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김주혁의 소신과 열정은 어째서 무시될까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을 보다 보면 알 수 없는 답답함과 분노감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아르곤’이라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처한 상황과, 그 안에서 그 누구보다 소신을 지키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들이 어쩐지 제대로 평가받기보다는 오히려 핍박받는 위치에 서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아르곤(사진출처:tvN)'

HBC에서 보도의 중심은 메인 프로그램인 ‘뉴스9’이다. ‘아르곤’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서 특종을 해왔지만(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잦은 소송과 사과방송까지 하게 되었고 결국은 자정 시간대로 밀려난다. ‘아르곤’이 이렇게 된 것은 그 프로그램이 의미와 가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소신을 지키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성역 없는 취재를 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김백진(김주혁) 앵커. 그는 재난보도에서 ‘뉴스9’이 정치적 목적으로 섣부르게 현장소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보도한 것을 백업 보도하지 않는다. 대신 그 보도가 편향되었다는 걸 알고는 이를 바로 반박 보도함으로써 방송사의 경연진들에 눈총을 산다. 팩트에 근거한 진실보도보다 방송사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그들의 판단 때문이다. 

그는 말기암 판정을 받아 ‘뉴스9’을 물러나게 된 최근화(이경영) 앵커의 자리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그의 라이벌로 사사건건 그의 발목을 잡는 유명호(이승준) 보도국장이 그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기지만 유명호가 벌써 국장 자리에 오르게 된 건 진실보도에 대한 소신을 지키기보다는 정략적인 보도를 통해 오로지 출세의 길로만 달려온 덕분이다. 

유명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과거 ‘아르곤’이 했던 종교계 비리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건을 다시 끄집어온다. 그 종교단체가 갑자기 김백진을 지목해 소송을 벌인 것. 알고 보면 그것도 유명호가 뒤에서 꾸며낸 계략이었다. 소신 보도의 길을 걷다보니 많아진 소송 건들을 건드려 ‘뉴스9’ 메인 앵커 투표에서 그의 표를 깎아내려 했던 것. 결국 소신을 지키려 하는 이가 출세를 향해 달리는 이들에 의해 핍박받는 현실을 우리는 <아르곤>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소신과 열정을 가진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김백진 같은 리더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리더와 함께 뛰고 또 뛰는 ‘아르곤’의 기자와 작가들은 그의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두 똑같이 핍박받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래서 마침 회사를 나가려 결심한 육혜리 작가(박희본)는 김백진 앵커의 소송을 취하하게 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려 한다. 물론 이 사실을 안 김백진 앵커가 그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걸 분명히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연화(천우희) 같은 시용기자라는 특수한 계약직이 만들어진 것도 결국은 저런 출세만을 위해 달리는 유명호 같은 인물들 때문이다. 유명호는 자신을 지지하는데 사인을 하지 않은 이연화에게 계약직이라는 위치를 상기시키며 은근히 협박을 한다. 그것이 그들이 시용기자라는 특수한 계약직을 만들어 이용하는 방식이다. 

<아르곤>은 사실 드러내 놓고 지금 현재 공영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의 문제를 끄집어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르곤>이 그리고 있는 그 대결구도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공영방송 언론이 처한 상황을 가늠해낼 수 있다. 사실 소신을 지키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기자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소금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잘 되는 현실이 아니다. 오히려 사익을 추구하는 이들이 더 잘 되는 현실. <아르곤>에서 은근히 느껴지는 분노의 원천은 이렇게 우리네 현실과 맞닿아 있다.

‘아르곤’, 빈틈없는 김주혁과 겁 없는 천우희의 캐릭터 시너지

앵커와 용병 취급받는 구박덩어리 기자지만 이 조합 볼수록 기대된다.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의 앵커 김백진(김주혁)과 계약직 미생 기자 이연화(천우희)가 그들이다. 얼핏 보면 이 조합이 무슨 힘을 발휘할까 싶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가 이들이 해나가야 하는 싸움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 

'아르곤(사진출처:tvN)'

앵커 김백진은 모든 일에 있어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다. 그저 임기응변으로 했던 일처럼 여겨진 것조차 어떤 계산에 의한 것이다. 그런 캐릭터를 드러내는 대목이 미드타운 붕괴사고의 책임을 현장 소장에게 뒤집어씌운 것에 대한 추가보도를 거부할 때 이연화를 인터뷰자로 갑자기 세운 장면이다. 

사실 김백진은 이연화를 자신의 아르곤 팀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찍어 누르려고 하는 보도국장 유명호(이승준)가 심어놓은 스파이로 의심했던 것. 방송 사고라도 나면 어쩔 뻔 했냐는 신철(박원상)의 물음에 그는 그런 방송에 팀원들을 다치게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즉 이연화는 자신의 팀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괜찮다는 판단으로 그녀를 세웠다는 것. 

반면 <아르곤>을 <미생>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자 장그래 이연화는 스스로 자신이 막장에 서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래서 못할 것이 없다. 발로 뛰어 미드타운 붕괴사고 이면에 고위급 정부 관료까지 연루된 정황을 담은 사진을 찍어온다. 김백진은 이연화의 합리적 의심을 ‘소설’이라 일축했지만 그녀가 가져온 증거에 놀란다. “용병이라 그런가 겁이 없어”라고 말하는 김백진은 결국 이 사건을 끝까지 맡아 보라고 이연화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김백진은 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일을 그들만의 비밀로 하자고 선을 긋는다. 그런데 거기에도 김백진의 빈틈없는 계산이 들어가 있다. 그는 어찌 보면 위험할 수 있는 이 사건추적에 팀원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고, 그래서 자신과 이연화 둘이서 그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것. 

한편 이 둘이 싸워야 할 대상이 의외로 거대한 게이트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더 흥미진진해졌다. 단지 방송사 내에서 벌어지는 김백진과 유명호의 대립구도처럼 시작했던 이야기는, 그 이면의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김백진이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서 비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찾아나가며 거대 권력과 맞서게 되는 스토리로 확장되었다. 

이 거대 권력과 한 판 싸움을 벌이게 되는 김백진과 이연화의 조합이 흥미로운 건,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빈틈없는 경력자의 노련함과 계약직인 데다 팀 내에서도 구박만 받는 막장 신입 기자의 패기와 열정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거기에는 미생 이연화가 기자로서 차츰 성장해가는 과정을 본다는 흐뭇함이 깔려 있고, 김백진과 멜로는 아니더라도 선후배 관계의 진전 같은 훈훈함이 존재한다. 

언론 적폐 청산의 이야기가 절실해진 요즘, 응당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는 바람직한 언론인들의 사투가 보여주는 심정적 지지는 그 어떤 것보다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대중적 열망을 담아 <아르곤>의 김백진과 이연화 조합에 대한 기대감도 더 커지고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그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조합의 힘이다.

검경과 언론의 ‘조작’, 진실에 다가가려는 역발상

여론조작. 사실 이 만큼 우리네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건 없다. 그 여론조작에 관여하는 건 검찰과 경찰 그리고 거대 언론이다. 이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조하며 권력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사건을 조작한다. 검찰이 밑그림을 그리면 경찰은 행동하고 거대 언론은 그럴 듯한 소설(?)로 여론을 조작한다. 이런 일이 과연 현실에 있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현실은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가끔씩 실제로 벌어지기도 한다. SBS 월화드라마 <조작>이라는 드라마가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리는 건 그래서 이러한 현실이 만들어낸 갈증 때문이다. 

'조작(사진출처:SBS)'

<조작>의 맨 꼭대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언론 대한일보의 구태원(문성근)은 현재까지 이 적폐 시스템의 머리 격이다. 구태를 상징하는 이 인물은 권위 있는 언론인 척 하면서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호도한다. 여론조작을 위해 검찰을 마치 제 수하 부리듯 좌지우지한다. 임지태(박원상) 검사 같은 인물은 대한일보의 뒤를 봐주면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한다. 그는 자신들이 충실한 개라고 말하며 짖으라면 짖고 덮으라면 덮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말한다. 한편 전찬수(정만식) 같은 부패경찰 역시 구태원의 수족이 되어 여론조작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런 그림은 우리가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봐왔던 것들이다. 적폐세력이라고 자주 등장하는 부패한 검찰과 경찰 그리고 언론의 공조는 이미 <내부자들> 같은 영화를 통해 많은 대중들의 공분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래서 <조작>이 그리고 있는 현실이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적폐세력들과 대적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그것은 저들이 하는 방식의 역공조를 통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일보의 구태원이 있다면 그에 대적하는 인물로 스스로를 기레기라 자청하며 오히려 그런 변칙적인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해가는 애국신문의 한무영(남궁민)과 바보행세를 하며 대한일보의 스플래시팀을 부활시키고 그래서 마지막 반전을 도모하는 이석민(유준상) 기자 있고, 임지태 같은 부패 검사가 있다면 그가 덮으라는 진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헤치려는 권소라(엄지원) 같은 검사가 있다. 전찬수 같은 행동대원격의 부패경찰이 있다면 그와 대적하는 양추성(최귀화) 같은 애국신문을 돕는 의리파 깡패가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저들과 대적하기 위한 역공조 팀을 이룬다. 영세하지만 진실을 위해 할 짓 안할 짓 다 하며 파헤치는 한무영과 애국신문이 권소라 검사 같은 인물과 공조하며 저들의 커넥션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는 같은 방식을 통한 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해진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대적할 수 없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역공조는 어떤 공감대를 갖게 만든다. 

그 끝에 서 있는 건 결국 대중들이다. 부패 언론에 의해 호도되는 진실이 여론을 조작하는 그 흐름이 있다면, 그 흐름과 맞서 그 여론 조작의 실체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흐름이 있다. 그 사이에서 대중들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태원이 말하는 대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여론 전쟁이라는 표현은 이 드라마를 가장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조금 뻔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의식을 가져왔지만 <조작>이 흥미로워지는 대목은 바로 그 문제의식과 맞서는 방식으로서 저들의 방식을 정반대 방향으로 활용한다는 그 지점이다. 부패한 검경과 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인 조직에서 소외된 검사와 기자 그리고 기레기 언론의 공조. 물론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런 판타지적 구도만으로도 흥미롭게 응원의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네 비뚤어진 현실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뜻이니까.

‘조작’, 남궁민이라는 기레기에 희망을 거는 이유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은 너무나 현실 같은 드라마다. 정관계와 손이 닿아 사건을 은폐하고 사실을 조작하는 거대 권력을 가진 언론사. 그 와중에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는 검사와 기자들. 하지만 정관계와 언론의 커넥션 속에서 희생되는 그들.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뻔히 보이는 그 비리를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그 단단한 적폐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무력감을 느껴왔던가. 

'조작(사진출처:SBS)'

<조작>의 한무영(남궁민)은 그 비리 앞에 희생된 형으로 인해 기레기를 자청하며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인물이다. 이석민(유준상)과 권소라(엄지원)는 진실을 밝히려다 권력의 힘 앞에서 속절없이 꺾여버린 기자와 검사다. <조작>이 다루려는 이야기의 그림은 그래서 첫 회에 이미 모두 포진되었다. 이렇게 밀려난 한무영과 이석민, 권소라가 거대권력의 손발이 되어 스스로도 권력이 되어버린 언론과 싸워나가는 이야기. 

한무영이 스스로를 기레기라 부르는 건 자조적이면서 동시에 진짜 기레기들에 대한 비판이 들어가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박을 하기도 하지만 한무영은 그런 행동의 목적이 분명하다. 진실을 위해 뭐든 실행에 옮기는 인물. 그래서 겉으로는 기자인 척 끝까지 파보라고 등을 두드려주면서도 뒤에서는 그들의 뒤통수를 치는 구태원(문성근) 같은 진짜 기레기와는 다르다. 그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는 건 그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세상을 형의 죽음을 통해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려는 인물의 주인공으로 남궁민이라는 배우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지난 작품이었던 <김과장>에서 김과장 역할을 연기한 남궁민은 역시 TQ그룹의 비리와 맞서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식을 동원하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도 해낸 바 있다. 물론 이번 <조작>에서의 한무영은 웃음기를 쪽 뺀 진지한 캐릭터지만 거대 권력과 엉뚱한 방식으로 맞서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김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한무영이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부르며, 그런 방식으로 해야 겨우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현실이 얼마나 뒤틀어져 있는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즉 우리는 이미 언론이나 검찰을 잘 믿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검찰이 무슨 발표를 하면 액면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기보다는 그 안에 담겨진 정치 역학적인 권력의 대결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언론 보도 역시 그 이면에 숨겨진 내막을 먼저 떠올리고 심지어 음모론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김과장>에서도 그랬지만 <조작> 같은 드라마의 주인공은 상식을 깨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비로소 시청자들이 그 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고, 오히려 그 이야기의 리얼함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기레기라 내놓은 한무영에게 그나마 어떤 희망을 갖는 이유다. 

사실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MBC <스포트라이트>는 손예진이 주연으로 나왔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했고, 그나마 괜찮은 성적을 가져갔다고 하는 <피노키오> 역시 13%(닐슨 코리아)가 최고 시청률이었다. 이렇게 된 건 드라마 내적인 문제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자라는 직종 자체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크지 않았던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작>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JTBC의 보도와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목도한 대중들이 새삼 언론의 올바른 힘이 얼마나 희망을 갖게 하는가를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조작>은 바로 그 현실의 힘과 그래서 생겨난 적폐청산에 대한 희망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드라마다. 남궁민 특유의 돈키호테식 대결의식이 또 한 번 일을 내지 않을까 싶다.

만일 <뉴스룸><그알>마저 없었다면...

 

2016년이 저물어가는 이즈음 국민들의 소회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마치 억눌렸던 무언가가 터져버린 느낌. 숨겨졌던 국정 농단의 실체들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느꼈던 그 허탈함과 참담함. 그래서 끝내 광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절실한 마음들이 새록새록 가슴에 피어난다. 다시금 되돌려 생각해보면 이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그저 묻혀버렸다면 그 끔찍함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우리가 다시 들여다봐야 할 건 언론이다. 언론은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었을까.

 

'뉴스룸(사진출처:JTBC)'

MBCKBS의 기자들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자신들이 나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줬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물론 이것이 일선 기자들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들 역시 목소리를 내려 했으나 윗선들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른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은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는 광장을 취재하는 것조차 국민들의 비아냥을 듣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뉴스룸>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렇게 꽉 막혀버린 국민의 시야를 제대로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어준 고마운 프로그램들이다. 만일 이런 시국이 국민들 모르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뉴스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민이 뽑아 놓은 대통령이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에 의해 좌지우지됐고, 그것이 모두 그들의 사익을 위한 일들로 채워졌다는 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걸 우리가 몰랐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합리적 의심을 어떤 사안이든 관계없이 던지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또 어땠을까.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것들이 의혹을 남기고 있는지 의식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상식적으로 판단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없었을 게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위한다는 식으로 앞에서는 얘기하면서 사실은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듯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 일들이 묻혀졌다면...

 

<뉴스룸>은 올해의 마지막 앵커브리핑을 통해 머피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연거푸 벌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다는 뜻이라는 것.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엄청난 비리들은 결코 숨겨지지 못한 채 하나하나 실체를 드러나며 터지고 있는 중이다. 그것들은 감춰지려 해도 감춰질 수 없는 일들이었다. 결국 일어날 일들이 우리 앞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혹자들은 뉴스를 보는 것만도 분노를 참을 수 없고 심지어 너무나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4일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가 소설가 박민규의 이야기를 빌어 말한 것처럼,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가장 큰 역할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눈을 뜨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방송에서 가장 중요했던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뉴스룸><그것이 알고 싶다>가 되지 않을까. 이 프로그램들 같은 국민의 진정한 눈이 되어줄 수 있는 언론이 내년에는 더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또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기를.

진실의 은폐, <솔로몬의 위증>이 건드리는 것들

 

저희 반에 빈 책상만 네 개예요. 그게 어른들의 보호고 도움이에요? 그럼 전 안 받을래요. 필요 없어요.” 고서연(김현수)이 말하는 빈 책상 네 개. 어째서 이 빈 책상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더 큰 잔상으로 남을까.

 

'솔로몬의 위증(사진출처:JTBC)'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은 학교에서 의문의 추락사를 한 학생 이소우(서영주)로부터 시작한다. 평소 그를 괴롭혀온 최우혁(백철민)과 그 친구들에 대한 미심쩍음이 있었지만 학교는 서둘러 이를 덮으려 하고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하려 한다. 사실 학내 폭력사태나 혹은 자살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걸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학교 이야기는 우리가 신문지상에서 너무나 많이 읽어온 것들. 그래서 <솔로몬의 위증>은 일본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어쩐지 우리의 이야기 같은 현실감을 준다.

 

물론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평소 최우혁과 그 친구들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이주리(신세휘)가 그를 따르는 박초롱(서신애)과 함께 최우혁이 이소우를 죽였다는 고발장을 만들어 서연의 집 앞에 놓아두게 되고, 이를 입수한 언론이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터트리자 두려움을 느낀 초롱은 주리와 말다툼 끝에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가 된다. 즉 한 학생이 죽고, 다른 한 학생은 혼수상태가 되며 다른 학생은 그로 인해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 물론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고서연은 친구들의 책상이 하나씩 비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학교에서 벌어진 한 학생을 둘러싼 추리극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사회 고발극에 가깝다. 드라마가 고발하려는 건, 한 학생의 죽음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그 진실을 제대로 알려 하기보다는 자기들 유리한대로만 처리하려는 어른들이다. 그 어른은 다름 아닌 학교와 경찰과 언론이라는 탈을 쓰고 있다.

 

학교는 그럴 듯한 추모식을 거창하게 열었지만 그건 죽은 학생을 진심으로 추모하려하기보다는 서둘러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함이었다. 경찰은 고발장을 보게 된 후 이 사건으로 갖게 된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심리 상담을 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건 아이들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한 구실이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박기자(허정도)흥미에 더 관심이 많다. 흥미롭고 자극적인 보도를 내기 위해 그는 금수저 천지인 정국고에서 위선과 허위를 폭로하면서 정의를 수호하는” ‘정국고 파수꾼이라는 가명의 SNS 계정을 추적하려 한다.

 

박기자는 본래 사람은 자기 유리한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가만있는 게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2학년은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나이라며 너 네가 어른들 도움 없이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서연은 안다.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이라고 했지만 결국 자기 반에 빈 책상만 늘어가게 됐다는 것을.

 

결국 <솔로몬의 위증>은 그래서 이렇게 진실을 덮으려고만 하거나 혹은 자기들 유리한대로만 하려는 어른들에 대항해 아이들이 직접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담는 드라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네 부끄러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부끄러운 현실들을 염두에 둔다면 아이들의 이런 반발에 심정적 지지가 가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그래서 <솔로몬의 위증>은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에 나온 학생들이 또박또박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던질 때 어른들이 갖게 되는 어떤 부끄러움 같은 것들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교실에 빈 책상을 볼 때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아이들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경영에서 독립된 보도, JTBC <뉴스룸>이 다른 이유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는 이화신(조정석) 앵커가 뉴스 마지막 멘트에 부정을 저지른 기업들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담는 장면이 나온다. 본래 정해진 멘트를 훌쩍 벗어나 자신의 소신대로 꺼내놓는 날카로운 비판에 국장은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국장은 곧바로 사장의 전화를 받는다. 이화신 앵커의 멘트 몇 개로 광고 수 십 억이 날라 갔다는 것이다. 결국 이화신 앵커는 유치원으로 전근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드라마의 내용이지만 이런 일들은 방송사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뉴스가 기업광고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 기업이 부정을 저질러도 뉴스가 소신대로 그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건 그래서다. 물론 기업에 관한 뉴스가 이럴 정도인데,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는 오죽할까. 이번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통해서 지상파 뉴스들이 일제히 비난을 받은 건 그 오래도록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묵인했거나 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 때문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방송사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과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정과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해주는 일이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경영이 최우선이 되면 방송사가 보도 부문에서 국정과 기업의 감시자가 아니라 홍보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걸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꺼내 보도한 JTBC <뉴스룸>은 무엇이 달랐길래 이런 소신있는 보도가 가능했던 걸까. 누구나 알다시피 이번 게이트는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가 그 대상이다. 그러니 자칫 일개 방송사에게는 사활이 걸린 보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런 소신 보도가 가능해진 건 다름 아닌 손석희 앵커 덕분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그 어떤 언론도 쉽게 꺼내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에는 독특한 JTBC만의 뉴스보도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JTBC의 사장이 누구냐고 물으면 손석희 앵커를 지목한다. 액면대로는 맞는 이야기다. 손석희 앵커는 JTBC의 보도부문 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부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JTBC에는 전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 김수길 사장이 따로 있다. 굳이 대표이사가 있는데 이렇게 굳이 손석희 앵커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세워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손석희 앵커가 JTBC로 오면서 스스로가 원했던 편집권 독립때문이다. 즉 누가 뭐라고 해도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모든 재량권을 손석희 앵커가 갖는다는 뜻이다. 물론 책임도 손석희 앵커가 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편집권 독립은 투명하고 소신 있는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JTBC<뉴스룸>이 보인 행보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건 언론의 독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JTBC 보도는 언론의 진정한 역할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알면서도 숨겨지거나 아니면 감시 기능 자체를 아예 가동하지 않는 언론의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경영으로부터 독립된 보도. 또 그런 보도를 소신 있게 하는 것이 인사 상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시스템. 지금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구축해야할 일이 아닐까.

<그것이 알고 싶다>, 결론보다 중요한 질문 그 자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방송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추적을 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 시간 역시 현재 국민을 들끓게 만든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 역시 이 방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만든 이유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묻고 또 물었고 이에 대해 많은 제보자들이 증언을 했다. 2010년 한 바이오 회사에서 일했다는 제보자는 이미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현 박근혜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그 회사에서 “VIP들의 예약을 받아 정맥 시술 얼굴에 시술하는 일을 했었다.”지금 대통령으로 계신 분 또한 예약을 잡아드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제보자의 이야기대로라면 그 자체가 심각한 불법이었다. 당시 회사 측에서 한나라당에 로비를 많이 했으며, 따라서 국회의원이나 연예인들도 많이 와서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받은 시술은 자가지방줄기세포 주사로, 지방에서 자가 세포를 채취해서 배양해 정맥이나 얼굴에 주사를 맞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은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장 이희영 의사가 말하는 것처럼 명백한 불법이다. “줄기세포 수여나 판매는 법적으로 동일하게 여겨진다. 공짜로 줘도 법으로 금지돼있다. 명확한 불법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바이오 업체의 이야기가 중요한 건, 그 업체가 2011년 사망사고를 내면서 문을 닫은 후 개원한 병원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차움 병원이라는 사실 때문이고, 세월호 7시간의 미스테리에서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 병원과의 관련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증언들에 대해 청와대 측이나 병원 측에서는 무응답이거나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를 한 차움 병원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병원에 내방한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참사 앞뒤로 열흘 정도는 그와 관련된 인물이 병원을 찾은 기록이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병원의 숨은 제보자들의 증언들과는 엇갈렸다. 제보자들은 병원 측이 보도가 시작된 이후 기록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즉 증거 인멸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속 시원한 해명을 청와대측에서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당시의 행적을 얘기하지 않았고 김기춘 당시 비서관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당시 일 분 일 초까지 알려고 하는 게 잘못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대통령의 행적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는 늘 상 대통령의 행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었고, 국가적 재난 상황 같은 것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그 11초까지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기록하고 공개한다고 했다.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정부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무려 90분 간 <그것이 알고 싶다>는 끊임없이 추적하고 여러 제보자들을 인터뷰하고 청와대와 관계자들에게 질문했다.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나아가 우리네 국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대통령 스스로가 답할 때만이 그 의혹은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그 질문 속에 이미 현 국정운영의 잘못된 면면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거나 회피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답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의혹에 대한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언론의 가치. <그것이 알고 싶다>90분간의 질문을 통해 그걸 보여줬다

<개콘>의 도약, 웃음과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최근 KBS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코너들이 주목된다. 지난 94일 새롭게 등장한 세젤예와 이어서 지난 18일 새로 시작한 나가거든이 그 주목되는 코너들이다.

 

'나가거든(사진출처:KBS)'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민한 사람들을 내세워 밀도 높은 웃음을 만들었다. 이 코너의 특징은 유민상이 하는 이야기마다 사사건건 예민하게 반응하는 손님들을 내세워 쉴 새 없이 웃음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손님으로 등장하는 네 사람은 각각 특정하게 예민한 상황들을 갖고 이 가게를 찾는다. 그 상황들은 각양각색이다. 여자 친구와 헤어졌거나 시골출신이거나 취직시험에 연달아 떨어진 상황들도 있고, 여러 차례 성형을 했거나 핵존심이거나 뚱뚱하다는 것 때문에 예민한 상황들도 있으며, 외국인처럼 생겼거나 거지 차림을 해 오해를 받는 상황들도 있다. 이런 상황들이 서로 겹쳐지며 딴 이야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들을 통해 주인인 유민상을 몰아세우는 과정은 큰 웃음을 연달아 터트린다.

 

하지만 이 코너는 단지 웃음을 위한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예민한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오는 상황들은 사실상 우리네 현실의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시골 출신이면 받기 마련인 소외감도 있고, 취업문제도 있으며, 성형공화국과 다이어트에 민감한 우리네 세태도 깔려 있다. 그러니 웃음 뒤에 남는 현실적 공감대가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새로 등장한 나가거든은 영화 <터널><개그콘서트> 식으로 제대로 패러디함으로써 웃음에 풍자를 더했다. 재난상황에 빠진 홍현호가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하려 하는데 그의 위급한 상황과는 딴판으로 여유를 부리는 바깥세상의 사람들과 대비를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특유의 황당하고 억울한 표정 연기가 압권인 홍현호가 그 중심점을 잘 잡고 있고, 판넬로 가려져 그가 통화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하는 구성도 괜찮다.

 

특히 재난 상황에 관련부처에 전화를 걸지만 시설과와 산림과가 저마다 그게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외면하는 상황은 톡 쏘는 현실 풍자를 담아냈다. 본래 <터널>이라는 영화가 건드린 부분이기는 하지만 역시 이를 취재하려는 언론의 선정성 또한 나가거든이 보여주는 풍자적인 웃음의 핵심적인 소재로 등장했다.

 

<개그콘서트>가 과거와 비교해 위기상황에 몰리게 된 건 웃음과 의미 사이에 균형을 잘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그 코너는 웃음이 빵빵 터져야 그 개그로서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와 맥락을 갖지 못할 때는 그저 휘발되어 버리는 속성이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의미와 맥락만을 찾다가 정작 웃음을 잃어버리면 그건 개그 코너라고 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는가가 관건이 되는 것.

 

적어도 최근 새롭게 등장한 두 코너, ‘세젤예나가거든은 이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균형이 잘 잡힌 개그 코너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물론 지금도 <개그콘서트>의 코너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이 균형이 깨진 것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세젤예나가거든같은 신규 코너들이 조금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면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도약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언론과 거짓말, 그들은 왜 카메라 앞에 섰을까

 

거의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강용석과 도도맘 김미나씨의 스캔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얘기는 끊임없이 뒤집어진다. 처음에는 아예 간 적도 없다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조작이라고 했고 그리고는 슬쩍 가기는 갔으나 비즈니스였다고 했다. 강용석이라는 이름이 찍힌 일본 레스토랑의 영수증 사진에도 함께 저녁을 먹진 않았고 카드만 줬다고 했다.

 


'한밤의 TV연예(사진출처:SBS)'

그리고 마치 선수교체 하듯이 이번에는 도도맘 김미나씨가 아예 작정한 듯 언론에 나서기 시작했다. 여성중앙과의 인터뷰에는 강용석과 그녀의 관계가 술친구이자 남자사람 친구라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불륜의 기준은 잠자리라는 말도 서슴없이 흘러나왔고 그런 일은 없었다며 불륜이 아니라는 얘기에는 그래도 아직 한 사람의 아내이고 아이들의 엄마인 그녀가 그런 얘길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데 대중들은 또 놀랐다.

 

그런데 홍콩 수영장 사진과 일본 레스토랑의 영수증 사진을 게재해 강용석과 도도맘 김미나씨의 애초 얘기들을 뒤집었던 디스패치가 이번에는 그 문제의 일본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가 타인의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걸 확인했고, 레스토랑 직원에게 함께 있던 강용석씨를 기억한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또 디저트 사진 속 식기에 비춰진 강용석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얼굴을 공개해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날 밤 SBS <한밤의 TV연예>에서는 도도맘 김미나씨의 지상파 최초 인터뷰가 공개되었다. 아마도 디스패치의 폭로가 드러나기 전에 했던 인터뷰처럼 보였는데 <한밤의 TV연예>는 그 인터뷰와 디스패치의 보도내용들을 병치함으로써 어떤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같은 날 MBN <김주하의 진실>에서는 장윤정 모친인 육흥복씨의 인터뷰가 방영되었다. 이미 육흥복씨는 각종 매체에 스스로 만든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한 바 있다. 거기에는 자신과의 불미스런 일 때문에 딸의 연말 행사가 줄어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죄의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런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육흥복씨는 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심지어 방송에까지 나와 얘기하고 있는 걸까.

 

대중들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김주하와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딸에게 사죄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갖고 있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잘 살아야 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과연 이렇게 방송에 나와 공개적인 인터뷰를 하는 행위가 딸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항간에는 가만히 계시는 게 도와주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나온다.

 

강용석과 도도맘 김미나씨 스캔들의 진실공방이나 장윤정씨의 모친 육흥복씨의 난데없이 언론에 나와 하는 얘기들이나 이제는 피곤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도대체 뭐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모두 방송에서 일제히 건드리고 있는 데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진실은 밝혀져야 하겠지만 때로는 언론의 목적이 진실을 드러내는 것보다 오히려 그 자극적인 공방으로 시선을 끌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 때가 있다.

 

게다가 이들의 언론플레이는 자칫 진실을 가릴 수 있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은 일종의 논란을 이용한 장사를 하고 있고, 해당 인물들은 그 언론을 진실을 드러내기보다는 가리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대중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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