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도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의 변화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종영했다. 36개월만의 종영. 처음에는 화제성도 시청률도 괜찮았지만 갈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생겼다. 화제성이 너무 없어 최근에는 이 방송을 여전히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무존재감이 됐다. 사실 보통의 프로그램이라면 일찌감치 종영했을 일이지만,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힌다는 취지가 KBS라는 공영방송과 잘 맞아떨어져 더 오래 방영될 수 있다.

 

'한식대첩4(사진출처:올리브TV)'

여기서 주목할 만한 건 <우리동네 예체능>이 종영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을 이끌던 강호동이 지상파에서 종적을 감췄다는 사실이다. 그는 현재 JTBC <아는 형님>tvN <한식대첩4>에 출연중이다. 그리고 곧 JTBC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에 이경규와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강호동은 케이블과 종편으로 자신의 거취를 옮겼다.

 

강호동이 지상파에서 사라졌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스타 MC들의 탈 지상파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이어져온 일이기 때문이다. 강호동과 함께 지상파 예능의 쌍두마차로 불렸던 유재석도 JTBC와 몇 차례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시도한 바 있는데 그 행보는 꽤나 상징적이었다. 지상파에서 비지상파로 스타 MC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건 예능의 흐름 역시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김구라도 신동엽도 전현무도 물론 지상파 예능에 출연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지상파 예능에서 맹활약해 왔다. 최근에는 지상파 이외의 방송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던 예능의 대부 이경규가 비지상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흐름들은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이런 흐름이 만들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스타 MC들 이전에 많은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비지상파행을 한 것 때문이다. 결국 스타 MC들도 자신들의 전성기 시절 함께 했던 스타 PD들과 다시 비지상파에서 만나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한다. 지상파가 발휘하던 플랫폼의 힘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지금, 콘텐츠로 무장한 비지상파에서 옛 동료와 함께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고 보면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여전히 맹위를 발휘하고 있는 건 <무한도전>이나 <12>을 빼곤 사실 찾아보기가 어렵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는 펄펄 날지만, <런닝맨>이나 <해피투게더>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결국 제아무리 훌륭한 MC라도 좋은 PD와 만나지 못하면 빛을 보기 어려운 시대다. 그러니 지상파를 떠나 비지상파에 자리 잡은 스타 PD들을 따라 스타 MC들도 이동하고 있는 것.

 

그러고 보면 강호동이 1년 간의 휴지기를 거치면서 복귀해 많은 지상파 프로그램에 투입되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던 건 그의 개인적인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변화하고 있던 예능의 흐름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가 복귀했을 때 이미 많은 지상파 PD들은 비지상파로 옮겨가고 있었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비지상파로 바뀌고 있었다. 또한 MC가 아닌 PD 중심으로 프로그램도 재편되고 있었다.

 

그래도 한때 스타MC였던 강호동은 이런 변화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몇 년 간의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겪으며 그도 이제 많은 걸 내려놓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주종목인 콩트 코미디(아는 형님)과 먹방(한식대첩, 한끼줍쇼)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처음 복귀해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던 <달빛 프린스> 같은 무모한 도전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

 

강호동이 지상파에서 사라졌다는 건 여러 의미가 담겨져 있다. 플랫폼 시대에서 콘텐츠 시대로 바뀌고 있고, 스타 MC 시대에서 스타 PD 시대로 바뀌고 있으며, 그 흐름에 따라 지상파에서 비지상파로 MCPD도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강호동 같은 한 때를 풍미했던 스타 MC도 이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뭐든 잘 할 수 있다는 무모함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찾아야 하는.

<아는 형님>, 이수근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만일 JTBC <아는 형님>에 이수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 이외에도 만만찮은 출연자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심심한 예능이 되었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원탑으로 불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이수근이다. 그는 학교 콘셉트로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아는 형님>에서 독보적인 드립을 연속으로 날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상황극을 하거나 개인기를 선보인다.

 

'아는 형님(사진출처:JTBC)'

애초에 강호동을 중심으로 그 존재감이 느껴졌던 <아는 형님>은 점차 그 무게중심이 이수근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물론 이수근은 강호동과 오랜 콤비를 맞춰오며 그가 어떻게 하면 돋보이는가를 몸에 익혀왔고, 그래서인지 <아는 형님>에서도 톰과 제리 같은 치고 박는 코미디언 콤비를 선보이곤 했다. 때려서 웃기는 강호동이 있다면 그걸 맞아서 웃기게 만들어내는 이수근이 있다. 만일 이수근이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다면 강호동의 다소 가학성이 있는 개그는 자칫 불편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상민을 현모양처라고 소개하고는 현재 모양이 처량해서라고 드립을 치고, 씨스타 보라가 예전에 방송을 찍고도 통편집 되어 화난 모습을 보이자 JTBC가 선물을 준비했다며 “1년치 신문 구독권이라고 툭툭 던지는 모습은 어깨에 힘을 뺀 타자가 바로 그것 때문에 연타석 안타를 쳐내는 모습을 그려낸다. 반장으로 지목되어 나선 이수근이 방송 분량이 거의 없어 고민이던 김영철에게 북한 드립을 시켜 주목받게 하고, 민경훈에게 계속해서 뻥을 쳐 그를 곤란하게 만드는 장면들 역시 그가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것들이다.

 

강호동과 유독 프로그램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이수근은 마치 그에게 묻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과거 <12> 시절 이수근이 강호동과의 케미로 가장 전성기를 구가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무릎팍 도사>에도 나왔고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또 <신서유기>에서도 강호동과 함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아는 형님>을 보면 오히려 이수근에 강호동이 의지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사실 도박 사건으로 휴지기를 가졌지만 이수근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여전히 갈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에 대한 호감을 표하는 반응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건 이수근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이렇게 된 건 이수근이 보여주는 이른바 웃음의 진정성때문이다. 사과하고 사죄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일이다. 그래서 이수근은 결국 진정으로 사죄하는 건 대중들에게 큰 웃음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해오곤 했다.

 

결국 예능인이 할 수 있는 진심어린 속내의 표현이란 말보다는 직접 프로그램에서 온 몸을 던져 대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일일 것이다. 웃기기 위해서는 제 몸을 망가뜨리는 일쯤은 언제든 서슴없이 해온 그가 아닌가. <아는 형님>은 그런 그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되어주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호불호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웃음에 대한 그 누구보다 절실한 모습을 통해 조금씩 호감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건 박수 받을 일이다. 예능인의 사과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위기의 강호동, 이를 넘을 수 있는 해법은

 

지금 강호동은 위기다. 그는 복귀 후 무려 일곱 개의 프로그램(<무릎팍도사>, <스타킹>, <달빛프린스>, <우리동네 예체능>, <맨발의 친구들>, <별바라기>, <투명인간>)에 차례로 투입되었지만 여기서 네 개 프로그램(<무릎팍도사>, <달빛프린스>, <맨발의 친구들>, <별바라기>)은 페지 되었고 남아있는 세 개의 프로그램 역시 폐지설이 나오는 등 그다지 좋은 상황을 만들고 있지 못하다.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KBS <투명인간>2%(닐슨 코리아)대 시청률을 내면서 폐지설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 시청률이라면 종편에게도 밀리는 상황이다. <투명인간>의 출연진들은 끊임없이 셀프 디스를 해가며 도와 달라 간청을 하지만 프로그램이 그런 방식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점점 더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우리동네 예체능>6%대 시청률로 그나마 선전하는 중이다. 한때는 4%대까지도 떨어졌던 것이 정형돈이 투입되고 테니스, 족구 등의 종목을 하면서 조금씩 반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투입하고 있는 자원들을 생각해보면 6% 시청률로 만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보다는 다른 출연자들에 대한 주목도가 꽤 높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이 성과를 강호동의 것으로 두기가 애매하다.

 

SBS <스타킹>9%의 시청률을 내고 있지만 이것 역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수치는 강호동의 진행 능력이라기보다는 출연자들의 섭외와 기획이 더 좌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스타킹>의 포맷 구성은 대중들에게는 그만큼 익숙하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형식은 조금은 트렌드에서 빗겨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호동의 위기는 사실 복귀한 후 그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에서 비롯됐다. 강호동이 다시 돌아온 판은 그 1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트렌드가 자리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토크쇼 시장은 점점 물러나고 리얼리티쇼가 점점 부상되던 시기였다. 그러니 이 판세를 읽었다면 강호동은 기존의 스튜디오물이나 아니면 캐릭터쇼에 가까운 리얼 버라이어티는 피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게다가 강호동이 대중들을 향한 진정성을 드러내 보이려 했다면 좀 더 강도 높은 현장 속으로 뛰어드는 그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심지어 김병만이 <정글의 법칙>을 통해 살벌한 정글 속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시기였다. 그런 그가 제 아무리 맨발로 해외를 뛰어다닌다고 해도 그 고생의 강도가 별반 느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 리얼리티쇼로서의 자기 모습을 좀 더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강호동의 MC 스타일이 지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중심에 서서 모두를 끌고 다니는 강력한 리더십의 메인 MC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불필요해졌다. 그것은 무수한 카메라가 각각의 액션들을 가장 자연스럽게 포착하기 위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중심을 내세우면 주변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그것은 진행의 힘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가리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강호동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바로 이 메인 MC가 되려는 강호동의 모습이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색한 모습을 앉아 있기만 해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손호준을 떠올려보라. 물론 강호동은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지만 그래도 진행하려는 욕심보다는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려면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말 그대로 리얼한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형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스타킹>, <투명인간> 그 어느 것도 리얼리티쇼의 자연스러움을 갖고 있지 않다. 이 프로그램들은 아쉽게도 지금은 조금 지나간 트렌드의 형식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호동만이 지금 현재 그가 처한 위기를 넘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형식 자체가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세우는 프로그램을 아예 피하는 편이 낫다. 차라리 <진짜사나이> 같은 여러 출연자들이 투입되는 프로그램에 한 사람으로서 들어가거나 <나 혼자 산다>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상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게 그에게는 지금 더 절실하다. MC 강호동을 버리고 인간 강호동을 보여주는 길. 해법은 그것밖에 없다.

 

스타 파워에서 콘텐츠 파워로 돌아선 현재, 연예대상의 딜레마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몇 가지가 떠오른다. 그 첫 번째는 나영석 PD가 만들었던 tvN <꽃보다 청춘><삼시세끼>. 나영석 PD는 올 한 해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족족 연달아 히트를 치는 이례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두 번째는 외국인 예능 트렌드를 연 JTBC <비정상회담>이다. 호사다마라고 잘 나가는 만큼 논란도 무수히 쏟아졌다. 기미가요 논란에 이어 에네스 카야의 총각행세 논란이 지금도 뜨겁다. 하지만 논란이 뜨겁다고 프로그램이 거둔 성과까지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이렇게 먼저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떠오르는 것처럼, 올 한 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큰 성과나 시도를 보이지 못했다. 이미 브랜드가 확실한 MBC <무한도전>이나 KBS <12>이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는 것과, 베끼기라고 비판받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원조 육아예능인 MBC <아빠 어디가>와의 경쟁에서 오히려 앞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것. SBS <정글의 법칙>이 화제성은 떨어졌어도 일관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일관되게 가져왔다는 게 지상파 예능의 성과라면 성과다.

 

이렇게 되다보니 연말 연예대상을 치러야 하는 지상파 3사는 애매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뚜렷한 성과가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가, <무한도전>이나 <12> 같은 이미 이전부터 사랑받아왔던 프로그램들이 수상을 하게 될 경우 시상식이 자칫 그 나물에 그 밥같은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상식은 자칫 그 방송사의 올해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걸 자인하는 느낌마저 줄 수 있다. 벌써부터 유재석 밖에 상줄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상줄 사람이 없는상황보다 더 심각한 건 올 들어 바뀐 예능의 트렌드다. 즉 스타 MC 중심으로 흐르던 과거의 예능 트렌드가 올해는 거의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유재석이니 강호동, 신동엽, 김병만 같은 스타 MC들의 활약이 시상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올해는 스타 MC가 있다고 해도 그걸 만들어내는 PD나 작가의 파워가 없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들이 투입된 프로그램의 추락을 통해 알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유재석은 KBS <나는 남자다>를 성공시킬 수 없었고, 강호동은 MBC <별바라기>, KBS <우리동네 예체능> 그 무엇도 성공이라 말할 수 없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사실상 지상파가 올해 고전하고 비지상파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도 알고 보면 이러한 스타MC 파워가 약해지고 콘텐츠 파워가 강해진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지상파는 여전히 스타MC에 투자함으로써 추락의 길을 걸었고, 비지상파는 환경 상 스타 PD나 작가에 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콘텐츠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다면 나영석 PD가 만드는 tvN <삼시세끼>를 만일 시상한다면 누구에게 상을 줘야 할까. 이서진도 대상이 되겠지만 단연 그걸 만든 나영석 PD에게 상이 가는 게 정상적일 것이다. <삼시세끼> 같은 관찰카메라의 진짜 파워는 그걸 만들어내는 제작진의 섬세한 관찰과 발견,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타 MC에 기대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대신 주목받는 건 스타 PD. 그만큼 누가 나오느냐보다 누가 만드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그러니 이렇게 변화된 예능 트렌드 속에서라면 응당 연예대상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스타 MC가 상을 받아가고도 대중들이 그다지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아니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MBC <아빠 어디가>처럼 아이들에게 상을 주기가 애매한 그런 상황들은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도 불을 보듯 뻔히 보게 될 장면들이다. 무언가 새로운 형식의 쇼를 보여주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달라진 예능 트렌드에 맞게 시상에도 변화를 주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예능 트렌드의 변화, 스타 MC 모두의 문제

 

MBC <별바라기>가 조기종영을 결정하면서 강호동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복귀한 후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는 거의 바닥이다. MBC <무릎팍도사>가 폐지됐고, KBS <달빛프린스>SBS <맨발의 친구들>도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종영됐다. 그나마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그의 주특기인 운동을 살려 버텨내고 있지만 계속되는 프로그램의 종영은 그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별바라기(사진출처:MBC)'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건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의 변화는 한 때 스타로서 정상에 군림하던 MC 파워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최정상의 스타MC인 유재석도 이 흐름에서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그가 새롭게 이끌고 있는 KBS <나는 남자다>는 겨우겨우 5%대의 시청률을 버텨낼 뿐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재석 스스로도 이런 식으로는 시즌2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SBS <런닝맨>도 위기다. 그래도 10%대를 유지했던 <런닝맨>은 최근 6%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반면 동시간대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낸 것을 염두에 둔다면,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의 추락은 현재 스타MC 파워가 과거에 비해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걸 잘 말해준다. 걸스데이 혜리의 3초 앙탈 하나가, 또 저질 체력의 여전사(?) 김소연의 악바리 정신 하나가 그 어떤 스타 MC들의 팬덤보다 더 힘이 세졌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신동엽이나 김구라 같은 진행형 MC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 두 MC는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트렌드에 동승함으로서 타 스타 MC들보다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할 뿐이다. 하지만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김구라가 출연하지만 3%에 머물고 있는 SBS <매직아이>는 대표적이다.

 

즉 강호동의 위기는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 MC들 전체가 겪는 문제라는 점이다. 다만 그가 더 위기처럼 도드라져 보이는 건 잠정은퇴 선언을 하면서 과거 그가 했던 프로그램과 단절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했지만 마침 그 시기는 스타 MC 파워가 점점 사라지는 시점이었다. 일반인들이 점점 예능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외국인도 그 범주의 하나다), 연예인들도 하나의 리더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각개전투 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러니 하나의 꼭지점으로서 전체를 리드하던 스타 MC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타 MC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최근 예능의 새 트렌드로 자리한 관찰카메라가 가진 특징을 통해서도 쉽게 드러난다. 즉 관찰카메라는 그 자체로 중심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전후좌우 도처에 숨겨져 각각의 인물들의 행동을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구도에서는 도드라진 스타 MC들이 불필요해진다. 다만 각자 가진 자신들의 진짜 매력을 숨겨진 카메라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토크쇼 같은 스튜디오 예능이 점점 힘이 빠지는 건 이런 관찰카메라의 시선이 만들어낸 수평적인 느낌과 진정성의 강도를 이들 스튜디오 예능에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예능은 그 구조상 카메라가 중심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걸 깨기 위해 JTBC <비정상회담> 같은 경우에는 아예 탁자를 부채꼴로 놓지 않고 과감하게 일렬로 세우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중심을 세우기보다는 토론이 갖는 양대 구도를 세우기 위한 포진이다.

 

또한 스튜디오 예능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인위성(스튜디오라는 공간 자체가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은 최근 시청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정성의 강도를 떨어뜨린다. 이것은 때로는 <런닝맨> 같은 야외형 예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런닝맨>처럼 야외로 나간다고 해도 스튜디오와 다를 바 없는 어떤 일정한 틀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최소한 <12>처럼 여행이라면 일상이 되겠지만 <런닝맨>은 여행이 아니라 게임이다) 그 리얼리티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강호동이 표징하는 것처럼, 지금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 변화는 스타 MC들 모두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기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답이 없는 건 아니다. 그나마 강호동이 잘 버티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처럼,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일상처럼 맞는 예능이면서 동시에 중심에 서기보다는 많은 출연자들(일반인 포함) 중 하나로 설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제 스타 MC들이 찾아내야할 새로운 위치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스타 MC가 사라져가는 왕좌 없는 예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스타 예능 MC, 이제 살 길은 비지상파다

 

MBC <별바라기>에 출연중인 샤이니의 키는 우리 딱 한 번만 5% 넘어보자잉하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현재 <별바라기>의 시청률은 3% . 헨리와 써니가 출연한 효과인지 지난 2%대에서 그나마 1% 올라온 성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3%대로 동시간대 꼴찌인데다 목표치가 5%라는 얘기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강호동이라는 스타 MC의 이름이 무색하기 때문이다.

 

'별바라기(사진출처:MBC)'

KBS <우리동네 예체능>도 시청률 4%대에 전전하다 최근 5% 시청률에 도달했지만 강호동이라는 이름 석 자를 떠올려보면 초라하게만 여겨진다. 물론 시청률만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이제 강호동의 시청률 목표는 5%가 된 듯하다. 복귀 이후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강호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강호동만이 아니다. 최근 스타 MC들은 모두 과거의 영광이 꺾인 지 오래다. <무한도전>이라는 레전드를 여전히 하고 있는 유재석은 예외다. 그 역시 주중 예능 프로그램에서 4%에서 6% 시청률을 내고 있지만 그의 인기나 존재감은 단지 프로그램 안에서만의 평가에 머물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표본으로서 유재석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하지만 한때 예능의 달인이었던 이경규도 최근 들어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신동엽이나 김구라 같은 토크의 달인들도 지상파 시청률 성적은 그다지 높지 못하다. 이것은 어쩌면 전체적인 지상파 예능의 몰락이기도 하고 또한 스타 MC 예능 트렌드의 추락이기도 하다. 이제는 일반인들이 참여하거나 반 일반인들(연예인 가족 같은)이 참여해야 그나마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가져간다.

 

지상파 예능이 이렇게 된 데는 기존 방식인 스타 MC 중심의 예능 트렌드를 좀체 벗어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지상파 예능의 추락과 스타 MC들의 추락은 서로 공조하며 벌어진 면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몇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정규화 했다 추락한 원인은 바로 이것이다. 이효리의 <매직아이>가 그렇고, 강호동의 <별바라기><우리동네 예체능>이 그렇다. 스타 MC를 세우면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도 옛 습관(스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 와중에 주목해야 할 인물은 신동엽과 김구라다. 여타의 스타 예능 MC들과 사뭇 다르게 이들은 일찌감치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상관없이 종횡무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시도해왔다. 그러다 보니 지상파가 옛 트렌드에 묶여 있을 때 케이블과 종편이 시도한 참신한 형식들의 예능에 이들은 쉽게 적응했다. 지상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하더라도 케이블이나 종편에서는 자기 존재감을 확실히 세운 이들은 그래서 아무런 위기설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tvN<SNL 코리아>JTBC<마녀사냥>으로 신동엽은 19금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열었고, JTBC <썰전> 같은 프로그램으로 김구라는 시사와 비평이 접목된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만들었다. 사실 어찌 보면 강호동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게 된 것은 그를 받쳐줄만한 참신한 지상파 예능이 부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스타 MC가 출연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보던 시대는 지났다. 참신한 콘텐츠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MC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강호동은 지상파에서 5% 시청률을 내려고 안간힘을 쓸 게 아니라, 비지상파로 가서 똑같은 5% 시청률을 노리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지상파 5%와 비지상파 5%의 어감은 이렇게 다르다. 게다가 비지상파들이 최근 들고 나온 일련의 참신한 예능 형식들은 오히려 지상파들이 배워야 할 덕목들이다. 강호동 역시 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강호동의 추락을 과거 잠정은퇴 선언을 했던 그 세금 문제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그가 얼마나 파괴력 있고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가이다. 결국 연예인의 이미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강호동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에 도달해 있다.

 

지상파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판에서 다시 입지를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지상파를 끝까지 고수할 것인가. 이 문제는 물론 스타 MC들과 공조해온 지상파 예능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상파는 언제까지 기득권을 주장하며 옛 트렌드에만 머물 것인가. 이제 시청률에서조차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의 바람은 일찍부터 불고 있었다. 다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주중예능 추락의 시대, <나 혼자 산다>의 생존비결

 

11시대 주중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걸까. 목요일 밤에 방영되는 강호동의 MBC <별바라기>는 시청률이 고작 3%. 경쟁 프로그램인 유재석의 KBS <해피투게더>7.1%(73일 닐슨 코리아). 이것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정도전> 출연자들이 게스트로 나왔기 때문에 올라간 수치다. 이전에는 6%대에 머물렀다.

 

'나 혼자 산다(사진출처:MBC)'

한때 주중 예능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토크쇼라고 지목됐던 KBS <안녕하세요>도 최근에는 6%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SBS <힐링캠프>4,5%대를 전전하다 브라질 월드컵 시즌에 반짝 6%를 기록하더니 다시 3%대까지 떨어졌다. 강호동이 출연하는 <우리동네 예체능>도 브라질 월드컵을 특수로 여겼지만 웬걸. 브라질 월드컵을 기점으로 시청률은 4%까지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사정은 수요일 저녁(<라디오스타> 5%, <도시의 법칙> 3%)도 마찬가지다.

 

주중에 살아남은 예능은 11% 정도의 시청률을 내고 있는 SBS <정글의 법칙>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이 시청률도 과거와 비교해보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화제성 면에서도 <정글의 법칙>은 예전만 못하다. 흥미로운 건 이 와중에 MBC <나 혼자 산다>가 꽤 괜찮은 성적으로(7%에서 9%까지 나온다)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 혼자 산다>라는 제목처럼 이 프로그램은 저 혼자 살아남은 예능이 되고 있다.

 

도대체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선 주중 예능으로서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던 스튜디오 토크쇼 트렌드를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나 혼자 산다>MBC에서 관찰카메라 형식을 처음으로 전면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보인 가능성 때문에 <아빠 어디가><진짜 사나이> 같은 <일밤>의 관찰카메라 트렌드 시대가 열렸다.

 

주중 예능에 있어서 이미 무덤으로 인식되고 있는 토크쇼 트렌드를 과감하게 벗어났다는 점에서 <나 혼자 산다>는 일단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형식적인 변화만으로는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법. <나 혼자 산다>의 또 다른 핵심적인 무기는 싱글족 트렌드라는 새로운 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미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혼자 사는 싱글족이 된 시대에, <나 혼자 산다>는 그저 저들은 어떻게 혼자 살까 하는 궁금증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었다.

 

관찰 카메라의 특성은 리얼리티가 극대화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은 강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리얼한 카메라에 포착된 누군가의 혼자 사는 삶은 때로는 궁색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것은 따라서 리얼하기는 하지만 마냥 보고 확인하고 싶은 풍경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이 리얼함에 덧붙여, 혼자 사는 삶의 판타지를 부여해주었다. 노홍철이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거나 스위스 여행을 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혼자 사는 삶의 자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관찰카메라 형식이라는 극단적인 리얼을 추구하면서도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은 이미 혼자 사는 삶이 그 자체로 이 양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삶은 때론 궁상처럼 보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면 관계의 피곤을 벗어난 자유로운 삶의 판타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 혼자 산다>가 살벌한 주중 예능 경쟁에서 혼자 살아남은 이유는 지금의 트렌드에 걸맞는 형식적인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그 첫 번째고, 그 형식 위에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인 싱글 라이프를 리얼리티와 판타지 양면으로 균형 있게 보여주는 점이 그 두 번째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여타의 싱글 라이프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특별한 걸 만들어내기 보다는 그저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준다는 점. 이것은 어쩌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꾸준한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월드컵과 예능의 동거, 그만한 성과 있었나

 

예능과 월드컵.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더욱 그렇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성주가 보여준 학습효과와, 방송3사의 중계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 전장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MBC<아빠 어디가><무한도전>, KBS<우리동네 예체능>, SBS<힐링캠프>가 브라질 현지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러한 월드컵을 두고 벌어지는 예능의 경쟁이 그만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너무 많은 예능들이 월드컵에 줄을 대면서 이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만만찮다. 강력한 팬덤을 소유하고 있는 <무한도전>조차 굳이 월드컵을 위해 브라질 현지까지 날아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건 그런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까지 갔다면 그만한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취재나 응원전의 모습이 과거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그램 형식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이것은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이경규가 진행하는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같은 경기에 비슷비슷한 응원전이 이 방송사 저 방송사에서 반복되다 보니 각각의 예능 프로그램들의 변별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경기장의 한국 응원석을 보면 심심찮게 연예인들이 발견되는 건 이번 월드컵의 예능 경쟁을 그대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특히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해주길 바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월드컵을 맞아 브라질까지 날아가 현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은 때로는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위화감은 월드컵 특집 예능 프로그램이 특별한 기획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는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 브라질 원정을 가는 것이 그다지 좋은 기획이 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시청자들이 아이들의 부모처럼 반응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동일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을 보러 브라질까지 날아가는 아이가 서민들에게 몇 프로나 될까. 1%도 되지 않는 이 경험은 그간 시골 민박집에서 보던 아이가 사실은 자신의 처지와는 너무 다른 삶에 놓여있다는 걸 확인하게 만든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이유 중에는 방송3사가 벌이는 월드컵 중계전쟁을 지원하는 측면도 크다. 그렇다면 예능 경쟁이 중계전쟁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는 있는 걸까. 초반에는 그런 것 같았다. 안정환, 김성주, 송종국, <아빠 어디가> 3인방이 이끄는 월드컵 중계에 시선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중계 전쟁에 돌입하자 갓영표라 불리는 이영표의 출현으로 KBS가 중계를 압도하고 나섰다.

 

예능적인 이미지와 만담 같은 해설을 앞세운 MBC는 그 차별화 요소 때문에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지만 결국 본격 해설의 묘미를 보여준 이영표의 KBS 중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SBS<정글의 법칙><런닝맨> 등을 통해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박지성 등을 홍보했지만 방송3사 중계 전쟁에서는 아예 소외되는 인상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예능 경쟁이 중계 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독보적인 이영표의 존재감은 예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계를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알제리전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예능과 월드컵은 난감한 관계가 만들어졌다. 예능이 월드컵 경기를 다시 보여주는 건 좋은 경기를 치렀을 때 그것이 다시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제리전을 다시 보고픈 시청자들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이 경기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것은 월드컵 중계도 마찬가지다. 농담도 경기가 잘 풀릴 때나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불러온 침울한 분위기는 현지로 간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예능을 업은 월드컵 중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예능 프로그램에 상처만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경기결과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송사 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차별성 없이 반복되는 월드컵 특집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식상함과 반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대중들이 힘든 사건들을 연거푸 겪고 있는 시점에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별다른 소득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은 정서적인 불편함만 가중시킬 수 있다.

심지어 '무도'에서도 느껴지는 이경규의 아우라

 

역시 <이경규가 간다>의 아우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인가. 월드컵 시즌을 맞아 예능 프로그램들이 응원전을 저마다 펼쳐 보이고 있지만 과거 <이경규가 간다>의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이것은 <무한도전>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두 팀으로 나뉘어 브라질로 먼저 날아간 노홍철, 정형돈, 정준하는 한국과 러시아전을 경기장 안팎에서 취재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재석의 부재를 채워준 건 노홍철. 그는 경기를 중계하는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을 만나 첫 경기를 중계하는 소회를 듣기도 했고, 멀리서나마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취재와 응원으로 이어지는 그 형식은 <이경규가 간다>가 이미 2002년부터 2006년 그리고 최근에는 <힐링캠프>로 재연하고 있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경규가 <무한도전>으로 바뀐 양상.

 

<무한도전>에서 살짝 보여진 김수로와 김제동은 다름 아닌 <힐링캠프> 브라질편의 출연자들이다. 즉 이경규가 직접 뛰고 있는 <힐링캠프> 역시 <이경규가 간다>의 형식을 거의 비슷하게 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시청자들로서는 계속 돼서 반복되는 <이경규가 간다> 형식을 보게 되는 셈이다.

 

이것은 어쩌면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갖는 한계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이벤트라는 것이 이미 치러진 경기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그 경기를 보는 출연자들의 리액션이 주요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 또 경기 전후로 선수들의 면면을 슬쩍 보는 것이 관심거리가 된다.

 

과거 <우리동네 예체능>이 소치 동계올림픽에 가서 보여준 것도 결과적으로 보면 <이경규가 간다>가 가진 형식의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브라질 특집에서는 어떨까. 과연 <우리동네 예체능>은 이 이경규의 아우라를 벗어날 수 있을까.

 

워낙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그램 형식이 강력하기 때문일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우리 팀의 경기는 보고 또 봐도 다시 보고 싶은 장면들이었다. 그러니 이를 예능 형식을 통해 또 한 번 즐길 수 있게 해준 <이경규가 간다>가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박수를 받은 건 당연한 일이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브라질 응원전도 바로 그 재미 포인트를 거의 비슷하게 잡아내고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형식이 <이경규가 간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이경규의 아우라를 벗어날 수 있는 참신하고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빠' 업은 MBC 월드컵 중계, 승승장구하는 까닭

 

지상파 3사의 월드컵 중계 경쟁은 어느덧 예능경쟁이 되어버렸다. 과거 <이경규가 간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과 접목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지만 최근의 양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이경규가 간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주목을 받던 것과는 정반대로,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주목이 월드컵 중계방송의 관심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MBC 월드컵 중계(사진출처:MBC)'

MBC <아빠 어디가>는 그런 점에서 월드컵 중계 경쟁의 신호탄을 올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민국이 아빠 김성주가 보인 성과는 방송사들에게는 일종의 교육효과를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 중계 경쟁에서 방송3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예능 프로그램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MBC<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고 있는 김성주와 안정환을 전면에 내세웠고, 여기에 시즌1에 참여했던 송종국을 참여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스포츠 중계와 예능을 연계시켰다. <라디오스타>에 나란히 출연한 이들은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이며 보다 친근하고 재밌는 스포츠 중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SBS<정글의 법칙>을 통해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해설위원을 선보이고, <런닝맨>을 통해 차범근과 박지성 해설위원을 띄운 것도 같은 맥락이며, KBS<우리동네 예체능>에 이영표 해설위원과 조우종 캐스터를 참여시킨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월드컵을 지원하는 예능 경쟁에서 단연 MBC가 우위를 보이게 된 것은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의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주말 예능의 선두를 이끄는 프로그램인데다 단지 이번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 방송사들의 월드컵 지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미 작년에 런칭하면서 김성주와 송종국을 투입시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2년 가까이 월드컵 중계전을 준비해온 셈이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이 브라질편을 기획하고 배성재 아나운서를 투입시킨다거나, <런닝맨>이 특집으로 차범근과 박지성을 게스트로 초대하는 것, 또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축구편을 만들어 이영표와 조우종을 출연시킨 것은 홍보를 통한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스포츠 중계를 하는 이들의 친근한 이미지도 자연스러운 방송 흐름 속에서 만들어져야 더 효과를 발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빠 어디가>MBC 월드컵 중계의 신의 한수임에 틀림없다.

 

물론 예능의 이미지나 예능감이 스포츠 중계를 보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스포츠 중계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전문적인 해설위원들이 투입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이 하는 MBC 월드컵 중계에 대해 만담 중계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안정환 특유의 톡톡 쏘는 멘트와 김성주의 노련한 진행 그리고 안정적인 송종국의 합은 잘 맞아떨어지며 재미를 주지만, 스포츠 중계가 예능 같다는 뉘앙스도 들어있다.

 

하지만 월드컵 중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많이 달라진 것이 현실이다. 중계방송의 정확한 정보 전달은 이제 방송3사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좀 더 특징 있는 개성을 가진 중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시청자들로서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범근 해설위원을 통한 관록의 해설이 안정환이나 이영표 같은 재미를 주는 해설에 어딘지 밀리고 있는 인상은 전체적으로 예능화 되어가는 방송경향이 이제는 스포츠 영역에도 밀어닥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분명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 월드컵 중계방송과 월드컵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바로 그래서인지 정작 월드컵 경기는 소외되는 인상이다. 월드컵 예능이 월드컵 자체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어쩌랴. 방송의 흐름이 이제는 정보에서 재미로 바뀌고 있는 것을.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MBC 월드컵 중계의 승승장구는 그래서 지금 달라지고 있는 스포테인먼트의 징후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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