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파업 참여에 결방쯤은 괜찮다는 ‘무도’팬들

“웃기기 힘들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MBC에서 예능PD로 산다는 것의 고충들이 절절히 담겨져 있다. 그 고충들의 세세한 내용들은 이런 것들이다. 

'김태호PD(사진출처:MBC)'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한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 한마디로 시시콜콜하게 검열하고 사장 입맛에 맞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기도 한다는 것. 

게다가 출연료 얘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제작비를 깎으면서,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 억씩 쏟아 부으며, 신입 공채는 막고 경력 공채는 기습적으로 하며 경력 PD들은 노조 가입도 못하게 방해한다. 시사교양국을 없애고 기자, 아나운서를 내쫓는다....

사실 이 정도의 일들이 줄줄이 벌어졌다는 건 정상적인 방송사라고 보기 힘들다. 그간 많은 이들이 한직으로 물러났고 버티다 퇴직했으며 어떻게 남아있는 이들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의지가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고스란히 느껴졌다. 

MBC 예능을 대표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대중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MBC에 남은 애정이라고는 <무한도전>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프로그램의 수장인 김태호 PD가 총파업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서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당연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촬영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MBC 총파업 때처럼 결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주 챙겨보는 팬들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지난 총파업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팬들은 김태호 PD의 용기 있는 선택에 지지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있다. 결방쯤은 괜찮다며 기꺼이 기다리겠다고 한다. 나아가 이런 힘 있는 방송이 파업에 동참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무한도전>이 다시 시작하는 날까지 잠시 MBC 채널을 지우겠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MBC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한도전> 결방도 환영한다는 것.

사실 <무한도전>이 이런 절대적인 팬덤의 지지를 받게 된 건 프로그램만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참여 같은 프로그램 외적인 행동들 역시 팬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총파업 참여에 대한 지지가 나오는 것은 MBC의 현 상황이 얼마나 처참하게 비뚤어져 있는가를 대중들 또한 공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발 이번 기회를 통해 예능PD들이 마음껏 웃길 수 있는 그런 방송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

<프로듀사>, 별이 아닌 직업인 택한 김수현

 

이 사람이 <별에서 온 그대>의 그 도민준이 맞나? KBS의 새로운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의 백승찬으로 돌아온 김수현에게서 초능력자 도민준은 없었다. 대신 멋지고 폼 날 것 같지만 실상은 잘 나가는 연예인의 갑질에 밀리고, 시청률표에 의해 목줄이 간당간당한 생활인에 가깝게 살아가는 예능국에 갓 들어온 어리버리한 신입PD만 있었다.

 

'프로듀사(사진출처:KBS)'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PD로서의 자존감이 없다고 뭐라 하고,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뭐라도 얘길 해보라고 다그치는 선배 앞에서 백승찬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 매는 모습이었다. 그냥 학교 동아리 여선배 가까이 있고 싶다는 사심으로 들어온 방송사 예능국이니 특별한 포부가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선배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12> 시즌4를 만들고 있는 라준모 PD(차태현)는 시청률이 떨어지자 출연자들을 모두 교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회식을 하기로 한 자리가 쫑파티가 될 상황.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라준모 PD 앞에서 그러나 이를 지시한 윗선의 고민은 회식할 음식점의 코스 요리 단가나 그 집에 맛있다는 잣죽 이야기가 고작이다.

 

신입 PD들의 교육을 맡게 되어 그들 앞에 위신을 세우려 하지만 신디(아이유)라는 잘 나가는 아이돌 앞에서 사실은 사정 사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탁예진(공효진)이라는 예능 PD의 실제 삶이다. PD가 갑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기획사들이 더 힘을 가진 갑인 게 현실. 이런 현실 속에서 예능 PD들은 아침에 차문을 열다 긁은 옆 차에 하루 종일 신경을 쓸 정도로 소심한 삶을 살아간다.

 

백승찬이라는 신입 예능 PD의 어리버리한 모습은 그래서 그의 집안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과 대비를 이룸으로써 웃음을 만든다. 아버지가 예능 PD가 된 백승찬을 검사, 의사처럼 자 직업이라며 프로듀사라 부르는 장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PD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깨준다. 폼생폼사 같지만 사실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워지는 존재감이라니.

 

<프로듀사>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기 위해 일하는 예능 PD라는 존재들이 실상은 얼마나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직업인들인가를 보여준다. 거기에 마치 도민준처럼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능력자는 없다. 김수현의 완벽한 변신이 주는 기대감은 그래서 이 <프로듀사>의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치열한 삶과 사랑의 이야기.

 

예능 드라마라는 기치에 걸맞게 <프로듀사>는 어깨에 힘을 많이 뺀 드라마다. 어찌 보면 예능적인 시트콤을 닮은 구석도 있다. 드라마 초반분에 <다큐3>의 카메라를 통해 예능국 전반의 일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장면들은 이 드라마에 꼭 필요한 밑그림이지만 어찌 보면 드라마 같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첫 회 후반부에서 느껴지는 관계의 서곡들은 박지은 작가표 로맨틱 코미디가 이 직업적 특성 위에 녹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 중심에는 역시 김수현이 있다. 그가 도민준이라는 캐릭터를 내려놓고 한없이 가벼워지려 작정한 듯한 모습은 이 드라마가 가진 어깨에 힘을 뺀모습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는 어쩌면 도민준이라는 조금은 무거워진 옷을 벗어내고픈 듯 보인다. 그런데 이 가벼워 보이는 접근방식 속에서도 진중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식이 바로 예능이라는 형식이 가진 특징이다. 예능 PD라는 겉보기엔 멋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찌질하게 여겨지는 그 모습이 주는 가벼운 웃음의 잔 펀치들을 조금씩 맞다보면 어느 순간 진중한 울림 같은 것을 주지 않을까.

 

김수현은 더 이상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라 여기 이 땅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런 작품으로서 <프로듀사>는 그에게는 맞춤이다. 예능 PD라는 직업에 대해 갖기 마련인 화려함이, 실상은 생활인의 땀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그래서 마치 모든 걸 갖고 태어난 듯 보이는 김수현이라는 별이 사실은 직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치열한 노력을 하는 배우라는 걸 드러내주는 것처럼 보인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418)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207)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3,050,755
  • 283476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