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랑’, 꽃보다 예쁜 엄마와 어머니 그리고 딸

“어머니 꽃 같으세요. 꽃 같아요.” 시어머니 김말선씨의 105세 생신날, 며느리 박영혜(68)씨는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곱게 단장하신 시어머니에게서는 젊어서 특히 단정했을 그 모습이 그려진다. 그 생신을 축하하듯 영혜씨의 친정엄마 홍정임씨가 구성지게 노래를 불러준다. “청춘을 돌려다오-” 이제 웃을 일이 없을 것만 같은 나이지만, 시어머니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다시 돌아온 MBC <휴먼다큐 사랑> ‘엄마와 어머니’편이 예쁘게도 담아낸 사랑과 사람의 풍경이다. 

며느리이자 딸 영혜씨도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그러니 그 나이에 엄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운신도 혼자 하지 못하시고 밥숟가락도 혼자 들기 버거워 하시는 시어머니는 그 깔끔한 성격 때문에 기저귀에 대변을 보고 자꾸만 손으로 파고 뭉개놓는다. 그런 삶을 벌써 10여 년째 살아내고 있는 며느리지만, 속상한 마음이 자꾸 시어머니의 속을 긁는 소리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105세의 연세라도 속상한 건 마찬가지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또 며느리가 고생하는 걸 안타까워하는 시어머니는 밥을 더 이상 안 먹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래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테니. 결국 시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는 와중에 항상 뒷전이 되어버리는 친정엄마가 나선다. 친정엄마는 당신도 허리가 안 좋으시지만 시어머니의 입에 연신 숟가락을 넣어주고, 기분 좋아지라고 노래도 불러준다. 

물론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사이가 늘 좋은 건 아니다. 친정엄마의 사소한 말 몇 마디에 시어머니는 아이처럼 토라져 대꾸 한 마디 않고 돌아눕는다. 하지만 그럴 때 마음을 풀어주는 건 흥 많고 쌓아두지 않는 성격인 친정엄마다. 친정엄마는 들꽃 몇 개를 꺾어 병에 꽂아 가져와서는 “할머니꽃은 어떤 거야?”하고 묻는다. 그 화해를 신청하는 마음이 꽃보다 아름답다. 

<휴먼다큐 사랑> ‘엄마와 어머니’편에서 특히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건, 이 세 사람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다. 영혜씨는 한 때 몸이 아파 요양원에 시어머니를 맡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몸보다 마음이 더 무거워 결국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셨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시어머니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영혜씨에게서는 인간으로서의 어떤 숭고함 같은 것마저 느껴졌다. 

그런 딸을 보는 친정엄마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친정엄마는 가타부타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 대신 딸의 부담을 어떻게 하면 덜어줄까 생각하고, 시어머니와 말동무도 되어주고 딸처럼 챙겨주기도 하면서 마음을 쓴다. 그런 친정엄마를 시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의지하고 있었다. 

며느리와 사돈이 자신 때문에 고생한다는 걸 알고 있는 시어머니는 자꾸만 ‘죽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사라져야 저 두 사람이 그래도 편안하게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 있는 게 일상인데다, 표정조차 별로 드러내지 않는 시어머니지만 그래서인지 며느리와 사돈에게 종종 높임말이 흘러나온다. 그 마음이 또한 먹먹하게 다가온다.

엄마와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 이렇게 세 사람은 모두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느껴진다. 그들은 젊어서 어쩌면 친정엄마, 시어머니, 딸, 며느리 같은 호칭으로서 살았을 게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그런 호칭이 중요하지 않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서 있다. 

세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우리네 삶을 축약해 보여주는 것만 같다. 운신이 불편하신 시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친정엄마가 뒤에서 밀어주지만, 어찌 보면 허리가 좋지 않은 친정엄마가 시어머니의 휠체어에 의지해 함께 걷는 것처럼 보인다. 그 옆에서 딸이자 며느리인 영혜씨가 지팡이를 집고 함께 걸어간다. 그 장면은 마치 함께 지지하며 걸어가는 동행이야말로 우리네 삶을 그 무엇보다 예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사진:MBC)

‘예쁜 누나’, 길해연 같은 뻔한 나쁜 엄마 클리셰보다 중요한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엄마 해도 너무 한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예쁜 누나 윤진아(손예진)의 엄마 김미연(길해연) 얘기다. 제 아무리 자기 성에 차지 않는다고 서준희(정해인)를 반대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집을 굳이 급습해 딸의 머리채라도 잡으려는 그 모습이 볼썽사납다. 

자식 같이, 가족 같이 생각한다면서 서준희가 완강하게 윤진아와의 관계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걸 드러내자, 이제 대놓고 속내를 드러낸다. 너는 한참 자기 기준에 모자란다고. 그러면서 누구는 그런 자신을 속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단다. 더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길 원하는 건 모든 부모의 숨겨진 바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엄마에게 그 가족들은 모두 실망감을 느낀다. 대놓고 남편을 무시하면서 서준희 같은 아이가 윤진아를 넘보는 것이 남편이 잘 못나가서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윤진아의 의향은 물어보지도 않고 선 자리를 마련해 무조건 나가보라고 등을 떠민다. 그런 아내에게 남편조차 “교양 없는 사람”이라며 화를 낸다. 

어찌 보면 김미연 같은 ‘결혼 반대하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가 드라마 속에서 너무나 많이 봐온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전형적인 클리셰가 여전히 드라마에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이 남는다. 다른 작품이라면 모르겠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같은 대중적 관심을 갖게 만들고, 또 나아가 현 세대의 정서까지도 아우르는 작품이 그 갈등 코드로서 너무 쉬운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이 드라마만이 갖고 있는 ‘일상성’의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일과 사랑의 이야기가 특별한 감흥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몇 회 동안의 이야기는 그래서 너무 틀에 박힌 갈등구조로 굴러가는 느낌이다. 물론 실제 현실 속에서는 김미연 같은 엄마들이 존재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드라마가 담는 그런 엄마들의 클리셰는 너무 흔하고 그 이야기도 뻔하기 때문이다. 

김미연이 서준희를 어르고 달래고 또 화를 내가며 구슬리는 장면이나, 서준희의 누나, 서경선(장소연)을 만나 이건 안 된다고 정색하는 장면, 그리고 엄마에게 등 떠밀려 굳이 선 자리에 나왔다가 마침 그 자리에서 만난 서경선이 화를 내는 장면들은 그래서 새로움이 없다. 물론 이 작품은 그러한 클리셰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를 드러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요즘에 저런 엄마가 존재할까 싶은 그런 캐릭터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좋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드라마여서 김미연 같은 클리셰가 더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것일 게다. 너무 그 갈등을 쥐고 질질 끌기보다는 윤진아가 회사에서 처하게 되는 상황과 현실 속에서 ‘미운 엄마의 착각(제 자식만 귀한 줄 아는)’이 어서 깨지기를 바라게 된다. 그 와중에 그 윤진아를 계속해서 “예쁘다”고 말해주고 지켜주는 서준희의 존재가 얼마나 ‘훌륭한가’가 드러나기를.(사진:JTBC)

‘소확행’ 작품 속 음식, 기존 먹방·쿡방과는 뭐가 다른가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걸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건 영화, 예능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들이다. 지금 같은 비수기에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는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그렇고, <삼시세끼>에 이은 <윤식당2>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들 이른바 소확행 작품들의 중심에 서 있는 음식이라는 소재다. 한때 먹방과 쿡방이 하나의 트렌드로 등장해 식욕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영상들이 넘쳐났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음식을 담은 소확행 작품들의 행보는 이들과 너무나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작품 속에서 음식은 그저 식욕을 자극하는 소재가 아니고 하나의 소통이자 치유가 되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서울살이에 지친 청춘이 엄마가 떠나버려 빈 고향집으로 내려와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밭과 들에서 계절에 따라 나는 것들을 갖고 스스로 음식을 챙겨먹는 그 과정들은 패스트푸드와 편의점으로 대변되는 도시생활에서 피폐해진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청춘이 그 요리를 알려준 집 떠난 엄마와 소통하며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음식을 통한 소통과 위로의 이야기는 손예진과 소지섭 주연의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도 등장한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계란 프라이가 그렇다. 너무나 단순한 요리지만 아이를 위해 그걸 만드는 게 영 익숙하지 않은 우진(소지섭)을 위해, 다시 살아 돌아왔지만 곧 떠나야할 아내 수아(손예진)는 아들에게 계란프라이 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아내가 떠나고도 아들이 만들어주는 계란프라이에는 그 따뜻한 온기가 남다르게 남는다.

한편 최근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 tvN <윤식당2> 역시 한식당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음식’이 빠질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서 음식은 그저 입맛을 돋우는 욕망의 대상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이라는 낯선 곳에서 거기 사는 주민들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끈이 되어주는 것. 그래서 영업을 종료하고 돌아오는 그들과 그들을 떠나보내는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에게서는 마치 이웃 같은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음식이 매개가 되어 생겨난 마법 같은 일이다.

이처럼 음식이 이른바 ‘소확행’ 라이프 트렌드를 드러내는 작품들 속에서 단골소재가 되고 있는 건, 그 일상적인 소재가 갖는 특별함이 그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더라도 그걸 만드는 사람과 그걸 먹는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든다. 그 작은 연결고리는 그래서 작아도 확실한 행복이 되기도 하는 것. 그저 돈으로 때우는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까지 챙기는 음식을 눈여겨보게 되고 거기서 어떤 소통과 위로의 따뜻함이 주는 행복감을 대중들은 이제 확인하고 싶어 한다. 거대한 행복을 꿈꾸는 것이 허망하다는 걸 알게 된 대중들이 찾아낸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사진:영화'리틀 포레스트')

‘마더’ 엄마는 아이를, 아이는 엄마를 탄생시킨다

“어쩌면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 같아요.” tvN 수목드라마 <마더>의 수진(이보영)은 그렇게 말했다. 본인은 한 번도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수진이었다. 그러던 수진은 결국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진짜 엄마가.

결국 진짜 모녀지간이 된 수진에게 윤복(허율)은 묻는다. “엄마 나 처음 봤을 때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수진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 난 나 같은 애가 또 있네 그렇게 생각했어.” 즉 수진이 윤복을 데리고 멀리 도망치려 했던 건 아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되려 윤복은 수진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애들을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긴 여정의 마지막 장면에 들어간 이 대사는 <마더>가 하려던 이야기가 그저 아동학대를 받는 한 아이를 구원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그건 아이를 구해내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엄마를, 세상을 구해내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이 윤복이라는 아이가 그 많은 상처를 겪어내면서 주변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는가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수진이 말하듯 윤복을 통해 엄마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건 아직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걸 증명하는 일이었다. 

수진의 엄마 영신(이혜영)은 진짜 엄마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작은 존재에게 자기를 다 내어줄 때”라고. 하지만 그건 모성애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게 되는 건 엄마가 태어나듯이 타자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을 만큼 따뜻한 인간애를 드러낼 때가 아닌가.

<마더>라는 드라마가 놀라운 건, 마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엄마의 사랑이 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과정을 통해 태어난다는 걸 얘기하려 했다는 점이다. 아이를 두려워하던 수진은 윤복을 만나(그건 어쩌면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 아이를 사랑하게 되고 그것이 엄마로서의(혹은 한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게 된다. 

그러니 아이는 ‘키워줘야 될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부모를 ‘탄생시키는 존재’가 된다. 그건 다름 아닌 세상이 살만한 건 사람들이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존재로서 아이가 거기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더>에서 윤복은 수진을 구원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구원해내는 존재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 어떤 숭고한 종교적인 느낌 같은 걸 갖게 되는 건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이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이 윤복이라는 아이가 있어 우리는 울고 웃었다. 수진은 이 아이를 통해 부정했던 자신의 구원을 얻었고, 먼저 간 영신은 큰 위로를 받았으며, 뒤늦게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진(전혜진)과 현진(고보결) 역시 자신들이 분명한 영신의 딸이라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또한 수진의 친모인 홍희의 과거 아이에게 잠금줄을 맸을 때 갇혀졌던 삶 역시 윤복이 열어준 열쇠로 비로소 풀려날 수 있었다. 

그룹 홈에서 윤복을 돌봐주고 그 아픈 상처를 끝까지 보듬어주려 했던 그룹홈 엄마(오지혜)는 끝내 자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윤복을 수진에게 돌려보내는 그 순간에 엄마로 태어난다. 무엇이 윤복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는가를 알게 되고 결국 보내주는 마음은 저 영신이 말했듯 “다른 작은 존재에게 자기를 다 내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순간 아이는 다가와 그룹홈 엄마에게 말한다. “고맙습니다. 엄마.”

도대체 우리는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보고 있었을까. 육아의 현실은 물론 힘겨운 일이고 그래서 그만한 제도적 마련이 절실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라는 존재마저 ‘키워내야만 하는 버거운 짐’처럼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마더>는 그런 점에서 아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가 있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축복받고 있는가를. 세상에 많은 엄마들을, 또 진정한 인간애를 태어나게 하는 존재로서.(사진:tvN)

‘마더’ 이혜영이 그려낸 진정한 엄마, 배우의 초상

어째서 이혜영이 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이토록 가슴을 먹먹하게 할까.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영신(이혜영)은 결국 모든 이들에게 엄마로서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떠났다. 스스로 얘기했듯 엄마란 낯선 작은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람이라는 걸 온 몸으로 증명하듯 살아왔고, 또 그렇게 떠났다. 

누가 진정한 엄마인가라는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마더>에서 영신이 보여준 면면들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는 보육원에 버려진 수진(이보영)을 거둬 자신의 딸로 평생을 돌봤다.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과 그래서 친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그 상처 때문에 수진은 영신으로부터 계속 도망치곤 했지만, 그 때마다 다시 그가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영신이 항상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그를 기다려줬기 때문이었다. 

수진이 윤복(허율)이를 유괴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영신은 자신과 가족들에게 커다란 위험이 되는 걸 감수하면서 수진을 끝까지 보듬었다. 그는 윤복을 낳은 자영은 엄마가 아니며 진짜 엄마는 수진이었다는 걸 증언했다. 수진이 윤복을 자신이라고 느꼈듯, 영신은 수진을 또한 자신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수진의 동생들인 이진(전혜진)과 현진(고보결) 역시 영신이 낳은 딸들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지만 그들 모두 영신이 자신의 진정한 엄마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영신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나 넘쳐났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의 관계는 혈연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랑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영신만큼 명쾌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있을까.

진정한 엄마가 어떤 존재인가를 드러내는 장면은 마치 솔로몬의 선택의 진짜 엄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영신과 수진의 친모 홍희(남기애)가 만나는 대목에서였다. 영신은 자신이 죽으면 수진의 엄마가 되 달라고 부탁했고, 홍희는 그걸 차마 수락할 수 없었다. 그러자 영신이 자신이 살면서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수진이 낳은 사람”이라고 말했고, 홍희는 그래도 진정한 엄마는 당신이라는 듯 수진의 배냇저고리와 아기 때 사진을 영신에게 주었다. 서로 자기 자식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애틋하게 수진을 생각해왔을 서로를 알고 있기에 상대방의 자식이라는 걸 말하는 두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엄마들이었다. 

이혜영이 연기한 영신이라는 인물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지닌 존재였다. 물론 그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예사롭지 않은 대사들이 만나 만들어낸 힘이 분명하지만, 다름 아닌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아우라가 가능했을까 싶다. 그는 품위와 위엄과 우아함이 넘치면서도 동시에 엄마로서의 절절한 마음을 동시에 드러내주는 쉽지 않은 이 인물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영신이 극중에서 연기자라는 사실은 이혜영에게는 남다른 공감대로 다가왔던 면이 있다. 과거 윤복의 존재를 알고 그를 떠나보내기 위해 아픈 이야기를 꺼내야 했을 때, 그가 마치 연극을 준비하듯 거울 앞에서 분장을 하는 모습이 그랬고, 마지막 떠나는 순간 윤복이 읽어주는 <우리읍내>의 에밀리 대사를 속으로 읊조리는 모습이 그랬다.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여 안녕”하고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끝내 “엄마”라고 외쳤던 누군가의 엄마였지만 자신 또한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그 모습.

<마더>는 대본과 연출 같은 작품의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이를 연기해낸 배우들, 이보영, 이혜영, 남기애, 허율 같은 배우들의 놀라운 몰입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그 중에서도 엄마이면서 배우로서의 멋진 초상을 만들어준 이혜영의 아우라 넘치는 연기는 작품 전체를 그 따뜻함과 품위로 품어주었다고 보인다.(사진:tvN)

‘마더’, 이보영이 진정한 엄마임을 증명한 허율

그 누가 이들이 진정한 모녀 사이라는 걸 부정할 수 있을까.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결국 수진(이보영)은 혜나(허율)와 밀항을 하려는 와중에 미행하는 형사들에 의해 체포됐다. 창근(조한철)은 수진에게 수갑을 채우고 이렇게 말했다. “강수진 씨.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하지만 체포된 수진에게서 혜나는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수진을 엄마라고 부르며 혜나는 “우리 엄마 아프게 하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애타게 부르며 흘리는 눈물은 수진을 체포하는 창근의 마음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그는 이 사건을 추적하며 혜나의 친엄마 자영(고성희)이 하는 행동들이 엄마라고 볼 수 없는 비정한 것들이라는 걸 확인한 바 있다. 반면 수진이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도 설악(손석구)으로부터 혜나를 구해낸 사실에 그 진심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수사를 해온 후배 동료는 수진을 잡기 위해 홍희(남기애)를 미행하며 창근에게 이들을 놓아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팀장님도 봤잖아요. 혜나 엄마. 우리가 오늘 강수진 잡으면 혜나는 다시 그런 여자한테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목숨 걸고 도망친 애에요. 진짜 죽을 뻔 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오늘 하루 바보 되고 강수진 놓아주면 안 될까요? 사람들이 다 그러잖아요. 강수진이 정말 애를 아끼는 것 같다고.”

수진의 진심은 우연히 남이섬에서 만나게 된 운재(박호산) 부자와의 인연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운재의 아들과 금방 친해지게 된 혜나 때문에 함께 저녁식사까지 한 운재는 아내가 난소암이었는데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들을 낳았다고 했다. 위험하지만 그의 아내는 아이를 위해 기꺼이 함께 모험을 했다는 것. 그렇게 아내는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의 아들은 “엄마의 사랑, 엄마의 용기를” 그냥 느끼고 있다고 운재는 말했다. 

수진은 운재가 한 그 이야기에 용기를 냈다. ‘아이를 위해 기꺼이 함께 모험을 하는 것’이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운재의 아내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혜나의 진정한 엄마로서 수진은 그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혜나에게 솔직하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잘되면 함께 도망칠 수 있지만 잘못되면 자신은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고. 

과거 수진의 엄마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이 경찰에 잡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수진을 보육원에 버리고 가는 모진 선택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수진은 혜나에게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때로 돌아간다면 엄마에게 끝까지 함께 하자고 했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수진은 그렇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혜나의 마음까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수진과 혜나는 이제 어떻게 될까. 그저 겉으로 드러난 행적대로 수진은 유괴범이 되고 혜나는 그 비정한 친엄마에게 돌아가게 될까. 그간의 행적들을 통해 수진이야말로 진정한 혜나의 엄마라는 사실을 이젠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핏줄이 같다고 엄마가 아니라는 것. 과연 수진은 그 사실을 입증하고 혜나의 진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한 수진의 첫 걸음은 지금부터 시작이 아닐까. 결국 진짜 엄마가 누구인가는 그 아이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사진:tvN)

엄마 아닌 여성, 김남주와 김선아가 그리는 진짜 중년여성상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들 중에서 주목되는 두 캐릭터가 있다.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의 고혜란(김남주) 앵커와 SBS 월화드라마 <키스먼저 할까요?>의 안순진(김선아)이 그들이다. 언뜻 보면 두 캐릭터는 완전히 다른 상반된 면면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두 캐릭터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중년 여성들이라는 점이고, 중년이면 으레 등장하는 엄마 캐릭터가 아니라 한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여성 캐릭터라는 점이며, 현직이든 전직이든 커리어우먼이라는 사실이다.

이 두 캐릭터가 주목되는 건 이들이 공통으로 처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미스티>의 고혜란은 커리어우먼으로서 앵커 자리에 오르고 청와대 대변인 물망에까지 오른 인물이지만 사방이 지뢰투성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았지만 그런 선택들이 그에게 위험요소로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다행스러운 건 그나마 영향력을 가진 변호사 남편이 그의 편이라는 것이지만, 그의 타협 없는 보도는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까지 이어진 권력의 카르텔의 조직적인 공격을 받게 된다.

물론 고혜란이라는 인물 역시 완전히 선한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넘기 위해 또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싸워가면서도 진실보도를 위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어 그들끼리 공고히 하고 있는 권력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려는 커리어우먼으로서의 면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고혜란이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당당히 싸워나가는 커리어우먼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다면,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은 베테랑 스튜어디스로서 커리어우먼의 경력을 갖고 있지만 이혼 당하고 소송으로 사채 빚까지 진 여성 캐릭터의 동정을 담고 있다. 특히 퍼스트 클래스의 갑질하는 손님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후,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그는 사실상 아무런 삶의 의욕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

고혜란이 사랑마저도 성공을 위해 이용하는 인물이라면, 안순진은 벼랑 끝에 몰린 현실 속에서 돈 많은 남자라도 잡아 인생역전을 꿈꾸기도 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런 이용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남자에게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지만.

고혜란도 안순진도 중년의 커리어우먼으로서 엄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에 목매는 여성도 아닌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점은 시청자들이 이 두 캐릭터에 공감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그 현실을 대하는 서로 다른 방식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들에게 ‘동경’과 ‘동정’으로 나뉘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들이 처한 녹록치 않은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 중년 커리어우먼이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대목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이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남주와 김선아에게 이 작품이 주는 남다른 의미일 것이다. 그들 역시 중견배우로서 작품들이 많이 요구하는 엄마상이나 여자가 아닌 진짜 중년여성상을 그려내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 파국이 보이지만 중년여성이라면 동경할 수밖에 없는 커리어우먼 고혜란과, 모든 걸 잃었지만 진짜 사랑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안순진을 연기하는 이 중견배우들의 아우라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건 어쩌면 중견배우로서 그들이 버텨내는 그 치열함을 그대로 담고 있으니 말이다.(사진:JTBC)


'리틀 포레스트', 한 끼에 담긴 위대한 생명에 대하여“배가 고파서.” 오랜만에 시골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에게 절친인 은숙(진기주)이 왜 돌아왔냐고 묻자 혜원은 그렇게 말한다. 물론 은숙은 혜원이 시험에도 떨어지고 남자친구와도 소원해져 내려왔다는 걸 눈치 챈다. 취업도 어려운 답답한 청춘들의 도시 생활이 혜원이 귀향한 이유처럼 등장하지만, 영화는 그런 현실 이야기는 좀체 하지 않는다. 대신 진짜 배가 고파 보이는 혜원이 한 끼 한 끼 제대로 된 밥을 챙겨먹는 일에 집중한다.한 겨울 그 눈길을 헤치고 처음 엄마가 떠나버린 고향의 빈 집을 찾았던 혜원은 그 차가운 집에 난로를 피우고 눈밭을 헤쳐 그래도 실해보이는 배추를 뽑아와 된장국에 밥을 지어 맛나게도 먹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치우기 전에 밀가루를 반죽해 숙성해두고 눈을 치운 후, 수제비에 배추전을 부쳐 먹는 혜원의 모습이 이어진다. 처음 봤던 그 차갑기 그지없던 집은 혜원이 돌아오면서 조금씩 온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혜원도 마찬가지다. 웃음기 없던 그는 그 곳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겨먹으며 오래된 친구들과 어울리며 생기를 찾기 시작한다.사실 극 영화라고 하기에 <리틀 포레스트>가 가진 이야기 구조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특별하게 벌어지는 사건이 있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나영석 PD의 <삼시세끼>에서 봐왔던 킨포크 라이프와 먹방을 영화 버전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단순한 시골집에서의 삶과 밥 지어 먹기가 주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그건 어쩌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희구하는 것이지만 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단 며칠 있다 가겠다던 혜원은 겨울에 그 곳에 들어왔다가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에 떠난다. 그저 1년 정도를 그렇게 지내는 것이고 또 거기에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혜원은 그 곳에서 챙겨먹는 음식을 통해 엄마(문소리)와의 교감을 갖게 된다. 아빠가 아파 시골에 왔다가 아빠가 돌아가시고도 계속 그 곳에서 지냈다는 엄마.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의 삶을 살아보겠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떠나버린 엄마.그 엄마에 대한 막연한 원망이 있지만 혜원은 자신이 해먹는 음식에서 엄마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낀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 혹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늘 엄마는 특별한 음식으로 혜원의 마음을 풀어주려 했다. 음식을 홀로 챙겨먹는 혜원은 그래서 그 1년 동안 스스로 엄마가 했던 삶을 똑같이 체험하며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이해해간다. 엄마는 떠났지만 엄마의 온기는 항상 그 곳에 남아 혜원이 살아갈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엄마에게서 어깨 너머로 배운 요리는 도시생활에서 ‘배고팠던’ 혜원을 살려내고 있었다.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와 그 엄마의 온기가 깃들어 있는 시골집, 그리고 그 곳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이야기를 병치시킨다. 봄이면 돋아나는 쑥과 고사리를 챙겨와 음식을 해먹고, 가을철 떨어진 밤으로 달달함을 채우며, 감을 달아 곶감이 익어가는 겨울을 기다린다. 엄마와 이 시골을 둘러싼 자연은 그래서 동일한 존재로서 혜원을 채워준다. <리틀 포레스트>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나 자신을 둘러싼 자연 같은 생명력을 되돌아보게 한다.겨울에 다시 도시로 떠난 혜원은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어 양파가 익어갈 때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인 재하(류준열)가 양파재배에 빗대 혜원이 ‘아주심기’를 하려는 것이라 말했듯 혜원의 귀향은 그래서 단지 도시로부터의 도망이 아닌 자연과 생명력으로서의 정착의 의미를 담아낸다.그래서 영화는 묻는다. 여러분에게도 ‘리틀 포레스트’가 있냐고. 그것은 단지 귀향하라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어디에 있든 당신 앞에 있는 한 끼와 그걸 챙기는 자연으로서의 몸을 하나의 생명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느냐는 질문. <리틀 포레스트>가 가진 단순한 이야기가 의외로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사진:영화'리틀 포레스트')

‘마더’가 사회에 던지는 딜레마, 친모라고 엄마인가

그냥 이 엄마와 딸을 진짜 모녀 관계로 살게 해줄 순 없을까. 아마도 tvN 수목드라마 <마더> 시청자라면 수진(이보영)과 윤복(허율)이 그렇게 편하게 엄마와 딸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은 어떨까. 수진은 경찰에 쫓기는 유괴범이다. 그것도 딸 같은 윤복을 유괴한 인물. 

물론 수진이 윤복과 함께 도망치게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만일 수진이 방치했다면 윤복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엄마 자영(고성희)은 비정하게도 자신의 동거남 설악(손석구)이 윤복을 학대하는 걸 방치했다. 그리고 아이가 사라지자 찾아보려 하기보다는 아이의 사망을 기정사실화한다. 

윤복을 납치한 설악이 ‘눈물을 보이면 죽인다’는 자신의 룰을 이야기하며 과거 쓰레기 봉지에 넣어 윤복을 버린 일이 사실상 아이를 죽이려던 것이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그 윤복을 구해낸 수진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아니 엄마의 자격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윤복을 찾기 위해 그 속으로 뛰어드는 수진은 자신이 엄마라는 걸 그 행위로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법은 이들을 엄마와 딸로 바라보지 않는다. 심지어 자영이 아이를 학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혜나(윤복의 진짜 이름)의 엄마임을 드러내며, 수진이 유괴범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실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추적해온 형사 창근(조한철)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지만, 그 역시 자신의 직업이 해야 될 법적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그는 사실 수진이 혜나를 구해낸 것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그들을 추적한다. 

창근의 마음 속에도 하지만 어떤 흔들림 같은 것들이 조금씩 생겨난다. 수진의 혜나에 대한 진심이 그가 추적해온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추적하면서도 그 이유가 단지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길바닥에서 얼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더한다. 그에게는 범법자를 잡아야 한다는 마음과 함께 이들을 지켜내고픈 마음이 조금씩 겹쳐진다.

그리고 언론은 이런 구체적인 사건의 진실에 관심을 그리 두려 하지 않는다. 다만 한 아이가 유괴됐다는 사실과 그 아이를 유괴한 자의 엄마가 유명한 배우라는 사실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미 용의자로서 그 얼굴까지 공공연하게 노출된 수진은 이제 영락없는 유괴범으로서 사회에 낙인찍힌다. 그 과정을 상세히 봐왔던 시청자들로서는 이런 현실의 시선이 너무나 비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친모만이 엄마인가. 그래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아이에 대한 권리는 온전히 친모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아동학대는 더 끔찍한 범죄지만, 그 학대로부터 아이를 구해내 도망친 자가 유괴범으로만 지목되는 현실은 과연 합리적인가. 그 어린 시절 겪은 학대와 엄마의 자살로 인해 끔찍한 범죄를 계속 저지르게 된 설악의 최후는 과연 친모라고 해서 모두 엄마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혜나를 수진이 보는 앞에서 죽이려 한 설악을 진홍(이재윤)이 성모마리아상으로 때려 쓰러뜨리는 장면과, 그렇게 도주하는 수진과 혜나가 절의 스님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장면은 그래서 남다른 상징처럼 다가온다. 법이라는 인간의 잣대로서는 비정하기만 한 이들 앞에 펼쳐진 현실 속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성모마리아나 스님 같은 종교적 차원의 시선이라는 메시지. 어쩌면 구원은 법적 잣대가 아닌 인간을 긍휼한 시선으로 공평히 내려다보는 그 관점으로부터 가능하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진:tvN)

‘마더’ 가정폭력이 만든 비극, 그 비극을 넘어서는 법

tvN 수목드라마 <마더>는 대물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똑같이 끔찍한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는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진(이보영)은 엄마가 되는 선택을 했고, 설악(손석구)은 괴물이 되는 선택을 했다. 그 대물림은 어째서 이렇게 다른 선택으로 이 두 인물을 이끌었던 걸까.

그 다른 선택은 이렇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그 후에 누군가에 의해 사랑으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았는가 아닌가에 따라 나뉘어졌다. 수진은 영신(이혜영)을 만나 그로부터 지극한 보살핌을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수진의 마음에 남은 상처가 완전히 지워진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세상이 그렇게 모질지만은 않다는 걸 영신을 통해 느꼈을 게다. 

하지만 설악은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자살해버린 엄마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상처를 그에게 납치된 어린 윤복(허율)은 단숨에 들여다봤다. “삼촌 그 때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요. 내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우리 엄마 죽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죠?” 윤복이 설악의 상처를 들여다 본 건 자신 또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설악의 그 깊은 상처와 자책감은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자책감은 그가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동기로 작용했다. 그는 아이들에게서 용서하지 못할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고, 그 아이의 죽음 앞에 슬퍼하는 엄마들에게서 자신의 엄마를 보는 것이다. 물론 그의 범행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악독한 짓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가 괴물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마더>가 촘촘하게 잘 짜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건 바로 이 수진과 설악의 대결구도에서 나타난다. 애초에 작가는 이런 두 인물의 대결구도를 통해 가정폭력의 문제, 진정한 부모의 자격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상처를 겪었음에도 누군가는 엄마가 되고 누군가는 괴물이 된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그래도 남은 희망은 무엇인가를 드러내려 했다는 것이다. 

수진은 어느새 윤복의 엄마가 되어있고, 윤복의 친모가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수진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부모 자식으로 이어지는 혈연보다, 피는 달라도 진정한 사랑으로 엮어진 관계가 더 진정한 부모 자식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윤복에게 읽어줬던 동화책의 내용처럼 수진은 끝까지 어디든 아이를 찾아가 꼭 안아주려 한다. 그건 아마도 그를 거둬 사랑으로 키워준 영신을 통해 알게 된 부모의 사랑법일 게다.

그리고 윤복의 구원은 또한 수진 자신의 구원이 되기도 한다. 이미 친모로부터 버림받은 윤복의 상처를 수진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그 아픔을 영신이 그래준 것처럼 보듬어 치유해주는 건 수진이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영신이라는 인물에게서 전해진 사랑은 그렇게 수진을 통해 윤복에게 대물림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사람이지만 이들은 그래서 그 어떤 부모 자식보다 더 끈끈한 관계가 된다. 

설악의 과거사까지 밝혀지면서 <마더>가 담으려는 이야기의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그것은 가정폭력이 만들어내는 비극이 어떤 결과로 대물림되는가 하는 것이고 그 비극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과연 수진은 설악으로부터 윤복을 구해내고 이 비극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아이를 유괴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청자들이 수진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게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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