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게 바이럴 마케팅이라면, 차트는 무슨 소용이 있나

닐로 사태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다. 밴드 칵스 멤버이자 EDM DJ로 활동 중인 숀의 신곡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지난 17일 새벽 1시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다. 

곡도 생소한데다가 숀이라는 가수도 생소한 마당에 갑자기 음원차트 1위를 했다는 소식은, 차트를 민감하게 들여다보는 팬들이나 기획사로서는 의구심을 만들 수밖에 없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마마무 같은 신곡을 내놓기만 하면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아이돌들을 밀어내고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해당 아이돌 팬덤들이 먼저 음원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이상 현상’이 자꾸만 발생하자 이번에는 박진영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박진영은 자신의 SNS에 “최근 음원순위 조작에 관한 의혹들이 제기되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또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미 유관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를 의뢰한 회사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썼다. 또 이 문제를 문광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조사 의뢰를 하고 결과에 따라서는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대형기획사들도 차트 순위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윤종신은 SNS를 통해 이런 사재기 의혹들이 계속 드러나는 차트가 가진 문제점을 꼬집었다.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는 것. 차트 순위 1위에만 집착하는 음악계의 풍토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종신은 실시간 차트와 TOP 100 전체 재생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그 차트는 ‘무취향적 재생 버튼’으로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당한 말이다. 그는 음원차트 TOP 100 전체 재생 버튼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이제는 사재기 문제가 불거지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바이럴 마케팅’이다. 숀의 기획사인 디씨톰 엔터테인먼트는 사재기나 조작, 불법적인 마케팅은 없었고, 페이스북을 이용해 노래를 소개시킨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것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음원 차트 1위라는 기록이 나오게 된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만일 이 이야기대로 바이럴 마케팅이 차트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상황이라면, 도대체 이 차트는 뭘 반영하는 것일까. 음원 차트는 대중들의 집중된 취향이나 트렌드를 반영해야 차트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이럴 마케팅에 의해 가능하다면 이 차트는 대중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상업적으로 접근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자인하는 게 아닐까.

이런 차트는 기획사들의 돈벌이에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듣고 픈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하나의 방해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꾸만 누군가 등을 떠미는 바람에 듣게 되는 음악. 그게 오래 갈 수 있을까. 이건 궁금적으로 차트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른바 개인 취향의 시대다. 대중들도 누가 들으니 나도 듣는다의 식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음원사이트들이 새롭게 정비를 해야 할 때다. 자꾸만 의혹이 제기된다는 건 차트가 삐걱대고 있다는 징후이니 말이다.(사진:디시톰엔터테인먼트)

‘무도’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들, 핵심은 진정성

유시민 작가, 송은이와 김생민, 윤종신 그리고 진선규. MBC 예능 <무한도전>은 어떤 기준으로 올해의 인물들로 이들을 선정했을까. 물론 저마다 분야도 다르고 역할들도 다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의 공통된 이유가 들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이들은 모두 단번에 어떤 성과를 거뒀다기보다는 그간의 세월들이 고스란히 쌓여져 그 과실로서 성과가 드러났던 인물들이다. 

인터뷰를 위해 자신을 찾아온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유시민 작가가 들려준 한 마디 한 마디는 어째서 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고 또 충분히 그럴만한 한 해를 보냈는가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박명수의 갖가지 ‘명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99% 맞다”며 그것이 속으로는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놓지 못하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들이라고 유시민 작가는 짚어냈다. 

워낙 박학다식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것보다 유시민 작가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무한도전>을 통해 슬쩍 드러난 것처럼 눈높이를 맞추는 화법에 있다고 보인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의 의미 같은 걸 찾아내는 역시 작가적인 시각이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두 번째로 찾은 올해의 인물로서 송은이와 김생민 역시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 온 개그맨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김생민의 영수증>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단지 경제 개그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어서가 아니라 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거기 녹아있어 대중들에게 그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내놓는 경제적인 고민들에 대해서 역시 김생민은 예리한 분석을 내놓아 듣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김생민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보다는 자신의 경제 문제를 컨설팅하려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늘 리포터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왔던 김생민이 이제는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됐다는 유재석의 이야기는 그래서 모두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올해 ‘좋니’라는 곡으로 차트역주행의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낸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독특한 자신만의 음악 제작 및 유통 방식을 고집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무한도전>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마케팅비용이 제작비를 압도하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그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틀을 만들어 특유의 꾸준한 곡 발표로 넘어서려 했고 그 결실이 드디어 ‘좋니’라는 곡으로 만들어졌던 것. 한 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곡을 내놓고 그것이 쌓여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윤종신의 성과 역시 ‘진정성’으로 통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배우 진선규는 그 짧은 인터뷰만으로도 그가 왜 올해 영화배우들 중 그토록 빛나는 존재가 되었는가를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범죄도시>에서의 그 살벌한 카리스마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섬세하고 수줍고 배려 깊은 인물이었다. 일부러 만들어낸 코미디적인 상황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엉뚱한 질문에도 최대한 진지하고 사려 깊게 답하는 모습이 그랬다. 

특히 양세형이 진선규가 수상소감에서 언급했던 청심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앞으로 몇 알을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냐고 얼토당토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가 꿈처럼 준비해 놓은 ‘세 알’을 언급하며 내놓은 소망은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 그때를 위해 한 알, 와이프가 육아 때문에 쉬고 있지만 저처럼 시상식 자리에 왔을 때 한 알, 마지막 한 알은 정말 머나먼 꿈이지만, 칸이나 할리우드에 가게 된다면 그때 한 알 먹지 않을까..”

그는 또 “듣고 싶은 질문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이 아닌 친구와 동료들을 생각하는 답변을 내놔 그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친구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싶다”며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고민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던 것. 그는 자신의 성취의 공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돌렸다. 

<무한도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들에 시청자들이 모두 공감하게 된 건 그것이 그들이 지금껏 살아온 성실한 삶의 시간들로 채워져 있어서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뛰어왔고 그걸 대중들은 알고 기꺼이 호응을 해주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무언가에 성실하게 노력해온 이들이 더 많이 박수 받을 수 있기를 <무한도전>은 이 상을 통해 기원하는 듯 했다.(사진:MBC)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음악 이젠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싱어 송 라이터들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낼까. 어쩌면 KBS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이런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질문이 가진 효용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그건 제작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음악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늘 결과물로만 접했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사진출처:KBS)'

그런데 제작과정이 싱어 송 라이터들마다 다 다르다. 특히 양분되는 건 이른바 20세기 소년들이었던 윤종신과 정재형의 제작방식과 21세기 소년들인 그레이와 후이의 제작방식이다. 윤종신과 정재형은 물론 디지털 피아노를 활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창작에 있어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반면, 그레이와 후이는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랜드 피아노를 치며 작곡하는 정재형의 작업 풍경과 비트를 먼저 쪼개 넣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어 뚝딱 만들어내는 그레이의 방식은 그래서 음악 작업 환경이 최근 몇 년 간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마다의 방식이 갖고 있는 장점은 분명이 있다. 정재형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면, 그레이의 디지털 방식으로 나온 곡은 훨씬 트렌디하다.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들에서도 흥미로운 차이점을 보인다. 윤종신은 곡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인생작이라는 영화 <길>을 보며 그 감성적인 영감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정재형은 곡을 완성하기 위해 양양으로 가 서핑에 몸을 얹으며 영감을 받는다. 반면 그레이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후이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 장면이 주는 느낌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이런 저마다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곡들은 그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정재형의 곡이 아날로그적 피아노의 우아함을 담아 세련된 발라드의 느낌이 얹어졌다면, 그레이의 곡은 어딘지 힘을 쭉 뺐지만 세련된 힙합의 맛이 물씬 묻어난다. 후이의 곡이 아이돌 특유의 다이내믹함을 매력으로 갖고 있다면 윤종신의 곡은 1990년대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찌질한 남성의 감성이 담긴다. 

사실 많은 음악예능들이 지겹게 느껴지는 건 그 프로그램의 형식과 구성이 이미 시청자들의 눈에 익어서다. 대충 우리는 그 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에 스토리를 구성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 그러니 거의 오디션의 틀을 반복하는 음악예능이 제 아무리 맛있는 상을 차려내도 물릴 수밖에.

하지만 음악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제작과정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기존의 음악예능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것은 노래가 새로워서가 아니라 노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새롭게 해주기 때문에 생겨나는 재미다. 

너무 많은 음원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런지 우리들의 귀를 스쳐가는 노래들은 그렇게 나왔다 사라지기 일쑤다. 그 음원들에 특별한 애착이 없다면 아무리 좋아도 귀에 달라붙지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는 너무 많은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와도 애착 없이 바라보면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프로듀스101>처럼 아예 그들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봐야 비로소 달리 보이게 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그런 점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시청자들을 동참하게 해 그 음악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솔로보다 하모니, 이게 진짜 ‘팬텀싱어’지

무엇이 이토록 큰 감동을 줬을까. JTBC <팬텀싱어2> 트리오 대결에서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은 스스로 자신들을 최약체팀이라고 불렀다. 다른 트리오팀들이 연습하는 걸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감은 뚝뚝 떨어졌다. 게다가 선곡해간 곡을 사전에 들어본 프로듀서들은 “분발하셔야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윤종신과 김문정은 무대가 시작되기 전, 사실 이 팀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하지만 막상 이들이 고심 끝에 선택한 Mark Vincent의 ‘Look Inside’를 부르자 프로듀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들이 그간 봐왔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무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고음과 중음과 저음이 절로 잘 배합되어 내는 하모니는 모두를 깊은 감동에 빠뜨렸다. 무엇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노래의 메시지는 그들의 심정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프로듀서들은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박수를 쳤고 극찬이 이어졌다. 윤종신은 특히 세 사람의 “합심된 노력”이 빛난 무대였다고 했고, 윤상은 그 어떤 무대들보다 “각자의 컨디션이 최고였다”고 평했다. 김문정은 “트리오의 표본을 보여주셨다”고 했으며 마이클 리는 “이 무대밖에 없다”는 그런 모습이 큰 감동을 줬다고 했다. 

도대체 이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약점들을 극복하고 어떻게 이런 놀라운 하모니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약점들이 저마다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종신 프로듀서의 말대로 <팬텀싱어>는 솔로를 뽐내는 무대가 아니라 하모니를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약점은 들려주지 않아도 되고 강점을 잘 하면 된다는 것. 그는 제아무리 뛰어난 싱어도 모두를 다 잘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대로 사실이었다. 우리가 <팬텀싱어>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의 실체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잘 하는 사람이 잘 부르는 노래에서 무슨 더 큰 감동이 있을까. 그것은 그저 “잘 부른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혼자 부를 때 약점이 분명했던 인물이 하모니로 팀을 이뤄 서로 부족한 면들을 채워주고 잘 하는 면들을 부각시켜 최고의 노래를 들려줄 때 그걸 보는 우리들도 어떤 위안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서는 잘 안 되는 것들도 함께 하니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발견하게 된 것.

그것은 우리가 굳이 혼자 부르지 않고 합창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혼자 충분히 다 잘해낼 수 있는데 왜 굳이 함께 부르겠는가. 그리고 거기서 발견하게 되는 건 겸손이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더 큰 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깨달음. <팬텀싱어2>의 최약체팀으로 불리던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이 보여준 건 그저 좋은 무대만이 아니었다. 그 작은 무대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팬텀싱어>라는 오디션이 여타의 그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팬텀싱어2', 듀엣 무대의 실망감 뭐가 문제일까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만큼 실망도 크게 다가온다. 사실 JTBC <팬텀싱어2>에서 출연자들이 처음 무대에 서서 저마다 강한 개성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줬을 때만 해도 이번 시즌은 시즌1보다 훨씬 다채로운 재미를 줄 것이라 기대했다.

이태리에서 날아온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청량한 목소리의 조민규, 굉장한 무대장악력을 보여준 권성준,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강형호, 농부테너 정필립, 씨름선수였다 성악을 하게 된 안세권, 자유로운 영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인 조민웅 등등... 실로 저마다의 매력이 넘치는 출연자들이 계속 등장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토록 매력이 넘쳤던 출연자들이 듀엣 무대에 올라오면서부터 그 매력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일단 한 회를 다 봐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무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시즌1이 매회 감동적인 무대를 남겼던 것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다른 느낌이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

일단 가장 큰 건 곡 선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시즌1에서 여러 이태리 노래들을 들었던 터라 시즌2는 그게 익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감성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셔줄 우리 노래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조휘와 권성준이 부른 ‘볼라레’나 박성규와 송근혁이 부른 ‘백일몽’은 괜찮은 선곡이었고 하모니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정수, 임정모가 부른 ‘Brave’나 한태인, 조민웅이 부른 ‘Nostalgia’ 같은 곡은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곡 선정보다 더 큰 문제는 곡 구성이 아닐까 싶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계속 지적했던 것도 곡 구성 부분이었다. 각자 노래들은 다 잘하는데 두 사람의 하모니가 곡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왜 같이 부르는 지 알 수 없었다는 것. 이런 아쉬움들은 결국 인상적인 무대가 나오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시즌1을 다시 떠올려보면 사실 이 듀엣 무대가 가장 돋보였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삼중창이나 사중창 같은 웅장하고 화려한 맛보다는 훨씬 더 감성적인 무대가 가능했던 게 바로 이 듀엣 무대였던 것.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는 오히려 듀엣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게 됐다.

어쩌면 이런 아쉬움은 너무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하모니란 어느 정도 빈 구석들이 있어 그걸 서로 채워주는 과정에서 더 감동적인 화음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새삼 강조한 것처럼, <팬텀싱어>는 개인의 음악적 능력을 뽐내는 무대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여럿이 모여 만들어내는 화음의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무대다. 거기에 걸맞은 곡 선정과 구성 그리고 출연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팬텀싱어2’, 세상은 넓고 숨은 실력자들은 넘쳐난다

1월에 종영한 <팬텀싱어>는 겨우 반 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 기간으로는 짧게 느껴지는 공백기다. 약 7개월여 만에 방송이 되는 것이지만 사전 녹화를 생각해보면 6개월도 안 되는 기간 만에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조금 이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하지만 제작발표회에서 김형중 PD가 밝힌 것처럼,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가 이렇게 빨리 시즌2로 돌아온 데는 그만큼 충분한 실력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단 첫 회 만에 확인할 수 있다. 김주택 같은 이태리에서 날아온 이미 세계적인 러브콜을 받는 바리톤이 출연하는가 하면, 독일에서 건너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같은 인물도 있었다. 또 조민규 같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테너도 있었고, 연기력까지 겸비해 무대장악력으로 눈길을 끈 바리톤 권성준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다양한 출신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사연들이다. 사실 조민규 같은 희소성 있는 목소리는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오페라에서는 너무 날렵한 음색 탓에 혹평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윤종신은 <팬텀싱어>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만 하면 된다며 그 목소리를 칭찬했다. 이런 점은 <팬텀싱어>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줬다. 기존의 틀에서는 어울릴 수 없어도 크로스오버를 통한 새로운 틀을 추구하는 <팬텀싱어>에서는 그것이 색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김주택 같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바리톤이 <팬텀싱어>에 출연하게 된 사연도 흥미로웠다. 그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팬텀싱어> 출연에는 여러모로 오페라라는 대중들에게는 조금은 멀리 떨어진 장르를 보다 친숙하게 알리고픈 마음이 느껴졌다. 제 아무리 좋은 오페라라고 해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그의 말은 그가 부담스런 오디션에 참여한 중요한 이유였다. 

조민규나 김주택, 김동현 같은 제대로 성악을 배운 이들의 무대는 자못 제대로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들에게는 굉장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팬텀싱어2>에 출연한 아마추어들은 프로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는 반전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시즌1의 ‘성공한 덕후’라고 자칭한 최진호와 평범한 회사원인 강형호였다. 

최진호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결코 쉽지 않은 곡을 너무나 편안하게 소화해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강형호는 <오페라의 유령>의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antom of the opera)를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불러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특히 강형호는 때론 부드러운 여성적인 보이스로 때론 강렬한 남성적인 보이스를 모두 소화해내 중창단에서 다양한 색깔이 가능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즉 시즌2는 시즌1의 성공으로 인해 더 강력한 출연자들이 모여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넘어온 세계적인 실력파가 있다면 그들조차 감동받는 발굴되지 않은 원석의 아마추어들도 있었고, 독특한 목소리 때문에 각 분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크로스 오버를 추구하는 <팬텀싱어>에는 최적화된 인물도 있었다. 결국 <팬텀싱어> 같은 음악 프로그램의 핵심은 다양한 출연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두고 보면 시즌2가 시즌1보다 훨씬 더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음악적으로도 시즌1이 주로 이태리 음악에 치중되었다면 이번 시즌2는 첫 방송에서부터 러시아 음악은 물론이고 독일 가곡 같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레퍼토리들이 등장했다. 출연자들도 다채롭고 레퍼토리 또한 다양해진 <팬텀싱어2>. 왜 서둘러 시즌2로 돌아왔는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아직도 식상한 연예인 몰카인가

 

아직도 여전히 몰래카메라? MBC 새 주말예능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진짜사나이>의 빈자리를 차고 들어왔지만 너무 안이한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몰래카메라라는 콘셉트가 신선함을 주기 어려운데다, 새로움의 요소도 그리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사진출처:MBC)'

물론 차별점으로 내세운 게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이경규 혼자 하던 몰래카메라를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윤종신, 이수근, 김희철, 이국주, 존박 이렇게 다섯 명이 이른바 출장 몰카단이라는 이름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이 다섯 인물들이 이경규 혼자 하던 몰래카메라만큼의 재미를 뽑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인원은 많지만 확실한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 것.

 

첫 회에 나간 설현과 이적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는 어설픈 느낌이 강했다. 타로 점을 보고 그 점괘가 그대로 벌어지는 장면들을 연출한 설현의 몰래카메라는 너무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제 아무리 점괘에 따라 하루 일이 벌어진다는 설정이라고 해도 너무 잘 맞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이제는 몰래카메라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경규가 처음 몰래카메라를 시도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상황들이 의심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몰래카메라라는 것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이상한 상황을 맞이하면 연예인들이 이거 몰래카메라 아냐?”하고 묻는 건 이제 예삿일이 될 정도다. 그러니 설현의 몰래카메라는 과거와 비슷하다고 해도 더 어설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링고스타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동석하게 되는 설정의 몰래카메라를 시도한 이적의 경우는 더 어색했다. 일단 분장 자체가 너무 티가 났다. 보는 시청자들 역시 몰입이 잘 안될 정도. 중간에 이적이 의심을 하는 순간은 그래서 긴장감을 높이긴 했지만 그건 이 상황 자체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를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급 전개하며 일찍 몰래카메라임을 밝히고 끝을 맺는 장면도 더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상황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이경규가 했던 몰래카메라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그 시기가 이른바 연예인의 신비주의가 벗겨지던 시점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인해 연예인들의 탈신비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수행해내는 몰래카메라가 대중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셀프카메라 시대다. 연예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민낯을 올리는 상황이 아닌가. ‘탈신비같은 것이 갖는 재미가 예전 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연예인의 꾸밈없는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다는 점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갖는 가장 큰 재미의 지점일 수 있다. 하지만 첫 회를 통해 확인된 건 그것이 당사자들을 크게 놀라게 할 정도로 은밀하지도못했고 그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어떤 감동을 줄만큼 위대하지도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금 같은 시국에 누군가를 속이는 콘셉트의 예능이 잘 어울리는가 하는 지적까지 나오게 된 것은 이런 약점들이 너무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단순한 연예인 몰래카메라라는 설정만으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에는 몰래카메라라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제 몰래카메라가 그만큼 익숙해진 현재, 그 설정이 무언가 다른 스토리로 진화하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식이 무색한 현실, 그들의 상식에 열광하는 까닭

 

보편 타당, 옳다고, 상식이라고 판단했던 내 생각이 그게 아니라고 판단되면 내 판단의 근거 모집단은 나랑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다수인 곳이었을 뿐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향한 조롱, 공격은 그들을 더 뭉치게 하고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의 부정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꾸준한 설득, 논리, 매너 그리고 힘들어도 열심히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95% 정도가 가진 생각은 상식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특별대담(사진출처:JTBC)'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윤종신의 글이 화제다. 이 글은 우리 시대가 접하고 있는 상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우리가 처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고, 또한 마침 있었던 미국 대선에서 모두의 상식을 뒤엎고 공화당 후보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결과를 염두에 둔 듯한 글이다. 윤종신의 이 글에는 상식이 무너진 현실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노력과 그럼에도 꾸준히 설득논리’, ‘매너로 살아가겠다는 자기다짐이 들어있다.

 

윤종신이 올린 이 글이 화제가 되고, 많은 대중들의 공감대를 일으킨 건 아마도 지금의 시국에 대한 소회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에게 상식을 묻게 만들었다. 대단한 어떤 일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상식적인 것들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게 됐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아주머니에 의해 착복되고 농단된 국정운영은 그 많은 정책들에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상식은 무너졌다.

 

정치나 경제 사안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국정이라는 것이 대단히 복잡하고 전문적인 소양들을 갖춘 이들만이 파악되는 어떤 것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그것이 일종의 은폐였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JTBC <뉴스룸>에서 교차 편집해 보여준 최순실과 차은택 같은 인물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을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연설과 담화 내용을 보면 이런 점들은 확연히 드러난다. 창조경제문화융성이니 하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마치 어마어마한 국가적 사안들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것은 허탈하게도 결국 특혜와 관련이 있었던 내용들이었다.

 

결국 바리바리 각종 좋은 문구들로 된 포장을 뜯어내고 나면 그 안에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뉴스룸>이 이런 포장들을 떼어내고 그 어마어마해 보이는 정치적 경제적 사안들을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로 풀어내 실제는 이런 것이었다고 밝혀주지 않았다면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은 은폐됐을 지도 모른다. 현재 <뉴스룸>에 쏟아지는 찬사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정치나 경제 사안처럼 거대담론으로 보이는 일들 역시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인 선 안에 있는 것이고 결국 그 사안들을 위해 세금을 낸 국민들이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간단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최근 <썰전>에 나와 총리를 하라면 하겠다. 대신 조건이 있다. 대통령이 총리에게 모든 실권을 넘겨주고 자신은 의전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면 총리를 하겠다. 모든 행정 각부의 임무를 총리에게 넘겨주겠다는 대통령 조건이 있으면 국민과 국가를 위해 14개월 정도 희생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유시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그가 항상 상식에 근거해 갖가지 사안들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이야기하고, 물 타기 하듯 논지를 흐리고, 갖가지 전문용어를 동원해 실상을 가리는 논제들에 대해 그는 서민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 논리의 가장 기본적인 근거는 역시 상식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으로 긴급하게 마련된 특별 대담 2016 미국의 선택 그리고 우리는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명쾌하게 이 사안을 정리했다. “세계1차대전 이후 미국이 100여 년 동안 지구촌의 자율방범대장을 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이젠 집안일에 신경 쓰라는 미국 국민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 이후 치러질 정상들 간의 외교 회담에 대해서도 그는 자기 집안에서 왕따 당하는 리더를 어느 나라 정상이 제대로 대해주겠나.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국민의 걱정과 근심의 근원지다. 책임 총리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그다지 중요하다 여겨지지 않을 상식들이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윤종신의 상식에 대한 고민, <뉴스룸>의 상식적인 추론을 통한 합당한 문제제기, 유시민의 복잡해 보이는 사안을 상식으로 풀어내는 명쾌함. 이들에게 쏟아지는 대중적 열광은 상식이 무색한 현실의 갑갑함을 에둘러 드러내주고 있다.

<무도><라스>, 오래돼도 늘 새로운

 

MBC <라디오스타>61480회로 9주년을 맞았다. 9년 동안 힘 빠지지 않는 저력을 보였던 만큼 ‘9주년이라는 의미가 남달랐을 법도 하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거기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 보였다. 젝스키스가 게스트로 초대된 이 날, 프로그램은 그 어떤 호들갑도 없이 늘 하던 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김구라는 은지원을 툭툭 건드리며 늘 하던 대로 미끼를 던지고 윤종신은 시종일관 기회를 엿보며 말과 말 사이에 끼어들어 툭툭 던져 넣는 순발력으로 웃음을 준다. 규현은 한참 후배지만 선배 아이돌 그룹인 젝스키스에게도 거침없이 공격적인 말을 던지고, 맏형 김국진은 정신없이 흘러가는 토크를 다시 제 자리에 갖다 놓는다. 때로는 스스로 망가지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한결같은 모습 속에서 젝스키스의 캐릭터들이 쑥쑥 뽑아 올려진다. <무한도전>에서도 확실한 예능감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이재진은 <라디오스타>에서도 타도 HOT”를 외치며 MC들의 칭찬을 받는다. 예능에서 봤던 모습과 달리 팀 리더로서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은지원을 김구라는 구박한다. 그러자 슬쩍 슬쩍 은지원 역시 대체불가 은초딩 캐릭터를 끄집어낸다. 장수원은 로봇 연기 전문가가 되고 김재덕은 영원한 댄싱보이의 면면을 드러낸다.

 

한 때는 5분 방송 혹은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시작하자마자 끝나기도 했던 <라디오스타>였다. 하지만 그 짧은 방송 분량으로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전하다보니 일찍이 <라디오스타>는 밀도 높은 토크쇼로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셈이 되었다. <무릎팍도사>가 사라지고 대신 본방으로 신분상승을 한 <라디오스타>는 그렇게 늘어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5분 방송의 밀도를 유지했다. 그것이 <라디오스타>만의 정신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의 원천이 되었다.

 

이러한 웃음의 밀도를 갖고 있으면서 새내기 예능인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새 인물들을 발굴해낸 점은 <라디오스타>가 롱런할 수 있는 힘이었다. 트렌드가 지나버리면서 토크쇼들이 다 사라진 후에도 <라디오스타> 혼자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그 새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 스토리 덕분이었다. 늘 봐왔던 틀 안에서 뱅뱅 돌던 토크쇼들과는 달리, <라디오스타>는 그래서 오래된 프로그램이면서도 늘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그것이 9년 장수의 비결이 되었다.

 

<무한도전> 역시 지난 42311주년을 맞았지만 그다지 거기에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 11주년에 해당하는 방송분에도 토토가2’ 특집으로 젝스키스가 출연했다. 다시 모인 젝스키스 멤버들이 함께 팀을 이뤄 컴백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방송되었다. 거기에서는 11주년이라고 해서 그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아니라는 <무한도전>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저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것. 그래서 여전히 새로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무한도전>은 말하고 있었다.

 

흔히들 장수예능을 이야기하면 한결같음을 떠올리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늘 똑같은 모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한결같다는 건 늘 처음 하는 것처럼 새롭다는 의미이고, 그러려고 한결같이 노력해오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라디오스타>9년과 <무한도전>11년은 새삼 대단한 기록이라고 여겨진다. 오래돼도 늘 새롭다는 것.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나.

<무도> 예능총회, 모두가 마음껏 터트릴 수 있었던 까닭

 

<무한도전>이 예능총회를 통해 하려던 것은 현재의 예능 트렌드를 분석하고 향후를 전망해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막상 총회가 열리고 패널로서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윤종신은 물론이고 서장훈, 김숙, 윤정수, 김영철, 박나래 등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불이 붙었다. 그 기화 역할을 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이경규다. 그는 호화롭게(?) 준비된 자신만의 왕좌(?)에 앉아 거침없는 호통과 버럭으로 빵빵 웃음을 터트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로 그간의 공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대선배지만 이제는 조금씩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걸 소재로 불만을 터트리는 모습은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하나의 설정인지 애매한 선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쿡방이 대세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김성주의 이야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나아가서는 요리사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농담까지 거침없이 던지고, 광희가 김제동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이 <힐링캠프>에서 잘렸다며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일침을 놓고 자기 같은 A급 대신 (서장훈, 광희 같은) FD급을 왜 쓰냐고 독하게 쏘아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사방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쏘아대자 총회는 그 힘을 받아 활활 타올랐다. 오디오가 너무 시끄러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이경규의 공격을 직접 받은 패널은 거기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웃음을 만들어냈다. 들어오면서부터 서장훈과 김영철에게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불만이라고 이경규가 쏘아대자 그들의 존재감이 오히려 살아나게 되는 식. 윤정수는 특히 이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빈 자리가 많으니 신경 좀 써달라는 얘기에 그런 부탁은 추잡스런 일이라고 이경규가 일축하자 윤정수는 콩트로 이경규에게 선배님 저처럼 절박한 상황 겪어 보셨어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국 예능 총회는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러하듯이 본래의 취지를 살짝 벗어나 자신들의 불만 토로와 자기 PR을 하는 장이 되어버림으로써 웃음을 유발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과열됨으로써 자칫 싸움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경규의 멘트는 역시 예능 대부답게 빵빵 터졌지만 그것은 자칫 막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정확히 짚고 들어와 그 균형을 맞춰준 인물이 역시 유재석이었다. 그는 이건 예능총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재차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고 보면 이 쟁쟁한 인물들이 한 자리에 나와 마구 이야기들을 쏟아낼 때 그걸 정리해주거나 혹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때로는 멘트의 기회를 줘서 꿰다 논 보릿자루가 되지 않게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 많은 역할들을 배후에서 한 인물이 바로 유재석이다. 한없이 뜨거워진 예능 총회에서 <무한도전>의 다른 인물들 이를 테면 하하나 광희는 거의 말을 섞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 과열 양상에 감히 뛰어들기가 버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능총회는 그 중심에서 웃음의 동력이 된 이경규는 물론이고 윤정수, 김숙, 김구라, 윤종신 등 참여한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예능감을 뽐낸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배후에서 조율하고 조정해준 유재석이 없었다면 자칫 논란의 소지를 안을 수도 있는 자리였다. 유재석 특유의 균형감각과 타인의 캐릭터를 쏙쏙 끄집어내주는 그 진행방식이 총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실로 ‘2016년 패널 유망주라고까지 꼽힌 이경규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고, 왜 유재석이 유느님이라 불리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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