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방송3사 예능 색깔

1년 전만 해도 방송사의 얼굴은 드라마였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은 그 방송국의 이미지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 이 역할은 예능과 분담되고 있는 추세. 주중 한밤중의 토크쇼 전쟁, 주말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경쟁은 드라마 경쟁만큼이나 치열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에 있어서 방송3사가 저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것처럼 예능에 있어서도 그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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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연애’에 빠지다
‘무한도전’이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강자로 부각된 ‘우리 결혼했어요’. 짝짓기 프로그램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접목된 이 프로그램은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만 출연했던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저마다 남녀를 출연시켜 짝짓기 프로그램을 그 안에 넣으려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무한도전’이 ‘무한걸스’와 미팅을 했고, ‘1박2일’이 백두산으로 가는 여정에 승무원들과 짝짓기 게임을 했으며,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여자 출연자들이 출연해 남자 출연자들이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살아봅시다’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진 결혼의 환타지를 현실 버전으로 바꾸었다. 최근 MBC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MBC의 예능에 짝짓기 프로그램이 새로운 메인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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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가족’에 빠지다
SBS 예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가족’이다. ‘라인업’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고배를 마신 SBS가 야심차게 꺼내놓은 카드가 ‘패밀리가 떴다’라는 점은 가족을 유달리 강조하는 방송사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패밀리가 떴다’는 물론 그 프로그램 포맷에 있어서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상당부분 유사한 점들이 있지만, 다른 점은 바로 출연진들이 유사가족을 형성하고, 전국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도 유사가족을 꿈꾼다는 점이다.

SBS의 ‘가족’ 편향은 ‘스타킹’의 출연진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보통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발견되고, 몰래카메라의 새로운 버전인 ‘체인지’의 주류를 이루는 가족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들에서도 발견된다. 이것은 폐지가 결정된 ‘사돈 처음뵙겠습니다’는 물론이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우리 결혼했어요’와 유사한 ‘살아봅시다’가 좀더 가족들과의 대면에 집중하는 것에서도 발견된다. SBS의 다른 예능들 예를 들면 ‘인터뷰 게임’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역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아이템들이 주를 이루는 것도 그 특징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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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 ‘노래’에 빠지다
‘전국노래자랑’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오락관’같은 장수하는 코너에는 늘 노래가 있어서 일까. KBS는 좀더 예능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노래로 대변되는 일상 생활의 즐거움이다. KBS 예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1박2일’은 물론 여행이란 아이템이 그 첫 번째 성공비결이 된 것이지만, 거기에서도 노래를 빼놓을 수는 없다. ‘1박2일’이 가장 파괴력을 보인 것은 ‘전국노래자랑’과의 만남이나,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같은 노래 아이템과의 만남에서였다.

이것은 물론 구성원들이 가수란 점도 작용을 한 것이겠지만, 노래 자체가 갖는 예능에서의 기본적인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결 노래가 좋다’나 ‘도전주부가요스타’같은 본격적인 노래 대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열린 음악회’나 ‘윤도현의 러브레터’같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바로 노래 자체가 갖는 이 같은 힘이 극대화된 것들이다. 이처럼 ‘불후의 명곡’이나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의 새로운 버전으로 읽히는 ‘도전 암기송’ 같이 KBS는 줄곧 노래가 주는 즐거움을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오는 경향이 있다.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비슷해 보이면서도 이처럼 다른 양상을 띄는 것은 그것이 각 방송사의 사풍이나 프로그램 정책, 또는 한때를 풍미했던 프로그램의 경험 같은 것들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그때 그때의 트렌드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각기 다른 색깔을 극대화하는 부분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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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는 남자여자 따로따로?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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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간다. 그 진원지는 ‘우리 결혼했어요’. 연예인들의 가상으로 설정된 알콩달콩한 부부생활을 리얼리티쇼의 형식으로 보여주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과거 남자여자 따로따로 존재해온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짝짓기 프로그램의 만남
새롭게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에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는 이색적으로 남성 출연자들 속에 이효리, 박예진이 투입된 것은 이 변화의 바람을 예고한다. 이 여성 출연자들의 투입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연애 감정 같은 좀더 다양한 코드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패밀리가 떴다’의 일등공신으로서 이효리와 박예진이 지목되고, ‘사랑해 게임’이 주목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주 방영이 예고되어 있는 ‘무한도전’에서 ‘무한걸스’와 6대6 미팅을 벌이며 커플 버라이어티를 시도한다는 것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실 케이블에서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남녀간의 만남이 더 많이 이루어져 왔다. 청춘남녀의 소개팅을 다룬 엠넷의 ‘아찔한 소개팅’, 올리브의 ‘키스 더 데이트’같은 리얼리티쇼는 물론이고, 극단적으로는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 - 나는 펫’도 남녀의 은밀한 연애감정을 주로 다뤄왔다.

이것은 심지어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에브리원의 ‘무한걸스’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 출연진들에 의해 꾸려져 가는 ‘무한걸스’에서 그 도전 과제 중 하나로서 멋진 남자들과의 소개팅은 늘 시도되었던 소재이다. 그러니 ‘무한걸스’ 입장에서 보면 ‘무한도전’과의 미팅은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공중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원조격으로 주로 남자들만의 도전에 치중되어 있었던 ‘무한도전’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공중파와 케이블의 만남
‘우리 결혼했어요’가 케이블TV 짝짓기 프로그램의 공중파 버전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면 이러한 변화양상을 공중파 전체에 파급시킨 것은 역시 그 진원지를 케이블TV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무한도전’과 ‘무한걸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로 각각 팀원이 구성되어 성격도 다른 두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만남이면서 동시에 공중파와 케이블의 만남이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든 케이블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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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는 케이블TV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갖는 선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사실은 동거생활을 보여주면서도 그 선정성이 가려지는 것은 마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상큼 발랄한 영상들과 이야기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한 공간에서 남녀가 함께 잠을 자야하는 상황에 있는 ‘패밀리가 떴다’는 유사가족 같은 분위기로 그 위험성을 넘어서려 한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모두 동거나 혼숙이라는 음성적인 코드를 결혼과 MT 같은 긍정적인 모드로 바꿔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윤리적인 잣대보다는 그것이 진짜 리얼리티에 효과적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남자들만의, 혹은 여자들만의 팀원들이 갖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각자의 리얼리티를 끄집어내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혹자는 이 이성들이 함께 생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정말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미 케이블에서 예고되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짝짓기 프로그램과의 동거는 이제 점점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분명한 점은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는 공중파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리얼리티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상인지 출연진들조차 혼동을 일으키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 놓여져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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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 그 재미 속에 남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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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으로 설정된 남녀들의 결혼생활을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담아낸 프로그램. 전성호 PD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자평한 적이 있다. 아마도 가상이지만 타인들의 좌충우돌 결혼 생활을 들여다봄으로써 타산지석이 될 거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가상 결혼’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동거’라는 말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결혼은 ‘하는 것’이지만, 동거는 ‘해보는 것’이듯이, 이 ‘가상 결혼’도 그저 해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결혼했어요’가 보여주는 것은 결혼이 아니라 동거다.

바로 그 동거생활, 즉 결혼처럼 해보는 생활은 적어도 책임감이나 의무감 혹은 관계의 피곤으로 점철된 우리네 결혼생활이 자리한 사회 속에서는 환타지에 속한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주는 재미의 포인트는 현실적인 리얼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부족한 이 환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데 있다.

따라서 정형돈-사오리 같은 현실적인 부부생활의 리얼리티는 이 프로그램의 주요 재미요소인 환타지를 상쇄시킨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알렉스-신애 같은 풋풋하고 절절한 연애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커플이거나, 크라운제이-서인영 같은 거침없고 개성강한 신세대 커플, 솔비-앤디 같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커플, 혹은 황보-김현중 같은 엇박자지만 잘 어울리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그 달콤하고 유쾌한 환타지 속에 빠져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시청자들은 이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이런 몰입과 관조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다. 저건 가상이지 실제가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환타지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그 목적에 합당하게 충분한 재미를 주면 되는 것이라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동거생활을 보여주면서 ‘결혼했어요’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결혼에 대한 개념을 전적으로 혼동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상결혼이라는 컨셉트로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제목을 달면서, 보는 이에게 이건 ‘가상의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마치 ‘가상’이라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에 괜찮다 생각될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여전히 결혼생활이라는 강변을 하고 있다. 비록 가상이지만 결혼생활은 결혼생활이라는 말이다.

이로써 이 프로그램이 실제로 보여주는 동거생활은 결혼생활로 치환되면서 저 케이블TV에서 줄곧 방영되며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 동거 프로그램들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어찌 보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미 케이블TV에서 방영되고 있던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같은 동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공중파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뉘앙스의 차이다. 둘 다 같이 사는 것이지만 동거와 결혼은 그 뉘앙스가 다르다.  “나 결혼했어”하고 말하는 것과 “나 요즘 동거해”하고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동거 프로그램이 갖는 어두운 면들을 ‘결혼’이라는 용어로 포장함으로써 양지로 끄집어낸 혐의가 짙다. 여기에 일반인들이 갖는 남녀관계의 환타지를 결혼에 대한 환타지와 묶음으로써 자칫 자극적으로 흐를 수 있는 방향을 로맨틱 모드로 바꾸어주었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데, 바로 이 부분이 스타들의 리얼리티쇼와 맞닥뜨리는 부분에서 폭발력을 갖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동거생활을 결혼생활로 포장하면서 발생하는 결혼의 개념에 대한 혼란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이것이 그 열렬한 환타지에 대한 희구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면서도 한편으로 남는 우려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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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리얼 버라이어티쇼, 생활을 담아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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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은 매회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청자들을 찾는다. 이것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실제로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매번 성공하는 아이템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창기에 ‘무한도전’이 한 이 수많은 시도들이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의 밑거름이 된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1박2일’이나 ‘우리 결혼했어요’는 물론이고, 새롭게 속속 탄생하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나 ‘이 맛에 산다’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무한도전’의 이 ‘도전들’ 속에 포함되었던 아이디어들을 보다 집중시키고 극대화시킨 결과들이다. 적어도 그것은 ‘무한도전’이 가져온 형식 위에서 가능했던 아이디어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넓이의 도전에서 깊이의 도전으로
하지만 정작 이 모든 가능성들을 만든 ‘무한도전’이 현재 좀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는 이유는 무얼까. 나들이가 많아지는 시기적인 요인이 분명 그 어려움을 일정부분 만든 것은 맞지만, 같은 상황에도 타 프로그램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은 이유를 그 탓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것은 오히려 무한히 새로운 아이템을 끄집어내야 하는 ‘무한도전’의 형식이 피곤해진 반면, 그 토대 위에서 한 가지 아이템을 파고든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시청자들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갔다는데 있다. 그 사이 ‘무한도전’의 ‘넓이의 도전’은 보다 집중력을 만들어주는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의 ‘깊이의 도전’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처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한 우물을 파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그 아이템이 여행이나 체험 혹은 결혼 같은 생활 밀착형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아이템이란 일회적인 이벤트성의 소재가 아니라, 꾸준히 발굴되고 변주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일상적 도전에서 일상적인 도전으로
게다가 이 생활의 아이템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더욱 리얼하게 만들어준다. 적어도 리얼리티 요소로서 창작동요제나 지구특공대 같은 아이템보다는 월드컵 응원전이나 댄스스포츠 같은 것들이 더 현실감이 있다. 그것은 실제 일반인들이 할 수도 있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팀만이 가능한 생활에서 유리된 비일상적인 도전들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리얼리티가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무한도전’의 달라진 위상은 이 비일상적인 도전을 더욱 가속화시키는데 이것은 자칫 시청자들에게는 비호감이 될 우려가 있다. 과거 ‘무한도전’이 말 그대로 아무런 힘이 없는 평균 이하의 캐릭터로 존재할 수 있었을 때는 그들의 어떤 도전이든, 시행착오든 그것은 호감으로 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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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무한도전’은 그 자체가 권력이 되었다. ‘이산’같은 사극에 출연해 화제가 될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하게 되었고, 비록 무산되었지만 ‘청와대 특집’을 생각할 정도의 힘이 생겼다. 특히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힘있는 자들의 비일상적인 도전’은 그 자체가 공감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무한도전’, 초심보다는 변화해야 한다
최근 방영된 ‘돈을 갖고 튀어라’편은 지난 ‘경주 보물찾기’편에서 전조를 보였던 그 스릴러적인 긴박감을 부여해 그간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분위기를 쇄신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수작의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정준하 기차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미 최고가 된 ‘무한도전’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과거의 그것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한도전’은 이제 좀더 보통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내려와야 한다. 이것은 현재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무한도전’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서민들의 눈높이로 낮추려는 시도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저 스스로 만들어낸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가 가져온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 ‘무한도전’이 필요한 것은 단지 초심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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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퀴즈쇼, 시사, 정보까지 삼켜버린 버라이어티, 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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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버라이어티를 주창하는 ‘해피선데이’의 ‘이 맛에 산다’에서 출연자들은 음식을 먹기 위해 퀴즈를 풀어야 한다. 캐스터, 해설자가 낸 퀴즈를 연속으로 5문제를 맞추거나 한 문제를 출연자 전원이 맞추면 퀴즈는 종료되고 눈앞에서 눈과 귀와 입을 자극하는 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 하나의 버라이어티쇼에는 꽤 많은 장르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그것은 퀴즈쇼와 토크쇼, 정보 프로그램, 스포츠 쇼가 버라이어티쇼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있는 것이다.

버라이어티쇼 앞으로 모두 정렬!
결혼 버라이어티쇼, ‘우리 결혼했어요’는 더 복잡하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있고, 토크쇼가 있으며, 음악이 있고, 연애 혹은 결혼생활에 대한 정보도 있다. 보는 눈에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로맨틱 코미디로 볼 수도 있고, 가수의 일상을 따라가는 새로운 형식의 리얼리티 음악 프로그램으로 볼 수도 있으며, 연애 심리에 대한 토크쇼로 볼 수도 있다. 여행 버라이어티를 내세운 ‘1박2일’ 역시 마찬가지다. 거기에는 여섯 명의 유사가족을 형성한 남자들의 로드무비가 있고, 가수들의 리얼리티 라이브쇼가 있으며,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있다.

태클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명랑히어로’는 시사정보 프로그램과 토크쇼를 결합하면서 버라이어티의 외연을 넓혔다. 뉴스보도 프로그램의 딱딱하고 무거움을 가벼운 토크쇼로 끌어들여 엉뚱하지만 속시원한 그들만의 식견을 끄집어내게 한 것이 성공 포인트였다. 한편 최근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는 ‘1박2일’이 가진 여행 요소에, 가족 드라마적인 요소, 그리고 ‘X맨’이 가졌던 연예인 게임쇼의 요소들이 융복합된 프로그램이다. 시골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하고 그 집을 지킨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도네이션 프로그램 또한 결합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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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그 큰 그릇의 형식
이처럼 버라이어티쇼는 이제 TV가 가진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 형식들을 그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예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버라이어티쇼란 본래 그 이름처럼 다양한(variety) 형식들, 예를 들면 음악이나 토크쇼, 코미디가 결합된 장르로 어찌 보면 이 복잡한 형식들을 한군데 끌어 모아 지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용어다. 따라서 이렇게 다양한 버라이어티쇼가 등장하는 데는 그 그릇이 상당히 넓은 버라이어티 본연의 형식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과거의 버라이어티쇼가 그 그릇에 주로 음악을 담았다면(‘쇼쇼쇼’같은), 그 후에는 토크쇼와 콩트가 엮어진 형태로(‘일요일 일요일 밤에’ 같은) 바뀌었고, 최근에는 리얼리티쇼 형식과 엮어지면서 다양한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는 물론 최근의 탈장르화되고 융복합되는 프로그램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쇼가 가진 영향력이다. 버라이어티쇼가 과거 무대나 세트에서 진행되던 것을, 야외로 끌어낸 것은 바로 이 리얼리티쇼의 현장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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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으로 들어온 카메라, 형식을 넘어서다
‘쇼쇼쇼’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무대 위에서의 짜여진 쇼를 보여주었다면, 최근의 버라이어티쇼는 짜여지지 않은 돌발적인 상황을 찾아 무대라는 공간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카메라가 무대라는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 속으로 들어오면서 음악프로그램이나 토크쇼, 코미디 같은 형식은 그 틀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무대 위의 쇼는 현실을 모사한 가상의 보여짐(Show)으로 어떤 익숙한 형식을 요구하지만, 현실 속으로 들어온 쇼는 생활 자체가 보여짐의 핵심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생활 속으로 들어온 카메라는 우리가 흔히 그러하듯이 때로는 음악 프로그램처럼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다가, 토크쇼처럼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때론 드라마 같은 이벤트에 감동을 연출하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도 있고,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며, 때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최근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모든 장르를 삼켜버리는 것은 카메라가 이제는 무대 위가 아니라 거의 모든 형식을 가능하게 하는 생활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결혼이나 여행, 시사나 정보 같은 점점 더 생활 밀착형으로 되어 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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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서커스’, ‘우리 결혼했어요’의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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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이 점점 드라마화 되어가고 있다. ‘무한도전’이 포문을 연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리얼리티 상황극으로 시작됐지만,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등장한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차츰 스토리를 쌓아 가는 드라마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특정한 소재에 천착하지 않는 ‘무한도전’과는 달리, 여행이나 결혼 같은 한 가지 소재를 통해 이야기의 일관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로드무비 ‘1박2일’, 로맨틱 코미디 ‘우리 결혼했어요’
여행이라는 소재로 구성되어 있는 ‘1박2일’을 하나의 드라마로 본다면 로드무비에 해당될 것이다. 로드무비란 여행을 통해 인물들이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만나고 거기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게 하는 형식의 영화(이 형식은 드라마에서도 활용된다)다. 1박2일 동안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겪는 야생의 추억은 회를 거듭할수록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한다. 처음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듯 보였던 그루밍족의 표상이었던 이승기는 차츰 야생에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어엿한 허당으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이것은 은지원이 가진 초딩 캐릭터나, MC몽이 가진 야생 원숭이 캐릭터와 마찬가지다. 이제 허당이나 은초딩, 야생원숭이 하면 그 캐릭터 이면에 있었던 어떤 사건과 그 스토리를 떠올리게 된다.

‘1박2일’보다 더 드라마적 요소를 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우리 결혼했어요’다. 이 프로그램은 결혼이라는 설정을 통해 네 쌍의 알콩달콩한 신혼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형식은 로맨틱 코미디와 거의 같다. 알렉스가 뭇여성들의 로망이 된 것은 그의 상대방이었던 신애에 대한 배려와 풋풋하면서도 성실한 사랑의 모습이 많은 여성들의 환타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어떤 환타지를 주지 못한 정형돈이 하차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진영을 완전히 갖추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크라운제이-서인영은 싸워가면서 정이 들어가는 커플을, 김현중-황보는 엉뚱한 연하와 누나 같은 연상 커플을, 앤디-솔비는 귀엽고 예쁘게 살아가는 커플을, 이휘재-조여정은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연상연하 커플을 캐릭터로 보여주면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간다.

드라마화된 예능을 통해 부각되는 노래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드라마처럼 스토리를 만들어가면서 그 안에서 불려지거나 OST처럼 활용된 노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물론 이 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가수인데서 비롯된다. ‘1박2일’의 이승기나 은지원, MC몽이 그렇고, ‘우리 결혼했어요’의 알렉스, 크라운 제이, 서인영, 김현중 등이 모두 가수들이다. 이렇게 된 것은 노래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어려운 가수들의 현실적인 상황과, 상대적으로 배우들보다는 보여줄 게 많고(즉각적인 노래나 댄스 같은) 개그맨들보다는 신선한 가수들에 호감을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의 입장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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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을 통해서 이승기는 리메이크 앨범으로 발표된 ‘다 줄거야’나 ‘추억 속의 그대’같은 노래가 자주 소개되었다. 때론 배경음악으로 깔렸고, 때론 형들의 요청(복불복 게임의 벌칙 같은)으로 즉석에서 불려졌으며, 때론 갑자기 이루어진 게릴라 콘서트에서 불려지기도 했다. 이것은 은지원의 ‘ADIOS’도 마찬가지다. 각종 순위 차트에 이들의 노래들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것은 노래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1박2일’의 OST(?)로서 얻은 프리미엄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폭발력을 얻은 것은 MC몽의 ‘서커스’다. 이 노래는 게릴라 콘서트에서 불려진 날, 이원 생방송으로 ‘1박2일’에 ‘뮤직뱅크’ 1위 소식을 전했다.

MC몽의 ‘서커스’나 이승기가 리메이크해 부르는 ‘여행을 떠나요’가 ‘1박2일’의 성격 상 그 OST의 메인 타이틀에 해당한다면, 알렉스가 역시 리메이크해 부른 ‘화분’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메인 타이틀이 될 것이다. 프로그램을 하차하게 된 알렉스가 신애 앞에서 마지막이라며 부른 이 노래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그네들 커플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지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로맨틱 코미디의 라스트 신을 보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그 강화된 드라마적 구성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출연한 가수들의 새로운 입지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노래는 예능을 타고 온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예능과 가수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이것은 한 때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었던 현상과 유사하다. 같은 노래라도 어떤 설정이나 스토리가 가미된 영상과 함께 불려진다면 그 감흥은 배가 된다. 게다가 이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스토리는 뮤직비디오가 가졌던 짜여진 것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이 있다. 물론 그것은 가상이고 설정이겠지만, 그것을 보는 이들은 가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허구이지만 기꺼이 시청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드라마적 설정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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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프로그램, 카더라 통신을 프로그램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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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에는 사우나에 모여 수다를 떠는 동네 아줌마들이란 설정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설정토크, ‘웃지마 사우나’라는 코너가 있다. 절대로 웃으면 안되며 웃으면 물총 세례를 맞는 몸 개그가 주 컨셉트이지만, 실상 재미의 요소는 그 설정 자체에 있다. 설정이라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면 출연진들의 이야기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를 얻는다. 그 안에서 진담은 농담처럼 이야기되고, 반대로 농담 역시 진담처럼 이야기된다. 이른바 ‘-카더라’통신의 이야기조차 이 안에서는 용인되고 회자된다. 단 마지막에 가서 “콩트는 콩트일 뿐 오해하지 말자~ ”는 구호만 외치면 깔끔하게 한바탕 웃고 넘기는 토크로 정리되는 것이다.

카더라 통신과 가상TV의 닮은 점
이 설정 상황 속에서 가지는 토크의 강점은 ‘카더라 통신’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는 그 이유와 맞닿아 있다. 그 속에서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무엇이든’ 속에 시청자들의 욕망이 꿈틀댄다. 연예인 누구와 누가 연결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이런 상황이라면 연예인은 어떤 반응을 할까 같은 상상의 욕구이다. 그리고 때론 진짜 사실이 이 욕망 속에 포함되기도 한다. 어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나, 혹은 이미 ‘카더라 통신’으로 회자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은 욕구이다. 이 설정 속에서는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이라도 편안하게 얘기를 할 수 있다. 상황 자체가 진위를 떠난 설정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한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의 ‘허락해주세요’라는 코너 역시 가상의 설정이 등장한다. 그 설정은 신봉선네 집에 사윗감을 데려와 허락을 얻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동엽은 아버지로, 조형기와 이수근은 삼촌으로, 노사연은 고모로, 티파니는 막내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코너의 특징은 현실의 토크쇼와 가상의 설정 콩트가 서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동엽은 각각의 출연진들에게 어떤 사안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가, 가상의 콩트 상황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설정의 강점은 여느 사윗감이 첫 방문을 하는 집안에서 그러하듯이 매주 다른 사윗감으로 출연하는 연예인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설정(허락을 구하는 사위의 설정) 속에서 드러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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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에 출연했던 지현우는 자신의 실제 옛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사윗감이 장인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콩트로 얘기한다. 중요한 것은 신봉선이란 캐릭터의 역할이다. 콩트적 설정으로 용인되는, 자기 딸을 줘야 하는 아버지의 격한 질문들 속에서 신봉선은 여자친구라는 설정으로서 적당한 방패막이가 되어주거나, 때로는 푼수 같은 처신으로 남자친구를 당황하게 만드는 균형자 역할을 한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게스트에게 하는 신봉선의 뽀뽀는 이 상황이 가상, 즉 콩트였다는 것을 오히려 드러낸다. 입맞춤을 하게 된 MC몽의 과장된 반응은(이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이 가상이었다는 걸 말해주는 셈이다. 신봉선의 입맞춤은 ‘웃지마 사우나’의 “콩트는 콩트일 뿐 오해하지 말자~ ”와 같은 역할을 해낸다.

가상TV는 콩트다, 하지만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코너는 그 설정을 결혼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 가상TV 프로그램들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토크보다는 실제 영상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또한 MC들의 간여를 배제해 리얼리티적 요소를 더 강화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가상 결혼이라는 설정 속에서 커플들로 등장한 연예인들은, 매번 다른 특정 상황을 미션으로 삼아 진심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반응들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콩트적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이 커플들이 가진 일관된 캐릭터에서 드러난다.

귀차니스트 정형돈의 일관된 모습이나 자상한 알렉스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효과를 보일 만큼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진짜 현실에서의 사람의 성격은 드라마나 콩트처럼 극대화된 일관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상황에 따른 서로 다른 반응들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편집의 결과일 수도 있다. 실제 반응은 다양하게 보였을 지도 모르지만, 편집이 일관되게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 불분명해지는 진위가 바로 설정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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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아니면 말고
설정 혹은 가상의 상황을 토크쇼나 버라이어티 쇼에 부여하는 것은 가상보다는 리얼리티를 더욱 요구하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TV가 꺼내든 일종의 묘안이다. 리얼리티를 끄집어내면서도 어떤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따라서 이것은 그토록 연예인들을 원치 않는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카더라 통신’을 프로그램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폭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해명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면 이 자체가 ‘카더라’ 즉 콩트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간의 토크와 상황을 가상과 현실의 중간지대로 돌려놓는다.

프로그램들이 이처럼 진위와는 상관없이 설정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자극적인 연출의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가상과 현실에 대한 이분법적 구도가 점차 희미해지는 요즘의 환경 속에서 시청자들이 이를 무리 없이 수용하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게임은 가상이지만 게임을 할 때의 감정적 반응은 현실이다. 그러니 가상 속에서 말해지는 많은 이야기들은 그 속에 있을 때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어떤 잠재된 욕구를 건드리기도 하는 것이다. 현실로 느끼던 가상상황 속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것이 가상이었다는 것만을 알면 그뿐이라는 말이다. 만일 여기에 대해 “순 거짓말 아니냐”는 시대에 뒤떨어진 비판을 한다면 ‘카더라 통신’에서 흔히 보았던 반응이 나올 것이 뻔하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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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카메라는 어떻게 변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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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몰래카메라’가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것은 당대 이른바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이미지라는 옷을 잔뜩 끼어 입은 스타들의 옷을 벗겨낸다는 쾌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체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 가끔씩 얼굴을 보이면서 강화해온 ‘신비한 이미지’는 연예계에 넘쳐났고, 따라서 이것은 ‘몰래카메라’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몰래카메라가 잡아낼 수 있는 신비화된 연예인들은 부지기수였고, 그 연예인들은 무너진 자신의 진솔한 얼굴을 시청자에게 여지없이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이 시절, 우리에게 몰래카메라란 흥신소를 떠올리게 하는 도착적인 기구를 연상케 했다. 그것은 어두컴컴한 곳에 숨겨져 누군가를 훔쳐보기 위해 사용되는 음성적인 도구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후 다시 ‘몰래카메라’가 부활했을 때 상황은 달라져 있었다.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황은 정반대였다. 연예인들은 신비로운 존재라기보다는 바로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하고 친숙한 존재로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즉 진솔한 얼굴조차 상업화된 것이다. 몰래카메라의 자리를 셀프카메라가 차지할 정도로 카메라에 대한 사생활 노출은 일상화되었다.

스타들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맨 얼굴을 포착해왔던 ‘몰래카메라’는 오히려 상업적으로 드러내고 싶은 진솔한 얼굴(역시 기획된 이미지이다)을 잡아내는 카메라로 변질된다. 이 시기 유난히 조작설이 많았던 것은 실제로 그랬다기보다는, 이렇게 변화된 상황 속에서 몰래카메라(속 스타들)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숨어서 훔쳐보는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몰래카메라의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그렇다고 몰래카메라가 사라졌을까.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카메라는 어떻게 출연진들의 리얼한 얼굴들을 포착하고 있을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와서 몰래카메라는 좀더 공공연한 방식으로 사생활을 찍기 시작한다. 몰래카메라는 이제 더 이상 숨겨져서 누군가를 찍는 구태의연한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대신 수없이 많은 카메라를 동원함으로써 대상으로 하여금 도대체 어떤 카메라가 자신을 찍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엄청나게 많은 카메라들을 동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대상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 리얼리티는 깨지고 가식적인 얼굴이 고개를 내밀게 된다. 여기서 카메라가 잡아내는 리얼리티는 순간적이고 무의식적인 것이다. 당황하는 스타들의 독특한 반응을 순간적으로 포착해낸 영상은 적당한 자막(해설)과 함께 반복적으로 편집되어 시청자들에게 과장되게 보여진다.

이 수없이 많은 카메라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사생활 노출이 극단에 와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건물에서나 지하철에서나 회사에서나 길거리에서나 우리는 어디서건 카메라 속에 포착된다. 초창기 몰래카메라는 그것이 음성적으로 숨겨져 있었기에 오히려 도드라져 보였지만, 현재의 몰래카메라들은 양성적으로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숨겨진다. 그리고 이 생활 속으로 파고든 카메라의 침입은 이제 누구나 몰래카메라를 찍을 수 있는 휴대폰 시대를 맞으면서 일상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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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를 맞아 몰래카메라를 시작했던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코너를 방영하게 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것은 분명 가상으로 설정된 부부의 삶을 엿보는 몰래카메라의 형식이 분명하지만, 카메라는 과거처럼 강조되지 않는다. 이제는 모든 카메라들이 몰래카메라와 같은 일상을 찍어대기 시작했기 때문에 굳이 몰래카메라를 강조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게다가 이 엿보기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는 진짜 상황이 주어지고 거기서 나오는 리얼한 반응을 보았다면, 가상버라이어티를 주창하는 이 코너는 가짜 상황 속에서의 리얼한 반응을 보여준다. 정형돈과 사오리는 가상의 부부로 설정되지만 그 안에서 부부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게임(가상)이지만 그 안에서는 실제로 접촉(현실)이 일어나는 이 코너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 시대의 영상 감수성을 잘 보여준다. 이것은 이제 시청자들이 가상이든 현실이든 엿보는 카메라 안에 포착되는 영상의 게임에 익숙해졌다는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오락성에 전도된 카메라를 예로 들었지만, 어찌 보면 누군가를 엿보는 이러한 행위는 카메라가 가진 본성인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은 TV 앞에 가만히 앉아서 카메라가 가져올 저 편 세상의 현실을 기다린다. TV의 창이 투명해져서 자신이 TV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될 수 있도록 시청자들은 TV가 리얼해지기를 기대한다. 리얼리티가 강조되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기곤 있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그 리얼리티란 사실은 대부분 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리얼’이라는 단어를 기꺼이 붙여주는 이유는 무얼까. 혹 변한 것은 카메라와 TV가 아니라 좀더 리얼한 상황에 몰입하고픈 시청자들이 스스로 인식을 바꾼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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