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와 다문화, ‘한끼’에 고스란히 녹아든 시대의 풍경들

꼭꼭 닫혀 있는 문 저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각자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그래서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저녁 시간 가족들이 둘러앉아 한 끼 식사를 나누는 그 정경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허기를 채워주는 훈훈함 같은 공감의 정서가 흐른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기능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서로 남남으로 살아가지만 저녁 시간 한 끼가 주는 그 공감의 정서 아래, 잠시 문을 열고 그 삶의 풍경을 보여주며, 그리하여 각각 다른 삶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사실은 동시대의 공감지대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수원 화서동에서 소녀시대 유리와 써니가 밥동무로 함께한 <한끼줍쇼>는 그런 점에서 왜 이 프로그램이 우리의 마음을 잡아끄는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강호동과 유리에게 선뜻 문을 열어준 단란한 가족은 서로 막걸리를 나누며 기분 좋은 훈훈함을 보여줬지만, 과거 아버님과 어머님의 연애시절 이야기에서는 당대 민주화 시절의 결코 쉽지 않았던 시대의 정경이 느껴졌다. 

마침 그날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왔다는 이 부부는 어딘지 모르게 느껴진 시대의 공기는 아버님이 과거 운동권 출신으로 수배됐을 때 처음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배된 처지에 결혼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아버님에게 오히려 어머님이 결혼하자 청혼을 했다는 것. JTBC 손석희 사장의 오랜 팬임을 밝히고 <백분토론>에도 참여했다는 어머님이 손 사장에게 감사와 지지의 영상편지를 보내는 대목에서는 최근의 촛불정국의 풍경이 겹쳐졌다. 그저 한 끼를 나누는 자리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의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담겨졌던 것.

8시 마감시간에 임박해 고맙게도 이경규와 써니에게 문을 열어 준 집은 <한끼줍쇼>에서는 최초로 방문하게 된 다문화가정이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남편과 성격 좋은 아내 그리고 예쁜 아이가 살아가는 집. 아직은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남편분과 서투른 영어로 나누는 대화가 조금은 낯설고, 마침 별로 준비된 게 없어 짜장라면 한 그릇씩을 나누는 저녁 한 끼였지만 그럼에도 공감대는 충분히 있었다. 특히 걸그룹을 좋아하는 남편분은 소녀시대의 노래를 잘 알고 있어 그 이야기만으로도 서먹함을 지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며 느낀 고충이 없을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 대꾸를 하지 않는다며 고함을 지르며 따라온 어느 사내의 이야기와 지하철에서 자신을 치고 침을 뱉고 갔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는, 그걸 듣는 이경규나 써니에게도 화가 나는 일이었다. 써니는 “그건 한국 분들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그 분이 이상한 것”이라고 그 속상함을 공감했다. 

민주화와 다문화. <한끼줍쇼>가 수원 화서동의 어느 집에서 보여준 풍경 속에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변화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 가족과 함께 나누는 한 끼 밥상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과 함께 이어졌던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 자락이 담겨졌고,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 또한 자연스럽게 얹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그런 변화들을 겪고 있는 저마다의 가족들이 문을 열고 다른 이들과 함께 밥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훈훈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는 걸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써니에게 이경규가 한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괜찮아. 어차피 나도 그쪽도 서로 어색해. 그런데 얘기하다 보면 정이 들고 심지어 헤어질 때는 좀 아쉽게 느껴지더라.”

대중의 귀, 고음 아닌 마음에서 열린다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가 준비한 ‘새가수 초대전’은 시작 전 있었던 잡음과는 달리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기존 가수들과 새롭게 도전하는 가수들 사이에 이른바 레벨(?)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는 이런 정도의 가수들이 바로 <나가수> 무대에 오르지 않고 초대전을 거친다는 것이 오히려 과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새가수 초대전’은 대중들에게 지지를 받은 셈이다.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사실 그간 <나가수2>의 무대는 정체된 느낌이 강했다. 새로움보다는 비슷한 패턴의 반복처럼 여겨졌고, 여전한 고음지르기 대결은 물론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나가수2>의 무대가 가진 특징으로 인식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김건모, 김연우, 이영현, 정엽 등등 물론 여전히 가창력은 최고지만 시즌1부터 지금까지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는 가수들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물론 잘 하는 가수들이 계속 무대에 오르는 것은 <나가수>의 룰이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나가수> 무대가 어딘지 고정되고 폐쇄적인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새가수 초대전’은 훨씬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금껏 계속 봐왔던 가수들이 아니고, 또 방송에도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던 말 그대로 재야고수들이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굴되지 않은 고수들을 발굴해내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나가수>의 진면목이 아니던가.

 

유리, 그룹 플라워의 고유진, 밴드 어반자카파, 게이트플라워즈, 지영선, 더원, 타루, 빨간우체통, 박희수, 조장혁, 소찬휘, 리사. 물론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많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은 더 지지한 면이 많았을 것이다. 소속사와의 문제 때문에 좋은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음악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조장혁이나 박희수 같은 가수도 있었고,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한 말 그대로의 진짜 숨은 고수 더원도 있었다. 도시적인 깔끔한 사운드에 화음이 돋보인 어반자카파의 무대도 신선했고, 악마처럼 울부짖는 게이트 플라워즈의 야성도 주목할 만했다.

 

‘새가수 초대전’이 결국 보여준 건 <나가수>의 초심이다. 본래 <나가수>에 대중들이 기꺼이 ‘준비된 귀’가 되어주었던 것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심정적인 지지 때문이었다. 김범수나 박정현, 임재범 같은 절정의 가창력을 가졌지만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수들에 대해 대중들이 기꺼이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나가수> 무대는 특별해질 수 있었다.

 

결국 <나가수> 무대의 핵심은 그 들어주는 대중의 귀다. 그런데 그 귀는 제 아무리 절정의 고음과 가창력을 가진 가수가 나온다고 해서 열리는 것이 아니다. 그 귀를 열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거기 서는 가수를 지지하고픈 대중들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보면 왜 같은 가수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나가수2>가 <나가수1>에 비해 감흥이 적은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미 <나가수1>을 통해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가수들이 <나가수2>에 또 출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성가수로서의 헤게모니처럼 여겨지게 하는 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카스텐이나 소향이 나왔을 때 대중들이 보낸 지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들은 물론 최고의 가창력과 음악성을 가진 가수들이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으로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그간 방송에 나오지 못했던 인디밴드에 대한 지지가 있었고 CCM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소향에 대한 신선함이 있었다.

 

똑같이 고음을 질러대도 어떤 것은 절절한 절규처럼 보이지만, 어떤 것은 ‘나 노래 잘한다’는 자랑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 두 반응의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듣는 이의 마음이다. 음악이 청중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건 바로 이런 얘기일 것이다. ‘새가수 초대전’은 그래서 <나가수2>가 가진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 <나가수>의 초심을 보여준 무대를 단 1회의 단발성으로 끝내기엔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 신뢰를 이용, 소비자 기만

 

지난 9일 6개 연예인 쇼핑몰(백지영과 유리, 진재영, 황혜영, 김준희, 한예인, 김용표)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태료와 더불어 시정명령을 받았다.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를 했다는 것. 그들은 지각 등 근무수칙을 어긴 직원에 대해 의무적으로 소비자가 쓴 것처럼 사용 후기 5건을 올리게 했고(백지영, 유리 '아이엠유리'), 불리한 후기는 아예 게재하지 않았다고 한다(황혜영의 ‘아마이’). 이밖에도 끝난 이벤트를 계속 진행 중인 것처럼 속이는 수법을 쓰기도 했고, 추첨도 하지 않은 채 구매를 많이 한 VIP고객에게 사은품을 임의로 몰아주기도 했다.

 

'한밤의 TV연예'(사진출처:SBS)

하긴 인터넷 쇼핑몰의 이런 사기행위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아마 후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신뢰가 없는 세상이다. 심지어 진심으로 좋은 뜻의 후기를 남겨도 이른바 ‘알바’로 오인 받을 정도니까. 그래서 연예인 쇼핑몰의 이번 사건 역시 그런 관행의 하나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가 하나 들어가 있다. 그것은 이들 연예인 쇼핑몰의 성패 자체가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쇼핑몰들은 연예인의 유명세 덕분에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적게는 연매출 10억 원에서(이것도 적은 게 아니다) 많게는 무려 20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쇼핑몰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연예인이 전면에 있어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란 그만큼 간편하지만 직접 손으로 만지고 입어보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바로 그 부분을 연예인의 이미지가 채워주고 있었다는 얘기다.

 

사건이 공개된 후 백지영은 발 빠르게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백지영은 "저를 포함한 '아이엠유리' 임직원이 인터넷 쇼핑몰 공정거래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사이트 활성화만을 염두에 두고 허위 후기를 남긴 점에 대해서는 모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공개사과에도 불구하고 대중정서는 싸늘하기만 하다.

 

대중정서가 더 싸늘해진 이유는 백지영이 그간 방송 등을 통해 늘 진솔하고 털털한 이미지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 신뢰에 금이 간 것이다. 아마도 좀 더 깊은 생각 없이 그저 수익성을 보고 인터넷 쇼핑몰에 뛰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관행처럼 굳어져버린 알바성 후기들을 올리는 것이 어떤 짓인지도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알바성 후기의 후폭풍은 기존 인터넷 쇼핑몰의 그것과 연예인 쇼핑몰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들이야 그저 벌금 내고 말면 그만일 수 있지만, 연예인 쇼핑몰은 쇼핑몰의 차원을 넘어서 연예인 활동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그만한 큰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그 이미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이번 연예인 쇼핑몰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들이 사업을 벌일 때 잘되는 만큼 그 후폭풍도 크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얘기다.

 

물론 쇼핑몰의 이런 문제들을 오로지 연예인 몇 명에게 책임지우고 넘어가는 건 문제의 진짜 핵심을 흐릴 수 있다. 이미 인터넷 쇼핑몰 전체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불신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번 문제에서 나아가 전체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점검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해당 연예인들 역시 이 문제를 단순히 사과하고 대충 넘길 수 있는 사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간 사랑을 받아왔던 만큼, 그 기만행위에 의해 상처 입은 대중들에게 진심어린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청춘불패', 제2의 써니가 필요하다

"나도 여기 싸고 싶다." 넓게 펼쳐진 정원에서 빅토리아가 서툰 한국말로 말하자, "싸고 싶다가 아니고 살고 싶다!", 하고 써니가 고쳐준다. 사실 고쳐준 것이 아니라 빅토리아의 서툰 말투를 가지고 말장난을 한 것. 그러자 빅토리아가 다시 고쳐 말하는데, 이번에는 써니가 이 말을 '쌀국수'로 몰아간다. "쌀국수도 아니고..." 우연히 지나치면서 나왔을 이 짧은 대화는 그러나 써니가 가진 특유의 예능 순발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써니가 '청춘불패'에서는 딱 그 주인공이었다. 써니와 유리가 '청춘불패'에서 빠지고 나서 이 프로그램은 분명 구심점이 흔들렸다. 거의 대부분을 김신영이 이끌어나가고 있지만(물론 이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녀를 받쳐줄만한 아이돌이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청춘불패'는 뭐니뭐니해도 걸그룹 아이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김신영이 아무리 진행을 해나간다고 해도 그녀에게 전적으로 기대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써니의 빈자리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써니가 특별게스트로 참여한 일본특집 편에서 김신영의 진행은 써니의 닭살 애교로 살아났다. 버스 안에서 김신영은 써니에게 '일본식 애교 3종세트'를 요청했고, 써니는 특유의 주부애(주먹을 부르는 애교)를 선보였다. 그러자 김신영은 거기에 맞춰 “오랜만에 주먹을 부른다”며 “토쏠리노 노오데쓰(토하시면 안됩니다), 비닐봉다리 후루룩데쓰요(토는 비닐봉지에 하세요)"라고 개그를 던졌다. 개그맨인 김신영과 아이돌인 써니의 조화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게스트로 참여했기 때문에 써니는 그다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써니가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춘불패'는 어떤 활기가 느껴졌다. 특히 써니와 또 다른 콤비를 이루던 효민은 잠자는 써니를 두고 이른바 병풍 개그를 환기시켰다. 늘 써니의 병풍을 자처했던 효민이 이번에는 카메라 앞에 서서 써니가 뒤에 있다고 말하며 그 상황을 뒤집어버린 것. 이것은 효민이 가진 병풍이라는 캐릭터에 써니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다지 튀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던 써니지만, '청춘불패'에서 그녀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이렇게 일 잘하는 여자는 처음 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고, 그렇다고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해냈다. 중요한 건 자신 혼자 개인기를 통해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과의 관계(콤비)를 통해 '청춘불패' 전체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써니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청춘불패' 일본 특집편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무엇을 통해 빛나는 지를 잘 말해준 사례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써니와 유리가 빠지고 빅토리아와 주연, 김소리가 새롭게 합류하여 과도기에 처해있는 '청춘불패'가 고민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써니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전체 팀원들의 캐릭터를 살려낼 차세대 아이돌 분위기메이커는 누가 될 것인가. '청춘불패' 본연의 자세인 시골에서의 일에도 열심이면서, 또 예능으로서의 웃음 또한 놓치지 않는 제2의 써니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춘불패'에 찾아온 봄, 유치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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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남면 유치리. '청춘불패' 아이돌촌은 지극히 평범하다. 무심코 가다보면 지나치기 쉬운 그런 동네. 그 마을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청춘불패' 촬영하는 날이다. 아이돌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멀찌감치 서서 그 신기한 일(?)을 구경하는 점잖은 시골 아저씨들은 때 아닌 북적임이 그다지 싫지 않다는 얼굴이다.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것들(?)이 몸빼 바지에 장화 신고 농사일이라고 서툰 짓을 하는 게 마냥 예쁘다는 표정이다.

아이돌촌 주변으로는 출연진과 촬영팀과 스텝들로 정신이 없다.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바닥에 이리저리 뻗어나간 전선줄들이 촬영을 실감케 한다. 집 바깥에서 뭔가를 심으려는 듯 곰태우와 효민은 푯말을 들고 노촌장과 뭐라 한참 신나는 대화를 나누고, 트랙터로 밭을 순식간에 갈아버린 구하라는 멋지게 거기에서 뛰어내린다. 몸빼를 입어도 아이돌은 아이돌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쩜 저리도 빛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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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샤는 성인돌 답게 농익은 몸 개그를 선보이고, 써니는 주부애(주먹을 부르는 애교)를, 선화는 특유의 백지 순수 캐릭터를 돋보인다. 청순한 듯 섹시한 자태로 서 있는 유리와 노란 머릿결을 휘날리며 막내 티를 내는 현아는 또 어떻고. 선글라스를 낀 효민은 장난스럽게 써니 뒤에 서서 '병풍 개그'를 한다. 김신영이 쉴 새 없이 포복절도의 입담을 과시하면 훤칠한 키의 곰태우(김태우)는 느물느물하게 개그를 잘도 받아친다. 노촌장(노주현)은 연세에 걸맞게 점잔을 빼다가도 소녀들의 "'수상한 삼형제'에서 하는 애교 좀 보여주세요."하는 요청에 나이도 잊고 주부애를 선보인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에 연출팀을 비롯해 모든 스텝들이 까르르 웃으면 아이돌촌은 그 평소의 무게를 잊은 듯 허공으로 잠깐 들어 올려졌다가 내려진다. 도대체 저들 속의 어떤 에너지가 시골동네에 오래도록 무겁게 내려졌던 침묵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걸까. 그것은 아마도 청춘의 힘일 것이다. 그 날도 소 푸름이 훈련시키랴, 밭 갈랴, 아이돌촌 찾는 분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이정표 세우랴,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그 가녀린 손이 곡괭이와 삽을 들어도 힘겨운 내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피곤한 얼굴로 쉬고 있다가도 촬영 들어가면 펄펄 나는 그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청춘불패'가 낳은 유치리의 명사, 로드리와 전 이장님은 촬영 현장을 이리저리 다니며 아이돌들의 서툰 농사일을 도와준다. 그네들의 G7과의 서슴없는 모습이 이제 유치리라는 동네와 아이돌이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는 실감을 갖게 만든다. 사람 손이 많이 탔는지 누구에게나 꼬리를 흔드는 왕유치(아이돌촌의 개)는 물론이고, 축사에 말없이 순하디 순한 눈을 껌벅이는 푸름이(아이돌촌의 소), 그리고 닭장에 자리한 청춘이와 불패까지. 그들 하나하나의 존재는 이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존재들 마냥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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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청춘불패'의 아이돌들이 이곳을 찾았던 스산한 늦가을에는 그저 덩그마니 낡은 집 한 채가 서 있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유치리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경인년 새해 늘푸름 홍천한우가 청춘불패 대박을 기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은 길을 따라 아이돌촌 우측으로 넓은 밭에는 그네들이 심은 작물들이 자라고 있고, 처음에는 없던 화장실이며 축사며 울타리가 지어진 가옥은 벽면 가득 채워진 구준엽이 그려준 그래피티가 아이돌촌의 랜드마크가 되어있다. 어디 변화가 아이돌촌의 일만이랴. 곰태우가 먹었다고 해서 아예 곰태우 짬뽕으로 유명해진 부흥반점과 G7이 찾았던 수정닭갈비와 학생사 역시 이 마을의 명물이 되었다. 주말이면 이제 유치리는 일부러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스산한 늦가을에 들어와 낯설지만 예쁜 만남을 가졌던 아이돌과 유치리는, 몹시도 추웠던 겨울을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보내고, 드디어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유치리 아이돌촌에는 6개월 간의 일들이 맥 플라이의 'all about you'에 맞춰 흐르던 멈춰버린 사진 속의 추억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어찌 이 봄이 그저 겨울이 지나서 찾아온 것일까. 그 날 유치리에는 청춘의 봄이 완연했다.

가수와 예능의 밀월관계, 그 시너지 효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무대 위에서 부채로 목 언저리를 톡톡 두드리며 'Sign'을 부를 때, 우리는 두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그 하나는 가인이 조권과 부부로 출연하는 ‘우리 결혼했어요’이고 또 하나는 나르샤가 유치리라는 시골에서 다른 아이돌들과 정착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청춘불패’다. 만일 걸 그룹이나 아이돌 혹은 아예 가요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예능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이즈음에서 다시 한 번 무대를 올려다봤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단순히 노래 부르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있는 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 전해주는 많은 스토리들을 통해서 충분히 그 캐릭터가 그려진 존재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가요 위에 덧붙여지는 이러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은 작금의 가요계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해가고 있다.

‘소녀시대’의 유리를 우리는 MBC ‘쇼 음악중심’의 MC로 만나기도 하고, ‘청춘불패’의 국민며느리로 만나기도 한다. 물론 메인 MC는 아니지만 ‘스타킹’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로서 그녀를 접하기도 한다. 유리는 ‘소녀시대’라는 걸 그룹 속에서는 그저 깜찍한 얼굴로 노래하는 인형 같은 가수이지만 예능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오면 때론 풋풋하고 때론 엉뚱하며 때론 털털한 면까지 있는 소녀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것은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서도 드라마로서도 또 MC로서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승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무대 위의 황제라는 자리에서는 결코 갖지 못할 허당이라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갖게 되었다. 이 한 사람이 품을 수 있는 양극단의 이미지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가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은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이승기의 승승장구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얻어진 이런 폭넓은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어딘지 까칠하고 반항적으로만 보였던 이른바 힙합 전사들이 올해 부드러운 이미지로 대중들 앞에 성큼 다가설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예능 프로그램의 공이다. 우리네 힙합의 대부라고 일컬어지는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함께 출연하면서 예능에 발을 디뎠다. 그 후로 그는 몇몇 토크쇼들 속에서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특유의 유머감각을 보여주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의 새 앨범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음악적인 완성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간 갖지 못했던 이런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갖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쌍의 길 역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보여주면서 대중들 앞에 서게 되었다.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 투입되어 강하면서도 털털한 면모를 보여주었고, ‘놀러와’의 골방 브라더스로 이하늘과 함께 아낌없이 망가져 주었다. 올해 리쌍이 낸 앨범의 성공 역시 이러한 길의 이미지 변신이 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하늘은 골방 브라더스로 ‘놀러와’에 자리 잡았고, 김창렬과 함께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늙은 사자로 활약하면서 그 입지를 넓혔다. DJ DOC는 지금 이 여세를 몰아 신보 공개를 앞두고 있어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가수들의 예능 출연과 그 효과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그것은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해왔다. 하지만 그 양상은 사뭇 다르다. 과거 가수들의 예능 출연은 신보 홍보를 목적으로 한 일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예능 출연 자체가 목적이 될 만큼 가수들이 해야 할 하나의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그들의 캐릭터를 구축해주는 예능의 이야기가 노래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무대는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공간이 되고, 예능은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대 위에서 건방진 포즈로 멋지게 춤을 추는 유키스의 동호가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이하늘에게 형 형 하면서 막내처럼 따르는 모습은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면모 둘 다를 갖게 해주면서 서로의 분야에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예능 속에서는 그 신비함이 무너지는 재미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되고, 무대 위에서는 예능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를 통해 오히려 신비해진다. 이것은 신비주의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연예인들이 구사하는 새로운 다중 이미지 전략이다. 이제 한 사람이 한 가지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것은 전혀 리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치 드라마 속 평면적 인물들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이제는 변화무쌍한 입체적 인물들이 그 리얼함 때문에 각광받는 것처럼, 여러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이미지는 연예인들이 갖춰야할 새로운 덕목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는 한 가지 얼굴을 고수하는 일관성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여유와 솔직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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