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예능이 떠나는 ‘K팝스타’에게 배워야할 것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6]이 끝났다. 우승은 최연소로 기록될 보이프렌드에게 돌아갔지만 이번 시즌에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루키들은 적지 않았다. 여성 그룹 퀸즈, 민아리, 김윤희, 샤넌 등이 그들이다.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를 내건 만큼 이제 [K팝스타]는 막을 내렸지만, 이렇게 배출된 가수들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가요계에 새로운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K팝스타6(사진출처:SBS)'

이번 [K팝스타6]이 유독 눈에 띄는 건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스타K>마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오디션 트렌드의 퇴조기에 ‘마지막’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대형기획사 대표들이 심사를 맡는 프로그램에서 타 소속사 연습생들에게도 문호를 열었고 늘 주말 저녁 시간대에서 밤 시간대로 편성시간대를 옮겼다. 이 마지막이라는 카드는 결국 지금껏 이 오디션이 막고 있던 많은 차단막들을 치워버림으로써 이번 시즌을 새롭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시즌6까지 [K팝스타]가 걸어온 길을 반추해보면 기획사 대표가 직접 심사를 한다는 그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상당히 트렌드에 맞춰나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시즌1이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 같은 보컬리스트 트렌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시즌2는 악동뮤지션으로 대변되는 아티스트 트렌드를 추구했고 시즌3에서는 버나드박이나 샘김 같은 독보적인 보이스가 두드러졌고 시즌4에서는 감성과 가창력이 어우러진 케이티김과 정승환을 볼 수 있었으며 시즌5에는 안예은이라는 독특한 목소리와 감성이 프로그램을 채워주었다. 이번 시즌6는 소속사 연습생들에게 문호를 오픈한 만큼 듣는 귀만큼 보는 눈도 즐거운 시즌으로 기억될 것이다. 

[K팝스타]가 이렇게 6번째 마지막 시즌까지를 잘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시즌제라는 틀거리가 그 밑그림이 되어주었다고 보인다. 어쨌든 하나의 이야기를 시즌으로 완성하고 휴지기를 가졌다가 다시 돌아와 새로운 이야기를 건넸기 때문에 매주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여타의 주말예능들과는 사뭇 다른 저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즌제의 성격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성격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도 [K팝스타]는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대형기획사가 참여한 만큼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발 빠르게 트렌드 변화를 읽고 거기에 대처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즌마다 출연자들이 선곡하는 팝송들을 보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팝의 트렌드 변화를 일찌감치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K팝스타]가 끝까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이번 시즌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떠날 때를 정확히 알고 박수 받을 때 떠났다는 점이다. 이미 시청률 기록이 증거하듯이 [K팝스타6]는 줄곧 14%에서 16%(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5주 연속 주말 예능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성공적인 마무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K팝스타]가 보여준 이러한 행보는 지금 방영되고 있는 지상파 주말예능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오래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지속해나가는 게 중요한 일이고, 필요하면 시즌제처럼 휴지기를 두고 어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돌아오는 게 관성적인 패턴의 늪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전반적으로 주말예능에 시청자들이 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지 심사숙고 해봐야할 일이다. [K팝스타]가 걸어온 6년간의 대장정은 그런 점에서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경쟁 뛰어넘는 하모니, <팬텀싱어>가 주는 위로

 

3중창의 미션을 끝내고 순위에 따라 살아남은 네 팀들은 탈락 위기에 처한 두 팀 6명 중 한 명씩을 골라 4중창 팀을 만들어야 한다. JTBC <팬텀싱어>의 남성 4중창단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표가 점점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4중창 팀을 꾸리는 과정은 어찌 보면 잔인해 보인다. 6명 중 선택받은 네 명은 4중창 팀에 각각 들어가 다시 노래할 수 있지만 남은 두 명은 탈락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결국 마지막 두 명으로 남은 이들은 김현수와 류지광. 그들은 물론 아쉬움이 남지만 마음은 이미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때 마지막 반전이 일어났다. <팬텀싱어>는 남은 두 사람을 탈락시키기보다는 이미 예선전에서 탈락한 이들 중 두 사람을 다시 구제해 또 하나의 4중창단을 만들기로 했던 것. 이 사실이 발표되자 김현수와 류지광의 얼굴은 환해졌고, 또한 소식을 들은 살아남은 다른 4중창단 출연자들도 모두 기립해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물론 이런 선택들, 즉 탈락 위기에 있는 출연자를 구제해주는 풍경이 완전히 새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미 패자부활전의 형태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종종 써오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텀싱어>의 이 선택이 다르게 느껴졌던 건 거기 담겨진 진심어린 환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순간 경쟁자라는 것도 잊었고 심사위원과 출연자라는 위치도 잊고 기꺼이 그들의 부활을 반겼다. 어째서 이런 정경이 가능해졌던 걸까.

 

그 첫 번째는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오디션 형식의 서바이벌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도 도대체 서바이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신과 곽동현이 부른 카루소나 백인태, 유슬기가 부른 소월에게 묻기를’, 고은성, 권서경의 ‘Musica’, 손태진, 김현수의 꽃이 핀다’, 박상돈, 유슬기, 백인태의 ‘Quando I'amore diventa poesia’, 이동신, 고훈정, 이준환의 ‘Luna’ 등등. 하나하나가 공연 무대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심사위원들은 물론 심사를 하지만 그 압도적인 무대에 그저 감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이러한 실력자들을 탈락시키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을 다시 모아 한 팀을 더 부활시키는 선택이 합리적이라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건 심사위원도 원하는 일이고 시청자들도 원하는 일이며 심지어 거기 경쟁자로 나서 있는 출연자들도 원하는 일이다. 경쟁은 경쟁이지만 그 자체보다 더더욱 새로운 무대를 보고픈 욕망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탈락자 구제의 훈훈한 풍경이 기꺼이 받아들여지게 된 까닭은 이 프로그램이 표방하고 있는 것이 결국은 경쟁이 아닌 하모니이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의 독특한 구조는 윤종신이 말하듯 혼자 기량으로 잘 한다고 해서 살아남는 오디션과는 사뭇 다르다. 그것보다는 함께 어우러지고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배려함으로써 만들어내는 절정의 하모니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서바이벌의 구조가 진행될수록, 솔로에서 듀오로, 듀오에서 트리오로 이렇게 한 단계씩 하모니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독특한 형식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과 하모니의 균형이 점점 만들어진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해야 하지만 동시에 하모니 역시 더 중요해진다. 이런 특징은 떨어뜨리기보다는 함께 한다는 의미를 심지어 경쟁자들에게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팬텀싱어>의 훈훈한 정경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그러고 보면 <팬텀싱어>은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풍경과는 상당히 궤를 달리하는 스토리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건 이 오디션의 궁극적 목적이 실력의 우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남성 4중창단이라는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려 하기 보다는 배려하는 오디션이고 자신의 기량만을 뽐내기보다는 타인의 기량을 드러내게 해주는 오디션. <팬텀싱어>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은 살벌한 경쟁적 현실 속에 놓여진 대중들을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해주는 힘이 아닐까

<슈퍼스타K>, 어쩔 수 없이 오디션은 막을 내리나

 

어차피 우승은 김영근? Mnet <슈퍼스타K 2016>의 첫 회에 김영근이 무대에 올랐을 때 벌써부터 시청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첫 회의 출연자가 최소한 톱10에 들어가고 그 중에서 독보적인 칭찬을 받은 참가자는 최종까지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이미 <슈퍼스타K>의 공식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2014년에 치러졌던 <슈퍼스타K6>에서는 첫 회에 곽진언이 출연해 후회라는 노래를 불러 심사위원을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바 있다. 곽진언은 결국 파이널까지 진출해 김필과 대결을 벌였고 그 해에 우승했다. 이런 상황은 작년 <슈퍼스타K7>에서도 비슷했다. 첫 회에 출연했던 뉴욕 태생 엄친아 케빈 오는 결국 파이널에서 그 해의 슈퍼스타K가 되었다.

 

이번 <슈퍼스타K 2016>에서는 파이널에 오른 김영근과 이지은이 모두 첫 회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참가자였다. 물론 이미 우승자로 거의 심증이 굳어진 김영근을 위협하는 이지은의 추격이 있었지만 그래도 김영근이 우승할 거라는 건 대부분 짐작하는 일이었다.

 

어째서 이런 뻔한 전개일 수밖에 없었을까. 이렇게 된 건 <슈퍼스타K>에 대한 관심이 점점 사라지게 되면서 생겨난 악순환이다. 그 조짐은 2013<슈퍼스타K5>에서부터 조금씩 생겨났다. 2009년 첫 해에 서인국을 비롯해 매해 허각, 울랄라세션, 로이킴으로 이어지는 말 그대로의 슈퍼스타를 배출했던 <슈퍼스타K>는 그러나 2013년 박재정을 우승자로 내놓으면서 화제성이 뚝 떨어졌다. 사실 이 해에 우승자가 누구인지도 대중들의 기억에서는 가물가물해질 정도. 그 후 박재정은 그다지 가요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2014년 곽진언과 김필이 <슈퍼스타K>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올렸지만 케빈 오와 천단비, 자밀킴 같은 출연자들이 나왔던 그 다음해에는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했다. 이렇게 된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스토리텔링이 너무나 쉽게 읽히는 오디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그 해의 참가자에서 비롯된 일이다. 곽진언 같은 인물은 그 자체로 새로운 스토리가 가능해지는 출연자다. 지금껏 오디션에서 중저음으로 이만큼의 매력을 뽑아낸 참가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스타K>가 악순환에 빠져버린 건, 참신한 참가자들이 출연하지 못한 것이 그 첫 번째다. 그래서 몇몇 가능성 있는 참가자들이 첫 회나 2회에 걸쳐 그 잠재적 매력을 보여주고 나면 사실상 새로운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소진되어 버리는 결과가 생겨난다. 중간과정은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지만 파이널 무대는 어차피 첫 회나 2회에 출연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이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는 시청자들의 예측과 결과적으로 그대로 되어버리는 상황은 오디션을 맥 빠지게 만든다. 이렇게 관심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 되면 다음해에 참가자들이 더더욱 모이지 않고 이야기는 더 앙상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SBS <K팝스타>가 그나마 흥미진진한 오디션의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는 건 결국 매력적인 참가자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가능해진 건 마지막이라는 타이틀을 걸어서다.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소속사가 있는 출연자에게도 문호가 열렸고, 또 오디션을 꿈꾸던 참가자들도 그 마지막이라는 선언에 더 이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K팝스타>는 그래서 마지막을 내걸음으로써 적어도 풍성한 오디션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시작부터 규모를 축소하는 등 이번 <슈퍼스타K>버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과거처럼 대국민 오디션을 지향할 수도 없는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시즌을 끝내고 난 <슈퍼스타K>는 고민스러운 지점에 봉착하게 됐다. 과연 계속 이대로 오디션을 지속할 수 있을까. 물론 <K팝스타>가 파이널을 내걸은 만큼 향후 <슈퍼스타K>가 온전히 유일한 오디션이 된다면 그만큼 새로운 참가자들을 끌어 모으는 데는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익숙해져버린 공식대로<슈퍼스타K>가 가진 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이 좋다>보다 두 배 시청률, <K팝스타>의 반전

 

SBS <K팝스타>에는 더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얘기다. <K팝스타>가 시즌5에 이어 시즌6마지막으로 치르려는 데는 현재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뚝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했고 비슷한 형식들을 반복했다. 원조격인 <슈퍼스타K>도 고개를 숙였고 그나마 힘이 남아있던 오디션이 바로 <K팝스타>.

 

'K팝스타 더 라스트 찬스(사진출처:SBS)'

이런 변화에 <슈퍼스타K2016>의 선택은 규모를 축소하고 음악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은 결국 참신한 참가자들로부터 나오기 마련인데, 생각만큼 그런 가능성을 보인 참가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K팝스타 더 라스트 찬스>마지막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옳았다.

 

더 이상 없을 기회라는 그 카드는 모든 문호를 활짝 여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미 다른 오디션에 나왔던 출연자도 가능했고 소속사에 소속된 연습생도 가능했다. 결과는 괜찮은 가능성을 가진 매력적인 참가자들이 많이 모여들 게 되었다. 첫 회에서 보여진 것처럼 <판타스틱 듀오>에 태양과 함께 노래를 했던 이서진이나, 10세 최연소 참가자지만 마치 자넷 잭슨의 어린 시절 무대를 본 것만 같다는 박진영 심사위원의 말대로 모두를 푹 그 매력에 빠지게 만든 이가도, <프로듀스101>에 참가했지만 탈락 후 소속사인 판타지오에서 나온 이수민, 샘김이 쳐주는 기타에 맞춰 독특한 음색을 들려준 텍사스에서 온 소녀 이성은 그리고 유제이의 동생으로 그녀와는 또 다른 개성의 목소리를 가진 유지니 등등. 마지막이라는 수식에 걸맞는 다채로운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흥미로운 건 이번 <K팝스타>의 편성 시간대다. 당연히 주말예능 시간대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의외로 일요일 밤 915분으로 편성됐다. 보통 이 시간대에 드라마를 편성해온 SBS지만 이번은 예외로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K팝스타 더 라스트 찬스>의 첫 회 시청률은 놀랍게도 12%(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이는 SBS의 주말예능인 <일요일이 좋다><판타스틱 듀오><런닝맨>이 각각 기록한 6%, 6.2%의 두 배에 해당하는 시청률이다. 이 정도면 차라리 <K팝스타>가 주말 예능 자리에 편성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시간대마다 경쟁이 다르기 때문에 주말 예능 자리에 들어가서도 <K팝스타>가 그만큼의 선전을 해낼지는 확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중요한 건 <K팝스타>의 다른 편성 시간대를 통한 선전을 통해 이제 주말 예능만이 방송사의 대표예능으로 인식되던 그 고정관념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주말예능은 한 때 방송3사가 자존심 싸움을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너무 오래된 패턴을 반복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또한 이렇게 같은 시간대에 몰려 두 편씩 편성하는 주말예능의 출혈경쟁이 과연 그만큼의 효용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K팝스타>의 선전은 따라서 주말 저녁에 집중 편성되는 주말예능만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벌이는 출혈경쟁은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뺏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보다는 저마다의 개성 있는 프로그램을 적절한 편성시간대를 찾아 다채롭게 편성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편성시간대를 바꿔 <일요일이 좋다> 시청률을 두 배 가까이 압도한 <K팝스타>는 그래서 주말예능 편성전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만든다

<프로듀스101>, 불편하지만 지지할 수밖에 없는 까닭

 

Mnet <프로듀스101>은 첫 방송이 나간 이후부터 줄곧 이 프로그램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이 존재해왔다. 그것을 촉발시킨 건 첫 무대에 대놓고 A등급부터 F등급까지 소녀들 면전에서 쇠고기 등급 찍듯이 낙인찍은 대목이다. 사실 순위나 등급만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도 없다. 그것은 학생이었을 때나 사회에 나와서도 늘 꼬리표처럼 우리에게 달려 모든 가치를 얘기해주는 잣대로 사용되던 것들이 아닌가. 1위부터 101위까지를 죽 나열해 피라미드식으로 세워놓는 <프로듀스101>이 불편해지는 건 그것이 우리네 경쟁적인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스101(사진출처:Mnet)'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마지막에 가서는 톱10을 뽑지만 그 전까지는 합격, 불합격으로 당락을 결정해 구체적인 순위를 내걸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로듀스101>은 다르다. 제목 속에 ‘101’이라는 숫자가 들어가 있다는 것은 이미 이 걸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놓고 숫자를 내세우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여기 출연한 연습생들이 딛고 있는 불편한 삼각 구조의 피라미드를 확인하고 그것이 우리네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면 느낄수록 다른 한 편에 생겨나는 감정들이 있다. 그것이 이 어린 소녀들이 이 불편한 수직구조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마치 자기 동일시하며 보게 되는 양가감정이다. 한편으로는 몹시 불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소녀들에 대한 애착과 지지, 동정심과 공감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처음 ‘Pick me’라는 노래로 센터에 서게 됐던 판타지오의 최유정은 <프로듀스101>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마치 외톨이처럼 우울한 처지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런 그녀가 각고의 노력을 통해 D클라스에서 A클라스로 단번에 승급하고 결국 101명의 센터에 서서 이 연습생들의 얼굴 역할을 하게 되자 대중들은 그것이 마치 내 일이나 되는 양 반색한다. 언제 방출될지 알 수 없는 살벌하고 낯선 판 위에 서 있지만 그래도 웃으며 무대에서 노래하는 최유정. 그것은 아마도 현실의 수직적 시스템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사실 <프로듀스101>에서 주목되는 건 굉장한 실력을 가진 연습생의 멋진 무대 그 자체가 아니다. 사실 실력으로 보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첫 출연부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던 전소미가 단연 주목되지만, ‘국민 프로듀서들은 그녀보다는 젤리피쉬의 김세정을 1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김세정이 팀 미션을 할 때 안무에서 영 자질을 보이지 못했건 김소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와줬던 모습이 방송을 통해 비춰졌기 때문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김소혜가 밤새워 노력해 일취월장한 안무를 보여주자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배윤정 선생님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프로듀스101>이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실력을 갖춘 국민 걸 그룹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피나는 노력을 통해 그 진정성을 드러내고 그래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그런 걸 그룹의 탄생이다. 물론 실력은 중요하겠지만 그것만큼 중요해진 게 인성이나 진심 같은 것들이다.

 

사실 이 인성과 진심은 현실에서는 그리 중요한 잣대로서 기능하지 않는 것들이다. 현실은 결과만을 바라본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실력은 어느 정도이고, 외모는 어느 정도이며, 그래서 갖고 있는 스펙이 무엇인가를 볼뿐이다. 하지만 <프로듀스101>은 방송이라는 특징이 그러하듯이 외모나 실력 하다못해 내놓을 만한 기획사라는 스펙도 없는 연습생이라도 그 노력의 과정을 포착해줌으로써 피라미드의 윗부분에 그들을 앉게 해준다. 김소혜는 실력에서 한참 떨어졌지만 22만여 표를 얻어 전체 11위에 오른다.

 

이 부분은 <프로듀스101>이 갖고 있는 살벌한 현실 재연의 뒤편에 숨겨져 있는 판타지다. 즉 이 프로그램의 불편함의 정체는 다름 아닌 그 살벌한 현실 재연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그 바탕 위에서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걸 그룹 오디션을 하면서 그 경쟁적인 현실을 숨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기 출연한 연습생들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여기 출연한 연습생들은 아마도 기획사에서는 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버텨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나마 이 프로그램은 이들의 존재를 드러내주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현실은 연습생들이나 우리네 서민들이나 더 혹독하고 살벌할 것이다. 그래서 그걸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듀스101>은 불편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현실을 밟고 있는 소녀들에 대한 몰입과 지지는 더 강해진다. 이것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힘이다. 불편해도 지지할 수밖에 없는.

<K>의 칭찬과 혹평, 그리고 유희열의 위치

 

지금 하도 많이 칭찬을 받기도 하고, 대중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해서 본인은 헷갈릴 것 같다.” <K팝스타4>에서 유희열은 의외로 이진아의 노래에 대해 혹평을 했다. 그는 제일 별로였다. 솔직하게 이진아의 매력이 없다. 이 곡은 앨범으로 치자면 수록된 10곡 중에 잠시 쉬어가는 9번 소품과 같다고 말했다.

 

'K팝스타4(사진출처:SBS)'

이진아에게 그 혹평은 강도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새로운 자작곡 두근두근 왈츠에 대해서도 박진영과 양현석 심사위원은 또 한 차례의 폭풍 칭찬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진영은 스스로도 자신의 과한 평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과하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라는 단서를 붙인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곡에 대한 칭찬을 했다.

 

양현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으로서는 오히려 이번 곡이 더 대중적으로 느껴진다고 그는 평가했다. 하지만 그런 칭찬 속에서도 유희열의 잔뜩 굳어진 얼굴은 이진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면 이진아가 진정으로 듣고 싶은 건 박진영이나 양현석 같은 대형 기획사의 의견이 아니라, 작아도 아티스트형 가수들과 함께하는 유희열의 의견이었을 것이니 말이다. 유희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그 아프지만 약이 되는 질책에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현재 <K팝스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위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 본래 <K팝스타>대형기획사가 참여하는 오디션이라는 차별점으로 자리매김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거기에 맞는 10대 참가자들이 유독 많았고, 그렇게 발굴된 이들은 아이돌로서 활동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대중들의 기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획사가 양산하는 가수들보다는 점차 아티스트형 가수들에 대한 소구가 생겨난 것이다. <K팝스타>가 탄생시킨 악동뮤지션 같은 팀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유희열의 등장이 신의 한 수로 여겨진 것은 그가 특유의 방송감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대형 기획사들과는 다른 색깔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티스트형 가수들이 가진 특징들을 가장 잘 어우를 수 있는 인물로 그는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박진영, 양현석과는 의견을 달리하는것만으로도 <K팝스타>에서의 자신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아티스트형 가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칭찬과 혹평이 자칫 이들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로 다가오면서다. 특히 이번 <K팝스타4>에서는 유독 천재(?)’들이 흔해질 만큼 과한 칭찬들이 많았다. 물론 그것은 심사위원들의 진심이었겠지만 그런 진심이 받아들여지는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아티스트형 가수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칭찬과 혹평은 타인을 의식하게 만든다. 본래 평가에는 어떤 암묵적인 기준 같은 것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이 개인적인 취향에 머물 때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 혼자 작업할 때는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오디션에 노출되어 누군가에게 심지어 감당하기 어려운 칭찬을 받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심사위원의 과한 칭찬은 오히려 대중들의 반대급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즉 지나치게 과한 칭찬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게 과연 그럴 만 했는가 하는 대중들의 논란이 생겨난 것이다. 이진아를 두고 벌어진 논란은 이처럼 그녀가 촉발한 것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과한 평가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줬다면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별로인 사람은 별로로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닥 큰 감흥이 없던 사람들까지 이것은 천재의 음악이라고 강요함으로서 논란은 촉발되었다.

 

유희열의 솔직한 혹평은 그래서 그가 왜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존재하는가를 잘 보여준 것이었다. 그는 이진아 같은 아티스트의 입장과 또 대중들의 반응을 대변함으로써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가 가진 과함에 어떤 균형점을 내놓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가 이진아에게 한 것은 혹평이라기보다는 조언에 가까웠다. <K팝스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대이고, 대형기획사의 상업적 의견들이 개진되는 장이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음악을 하라는 것. 그 말이 이진아에게는 아프면서도 고마운 대목이 아니었을까.

 

오디션 세대, 태어나기 전 가수들에 열광하다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그 여운이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방송이 나간 후 각종 음원차트에 10여년이 훌쩍 지난 90년대 가수들의 노래가 시간을 거슬러 재등장했고,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또다시 ‘90년대 복고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토토가 특집의 시청률은 무려 20%를 훌쩍 넘어섰고 김태호 PD토토가의 제작과정을 설 특집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현재의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한 3040의 감성을 건드린 것이 주효했다는 건 모두가 이해할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 토토가 열풍90년대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10대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10대들마저 90년대 가요계로 초대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것은 음악 자체의 힘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과정을 거치던 90년대라는 시점의 음악은 지금 현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그것은 아날로그 정서가 반영되면서도 동시에 디지털적인 세련됨이 함께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노래 한 곡을 듣기 위해 테이프를 돌리고 레코드판을 꺼내 정성스레 올려놓는 그 과정과 준비의 정서가 아직까지 남아있던 시절이 90년대다.

 

음반시장이 음원시장으로 바뀌면서 음악은 청중들을 준비시키기보다는 즉각적으로 자극하는 어떤 것이 되어갔다. 수천 곡속에서도 누르기만 하면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음원들이 만들어내는 청취의 환경은 음악에 대한 감수성을 바꿔놓았다. 그러니 음악도 달라진 감각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멜로디보다는 강약에 의한 자극이 우선되었고, 현란해진 무대가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만큼 듣는 귀는 점점 뒤로 물러났다.

 

복고는 반작용이다. 빠름에 대한 반작용으로 느림을 찾고, 자극에 대한 반작용으로 차분한 정서를 찾는다. 기존 음원 중심의 가요시장의 흐름 속에서 이 잊혀져가는 과거 아날로그 세대의 음악들에 대한 새로운 욕구가 생겨났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대표주자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멜로디 중심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현재의 시간대에 젊은 가수지망생들의 목소리로 재현해냈다.

 

10대들에게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던 90년대 음악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건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낸 리메이크가 어떤 학습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실시간 차트에 바로 반영되는 이 리메이크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의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다. 작년 아이유가 낸 일련의 리메이크들이 음원 차트를 오래도록 장악했던 것을 떠올려보라.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많은 드라마들이 과거의 음원들을 OST로 차용해 음원차트에 올렸던 사실들을 기억해보라. 10대들에게 90년대 음악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화된 지 오래다.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이 이런 엄청난 신드롬을 만들어낸 것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고 향수하는 기성세대의 열광에서만 비롯된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대중문화계가 디지털이 가져오지 못하는 아날로그적 감성들을 과거로부터 끄집어내 오기 시작하면서 이미 10대들에게도 예고됐던 일이다. 현재에 부재한 것들을 과거로부터 차용해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려는 욕구. <무한도전> 토토가 신드롬은 그래서 그저 그런 퇴행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끌어오지만 지금의 현 세대까지를 끌어안고 앞으로 나가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흐름이다.

 

<슈스케>부터 <K>까지, 인디 기웃대는 오디션

 

<슈퍼스타K6>의 파이널 무대에 곽진언과 김필이 올랐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접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는 싱어 송 라이터들이다. 각각 인디 신으로 활동해오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는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슈퍼스타K6와 K팝스타4(사진출처:Mnet, SBS)'

물론 이런 싱어 송 라이터로 활동하는 가수들은 이미 인디 신에는 넘치고 넘쳤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틈새를 타고 방송가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이고, 또 이들에 대해 대중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들은 이미 각종 음원차트를 열면 그게 그거인 듯 반복되는 기성 가요계의 곡들에 식상해져 있다. 아이돌 아니면, OST가 대부분이고, 그 작곡자들이나 프로듀서를 염두에 둔다면 거의 몇몇의 인물이 가요계 전체를 독식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러다 보니 가수는 달라도 노래는 다 비슷해지는 붕어빵 차트인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앞서가는 건 가요계 종사자들이 아니라 대중들이다. 대중들은 새로운 음악을 찾는다. 인디 신이 소박하게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방송가나 가요계가 외면하고 있어도 대중들이 이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홍대 앞에서 노래 부르는 그들을 찾아 발품을 팔고, 유튜브를 뒤져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디 신의 음악을 SNS를 통해 알린다. 자발적인 흐름들이다.

 

그나마 가요계 흐름에서 가장 민감하게 트렌드를 반영하는 게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인디 신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곽진언이 <슈퍼스타K6>에서 우승을 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흘러온 오디션 프로그램의 흐름이나 가요계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보면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저음으로 그저 자신의 목소리에 감정을 담아 조근 조근 가사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그 담담함이 대중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건 기성 가요계에서는 좀체 발견하기 힘든 어떤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대중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그런 음악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시작한 <K팝스타4> 첫 방송의 단연 화제는 인디 뮤지션인 이진아가 부른 시간아 천천히라는 곡에 쏟아진 열화와 같은 반응이다. 심사위원들이 보인 경악과 당황과 놀람이 섞인 조금은 과장된 심사평은 차치하고라도 대중들은 그녀의 키보드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것이 자신들이 듣기를 원하던 그 노래라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미 인디 신에 이미 익숙한 대중들이라면 이진아의 시간아 천천히가 그리 낯선 곡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대중들에게 그 곡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라고 평하는 심사위원의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우습고 한편으로는 허탈하게 다가왔을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디 신에서 활동해왔다. 다만 방송과 가요계가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다.

 

곽진언도 이진아도 인터넷에 이름 석 자를 치면 이제 그들이 과거 활동했던 모습들과 당시 불렀던 곡들을 누구나 찾을 수 있다. 그 노래들을 들어보면 이들은 오디션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완성된싱어 송 라이터들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그 때나 오디션 무대에서나 똑같은 음악의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수들을 세워놓고 가창력이 어떠니 하며 가르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저음으로 부르는 곽진언이 우승을 하고 독특한 감성을 가진 이진아가 주목받는 시대다. 노래는 취향이 되었고 순위가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슈퍼스타K6><K팝스타4>도 인디 신을 기웃거리는 건 당연한 결과다. 지금껏 가요계와 방송이 무시했던 그들이지만, 그들만은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며 묵묵히 음악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오디션 출연은 그래서 기성 가요계에 이런 질문을 새삼 던지고 있다. 좋은 음악이란 과연 무엇인가.

 

의리 없는 카라, 등 돌리는 팬덤

 

걸 그룹 카라의 새 멤버 영입 발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지영과 니콜의 탈퇴로 박규리, 한승연, 구하라가 남아 있지만 음악적인 완성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 멤버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니콜이 빠진 카라에서 랩 파트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퍼포먼스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카라(사진출처:DSP미디어)'

하지만 새 멤버 투입이 절실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일방적인 통보는 어딘지 잘못된 느낌을 만든다. 카라의 소속사인 DSP 미디어는 케이블 채널인 MBC 뮤직에서 27일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인 <카라 프로젝트>를 통해 새 멤버를 뽑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첫 후보 소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DSP 미디어측이 <카라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건 분명하다. 우선 멤버 충원도 할 수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하면 자연스럽게 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며, 또 설사 카라 멤버가 되지 못한 후보자들도 오디션이 만들어낸 눈도장으로 또 다른 그룹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꿩 먹고 알 먹는 기획이라 여기는 것.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지점이 있다. 그것은 카라의 멤버 탈퇴가 있기 전 5인의 카라를 여전히 완전체로 여기고 있는 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니콜이 지난 1월에 그리고 강지영이 4월에 카라를 탈퇴했다. 그리고 이제 겨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팬들로서는 여전히 기존 5인의 카라에 대한 기대감과 아쉬움 등으로 제대로 된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덜컥 새 멤버라니 당연히 반발이 나올 수밖에.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멤버 충원이라는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놓았지만 과연 이게 올바른 선택인지도 미지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경쟁적인 구도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누군가 합격을 하면 누군가는 불합격을 당해야 한다. 팬 입장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자가 탈락하게 된다면 그 이중적인 상실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카라가 보이는 일련의 행보들은 과연 팬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더 많다. 아이돌의 팬덤은 그 핵심이 요즘 시쳇말로 의리에 있다. 어려웠던 시기부터 줄곧 의리 있게 팬들은 그녀들 옆에 있어주었고 드디어 톱 아이돌로 성장했을 때도 여전히 그 옆을 지키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노래가 같아도 패키지만 다르다면 무조건 사주는 의리구매는 당연한 것이었다. 자칫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팬들은 그들을 감싸주는 의리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금 카라가 하는 행보들은 의리와는 거리가 멀다. 탈퇴 선언을 했을 때 니콜은 소속사인 DSP미디어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카라 활동은 계속 하고 싶다는 애매모호한 의견을 내비친 적이 있다. 이것은 물론 아쉬워하는 팬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겠지만 다른 식으로 들으면 소속사 계약을 벗어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카라 활동도 하겠다는 식으로도 들린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결국 자신의 탈퇴 문제를 소속사의 문제로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이미 카라 해체 이야기가 나왔고, 그때부터 이미 팬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 해체설이 나온 이유도 그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어설픈 매니지먼트와 돈 문제가 깔려 있었다. 정상에 올라 팬들이 변함없는 의리로 지지를 보내고 있을 때 카라는 팬들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에 더 몰두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곤 했다. 결국 멤버의 탈퇴와 독자노선 선언은 그 결과인 셈이다.

 

해외의 경우 팀의 멤버 한 명이 빠지게 되어 팀이 해체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드러머인 존 보냄이 사망하자 해체된 레드제플린이 그렇고, 존 레논이 사망하자 역시 해체된 비틀즈가 그렇다. 물론 모든 팀이 그런 결정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팀들이 레전드로 남게 된 것은 그 한 명이 대체불가라는 걸 인정하면서 팀으로서의 의리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그들을 응원해주던 팬들에 대한 의리이기도 하다.

 

과연 카라는 팬들과의 의리를 제대로 지켜내고 있는가. 이미 몇 차례에 걸친 상처만 계속해서 주고 있는 건 아닌가. 힘겹던 시절부터 줄곧 지켜봐주고 그 성장에 박수를 쳐준 팬들에 대한 배려 없는 일련의 행보들은 그 팬덤마저 등 돌리게 만드는 이유다. 마음으로 기존 멤버들을 보내지도 못했는데 새 멤버 영입을 위한 오디션이라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아닌가.

김태원, 이젠 말보다 음악에 집중해야할 때

 

최근 부활의 김태원은 예능중단을 선언했다. 그간 <남자의 자격>에서 국민할매로, <위대한 탄생>에서는 국민멘토로까지 불렸던 그였다. 그는 <나 혼자 산다> 같은 관찰예능에서도 발군의 예능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끔 참여한 토크쇼들에서도 그는 큰 웃음을 주는 한 마디 한 마디와 함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촌철살인의 말들로 단연 돋보이는 게스트였다. 토크쇼, 리얼 버라이어티쇼, 오디션 프로그램, 관찰예능까지. 실로 김태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예능이 발견해낸 대단한 가능성 중의 하나가 분명했다.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그런데 그가 돌연 예능중단을 선언했다. 이유는 당연하지만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서란다. 새로운 앨범 작업에 오롯이 몰두하겠다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했을 때 딸 서현 양이 같이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지만, 사실 그에게는 음악적인 이유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예능은 그에게 현실적인 것들을 제공해주었지만 그는 결국 아티스트다. 음악이 아닌 예능으로 이름을 떨치고 돈을 버는 것이 성에 찰 리가 없다.

 

물론 아티스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본분인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다. 최근까지의 그의 행보를 보면 그러나 부활의 김태원보다는 예능인 김태원으로서의 존재감이 거의 압도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예능인으로서 활동하면서 냈던 노래들은 특유의 록 발라드가 갖고 있는 감성적인 멜로디가 여전히 돋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너무 비슷비슷한 멜로디의 동어반복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항간에는 이제 몇 소절의 멜로디만 들으면 그 곡이 김태원의 곡이라는 걸 알아챌 정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신만의 풍이 있다는 것은 물론 나쁜 것은 아니지만, 김태원의 최신 곡들을 부활의 초창기 앨범들과 비교해보면 그 날카로운 면들이 많이 무뎌진 느낌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노래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여전히 괜찮지만 과거 우리가 부활에서 기타치며 노래까지 하던 김태원의 아우라와 기대감에는 못 미친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태원이 아닌가.

 

여러모로 예능을 하며 음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게다. 그나마 김태원을 버티게 해준 건 <남자의 자격>을 하며 앞에서 이끌어주었던 이경규라는 존재 덕분이었지만 프로그램이 종영하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무엇보다 예능 이미지로 자꾸만 굳어지면서 흐려지는 록커로서의 이미지는 부담이었을 게다. 국민 할매라는 친근한 캐릭터는 물론 좋지만 기타를 들기조차 힘들 것 같은 그 이미지는 음악에는 결코 좋을 수 없다.

 

최근 김태원은 모 라디오 방송에 나와 과거 “부활에서 보컬을 마음대로 교체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이 방송에서는 뒷담화를 하던 이승철에게 변진섭이 일침을 가해 머쓱해했다는 이야기도 내놨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나름 쿨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다. 과거 김태원이 <놀러와>나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이러한 과거 회고담을 꺼냈을 때만 해도 대중들은 대부분 그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은 사뭇 달라졌다. 공감도 있지만 비난에 가까운 악플도 적지 않게 보인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그것은 김태원이 그간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출연하면서 너무 많은 말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무에 잘못됐냐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김태원이라는 아티스트의 색깔을 없애는 쪽으로 작용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중들에게 김태원은 어느 순간 음악은 잘 들리지 않고 말만 무성해진 그런 존재로 이미지화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예능 중단을 선언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면 이제 말이 아니라 음악에 매진할 일이다. 지금은 대선배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며 젊은 세대들까지 음악으로 소통하는 시대다. 조용필의 ‘바운스’가 그렇고, 여전히 매력적인 목소리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는 신승훈의 신보가 그렇다. 부활이 진정으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예능이 아닌 음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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