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어딘데’, 배정남을 보면 왜 탐험을 하는지 알게 된다

“오늘 하루에 다 주파해버립시더!” KBS <거기가 어딘데>에서 스코틀랜드 스카이섬 탐험의 대장을 맡은 배정남은 역시 그 캐릭터대로 ‘일단 지르는’ 호기로운 모습이다. 그러자 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또 시작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마치 당장 뛰어서라도 탐험을 끝내버릴 것처럼 보이던 그지만 잠시 뒤 그의 푸념 같은 골골대는 소리가 이어진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 대미지 너무 큰데?”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을 건널 때도 배정남은 똑같은 모습이었다. 경상도 사내의 호기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듯 항상 시작할 때는 ‘의욕이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금세 풀이 꺾여 물집이 잡혀 아픈 발과 뜨거운 햇살에 열병을 앓고 드러누운 상반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왜 거기까지 가서 그런 생고생을 하는지 후회한다. 

그러다가도 막상 사막의 끝자락에 다다라 바다를 보자 그는 언제 힘들었냐는 듯 다시 호기로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팬티 하나만 입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 배정남은 그 고생 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우리가 탐험을 하는 이유는 호기와 포기 사이를 오가며 우리의 진짜 모습을 거기서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오만의 타는 듯한 사막의 햇볕과 뜨거운 모래를 떠올려보면 두 번째 탐험지인 스코틀랜드의 스카이섬은 ‘힐링’의 느낌마저 준다. 많은 트랙커들의 성지로 알려진 그 곳은 햇볕과 모래 대신 습하고 급변하는 날씨의 힘겨움이 있지만, 유호진 PD가 말했듯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는 곳마다 살아있는 자연의 풍광 앞에 눈이 호강이고, 길가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살짝 길을 벗어나 즐기는 ‘마이크로 탐험’은 작은 도전이 주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런데 어찌 보면 ‘천국 같은’ 이 곳에서도 탐험대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오만의 사막에서와 마찬가지로 배정남은 호기와 포기를 오가고, 조세호는 엉뚱한 행동과 말로 웃음을 준다. 지진희는 대장직을 배정남에 물려줬지만, 길을 몰라 헤매게 될 때는 여전히 그 대장의 모습을 드러내 든든하게도 길을 알려준다. 차태현은 외국 나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제 진짜 맞이하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 앞에 감복하는 중이다. 

환경이 극과 극으로 달라져도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대로 그 환경에 적응해간다. 조금 쉬운 탐험이라고 해도 ‘호기’만 있는 게 아니다. 무거운 등짐으로 허리가 나갈 것 같다는 배정남은 이제 2킬로만 가면 그 날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수 있다는데도 굳이 먼저 식사하고 쉬다 천천히 가자고 한다. 호기롭게 나서지만 또한 포기하고픈 마음을 애써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또 포기하고 주저앉기보다는 호기롭게 나서는 그런 모습. 그게 탐험을 통해 발견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이번 탐험에 동행한 세계적인 탐험가인 제임스 후퍼에게 “왜 탐험을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이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제 편안하고 안락하다는 것. 그래서 그 편안함 바깥으로 나와야 비로소 진짜 삶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편안함을 굳이 포기하고 탐험 속으로 뛰어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면 편안함을 추구하며 포기하고 싶다가도 막상 탐험에 들어가면 호기롭게 걸어나가는 배정남은 <거기가 어딘데>라는 프로그램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 양면을 오가는 모습이 예능적인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그것이 탐험의 본질에 가까워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사진:KBS)

‘황금빛’ 나영희, 가진 자들의 착각 혹은 오만

“너였구나. 우리 도경이 집 나가게 한 게 너였어. 서지안 네가 감히 내 뒤통수를 쳤구나. 네 엄마 아버지로 부족해서 너까지. 배포가 아주 크구나 너. 그 엄마에 그 딸이야. 들어와서 팔자 바꾸려다 안되니까 다른 길을 찾은 거니? 도경이한테 붙으면 해성가에 다시 들어올 줄 알았어? 이번엔 엄마 아버지까지 같이 머리 모아 기획했니? 서태수가 네 연락처 안 가르쳐줄 때 수상했어. 우리 도경이 어딨어. 경고하는데 그 입에서 또 한 번 한 마디라도 거짓말 나오면 가만 안둔다 지안아.”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에서 해성가 사모님 노명희(나영희)는 다짜고짜 서지안(신혜선)을 찾아와 집 나간 아들 최도경(박시후)이 너 때문이 아니냐며 몰아세운다. 그런데 그 말들을 들여다보면 가진 자들이 가진 착각과 오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아들 최도경이 자신들의 그 숨 막히는 세계로부터 탈출해 나왔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한다. 대신 서지안의 꼬드김에 넘어갔다고 착각하는 것.

착각과 오만은 그게 끝이 아니다. ‘감히’라는 표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뼛속까지 들어차 있다. 그래서 서민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말 속에는 핏줄에 따라 그 사람도 다르다는 그의 이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이 정도면 중증이다. 돈 좀 있다고, 그래서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

그래서 노명희는 해성가 같은 재벌가라고 하면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안달난 줄 안다. 그래서 서지안을 몰아세운다. 마치 자신의 생각이 맞지 않냐고 강변하듯. “언제부터였니 니들. 네가 아닌 거 알고 나서지? 그래서 너 도경이한테 먼저 말했지? 도경이 욕심나서. 도경이를 가지면 해성을 가질 수 있을 줄 알고.”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이 정도면 노명희는 ‘재벌가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 같다. 

이어지는 서지안의 일갈은 <황금빛 내 인생>이라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해서 담아놓는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는 최도경 씨하고 아무 사이 아닙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최도경 씨 이용해서 얻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특히 해성가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전. 제가 싫거든요.”

서지안의 이 한 마디는 이른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전형적인 틀을 깨는 발언이고, 오히려 ‘재벌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노명희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는 말이다. 정신 좀 차리라는 것.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지만, 그 재벌가를 끔찍하게 경험한 서지안에게는 그 곳으로 돌아간다는 건 지옥 같은 일이다. 게다가 모든 걸 포기하려 했다 다시 살아난 그는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일궈나가는 길이 진짜 잘 사는 길이고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다. 

노명희가 살아가는 삶이 ‘황금’으로 둘러쳐진 화려한 삶일지라도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지만, 집을 나와 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조금씩 제 인생의 빛을 찾아가는 서지안의 삶이 훨씬 행복해보이는 이유다. 그러고 보면 서지안을 걱정해 전화한 아버지가 한 말이 유독 큰 울림으로 남는다. “네가 어떤 아이였는지 네가 어떤 사람인지 그것만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네 길의 불빛은 너만 비출 수 있는 거야 결국.”(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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