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보다 정치적 사안에 관심보이는 대중들

 

본래 많던 연예계 이슈들이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최근 들어 연예계 이슈가 부쩍 늘어난 것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엄태웅이 마사지 업소에서 성폭행을 했다며 피소된 사실이 터져 나온 지 하루 만에 신하균과 김고은의 열애사실이 공식적으로 뉴스화 됐다. 하루가 짧게 느껴질 정도다.

 

'원티드(사진출처:SBS)'

돌이켜 생각해보면 올해 연예계 이슈는 유독 많았다. 가까이는 AOA 설현과 지민의 역사 무지 논란에 이어 티파니의 광복절 전범기 논란이 터져 나왔고, 유상무, 이주노, 박유천, 이진욱까지 성추문이 쏟아져 나와 대중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불륜 이슈도 한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고 조영남은 대작 논란으로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창명을 비롯해 윤제문까지 쏟아져 나온 음주운전 논란은 이제 너무 많이 나와 그다지 화젯거리가 되지 않는 모양새다.

 

과거 스포츠지 시절에는 연예계 이슈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는 10월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스포츠 이슈가 없기 때문에 스포츠지가 나서서 그간 숨기고 있던 이슈를 꺼내놓았던 것. 그래서 10월은 연예인들이 조심해야 하는 달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의 양상을 두고 보면 이제 논란과 이슈는 거의 하루 걸러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 연예가에서 수면 아래 있는 이슈성 이야기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넘어가거나 덮여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들마저 일단 까발려지는 형국이다.

 

연예가의 이런 폭로성 황색 저널리즘이 대중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또한 대중들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요즘처럼 하루 걸러 나오게 되자 양상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결국 자극적인 이슈는 반복될수록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박유천과 이진욱 같은 바른 이미지의 연기자들이 성추문 논란에 휘말렸을 때 받은 엄청난 충격 때문인지 엄태웅의 성폭행 혐의 기사가 보도는 생각보다 그 충격이 덜한 느낌이다. 물론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온 그에게 이런 혐의가 덧씌워졌다는 것에 대한 충격은 컸지만 하루가 지나자 그 이슈는 한풀 꺾인 양상이다.

 

신하균과 김고은의 열애 사실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그들이지만 그렇게 남녀가 좋아하고 사귀는 것이 뭐 그리 큰 이슈가 될까 싶을 정도다. 물론 사실 자체는 잠깐 대중들의 시선을 끌지만 이 보도 역시 하루가 지나면 그다지 이슈거리로 남지 않을 것이 뻔하다.

 

사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연예가 이슈에 대해 이제는 대중들도 심드렁해진 상황이다. 항간에는 이렇게 갑자기 연예가 이슈가 쏟아져 나온 이유로 공교롭게도 그 시점에 터진 박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가 사기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을 덮기 위함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연예가 이슈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와 그 자극이 자극으로 느껴지지 않는 현재, 대중들이 더 집중하과 관심 있어 하는 건 오히려 박근령씨 사안이다.

 

사실 나와도 너무 많이 나왔고, 그 이슈들도 너무 비슷비슷해졌다. 그래서 반응들도 영 예전만 못하다. 그러니 정치적 이슈를 덮기 위해 나오기 위한 음모론이라고 말하기도 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덮여지기는커녕 오히려 음모론으로 더 관심이 집중되는 관심의 역류가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원티드>는 과연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미션으로 제시된 목표 시청률은 20%. 만일 이 시청률을 넘기지 못하면 아이가 죽는다. SBS 월화드라마 <원티드>에서 여배우 정해인(김아중)은 아들 현우의 유괴범이 제시한 라이브 방송에서 그런 미션 시청률을 달성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그녀는 아들을 구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범인이 내는 미션들을 해결해야 한다.

 

'원티드(사진출처:SBS)'

그 미션에 목표 시청률 20%가 들어가 있다는 건 흥미롭다. 왜 하필 범인은 정해인으로 하여금 높은 시청률을 거두는 방송을 하게 만든 것일까. 추정되는 이유들은 너무나 많다. 범인이 방송관계자라면 높은 시청률을 통해 이익을 가지려는 것일 게다. 정해인의 스토커라면 그녀를 자신의 뜻대로 방송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을 보기 위함일 수 있다. 어쩌면 정해인의 방송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범인의 의도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드라마가 좀더 뒤로 가야 확실해질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목표 시청률 20%를 내세웠다는 건, <원티드>라는 드라마가 방송의 선정성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20%를 무조건 달성하기 위해서, 그래서 아들을 무사히 구해내기 위해서, 정해인은 선정적인 방송도 불사해야 한다. 첫 번째 미션으로 차 트렁크에서 발견한 아이의 엄마가 학대받았다는 걸 굳이 증명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그 옷을 찢는 행위는 그래서 그 의도가 시청률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방송의 선정성은 이 엄마와 아이가 받은 학대만큼 가혹할 수 있다. <원티드>에서는 방송이 표방하고 있는 아이를 구하려는 한 여배우의 간절함이라는 겉면 뒤편에 그것을 통한 저마다의 또 다른 목적들이 어른거린다.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는 아이의 생명보다 특종을 얻고 그 르뽀를 책으로 출간하려고 하고, 형사는 사건을 해결해 진급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물론 방송의 목적 역시 아이를 구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시청률이다. 그 시청률 뒤에는 방송사의 이익과 방송사와 연결된 정치까지 엮어져 있다.

 

아이의 유괴라는 그 본질은 표방되고 있을 뿐 저마다 각자의 욕망들이 그 이면에서 꿈틀댄다. <원티드>에서 이런 허깨비들이 아닌 본질에 가까운 이들은 엄마인 정해인과 아이 그리고 유일하게 진심으로 아이를 구하려 노력하는 형사 차승인 뿐이다. 그들은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이를 구하려 어떤 짓이든 하는 것이지만,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은 심지어 정해인과 범인이 투톱인 드라마를 찍는 것이라 여기며 범인의 별명을 뭐라 지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선정적인 방송의 신출내기 조연출 박보연(전효성)의 시선은 희비가 교차된다.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정해인의 원티드라는 방송에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 반색하다가, 방송국 앞에서 선정예능물러가라고 데모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녀 역시 이래도 되는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고민을 싹 지워버리는 건 방송국에 게시된 이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이다. 20.3% 시청률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 웃음을 짓는다.

 

이것은 시청률의 마법(?)이 아닐 수 없다. 그 수치를 위해서는 아이의 생명 따위는 선정적인 방송의 소재로 소비되어 버린다. 저 신출내기 조연출 박보연이 갖는 양가적인 감정처럼, 처음에는 방송이 지켜야할 어떤 선들이 시청률이 주는 쾌감들과 교차하며 심사를 복잡하게 했을 것이지만 점점 깊숙이 그 시청률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 베테랑 작가 연우신(박효주)이나 신동욱(엄태웅) PD처럼 비정해진다.

 

어쩌면 이 세계는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표징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이가 유괴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자신들의 게임만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 진술을 받던 형사 차승인(지현우)은 문득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네가 절대 잘못한 게 아냐. 어른들이 잘못한 거야. 내가 어른들을 대표해서 사과할게.” 그건 진심일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처럼 저들만의 목표로 현실이 질주하고 있지만 정작 그 대상인 아이는 소외되고 있는 현실.

 

<원티드>는 그 시청률 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시청률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자극적인 방송의 양상들이 드라마의 극성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범인이 내세우고 있는 20% 시청률이라는 목적은 <원티드>라는 드라마 역시 벗어날 수 없는 목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티드>라는 드라마의 실제 시청률은 6%에 머물러 있다. <원티드>는 과연 이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드라마가 메시지로 던지고 있는 것처럼, <원티드>는 시청률과 무관하게 끝까지 할 이야기를 해내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모쪼록 좋은 메시지가 좋은 시청률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현실이 그것을 받쳐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원티드>, 납치극의 모성애보다 강한 다른 미끼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는 본격 장르물이다. 이 드라마를 소개하는 문구를 보면 국내 최고 여배우가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생방송 리얼리티 쇼에서 범인의 요구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고군분투기를 담은 리얼리티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라고 되어 있다. 이 드라마에는 그 흔한 멜로의 기미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원티드(사진출처:SBS)'

정혜인(김아중)은 남편 송정호(박해준)와는 거의 남남이나 마찬가지 관계를 보여주고 있고, 함께 방송을 해야 하는 신동욱 PD(엄태웅)와는 그 비정한 성격 때문에 남녀로 얽힐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아들을 찾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할 형사 차승인(지현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 어떤 것들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범인을 추적하고 납치된 이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인 올곧은 형사로서의 모습에만 충실한 인물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멜로 같은 요소들은 전혀 시청자들을 유입할 수 있는 미끼가 되지 못한다. 대신 <원티드>가 미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일련의 사건들이 유발하는 궁금증과 반전이다. 도대체 누가 그녀의 아들을 납치한 것이고, 무슨 목적으로 그녀에게 리얼리티쇼를 시키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 이 호기심이 하나의 미끼가 되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이 같은 그 흔한 멜로 구도조차 잘 보이지 않는 본격 장르물이 시청률에서 불리하다는 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단 익숙한 구도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가 어느 정도 몰입되기 전까지는 낯설다는 점이다. 또한 영화와 달리 긴 호흡으로 가야하는 드라마에서 한 가지 사건으로 끝까지 궁금증을 만들고 긴장감을 이어간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본격 장르물에 제기되곤 하는 한계는 최근 들어 많이 깨지고 있다. <시그널>은 대표적인 사례다. 멜로 구도보다 스릴러에 더 집중했지만 <시그널>은 케이블 채널로서는 경이적인 12%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넘겼다. 물론 첫 회는 5.4%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탄력이 붙으면서 시청자들이 계속 유입될 수 있었던 것. 결국 본격 장르물의 성패는 첫 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갈수록 시청자들을 계속 몰입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원티드>는 납치 스릴러가 갖는 끝없는 궁금증과 반전이라는 미끼 이외에도 두 가지 미끼가 더 제시되고 있다. 그 하나는 정혜인의 아들을 위해 뭐든 한다는 그 절절한 모성애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원티드>는 아들을 찾기 위한 정혜인의 절절한 마음과 함께 동시에 생방송 리얼리티쇼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로서의 정혜인은 절절하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여배우로서의 그녀는 때로는 냉철해지기도 해야 한다. 그 서로 다른 입장을 하나로 묶어 보여주는 연기는 쉽지 않다.

 

김아중이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은 얼굴 표정 등을 통한 감정 연기다. 그녀의 얼굴은 표정이 그렇게 다채롭게 드러나지 않는다. 모성애를 드러낼 때의 절실해지는 얼굴과 그러면서도 방송을 해야만 하는 여배우로서의 조금은 냉철한 얼굴이 대비를 이뤄야 효과적인데 그런 면들이 아직까지는 드라마를 통해 잘 전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은 극중에서도 여배우지만 실제 여배우의 길을 열어가려고 하는 김아중에게 이 드라마가 요구하는 미션이자 숙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원티드>가 던지고 있는 가장 큰 미끼는 시청률이라면 사람이 죽고 사는 일도 비정하게 카메라를 드리우는 방송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사회극적 요소다. 아이가 유괴된 마당에 밥을 넘길 수 없는 정혜인 앞에서 신동욱 PD와 제작진들은 잘도 밥을 먹는다. 그녀가 밥그릇을 집어던지자 신동욱 PD는 냉혈한처럼 말한다. 잘 먹고 잘 자서 최고의 상태를 만들라고. 그래야 방송도 잘되고 결국은 아이도 구할 수 있다고. 물론 그는 아이를 구하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방송의 성공만이 그의 관심이다.

 

이 방송의 비정함과 대척점을 이루는 인물은 올곧은 형사 차승인이다. 그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여배우의 아들 납치사건을 맡으라는 상사의 요구에 지금 하고 있는 납치 사건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한다. 그 사건은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사건은 자기가 아니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방송 같은 미디어는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사건해결과 피해자를 구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신동욱 PD와 차승인이 부딪치는 지점이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유괴범을 찾아내는 일보다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

 

결국 <원티드>의 관건은 이 많은 미끼들을 시청자들이 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첫 회 시청률이 5.9%로 지상파 3사 꼴찌를 기록했다는 건 물론 좋은 조짐은 아니다. 하지만 첫 회가 저조했어도 2회에 7.8%로 시청률이 오른 사실은 고무적이다. 첫 회의 마지막 장면에 토크쇼를 통해 자신의 아들이 유괴됐다 발표하는 장면이 다음 회를 위한 미끼였다면, 2회의 마지막 장면에 범인이 미션으로 제시한 차 트렁크 안에서 누워있는 누군가가 발견되고 그가 그녀의 아들일 것 같은 뉘앙스를 던진 건 또 하나의 미끼다. 과연 시청자들은 계속 미끼를 물 것인가.

<원티드>, 납치극보다 중요한 리얼리티쇼의 양상들

 

잘 나가던 여배우 정혜인(김아중)의 은퇴 선언.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여배우 아들의 유괴와 유괴범의 요구. 그 요구 사항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그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20% 이상의 시청률을 달성하는 것이란 점은 SBS 수목극 <원티드>가 어떤 드라마인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원티드(사진출처:SBS)'

물론 첫 회에 아이가 유괴되는 그 상황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에 그토록 많이 시도되었던 유괴된 아이를 구하기 위한 추격전이 아닐까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라이브 방송이다. 아이를 구출해내기 위해 그녀는 신동욱 PD(엄태웅)를 찾아가 말한다. “웃으라면 웃고 벗으라면 벗고 당신이 시키는 거 다 할께.”

 

물론 아이를 구하기 위해 절박한 엄마의 의지를 드러내는 말이지만, 이 말은 방송의 관점으로 보면 달리 보이다. <원티드>는 여배우이자 엄마인 정혜인을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범죄 스릴러 스토리로 극화된 것이지만,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리얼리티 시대에 방송이 처한 상황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그것을 방송을 살리는 길이고 그래야 출연자도 제작자도 살아남는다. 자극은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된다. 문제는 그 자극이 점점 강해져 어떤 수위를 넘어설 때 그건 이미 범죄가 되는 것이지만 이미 몰입된 시청자들은 누군가의 불행조차 재미로 소비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형사 차승인(지현우)이 등장부터 방송을 하다 납치된 인터넷 BJ를 수사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미 방송은 방송사 같은 특정 전문기관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집에서 컴퓨터와 카메라만 있으면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 생생한 리얼리티쇼가 매일 밤 셀 수 없이 많은 채널에서 방영되고 그 방송의 자극은 경쟁적으로 높아져만 간다.

 

아프리카TV 같은 곳에서는 심한 노출은 기본이고 심지어 자동차 바퀴에 발을 집어넣는 장면이나 형광등을 씹는 보기에도 끔찍한 자극적인 방송들이 수치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니 납치라고 못할까. 이제 방송은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성공하기 위해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서고 있다. 리얼리티쇼라는 미명 하에.

 

<원티드> 정혜인의 상황은 그래서 이 리얼리티쇼의 양면적인 측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납치된 아들을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하는 그녀는 절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그녀가 절박할수록 더 열광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녀에겐 쇼가 아니지만, 방송으로는 소비되는 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티드>가 그 흔하디흔한 유괴 납치 스릴러 장르를 가져와 보여주려는 건 바로 이것이다. 리얼리티쇼 시대의 재미가 가진 양면성. 흥미로운 건 이런 양면성을 드러내주려는 <원티드>라는 드라마 역시 형식적으로는 리얼리티쇼와 드라마가 뒤섞인 듯한 혼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원티드>의 그 스릴러적 긴박감을 즐기면서도 그런 자신에 대한 자각 또한 갖게 되는 양가적 입장에 놓여있다.

 

물론 <원티드>의 이런 스릴러와 사회극적 요소가 대중적으로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워낙 갑갑해진 현실 속에서 지금의 대중들은 훨씬 더 간편하고 달달하며 즐기기 쉬운 이야기에 더 빠져들고 있는 게 최근 경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원티드>가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그 의도를 갖고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단지 재미만이 아닌 무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것은 리얼리티쇼 시대에도 요구되는 일이니까. <원티드>가 던지고 있는 메시지처럼.

<1> 김종민,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을 수가 있을까

 

200785일 시작된 <12>에는 김종민이 있었다. 코요테의 춤 담당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의외의 어리바리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기차역에서 가락국수 먹기 복불복을 하면서 최초로 낙오되는 역사(?)’를 썼던 인물도 김종민이었다. 그 때부터였을 게다. 김종민은 가수보다는 예능인으로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그 해 12월 김종민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 <12>에서 일시적으로 하차했다. 그리고 2년 후인 2009년 김종민은 공익근무 소집해제와 함께 그 날 바로 <12> 출연자들에게 검거(?)되어 갖가지 복불복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 누구도 그를 잊지 않았고, 그 역시 <12>을 기다렸다는 듯 변함없는 어리바리 캐릭터를 선보였다.

 

2010년 김C가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 하차했고, 그해 9MC몽도 병역 문제 때문에 논란이 되어 하차했다. 그 자리를 엄태웅이 새로 들어와 특유의 순둥이 캐릭터로 메우고 있을 즈음 2011년 또 강호동이 세금 논란이 벌어져 잠정은퇴를 선언하고 <12>을 떠났다. 그 때도 김종민은 남아서 <12>에서의 자기 위치를 지켰다. 결국 20122월 이승기와 은지원이 하차하고 나영석 PD 또한 <12>을 떠났다. 시즌2가 꾸려졌다. 이수근을 빼고 원년 멤버들 모두가 떠났지만 김종민은 시즌2에서도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시즌2 역시 2013년 끝을 맺었다. 그리고 다시 재도약을 위해 유호진PD 체제로 시즌3가 꾸려졌다. 초기 멤버로 유일하게 남아있던 이수근도 하차했지만 거기에 변함없이 김종민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어리바리 캐릭터로 생생하게 자기 지분을 선보인다. 그토록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늘 서 있는 친구처럼 반가운 존재. 그가 바로 김종민이었다. 너무 한결 같아 도드라지진 않아도 늘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런 존재.

 

KBS는 단 한 번도 김종민에게 연예대상에서 상을 주지 않았다. 2007년에 이수근이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받았고, 2008년에 강호동이 대상, 이승기가 최고인기상, 그리고 이수근이 신인상을 받았다. 2009년에도 역시 강호동이 대상, 이수근이 우수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이승기가 최우수상, 이수근이 우수상, 은지원이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받았다. 2011년 이수근이 최우수상, 엄태웅이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2012년 김승우가 최우수상, 차태현이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주원이 신인상을 받았을 때도 김종민의 상은 없었다. 2013년 김준호가 대상, 차태현이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한 기자가 김종민에게 물었다. 그토록 오래 한 자리를 지켜온 그가 연예대상에서 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의아해서였을 것이다. 그때 김종민은 상을 받는 게 불편하다. 상에 관심이 절대 없다. 시상식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상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7년 동안 <12> 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는 조금은 서운할 만도 할 일이었다. 하지만 김종민은 그 때도 바보처럼 웃었다.

 

<12> ‘너네 집으로편은 출연자들의 고향을 방문하는 콘셉트로 김준호의 집에 이어 김종민의 고향을 찾았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다. 대신 이모, 이모부와 동네 어르신들이 계셨다. 이모부는 말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도 바르게 자라줬다. 아버지의 산소를 찾은 출연자들은 술 한 잔을 놓고 절을 올렸다. 맏형인 김주혁이 말했다. “<12>의 가장 선배로 종민이가 있어서 저희가 힘이 많이 된다. 변함없는 바보 같은 얼굴로 웃음을 주고, 같은 동료들에게 한결같은 모습. 이게 바로 김종민의 진가다



<1박2일>, 제2의 전성기를 위한 전제조건들

 

<1박2일>이 시즌3를 선포하면서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수근, 유해진, 성시경, 김종민은 하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엄태웅과 차태현은 잔류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목이 집중된 것은 새로운 멤버로 누가 들어갈 것인가다. 항간에는 장미여관의 육중완, 샤이니 민호 그리고 존박이 새 멤버 물망에 올랐다고 하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렇게 멤버 교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캐릭터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매번 어떤 장소로 가서 하룻밤을 지내는 형식의 반복이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그저 단발의 웃음으로 사라지지 않고 묶어두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캐릭터다. 일일이 <1박2일>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만, 이를테면 이수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 많은 사건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수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과거 경북 영양에서 현지 주민과 하룻밤을 지냈던 미션이다. 허름한 시골집, 불빛도 별로 없는 어두운 그 곳에서 현지 주민과 함께 하룻밤의 교감을 마치고 떠나는 길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이수근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김종민 하면 <1박2일> 초창기에 혼자 낙오하던 장면이 떠오르고, 김C 하면 혹한기 대비 캠프에서 한겨울에 홀라당 벗고 박스에 의지하던 모습이 떠오르며, 강호동 하면 입수를 외치며 한 겨울 계곡 얼음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떠오른다.

 

캐릭터는 단지 인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1박2일>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하차가 아쉬운 것이고 새 멤버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이다. 하지만 <1박2일> 시즌3의 경우에는 멤버 교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이 너무나 익숙해진 프로그램 형식이 다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일이다. 단지 멤버가 바뀌고 제작진이 바뀐다고 이미 익숙해진 프로그램을 참신하게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시즌2가 확인시켜 준 바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핵심은 이 프로그램의 소재인 ‘여행’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여겨진다. 과거 <1박2일>이 시작하는 단계에서만 해도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여행은 대중화되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박2일>로 인해 여행의 트렌드가 바뀐 지 오래다. 이른바 ‘아웃도어’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이 열풍에 그저 편승하는 것으로는 <1박2일>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채워주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행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 어찌 보면 이것이 <1박2일>의 진정한 목표일 수 있다.

 

<무한도전>이 여행 버라이어티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1박2일>은 거기에 우리네 팔도의 지역 특성과 아웃도어 개념을 덧붙여 여행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도 더 세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빠 어디가>가 아빠와 아이의 여행으로 세분화됐고, <꽃보다 할배>는 어르신들의 여행으로 세분화됐다. 그렇다면 새 시즌을 준비하는 <1박2일>의 여행은 어떻게 과거의 <1박2일>과 또 여타의 여행 버라이어티와의 차별화를 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1박2일> 시즌3의 성패가 달려 있다.

 

<1박2일>의 새 시즌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형식과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다변화할 것인가다. 복불복은 <1박2일>의 핵심적인 감초지만 이것이 너무 전면에 내세워질 때는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색채가 흐려지는 단점이 있다. 시즌2에서 늘 문제로 지목됐던 것은 과도한 게임이었다. 복불복은 다큐처럼 찍어지는 초창기 리얼 버라이어티의 안전장치처럼 사용됐던 것이 사실이다. 재미에 대한 강박의 소산물이라는 것. 하지만 요즘처럼 관찰예능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의도적인 복불복은 ‘리얼’의 느낌을 상당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다변화는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여행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냈던 ‘대학생 생활백서’ 같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 발굴이 절실하다 여겨진다. 여행의 일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1박2일>을 기존 여행의 틀로만 한정짓지 않는다면 더 많은 소재와 스토리가 가능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카메라 연출에 있어서도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최근 경향인 관찰 카메라 형식을 도입하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프닝을 위해 일렬로 멤버들을 세워놓고 찍는 방식은 너무 식상해졌다. 좀 더 자연스러운 다큐적인 오프닝 방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고, 과정을 찍는 방식도 좀 더 현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형태가 리얼감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중민 EP가 밝힌 것처럼 “친구와 여행은 쉽게 싫증을 느끼지 않을 소재”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늘 여행을 꿈꾸고 또 여행을 다녀와서도 또 다른 여행을 생각하는 욕망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여행이라는 좋은 소재도 똑같은 형식과 스토리만을 반복해서는 진력이 나기 마련이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콘셉트를 가지고 돌아올 것인가. 이것이 <1박2일>에는 멤버 교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투박한 맛, <1박2일>만의 경쟁력

 

<1박2일> 시즌2가 점점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시즌2 초반 멤버가 교체되고 제작진도 바뀐 데다가 마침 파업의 여파를 겪으면서 흔들대던 모습과 비교해보면 현재의 <1박2일>은 확실히 안정되었다. 시즌1과 비교하면서 전체를 이끌어가는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고, 나영석 PD와 비교하며 제작진이 너무 착해서 연기자와의 팽팽한 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어찌 보면 새로운 체제를 굳힌 시즌2는 애초부터 시즌1이 될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즌1과의 비교점이 자꾸만 나오게 되는 것은 당연하게도 바뀐 체제에서 시즌1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츰 시즌2의 멤버들이 캐릭터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제작진도 좀 더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시즌2만의 맛이 드디어 나기 시작했다. 그 맛이란 다름 아닌 촌스럽고 강한 맛은 아니지만 계속 숟가락이 가게 만드는 마치 된장찌개 같은 맛이다.

 

사실 시즌2의 맹점은 시즌1과의 연계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즌2만의 색깔을 내야 한다는 점일 게다. 그런 점에서 연계성이라 하면 <1박2일>만이 가진 고향처럼 구수하고 토속적인 맛을 시즌2에서도 찾아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기 만찬을 두고 벌어지는 복불복에 버저로 등장한 징을 머리로 치고 박을 깨는 장면에는 <1박2일>만의 여러 뉘앙스들이 묻어있다. 거기에는 한우가 유명한 그 지역(전라도 장수)의 특색이 묻어있고,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1박2일>만의 어딘지 촌스럽지만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마당의 해학이 들어있다.

 

여타의 주말 예능들이 저마다 세련된 예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마치 <6시 내 고향>을 보는 듯한 촌스러움은 <1박2일>이 시즌1부터 지금까지 줄곧 갖고 있는 차별점이다. <1박2일> 시즌2가 살아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이 구수함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한 시즌1과 차별화되는 시즌2만의 구수함이 녹아있다. 그것은 다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다른 맛이다.

 

강호동이 전면에서 강력하게 이끌어나가고 나머지 형제들(?)이 거기에 동조하거나 반역(?)을 도모하는 것이 시즌1의 캐릭터 구성이었다면, 시즌2는 특별한 한두 사람이 전면에서 이끌지 않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수평적으로 저마다의 역할을 해내는 캐릭터 구성이다. 김승우는 맏형이지만 의외로 소심하고 전면에서 굴욕을 당하기도 하는 귀요미 캐릭터를 선보이고, 엄태웅은 시즌1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안정된 느낌을 주는 시즌2만의 캐릭터(이를 테면 나노개그는 조금 보는 이가 당한 듯한 느낌에서 나오는 중독성이 있다)를 구축하고 있다.

 

성시경은 있는 그대로의 버럭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고,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느낌을 선사하는 주원은 고기 한 점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는 모습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수근은 <1박2일>에 가장 적응된 인물로서 전후와 좌우를 적절히 이어나가고 에이스가 되어버린 김종민은 바보와 천재를 극단적으로 오가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인물은 차태현이다. 그는 초기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을 어느 정도 채우면서도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발군의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이것은 시즌2만의 색깔을 말해준다. 누구 한두 사람에 의해 이끌리기보다는 전체적인 팀워크로 만들어가는 시즌2만의 색깔을 차태현은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1박2일> 시즌2는 여기에 기묘한 연기자들과 제작진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냈다. 시즌1에서 주로 보여줬던 제작진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연기자들과 그로 인해 가끔씩 생겨나는 항명사태(?)는 시즌2에 와서는 똘똘 뭉쳐 오히려 최재형 PD를 굴욕 주는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새 PD’라고 불리기도 하는 최재형 PD는 그래서 ‘망했어요’라는 자막을 달고 다니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최PD만이 가진 어딘지 촌스러운 모습(사실 그는 서울 토박이라고 한다)은 이 <1박2일> 시즌2의 색깔이기도 하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고 자꾸 찾게 되는, 마치 토속 음식 같은 맛. 이것이 <1박2일> 시즌2가 찾아낸 경쟁력이다.

<1박2일>의 배우들, KBS 드라마 견인

 

<각시탈>의 주원은 <적도의 남자>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엄태웅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엄태웅은 <1박2일>에 출연하면서 새롭게 주목되었다. 어딘지 무거웠던 이미지를 벗고 순둥이 이미지에 서글서글한 면모가 부가되었고, 최근에는 이른바 '나노 개그'로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각시탈'(사진출처:KBS)

그런 그가 <적도의 남자>에서는 또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 연기를 보여주면서 연기자로서의 입지도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예능을 통해 발견하게 된 본래의 선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적도의 남자>에서의 강한 인상은 본래 이미지가 아니라 고스란히 그의 연기력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시각장애라는 연기는 그 연기력을 더 극대화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1박2일>의 막내로 자리하고 있는 주원의 차례. 그는 과연 엄태웅이 보여준 예능과 드라마 동시 출연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각시탈> 첫 회에서의 주원의 모습은 그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1박2일>에서 착하고 뭐든 열심히 솔선수범하는 막내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주원은 <각시탈>에서는 이와는 상반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직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원작으로 유추해보면 주원이 연기하는 이강토 역할은 극에서 극으로 바뀌는 반전 인물이다. 독립운동으로 가족을 돌보지 못했던 아버지, 오로지 가족의 희망으로 믿고 뒷바라지 해왔지만 모진 고문 끝에 바보가 되어 돌아온 형 이강산(신현준). 그들 때문에 절망적으로 친일에 앞장서게 된 이강토는 그러나 각시탈이 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스스로 각시탈이 되는 인물이다.

 

일본 순사가 되어 항일운동을 하는 애국지사들을 가차 없이 잡아들이면서 얻은 명성으로 밤이면 경성 최고의 사교계 황태자로 행세하는 이강토라는 캐릭터는 그 안에 또한 깊은 아픔과 정(형제애)을 숨기고 있는 인물. <적도의 남자>에서 엄태웅이 시각장애라는 연기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각시탈>에서 주원은 이 얄미울 정도로 친일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속으로는 아픔을 숨기고 있는 이중적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이 주원이 보여주는 이중적 캐릭터는 <각시탈>이 상징하는 탈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송골매의 노래가사에도 나오듯, 탈이란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는' 오브제가 아닌가. 한바탕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그 의미는 아마도 일본의 압제 속에서 억눌렸던 분노를 행동(춤)으로 풀어낸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을 게다.

 

예능과 드라마를 동시에 소화해낸다는 것은 과거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때는 드라마 캐릭터와 실제 연기자를 혼동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중들은 캐릭터와 연기자를 혼동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 따라서 예능에서 보여주던 실제 모습과 드라마에서의 상반된 연기는 오히려 연기자에게는 상호 시너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적도의 남자'를 보며 우리가 '이 엄태웅이 저 순둥이가 맞아' 하고 놀라워했던 것처럼.

 

<1박2일>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나란히 KBS 드라마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한 방송사에서의 예능과 드라마의 새로운 시너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예능에서의 활약이 빛날수록, 드라마에서의 캐릭터 변신도 그만큼 주목되는 상황이다. 엄태웅과 주원의 드라마와 예능에서의 활약은 이 새로운 변화의 지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적도>, 오이디푸스와 근현대사가 만날 때

 

<적도>는 남자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에 대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는 그 흔한 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아버지들은 넘쳐난다. 주요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는 선우(엄태웅)와 장일(이준혁)은 둘 다 여러 의미의 아버지들을 갖고 있다.

 

 

'적도의 남자'(사진출처:KBS)

선우는 진짜 아버지(그게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키워준 아버지 김경필(이대연), 그리고 그를 절망의 늪에서 구원해준 아버지 같은 존재 문태주(정호빈)가 있다. 한편 장일은 진짜 아버지지만 대면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용배(이원종)가 있고, 그가 검사가 될 때까지 후원을 해준 마치 대부 같은 진노식 회장이 있다.

 

선우와 장일은 어린 시절 둘도 없는 친구로서 그 본질은 선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아버지들에 의해 선과 악으로 갈라지게 된다. 진노식 회장과의 거래로 이용배는 김경필을 죽이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장일은 그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걸 밝히려던 친구 선우의 뒤통수를 치게 된다.

 

선우와 장일의 대결은 결국 선우를 키우고 성장시킨 선한 아버지들(김경필, 문태주)과 장일을 키운 악한 아버지들(이용배, 진노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모두 고통 받는다. 그리고 그 고통의 근원은 자신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아버지대의 잘못이 유전된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남자로 표상되는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가 가진 문제와 그로 인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부조리의 고리를 보여주겠다는 의도.

 

선우에 의해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잘못을(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캐묻는 이 드라마는 시대의 욕망과 권력에 의해 은폐되었던 정의와 진실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리려 한다. <적도의 남자>가 그토록 시각이라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은 이 감추어진 진실을 다시 끄집어내 제대로 보여주려는 이 드라마의 욕망을 잘 말해준다.

 

선우가 시각장애를 갖게 되는 설정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것은 진실을 보려는 자와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자 사이에 생겨난 갈등에서 비롯된다. 또 최수미(임정은)와 그 아버지인 최광춘(이재용)이 모두 '진실을 본 자'라는 점도 흥미롭다. 박수무당인 최광춘은 선우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자이고, 그 딸인 최수미는 선우의 뒤통수를 장우가 내려치고 바닷물에 집어 던지는 장면을 목격한 자이다.

 

화가로 돌아온 최수미가 극사실주의의 그림을 그린다는 설정도 그래서 이해가 된다. 사진 같은 증거는 없지만, 최수미의 기억 속에 남겨진 사건의 기록은 그대로 있는 셈이다. 그녀는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거의 사진 같은 사실적인 그림으로. 이처럼 드라마는 진실을 억압하려는 자들에게 자꾸만 과거의 그 불편한 진실을 들이댄다. 보지 못하던 선우가 문태주를 만나 눈을 뜨게 되고, 장일에게 버려진 수미가 화가가 되어 과거를 시각적으로 재현해내는 과정은, 그래서 묻는다고 묻힐 수 없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적도의 남자>는 진실의 법정에 아버지들을 세우는 드라마다. 그들의 욕망으로 인해 만들어진 부조리한 현실을 짊어진 아들들이 서로 피 흘리며 싸우면서 그 아버지 대의 잘못을 폭로하는 이야기. 아버지에 대항한 아들의 이야기와 그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들어가는 스토리 구조는 고전인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제 아버지를 제 손에 죽게 했다는 사실을 안 오이디푸스가 제 눈을 스스로 찌르는 것은 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면하기 힘겨운 불편한 것인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선우의 친 아버지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추정할 수 있는 건 그 아버지가 바로 선우가 그토록 복수하려 했던 진노식 회장이 될 거라는 예감이다. 심한 충격이 선우의 시력을 다시 잃게 만들 수도 있다는 복선은 <적도의 남자>와 오이디푸스의 이야기가 정확히 겹쳐지는 부분이다. <적도의 남자>가 최근 보기 드문 수작인 이유는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대단히 근원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면서도(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동시에 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네 근현대사를 압축하고 있다.

가수가 연기하고, 배우가 웃기는 시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가수들의 드라마 진출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하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연기 못하는 가수들은 이른바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제 가수들이 주인공을 맡는다는 그 사실 하나로 비판을 받지는 않게 되었다. 그만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가수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또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쇼'(사진출처:SBS)

이승기와 박유천은 드라마로 간 연기돌의 좋은 예다. '더킹 투하츠'에서 이승기는 깐족대면서도 때론 위엄을 보여주는 왕제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고, '옥탑방 왕세자'에서 박유천은 현대로 온 조선의 왕세자 역할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주목받고 '적도의 남자'에서 매력이 확인된 임시완, '사랑비'와 '패션왕'에서 각각 활약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윤아와 유리 등등 지금 드라마의 중심에는 가수들이 있다.

 

물론 여전히 연기가 어색한 가수들도 있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확실히 나아진 건 사실이다. 이것은 이제 가수들이 연기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쉽게 보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이돌들 같은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연기를 배우는 것이 하나의 코스가 되어 있다. 가수들은 캐스팅이 문제가 아니라 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야 그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오히려 소화를 못했을 때는 연기력 논란으로 자칫 가수 활동 자체에도 악영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드라마행이 이제 보통의 일이 되어버린 반면, 작년부터 배우들의 예능러시가 주목된다. 엄태웅은 '1박2일'의 멤버가 되면서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올리지 못했던 주가를 올렸다. 그는 영화 '특수본'에 이어 '건축학개론'에도 출연했고, 최근에는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맹활약 중이다. 송지효 역시 예능을 통해 주가를 올린 대표적인 사례다. '런닝맨'은 '쌍화점'에서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그 위에 송지효 특유의 편안한 매력을 부각시켰다. 그녀는 심지어 드라마 '계백'을 촬영하면서도 '런닝맨'에 출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은 사극에 있어서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송지효가 '런닝맨'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를 알 수 있었던 대목이다.

 

한혜진은 '힐링캠프'가 발견한 예능의 보석이 되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도 자기가 할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콕콕 집어 말하는 직설어법은 '힐링캠프'에서 그녀만의 존재감을 세워주었다. 이러한 성공사례들 덕분일까. 배우들의 예능 러시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현정이 자신의 이름을 딴 '고쇼'로 예능 신고식을 치렀고, 이동욱은 이승기가 떠난 '강심장'에 MC를 맡아 첫 회부터 공동MC인 신동엽보다 더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물론 시트콤은 예능으로 분류돼도 드라마에 가깝지만 아직까지 이 분야에 발을 딛지 않았던 차인표(선녀가 필요해)나 류진(스탠바이)이 최근 여기에 합류했다는 것도 배우들의 예능 러시와 같은 궤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 중 특히 여배우들의 예능 활약은 두드러진다. 사실 여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대부분 그들의 작품 홍보 시기와 맞물려 출연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여배우라는 존재 자체가 예능에서는 하나의 블루오션처럼 되어 있었던 것. 여배우라면 흔히 떠올리는 여신 같은 이미지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예능에서는 확실한 반전 효과를 줄 수 있다. 송지효나 고현정 같은 경우를 보면 그녀들이 본래 갖고 있던 이미지들을 예능을 통해 상당히 부드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배우가 예능을 하고 가수가 연기를 하는 것처럼 연예인들이 점점 멀티 플레이어화되는 이유는 뭘까. 이것은 점점 퓨전화되고 섞이는 콘텐츠들의 시대적인 요구에서 비롯된다. 예능이 다큐나 드라마적인 요소와 섞이고, 드라마가 예능과 접목되는 등의 콘텐츠 퓨전화 경향은 그 종사자들인 연예인들의 자기 정체성 또한 하나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또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을 어필하려는 것도 연예인들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또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들이 섞일 때 그 연예인 당사자에게 그것이 시너지를 만들 가능성도 훨씬 높다. 과거에는 배우가 예능에 출연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미지의 충돌이 생기기 때문.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달라졌다. 예능 출연의 이미지와 영화나 드라마 출연의 이미지를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기 때문이다. 엄태웅 같은 경우에 '적도의 남자'나 '건축학 개론'에서의 진지한 이미지와 예능에서의 편안한 이미지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상생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들에게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물론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을 얘기해주는 것이지만, 또 한 편으로 특정 영역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뒤섞이는 문화적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콘텐츠의 퓨전화 경향처럼 이제 연예인들 역할도 퓨전화되고 있다. 가수가 연기하고 배우가 웃기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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