로운 시각에 흥미로움을 느끼게 됐던 것.

이번 제주도에서 벌어진 4개국 특집은 이러한 소박함과 ‘일상성’에서는 상당 부분 거리를 느끼게 한다. 4개국에서 온 외국친구들이 저마다의 여행을 하는 그 분량들을 병렬적으로 채워 넣다 보니 몰입은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라 뚝뚝 끊겨지게 되고, 이미 한 번 한국을 여행했고 또 방송에도 나오다 보니 유명인사가 된 이들은 그 면면 또한 ‘소박함’을 상당 부분 상쇄시킨다.

제주도라는 공간이 부여하는 ‘이벤트적인 성격’ 또한 여행의 일상적인 느낌을 지워버리는 요인이 되었다. 이를테면 감귤 따기 체험이나 감귤로 만든 맥주공장 견학, 카트라이더 경주 같은 체험들은 물론 제주도 여행에서 우리들도 하는 것들이지만, 이미 유명해진 이들이 하는 모습은 마치 저녁 6시대에 하는 프로그램들에서 외국인들이 등장해 그 곳을 소개하는 코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미 섭외된 곳을 유명해진 외국친구들이 일정에 맞춰 찾아가 체험하고 소개하는 이벤트적인 느낌은 그래서 이번 특집의 재미가 덜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역설적으로 보면 이번 경험을 통해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가 다시금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보통의 외국친구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우리네 문화에 대한 솔직하고 남다른 시각이라는 것이고, 이벤트적인 성격이 아니라 진짜 우리네 일상 속으로 소박하더라도 깊게 들어오는 체험이라는 것이다. 물론 포상의 성격이 강한 이번 특집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제작진들은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친구들이 새삼 확인시킨 제주의 다양한 모습들

제주가 이토록 다채로운 재미를 주는 곳이었던가. 사실 여행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제주의 여러 명소는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소개된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게 익숙할 법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소개하는 제주여행은 남다르다.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인도 친구들이 그들의 시선으로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것도 새롭게 담아내기 때문이다. 

멕시코 친구들이 찾은 ‘도깨비도로’만 봐도 그렇다. 사실 이제 너무 흔해져서 ‘도깨비도로’를 찾는 사람들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그것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걸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멕시코 친구들이 그 곳을 찾아 시동을 끈 차가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걸 경험하고 놀라워하는 장면은 새삼 이 공간을 흥미롭게 만든다. 

차에서 내려 직접 그 도로를 경험하기 위해 물을 바닥에 따르고, 귤을 굴리지만 생각만큼 거꾸로 굴러가지 않아 당황하는 멕시코 친구들의 모습도 우습지만, 다른 관광객이 놓은 작은 병이 굴러가는 걸 보고는 동글동글한 친구 파블로를 일부러 굴려보는 장면은 ‘도깨비도로’에서도 느껴지는 멕시코 친구들의 유쾌함이 느껴진다. 

독일 친구 페터와 다니엘이 아침부터 든든하게 김치와 곁들여 한 끼를 챙겨먹고 오른 한라산도 새롭게 다가왔다. 눈 덮인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도 풍광이지만, 이들을 알아보는 등산객 아저씨가 그들은 물론이고 제작진에게까지 음식을 나눠주는 모습은 새삼 ‘산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줬다. 페터와 다니엘이 그 아저씨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느꼈듯이.

알베르토가 제안해 이탈리아 친구들이 체험한 바다낚시는 그들의 첫 경험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알베르토는 어려서부터 이웃집 아저씨 때문에 낚시를 해왔다고 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바다낚시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하지만 의외로 가장 많은 물고기를 낚은 루카 앞에서 알베르토는 멋쩍어질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친구들이어서 그저 음식 하나를 먹어도 그 느낌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탈리아 친구들이 제주 특유의 고기국수 맛에 푹 빠지는 모습이나, 인도 친구들이 산낙지를 통째로 집어 넣어 끓여 먹는 해물탕의 비주얼에 놀라다가, 그 맛에는 더욱 놀라는 모습 또한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어찌 보면 그들이 한 제주여행 자체가 새로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국인, 그것도 다양한 나라의 저마다 다른 문화와 취향을 가진 그들이기 때문에 제주여행의 모든 면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국수를 먹어도, 산을 오르거나 거기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도 모든 게 달라보였던 것.

그토록 많은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래서 국내는 이제 어느덧 너무 흔해진 느낌마저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면 이런 느낌 자체가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공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간을 누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의 성공, 영국친구들을 보면 그 답은 출연자다

어쩌면 이토록 훈훈할 수 있을까.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영국친구들이 한국여행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건 ‘배려’와 세대차가 전혀 없는 격의 없는 우정이다. 제임스의 친구로 초대된 이들은 데이비드, 앤드류 그리고 사이먼. 흥미로운 건 데이비드의 나이가 65세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나이가 있으니 생각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을 보면 전혀 나이 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씨에 겨울산행을 하기 위해 북한산을 찾은 이들은 보통 사람들도 쉽지 않은 산행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데이비드는 중간 중간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 섰고 가끔 미끄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걱정이 없었던 건 앤드류가 바로 뒤에 딱 달라붙어 혹여나 미끄러지면 받쳐주려 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정상까지 오른 후 내려온 데이비드는 이런 산행은 처음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건강 상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지만 데이비드는 그래도 모험을 계속하기를 원했다. 그러니 앤드류와 사이먼이 있어 든든하게 한국의 산행을 마친 것이 얼마나 보람 있게 느껴졌을까. 

산행 후 잠시 몸에 이상을 느끼자, 앤드류와 사이먼은 제 일처럼 데이비드를 걱정했다. 일단 일정을 접어두고 숙소에 데이비드가 잠시 쉬게 해준 뒤, 그들은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강남의 VR체험을 했다. 그 때 마침 받은 사이먼의 장교시험 합격 소식은 깨어나 다시 그들과 합류한 데이비드도 자기 일처럼 기쁘게 만들었다. 데이비드는 축하주를 건배하며 사이먼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이먼 같은 인재를 영입한 영국군도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 

다음 날 이어진 제임스 투어에서 이들은 인제로 모험여행을 떠났다. 격의 없이 어린 아이들처럼 서로를 놀려먹으며 즐거워하는 제임스는 앤드류에게 처음 번지점프를 경험하게 해줬고, 인제에서 나오는 최고의 한우를 친구들에게 맛보게 해줬다. 그리고 이어진 야간스키. 처음 스키를 탄다는 앤드류는 의외로 빠른 습득력을 보였지만 중급 코스에서는 자주 넘어졌다. 그러자 스키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가 나서 앤드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는 듯한 그 훈훈한 장면은 고스란히 산행에서 데이비드의 뒤에서 늘 대비하고 있던 앤드류를 떠올리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과 배려심, 그리고 나이 차가 얼마나 나든 격의 없이 농담을 던지고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영국친구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특별한 장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연배가 있어도 아이처럼 자신을 낮춰 그들과 어우러지는 친구가 되어준 데이비드나, 그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또한 그의 나이를 배려해 사려 깊게 행동하는 앤드류와 사이먼. 이들의 풍경이 이토록 훈훈하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우리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라서가 아니었을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를 던지며 우리에게 처음 소개됐던 영국친구들은 무엇이 진짜 ‘젠틀맨’인가를 이번 여행을 통해 보여줬다. 배려와 예의 그리고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 영국친구들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인기가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그건 한국여행과 리액션만이 아니라, 그 여행을 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매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프랑스편 약해도 이런 호불호가 진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랑스편은 시청률이 전편이 핀란드편보다 평균적으로 낮다. 핀란드편이 평균 4%대에서 최고 시청률 4.8%(닐슨 코리아)를 찍었던 반면, 프랑스편은 평균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도 그리 낮은 것은 아니지만 한참 상승세를 타던 것과 비교해보면 조금 주춤하는 느낌을 주는 건 분명하다.

이렇게 된 건 기존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프랑스편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독일편이나 최고 시청률을 찍은 핀란드편이 그랬듯, 이 프로그램이 힘을 발휘하는 건 아무래도 한국문화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호감이나 이해 같은 걸 드러냈을 때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왔지만 그러한 공감대 속에서 소통하는 즐거움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재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편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보낸 첫 날부터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장면들을 보여줬다. 이를 테면 하필이면 처음으로 접하는 음식점에서 매운 걸 잘 못 먹는 그들이 떡볶이를 시키고 그걸 먹으며 너무나 괴로워하는 장면 같은 것이다. 또 프랑스 거리라고 알려진 서래마을에 갔지만 실상 프랑스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빵집을 찾아 허기를 달래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이튿날도 이들의 여행이 우리 문화와의 어떤 공감이나 소통을 드러내는 부분은 조금 약하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빵집에 가서 빵을 먹고 미술관에 가서 우리네 현대미술을 관람하고는 포털업체를 방문하고 놀이공원에 가는 그 과정들이 우리만의 문화체험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거나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여행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한국에 왔다고 무조건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 경험에서 항상 좋은 반응만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시도는 해보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니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때로는 힘들기만 한 상황이 나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셋째 날 이들을 초대한 로빈이 강화도로 가서 전등사 발우공양을 체험하게 하고, 외규장각을 찾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우리네 문화재 이야기를 꺼내 놓거나, 또 식사를 하러 간 게요리 전문점에서 간장게장을 도저히 먹지 못해 포기하는 마르빈의 모습도 그래서 다른 외국친구들의 여행기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움이 있었다. 

발우공양 때 단무지로 그릇을 닦아 그 물을 마시는 것에 어딘지 어려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랬고, 외규장각에서 자신의 나라가 과거 제국주의 시절 벌였던 일들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조금은 불편함을 드러내는 장면도 그랬으며, 뭐든 주기만 하면 모두 엄지를 척 올리던 모습과는 달리 아무리 시도해도 도저히 못 먹겠다며 맨밥만 뜨는 모습도 그랬다.

물론 이들은 숙소로 돌아와 배달음식으로 파티(?)를 벌이며 한국의 배달문화에 놀라고, 그 음식들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그들의 취향에 맞았다고 할 수는 없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우리의 문화를 마치 우리처럼 즐겨주고 공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이다. 그들과 우리는 다르고,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는 걸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도 이러한 이문화 체험을 소재로 삼는 프로그램이 가져야할 덕목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프랑스편이 조금 약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해도 그저 일방적인 호감만이 아닌 이러한 호불호야말로 진짜라는 걸 이 편이 보여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떻게 다 좋을 수가 있을까. 싫은 것도 있고 불편한 것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겪을 때 우리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러니 어찌 보면 이번 프랑스편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그저 달달한 공감과 소통의 사탕만을 주던 것에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줌으로서 어떤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균형감각은 이 프로그램이 자기만족적인 도취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핀란드편, 하얀 도화지라 더 잘 그려진 우리 모습

마치 하얀 도화지 같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이번에 온 핀란드 친구들 말이다. 좋은 건 좋고 별로인 건 별로라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온다. 애초에 이들을 초대했던 페트리가 얘기한 것처럼, 핀란드인들의 삶은 훨씬 단출하고 소박해 보인다. 그 순수함 때문일까. 이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더 적나라하게 잘 드러내주는 것 같다.

가장 먼저 단박에 드러나는 것이 술 문화다. 물론 프로그램도 또 이들 핀란드 친구들도 호의적으로 우리네 술 문화에 대한 반응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찜질방에 가서 500cc 생맥주가 겨우 3천5백 원 한다는 얘기에 반색하며 술을 마시는 이 친구들의 모습 이면에 드러나는 건 우리네 술 문화가 사실상 어디서든 언제든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핀란드에서는 밤에 술을 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술을 마시려면 정해진 펍을 찾아가야 하고 술 가격도 만만찮다. 그래서 빌푸는 한국의 이런 술 문화가 좋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빌레는 핀란드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 이유는 밤늦게 취객을 만날 우려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상 우리네 밤 풍경에서 꼴불견으로 꼽히는 일이 술에 위해 폭력적인 면을 보이는 이른바 ‘주폭’이 아닌가. 

시장 통에서 생선 요리들을 시켜놓고 먹어봐야 한다며 소주를 시키고는 낮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도 핀란드인들은 ‘자괴감’을 갖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은 남들이 다 일할 때 술을 마시고 있다는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낮술 그 자체가 일로서 이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이들이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반색하는 모습 역시 우리네 술 문화가 너무나 술에 대한 허용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핀란드 친구들은 또 미용실을 찾아 그 섬세한 손길에 대단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핀란드는 비용도 비싸고 그래서 자주 가지 않는 곳이 미용실이기 때문이다. 빌레는 심지어 14년 만에 미용실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간 직접 자기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는 것.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 만점인 우리네 미용실에서 완전히 스타일을 바꾼 그들은 오히려 돌아가 이 스타일을 어떻게 유지할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네 미용의 문화나 그 섬세한 기술이 가진 자긍심 같은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 보면 거기에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흔히 ‘외모 지상주의’가 사회 문제로까지 지목되고 그래서 성형이 일상화되는 우리 사회의 면면들을 떠올려 보면, 되려 14년 간 저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는 빌레의 소탈함이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주로 외국인 친구들이 우리 문화를 경험하며 느끼는 놀라움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것들을 편집해 보여준다. 하지만 그 긍정적 시선을 거꾸로 뒤집어보면 우리 사회의 문화가 가진 부정적인 요소들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핀란드 친구들처럼 순백의 도화지 같은 면면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라면 더더욱.(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핀란드친구들, 무엇이 특별했을까

독일친구들이 진지했다면, 인도친구들은 낙천적이고 흥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핀란드친구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우리에게 핀란드는 사우나와 자일리톨 정도로 익숙하지만 실제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핀란드친구들을 초대한 페트리는 한국인들이 핀란드하면 “휘바휘바”라며 껌을 떠올리는 정도라고 했다. 사실 산타클로스의 나라라는 것도 잘 모르는 이들이 있을 정도. 나라는 익숙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바로 그 지점이 핀란드친구들에 대한 궁금증을 더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사진=페트리 인스타그램)핀란드 친구들도 한국이 낯설긴 마찬가지다. 도시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 순박한 시골청년 빌레, 록 음악과 게임캐릭터에 반색하는 사미 그리고 교수로 불리며 한국음식에 유독 관심을 갖는 먹방 거요미 빌푸는 공항에서부터 한국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 표정이었다. 페트리가 설명하듯 “매우 춥고 심심한 나라”에서 온 핀란드 친구들은 그래서인지 말도 별로 없고 리액션도 거의 없는 ‘포커페이스’였다. 그러니 그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어떤 느낌을 갖는지가 얼굴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포커페이스이기 때문에 살짝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인도친구들이 뭐든 하기만 하면 굉장한 리액션을 보여줘 가만히 있으면 마치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면, 핀란드 친구들은 늘 무뚝뚝한 표정을 지고 있어서인지 살짝 미소를 짓기만 해도 굉장한 마음의 표현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었다는 것. 

철두철미하게 계획하고 여행하는 모습은 독일친구들을 그대로 닮았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지도를 파악하고 동선을 체크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명동까지 와서 호텔을 찾는 일이 너무나 순조롭게 이어졌다. 게다가 본격적인 한국 여행을 하기 전 한국을 먼저 알아야겠다며 첫 여행지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것도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독일친구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핀란드친구들의 관심사는 역시 조금 달랐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독 관심을 가진 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태극기였다. 특히 태극기의 그 문양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우리도 간과하곤 했던 태극기가 가진 특성들이 새롭게 보이게 해주었다.

흥미로웠던 건 그렇게 국립중앙박물관을 보고 식사를 한 후 그들이 간 곳이 디지털미디어시티의 e스포츠 경기장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렇게 게임에 이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빌푸가 국립중앙박물관을 갈 때, “한국은 긴 역사를 가진 나라고, 세종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왕이다. 과학과 발명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하며 그런 사실을 유명 역사게임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한 대목에서부터 드러난 바 있다. 

사실 핀란드는 슈퍼셀 같은 세계적인 게임 제작사가 있는 나라다. 하지만 핀란드에는 우리 같은 PC방 개념이 없어 게임을 함께 하기 위해 직접 컴퓨터를 갖고 한 집에 모여 게임을 한다고 했다. 우리의 경우는 게임대회로서의 e스포츠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고, 핀란드친구들이 이름을 얘기할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이머들이 있다. 바로 이런 지점은 이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핀란드친구들과 우리 사이의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사우나라고 흔히 부르는 그 말이 핀란드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사실 역시 우리와 그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첫 날 여독도 풀 겸 우리식의 사우나라고 할 수 있는 찜질방을 찾은 핀란드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못내 궁금해지는 건 그렇게 연결고리가 있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그 안에서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한파를 지나며 한층 겨울에 다가가는 날씨. 하지만 가장 추울 때는 영하 50도 이하로도 떨어진다는 핀란드에 비교하면 우리네 가을의 기온은 저들에게는 여름날씨를 닮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니 이 날씨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저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보게 되고 또 저들을 보게 되는 일이 자연스럽다.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는 핀란드친구들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건 그들과 우리의 접점에서 발견되는 저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가 주는 흥미로움 때문이다.(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덕분에 갈수록 외국친구들이 늘어간다

우리에게 인도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하다. 여행자들에게는 편안히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 곳으로 인식되어 있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 돼지고기는 아예 먹지 않는 곳으로 여겨지곤 한다. 카스트 제도의 영향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고, 빈부 격차는 심각할 정도로 큰 곳. 그런 곳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이고 실제로도 그런 모습을 갖고 있지만 그게 과연 전부일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나온 럭키는 한국에서 지낸 지 21년이나 된 인도친구다. 그는 우리 사회의 문화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또 인도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도 알고 있다. 또한 인도에서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선입견 역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 중간에 서서 우리가 가진 인도에 대한 선입견 그리고 인도친구들이 우리나라에 가진 선입견을 깨주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했다. 

인도가 치안이 불안하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며 빈부 격차와 신분사회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부가 그렇지는 않다는 걸 럭키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초대한 친구들, 비크람, 샤샨크, 카시프 등은 우리의 이런 선입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편견 없이 우리 문화에 스며들었다. 특히 흥 많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아이 같은 매력을 가진 비크람은 이번 인도 친구들의 여행을 더더욱 즐겁게 만들어준 존재로서 인도를 더 친숙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낯설 수 있는 한국음식을 선입견 없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나, 경복궁에서 한복 입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사진을 찍고, 한식 투어를 하며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그런 모습들은 우리가 상상했던 인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흥 많고 늘 농담을 던지는 그 낙천적인 사고방식은 오히려 인도가 가진 긍정적인 자산처럼 보였다. 종교적인 영향 하에서 생겨난 삶에 대한 긍정과 낙관.

비크람의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그의 시선으로 우리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주기도 했다. 양평으로 떠난 캠핑 여행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날 비크람이 쓰레기 분리수거와 청소를 하는 우리네 문화를 영 이해할 수 없다고 한 점이 그랬다. 물론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할 일은 다 했지만, 비용을 치르고 하룻밤을 지냈는데 그런 일들을 스스로 한다는 것이 영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 사실 이런 문화는 우리에게도 가끔 낯설게 다가오는 면이 있었지만 그걸 굳이 이상하게 바라보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비크람의 행동은 그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사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이제 어느 정도 이 색다른 여행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친구들이 공항에 도착하고 낯선 한국음식과 교통을 경험하고 친구를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내며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을 하는 것. 물론 그것은 대부분의 외국인 여행자들의 여행경험일 것이지만 방송이란 그걸 계속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패턴이 주는 단조로움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패턴의 식상함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아마도 매력적인 외국친구들 덕분일 게다. 독일 편을 통해 우리에게는 지금도 기억에 남게 된 페터, 마리오, 다니엘은 물론이고, 러시아 편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레기나, 엘레나, 아나스타샤 그리고 이번 인도친구들까지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에게는 외국친구들이 늘어가고 있다. 

돌아가는 그들에게 다시 오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친숙함을 느끼게 됐다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많은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들이 이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중요한 이유다. 이번 인도편에서 우리는 비크람, 샤샨크, 카시프를 처음 만났지만, 떠나는 그들은 어느새 박구람, 서상구, 강씨가 되어 있었다.

‘어서와’ 서상구·박구람, 인도친구들 맞아? 

이 친구들 인도에서 온 여행자들 맞아? 단 2회 분량이 방송된 것뿐이지만 어째 이번에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인도친구들 비크람, 샤샨크 그리고 카시프는 전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인천공항에 내릴 때부터 어딘가 인도인들 특유의 삶에 대한 낙관 같은 것들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로 우리네 문화 속에 이물감이 없을 정도로 스며들 줄은 몰랐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물론 호텔에 도착해 비행일정으로 피곤해진 몸을 낮잠으로 추스를 때, 이 인도친구들이 가진 특유의 느긋함 같은 것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독일친구들이 뭐든 계획대로 척척 시간을 맞춰 여행을 했던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본래 일어나려 했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일어나 느릿느릿 나갈 채비를 하는 이 인도친구들에게서는 “뭐 인생 그리 급할 거 있냐”는 식의 여유와 낙관이 묻어났다.

결국 어둑해진 밤에 남산타워 투어에 나섰지만 그 늦은 밤에 나와서 오히려 더 멋진 서울의 야경을 그들은 자신들의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진 줄을 기다리면서도 인형 뽑기 게임에 푹 빠져 돈을 탕진한 비크람은 마치 아이 같았고, 그렇게 실망한 그들에게 친절한 시민이 모자를 선물하는 장면에서는 삶의 여정이라는 것이 불행과 행운 어느 쪽으로든 튀어갈 수 있는 럭비공 같은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밤 이태원에서 벌인 소주 파티에서 이들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했다. 소주를 마시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그들은 옆 테이블에 있는 분들에게 서슴없이 말을 걸고 건배를 제창했다. 그들은 그날 비행기를 타고 인도에서 날아온 외국인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여기 살던 사람들처럼 모든 게 너무나 친숙했다.

둘째 날 여행에서도 여지없이 이들의 낙관적인 삶에 대한 열린 자세는 그대로 드러났다. 다리가 아픈 비크람이 호텔에서 쉬는 동안 한옥마을 여행을 나선 샤샨크와 카시프는 한복을 빌려입고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그리고 한복을 입은 다른 분들에게 다가가 서슴없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런 낯선 곳에서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경복궁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몸이 회복되어 다시 합류한 비크람은 마치 자신이 스타나 된 듯 거기 관광을 온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특히 한복을 입은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한 푸드투어에서도 이 인도친구들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했다. 불고기맛에 연실 감탄하고, 떡볶이와 치맥까지 곁들이며 외국인들과 함께 한 푸드투어 속에서 이들은 거의 한국 사람들처럼 그 시간을 즐겼다. 특히 홀로 식당에 두고 온 모자를 찾으러 돌아갔다가 종로 한복판을 헤매게 된 비크람에게서 외국인의 느낌은 별로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어쩌면 그리도 낯선 곳에서조차 전혀 두려움 같은 걸 느끼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이 인도친구들이 가진 삶의 자세 같은 것들이 거기 묻어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도인들 특유의 느긋함과 삶에 대한 낙관 그리고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서도 위화감 없는 모습을 그들은 보여주었다. 그래서일까. 한 한복 가게에서 직원이 이들에게 지어준 박구람, 서상구라는 이름이 하나도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단 이틀 만에 그들이 우리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이 인도친구들은 신기하게도 보여줬다. 그것이 우리가 삶이라는 여행에서 그 여행을 좀 더 폭넓고 즐겁게 해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알려주듯이.

‘어서와’, 독일 친구들과는 달랐던 젊은 러시아 여성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기는 짧게 마무리됐다. 5회에 걸쳐 방영됐던 독일친구들편에 비교하면 3회 만에 마무리된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은 너무 짧아 이제 시작하려다 바로 끝나버린 느낌이다. 물론 독일친구들 이전의 멕시코친구들 역시 3회 분량으로 방영됐던 걸 생각해보면 이들의 여행기가 짧았던 게 아니라 독일친구들의 여행기가 남달리 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특별했으니 길었을 수밖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하지만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은 그들 나름대로 특별한 면면들을 담고 있었다. 동물을 좋아해서 수족관을 가서 물고기를 보며 “귀엽다”를 연발하고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물고기를 먹는 이색적인 하루를 보여주거나, 한류 팬으로서 그 캐릭터 상품들을 살 수 있는 곳에서 쇼핑을 하고, 젊은 여성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또 당연히 관심이 있는 한국 화장품을 폭풍 쇼핑하는 모습 등은 독일친구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러시아친구들의 색다른 여행의 모습이었다.

여러모로 독일친구들의 여행과의 비교 때문에 소소하게 보였지만 지나고 보니 러시아친구들은 또 다른 색깔의 여행을 보여줬다고 느껴진다. 일단 세대가 독일친구들보다 훨씬 젊다. 따라서 독일친구들이 여행에 있어서 서로를 배려하거나 좀 더 학구적인 자세를 갖는 등 성숙한 면들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러시아친구들은 젊은 또래들이 보여줄 만한 여행에서의 좌충우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걸 단적으로 드러낸 게 대학가를 여행하는 도중 아나스타샤가 갑자기 “더 이상 못하겠다”며 힘겨움을 토로하며 생긴 갈등이었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차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유독 습도가 높은 날씨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상황, 오해로 인해 어딘지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 아나스타샤의 감정이 터져버린 것. 

결국 여행 일정을 모두 접고 숙소로 돌아와 버렸지만, 사실 이런 사소한 다툼들이나 갈등들은 여행 도중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자주 싸우지만 또 금세 친해지는 게 그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니어서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일들이지만 현장에서는 자못 심각했던 그런 일들을 러시아 친구들이 보여준 건 그래서 독일친구들의 늘 좋았던 여행과는 사뭇 다른 여행의 면면을 드러내줬다. 

그런 갈등이 지나고 나서 서로 말 한 마디로 화해를 하고 금세 다시 친해져 찜질방으로 향하는 러시아친구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진진해질 수 있었다. 불가마의 뜨거움과 얼음방의 차가움을 오가며 냉탕온탕의 단짠 체험을 즐기거나, 처음 해보는 안마의자에서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하는 모습은 그 날 낮에 있었던 갈등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행복한 순간들로 남게 됐다. 그리고 이어진 러시아 음식점에서의 편안한 식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의 술 한 잔은 이 젊은 친구들의 여행에 괜찮은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그 나이 대에 각기 가진 취향들이 다르니 그 여행의 양상도 달라진다. 이것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사실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 겪는 문화적 충돌이라고 하면 어찌 보면 비슷한 것들의 반복처럼 보인다. 언어적 차이, 문화적 차이, 음식이나 숙소의 차이 같은 게 그것이다. 그래서 여러 번 반복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그런 우려를 날려주는 건 그 여행자들의 다른 취향들이다. 이 취향들이 있어 또 다른 여행기가 나온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래서 그들의 한국 체험기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들의 눈으로 여행으로 하는 ‘그들의 취향 체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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