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투어’, 김생민 만큼 돋보이는 박명수

tvN <짠내투어>는 여러모로 최근 ‘짠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생민을 중심으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넘쳐나고, 그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른바 ‘욜로’를 주창하며 어떤 여행의 판타지를 건드렸다면, <짠내투어>는 보다 현실적인 여행이 주는 공감대를 추구한다. 

3박4일의 여정동안 김생민, 박나래, 정준영이 각각 하루씩 일정을 스스로 짜서 여행을 하고 이를 평가해 최고 점수를 받은 이가 마지막 날 ‘스몰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혜택으로 제공하는 방식. ‘짠내’를 아예 내놓고 하는 여행이지만 이들의 여행은 저마다 달랐다. 

아끼고 아끼는 걸 여행에서도 당연하게 지켜가는 김생민의 첫 날이 곤궁해도 오히려 체험 하나하나의 가치를 더 느끼게 해주는 여행이었다면, 박나래의 둘째 날은 저렴한 비용에도 가성비 높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정준영의 마지막 날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도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짠내투어>는 그 제목에서 묻어나듯 김생민이라는 캐릭터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이도 아닌 김생민이 출연하는 <짠내투어>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관심을 가진다. 실제로 박나래가 데려간 선술집에서 얼마나 먹었는지 계산을 잘 못하는 박나래와 달리 김생민은 척척 먹은 걸 계산해내는 모습으로 다른 출연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게다가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아예 생활의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해도 너무 한다”는 식의 웃음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짠내투어>에서 김생민만큼 중요하게 보이는 인물은 박명수와 박나래다. 김생민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담당하고 있다면 박명수와 박나래는 상황을 웃게 만드는 양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명수는 예능 9단으로서의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이 ‘짠내’나는 여행에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이런 야외 예능 자체가 낯선 김생민에게는 그 특유의 캐릭터에 대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아껴도 너무 아끼는 그를 핀잔주다가도, 때론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한 끼라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박나래가 미슐랭 별을 받은 집을 찾아가기 위해 2시간이나 열차를 갈아타는 와중에 박명수는 끝없이 투덜댐으로써 그 생고생을 웃음으로 바꿔놓는다. 그러다가도 막상 그 음식점에서 맛을 보고는 2시간을 찾아올 만하다고 솔직한 찬사를 보낸다. 

박명수는 김생민에게는 핀잔과 칭찬을 반복해 이 프로그램에 적응하게 해주고, 개그계 후배인 박나래에게는 계속 구박을 주면서 코미디적인 합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정준영에게는 뭘 해도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는 모습으로 박나래와 비교시키며 웃음을 준다. 이런 밀당은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건 김생민, 박나래, 정준영이 투어를 짜는 역할이고, 박명수는 그걸 평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일 수 있다. 결국 박명수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 여행의 평가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심축에서 박명수가 다른 출연자들을 놓고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면 실로 자유자재라는 느낌을 준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늘 2인자를 자처했다. 한 번은 1인자 역할을 부여받은 적이 있지만 잘 적응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유재석을 앞세운 2인자 역할이 자기 자리라는 걸 확인시켜주곤 했다. 하지만 적어도 <짠내투어>를 보면 박명수가 유재석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 위치나 프로그램에 따라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걸 효과적으로 해내는 모습. 김생민식의 여행을 담는 <짠내투어>지만 박명수의 진가가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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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눈물과 감동의 ‘아이 캔 스피크’

그는 도대체 왜 20여 년간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었을까. 도깨비 할매로 불리는 옥분(나문희)은 시장통에서 수선집을 하며 시장 곳곳에 문제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하나하나 구청에 민원으로 제기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 속 깊숙이 담겨져 있는 그 말은 꺼내지 못하며 살아간다.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상처를 입게 했던 그 말. 그래서 그가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었을 때 그 마음이 느껴진다. 얼마나 그는 말하고 싶었을까.

사진출처:영화<아이 캔 스피크>

그는 시장통에서 사사건건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하다못해 민재(이제훈)의 동생이 생라면을 먹고 있는 것조차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그 나이에 이제 그다지 필요 없을 것 같은 영어를 그토록 열심히 배우려 한다. 그래서 집안 벽 곳곳에는 영어 문장들이 적혀진 종이들이 붙어 있다. 학원도 다니며 젊은 친구들 사이에 앉아 조금 천천히 해달라고 선생님께 조른다. 결국 학원도 받아주지 않자 그는 구청에 새로 온 9급공무원 민재(이제훈)에게 영어 개인교습을 청한다. 동생이 인연이 되어 옥분을 가르치게 된 민재는 궁금하다. 왜 그가 이렇게 영어를 배우려 하는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옥분이라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하지 못하고 있는 할매를 등장시킨다. 사람들은 그가 하고 있는 많은 말들이 진짜 하고픈 말을 못해서라는 걸 잘 모른다. 그가 영어를 배우려 하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오해한다. 하지만 그 오해가 우리가 가진 많은 편견들에게 비롯됐다는 걸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옥분은 일제강점기에 깊은 상처를 가진 위안부 할머니다. 그 모진 고통을 겪고 돌아왔을 때 그러나 부모조차 그를 반겨주지 않았다. 그가 평생을 입을 다물고 살았던 이유다.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시작하지는 않는다. 가벼운 코미디처럼 접근한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부를 보면 이 영화의 제목처럼 할머니가 영어를 배운다는 그 설정이 가진 휴먼 코미디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 할머니가 하려는 이야기가 점점 진중해지고 무게가 얹어지는 후반부로 가면 관객들로서는 그 둔중하게 다가오는 메시지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지금껏 많은 영화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이 영화만큼 균형 있으면서도 따뜻하게 담은 영화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아이 캔 스피크>라는 제목은 뒤로 갈수록 그 의미가 확장된다. 처음에는 옥분의 끝없는 민원과 영어가 그 목적어처럼 여겨지다가 그가 평생을 숨기고 있던 그 역사의 한 대목이 될 수밖에 없는 상처가 목적어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더 나아가 그것은 그의 삶만이 아니라 꽤 많은 세상의 할 말은 있지만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픈 서민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누구나 하고픈 말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웃다가 뭉클해져 눈물을 흘리다가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되는 이 감정의 파고는 <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하면서도 그 이야기를 그 소재에만 매몰시키지 않고 보다 확장시킨 데서 나오게 되었다. 역사적 실제 사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면서도 그 이야기가 그분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결국은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영화는 그래서 훌륭하게 설득시킨다. 이만큼 감정을 추스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이토록 균형 잡히게 말해주다니. 그러고 보면 이 영화의 제목은 이 영화가 이런 무거운 소재들도 충분히 따뜻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 또한 담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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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화제성 모두 잡은 ‘동상2’, 왜 잘 되나 했더니

일요일 집안 일 도와 달라는 아내와 좀 쉬고 싶은 남편. 그래도 관절이 안 좋은 아내를 위해 툴툴 대며 일어나 물걸레질을 하지만, 어딘지 돕는다기보다는 더 일거리만 만들어놓는 남편과 애써 잔소리를 꾹꾹 누르는 아내. 짐짓 스킨십을 시도했다가 괜스레 민망한 거부의 손길을 당하고 여름휴가 계획으로 낚시를 가자는 남편과 풀빌라가 있는 집으로 가자는 아내. 아마도 이런 서로 다른 남편과 아내의 생각이 부딪치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그 많은 드라마와 콩트 코미디에서 봤을 게다. 하지만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는 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들이 설정이 아니라 실제 부부이고, 그 부부가 다름 아닌 이재명 시장 부부라는 점 때문이다. 

'동상이몽2(사진출처:SBS)'

지난 대선 당시 그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재명 시장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동상이몽2>가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현실 남편 그대로다. 일터에서는 그 누구보다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그이지만 집안에서는 아내에게 구박받기도 하고 때론 구박받을 짓을 하기도 하는 그런 현실 남편. 그 모습이 남편들 입장에서는 200% 공감 가는 지점이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그의 부부생활을 같이 관찰하는 여성 출연자들은 이재명 시장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아내 입장에서 질색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 관찰카메라에 참여한 추자현과 이지애 아나운서는 이재명 시장이 한 행동에 “저러면 아내 입장에서는...”이라는 주석을 연실 달아 놓는다. 그러면 김구라가 마치 남편 입장을 대변이라도 하겠다는 듯 이재명 시장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저 현실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지만, 이런 남편과 아내의 입장을 끄집어내는 스튜디오에서의 설전은 의외로 흥미진진한 남녀 관점 토크의 맛을 낸다. 

이재명 시장 부부의 일상이 현실 부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화제가 되고 있는 추자현과 우효광 부부의 삶은 여성 관찰자들에게 로망이 될 수 있을 만큼의 판타지로 다가온다. 일을 하는 남편의 촬영장을 찾기 위해 100인분의 닭튀김을 직접 만드는 추자현의 모습은 그저 아내의 내조라기보다는 그녀가 어떻게 중국에서 그토록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서 촬영장 스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추자현 옆에서 하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밤에는 힘들었을 아내를 위해 발마사지를 해주는 남편 우효광에게서는 그가 어떻게 그녀의 사랑을 얻었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우효광이 어떤 행동 하나를 할 때마다 스튜디오에서 그것을 관찰하는 남자 패널들은 질색을 하고 대신 여자 패널들은 일제히 로맨틱함에 빠져드는 그 상반된 반응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웃음으로만 끝나는 건 아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남편의 입장과 아내의 입장으로서 같은 상황이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읽어내고 공감하게 된다. 

<동상이몽2>는 그런 점에서 보면 시즌1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재미와 의미까지를 모두 담보하는 형식으로 돌아왔다. 시즌1은 일반인들이 출연한다는 데서 가질 수밖에 없는 리스크가 있었고, 그 관점의 차이도 어쩌면 편집의 차이로 나타난 인위성 같은 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2는 그저 그들의 부부생활을 관찰하며,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를 남녀 관점으로 나누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동상이몽>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자연스럽게 살려내고 있다. 

물론 이런 관찰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구를 관찰하느냐는 점이다. 캐스팅이 사실상 절반 이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이재명 시장 부부나 추자현과 우효광 부부 같은 캐스팅은 신의 한수라고 해도 될 법하다. 이들의 진솔하고 때론 로망을 주는 삶이 소소한 갈등이 가득한 일상 속에서도 저마다의 매력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니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거머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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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사남’, 이런 속물들 보고 있으니 웃기기보다는 씁쓸하다

도대체 누가 죽어야 산다는 얘기일까.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제목은 실로 아리송하다. 그래도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건 이런 속물적인 세상이어서 참으로 살맛이 안 난다는 점이다. 코미디로 포장하고 있지만 웃기기보다는 오히려 씁쓸함이 더 남는 풍경들이 <죽어야 사는 남자>에는 가득 채워져 있다. 

'죽어야 사는 남자(사진출처:MBC)'

35년 만에 딸을 찾으러 온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우리 이름으로 장달구(최민수)는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게 오랜 세월을 혼자 지내게 한 딸 앞이라면 최소한의 부채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달구는 부채감은커녕 딸 앞에서도 당연한 듯 재력을 과시한다. 최고급 스포츠카를 선물하고 명품 옷과 가방 구두를 사서 딸의 집으로 보낸다. 처음 딸을 만난 자리에서도(물론 그건 진짜 딸이 아니었지만) 스포츠카를 넣을 주차장을 위해 그만큼 큰 집을 사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장달구의 딸에 대한 마음보다는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는 듯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가짜 딸이라는 걸 알게 된 이지영B(이소연)는 거기에 대한 원망의 말 한 마디가 없다. 아버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아버지의 재력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자신이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내연관계에 있는 유부남 강호림(신성록)에게 가짜 부부 행세를 하자고 제안한다. 

<죽어야 사는 남자>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렇게 돈 앞에 속물적인 모습을 보인다. 강호림은 자신의 은행에 장달구가 거액의 돈을 유치해준 덕에 지점장의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그 돈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러면 절대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지영B와의 가짜 부부행세를 하는데 합의한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돈이 빠져나가면 그도 같이 나가라는 지점장의 이야기는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라 씁쓸해진다.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인물은 이지영A(강예원)다. 남편인 강호림이 자신을 무시하고, 시댁 식구들이 마치 하녀 부리듯 그녀를 부려먹어도 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눌러가며 그걸 작품으로 승화하겠다고 한다.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는 그 꿈 하나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그녀를 남편과 시댁식구들을 무시하기 일쑤다. 유일하게 그녀를 응원해주는 건 딸과 그녀의 선배 미란(배해선)뿐이다. 

결국 이 모든 소동이 벌어지는 이유는 저 엄청난 재력을 가진 장달구라는 인물 때문이다. 그가 이 현실 속에 들어오게 되자 그들의 숨겨져 왔던 욕망들이 그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니 <죽어야 사는 남자>는 궁극적으로 이런 우리네 세태를 꼬집는 풍자극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웃으면서도 퍽퍽해지는 이상한 고구마의 느낌을 준다. 물론 아마도 이런 고구마는 결국 후반부에서 이지영A가 제 자리를 찾는 그 사이다 전개를 위한 포석일 것이다. 하지만 워낙 그 속물대잔치가 주는 고구마가 강해서인지 이러다간 사이다를 마시기도 전에 물릴 지경이다. 간간이라도 이지영A가 보여주는 사이다 한 모금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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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줍쇼’, 밥 한 끼의 정이 이토록 그리웠던가

제주도에서 엑소와 함께 한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사실 제주도라는 장소도 특별하고 밥 동무로 엑소의 수호와 찬열이 함께 한 점은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모든 특별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이 프로그램이 집중한 건 역시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이었다.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물론 무대에서 보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초인종 앞에서 “저 가순데요.”라며 버벅대는 수호의 모습과, 초능력을 발휘해 문을 열게 해달라는 이경규의 소망과는 달리 누르는 족족 소리가 나지 않는 초인종만 만나게 하는 이상한 능력(?)을 보여준 찬열의 모습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꺼이 문을 열고 푸짐한 한 끼 밥상을 내주는 집에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건 따뜻한 마음으로 뭐든 더 챙겨주시려는 주민분들이었다. 수호와 강호동은 의외의 민물장어 구이와 직접 담가 10년 묵힌 복분자주에 푹 빠져버렸고, 찬열과 이경규는 열무김치와 옥돔구이, 고등어조림 게다가 역시 오래 묵힌 인삼주까지 대접받으며 황송해했다.

사실 어찌 보면 그분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서로 젊은 날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결혼해 가정을 이루며 살아오신 분들의 어찌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며 느껴지는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과 사랑 같은 감정들은 그 곳을 찾은 엑소나 이경규, 강호동도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 그 감정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연거푸 복분자주를 마시며 함께 식사를 내준 분들과 식구 같은 느낌으로 동화되어가는 수호나, 젊은 시절 여자들이 많이 따라 아내분의 마음고생을 좀 시켰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아내를 챙기는 남편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오래된 인삼주를 나누는 찬열은 그래서 그 화려한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따뜻한 밥 한 끼로 나누는 정이 그 어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그들은 보여줬다. 

엑소가 앞에 있는데도 야구팬임을 자청하며 이정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아저씨와 그 아저씨에게 자신이 이종범과 친구라며 이정후가 입던 유니폼을 선물하겠다는 강호동. 그 한 마디에 반색하는 아저씨에게 강호동이 묻는다. 앞으로의 소망이 무엇이냐고. 그러자 이 소박한 부부가 하는 말은 ‘지금처럼만’ 계속 살아가는 거란다. 

칠순의 나이에 지금은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며 설거지를 자신이 도맡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걸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다는 아저씨. 아내분에게 서운한 점은 없냐고 이경규가 묻자, 그녀는 “서운한 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이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부족할 것 없는 행복이라는 것. 

아마도 이런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한끼줍쇼>에 시선을 빼앗기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제주도까지 가서도 또 엑소 같은 대형 스타가 밥 동무로 들어와도 <한끼줍쇼>에서 주목되는 건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소박한 삶이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밥 한 끼의 정이 이토록 그리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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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김수현, 영화 홍보 한 마디 없이도 빛난 게스트의 정석

말 한 마디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결과. 아마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동력이 아닐까. 하하가 자신의 인맥 자랑을 하다 우연히 김수현과 통화하게 된 자리에서, 볼링이 준프로급이라는 이야기에 “언제 볼링 한 번 치자”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본래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 특집의 일환으로 뗏목으로 한강 종주하는 미션에 도전하려 했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무산되자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김수현과의 볼링 대결이었던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결과적으로 보면 이 김수현 출연은 뗏목으로 한강 종주하는 그 미션 수행보다 더 성공적인 재미를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무한도전> 출연으로 인해 김수현에 ‘입덕’했다는 이야기들이 솔솔 피어난다. 잘 생겼지만 어딘지 빈 구석도 내보이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김수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반응이 나오게 된 건 그가 단지 잘생겨서만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구처럼 ‘강원도 사투리’의 억양으로 말하는 모습이 우스워서만도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했던 건 그가 흔히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스트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스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때면 그 대부분의 목적은 ‘홍보’가 되기 십상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신보를 발매했거나 아니면 드라마 방영이 임박했을 때 그 출연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적당히 재미를 선사하면서 자신들이 하는 프로젝트를 홍보한다. 이것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그들의 홍보용 멘트를 지원하기도 한다. 

김수현 역시 최근 영화를 찍었다. 오는 28일 방영 예정인 <리얼>이 그 영화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그날의 목적인 볼링에만 집중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레인에 가랑이를 벌리고 서고 그 안으로 볼을 굴려 스트라이크를 잡는 묘기를 선사하기도 하고, 무려 50점을 접어주고도 거뜬히 이기는 프로 수준의 실력을 과시했다. 

의외의 웃음을 주는 모습도 보여줬는데, 그것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생긴 웃음이었다. 강원도 사투리는 잘 생긴 이 청년에 ‘빙구’ 이미지를 덧붙여줬는데, 그 사투리 억양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 겨울 내내 강원도 스키장에서 보내다 보니 생긴 습관이라고 했다. 의외로 구성진 그 억양을 <무한도전> 멤버들은 베테랑답게 놓치지 않고 집어내어 캐릭터화했다.

던져 놓고 결과를 보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는 이른바 ‘노룩패스’ 역시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어서 더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실 볼링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레인을 확인하는 프로들이 스플릿으로 남은 핀을 대충 스페어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보여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공항 ‘노룩패스’가 화제가 되면서 이 장면 하나 역시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김수현은 전화통화로 그저 지나가듯 한 말이지만 그 약속을 지켰고 방송에 나와서는 그 목적에 부응하는 볼링에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또 한류스타라기보다는 동네의 친한 동생 같은 살가움도 보여줬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보이는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덧붙여졌지만 그 안에는 어떤 의도나 부자연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영화 홍보 한 마디 없이, 프로그램에만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라니. 시청자들이 기분 좋은 게스트의 정석을 그에게서 발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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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미래예능연구소, 어째서 미래가 잘 안보였을까

이건 현 예능에 대한 고도의 비판인가 아니면 그저 안이한 기획의 결과인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새로이 시작한 ‘미래예능연구소’ 특집은 한 공간에 11명의 피실험자들을 모아놓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그들을 관찰하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미래의 웃음을 연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특별한 그 실험 상황 속에서 저마다 드러내는 본능과 속내를 관찰하는 쪽에 더 무게중심이 실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별것도 아닐 수 있는 이름 대신 사용될 1번부터 11번까지의 등번호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출연자들은 신경전을 벌였다. 그것이 향후 서열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 때문이었다. 서열을 정하기 위해 한바탕 벌인 닭싸움에서는 연합과 배신이 계속 이어졌다. 이른바 땅꼬마 유니언으로 연합한 하하, 양세형, 딘딘, 유병재가 그 연합과 배신의 주역들이었으나 그들이 급기야는 서로 싸우기 시작하면서 가만히 멍하게 서 있기만 했던 크러쉬가 1번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어진 건 피, 땀, 눈물을 모으는 미션. 이 미션에는 100만원의 참가비가 걸려 있었다. 저마다 땀을 흘리기 위해 운동을 하고 감정을 짜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역시 이어진 건 난투극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저녁 시간대에 땀과 눈물을 모으는 미션은 자칫 시청자들이 보기에 불편한 장면들일 수 있었다. 웃음을 위해 시도하는 미션들이었지만 그래서 억지로 짜내는 땀과 눈물은 웃음마저도 너무 억지로 짜낸 듯한 인상을 주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미션은 ‘먹방의 효과’에 대한 실험이었다. 즉 짜장면을 먹는 먹방을 보고는 짜장면 앞에서 30분을 먹지 않고 버티면 전원이 음식을 제공받는 미션이었지만, 모두가 예상했을 것처럼 이기주의가 미션을 망치고 순식간에 짜장면이 사라져버리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그 이기주의의 주인공은 역시 누구나 쉽게 예상했을 박명수였다. 

그리고 반복된 김치찜, 라면을 두고 벌어지는 먹방 실험. 하지만 실험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한 번 무너져버린 신뢰는 더 쉽게 무너졌다. 나중에는 그 뜨거운 라면을 냄비째 들고 뛰고 맨 손으로 집는 등의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장면도 이어졌다. 배정남의 반전 배신이 웃음을 주었지만 미션 자체는 그리 신선한 느낌이 없었다. 그건 결국 ‘미래예능연구’라는 포장을 했을 뿐, 또 다른 먹방처럼 느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미래예능연구소 특집의 첫 번째 방영분만을 두고 보면 ‘서열게임’, ‘땀, 눈물 짜내기’, ‘먹방 게임’이 그 내용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소재는 ‘미래예능’이라고 붙이기에는 너무나 과거 예능들의 반복이 아닐까. 늘 게임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놓는 미션들이 바로 이 서열게임이고 억지상황에 땀과 눈물 짜내기이며 먹방이 아닌가. 

물론 후반부에 어떤 반전이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러한 ‘과거 예능’들의 식상함을 오히려 비판하고 풍자하기 위한 밑그림이 전반부의 내용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몇 회에 나뉘어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그 회차분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한 내용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적어도 이번 미래예능연구소 특집의 전반부는 제목이 만들어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래예능연구소’라고 했지만 미래보다 과거의 반복이 더 많이 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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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뀌니 ‘SNL 코리아’도 이렇게 바뀌네

“이렇게 정치가 이런 개그의 소재가 되고 하는 게 참 좋아요.” 자신을 찾은 문재수(김민교)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선거유세를 하는 도중에 있었던 일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9]에서는 대선을 소재로 한 코너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으로 각 대선후보들을 캐릭터화한 풍자코너를 방영중이다. 홍준표를 패러디한 레드준표, 유승민을 패러디한 유목민 그리고 안철수를 패러디한 안찰스도 모두 실제 후보들을 찾아가 당시 대선 주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선거 유세를 하던 당시라 이런 패러디 캐릭터들은 화제가 될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이 이들과 나란히 서서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은 달라진 정치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 국민들은 훨씬 더 친근한 정치인을 원하고 더 가까이서 소통하고 싶어 한다. 서민들의 웃음을 주는 존재로서 예능인들만큼 친숙한 이들이 있을까. 그래서 대선주자들도 모두 이들과 한 자리에 서는 것이 너무나 기꺼운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렇게 [SNL 코리아9]에 의해 담겨진 그 모습에서 특히 문재인 당시 후보가 문재수 캐릭터와 함께 나누는 대화가 인상 깊다. 정치가 개그의 소재가 되는 게 참 좋다는 그 말에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재수가 “영광이고요. 저는 5년 전부터 문재인 후보님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하자 문재인 당시 후보는 “문재인 역할도 재수입니까?”라는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자신이 과거에도 재수를 했었고 대통령 도전도 재수라는 점을 문재수라는 캐릭터에 빗대 던진 농담. 얼마나 웃긴가를 떠나 그렇게 웃음을 주려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런 장면은 격세지감이다. 과거 몇 년 간 [SNL 코리아]가 겪었던 부침을 떠올려 보라. 지난 국정농단 사태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CJ그룹이 박근혜 정권의 눈밖에 나게 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프로그램이 바로 [SNL 코리아]였다.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패러디했던 그 대목이 심기를 건드렸다고 했다. 결국 그 코너는 사라졌고, [SNL 코리아]에서도 시사 풍자 소재는 더 이상 다뤄지지 않았다. 

시사 풍자와 19금 코미디의 균형 있는 조화가 [SNL 코리아]가 가진 중요한 특성이었던 점을 떠올려보면 어째서 이 프로그램이 한동안 성적 농담으로만 가득 채워지면서 혹평을 받았는가 하는 점은 지금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시사 풍자라는 한쪽 날개를 읽어버린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어쩔 수 없이 반복하게 되자 또 다른 문제들까지 겹쳐지기 시작했으니까. 어떻게든 떠나는 시청자를 잡으려는 안간힘은 무리수를 만들었고 그것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표현에 있어서 자유가 보장되는 일은 그 사회가 가진 숨통을 틔워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표현의 자유는 가감 없는 비판을 가능하게 하고 그런 분위기는 권력의 독주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이 문화의 순기능이다. 그것을 막으면 결국 소통은 단절되고 밀실이 부활하게 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SNL 코리아]가 보여준 대통령과 대선주자들의 출연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문재수를 패러디한 김민교는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이렇게 물었다. “국민들이 웃을 수 있는 나라 만들어 주실 거죠?” 그리고 지금 새로운 정부를 이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 그럼요.”하고 선선히 답했다. [SNL 코리아]의 시사풍자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나아가 그것을 하나의 웃음으로서 정치인들 역시 즐길 수 있는 풍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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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비하 논란이 촉발한 웃음의 타자 민감성 

그 때는 그냥 넘어갔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최근 <웃찾사>의 홍현희가 한 흑인 분장 개그에 대한 설전과 논란은 웃음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인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웃찾사(사진출처:SBS)'

인종을 놀리는 일이 전혀 웃기는 일이 아니며 한심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샘 해밍턴의 문제제기는 즉각적인 대중들의 반응을 일으켰다. 사실 그 개그를 보며 어딘가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한 느낌을 가졌던 시청자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 그럼에도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던 것을 끄집어냄으로써, 그것이 사실은 과거에도 그리고 버젓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웃찾사> 측은 즉시 사과하고 해당 영상 삭제조치까지 했다. 즉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암시한다. 샘 해밍턴의 공개적인 비판에 황현희가 나서 그 지적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건 이 문제가 향후 개그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고하는 일이었다.

황현희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 같은 사안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는 샘 해밍턴의 비판이 “단순히 분장한 모습을 흑인비하로 몰아가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지금껏 즐겨왔던 영구, 맹구 같은 캐릭터들 역시 “자폐아들에 대한 비하”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밝혔다. 

“시커먼스라는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개그”가 있었으며 그것 역시 “흑인비하”인 것인가 하고 되물었고 나아가 샘 해밍턴이 출연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여유롭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물론 황현희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한 건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강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황현희 역시 이렇게 개그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은 것처럼 치부되었지만(물론 시커먼스는 과거에도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지금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실제로 황현희의 말대로 과거 개그프로그램들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외모 비하 개그나 가학성이 짙은 개그 때로는 집단 괴롭힘이 깔려있는 개그 같은 것들이 “웃음을 준다”는 대전제 아래 용인되곤 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비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드러낸 건 웃음에 있어서도 타인을 비하하거나 그 고통을 희화화하는 방식은 더 이상 웃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비록 그 희화화의 대상이 소수이고 그걸 보고 웃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해도 그 소수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식이 다수에게도 똑같이 느껴질 때 그것은 더 이상 웃음이 될 수 없다.

과거에는 아무 문제가 안됐는데 왜 지금은 문제가 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과거에도 또 지금도 문제라는 것. 다만 과거에는 그것을 문제로 공감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많은 이들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진행도중 불거진 송해의 아동 성추행 논란 역시 이 연장선이다. 과거에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의 고추를 만지는 일이 실제로 그저 장난처럼 치부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런 행위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이 사안은 지금까지 해오던 많은 개그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자에 대한 훨씬 민감한 시선을 개그, 나아가 예능 프로그램에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것. 과거에는 웃음을 준다는 대전제 하에 용인됐던 많은 문젯거리들이 이제는 그 문제들 때문에 더 이상 웃을 수 없다는 대중들의 의식 있는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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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도'의 명성은 공짜로 얻은 게 아니었다

예능의 신이 도와준 건 아닐까. 바닥에 떨어진 배드민턴 셔틀콕을 박명수가 채로 상대편 쪽으로 보낼 때 마침 얼굴에 땀을 닦던 전진의 손에 정확히 그 셔틀콕이 들어가는 장면은 마치 영상을 거꾸로 돌린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이미 인터넷에 레전드 짤방으로 유명해진 이 기적 같은 장면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폭설이 내린 강원도에서 끝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어느 할머니집의 제설작업을 하다 장난삼아 빈 생수병을 주먹으로 되받아쳤는데 그게 하필이면 지붕을 타고 길의 머리에 똑 떨어지는 장면은 또 어떻고. 흔히들 ‘예능의 신’이 강림하셨다는 표현이 무색한 장면이다. MBC <무한도전>이 가진 7주간의 방학 그 마지막으로 방영된 ‘몸 개그’ 특집은 실로 예능인들이라면 누구나 혀를 내두를 기막힌 장면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졌다. 

너무 의도한 것처럼 보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저 운에만 맡길 수도 없는 상황. 이전에 다른 출연자가 의외의 몸 개그로 빵빵 터트리고 나면 더더욱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몸 개그는 그래서 그저 넘어지고 엎어지고 물에 빠지고 뒹구는 것만으로 웃음을 주는 그런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의도를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몸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상황 자체에 몰입함으로써 겨우 얻어낼 수 있는 웃음의 방법이다. 

‘춘향뎐’ 특집에서 그네를 타다 물속으로 넘어지고 엎어지는 장면으로 웃음을 주는 일종의 ‘몸 개그 대결’에서 정준하가 그네를 탈 때의 몸 개그는 그저 우연의 결과가 아니었다. 정준하가 발을 밑으로 내려 물통에 걸리게 하려 준비하는 장면은 다시금 ‘몸 개그 특집’을 통해 보며 유재석이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그저 지나쳤을 장면이다. 그만큼 어떻게 하면 웃음을 줄 것인가를 그들이 매번 고민했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진짜 ‘예능의 신’이 도와줘 전혀 의도치 않은 장면들이 속출하며 빵빵 터지는 날도 있었겠지만, 그것 역시 어찌 보면 그들의 웃음에 대한 집착과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다. 예를 들어 시청자가 뽑은 몸 개그 레전드 1위에 등극한 ‘모내기 특집’에서 논두렁 위를 달리는 장면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그 미끄러운 논두렁을 아예 대놓고 몸 개그 판으로 생각하며 뛰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명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에서 생수병이 마치 당구라도 치듯이 툭툭 날아다니다가 길의 머리 위에 똑 떨어져 웃음을 주는 그 장면 역시, 그들이 애써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위해 제설작업에 나서는 훈훈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장면이 아닌가. 그러니 몸 개그가 탄생하는 걸 그저 우연이거나 너무 쉽게 의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게다. 그건 웃음을 주기 위해 뭐든 하겠다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진심이 먼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고, 그 위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고 또 뛰는 노력이 얹어져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11년을 달려왔던 <무한도전>은 최근 7주간의 꿀 같은 방학을 보냈다. 그 7주 중 4주간 방영된 레전드 특집들은 <무한도전>이 왜 그 같은 방학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를 충분히 입증해주었다. 온 몸으로 뛰었던 웃음을 위한 헌신. <무한도전>의 현재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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