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광 매니저가 떠올리게 하는 사회초년생 시절

참 이상한 일이다. 뭐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박성광과 매니저 임송의 이야기는 집중하게 된다. 첫 번째 등장했을 때부터 입에 “죄송합니다”를 달고 사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몫에 받았던 송이 매니저. 23살의 나이에 고향인 창원을 떠나 낯선 서울 살이에 서툰 매니저라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느낀 건 ‘예쁜 마음’이다. 보고만 있어도 어딘가 짠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

두 번째 방송분에서도 특별한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박성광을 픽업해 가는 와중에 시작된 점심 메뉴 고민만으로도 시선이 집중됐다. 서로 “뭐 먹고 싶니?”하고 묻는 그 마음들이 훈훈한 ‘결정 장애’를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박성광이 “뭐 좋아하니?”하고 물으면 “오빠가 좋아하는 거요”라고 답하고, 자신이 냉면을 좋아하는 걸 알고 “냉면 어떠니”라고 물으면 혹시 자신을 배려해 선택한 음식은 아닌가 하고 고민하는 송이 매니저. 

결국 전 매니저에게 물어봐 박성광이 수제 햄버거를 좋아한다는 그 말에 따라, 그들은 수제 햄버거집에 간다. 거기서도 뭐 대단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처음 마주 앉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흐르는 어색한 침묵 속에서 “혈액형이 뭐냐”, “어디 강씨냐” 같은 최악의 질문을 던지는 박성광의 모습이 보여 졌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딘가 그 어색함과 거리감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그 어색함과 거리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호감을 가진 이들이 처음 만나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머슈룸 버거를 시킨 송이에게 왜 그걸 시켰냐고 묻자 “버섯을 좋아해서”라는 간단명료한 답변이 나온다. 이름이 송이라 별명이 ‘송이버섯’이었다고 하자, 박성광은 자신은 ‘생강’이었다고 엉뚱한 농담을 던진다. 자기 것도 나눠드시겠냐고 묻다가 박성광이 실수로 콜라잔을 엎자 그걸 다 치우고 나서 송이 매니저는 “자기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한다. 자기가 그런 질문을 던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란다. 그러자 박성광은 그게 왜 너의 잘못이냐는 듯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촬영장에 도착한 박성광은 1박2일 간 있는 촬영 때문에 먼저 돌아가는 송이 매니저에게 그 곳에서 키운 고추며 가지 같은 걸 챙겨준다. 서로 먼저 들어가라며 헤어지는 그 모습이 마치 동생을 바라보는 오빠 같다. 하지만 그렇게 일찍 퇴근한 매니저는 집으로 가지 않고 갑자기 일산 호수공원으로 향한다. 매니저로서 기본적으로 잘 해야할 운전과 주차 연습을 하기 위함이란다. 

하루를 망친 듯한 기분에 송이 매니저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다가 눈물을 터트린다. 힘든 서울 살이에 매니저 초년병 생활에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는 송이 매니저에게 엄마는 유일하게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다. 늘 실수를 하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지만, 그래도 그걸 극복하기 위해 남몰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회한에 빠져들었다. 

사실 송이 매니저가 대단한 걸 보여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를 보며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미숙했던 과거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이영자의 말대로 뭘 먹어도 소화조차 하기 힘들었던 시절이고,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은 그런 시절, 우리는 막막하고 답답하지 않았던가. 그 공감대 속에서 우리는 송이 매니저가 겪는 아주 작은 일에도 몰입하게 된다. 

박성광은 자신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건 송이 매니저처럼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뒤집어서 보면 실수는 좀 해도 그 좋은 진심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가장 서툰 시기지만 그래서 누구보다 잘 하고 싶고 열심히 하던 그 예쁜 초심을 가졌던 시기. 어쩌면 우리는 송이 매니저를 통해 우리가 한참 지나왔던 그 때의 초심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사진:MBC)

‘더유닛’, 팀 미션이 끄집어낸 기대되는 얼굴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KBS <더유닛>이 처음 참가자들을 선보였을 때 눈에 띄는 인물들은 역시 개인 기량이 뛰어난 친구들이었다. 이를테면 스피카의 양지원은 남다란 가창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빅스타의 필독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춤 실력으로 관객과 선배 군단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의 주인공 자리를 놓고 벌어진 첫 번째 팀 미션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개인기량만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물론 춤, 노래의 숨은 실력자이지만 김티모테오가 주목받은 건 남다른 열정과 팀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전략적인 행보 때문이었다. 그는 이런 면면을 통해 ‘티갈량’이라는 캐릭터가 부여되었다. 

그가 결성한 빨강팀은 그래서 시작 전부터 이미 어벤져스팀으로 불렸다. 대부분이 슈퍼부트와 6부트 멤버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션을 끝낸 이 팀에서 보이는 인물은 필독만이 아니라 팀의 얼굴 역할을 했던 아이엠의 기중이나 트로이의 칸토 같은 인물들이었다. 특히 기중은 특유의 귀염성 있는 표정으로 뮤직비디오에서 센터에 서게 되기도 했다.

양지원은 첫 무대에서의 강렬함 때문에 팀 결성 당시부터 서로 함께 하려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팀에 그다지 좋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보컬로서 댄스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계속해서 안무를 틀렸고, 결국 최종 무대에서도 혹평을 받았다. 팀에서 리더로까지 추대되었지만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양지원은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반면 밴드 출신으로 춤 경험 자체가 없던 마스의 멤버들이 들어간 하양팀은 애초부터 최약체로 꼽혔다. 하지만 매드타운에서 춤을 맡았던 대원이 기꺼이 합류하면서 하양팀의 춤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대원의 리더십도 돋보였고 무엇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마스 멤버들의 노력도 주목할 만했다. 결국 ‘꼴찌들의 반란’을 보여준 이들은 팀 미션을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됐다.

남자유닛의 대결에서 흥미로웠던 건 모두가 애초에 기대했던 어벤져스팀이라 불린 빨강팀과 그 대항마로 지목됐던 파랑팀이 생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반면, 연습에 연습을 더해 퀄리티를 만들어낸 노랑팀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즉 유닛을 만들어가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제 아무리 뛰어난 기량이 있다고 해도 연습으로 함께 합을 맞추고 서로 부족한 면들을 채워나가지 않으면 팀이 돋보이기 어렵다는 걸 이 팀 대결은 확실히 보여줬다. 

<더유닛> 같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성적만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 안에서 어떤 노력들을 보이고 또 함께 하는 팀에서의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해내는가 하는 점들이 팀 성적이나 당장의 순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남자 초록팀의 준 같은 경우 다리 부상에도 무대에 올라 그 열정을 확실히 보여준 바 있고, 걸 그룹 에이스들이 모인 팀에서 유독 춤에 자신이 없던 이보림과 그를 도와 팀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소나무의 의진 역시 주목되는 인물이었다. 

검정팀의 리더로서 직접 시범을 보여가며 팀을 가르쳤던 에이스 준이 무대에서 실수를 했지만 주목됐던 것도 그 과정의 노력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또 독보적인 보컬로 조현아마저 인정하게 만든 임팩트의 제업이나, 연습과정에서 갈등을 갖게 됐지만 이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효선과 이현주도 향후의 성장과정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더유닛>은 아이돌 오디션이 갖는 자극적인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순위를 강조하거나, 심사위원을 세워 혹독한 평가를 내리거나 혹은 탈락을 강조하지 않아서다. 물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기조가 만들어진 건 여기 출연하는 아이돌들이 아마추어가 아니라 이미 데뷔를 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지적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고, 선배 군단도 최소한의 예우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 아이돌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력한 것처럼, <더유닛>은 왜 자신들이 잘 되지 못했는가를 끊임없이 반추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이런 실력으로 성공하지 못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었지만, <더유닛>은 아이돌 그룹이란 개인 실력 그 이상의 자질들을 요구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시작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꼴찌의 반란이 보여주는 감흥처럼 실패했던 아이돌들이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다면.(사진:KBS)

이소라의 무엇이 ‘비긴어게인’의 음악들을 달리 들리게 할까

이소라는 음악이 ‘생각’이라고 했다. 그저 목소리를 아름답게 내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는 것. 그래서 아무렇게나 함부로 노래를 불러버리는 것은 결코 그녀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는 이유나 존재가치가 노래 말고는 없기 때문에 노래를 대충 해버리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는 말 속에 모든 게 들어 있었다. 왜 그녀의 음악이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가에 대한 이유가.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JTBC <비긴어게인>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악이 달리 들리는 건 마치 음악영화 속을 여행하듯 다른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기에도 전제조건이 있다. 진심을 다해 노래 부르는 아티스트들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제 아무리 좋은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고 해도 진성성이 없다면 그건 장식적인 것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소라의 존재감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녀가 없었다면 <비긴어게인>이 음악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순간들이 가능했을까.

‘청혼’이라는 곡을 윤도현, 유희열과 함께 맞춰 부르며 그녀는 세심하게 모든 것들을 디렉팅했다. 특히 보사노바 리듬의 기타가 익숙지 않은 윤도현에게 끊임없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용하게, 사뿐사뿐 그리고 조금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그 요구에 윤도현은 개인교습을 받으면서까지 그 보사노바 리듬 연주를 연습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록 기타에만 익숙했던 윤도현에게는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던 것.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이들이 함께 연주하고 부른 ‘청혼’은 이전에 우리가 그저 스쳐 듣던 그런 곡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토록 연주 연습을 했던 윤도현의 기타 소리가 낮고 느릿해도 온전히 들리기 시작했고, 유희열의 미끄러지는 듯한 건반 소리가 잔잔해도 화려하게 곡 전체에 스며들었으며 그 위에 나지막하지만 진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소라의 목소리가 얹어졌다. 그저 이소라의 목소리로만 여겨졌던 ‘청혼’이 이런 하모니의 균형으로 들리게 된 건 모두가 한 음 한 음, 가사 하나를 허투루 넘기지 않고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소라의 음악에 대한 남다른 진정성이 만들어낸 힘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소라의 이 진정성이 현실화될 수 있었던 건 그녀와 함께 호흡해주는 유희열과 윤도현의 노력 덕분이다. 실로 ‘청혼’의 하모니가 만들어져가는 과정은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처음 이 곡을 맞춰보고는 연주자 한 명 정도는 같이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할 정도로 그저 넘어가지 않고 제대로 하고 싶어한 이소라가 있었고, 힘겨워도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며 팀워크를 강조한 유희열이 있었으며,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노력하는 윤도현이 있었다. 그러니 이런 과정을 거친 노래가 달리 들릴 수밖에. 

그리고 이 모든 시발점에 이소라가 서 있다.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 때문에 타인에 대한 지적을 하게 되는 자신이 못내 미안해지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노래의 가사가 너무 내밀해서 그 겸연쩍음에 누군가와 함께 듣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섬세한 이 영혼은 실로 음악이 전부인 사람이었다. 그녀의 음악이 알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안에 자신의 전부를 담아내려는 그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비긴어게인>을 보며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으로 그 음악을 다시금 듣게 되는 이유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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