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분노, ‘골목식당’ 아닌 ‘먹거리 X파일’ 보는 줄

어쩌다 보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니라 <먹거리 X파일>이 되어버렸다. 새로 시작한 뚝섬의 골목식당 네 군데를 찾은 백종원은 음식은 차치하고 음식 관리나 조리에 있어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음식점을 둘러보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족발집에서 파는 점심메뉴 볶음밥은 삼겹살이 제대로 익지 않아 고기에서 냄새가 났고, 족발 육수는 양파망을 사용해 우려내고 있었다. 경양식집 역시 겉치레를 번지르르했지만 요리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다. 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걸 지적했지만 주인은 “엊그제 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직접 냉장고에서 고기들을 꺼내놓고 “절대 엊그제 산 고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샐러드식당은 가격 대비 새로움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소스들조차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사서 쓰고 있었다. 역시 제대로 보관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어에서는 냄새가 났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장어집은 문제가 아닌 게 없을 정도였다. 8천원에 한 마리라고 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여겼지만 알고 보니 그 장어는 수입산 바닷장어였고 그래서 가시가 세서 먹다가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또 수입산 바닷장어로 따지면 한 마리에 8천원은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다른 곳은 같은 장어 두 마리에 1만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로 준다는 미역국은 고기가 잔뜩 들어있었지만 맛이 없었다. 알고 보니 실제 미역국에는 고기가 별로 들어가지 않았다. 시식을 한다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 했다. 또 생선이나 장어를 주문을 받아 그 때 그 때 조리를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초벌한 걸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전자렌지에 돌려서 내놓는다는 걸 알게 된 백종원은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며 “가게 문 닫아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사실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줬던 건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에 걸맞는 것이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음식을 잘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후미진 ‘골목’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게 되는 그런 곳에, 백종원이 경험으로 얻은 음식점의 노하우를 전수해 그 골목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뚝섬편에서 ‘골목’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들어가 버렸다. 그것보다는 기본 자체가 되지 않은 음식점들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가 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백종원이 분노하며 말하는 기본은 식재료 관리 같은 ‘위생’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똑같이 공분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적인 전국 식당의 위생 점검과 불시 점검 시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건 그래서다. 자신들은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방송만 타면 잘 될 거라 믿는 것일까.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굳이 이렇게 기본기도 되지 않은 식당들을 소재로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심지어 위생 점검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먹거리 X파일> 같은 프로그램의 고발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그 뚝섬 소재의 음식점들이 사연을 보내 이뤄진 방송이지만.

음식점들의 기본을 점검하며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의미는 충분히 있을 게다. 하지만 자칫 우려되는 건 본래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려던 바와는 사뭇 다르게 고발에 가까운 자극을 의도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과연 이런 기본도 되지 않은 식당들을 방송을 담보로 굳이 도와줘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사진:SBS)

<SBS스페셜>, 우리가 몰랐던 천일염의 실체

 

예전에 저는 천일염을 저나트륨 소금이고 미네랄이 많고 자연의 조건에 맞춰진 소금이라고 썼습니다. 그 때 제 글을 읽었던 분들한테 저는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릴게요.” <SBS스페셜>에 출연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공개적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과거 자신이 썼던 천일염에 대한 글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황교익은 왜 모두가 좋다고 믿고 있던 천일염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들고 나온 것일까.

 


'SBS스페셜(사진출처:SBS)'

천일염. 우리가 너무나 많이 신문지상을 통해 봐왔던 이 소금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나 신화적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이 자연의 합작품이 천일염이라는 식의 보도들은 천일염에 막연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선물처럼 여겨지게 한다는 것. 여기에 갖가지 연구기관들의 연구발표는 천일염이 세계 최고의 미네랄 함량을 가진 세계 제일의 소금이라는 근거를 세워준다.

 

게다가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이라는 수식어는 마치 천일염이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란 인식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정제염이 전기분해같은 인위적인 조작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는 흑색선전까지 더해지니 천일염이 아니면 마치 진짜 소금이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은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SBS스페셜>이 그 포장을 떼어내고 본 천일염의 실체는 소비자들이 공분을 일으킬만한 것이었다.

 

천일염이 청정갯벌이 아니라 청정갯벌을 죽인 땅에서 생산된다는 황교익의 지적은 염전에 깔리는 두꺼운 비닐장판으로 확인되었다. 가소제를 넣지 않은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바뀌어 친환경 장판이라고 말하곤 있지만 그것 역시 직사광선에 분해되고 결국은 소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을 통해 확인되었다. 국내 최고의 천일염전으로 불리는 신안의 염전에서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장판을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판 바닥에서 떨어진 이물질이 소금에서도 그대로 발견되었다.

 

천일염이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는 건 날조된 것이었다. 천일염은 1907년 일본이 대만의 기술을 들여서 조선 땅에 이식한 소금 제조방식이었던 것. 하지만 대만에서조차 천일염보다는 정제염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대만의 치구염전에서 나오는 건 공업용 소금이고 그것은 세척 공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식용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네 천일염이 과거 공업용의 기준을 그대로 따라고 있어 제대로 된 위생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네 전통방식의 소금이란 천일염이 아니라 갯벌을 모아 농축된 소금물을 끓여 만든 자염이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사료에도 남아있는 이 자염은 그러나 현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금이다. 그 빈자리를 천일염이 마치 우리의 전통소금인 양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교익은 일본이 이식한 천일염은 주로 화학 산업용으로 쓰이는 값싼 천일염을 제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먹을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르는 천일염을 최고의 소금으로 받아들이게 됐을까.

 

그것은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만들어낸 날조된 신화가 아니었을까. 재래식 화장실이 옆에 놓여져 있고 그 옆에는 인부들이 신는 장화들이 걸려있고 염전에는 못에서 나오는 녹물이 흘러들어가는 그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그것도 장판을 깔고 그 위를 긁어 모아내는 소금을 어떻게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서 비교 연구한 자료는 시료 채취 방법이 명쾌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밝혀졌다. 즉 천일염은 염전에서 직접 채취한 걸 썼지만 정제염은 시중에 나온 상품을 시료로 썼다는 것. 오래 놔두면 미네랄 성분이 급격히 줄어드는 건 천일염이나 정제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런 잘못된 시료 채취 방법을 통해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이 정제염의 몇 배라는 식의 발표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

 

결국 천일염의 신화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탄생하고 미디어와 연구기관에 의해 부풀려졌다는 게 <SBS스페셜>이 말하려는 내용이다. 소금의 문제는 우리가 거의 매일 섭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국민건강을 책임져야할 국가기관들이 오히려 정치적 논리에 의해 비위생적이고 그 효능도 믿을 수 없는 천일염의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황교익은 뒤늦게나마 천일염의 실체를 알게 됐고 그래서 자신이 과거에 썼던 글에 대해 사과했다. 이것은 지금 미디어들이 해야 할 일이고, 정부기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 성격상 단번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덮고 간다는 것은 또 하나의 안전 불감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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