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무도'의 명성은 공짜로 얻은 게 아니었다

예능의 신이 도와준 건 아닐까. 바닥에 떨어진 배드민턴 셔틀콕을 박명수가 채로 상대편 쪽으로 보낼 때 마침 얼굴에 땀을 닦던 전진의 손에 정확히 그 셔틀콕이 들어가는 장면은 마치 영상을 거꾸로 돌린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이미 인터넷에 레전드 짤방으로 유명해진 이 기적 같은 장면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폭설이 내린 강원도에서 끝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어느 할머니집의 제설작업을 하다 장난삼아 빈 생수병을 주먹으로 되받아쳤는데 그게 하필이면 지붕을 타고 길의 머리에 똑 떨어지는 장면은 또 어떻고. 흔히들 ‘예능의 신’이 강림하셨다는 표현이 무색한 장면이다. MBC <무한도전>이 가진 7주간의 방학 그 마지막으로 방영된 ‘몸 개그’ 특집은 실로 예능인들이라면 누구나 혀를 내두를 기막힌 장면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졌다. 

너무 의도한 것처럼 보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저 운에만 맡길 수도 없는 상황. 이전에 다른 출연자가 의외의 몸 개그로 빵빵 터트리고 나면 더더욱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몸 개그는 그래서 그저 넘어지고 엎어지고 물에 빠지고 뒹구는 것만으로 웃음을 주는 그런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의도를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몸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상황 자체에 몰입함으로써 겨우 얻어낼 수 있는 웃음의 방법이다. 

‘춘향뎐’ 특집에서 그네를 타다 물속으로 넘어지고 엎어지는 장면으로 웃음을 주는 일종의 ‘몸 개그 대결’에서 정준하가 그네를 탈 때의 몸 개그는 그저 우연의 결과가 아니었다. 정준하가 발을 밑으로 내려 물통에 걸리게 하려 준비하는 장면은 다시금 ‘몸 개그 특집’을 통해 보며 유재석이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그저 지나쳤을 장면이다. 그만큼 어떻게 하면 웃음을 줄 것인가를 그들이 매번 고민했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진짜 ‘예능의 신’이 도와줘 전혀 의도치 않은 장면들이 속출하며 빵빵 터지는 날도 있었겠지만, 그것 역시 어찌 보면 그들의 웃음에 대한 집착과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다. 예를 들어 시청자가 뽑은 몸 개그 레전드 1위에 등극한 ‘모내기 특집’에서 논두렁 위를 달리는 장면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그 미끄러운 논두렁을 아예 대놓고 몸 개그 판으로 생각하며 뛰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명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에서 생수병이 마치 당구라도 치듯이 툭툭 날아다니다가 길의 머리 위에 똑 떨어져 웃음을 주는 그 장면 역시, 그들이 애써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위해 제설작업에 나서는 훈훈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장면이 아닌가. 그러니 몸 개그가 탄생하는 걸 그저 우연이거나 너무 쉽게 의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게다. 그건 웃음을 주기 위해 뭐든 하겠다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진심이 먼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고, 그 위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고 또 뛰는 노력이 얹어져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11년을 달려왔던 <무한도전>은 최근 7주간의 꿀 같은 방학을 보냈다. 그 7주 중 4주간 방영된 레전드 특집들은 <무한도전>이 왜 그 같은 방학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를 충분히 입증해주었다. 온 몸으로 뛰었던 웃음을 위한 헌신. <무한도전>의 현재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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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잠깐 출연해 따뜻함 남긴 최불암과 김주혁

잠깐 출연했지만 남은 잔향은 그 어느 때보다 짙다. 그저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그런 반가운 얼굴들. 설 명절을 맞아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보게 된 최불암과 김주혁이 그들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설빔이라고 기상천외한 옷들과 분장을 한 채 런웨이를 끝내고 명절에 걸 맞는 ‘세배 미션’이 복불복으로 주어졌을 때 마침 <한국인의 밥상> 내레이션 녹화를 위해 KBS에 들어가고 계신 최불암 선생님을 본 <1박2일> 멤버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쪼르르 달려가 반갑게 선생님을 맞았다. 

<제빵왕 김탁구>에 나온 동구에게 “너 빵 아니냐”고 던지는 말 한 마디에 빵 터지면서도 어떤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최불암은 곧바로 김종민에게 대상 탄 것에 대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잠깐 함께 해달라는 PD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하고 김종민의 대상에 대해 재차 의미 있는 말 한 마디를 덧붙인다. 

머리를 써서 받는 상이 아니라 성실함을 인정해주는 이런 상이 진짜 대상이라는 것. 그러자 짓궂게도 그런 김종민을 바보로 몰아세우자 최불암은 그가 머리를 안 쓰는 건 “겸손”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 ‘성실함’이란 현재 <한국인의 밥상>을 꾸준히 해온 최불암 본인이 해온 삶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출연자들의 농담은 이처럼 최불암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섞여 정겨워졌다. 

아마도 전국을 돌며 그 곳의 그 때 나는 먹을거리와 요리들 그리고 그 고장의 독특한 문화까지 소개해주는 <한국인의 밥상>은 여러모로 <1박2일>과 닮은 면이 많을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이 여타의 음식 프로그램들과 사뭇 달랐던 건 몸소 현장을 직접 뛰어다닌 그 성실함과 그래서 프로그램에 제대로 얹어진 최불암 특유의 구수함과 훈훈함이다. 

물론 <1박2일>은 더 오랜 세월 방영되고 있지만 지금의 멤버들은 오히려 최불암의 이런 모습에서 배울 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1박2일>이 남달랐던 것 역시 그저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어떤 따뜻함을 주는 웃음이었다는 걸 새삼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파-”하는 그 웃음이 사실은 <전원일기>를 찍을 때 옆방에 계신 노모를 생각해 소리를 가리려는 배려에서 나온 것처럼.

한편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영원한 구탱이형 김주혁 역시 그가 <1박2일>을 통해 부여한 온기가 최불암과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늘 동생들을 생각하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1박2일>을 챙겨봤다는 김주혁. 영화 <공조> 인터뷰를 하면서 <1박2일> 홍보만 잔뜩 했다는 역시 어딘가 허당기가 있어보여도 정이 느껴지는 그런 인물이다. 

늘 이기기보다는 지는 쪽을 보여준 ‘꽝 손’이었지만 그래서 <1박2일>에 인간적인 느낌을 부여했던 그가 아닌가. 다시 한 번 출연해달라는 말에 “마음이 반반”이라고 솔직히 밝히면서 그는 “(영화) 홍보가 아니라 진짜”로 한 번 출연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가 <1박2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잘 보여준 대목이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최불암과 김주혁은 <1박2일>이 추구해야할 웃음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그간 <1박2일>의 원동력이었던 그 웃음은 다름 아닌 ‘인간미’가 묻어나는 따뜻한 정이 있는 웃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트렌드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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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이 하니 다르네, 속시원한 풍자극 <김과장>

왜 하필 경리과장일까. 드라마에서 경리라는 직책은 어떤 사건의 보조적인 인물 정도였던 게 사실이다. 드라마로서 그다지 판타지를 줄만한 요소가 없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KBS 새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아예 대놓고 TQ그룹 경리과장이 된 김성룡(남궁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김과장(사진출처:KBS)'

그가 그 자리에 들어오게 된 건 그 자리를 지키던 경리과장이 자살을 기도했기 때문이다. TQ그룹의 회계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는 협박을 받았고 결국 자신으로서 모든 걸 덮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다. TQ그룹의 비리는 그래서 그 일개 경리과장의 사적 비리로 치부된다. 그가 떠나간 빈자리에 채용된 김성룡은 자신 역시 회사에서 이용되다 버려질 운명이라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하지만 TQ그룹 역시 이 새로 온 김과장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 있다. TQ그룹의 재무이사인 서율(준호)은 새로 올 김과장이 군산에서 조폭사장의 경리 일을 해주면서 적당히 삥땅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덴마크 이민을 준비하는 적당히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걸 간파하고 그 사실을 이용해 그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하지만 김과장은 그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그려내려는 속 시원한 사이다 풍자극의 핵심이니까. 

결국 이 드라마가 경리과장을 주인공으로 세우려는 뜻은,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비리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기업의 돈이 오고가는 곳. 그 곳에서 빚어지는 많은 비리들과 그걸 몇몇 희생자를 만들어 덮으려는 기업의 음모. 우리네 현실의 많은 문제들은 결국 그 돈의 잘못된 흐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김과장>은 기업의 회계 비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드러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주인공이 검사가 아니라 그 자리에 오게 된 김성룡이라는 경리과장이다. 이 선택은 이 드라마가 사회 비리에 대항하는 사이다 드라마를 지향하면서도 그 방식으로서 유쾌하고 코믹한 풍자극을 지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무거울 수 있는 스토리는 그래서 김과장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코믹함으로 한껏 가벼워진다. 한편에서는 회사의 모든 비리를 한 몸에 떠안은 채 나무에 목을 매는 비정한 무게감이 드리워지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TQ그룹의 경리과장 자리에 들어오기 위해 면접관들 앞에서 눈물의 연기를 선보이는 김과장의 모습은 과장된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건 김과장의 진지함을 숨긴 채 한껏 무너지고 망가지며 가벼운 면면들을 드러내는 과장된 코믹함으로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남궁민의 연기다. 이미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주고는 또 이와는 정반대 이미지의 코믹한 캐릭터를 SBS <미녀 공심이>에서 선보여 확실한 연기파 배우의 면면을 세운 그다. 

이번 <김과장>의 과장된 코믹 캐릭터는 이제 남궁민이 다양한 연기의 결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믿고 보는 연기자가 됐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자칫 잘못하면 엉성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그는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기대하고 지지하게 만드는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다. 그로 인해 <김과장>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속 시원히 건드려주는 풍자 사이다 드라마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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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3’의 진짜 힘, 그냥 웃음 아닌 훈훈한 웃음

게임이긴 한데 어딘지 예능초보자들을 슬슬 밀어주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예능초보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서 이기고 때로는 당황하는 상황을 만나 의외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그 예능초보자들을 슬슬 밀어주는 이들은 다름 아닌 예능선수들이다. KBS <1박2일> 시절부터 오랜 호흡을 맞춰 눈치만 봐도 상황파악을 하는 그들이니 예능초보자들 몇 명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데 게임에서 이런 느낌이 묻어나는 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이 괜스레 훈훈해진다. 밥 한 끼가 걸린 게임에서 초보자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게 하려는 ‘선수들’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tvN <신서유기3>가 여타의 게임 예능들과는 다른 지점이다. 

'신서유기3(사진출처:tvN)'

그 예능초보자들은 다름 아닌 이 <신서유기3>에 게스트격으로 들어온 규현과 송민호이고, 선수들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을 비롯해 이미 이전 <신서유기> 시즌에서 합을 맞췄던 안재현이 그들이다. 여러 종류의 과일을 각자 지켜내는 아침밥이 걸린 미션은 새로 들어온 규현과 송민호에게는 이 신세계가 주는 당혹감의 연속이었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미친 자들’이 미션에 승리하기 위해 뭐든 하는 세계에서 “뭐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하고 생각할 수 있는 행동들이 새벽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치러진 미션의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그 승리자는 선수들이 아니라 초보자들이다. 규현은 끝내 무시당하며 냄새 난다고 방치된 두리안을 챙겼고, 송민호는 시작부터 그가 숨겼다 생각한 자몽을 수차례 선수들에게 들켰지만 그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그걸 모른 척 했다. 막내는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형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다음 날 산과 강으로 나뉘어진 투어를 놓고 벌인 탁구 대회에서도 그 주역은 역시 규현과 송민호였다. 예전 <1박2일> 시절의 저질탁구를 연상케 하는 그 게임에서 당연히 이길 것처럼 보였던 규현이 오히려 송민호에게 지는 그 과정을 보면 이 선수들이 얼마나 게임에 능통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는 막내들이 하지만 경기를 만드는 건 선수들이었다. 이수근은 특유의 황당한 스포츠 캐스터 역할을 하며 깨알같은 웃음을 만들어냈고, 강호동은 자기 팀인 송민호에게 “지면 죽는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그가 이길 때면 “스웨그”를 외쳐 응원을 하면서 경기를 더 긴장감 있게 만들었다. 별 것도 아닌 저질 탁구일 수 있었지만 이 예능 선수들이 보이는 리액션은 이 경기에 대한 몰입을 가능하게 해줬던 것. 

이건 <신서유기3>가 이전과는 달라진 새로운 면면들이다. 물론 시즌2에서도 안재현을 대놓고 밀어주는 모습들이 등장했지만 이번 시즌3는 그런 점들이 더더욱 부각됐다. 이 예능 선수들은 이미 시즌1을 통해 자신들의 캐릭터를 명확히 세워둔 바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새로운 멤버들을 앞에 세우고 그들을 밀고 당김으로써 <신서유기>의 새로운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서유기3>가 가진 새로운 전략은 그저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점철된 예능이 아니라 어딘지 훈훈한 웃음을 안겨주는 예능으로 이 프로그램에 온기를 부여한다. 이수근은 본래 빈자리를 채워주는 위치에 서 있던 인물이지만 강호동이나 은지원처럼 늘 프로그램의 전면에 있던 이들이 한 걸음 뒤쪽으로 물러나 새로 온 이들을 챙기는 모습은 이들이 이제 예능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고 또 자신들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우리는 지난 시즌의 안재현에 이어 이번 시즌의 규현과 송민호의 새로운 매력들을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또한 확인하게 된 건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이라는 오래도록 함께 예능을 해왔던 그들이 보여주는 기막힌 호흡이다. 어디서 어떤 포인트에서 웃음이 나오고 또 어떤 것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인다. 덕분에 <신서유기3>는 한층 더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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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할 땐 짠? <인생술집> 의도는 알겠는데 딜레마는

 

tvN <인생술집>은 대놓고 음주방송이다. 한 몇 년 만 시간을 되돌려보면 이런 음주방송이 지금 버젓이 나가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음주방송과 연관된 단어들은 물의’, ‘논란’, ‘하차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타개하신 라디오 DJ 이종환도 과거 음주방송을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고 <컬투쇼>의 정찬우도 한때 음주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후 사과를 한 바 있다.

 

'인생술집(사진출처:tvN)'

물론 이러한 음주방송과 <인생술집>의 음주방송은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음주방송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술집>이 음주방송을 내걸은 데는 그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 게스트가 등장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이 프로그램이 연남동 밤거리를 스케치하며 깔아놓는 내레이션처럼, 하루의 피곤함을 위로하기 위해 드는 술잔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원이 게스트로 출연한 3회에서 신동엽이 건배사 같은 게 있냐고 묻자 그저 !”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란 표현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인생술집이라는 네 자를 가지고 그녀는 인생 뭐 있어? 생각 좀 그만 해. 술이 앞에 있잖아. 집중!”이라는 재치 있는 사행시를 선보였다. 그녀가 건배사로 말한 !”과 사행시의 정서는 묘하게 어울린다.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일반인들의 술자리 이야기에서 여성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혼자인 처지와 사랑, 결혼 등을 말한다. 그러면서 하며 함께 술을 마시면서 한 여성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이 짠이 정말 짠해서 짠이 아니고 기분 좋은 짠이었으면 좋겠다.” 짠할 땐 짠. 아마도 이 여성이 말하고 있는 이 부분은 음주방송을 내거는 과감함을 통해서라도 <인생술집>이 추구하려는 바일 것이다. 힘겨운 현실에 위로가 되는 짠! 그래서 술집앞에 인생이라는 무게 있는 단어를 달았을 테니.

 

하지만 중요한 건 <인생술집>은 결국 재미를 줘야 하는 방송이고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재미는 웃음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어떤 따뜻함이나 호감을 통해 갖게 되는 즐거움, 때로는 그 시간의 흥취가 주는 포만감 등등. 재미 요소는 웃음 이외에도 많다.

 

게다가 음주방송이라는 걸 내걸었기 때문에 <인생술집>은 그저 희희낙락하는 모습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그건 자칫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보다는 출연자 자신들이 즐기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 물론 그 모습이 시청자들까지 즐겁게 만든다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위로가 아닌 소외감 같은 걸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인생술집>은 술 한 잔이 경계심을 허물어내는 그 순간을 통해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걸 추구하지만, 음주방송이라는 지점은 어떤 면에서는 더더욱 조심스러워지는 딜레마를 만든다. 너무 재밌게 노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이 어딘지 과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래서 술을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는 인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때때로 무거워진다.

 

이것은 <인생술집>의 음주방송이 허락되는 지점이 갖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마음껏 마셔도 된다고는 하지만 그만큼의 재미와 의미가 곁들여지지 않으면 자칫 비난받기도 쉬운 아슬아슬한 지점에 <인생술집>은 서 있다. 그래서 방송은 그저 자연스럽게 게스트를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술 마시기 전에 술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항상 신동엽은 자주 하는 건배사를 물으며 적당한 시점(?)이 되면 노래를 권한다. 그건 일종의 방송의 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틀을 음주를 통해서라도 깨려는 의도 사이에서 제작진이 어떤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도는 나쁘지 않다. 결국 술에 취하기보다는 사람에 취하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것처럼 음주 자체보다 그 분위기와 흥취에서 나오는 진솔함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의도는 어떤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때론 왜곡될 위험성도 있다. <인생술집>은 그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방송을 펼쳐나가지 못한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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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과 도경수가 <>의 신파를 살려낸 비결

 

한 마디로 말해 영화 <>은 신파다. 경기 도중 충격으로 시력을 잃은 동생과 말기 췌장암 선고로 죽어가는 형. 배다른 형제의 브로맨스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짠하다. 애증으로 시작하던 형제 관계가 차츰 애정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먹먹함으로 이어지는 그 감정의 파고를 만든 건 바로 이 신파적 설정이 큰 몫을 차지한다.

 

사진출처:영화<형>

하지만 이 눈물 빼는 영화가 90%를 눈물로 채우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으로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형 고두식 역할로 나오는 조정석과 동생 고두영 역할의 도경수는 그 신파적 눈물과 비극을 뒤집는 코미디의 밀당을 가능하게 한 장본인들이다. 여기에 유도 국가대표 코치로 등장하는 수현 역할의 박신혜와 깨알 같은 따뜻한 웃음을 전해주는 대창 역할의 김강현은 시종일관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하고 때로는 뭉클하게 만든다.

 

사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의 신선함 같은 건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다만 그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살려내고 신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는 영화를 헤어나올 수 있게 해주는 건 배우들이다. 놀라운 건 이 영화는 온전히 조정석, 도경수, 박신혜 그리고 김강현 네 배우가 거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그 중심점에 조정석이 있다. 이미 SBS <질투의 화신>을 통해, 아니 훨씬 이전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로 등장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낼 때부터 조정석은 희비극이 뒤섞인 연기의 정점에 올라 있었다. 그는 자신이 비극적 상황에서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보는 관객들을 웃기는 놀라운 재주를 가졌다. 즉 상황은 비극이지만 보는 이들은 희극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힘. 찰리 채플린이 얘기했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그 얘기가 떠오르는 배우다.

 

<>에서도 조정석은 단연 빛난다. 교도소에서 가출소된 껄렁껄렁하고 욕쟁이인 이 형이 동생을 대하는 모습은 한 마디로 까칠하면서도 인간적인 애정 같은 것이 느껴진다. 장님이 된 동생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그 형의 시선은 그래서 영화 초중반을 눈물보다는 웃음을 채워 넣어준 이유다. 브로맨스의 츤데레를 보는 듯 조정석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생을 툭툭 건드리며 웃기다가 어느 순간 마치 둑이 터지듯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를 보여준다.

 

도경수는 <괜찮아 사랑이야>나 영화 <카트>를 통해 보여줬던 그 진지함으로 <>이 가진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적 공기를 채워준다. 조정석이 시종일관 웃음을 줄 수 있게 된 건 바로 이 도경수가 만들어내는 비극적 정조가 어떤 긴장감을 만들어 그걸 살짝 뒤트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질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은 일종의 정해진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영화를 통해 대단한 상상력이나 혹은 삶에 대한 놀라운 시각 같은 걸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떤 감정적 위로와 위안이 절실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 어떤 따뜻한 웃음과 눈물이 주는 효용가치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조정석과 도경수의 연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즐겁게 해주는 힘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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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조정석, 가슴으로 웃기더니 가슴으로 울리네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SBS <질투의 화신>에서 이화신 역할을 연기하는 조정석 얘기다. 유방암에 걸린 남자주인공이라니. 드라마에서 그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가슴을 내주는(?) 통에 민망했을 법한 그 연기를 참으로 천연덕스럽게 해내는 조정석은 역시 코미디 연기에 있어서 놀라운 섬세함을 보여줬다. 여성 전문과를 기웃대는 이화신이라는 캐릭터의 그 창피함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면서도 동시에 처절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이처럼 떼를 쓰는 그 면면들을 조정석은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그래서 <질투의 화신>이 초반부 그려내던 그 포복절도의 코미디는 다름 아닌 이 조정석의 디테일한 연기에 상당한 지분을 빚지게 되었다. 여성 전문과에서 이화신과 나란히 수술을 받고 같은 병동에 누운 표나리(공효진)가 남녀의 차이를 뛰어넘어 같은 암 동지로서 동병상련의 공감대를 갖게 되는 장면들은 이 드라마 특유의 웃음을 주면서 또 조금씩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 초반의 유방암 설정이 웃음에서 자연스럽게 멜로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만의 비밀로 싹트게 된 친밀감.

 

하지만 이미 절친인 고정원(고경표)과 가깝게 된 표나리를 멀찍이서 바라보며 가슴앓이만 하는 이화신은 짠 내나는 캐릭터가 된다. 유방암으로 아픈 가슴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가슴앓이가 더 아픈 캐릭터.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친구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이화신을 연기하는 조정석은 그러나 그저 눈물 짜는 캐릭터로 이화신을 만들지 않는다. 마치 아이처럼 투정부리고 찌질하게 구는 그 캐릭터는 본인은 슬프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묘한 인물이 된다. 조정석의 연기가 코미디와 짠 내가 결합된 지점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걸 이화신이라는 캐릭터는 제대로 증명해낸다.

 

하지만 가슴으로 웃기고 가슴으로 설레게 만들던 조정석의 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 표나리가 자신 때문에 유방암이라는 사실이 방송국에 알려지고 그것이 그녀의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끼치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신이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커밍아웃한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도 유방암 환자입니다.”

 

그는 남성 유방암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고 그러나 그들이 겪는 편견들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털어놓는다. “암 투병만으로도 힘든데 남성성에 대한 편견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반드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소수도 행복한 나라가 우리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보면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여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또 나아가 자신 같은 소수의 남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그 불편할 수 있는 커밍아웃을 하는 것. 그의 유방암 이야기는 이제 사회적 의제가 된다.

 

물론 캐릭터가 좋아서 조정석이라는 연기자가 <질투의 화신>을 통해 훨훨 날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이 드라마의 이화신이라는 코미디부터 멜로 나아가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때론 짠하고 때론 참을 수 없이 웃긴 이 캐릭터를 200% 연기할 연기자도 조정석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그는 가슴 연기의 대가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가슴으로 웃기고 가슴을 설레게 하고 나아가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연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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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유지태, 안 웃기면 어떠리, 출연만으로 고마

 

KBS <12>에 박보검이 출연했을 때 시청률은 무려 19.9%(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다. 이 시청률은 그 전 주인 14.7%에서 5.2%나 상승한 결과였다. 이번 동거인 특집으로 등장한 유지태 출연의 효과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 유지태 출연의 오프닝만을 보여준 23일 자 <12>의 시청률은 17.4%. 지난 주 16.5%보다 0.9% 포인트 상승했다. 오프닝으로 이 정도니 다음 주에 대한 기대감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박2일(사진출처:KBS)'

물론 유지태는 예능 출연 자체가 처음이라 오프닝에서 모든 게 어색한 예능 초보의 모습을 보여줬다. 즉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실 유지태 같은 배우에게 애초부터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건 그런 웃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그 배우로서의 모습이 아닌 그저 평범한 한 남자이자 아빠, 그리고 김준호와 차태현의 절친인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으로 보면 유지태가 어색해하고, 하다못해 코끼리 코 10바퀴 도는 것 자체가 어려워 다 돌고는 맨바닥에 쓰러지며, 지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연거푸 지면서 괜한 승부욕을 꺼내는 그런 모습이 주는 솔직한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웠다고 보인다. 그런 유지태를 절친인 김준호는 배우 불러다 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고, 함께 동거하며 지냈떤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 웃음을 주기도 하며 감싸주었고, 차태현은 그의 행동에 리액션을 척척 붙여 그의 캐릭터를 세워주려 노력했다.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때보다 꺼져 있을 때 찍혀진 유지태의 말과 행동은 훨씬 자연스러워보였다. 코끼리 코 도는 걸 잘 못한 자신이 마음에 걸리는 듯 잘 하고 싶다며 연습을 하는 모습이라니. 영화 <봄날은 간다>의 그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말하던 순수남의 모습과,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쓰랑꾼(쓰레기+사랑꾼)으로 불리던 그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고 예능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드는 그런 모습이 주는 기분 좋은 느낌.

 

사실 박보검이 나왔을 때도 그가 대단히 웃음을 빵빵 터트린 그런 게스트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그런 느낌. 그래서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김종민마저 박보검의 요청에 선선히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즉 박보검도 그렇고 유지태도 <12>의 섭외가 요구하는 건 폭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보다는 웃기는 그 예능판에 들어온 그들의 예능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 만들어내는 미소다.

 

때때로 <12>은 웃음에 대한 강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 본질인 여행 그 자체보다 복불복이 프로그램의 전반을 가득 채우는 경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예능인들의 본능일 수 있는 이 강박은 필요한 긴장이지만 그것이 너무 반복되다보면 비슷한 패턴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박보검이나 유지태 같은 게스트의 출연은 그래서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한다. 거기에는 웃기려는 강박이 살짝 사라진 지대에 만들어지는 새로움이 이들 게스트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12>의 빵빵 터지는 웃음은 물론 김준호나 김종민 같은 베테랑들의 몫이다. 그들은 사실 어떤 상황에 던져놔도 누구와 함께 해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 웃음과 상관없이 예능판에 참신한 게스트의 섭외는 <12>에는 괜찮은 결과로 이어진다. 좀 안 웃기면 어떤가. 출연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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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화신> 조정석, 짠하고 찌질한데 웃기기까지

 

이 복합적인 감정을 뭐라 이야기해야 할까. 어찌 보면 짠하고 어찌 보면 찌질한데 또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SBS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감정 선은 이토록 복합적이다. 도대체 어떻게 희극과 비극이 이렇게 한데 어우러지는 게 가능할까.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표나리(공효진)를 사이에 두고 이화신(조정석)과 고정원(고경표)이 서로 다투는 장면은 우리가 흔히 멜로드라마의 삼각관계에서 봤던 그런 느낌이 아니다. 보통의 멜로드라마라면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할 수 없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이 진지하고 분위기 있는 모습들을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에서 그런 분위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다투는 장면은 찌질하고 좀스럽기 그지없다. 서로 자기가 더 사랑했다고 주장하고, 상대방에게 포기하라고 말한다. 심지어 빈정 상한 이화신은 길거리에서 고정원이 협찬해준 옷을 모두 벗어버리기까지 한다. 그건 마치 초등학생들 같다. 제대로 성숙한 성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하지만 <질투의 화신>이 그리고 있는 이 삼각관계는 그렇게 찌질하고 좀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더 리얼하게 다가온다. 사실 삼각관계 속에서 누군가 멋진 말로 포기하고 그 꼬여버린 관계가 마치 운명처럼 포장되는 건 말 그대로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일이 아닐까. 실제로 사랑이란 그렇게 질투하고 질시하고 심지어 다 큰 성인을 아이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일 게다.

 

이화신과 고정원이 표나리를 두고 죽기 살기로 부딪치는 상황은 그래서 그걸 보는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지만 그들 당사자들에게는 실로 진지하다. 그 둘 사이에 나타나 무릎을 꿇고 둘 다 사랑하지 않겠다며 할머니가 될 때까지 혼자 살겠다고 말하는 표나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두 사람만큼 진지하지만 그 행동은 시청자들에게는 웃음이 터질 만큼 유치해 보인다.

 

서숙향 작가는 바로 이 지점,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될 때 심지어 유치한 아이처럼 되어버리는 그 순간을 포착해냈다. <질투의 화신>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그래서 사랑을 멋진 말로 포장하기보다는 그건 질투의 다른 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그래서 이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는 그들의 과장된 행동들이 대책 없이 웃기고 짠해지면서도 리얼한 느낌을 준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걸 드라마가 대놓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로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의 변화와 소용돌이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질투의 화신>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건 그래서다. 물론 그는 전작들에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바 있지만, 이 작품은 그의 그런 연기 가능성들을 거의 남김없이 뽑아내 보여주고 있다. 그 딱 맞는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고 기자로서의 카리스마까지 느껴졌던 이화신이 한 여자에게 푹 빠져 친한 친구와 유치하게 다투고 길바닥에서 옷까지 훌훌 벗어버리다니. 그 엄청난 변화의 과정을 납득시킨 조정석의 진가가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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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조정석표 웃픈 멜로 제대로 터진 까닭

 

사랑해요 표나리그의 방안 가득 채워진 그림들은 아마도 이 짠내 가득한 남자의 마음 그대로가 아니었을까. 이화신(조정석)의 방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표나리(공효진)는 그 그림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간 이화신이 했던 어린아이 투정 같던 그 행동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화를 내고 삐치고 투덜대던 그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가 서로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도 억지로 괜찮은 척 하려했던 이화신의 짠내나는 사랑과 우정이었다는 것을.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질투의 화신>처럼 희비극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단번에 보여주는 멜로는 흔치 않다. 표나리를 사이에 두고 친구인 고정원(고경표)과 갯벌에서 주먹다짐을 했던 이화신이 온 몸에 뻘을 묻힌 채 홀로 걸어가는 장면은, 표나리와 고정원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묻은 뻘을 닦아주는 장면과 교차된다. 그러니 혼자 그들을 위해 자리를 뜨는 이화신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슬프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렇게 걷던 그가 목 뒤에서 꿈틀대는 낙지를 쑥 꺼내놓는다. 그 짠한 장면을 깨는 이 웃긴 상황은 그러나 낙지에게 괜스레 화를 내며 떨어지라고!”를 외치는 이화신의 모습을 통해 더더욱 웃기면서도 짠한 장면이 된다.

 

이렇게 웃픈이야기들은 애초에 이화신이 남자의 몸으로 유방암에 걸리는 흔치 않는 상황을 통해 예고된 바 있다. 아무리 남자라고 하더라도 유방암은 유방암이다. 그러니 수술 받고 항암치료 받는 그의 상황은 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표나리와 함께 수술을 받고 수술 후 가슴이 제대로 자리를 잡게 하기 위해 보정 브래지어를 하는 장면은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망한 형의 장례식장에서 이화신은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보정 브래지어를 하고 있는 게 엄마에게 탄로나 흠씬 두드려 맞는 장면은 또 웃음을 준다. 웃기면서 슬프고, 슬프면서 웃긴 이 기묘한 희비극적 상황들. <질투의 화신>의 멜로가 독특해지는 지점이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해진 건 이화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그는 이 양자를 모두 버리지 못한다. 고정원과 표나리가 가까이 지내는 것에 대해 질투하지만, 표나리가 그에게 잘 해주는 것이 불쌍해서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화신은 고정원이 생일이라며 그가 뭘 좋아하는지를 줄줄이 표나리에게 알려준다. 그 때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을 지으려 노력하는 이화신의 표정과 행동들은 짠내가 가득하다.

 

그렇게 갯벌에서의 주먹다짐을 한 후 고정원과 이화신은 관계가 데면데면해지지만, 그들은 동네 슈퍼에서 함께 거하게 소주를 마시며 금세 우정을 재확인한다. 계성숙(이미숙)과 방자영(박지영)이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 그들은 안주를 시켜달라며 두 사람의 양볼에 뽀뽀를 한다. 즉 그들의 우정은 계성숙이나 방자영처럼 남녀 간의 사랑으로 얽혀질 수 없는 대상 사이에서는 그 애정을 공유할 수 있을 만큼 돈독하다. 하지만 그들 앞에 표나리가 나타나자 관계는 다시 어색해진다. 애써 술에 취한 척 표나리를 연호하지만 그들 밑에 깔려 있는 어색함은 어쩔 수 없다.

 

<질투의 화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웃픈 캐릭터 이화신이고, 그 이화신이란 캐릭터를 가능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배우 조정석이다. 화를 내지만 쓸쓸해 보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그게 안쓰럽게 느껴지며, 지독히 슬픈 상황에서조차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건 조정석의 연기가 그만큼 디테일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조정석표 웃픈 멜로.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 웃음도 짠함도 배가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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