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만큼 중요한 케미, <무도> 가요제의 힘

 

<무한도전> 가요제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었다. 첫 회였던 2007 <무한도전> 강변북로가요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아 스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객석을 채우는 초라한 가요제였다. 하지만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는 대성황이었다. 거기에는 듀엣 가요제 콘셉트가 한 몫을 차지했다. 이후 가수들을 참여시켜 <무한도전> MC들과 팀을 이루는 형식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2015 <무한도전> 가요제 역시 그 짜여진 팀만으로도 이미 꿀잼을 예고하게 되는 건 이 가요제의 힘이 바로 그 조합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밴드 혁오의 선택을 받기도 했지만 유재석이 박진영과 한 팀을 이뤘다는 사실은 이 팀이 보여줄 댄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려놓았다. 박진영이 춤을 짜고 보여주는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 유재석은 춤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금껏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니 유재석은 박진영이라는 댄스의 물을 만난 물고기일 밖에. 벌써부터 두 사람이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얼마나 흥분될 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드래곤과 태양이 이미 마음 속에 함께 할 멤버로 생각했다는 광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꿈을 이룬 인물이 되었다. 입만 열면 “YG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춤만 추면 지드래곤의 춤을 흉내 내던 광희가 아닌가. 물론 노래와 춤 실력은 그리 좋지 못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만큼 보여줄 열정은 이들 사이의 남다른 케미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잠깐 보여진 것처럼 박명수와 아이유는 엇박자의 조합이다. 박명수가 나이가 많다면 아이유는 어리고, 박명수가 디지털 댄스 뮤직을 추구한다면 아이유는 아날로그적이고 어쿠스틱한 음악을 추구한다. 어찌 보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처럼 선택하기 힘든 차이점을 보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조화의 조화를 기대하는 팀이 바로 이들이다. 아이유가 짬짜면을 시키는 장면이 의미시장하게 다가올 정도로. 과연 박명수는 아이유에 의해 지금과는 색다른 음악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단연 주목받는 이들은 밴드 혁오다. 하지만 방송이 익숙하지 않고 숫기도 없어 가만 놔두면 방송분량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 독특한 음악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밴드의 함정이다. 하지만 여기에 정형돈이라는 가요제만 하면 펄펄 날고 함께 한 이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인물이 가세했다는 건 이 기묘한 조합에 흥미를 갖게 되는 이유다. 정형돈은 또 어떻게 이 과묵하고 숫기 없는 밴드들의 존재감을 살려놓을 수 있을까.

 

자이언티는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의외의 예능감을 선보였다. 트렌디한 작곡과 일상어로 만들어내는 가사를 통해 보여왔던 음악적인 실력이야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자이언티다. 그러니 음악 이외에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잘 보여질 수 있는 기회가 이번 가요제인 셈이다. 그 조합으로서 흥이 넘치는 하하가 함께 한다는 것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남은 정준하와 윤상. 사실 어찌어찌 밀려 마지막에 남게 되어 이뤄진 팀이기 때문에 다른 팀들에 비해 기대가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준하 특유의 가창 실력과 무엇보다 작곡에 있어 무수한 인물들을 키워냈던 윤상의 능력은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게 만든다. 기대감이 적기 때문에 의외의 무대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무한도전> 가요제는 조합이 함께 노래를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핵심이다. 이 과정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이 쌓여 마지막 무대에서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것. 이미 조합만으로도 이 가요제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무도>가 혁오밴드를 단번에 주목시킨 방법

 

혁오밴드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물론 음악을 좀 듣는 사람이라면 다를 것이다. 확실한 자신들만의 질감과 우울한 듯 경쾌하기도 한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음악은 척 들으면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특히 보컬 오혁의 목소리는 그 읊조림에서부터 순식간에 절규로까지 바뀌며 귀를 집중하게 만든다. 아이유가 팬이라고 한 건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런데 이 혁오밴드의 노래를 듣는 것과 이들을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무한도전>10년을 달려오면서 아마추어의 시대를 훌쩍 지나쳐버렸다. 지금은 뭐든 척척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의 프로페셔널이 되어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예능감은 마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혁오밴드는 그런 것 자체가 없다. 아니 방송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질문을 던졌을 때 몇 초 이상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그건 NG가 된다. 만일 생방송이라면 방송사고. 혁오밴드의 보컬 오혁은 유재석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 지 몰라 한참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또 던지는 이야기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엉뚱한 답변(물론 웃기려는 예능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을 내놓았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이건 방송이 불가한 것이었을 게다. 편집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에 한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 이상 편집되어 나갈 방송분이 없게 된다면 그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이 오혁의 모습을 오히려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먼저 유재석은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한 표정을 리액션으로 보여줬고, 실제로 인터뷰하기 가장 힘든 인물로 오혁을 꼽았다. 빨리빨리 답변을 주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

 

제작진은 오혁의 캐릭터에 마음의 소리콘셉트를 덧붙였다. 오혁이 머뭇머뭇 대는 그 순간에 마음의 소리를 통해 성우가 대신 답변을 해주는 장면은 실로 <무한도전>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박명수는 자신의 버럭 캐릭터로 오혁에게 면박을 주는 것으로 오히려 그 캐릭터를 더 공고하게 해주었다. 물론 그 버럭 끝에는 유재석이 원래 저런 분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던져 박명수를 배려하는 모습까지 덧붙여졌다.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에는 박진영, 아이유, 자이언티, 윤상, GD&태양까지 누구 하나 쟁쟁하지 않은 참가자가 없었다. 그 안에 혁오밴드처럼 음악적으로도 또 캐릭터적으로도 독특한 인물이 들어 있다는 건 <무한도전> 가요제에 보다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성을 드러내준다. 방송에 아직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캐릭터화시켜 보여준 <무한도전>은 그 짧은 몇몇 장면만으로도 혁오밴드라는 존재를 단박에 주목시켰다. 실로 베테랑다운 저력이 아닐 수 없다. 말이 어색한 출연자에게 마음의 소리라니.



<집밥 백선생>, 백종원이 보여주는 요리 신세계

 

“참 쉽쥬?이 말은 <집밥 백선생>에서 참 많이 나오는 말이다. “얼마나 간편한지 한번 보세요.” 이 말도 마찬가지다. 백종원은 단 20여분 만에 달래간장, 두부졸임, 꽈리고추볶음, 마늘쫑 볶음, 네 가지의 밑반찬을 뚝딱 만들어내면서 연실 쉽고 간편하고 빠르다는 걸 강조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렇다면 맛은? 뚝딱 만들어냈지만 맛 또한 기가 막히다. 제자들은 저마다 백선생이 만든 밑반찬을 먹어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시청자들도 아마 똑같은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화면으로 보는 비주얼만으로도 그 맛이 느껴질 정도니까.

 

이것은 <집밥 백선생>만이 보여주는 요리의 마력이다. 마치 마술사나 된 것처럼 뭐든 그 손에 닿기만 하면 평범한 재료들이 맛있는 요리로 변신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재료들이다. 고추, 두부, 달래, 마늘쫑 같은 흔한 재료들이 어떻게 간단하게 밥도둑이 될 수 있는가를 백선생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요리라고 하면 우리는 이상하게도 일품요리를 떠올린다. 잘못된 편견이다. 뭔가 거한 요리 하나가 주는 임팩트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삼시세끼를 주로 챙겨먹는 일품요리라기보다는 밑반찬 같은 소소한 것들이다. 어쩌면 일품요리는 좀 배워서 할 수 있는 사람도 밑반찬 만드는 건 서툴 수 있다. 그건 말 그대로 엄마들의 노하우가 묻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선생은 이 노하우를 선선히 보여준다. 돼지고기 간 것에 간장과 설탕을 넣고 끓여 만든 이른바 만능간장의 레시피를 알려주고, 그거 하나면 거의 모든 재료들을 요리로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한다. 사실이다. 요리란 늘 받아먹기만 했을 때는 엄청나게 어렵고 특별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상 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백선생처럼 요리경험이 충분한 스승이 주는 약간의 배움이 필요하다.

 

쿡방이 대세라지만 <집밥 백선생>은 화려한 요리의 세계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것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요리의 일상화. 요리는 엄마가 해주는 것이라거나, 요리사가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것. 누구든 약간의 팁만 안다면 쉽고 빠르면서도 맛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요리라는 걸 <집밥 백선생>은 보여준다.

 

4명의 제자들은 그래서 이 일상의 요리 신세계가 신기한 시청자들이 빙의될 수 있는 인물들로 꾸려졌다. 투덜투덜 대고 아는 척 하지만 요리는 처음인 김구라나 요리 좀 아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4차원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박정철, 아무 것도 못할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습득력이 좋고 응용력도 보이는 손호준과 아예 아무런 요리의 기본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래서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윤상. 이들은 요리의 세계에 한 번도 발을 딛지 않았던 시청자들이라면 더더욱 몰입이 되는 인물들이다.

 

이런 제자들에게 몇 가지 팁만으로도 요리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만드는 백선생은 그래서 이를 시청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의 초간단 초강력 레시피는 요리무능자들에게 실제로 해보고 싶은 욕망을 건드린다. 요리가 이렇게 쉬울 수가... 이러다가 누구든 요리 한 가지씩은 뚝딱 해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도래 하는 건 아닐지. 요리는 특별하지도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 닿아있는 백선생의 요리 꿀팁은 더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백선생을 보면 지금의 방송 트렌드가 보인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푸근한 인상. 백종원은 셰프라는 지칭보다는 친근한 아저씨의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서일까. 별명도 참 많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주부로 등장한 그는 설탕을 자주 쓰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슈가보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카메라를 고정시키기 위해 고추를 사용하면서 칠리보이라는 애칭이 생겼으며, 네티즌들의 실시간 댓글과 지적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애플보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tvN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의 이 캐릭터에 백선생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덧붙였다. 물론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도 네티즌들에게 요리 꿀팁을 알려주는 요리 선생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집밥 백선생>은 아예 형식 자체가 요리 수업이다. 그런데 이 요리 수업, 어딘지 우리가 방송에서 많이 봐왔던 요리 프로그램들과는 사뭇 다르다.

 

선생이라 불리니 제자가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 제자들은 영 요리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요리보다는 사먹는 일이 더 많다는 윤상이나 요리를 해본 일이 거의 없는 김구라, 그리고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요리하는 걸 귀동냥으로 들은 게 거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손호준과 어쩐지 요리 좀 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사실은 허당인 박정철이 그들. 이런 그들이니 이들의 요리는 요리가 아니라 하나의 모험이다.

 

하지만 이런 요리 무식자들은 시청자들로서는 더 쉽게 프로그램에 몰입되는 이유가 된다. 아무 것도 모르니 사소한 것들도 하나의 꿀팁이 되는 출연자들의 입장이나 시청자들의 입장이나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종원은 선생님이 아니라 선생이다. 무언가를 가르쳐주고는 있지만 가르친다는 느낌은 별로 없어 보이는 그런 인물. 김구라가 요즘 방송의 포인트가 바로 이 전문가 같지 않은 전문가라고 얘기한 건 그저 농담이 아니다.

 

<집밥 백선생>은 이처럼 화려하고 특별한 요리를 선보이려 하지도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주 일상적으로 해먹는 요리들, 이를테면 김치전이나 김치찌개 같은 것들을 특별한 요리로 만들어내는 마법을 선보인다. 이상하게도 이 프로그램을 보고나면 우리가 별거 아닌 것처럼 봐왔던 김치찌개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굉장히 맛있는 음식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 지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진짜 힘이 나온다.

 

이렇게 보면 <집밥 백선생>이라는 제목에는 지금 현재의 방송 트렌드가 모두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요리를 다루면서 이 프로그램이 하려는 건 특별한 일품요리라기보다는 집밥같은 일상의 요리를 소재로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최근 방송이 점점 더 일상 소재 속으로 들어오는 트렌드를 반영한다.

 

게다가 이런 정보를 주는 프로그램이 가르치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요즘 방송의 또 하나의 트렌드다. 시사 문제를 예능의 틀 안에서 풀어내는 <썰전>이나, 글로벌한 문화의 시각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비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최근 쿡방과 함께 셰프들이 주목받게 된 건 그들이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즐거움을 주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이 트렌드에 최적의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 자기만의 전문 분야인 요리에 정통한데다, 일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 꿀팁들도 화수분처럼 갖고 있다. 게다가 이를 전해주는 소통 방식도 우리끼리 사기지만..”이란 표현처럼 너무나 은근하고 친근하다. 이러니 백선생 백선생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지금 현재의 방송 트렌드에 최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승원, 유해진, 이서진, 나영석의 중년남자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나영석 PD는 이제 올해로 마흔이 되지만 그가 줄곧 프로그램을 함께 해온 남자들은 대부분 40대였다. tvN <삼시세끼> 강원도편의 이서진이 그렇고, 이번 스핀오프로 열풍을 만들고 있는 어촌편의 차승원과 유해진이 그렇다. 나영석 PD는 또 <꽃보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 편하게 찍었던 것이 <꽃보다 청춘>이라고 했다. 페루에서 찍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윤상, 유희열, 이적이 모두 40대다. 도대체 왜 나영석 PD는 왜 40대 남자들을 이토록 선호하는 것이고 또 그들에게서는 어떤 매력이 나오는 것일까.

 

이서진, 차도남과 그린 라이프 사이

tvN <삼시세끼> 강원도편에서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이서진이다. 나영석 PD와 서로 툭탁대며 갈등을 주로 보여주는 관계지만 그러면서도 해야 할 건 다 하는 인물이다. 나영석 PD<삼시세끼>가 잘된 이유로 서슴없이 이서진을 꼽기도 했다. 투덜대면서도 할 일은 하는 이 이중적인 모습은 <삼시세끼>처럼 어찌 보면 아무런 미션이나 도전이 없어 밋밋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나영석 PD와 각을 세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긴장감과 갈등요소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면서도 어느 순간이 되면 이서진은 또 그 시골생활의 불편함을 즐기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이서진의 이 양면적인 반응에 공감하는 것은 그것이 도시의 삶과 시골의 삶에 대한 도시인들의 양가적 입장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난 이런 생활 진짜 싫어라고 말하는 이서진의 이야기가 더 진정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불편한 삶에 대한 투덜댐이다. 하지만 그렇게 불편한 시골 삶이 모두 나쁘기만 한건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나면 보이는 새로운 것들이 있다.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별빛과 듣지 못했던 빗소리, 한 끼 식사가 주는 소중함, 찾아주는 친구에 대한 설렘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도시의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거기서 벗어나 조금은 나만의 내밀한 공간을 원하는 건 지금의 중년들이 꿈꾸는 삶이다. 개발시대의 아버지들을 보며 자라난 이들은 일에만 몰두한 삶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목도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이들은 일과 함께 동시에 휴식과 자신만의 놀이를 원한다. 이서진은 그런 마음으로 도시를 떠났으나 막상 겪으면 불편함이 먼저 다가오고 그러면서도 또한 그 시골 삶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중년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차승원과 유해진, 이 브로맨스 혹은 가상부부

어촌편이 그려낸 중년들, 차승원과 유해진은 이서진과는 그 결이 약간 다르다. 이서진이 시골 삶이 낯선 투덜이 도시인이었다면, 차승원과 유해진은 이런 삶 자체도 즐길 줄 아는 이른바 선수들이다. 나영석 PD 본인도 놀랐을 정도라는 차승원의 요리 실력은 만재도에 중국집을 차려도 되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현란했다. 갖가지 김치 담그기는 기본이고 물고기 회를 뜨거나 탕수요리를 해먹거나 해물짬봉에 심지어 어묵탕까지 시도하는 차승원은 만재도의 살풍경한 눈보라까지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차승원의 옆에서 바깥양반으로 유유자적하며 낚시부자를 꿈꾸는 유해진은 인생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가 농담처럼 말한 돼크라테스(배부른 돼지+생각하는 소크라테스)’는 그를 잘 표현해주는 말이다. 그는 삶을 즐길 줄 알면서도 동시에 사색할 줄 아는 사람이다. 차승원이 마치 소크라테스의 안사람처럼 바가지를 긁어대면 유해진은 그걸 받아치기보다는 그냥 흘려보내며 허허함으로써 오히려 이 관계의 훈훈함을 만들어낸다. 차승원의 요리에 모든 게 녹아내리는 그 흐뭇한 웃음은 이 두 사람의 브로맨스 혹은 가상부부의 케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프로페셔널한 차승원과 유해진이 보여주는 건 중년의 여유다. 그것은 경제적인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다만 산전수전 겪으며 살아오다보니 중년의 나이에 접해 갖게 된 삶의 능숙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지금의 40대가 과거의 중년들과 달라진 게 있다면 차승원처럼 심지어 요리만드는 걸 즐길 줄 알고 유해진처럼 시골의 삶에서도 어떤 즐거움과 사색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우정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한 갈증은 지금의 중년들이 추구하는 자신만의 시간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를 제공한다.

 

나영석 PD40대 남성 출연자들이 가진 프로그램에서의 이점을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이미 어느 정도 삶에 대해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굳이 억지로 캐릭터를 부여할 필요가 없죠.” 어찌 보면 이 40대 중년의 여유는 뭐 하나 기댈 곳이 없어 보이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하나의 위안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살다보면 언젠가는 힘겨운 삶도 익숙해지는 단계가 온다는 것을 이들 40대 중년들은 보여주고 있다.

 

<꽃보다 청춘>, 회고담 속에 담긴 청춘의 기억

 

윤상, 유희열, 이적이 함께한 <꽃보다 청춘>의 페루 여행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사실 중년의 나이에 어느 날 훌쩍 아무런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중년이란 지극히 현실적인 나이라서 그렇다. 회사를 다니는 중년이라면 위로 아래로 챙겨야할 일들이 산적해 개인적인 시간이라는 것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이것은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도 그렇다. 가족을 챙기기 위해서라면 자신 따위는 살짝 희생시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바로 중년이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꽃보다 청춘>은 바로 이 현실에 꽉 막혀 있는 중년들을 어느 날 납치하다시피 비행기에 태워 그것도 남미 페루에 떡 하니 갖다 놓는다. 황당한 일이지만 이상하게 그것은 그들을 설레게 만든다. 유희열은 남녀가 함께 혼숙하는 도미토리에서의 불편한 하룻밤조차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며 계획에 없던 여행을 하나하나 계획하기 시작하고, 이적은 영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부터 일어, 중국어 등등 각종 언어들을 급조해 섭렵(?)하며 여행의 소통을 책임진다. 갑작스런 출발에 부대끼는 몸을 달고 온 윤상은 그러나 그 와중에도 동생들을 배려하며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여행 자체를 싫어하던 윤상은 동생들과 여행에서 여행의 묘미를 찾아낸다.

 

여행의 목적지인 마추피추 앞에서 그들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그것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그 성취감과 현실에 묻혀 꿈도 꾸지 못했던 그런 역사적인 문명 앞에 서 있다는 감흥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시간은 그 무구한 세월을 버텨온 유적 앞에서 다시금 의미를 되찾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채워가듯 일에 쫓겨 살아가던 중년들은 세월이 무상한 유적 앞에서 자신들이 보낸 현실의 안간힘이 마치 먼지처럼 가벼워지는 걸 느꼈을 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이들의 여행은 결코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었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거쳐 남미까지 들어가는 데만도 20시간이 꼬박 걸린다. 거기서부터 또 마추피추까지 가는 여정은 버스로도 하룻밤 이상을 더 가야 하는 거리다. 그러니 중년의 그들에게 이동거리만으로도 도전이 됐을 터다. 하지만 그 여행을 통해 이들은 동료로서 선후배로서의 끈끈한 관계를 재확인한다. 아픈 윤상을 무심한 척 살뜰히 챙기는 유희열의 마음이 보이고, 그런 윤상의 사연을 들으며 왈칵 울어버린 이적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동생들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윤상이 보인다.

 

중년 남자 셋이 마음을 통해 가까워지니 이제 그들은 소년이 된다. 마치 어린 시절의 개구쟁이로 돌아간 듯, 현실 바깥으로 나와 적응된 그들은 점점 청춘이 되어간다. 이것은 이 프로그램이 왜 중년들의 여행을 소재로 하면서 <꽃보다 청춘>이라 이름 붙인 이유가 될 것이다. 여행은 우리 모두를 청춘으로 되돌린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기억은 영원한 청춘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들은 다시 그들이 납치되듯 여행을 시작했던 자유로 김치찌개 식당에서 후일담을 나눈다. 그 후일담에는 세 사람의 여행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은 여행과 청춘에 모두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여행이든 청춘이든 다시 가고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꽃보다 청춘>이라는 특별한 여행은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청춘이 그리운가. 그렇다면 떠나라. <꽃보다 청춘>은 그런 말을 전하고 있다.

 

완전체 3인방, <꽃보다 청춘>의 완성형을 만들다

 

tvN <꽃보다 할배>에서 나영석 PD는 여행 내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파리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는 줄곧 짐꾼 이서진과 각을 세우면서 프로그램에 재미를 만들었다. 짐꾼이라는 이서진의 단단한 캐릭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서진의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심성과 타고난 적응력은 나영석 PD의 짓궂은 밀당을 통해 훨씬 잘 부각됐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나영석 PD는 시작부터 이순재를 대장으로 세워 고생길을 만들었다. 용돈을 슬쩍 감축하고 짐꾼 이서진을 하루 늦게 출발시켜 이순재가 숙소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한 것. 그러자 순대장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카메라 앞에 자주 등장하던 나영석 PD가 웬일인지 <꽃보다 청춘>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 자유로 근처 한 음식점에서 김치찌개를 시켜 놓고 유희열과 윤상, 이적에게 당일 출발을 알리는 장면에서 잠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물론 페루에서도 제작진이 모두 야반도주를 하는 장면에서 편지를 남기는 모습과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백배 사죄하는 모습으로 등장했었고, 가끔씩 이렇게 현지 길거리 음식 잘 먹는 사람들 처음 봤다는 식으로 이들의 여행에 끼어들기는 하지만 그 빈도수나 존재감이 과거만큼 크지는 않다. 왜 이번 여행에서는 나영석 PD의 모습이 과거만큼 자주 등장하지 않는 걸까.

 

그것은 당연하게도 이번 여행에서 나영석 PD의 역할이 그다지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가 전면에 나오지 않아도 <꽃보다 청춘>3인방이 온전히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넘쳐나게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나영석 PD가 굳이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게 됐다. 윤상, 유희열 그리고 이적의 조합은 그만큼 여행으로서도 방송으로서도 최적의 조합이 되었다.

 

유희열이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적응하는 여행의 리더 역할을 해준다면 이적은 언어능력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지와 소통하는 역할을 해준다. 이들은 세상 어디에 갖다 놔도 잘 살 것 같은 열린 마음과 여유로움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여기에 알코올 문제를 이겨내기 위해 육체적으로도 힘겨운 윤상은 늘 편안하기만 굴러가면 밋밋해졌을 여행에 자극제가 된다. 그가 화장실을 못가는 것이나 고산병으로 몸져눕는 일들은 그대로 여행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윤상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쏟아내는 이적의 이야기나, 아이들 앞에 떳떳한 아빠로 서기 위해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듯한 윤상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듣고 보며 든든한 지지를 자처한 유희열의 내세우지 않는 자상함은 <꽃보다 청춘>이라는 배낭여행이 드디어 나영석 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완전체로 탄생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어느새 방송이라는 것을 훌쩍 잊어버리고 그들 자신들의 여행에 깊이 몰입하게 된 삼인방은 그래서 굳이 나영석 PD가 개입하지 않아도 충분한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 세 사람의 이야기를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흐뭇해지고 마음 따뜻해지며 때로는 청춘의 설렘까지 느낄 수 있다는 건 그래서 즐거운 일이다. 아마도 나영석 PD가 똑같이 느꼈을 것처.

 

<꽃청춘>, 뜬금없이 떠난 여행의 패닉? 혹은 즐거움!

 

<꽃보다 청춘>. 이것이 청춘의 여행이다. 갑자기 떠날 수 있다는 것. 현실의 족쇄들이 점점 견고하게 우리의 발목을 잡아채는 중년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뜬금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특히 해야 될 일이 있고 만나야 될 사람들이 있고 게다가 가족까지 있다면 이런 여행은 심지어 무책임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청춘이야 치기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중년이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내야 하는 어떤 시간이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그런데 이 아무 준비도 없이 미팅을 한다며 모인 윤상, 유희열, 이적이 그 날 바로 갑자기 페루로 떠나는 여행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그들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러고 가란 말야?”하고 맨발을 내밀며 웃는 유희열처럼 약간은 즐겁고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패닉과 설렘. 중년이라는 견고한 책임감과 그걸 살짝 벗어버린다는 데서 오는 들뜸.

 

공항패션은커녕 거지꼴을 하고 출국하는 공항에서 이적은 어 이상해 왜 자꾸 웃음이 나지?”하고 말했다. 아마도 그런 치기어린 여행을 했던 청춘에서 이제 꽤 멀리 걸어온 중년이 갑자기 떠나면서 느끼는 현실과의 거리감이 그런 이상한 웃음을 만들어냈을 게다. 프로그램이 자막을 통해 보여주듯, 그들은 나이 들었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소년이 살아있었다. 다만 숨겨져 있었을 뿐.

 

혼자가 아닌 마음 맞는 친구와 떠나는 여행은 더더욱 그 소년의 치기를 밖으로 끌어낸다. 일종의 공모의식. 다 같이 업계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료이자 친구이자 선후배지만 그걸 다 뒤로 남겨두고 훌쩍 떠난다는 그 같은 마음에서 생겨나는 공범(?)의식이 그들을 더욱 현실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의 관계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던 의외의 능력과 개성들을 발견한다.

 

비행기에서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여행을 준비하는 유희열은 의외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그런 형이 믿음직스런 이적은 이 형이 이런 형이라니까하고 든든해하며, 윤상은 희열이만 믿어하고 신뢰를 보낸다. 장소 찾는데 능력을 보이는 지리맨 유희열은 돈데 에스타...’라는 한 마디 할 줄 아는 스페인어로 시장을 찾아낸다.

 

꼼꼼하게 경비를 하나하나 체크하는 이적은 페루라고 새겨진 작은 지갑 하나를 사고는 어린애처럼 즐거워한다. 유희열은 작은 지갑 하나의 의미를 되새긴다. “카드가 없는 삶은 이걸로 되더라구... 가죽지갑을 사면 신분증이니... 뭐든 꽂아야 되잖아. 다 필요 없던 거야.” 좁은 공간에서 수건 하나로 함께 샤워를 하는 경험이나 미처 챙겨가지 못한 속옷을 현지에서 사고, 혼성 도미토리에서 다양한 인종과 함께 혼숙을 하는 체험은 아마도 갑자기 떠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었을 것이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의 여행을 통해 우리가 발견한 건 오히려 청춘이었다. 할배 신구는 유럽까지 날아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청춘을 찬양했고, 누나들은 크로아티아까지 날아가 여전히 젊고 소녀 같은 감성이 그 속에 살아있다는 걸 발견했다. <꽃보다 청춘>은 그래서 이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일관된 메시지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마지막 프로젝트다. 그건 바로 청춘이다. 여행을 통해 다시 찾는 청춘의 나. 언제든 무작정 떠날 수 있는 소년, 소녀가 여전히 우리 마음 한 구석에는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이 특별한 여행은 보여주고 있다.

 

<꽃보다 청춘>, -PD의 심상찮은 행보

 

나영석 PD<꽃보다 청춘>이라는 타이틀로 유희열, 이적, 윤상과 함께 페루로 출국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나영석 PD는 출연자들의 구성만으로도 그 예능 프로그램의 이야기에 기대감을 만드는 연출자다.

 

나영석PD와 신원호 PD(사진출처:CJ E&M)

유희열과 이적 그리고 윤상. 40줄의 중년들이 여행을 통해 청춘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관심거리다. 이미 몇몇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괜찮은 이미지와 발군의 예능감을 보여줬던 그들이기 때문에 웃음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이 세 사람의 조합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니 음악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중년이라는 연령대가 주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깊이와 회한의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꽃보다 청춘>이라는 똑같은 타이틀로 <응답하라 1994>로 주목된 진짜 청춘들, 손호준, 유연석, 바로가 라오스행 비행기를 탔다는 점이다. 이미 <응답하라 1994>가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드라마라는 점을 두고 보면 이들의 여행은 <응답하라 1994>의 예능 판 같은 느낌을 준다. <응답하라 1994>의 아련한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풋풋한 이 배우들의 면면을 다시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이렇게 중년과 청춘으로 나뉘어진 여행은 바로 그 연령대가 주는 느낌 때문에 어떤 비교점을 만들어낼 것이지만, 여행이라는 지점은 또한 중년이든 청춘이든 모두를 가장 빛나던 시기로 되돌리는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년과 청춘이 어떻게 다른가를 확인하기 보다는 나이를 무화시키는 공유점과 공감대를 발견하는 것이 이 여행의 포인트가 아닐까.

 

또 하나의 기대감을 자아내는 지점은 이 라오스편 <꽃보다 청춘><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가 찍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마도 <응답하라> 3인방이 출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원호 PD는 이들과 가장 가깝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데다 그 만남 또한 자연스러울 수 있는 연출자다. 예능에서 드라마로 또 드라마에서 다시 예능으로 전천후 행보를 보이는 신원호 PD가 다시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지만.

 

신원호 PD와 나영석 PD가 함께 연출한다는 점은 두 연출자의 연출스타일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물론 큰 틀은 나영석 PD가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꽃보다> 시리즈의 특성상 이 두 PD의 면면은 자연스럽게 방송을 통해 보여질 것으로 보인다. PD의 캐릭터는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볼거리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꽃보다> 시리즈와 <응답하라> 시리즈, 그리고 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행보는 심상찮다. 그것은 이제 연출자가 프로그램 뒤편에 있기 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기대하게 만드는 브랜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나영석 PD와 신원호PD가 어떤 작품을 한다고 하면 바로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채널을 주목시킬 수 있다.

 

마치 <어벤져스> 같은 영화가 보여주듯이 브랜드화되고 캐릭터화된 인물들은 각각으로도 힘을 발휘하지만 다양한 조합으로도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이번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조합은 브랜드 PD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합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이미 브랜드화된 PD는 또 다른 인물들을 브랜드화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꽃보다 청춘>은 브랜드 PD 시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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