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2’, 연자매의 편지에 효리와 윤아는 왜 울었을까

단 며칠간의 만남이지만 정은 깊었나보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서 떠나는 연자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정이 들었을 이효리나 임윤아에게도 그 이별의 아쉬움이 왜 없었을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연자매를 떠나보낸 후, 조용해진 집에서 자매들이 남기고 간 편지를 읽는다. 편지봉투에서 그들의 마음처럼 툭 떨어진 하트모양 종이와 사진, 그리고 편지지에 깨알 같이 써진 글자들. 그 편지를 읽던 이효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애써 눈물 흘린 걸 숨기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아무렇지 않은 듯 목욕을 하겠다고 이효리가 2층으로 올라간 사이, 임윤아도 연자매가 남긴 편지를 열었다. 그리고 그 역시 편지를 읽으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 소리가 들렸던 듯, 서로 울었냐고 되묻고, 아니라고 부인하는 두 사람은, 이상순이 들어오자 결국 울었던 사실을 털어놨다. 

시청자들로서는 못내 궁금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대체 그 편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길래 이효리도 임윤아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걸까. 하지만 <효리네 민박2>은 그 이유를 굳이 밝히지 않았다. 이효리도 임윤아도 눈물의 이유를 말하기 위해 그 편지 내용을 밝히거나 하지 않았다.

일찍이 <효리네 민박2>에서는 손성제의 ‘굿바이’를 듣던 임윤아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장면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도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만 이효리는 그것이 가수들이 가진 남다른 감수성이라고 얘기했을 뿐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이유를 묻지 않은 것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사적인 일은 “본인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으로 그걸 굳이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데 바로 이런 ‘출연자들에 대한 예의’는 의외로 더 다양하고 깊은 감성을 만들어냈다. 너무 직설적인 한 가지 이유를 자세히 보여주는 것보다 그런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헤어짐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저마다의 이유를 생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열린 궁금증 속에 자신들의 생각과 상상을 더해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연자매와 이효리 그리고 임윤아에 대한 예의도 지켜주면서.

막연하지만 상상해보면 이효리와 임윤아가 연자매에게서 느꼈을 남다른 따뜻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연자매의 둘째 연선이 사실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을 때 이효리가 느꼈을 마음이 그렇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빠를 만나면 모른 척 했었다는 연선은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며 그냥 지나치는 “오빠를 보면서 변함없는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어떤 걸 해도 그냥 사랑해주고 이해해” 줬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자신은 해준 것도 없이 오빠에게 사랑만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미안해하는 연선에게 이효리는, 어려서 늘 오빠와 붙어 다녀 통역사 역할을 했다는 연선에게 “너도 준 게 많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고의 선물”은 “아무도 못 알아들어줘도 내 말을 알아들어주는 단 한명”이라는 것. 아마도 이효리와 임윤아는 그런 연선의 마음과 오빠의 마음이 그 편지와 사진 속에 함께 들어 있는 삼남매의 모습 속에서 고스란히 다시 느껴지지 않았을까.

사람의 그 깊은 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당사자만이 아는 일일 게다. 하지만 아무도 못 알아들어줘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오빠에게는 연선이 그랬을 것이고, 연선에게는 그 마음을 알아준 이효리가 그랬을 게다. 편지에 담긴 내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먹먹해진 건 그 내용과 상관없이 그 눈물이 말해주는 ‘마음과 마음의 교감’을 거기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굳이 드러냈다면 오히려 가려질 수도 있었을 그 교감은 그래서 더 깊어질 수 있었다.(사진:JTBC)

<그알>이 검증한 물대포 위력, 이대로 괜찮을까

 

“15바라는 압력은 주요 선진국들보다 낮습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그렇게 살수차의 안전성(?)에 대해 말했다. 직사되는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결국 317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 살수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그래서 기자들도 살수차의 시연회를 통해 그걸 확인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그저 물 뿌리는 시늉만 냈을 뿐, 그 위력을 확인하는 실험은 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한 기자가 나서 방패를 달라며 자신이 직접 맞아 보겠다고까지 나섰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제 살수차의 압력을 그대로 재연해 실험에 들어갔다. 경찰실험의 보고서에는 그 정도 압력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3미리짜리 유리도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 현장 검증은 그 장면만으로도 끔찍했다. 같은 강도인 15바로 맞춰 직수한 물에 고정시킨 책상은 부서졌고, 철제 프레임은 휘어져버렸다. 이를 받치고 있는 4백 킬로의 받침돌 두 개가 넘어가 버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나무는 산산조각났고 1.2톤의 벽돌은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렸다. 유리가 끄덕 없을 리가 없었다. 3미리 유리는 물론이고 5미리 강화유리까지 훨씬 낮은 수압에도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전직 의경들도 그 직사하는 물대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직사를 당할 경우 버틸 수 없다는 것. 심지어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한다며 인터뷰에 임해 물대포는 안전하게 사용된다는 걸 말하던 또 다른 전직 의경도 당시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는 장면을 보더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영상을 보고 나서 되게 심각하네요. 저렇게까지 물대포 쏜 걸 본 적이 없어요..”라고 탄식했다. 15바의 강도로 직접 물대포를 맞으면 사람 살이 다 찢어져버린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물대포의 위력을 전제하고 보면 백남기씨가 왜 사망에 이르렀는가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의 담당주치의인 백선하는 사인을 병사라고 기록했고, 그 원인을 “6일 전부터 있던 급성신부전이라고 말했다. 이 의견을 근거로 명백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측에서 부검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부검이 사인을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덮기 위한 것이라며 유족측이 반발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사실 물대포의 위력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것처럼 현장검증을 통해 미리 보여줬다면 이런 부검 주장이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한 것이 얼마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인가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본인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양심적으로 사인을 병사라 기록했다고 하지만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 사람의 사인이 급성 신부전증이라는 걸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2005년 쌀 개방 반대를 했던 농민대회에서 진압 과정에 자신의 방패에 의해 돌아가신 분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죄의 뜻을 전한 당시의 의경을 인터뷰했다. 당시 공격명령이 있었고 의경은 명령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래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방패에 찍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 때로 돌아가면 가족들한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경찰의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사건이 무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장면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고 남용될 때는 치명적이며 따라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을 밝히고 있었다. 공권력에 의해 이유가 어떻든 국민이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과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청문회장에서 이용호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중태에 이르렀다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여기에 대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아닙니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람이 다쳤다고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한 이후에 해야 되는 것이지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 검증은 백남기씨의 사인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었다. 필요하면 국가기관이 해야 할 현장 검증을 일개 프로그램이 하고 있다는 것. 그 검증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건 많은 시청자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검증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는 이유다. 그것은 또한 앞으로도 또 벌어질 수 있는 살수차를 동원한 진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사인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그는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하루속히 그를 편안히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한 사람의 죽음 앞에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특유의 그 진실에 대한 궁금증에 접근하기 위해 직접 현장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였다

100회 맞은 <비정상회담>이 꼬집은 우리 사회

 

100회 특집으로 준비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진중권의 제안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안건에 따라 자국의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의 잘못된 부분들을 에둘러 비판한 적은 있었지만 대놓고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은 건 흔치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한국에서 살며 느낀 이런 저런 점들을 그저 끄집어내 놓았지만 그 이야기들은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들을 모두 담고 있었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기욤이 지적한 건 나이 문화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어린 사람을 무시하고 가르치려 한다는 것. 여기에 대해 제임스는 나이 많은 사람이 항상 맞는 것 아니고, 또 어리기 때문에 틀린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나아가 나이 많은 사람의 기대에 너무 맞추고 싶어서 자기 꿈을 잘 안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은 여러 가지 방법인데 사회의 기준에만 맞추다 보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욤과 제임스의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첨예하게 겪고 있는 세대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결국 꼰대로 치부하며 세대가 소통하지 못하는 까닭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어른이면 다 맞다는 식의 잘못된 편견 때문이라는 것. 최근 들어 진정한 어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생겨나고 있는 건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해져 있다는 걸 반증한다.

 

일리야와 블레어가 꺼내놓은 건 일상생활의 매너에 대한 것이었다. 일리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보이듯이 서로 양보하는 일상생활의 문화가 약간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블레어는 운전할 때도 배려심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기욤은 아는 사람과 낯선 사람을 대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가진 배타성을 잘 드러내준다. 아는 사람끼리는 지나칠 정도로 가깝게 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배타적인 문화.

 

줄리안은 무비판적인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뉴스 같은 걸 봐도 진위를 파악하기보다는 그저 다수의 의견으로서 그걸 받아들이는 한국 사람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 그는 한국 사람이 자기 색깔을 내기보다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려 한다자기만의 생각과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타쿠야는 여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같이 엮이려고 열심히 하는 것 같다혼자 뭘 하는 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했다. 흔히 대세를 따라가는 우리네 문화의 쏠림 현상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다니엘이 지적한 결혼식 주례 선생님 소개 멘트가 너무 타이틀 중심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우리네 스펙사회의 단면이 보였고, “시어머니 문화가 이해 안 간다결혼은 두 가족이 하나 되는 것이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샘 오취리의 지적에서는 우리네 결혼 문화의 문제들이 담겨 있었다. 나아가 한국 빼고 전 세계가 명절이 제일 행복한 날이라고 한 기욤의 이야기에서는 흔히 명절 증후군을 겪는 우리네 명절 풍경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들어 있었다.

 

직장생활에서도 알베르토는 계약서에 명시된 휴가가 있어도 눈치가 보여 못가는 우리네 직장인의 문화가 가진 부조리함을 지적했고, 타일러는 기욤이 말한 나이 문화와 알베르토의 직장 문화를 함께 거론하며 부당한 일을 당하는데 아랫사람이니 당해야지 하며 사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장유유서가 어른은 맞고 어린이는 따라야 한다는 게 아니라며 유교와 권위주의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사실 그들은 느낀 대로 경험한 대로 있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은 것뿐이지만 그것이 발가벗겨진 우리네 문화의 뒤틀어진 면들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결코 웃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이런 점들이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의 진가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문화. 그것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개선의 시발점은 분명히 될 수 있을 테니까

<쿡가대표>, 최현석의 승부보다 멋진 예의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한국시리즈라면 <쿡가대표>는 국가대항전이다. 물론 한 예능 프로그램의 요리 대결을 갖고 국가대항전이라고까지 말하는 건 과잉일 것이다. 하지만 <쿡가대표>는 다름 아닌 스포츠를 요리대결에 접목시키고 있고, 그것도 국가대항전이 갖는 긴장감과 예측불허의 다이내믹한 전개를 재미의 주요 요소로 채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쿡가대표(사진출처:JTBC)'

대결이 들어가기 전 서로의 각오와 전략(?)을 얘기하는 모습은 그래서 의외로 비장하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해설을 하는 김성주, 안정환, 강호동을 빼고 출전(?)하는 요리사들은 웃음기 쏙 뺀 긴장감을 드러낸다. 한일전, 게다가 원정경기(?)라는 특성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걸 상기시킨다.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실제 국가대항전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실제 스포츠 경기 같은 프로그램의 구성들은 마치 진짜 한일 원정경기를 보는 것만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셰프들이 벌이는 요리 대결은 마치 전쟁 같다. 시간의 한정이라는 긴박감은 축구 경기가 가진 그 박진감을 만들어낸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칼과 달궈진 프라이팬에서 익혀지는 재료들 그리고 끓는 물과 기름에 의해 삶아지고 튀겨지는 재료들은 주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요리하는 그들이 마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드리볼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컷 수를 빠르게 나눠 속도감을 높인 연출과 그 위에 덧붙여지는 진짜 스포츠 중계 같은 김성주의 목소리는 1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는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쿡가대표>는 이처럼 스포츠 국가대항전의 많은 재미요소들을 요리 대결로 끌어왔다. 하지만 대결요소만 볼거리로 집어넣은 건 아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요리들이 만들어질 때의 그 놀라움과 상대방이라고 해도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요리에 대한 열정을 보게 되는 순간이 주는 경외감 같은 것이 이 프로그램에는 깔려 있다.

 

전후반 11 상황에서 연장전에 대결을 벌인 최현석 셰프와 상대편 모토가와 셰프의 요리는 이연복 대가가 말하는 것처럼 승패를 떠나 모두 존경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졌다. 모토가와 셰프는 그 짧은 시간에 4개의 불을 다 활용하면서 닭을 활용한 북경오리요리를 선보였다. 반면 최현석 셰프는 닭고기 사이에 푸아그라를 끼워 넣어 만든 치킨 샌드를 만들었다.

 

허세 셰프로까지 불리던 최현석 셰프에게서 웃음기나 허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때론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한 채 요리하는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모토가와 셰프 역시 여유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주방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일전이라고 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식의 승패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가까이서 그들의 요리에 대한 진정성을 들여다보게 되자 승패는 그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다.

 

결과는 41로 최현석 셰프의 승리. 하지만 최현석 셰프는 결코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함께 요리를 한 모토가와 셰프에 대한 예의였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는 이겼는데도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말했다. 모토가와 역시 최현석의 요리를 맛본 후, “이 요리에 진다면 승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보기 힘든 승부보다 멋진 예의가 빛난 한 장면이다.

 

사실 요리를 갖고 대결을 한다는 발상은 자칫 잘못하면 비판받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요리는 누구를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실력을 뽐내기 위해 하는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다만 대결이라는 형식을 통해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요리에 대한 열정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되는 묘미가 더 중요할 뿐. 아마도 이런 순간이야말로 스포츠경기의 방식을 요리 대결로 가져와 흥미진진해진 <쿡가대표>라는 프로그램이 진정 가치 있어지는 때가 아닐까.

<냉장고> 맹기용 논란, 끝없이 제기되는 까닭

 

이번엔 레시피 도용 논란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맹기용을 출연시킨 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첫 출연에서부터 줄곧 제기되어온 자격 논란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가지치기를 해가는 형국이다. 그는 연달아 2연승을 거뒀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영 곱지만은 않다. 항간에는 일종의 짜고 치는 고스톱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건 이 문제가 맹기용의 문제에서 점점 프로그램의 문제로 커져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호사다마(好事多魔). 현재의 <냉장고를 부탁해>에 딱 어울리는 얘기다. 가장 잘 나가던 그 시점에 맹기용이 출연하면서부터 이런 논란을 반복해서 겪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초반에 간단히 진압될 수 있는 논란이었다. 처음 맹기용 출연에 대해 대중들이 불편함을 드러냈을 때 그걸 선선히 수용했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맹기용에 대한 예의를 거론하며 계속 방송을 내보냈다.

 

문제는 이것이 맹기용 본인에게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만일 처음 만든 맹모닝논란으로 조기 퇴진되고 그것을 맹기용 자신도 선선히 받아들였다면 그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 강행은 이미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맹기용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는 그를 두둔하는 셰프들의 이야기까지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번 오징어를 이용해 만든 소시지, 이른바 오시지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거기에 대한 써니의 리액션이나 셰프들의 반응 하나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맹기용에 대한 불편한 시선 때문에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레시피 도용이라는 문제제기 역시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즉 이 프로그램은 <한식대첩>이 아니다. 경합 자체보다는 15분 만에 한정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보이는 일이 중요한 것. 어딘가 있는 레시피를 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란이 터지는 건 맹기용에 대해 대중들이 갈수록 불편한 시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엄친아 이미지와 짧은 요리 기간에도 불구하고 쉽게 방송과 광고에 입성한 이미지는 이런 불편함을 더욱 크게 만든 요인들이다. 맹기용은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어찌 보면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대중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존재처럼 인식됐다는 점이다.

 

이건 캐스팅 논란에 가깝다. 그러니 방송을 통해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제작진 입장에서는 대중들의 이런 반응이 의외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볼 권리를 시청자가 가진 만큼, 시청자들을 보지 않을 권리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맹기용은 이런 시선 속에서는 열심히 하고 또 대결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결국 진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콘텐츠로 승부해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그 어떤 쿡방과도 차별화된 콘텐츠가 이 프로그램을 주목시켰고 거기 출연한 셰프들 또한 스타덤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만 갖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좋은 콘텐츠와 함께 필요한 건 소통능력이다. 소통의 부재는 작은 일도 크게 만든다. 우리가 메르스 사태를 통해 겪은 것처럼



<진짜사나이>, 김소연의 태도에는 특별한 게 있다

 

배우 김소연에게는 늘 특별한 느낌 같은 것이 배어있었다. 시상식장이나 드라마 종방연에서 가끔 만나보게 된 김소연은 이 인물이 드라마 속 그 인물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다소곳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늘 들여다보는 듯한 그 섬세하고 배려 깊은 모습은 때로는 지나치게 예의바른 느낌마저 주었다. 김소연에게서는 상대가 누구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응대하는 삶의 태도가 묻어났다. 그녀는 그런 인물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그녀가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 투입된다고 했을 때, 많은 대중들은 <아이리스>에서의 여전사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와 실체는 다를 수밖에 없는 법. 그녀가 체력적으로 허당이라는 건 기초 체력검사를 하는 그 순간에 다 드러나 버렸다. 팔굽혀펴기 백 번 정도는 거뜬히 해낼 것 같고, 윗몸일으키기도 마치 숨 쉬듯 편하게 할 것 같은 그녀였지만 실제는 정반대. 그녀는 팔굽혀펴기 하나도 쉽지 않은 저질체력의 소유자였다.

 

구보 중에는 먼저 가십시오!”하는 말이 입에 배어 나오고, PT 체조를 하면서도 연실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포복으로 10미터 전진하는 것이 거의 기적처럼 느껴지게 만들 정도로 힘겨워하는 김소연은 그러나 화생방 훈련에 들어가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들 눈물 콧물 쏟아내는 그 최루가스에 밖으로 뛰쳐나가려 안간힘을 쓸 때, 김소연은 그걸 묵묵히 버텨내고 있더라는 것이다. 체력은 떨어져도 하고자 하는 정신력이나 태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악바리라는 걸 그녀는 보여주었다.

 

훈련 중 그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죄송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같은 말들이다. 거기에는 안 돼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나고,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동료들이 힘들어할까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말들이 <진짜사나이>를 통해 들려올 때마다 시상식장이나 종방연에서 늘 상대방을 사려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그녀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평소 그녀의 태도는 혹독한 훈련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4미터가 넘는 벽을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오르는 유격훈련장에서 그녀는 어떻게든 올라가려는 동료를 밑에서 받쳐주려 안간힘을 썼다. 밑으로 점점 내려오는 동료를 위해 악착같이 군홧발을 머리로 받쳐주는 모습에서 우아한 여배우나 멋진 여전사의 모습은 없었다. 결국 바닥에 깔려버린 그녀를 위해 조교들이 나서게 됐지만, 그렇게 동료를 위해 제 몸을 기꺼이 지지대로 내던지는 모습은 그 어떤 여배우나 여전사보다 더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구름사다리를 마치 에베레스트산 정복하듯 힘겹게 오른 그녀는 동료들 중 특별히 감사한 전우가 있냐는 서경석 조교의 질문에 한 명을 택할 수 없이 전부 하나하나 다 고맙습니다. 진짜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다. 모두가 그 말에 눈물을 쏟아냈다. 그 말에서는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간 훈련을 통해 해왔던 그녀의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들이 거기에 고스란히 묻어났기 때문이다.

 

이 곳에 와서 뭘 느끼나?”하고 서경석 조교가 묻자 김소연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조금씩 해내고 있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도저히 못할 듯 보였던 것들을 조금씩 해낼 수 있었던이유는 뭘까. 그녀가 악바리라서?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그렇게 악바리 근성까지 드러내 보이며 악착같이 해내려 했을까. 그것은 어쩌면 타인들에게 절대로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그녀의 착한 심성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은 여러모로 여기 출연한 여성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귀여운 앙탈 하나로 화제가 된 혜리가 그렇고, 대대장 포스의 라미란이 그러하며, 남편 닮아 바르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풍기는 홍은희나 언어가 익숙지 않아 엉뚱하지만 의외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지나, 그리고 영 군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유격장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맹승지, 또 운동선수 출신으로 묵묵히 힘겨운 훈련을 이겨내는 박승희까지 그렇다. 군대 가면 진면목이 나온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악바리 김소연이 특별히 감동을 주는 까닭은 뭘까. 그것은 어쩌면 배려 없고 예의 없는 현실과는 정반대로 지나치게 배려하고 예의 깊은 그녀의 모습이 주는 어떤 울림 때문이 아닐까.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은 단순히 여자들의 군대 체험만이 아니라 사회나 조직에서 겪게 되는 일종의 단체생활에서의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특히 이 특집에 관심을 보이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김소연의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위한 악바리 근성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참 좋은 시절>, 참회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할 수 있어야 그게 사람이다.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이 드라마에는 유독 잘못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참 좋은 시절(사진출처:KBS)'

드라마의 시퀀스들도 거의 대부분이 잘못을 참회하는 것들이다. 이 집안에 얹혀사는 강동희(옥택연)의 친엄마인 하영춘(최화정)은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린 죄를, 구박받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참회하는 중이다. 강동희가 그런 엄마를 안쓰럽게 생각하며 갑자기 잘 대해주자 그녀는 잘 해주는 것이 겁난다고 말한다. 그냥 하던 대로 구박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강동희는 역시 자신의 자식들에게 동생이라고 속여 키운 죄를 사죄하는 중이다.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딸 동주(홍화리)에게 차라리 화를 내고 말하기 싫으면 차라리 패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자식에게 사죄하고픈 아빠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강태섭(김영철)은 부인인 장소심(윤여정) 여사에게 끊임없이 잘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든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해원(김희선)과 아들 동석(이서진)의 결혼을 반대한다. 과거 해원의 아버지가 사고를 내는 바람에 동옥(김지호)이와 아버지 강기수(오현경)가 그렇게 됐다는 걸 그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동석은 해원을 받아들인다. 그는 아버지가 한 모든 일을 자식이 책임져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해볼 건 다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심지어 가족을 놓자고까지 한다. 해원은 그런 동석이 고마우면서도 자신을 질책한다. 아빠를 원망하는 마음과 이런 사실을 다 알고도 뻔뻔하게 동석을 사랑하는 자신을.

 

내가 너무 나쁜 년 같아서. 우리 아빠 너무 불쌍하고 가엾은 분인데 그런 아빠를 자꾸 원망하고 미워하고 나 와 이러노 와 이거밖에 안 되노 내는.... 내가 너무 싫다. 우리 아빠가 어떻게 했는지 다 알면서 양심도 없고 뻔뻔하게 동석이 오빠를 사랑하는 내가 너무 싫다.” 그래서 이걸 덮으려는 동석과 달리 해원은 무릎을 꿇고 장소심 여사에게 사실을 고백하려 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 비밀을 폭로하겠다던 강태섭은 오히려 당황해하며 해원에게 입을 열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다.

 

<참 좋은 시절>을 보며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고 먹먹해지는 건 이 드라마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무수한 드라마들이 악역을 내세워 보여주는 건 욕망 앞에 놓인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참 좋은 시절>은 다르다. 악한 것이 아니라 미숙한 것이고, 그래서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 잘못에 대한 죄책감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며 그래서 참회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사람이 사는 길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동석과 해원을 가로막는 과거 사고의 증거로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동옥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동옥을 그리고 있는 시선을 보라. 그녀는 지능이 아이에 멈춰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가족이 그를 아껴주고 우진(최웅)은 그녀를 그 자체로 사랑한다. 우진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스테이크 먹는 연습을 하는 동옥이 열심히 연습해서 칭찬 받으려고그랬다고 하자 우진은 거꾸로 그녀에게 잘못했다고 말한다. “누나 제가 잘못했어요. 빵을 막 손으로 집어먹으면 어떻고 나이프로 잘라먹으면 어떻고 포크로 찍어먹으면 어때요.. 앞으론 그냥 누나 마음대로 해요.”

 

과거의 사고가 있었고 그래서 그 후유증이 남았지만 동옥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동옥은 그렇게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사람은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또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람을 영원히 못 믿을 존재로 만드는 건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잘못을 인정하며 진심어린 참회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참 좋은 시절>을 보며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면 우리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무도>, 개념 예능이란 이런 것

 

믿을 수 없는 참사로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에 무거운 나날을 보내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분들과 그리고 실종자 분들 또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힘들게 버티고 계실 가족 분들에게 더할 수 없는 비통한 심정을 담아 머리 숙여 위로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희 무한도전 멤버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마치 조문을 온 듯 모두 검정 양복을 입은 채 MBC <무한도전>은 이렇게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로 잠시 멈춰서 있던 예능 프로그램을 재개하면서 먼저 이번 참사로 고통을 겪고 있는 희생자 분들, 실종자 분들 또 가족 분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예능 재개를 한다는 것이 역시 쉽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충분한 예의를 표하는 것이 먼저라는 걸 <무한도전>은 알고 있었다.

 

특히 어린 학생을 지키지 못한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게 서로가 건네는 진심어린 위로가 아닐까 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조금씩 기운을 내서 서로 위로하고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 힘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무한도전>은 이어서 어른으로서 사죄하는 마음 또한 전했다. 누구의 책임을 묻기 전에 자신의 책임을 먼저 얘기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현장에서 밤낮없이 구조작업에 애써주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의 수고에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저희 무한도전 또한 여러분께 힘이 되고자 저희가 있는 자리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이번 참사로 인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것은 또한 <무한도전> 역시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충분한 애도의 마음을 먼저 전한 후, <무한도전>은 본연의 웃음으로 돌아갔다. 애도하면서도 웃음을 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마침 <무한도전>이 그간 9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선거 특집을 통해 보여준 것은 세월호 참사와 무관하지 않게 여겨졌다. 그것은 앞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패러디 성격이 강했고, 선거철이 되면 벌어지곤 하는 남발되는 선심성 공약에 대한 비판적인 풍자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이 참담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선거뿐이 아니던가.

 

선거 공약 발표와 토론에서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관료주의’, ‘시청률 재난본부’, ‘늑장대처’, ‘위기극복시스템등이 그것이다. 이 풍자의 과정에서 소통소똥이 되었다. 그리고 유재석은 시청률을 빌어 위기에 대해 말했다. ‘진짜 위기는 그것이 위기인지 모르는 것이며 더 큰 위기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닥친 재앙이자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 바로 그겁니다. 우리는 시청률에 대해 얘기합니다. 어떤 분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무한도전> 시청률 하락에 대한 셀프 디스에 가까운 이야기였고 또 유재석의 이 말에 갈증이 나는지 연실 생수를 들이키는 박명수를 지칭한 듯 보이는 이야기였지만 그것은 또한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우리의 목표는 시청률이 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웃음입니다. 이것이 무도가 지켜야할 기본입니다.” 그래서일까. 유재석이 던진 이 마지막멘트 역시 다양한 뉘앙스로 들려왔다. OECD가 어떻고 경제 몇 위가 어떻고 하는 그런 숫자가 무슨 소용일까. 결국 지켜져야 할 것은 국민의 행복과 안전이 기본이 아닌가.

 

<무한도전>선거 특집하나로 보여준 것은 웃음이 결코 그저 오락거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국민 전체가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깊은 애도와 책임과 예의가 전제 되었고, 또 예능으로서 충분히 웃음을 담보하면서도 잘못된 현실에 대한 날선 풍자가 들어 있었다. 개념 예능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웃기면서도 눈물 나고 감동적이면서도 현실 인식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모두 거기에 있었다. <무한도전>은 역시 향후 10년을 책임질 예능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프로답지 못한 카라, 언제까지 사과만 할건가

 

걸 그룹 카라의 니콜은 소속사인 DSP미디어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카라 활동은 계속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소속은 아니지만 함께 활동하고 싶다는 것. 이것을 니콜은 “카라로서의 재계약이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소속계약”이라고 표현했다. 즉 니콜은 소속사 계약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카라 활동도 하겠다는 얘기다.

 

'카라(사진출처:DSP미디어)'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니콜의 이 이야기는 현실성은 그다지 없다고 여겨진다. 즉 1년 내내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있는 카라에서 니콜 혼자 자유로운 활동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즉 이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카라 탈퇴 발표로 난감해진 니콜의 입장을 심정적으로 토로한 것에 불과하다. 즉 마음은 ‘카라와 영원히’지만 자신은 자신의 길과 카라 활동을 동시에 하고 싶다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면 혼자 활동하겠다는 것. 즉 자신이 들고 있는 뜨거운 공을 카라 소속사에게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니콜의 탈퇴가 팬들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니콜이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 그다지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한번 소속이라고 영원히 그 틀에만 묶여 살라는 법이 어디 있나. 그러니 니콜이 절실하게 독자노선을 원한다면 정확하게 선을 긋는 자세가 오히려 프로다운 선택이다. 물론 후에 카라의 공연에 니콜이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함께 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맺고 끊는 것에 있어서는 좀 더 명쾌해질 필요가 있다.

 

카라는 이전에도 거의 해체 수준의 분열을 겪은 적이 있다. 그 때도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은 카라 멤버 그 누구도 분열을 원치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류하는 두 사람과 나가려는 세 사람으로 나뉘어 무수한 뒷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결국 멤버로서의 문제라기보다는 매니지먼트와 소속사의 문제 때문에 불거진 일이라는 점. 크게 보면 카라의 문제는 역시 소속사와의 관계나 수익배분 등의 문제와 얽혀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카라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과 일본의 시선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카라의 이런 연거푸 벌어지는 해체 이야기에 냉랭한 반응이다. 이전 <라디오스타>에서 애교를 보여 달라는 말에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그 사안 자체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카라에 대한 국내의 시선이 그만큼 차가운데서 비롯된 일이다. 이것은 독도 발언 문제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 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심지어 니콜의 카라 잔류를 희망하는 릴레이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공연에서 구하라가 “걱정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한 것을 갖고도 국내에서는 “일본만 팬이냐”는 식의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듯하다. 국내에서도 사실상 니콜이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식의 비난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카라에 대한 반감이 정서적으로 깔려 있다고 여겨진다.

 

이렇게 국내와 일본의 반응이 사뭇 다르게 된 것은 카라의 활동이 사실상 일본을 주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 활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수익의 거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압도적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그만큼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니 이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카라의 해체설이 나올 때마다 국내 팬들은 차라리 일본에서나 활동하라는 식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일까.

 

어쩌면 이것은 카라가 한일 정서의 프레임 속에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저 한 아티스트의 해외 활동으로 여겨져야 할 일이 마치 일본에 맞춰진 그룹처럼 비춰지게 된 것은 이처럼 거대해진 팬덤을 가진 카라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정서 속에서 니콜의 탈퇴는 카라에 대한 국내의 반응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니콜이 탈퇴하든 아니면 따로 또 같이 카라 활동을 병행하든 그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보아온 대중들에게 카라는 어딘지 프로답지 못한 인상을 만들었다. 늘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모습만 반복되고 있는 건 대중들에게도 어떤 피로감을 남긴다. 게다가 이 정서에 한일 정서의 프레임까지 덧붙여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좀 더 쿨해질 필요가 있고 명쾌해질 필요가 있다. 어차피 갈라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팬들은 어떤 식으로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팬들을 더 깊은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 게 진정한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진짜사나이>, 왜 손진영만 뜨지 못할까

 

이것은 캐릭터의 문제인가 아니면 태도의 문제인가. 최고의 화제 예능 <진짜사나이>의 모든 출연자들이 저마다 펄펄 날고 있는 반면, 구멍병사 손진영만 유독 주목받지 못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최근에는 그저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밉상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상대적인 이미지를 만들었을까.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체력에서나 생활 습관 등에서 군대와 영 어울리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찌감치 샘 해밍턴과 함께 그는 구멍 병사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샘 해밍턴이 외국인이라는 사실과 저질 체력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오히려 구멍 이미지를 반전시켰던 데 반해, 손진영은 체력도 약한데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 또한 장난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 밉상이 되었다.

 

체력의 문제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경석처럼 나이가 지긋한 병사에게서 청춘의 열혈 체력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고, 샘 해밍턴이나 손진영처럼 젊다고 해도 군대가 요구하는 체력은 늘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자세다. 제 아무리 체력이 못 따라간다고 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오히려 박수 받을 일이다. 구보를 하다가 심지어 넘어지기까지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샘 해밍턴이 박수 받은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기자 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보여준 손진영의 모습에서는 도에 지나친 장난스러움이 엿보였다. 스쿼트를 하면서 연거푸 방귀를 뀌고, 윗몸 일으키기를 장난처럼 하더니 심지어 선임의 기록을 세지 않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팔굽혀펴기 운동을 하면서도 그의 장난기는 멈추지 않았다. 선임들은 손진영의 진지하지 못한 모습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그저 미안하다고 할뿐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진짜사나이>가 진짜 FM 군대생활은 아닌 만큼 약간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일반병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만큼 최소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나 진지한 자세는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군대에서 고생하는 일반병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기 때문이다. 그 넘어설 수 있는 여지와 넘어서는 안되는 영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때 연예인과 일반병사들이 함께 하는 <진짜사나이>는 어떤 소통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손진영의 캐릭터일 수 있다. 손진영은 <세바퀴>에 나와 자신이 전역 7년차이고 당시에는 A급 병사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진술이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역을 다녀온 손진영이 이런 군대의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을 게다. 따라서 예능적으로 보면 샘 해밍턴과 겹치는 구멍 병사의 캐릭터에서 조금은 차별점을 찾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구멍 병사에서 밉상 병사로.

 

하지만 이것은 방송에 도움이 될 지는 몰라도 손진영의 이미지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뭐든 긍정적인 이미지로 활력을 만들어내는 류수영, 새내기지만 풋풋한 청춘을 보여주는 박형식, 두 말할 필요 없는 열혈병사 장혁, 최고참이지만 분위기를 선도하는 김수로, 저질체력에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반병사들과의 소통을 이끄는 서경석 그리고 외국인이지만 군대 체험을 하며 군인들의 대단함을 온몸으로 공감해주는 샘 해밍턴. 이렇게 어느 한 구석의 호감을 먼저 만들어놓아야 가끔 하는 밉상 짓도 용인이 되는 법이다.

 

지금 손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캐릭터가 아니라 진정성이다. 그렇다고 그의 모습이 억지로 만들어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군대와 군인에 대한 경의나 진지한 자세는 캐릭터 이전에 이 프로그램에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손진영이 본래 예의 없고 진지하지 못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관찰예능이라는 틀에 아직 적응이 덜된 데서 비롯된 일일 게다. 대기만성이라고 했다. 구멍에서 밉상까지 간 손진영. 그가 어떤 반전을 보여준다면 그 감흥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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