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 여자 도봉순’, 박보영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드라마는 끝났지만 박보영이 남긴 잔상은 꽤나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마지막회 시청률 8.957%(닐슨 코리아). JTBC로서는 이제 종영한 <힘쎈 여자 도봉순>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다. 그간 완성도 높은 드라마들을 꾸준히 만들어왔지만 시청률에 있어서는 그다지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JTBC 아닌가. 그러니 이 <힘쎈 여자 도봉순>이 난공불락으로만 여겼던 시청률의 성을 깨버린 건 JTBC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힘쎈여자 도봉순(사진출처:JTBC)'

그리고 이 드라마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박보영이라는 독보적인 연기자 덕분이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게다. 생각해보라. 어찌 보면 만화 같은 슈퍼파워걸 도봉순이 보여주는 엄청난 괴력의 장면들은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게 느껴지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살짝 치기만 해도 사람이 날아가고, 문짝을 통째로 뜯어내거나 달리는 버스를 맨 손으로 멈춰 세우며, 수십 명은 될 조폭들을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그 장면들은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좀체 성공하기 어렵다는 B급 정서까지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현실을 드라마는 그간 범행의 대상으로만 주로 다뤄지던 여성 히어로를 세움으로써 심정적 지지로 바꾸었고, 그 B급 정서가 코미디적으로 연출되면서 믿기 어려운 액션들마저 웃어넘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런 난관들을 모두 허용시킨 건 다름 아닌 박보영이라는 배우 자체였다. 어른들에게는 복스럽고, 남녀 모두에게 귀엽게 다가오는 이 대체불가의 배우는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코미디면 코미디 등등 뭐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발휘했다. 

이 드라마에서 박보영이라는 배우가 한 장르들을 떠올려보라. 스릴러는 물론이고 액션, 멜로, 코미디, 청춘 성장드라마 등등 그 스펙트럼이 너무나 넓다. 마치 아이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올려다볼 때는 보는 이들을 가슴 설레게 만들고, 조폭들을 한꺼번에 때려눕힐 때는 그간 억눌렸던 감정들이 시원하게 풀어지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춘들에게는 개인적 성장을 통한 어떤 위로와 위안을 주고, 웃을 일 찾기 힘든 현실에 잠시 동안 모든 걸 잊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액면대로 보면 드라마가 굉장한 메시지나 형식미 혹은 내용적 완성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조금씩 있는 흠결들을 채워 넣어준 건 다름 아닌 박보영이다. 그녀가 하기 때문에 용서되는 장면들도 있었고, 그녀가 있어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됐던 허술한 이야기 설정들도 적지 않았다. 

이 배우가 놀라운 건 보통 우리가 ‘국민 여동생’ 같은 표현으로 지칭할 때 생기는 어떤 이미지의 장벽 같은 것들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귀여운 여동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뭇 남성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 이건 배우로서 박보영이 가진 가장 큰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작년 방영해 큰 성공을 거뒀던 tvN <오 나의 귀신님>은 박보영이라는 배우의 꽃길이 이미 시작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제 <힘쎈 여자 도봉순>으로 확실히 입증된 그 힘은 벌써부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이제 자신의 힘을 자각한 박보영의 또 다른 비상을 기대한다.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 도봉순이 결국 자각했던 그 힘처럼.

‘도봉순’ 박보영, 복스럽고 러블리한 데다 걸크러시까지

도대체 박보영의 무슨 마력이 JTBC 금토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을 펄펄 날게 만드는 걸까. 4회 만에 8.3%(닐슨 코리아). 애초 3% 시청률 돌파 공약을 내세웠던 것이 무색해져버렸다. 이 정도라면 두 자릿수 시청률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 최근 JTBC가 드라마로 낸 최고의 시청률을 최단 기간에 경신하고 있다. 그간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왔지만 시청률에 유독 갈증을 느껴왔던 JTBC로서는 박보영을 업고 다니고 싶을 지경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사진출처:JTBC)'

그런데 이런 놀라운 기록이 그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단연 박보영이라는 배우가 가진 팔색조 매력이다. 이미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같은 영화를 통해서 가능성을 보였던 박보영은 tvN <오 나의 귀신님>으로 드라마에서도 ‘시청률 보증수표’로 등극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힘쎈 여자 도봉순>은 박보영을 만나면서 일찌감치 성공의 발판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보영이 가진 매력이 이렇게 드라마를 통해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그녀가 가진 남녀노소 거의 모든 세대와 성별을 아울러 호감을 만들어내는 그녀만의 면면들 때문이다. 예를 들어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 클럽에 놀러간 도봉순이 술에 취해 봉을 잡고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춤을 추다가 갑자기 봉을 뽑아서 놀라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장면은 도무지 박보영이 아니면 그만큼 자연스럽게 소화가 될 수 있을까 싶은 면이 있다. 

또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왔지만 마음속으로 짝사랑해온 인국두(지수)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수줍어하는 모습이 동네 깡패들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어 천연덕스럽게 그들을 제압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어찌 보면 가녀리게만 보이는 그녀가 공기총 테러로 다친 사장 안민혁(박형식)을 영화 <보디가드>의 한 장면처럼 안고 뛰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귀엽고 또 한 편으로는 남녀 관계의 역전이 만들어내는 어떤 기존 관념을 깨는 시원함까지 전해주는 것 역시 그녀가 아니면 이만큼 잘 소화됐을까 싶은 장면들이다. 

<힘쎈 여자 도봉순>은 그래서 그 때론 한없이 러블리하고 귀엽다가도 어느 순간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는 힘센 슈퍼 히어로로 변신하는 그 다채로운 변신이 캐릭터가 가진 핵심적인 매력이다. 그런데 그것이 다름 아닌 박보영이라는 연기자에게는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딱딱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박보영이 가진 매력의 실체는 나이든 세대에게는 ‘복스러움’으로 다가오고, 남성들에게는 귀엽고 러블리한 매력이며, 여성들에게는 귀여우면서도 걸크러시를 보여주는 그런 워너비의 면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지나치게 여성적인 이미지를 보이면 오히려 여성들에게는 비호감이 되기 쉽고, 걸크러시를 강조해서 드러내면 나이든 세대에게는 너무 ‘나댄다’는 얘기를 듣기 쉬운 게 우리네 현실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박보영은 이런 세대와 남녀를 통틀어 호감을 갖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배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렇게 좋은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해도 그것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그 매력을 제대로 끄집어낼 수 있는 작품의 캐릭터를 만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보영과 <힘쎈 여자 도봉순>의 만남은 연기자와 캐릭터의 시너지라는 점에서 하나의 정답 같은 느낌을 준다. 4회만에 시청률 8%. 그것이 그저 우연이 아닌 이유다.

<질투의 화신>, 안쓰럽고 매력적인 질투하는 조정석

 

정원이는 나 보다 더 자상하고, 나보다 더 돈도 많고, 무엇보다 건강한 놈이다. 정원의 마음을 의심하지 마라.” 이화신(조정석)은 과연 사랑보다 우정을 택한 걸까? 그는 그가 사랑하게 된 여자 표나리(공효진)에게 친구인 고정원(고경표)를 의심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심지어 그에게 바래다준다. 고정원의 모친이 그가 금수정(박환희) 아나운서와 사귄다는 소문을 공공연히 내버리자 실망한 표나리를 위해 고정원의 사랑은 거짓이 아니라는 걸 대신 얘기해준 것.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자주인공은 주로 질투를 하기 보다는 받는 인물이 대부분이다. 남자주인공들은 재력은 물론이고 외모, 스펙까지 빠지지 않는 인물이거나, 그런 것들이 빠져도 또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 적어도 여자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이든 남자주인공은 그래서 다른 남자의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은 제목이 아예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질투하는 인물화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표나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또 친구인 고정원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도 못한다. 그가 표나리에게 애정 표현을 하는 거라야 고작 주변을 빙빙 돌며 툴툴대면서 걱정을 해주거나 남모르게 질투의 감정을 드러낼 때다.

 

잘못된 만남이라는 노래 가사 구절처럼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이화신은 그래서 갈등하지만 그는 고정원의 사랑이 거짓일 거라고 오해해 힘겨워하는 표나리에게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걸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그의 마음을 전한다. 거기에는 질투의 감정을 뛰어넘어 표나리를 위하는 사랑이 담겨있고 동시에 친구인 고정원에 대한 우정 또한 담겨져 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고정원과 표나리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키스를 할 때 먼발치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이화신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질투와 상처의 아픔이 느껴지지만 그것이 다름 아닌 이화신이라는 인물이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질투의 화신>이 흥미로운 건 바로 이 특별한 캐릭터 덕분이다. 질투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는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그 사랑을 드러내는 캐릭터.

 

무엇보다 이 질투하는 인물, 이화신이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적지 않다. 사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보정 브래지어를 하는 것으로 보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면서도 본인은 굉장히 진지하고 나아가 절실하게까지 느껴지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건축학 개론>에서 납득이라는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를 통해 미친 존재감으로 등극했고, <더 킹 투 하츠>에서는 그와는 상반되는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마치 이 두 캐릭터를 조합해 진지하면서도 인간미 있고 그러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한 듯하다.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슬쩍 내보인 그 캐릭터는 이제 <질투의 화신>에서 제대로 매력을 뽑아내고 있다.

 

우습지만 짠하고, 안쓰럽지만 매력적인 인물. <질투의 화신>은 바로 이런 비범한 캐릭터의 매력에 기반해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을 열어가고 있다. 물론 이런 캐릭터가 이토록 공감 받을 수 있게 된 건 주인공보다는 주변인이 될 가능성이 훨씬 많아진 현실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를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제대로 흡수해 200%의 매력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응답하라>, <시그널>, <또 오해영>까지... tvN 드라마 전성시대

 

최근 tvN은 오는 10월 개국 10주년을 기념해 시상식을 포함한 페스티벌을 연다고 밝혔다. 사실 작년부터 계속 요구되어 왔던 게 tvN 시상식이다. 연말이면 지상파 3사들이 모두 자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하고 있지만 tvN은 그렇게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이런 요구의 이유다.

 

'또 오해영(사진출처:SBS)'

이런 요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된 건 작년부터다. 이미 예능 콘텐츠들은 tvN표로 브랜드화될 정도로 다양한 성공들을 거둬왔지만 드라마들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게 작년부터이기 때문이다. <미생>의 성공 이후에 tvN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오 나의 귀신님>, <두번째 스무살> 같은 작품들의 성공을 일궜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속적인 성공 이후, 금토 시간대에 <시그널>, <기억>,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수작들을 연거푸 내놓으며 본격적인 tvN 드라마 전성시대를 알렸다.

 

금토드라마의 브랜드를 확고히 세운 tvN은 월화 시간대로 영역을 넓혔다. <치즈 인 더 트랩>이 그 가능성을 확인한 드라마였다면, <또 오해영>은 월화에도 tvN 드라마의 자리가 세워졌다는 것을 과시하는 드라마였다. 월화 드라마로 케이블로서는 놀라운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월화 밤 11시가 지상파 예능 시간대였던 것을 tvN의 드라마 시간대로 바꿔놓는 힘을 발휘했다.

 

결국 이렇게 2년여 사이에 예능에 이어 드라마까지 확실한 브랜드 파워가 생기면서 시상식은 보다 현실적인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올해 열리는 10주년 기념 페스티벌은 그래서 누가 상을 받아갈 것인가에 대해 쉽게 점칠 수 없을 정도로 후보군들이 풍성해졌다. <시그널><응답하라1988> 나아가 <또 오해영> 같은 쟁쟁한 작품군들 속에서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tvN 드라마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확고히 브랜드를 갖게 된 건 지상파와는 다른 독자적인 선택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예능과 드라마의 접목은 독특한 tvN만의 드라마 색깔을 만들어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그 안에 진중한 당대의 메시지까지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드는데 있어서 그만큼 유연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 이후 일련의 로맨틱 코미디물들을 계속해서 라인업 했고 그러면서 지상파에서 주로 작업해온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무게감을 갖게 만들었다.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 김지우 작가의 <기억> 그리고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tvN 드라마들은 지상파에서 보지 못한 완성도로 승부했다. 동시에 <두번째 스무살>, <오 나의 귀신님>, <치즈 인 더 트랩>, <또 오해영> 같은 일련의 로맨틱 코미디에도 완성도와 실험을 더해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나갔다.

 

tvN 드라마의 선전은 패턴화 되어버린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반작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말할 수 있다. 즉 지상파 드라마들의 반복되는 소재나 제작관행들 때문에 시청자들도 작가들도 이탈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것을 tvN은 제대로 읽어내면서 이탈한 작가와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드라마로 매개하게 했다는 점이다.

 

결국 tvN 드라마의 성공이라는 것은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플랫폼의 힘을 누려오며 타성에 젖었던 지상파 드라마들은 이제 tvN 드라마의 선전으로 각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tvN 드라마의 성공은 한 방송사의 드라마 브랜드가 가진 성취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우리네 드라마 전체에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드라마 혈전, 시청자들에겐 복

 

명품드라마를 넘어 인생의 드라마라고까지 얘기됐던 <시그널> 효과였던가. <시그널>이 끝나자 tvN 드라마들 거침없던 질주는 주춤해진 느낌이다. 그 바톤을 이어받은 <기억>3.8% 시청률(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2.9%까지 떨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tvN 월화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6.8%까지 시청률을 냈던 것에 비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3.3%에서 시작해서 1.4%까지 곤두박질쳤다.

 


'대박(사진출처:SBS)'

<시그널><치즈 인 더 트랩>의 놀라운 선전, 또 지난해 주목받은 <두번째 스무살><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이제 tvN 드라마는 지상파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의 위상은 한두 드라마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흐름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억><피리부는 사나이>의 성적은 아쉽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기억>이다. 이 드라마는 완성도와 디테일이 놀랍고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도 상당히 진중하다. 최근 들어 이만큼의 성취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가 제대로 존재를 드러내려면 대중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아쉬운 작품이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어울리는 작품이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정서 같은 것들이 이 작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게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하고 있다. 볼거리가 아닌 정서적인 몰입이 드라마의 관건이라는 점을 두고 보면 <피리부는 사나이>의 추락은 당연해 보인다.

 

tvN 드라마처럼 비지상파의 약진 때문에 지상파가 위기감을 느낀 건 분명하다. 이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상파 주말드라마들의 토요일 시청률은 뚝 떨어졌다가 일요일에는 다시 오르는 이른바 퐁당퐁당(?)’ 시청률이다.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시청률표를 보면 <시그널>의 영향이 얼마나 극적인가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래 그런거야><시그널>이 방영됐던 토요일 시청률에서는 뚝 떨어졌지만 일요일 시청률에 피치를 올리면서 서서히 회복했다. <시그널>이 끝난 후 <그래 그런거야>는 이제 10% 시청률을 넘겼다. 물론 여기에는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철의 토요일이 지상파 콘텐츠들에게는 춘궁기가 된다는 요인도 섞여 있지만 tvN 드라마들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시그널> 종영 후 주춤하는 사이, 지상파 드라마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KBS <태양의 후예>가 주중드라마로서는 예외적으로 30% 시청률을 훌쩍 넘겨버렸고, 월화드라마들의 대전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새삼 지상파 드라마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연달아 사극을 편성한 SBS <대박>과 박신양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리고 <대조영>에서부터 <자이언트>, <기황후> 같은 대작드라마로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50부작 <몬스터>가 동시에 시작되는 것.

 

최근의 이런 드라마 라인업들은 지상파 드라마들의 반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해졌다. 물론 tvN 드라마들이 가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완성도의 장르 드라마들이 늘 비슷비슷한 소재와 장르들만 반복해온 것처럼 여겨지는 지상파드라마와 비교되며 긍정적인 성취를 거두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맞대응하듯 지상파드라마들 역시 기대할만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혈전은 우리네 드라마의 체질을 더 튼튼하게 해줄 것이니.

만일 <태양의 후예>30% 시청률을 넘긴다면

 

KBS <태양의 후예>가 결국 일을 냈다. 이제 겨우 4회를 했을 뿐인데 시청률이 24.1%(닐슨 코리아). 이 기록은 KBS 주중드라마가 2012<각시탈>을 통해 22.9%의 최고 시청률을 낸 이래 처음이자 최고의 기록이다. 그간 SBSMBC에 비교해 늘 바닥을 쳤던 KBS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에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태양의 후예>의 대성공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크다. 시청률 20% 넘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재(심지어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였던 사극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드라마들은 점점 치고 올라오는 tvN 드라마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생>8.2%, <오 나의 귀신님>7.3%, <두번째 스무살>7.2%, 그리고 <응답하라1988>이 무려 18.8%의 성적을 냈고 이 힘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시그널>10.4% 시청률로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대로라면 지상파와 케이블의 드라마 시청률에 점점 편차가 사라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태양의 후예>가 낸 24.1%의 시청률은 KBS는 물론이고 나아가 지상파 드라마들로서는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는 시청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장르물은 오히려 너무 어렵게 느껴져 시청률은 낮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지상파 드라마들이 갖고 있던 딜레마였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 제작되어 완성도도 높고, 멜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드라마와 의학드라마의 장르물적 성격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건 지상파 드라마 역시 좋은 작품을 통해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지상파에서 시청률이 30%를 넘기는 사례는 KBS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 같은 고정 시청층이 있는 편성시간대를 제외하고 나면 막장드라마들뿐이었다. MBC가 일일드라마 시간대에 임성한 작가를 투입하고 주말드라마 시간대에 김순옥 작가를 투입해 시청률을 가져간 건 그래서다. 지금까지 지상파의 막장드라마 경향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이런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도대체 그동안 안보이던 이런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본방하는 지상파 시청자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어떤 면으로 보면 tvN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무비드라마 같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선전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전체적으로 높아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솔직히 <시그널> 같은 작품을 보고 나면 늘 틀에 박힌 이야기와 소재를 반복하는 지상파 드라마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은 심지어 막장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태양의 후예><시그널>처럼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의 지상파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르다. 사전 제작된 드라마이면서, 블록버스터지만 단지 볼거리가 아니라(그렇다고 볼거리가 없다는 건 아니다) 극의 중심인 인물들의 감정 선을 놓치지 않고, 기존 장르적 틀에 묶이기보다는 멜로와 액션과 의학드라마 같은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런 시도는 지금껏 tvN이 해왔던 것들이다. 그것을 지상파가 그것도 KBS라는 채널에서 보여줘도 충분히 시청자들이 찾아본다는 것을 <태양의 후예>는 말해주고 있다.

 

만일 <태양의 후예>30%의 시청률을 넘긴다면 그건 지상파 드라마에도 어떤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지상파에도 이런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층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너무 완성도가 높으면 그걸 소화해내지 못한다며 얼개를 오히려 허술하게 만들고 자극만을 높인 막장드라마들은 이 상황이 되면 설 자리를 잃게 될 지도 모른다. 이것이 지상파의 타 방송국들조차 이 드라마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태양의 후예>의 어깨가 무겁다

<응팔>이 만든 만만찮은 파장, 향후 드라마 판도는?

 

예능 드라마? 한 때 이 이상한 조어의 드라마는 드라마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에게는 비하의 대상이었다. 드라마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 어찌 보면 너무 가볍게도 느껴지고 어찌 보면 만화 같기도 한 이 근본 없는(?) 드라마에 예능 드라마라는 어설픈 이름을 붙인 것에도 아마도 그 비하의 의미는 어느 정도 들어있었다고 여겨진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응답하라> 시리즈 이야기다. 처음 <응답하라1997>을 신원호 PD가 만든다고 했을 때 필자 역시 그건 드라마가 아니라 시트콤일 것이라 섣불리 예단했던 적이 있다. 예능 PD가 드라마를 한다는 걸 어떻게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과거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했던 경력을 떠올리며 <응답하라1997> 역시 시트콤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이런 섣부른 예단은 첫 회가 방영된 후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그건 시트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존 드라마 문법을 따르는 드라마도 아니었다. 드라마와 예능 사이 애매모호한 경계를 밟고 있는 <응답하라1997>은 그러나 성공적이었다. 2012년에 <응답하라1997>이 방영된 후 3, <응답하라1988>은 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가 결코 드라마 바깥에 놓여진 돌연변이가 아니라 어찌 보면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취향 때문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드라마들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올해 드라마 판도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지상파의 고민과 비지상파의 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들은 기존 플랫폼 헤게모니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새롭게 적응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MBC는 기존 지상파 주 시청층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했다. 그래서 익숙한 자극적인 코드들을 버무려 주말드라마 헤게모니를 만들었다. MBC 주말드라마는 그래서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잃은 것도 만만찮다. 결코 미래지향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그 선택이 MBC 드라마의 위상을 깎아먹은 것이다.

 

SBS는 이른바 복합장르라는 새로운 드라마의 틀을 만들어내며 이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기존 지상파의 헤게모니를 이어가려 노력했다. 현재 하고 있는 <리멤버 아들의 전쟁> 같은 복합장르의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별에서 온 그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냄새를 보는 소녀> 같은 SBS가 시도해온 일련의 복합장르의 실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KBS는 이런 변화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본래 지상파 드라마 헤게모니의 핵심이랄 수 있었던 가족드라마, 일일드라마, 정통사극 안에 머물렀다. 그나마 올해의 성과라고 하면 <프로듀사> 같은 예능과 드라마의 접목을 통해 탄생한 작품 정도일 것이다. KBS 드라마의 부진은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 지상파 플랫폼의 힘과 새로운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고민하며 이런 저런 선택을 하고 있을 때 비지상파 드라마들은 그 틈새를 통해 비상했다. JTBC는 작년 <밀회>를 통해 확고한 드라마의 강자임을 증명했지만 올해는 <송곳> 이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변화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일이다. JTBC는 지상파와의 차별점으로 정통드라마를 주창해왔지만 올해는 <라스트><디데이> 같은 장르물의 실험을 시도했다. 물론 그 장르물이 성취를 갖지 못했지만 정통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점은 역력해보였다.

 

비지상파 드라마의 비상을 전면에서 이끈 건 다름 아닌 tvN이다. tvN<응답하라1997>의 성취에 이어 끊임없이 예능적인 성격을 가진 드라마들과 영화적인 드라마들을 공격적으로 포진해왔다. 작년 <미생>이 드라마 전체에 파장을 일으킨 것은 물론 그 원작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올해 <오 나의 귀신님>이나 <두 번째 스무 살>이 모두 7%대의 시청률을 낸 것은 tvN표 드라마의 지속적인 투자가 성과를 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점은 모두가 인정하듯 <응답하라1988>이다. 이 드라마는 마치 비지상파 드라마의 상징처럼 세워져 있고, 또한 지상파 본방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케이블과 종편이 새롭게 등장한데다 모바일이나 IPTV 시청이라는 새로운 시청패턴이 등장하고 있는 혼돈기에 이 드라마는 하나의 대안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자는 <응답하라1988>의 구성이 너무 허술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기존 드라마 문법 안에서 이 드라마를 판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응답하라1988>은 예능의 좋은 유전자들을 가져와 드라마에 이식한 작품이다. 마치 예능이 그러하듯이 캐릭터가 선명하게 세워져 있고 매회 한 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마치 한 편의 완결된 영화처럼 구성하고 있다. 이것은 시트콤적인 구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응답하라1988>은 시트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지함과 무게감을 갖고 있다.

 

이렇게 캐릭터를 선명하게 세우고 매회 끊어지는 에피소드로 구성하게 되면 드라마 전편을 굳이 다 보지 않아도 중간 중간에 들어와 충분히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틀이 가능해진다. 마치 <12>을 몇 주 못 봤다고 해서 다음 회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한 회 분량의 에피소드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이야기들로 짧게 짧게 끊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이른바 한 회를 다 보지 않아도 이른바 짤방을 통해서도 충분히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응답하라1988>은 현재 1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게다가 이만한 화제를 매일 같이 쏟아내는 드라마도 없다. 지상파도 내기 힘든 시청률과 화제성. <응답하라1988>은 현재 플랫폼 변화와 시청자들의 취향 변화 속에 혼돈에 빠진 드라마계의 새로운 대안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예능 드라마라고 비하했던 이들 드라마들은 이제 향후 드라마계의 새로운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나영석 PD가 끌어주고 신원호 PD가 밀어주면

 

이제 일주일 남았다. <응답하라 1988>의 첫 방송. 아마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못내 기다려왔던 팬들이라면 이 일주일이 길게도 느껴질 법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응답하라 1997>이 성공하고 시즌2는 나오지 않을 것처럼 얘기했던 신원호 PD였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가 나왔고 그것 역시 성공하자 분위기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이제 계속해서 나올 것만 같은 쪽으로 흘러갔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하지만 거기서도 신원호 PD는 선을 그었다.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무성한 소문만 돌뿐 구체적인 계획은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가 2년여가 지나서야 <응답하라 1988>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응답하라>의 팬들 입장에서는 기다림이 길고도 긴만큼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1988>은 이러한 기다림과 기대감만큼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촬영 때문에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는 신원호 PD인지라,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이명한 본부장에게 슬쩍 <응답하라 1988>에 대해 물었다. 주저 없이 대본이 잘 빠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기대할만한 얘기였다. 신원호 PD만큼 꼼꼼하게 연출을 해내는 감독도 많지 않으니 말이다.

 

<응답하라 1988>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 드라마의 소개에는 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이라고 짤막하게 적혀 있다. 가족극이라고 하면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 것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골목 다섯 가족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건 지금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과거에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들까지 큰 범주로서 가족 같은 관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층간소음으로 불미스런 일까지 벌어지는 아파트촌의 삶이 우리네 현실이 되어 있다. 그러니 이 코믹하고 왁자지껄한 가족극의 이야기는 의외의 향수와 따뜻함이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지 않을까.

 

흥미로운 건 <응답하라 1988><삼시세끼> 어촌편과 앞뒤로 편성되어 또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미 신원호 나영석의 이 라인업은 2년 전 <응답하라 1994><꽃보다 누나>의 연속 편성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 바 있다. 당시 <꽃보다 누나>는 첫 회에 9%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넘겼고 첫 회 2%를 간단히 넘기는 것으로 시작해 최고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격. 이명한 본부장은 이 나영석 신원호 라인업을 통해 올 한 해 tvN의 다양한 성과들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나영석과 신원호가 이른바 블록버스터들을 전면에서 성공시켜나가고, 주중의 레귤러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은 <집밥 백선생>이나 <수요미식회> 같은 허리를 받쳐주는 프로그램들이 포진했으며, 여기에 <오 나의 귀신님>이나 <두 번째 스무 살> 같은 tvN표 드라마들까지 선전했으니 올해 tvN의 수확은 대단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나영석 PD와 신원호 PD. 다음 주로 예정된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은 그래서 마치 올 한 해 tvN의 성취를 표징하는 사건처럼 보인다. 이들은 또다시 믿고 보는 PD로서의 성공담을 들려줄 것인가. 다음 주가 몹시도 기대되는 시점이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복면가왕'이 보인다면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은 나봉선과 신순애라는 두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한다. 본래 나봉선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인물이지만 그의 몸으로 들어온 귀신 신순애(김슬기)는 굉장히 적극적이며 자기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고 하는 인물이다. 그것은 적극적인 차원을 넘어서 심지어 엉큼하기까지한 모습이다. 그녀는 늘 셰프인 강선우(조정석)를 어떻게 자빠뜨릴까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 나의 귀신님(사진출처:tvN)'

아마도 그것은 신순애의 성격이 들어간 것이겠지만, 그렇게 엉큼할 정도로 적극적인 건 그녀가 죽은 귀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녀귀신이라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죽음을 경험한 그녀는 가끔씩 세상 다 산 사람같은 얘기를 꺼내놓는다. 뭐가 걱정이냐며,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데 오늘 맛있게 먹고 마시고 즐기며 행복을 누리는 것이 삶이 추구해야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또 그렇게 실천하려 한다.

 

이 신순애의 성격은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적인 재미다. 그녀의 도발은 강선우를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들고 당황시킨다. 그것은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또 셰프와 보조라는 직장 내 권력관계에 있어서도 역전된 모습이다. 그녀는 말로만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로 틈만 나면 강선우의 허벅지를 더듬는다. <시티헌터> 같은 만화에서 여자들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리고 코피를 터트리던 남자 주인공이 있었지만, 잘생긴 남자에게 이처럼 껄덕대는 여자 캐릭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도발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은 불편함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녀의 엉큼한 행동은 보는 이들을 빵빵 터트려주면서 동시에 그 귀여운 매력에 빠뜨린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가능한 게 다름 아닌 박보영이라는 연기자 때문이라고 말한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박보영의 대체 불가 귀요미 이미지는 그녀가 그 어떤 엉큼한 짓을 해도 그 모든 걸 귀여운 짓으로 변화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생겨난다. 그녀가 그렇게 밝고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그녀의 외적인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성격 때문이라는 점이다. 나봉선은 첫 회에 그 본래의 성격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별 매력이 느껴지지 않던 인물이었다. 소심하고 어눌하기까지 한 그녀는 심지어 답답한 캐릭터라 여겨졌었다. 하지만 김슬기가 연기하는 신순애라는 캐릭터가 빙의되면서 나봉선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박보영이라는 연기자의 매력은 그 외적인 것보다는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김슬기는 여러 연기를 통해 시원시원한 성격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역할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대체로 성격 좋은 주인공의 친구 역할이 그녀가 늘 맡던 역할이었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필모그래피를 확고하게 만들면서 성장해온 배우다. 그녀는 확실히 연기의 맛을 낼 줄 아는 연기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 친구 역할로 주로 출연하게 된 건 그녀의 외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외모 지상주의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단지 우리는 주인공이라고 하면 거기에 맞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상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기를 잘하고 또 가능성도 확실히 많이 보이는 김슬기에게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은 넘어야할 벽이 아닐 수 없다.

 

김슬기가 박보영에게 빙의되어 캐릭터가 완성되는 <오 나의 귀신님>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MBC <복면가왕>이 떠오른다면 거기서 연기자와 캐릭터 이미지 사이에 우리가 생각했던 편견과 선입견이 벗겨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보영에 빙의된 김슬기가 비로소 박보영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그 설정은 외적 이미지만큼 중요한 캐릭터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김슬기는 마치 박보영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보이고 있는 셈이니까.

 

물론 이건 드라마 속 캐릭터 설정의 이야기이지 박보영과 김슬기의 이야기는 아니다. 김슬기가 빙의한 박보영의 연기 또한 박보영이 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최소한 드라마의 설정이 주는 메시지는 읽을 수 있다. 김슬기가 빙의되지 않던 박보영이 별 매력을 보이지 못했던 것처럼, 외적 이미지는 내적 캐릭터를 만나지 않으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적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연기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김슬기는 우리가 막연히 외적 이미지로만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배우다. 물론 이런 양자의 캐릭터를 모두 끌어안고도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박보영은 말할 것도 없다. <복면가왕>을 떠올리게 만드는 <오 나의 귀신님>은 그래서 연기자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만나 만들어내는 매력이라는 것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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