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끌어주고 신원호 PD가 밀어주면

 

이제 일주일 남았다. <응답하라 1988>의 첫 방송. 아마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못내 기다려왔던 팬들이라면 이 일주일이 길게도 느껴질 법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응답하라 1997>이 성공하고 시즌2는 나오지 않을 것처럼 얘기했던 신원호 PD였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가 나왔고 그것 역시 성공하자 분위기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이제 계속해서 나올 것만 같은 쪽으로 흘러갔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하지만 거기서도 신원호 PD는 선을 그었다.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무성한 소문만 돌뿐 구체적인 계획은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가 2년여가 지나서야 <응답하라 1988>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응답하라>의 팬들 입장에서는 기다림이 길고도 긴만큼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1988>은 이러한 기다림과 기대감만큼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촬영 때문에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는 신원호 PD인지라,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이명한 본부장에게 슬쩍 <응답하라 1988>에 대해 물었다. 주저 없이 대본이 잘 빠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기대할만한 얘기였다. 신원호 PD만큼 꼼꼼하게 연출을 해내는 감독도 많지 않으니 말이다.

 

<응답하라 1988>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 드라마의 소개에는 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이라고 짤막하게 적혀 있다. 가족극이라고 하면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 것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골목 다섯 가족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건 지금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과거에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들까지 큰 범주로서 가족 같은 관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층간소음으로 불미스런 일까지 벌어지는 아파트촌의 삶이 우리네 현실이 되어 있다. 그러니 이 코믹하고 왁자지껄한 가족극의 이야기는 의외의 향수와 따뜻함이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지 않을까.

 

흥미로운 건 <응답하라 1988><삼시세끼> 어촌편과 앞뒤로 편성되어 또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미 신원호 나영석의 이 라인업은 2년 전 <응답하라 1994><꽃보다 누나>의 연속 편성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 바 있다. 당시 <꽃보다 누나>는 첫 회에 9%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넘겼고 첫 회 2%를 간단히 넘기는 것으로 시작해 최고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격. 이명한 본부장은 이 나영석 신원호 라인업을 통해 올 한 해 tvN의 다양한 성과들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나영석과 신원호가 이른바 블록버스터들을 전면에서 성공시켜나가고, 주중의 레귤러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은 <집밥 백선생>이나 <수요미식회> 같은 허리를 받쳐주는 프로그램들이 포진했으며, 여기에 <오 나의 귀신님>이나 <두 번째 스무 살> 같은 tvN표 드라마들까지 선전했으니 올해 tvN의 수확은 대단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나영석 PD와 신원호 PD. 다음 주로 예정된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은 그래서 마치 올 한 해 tvN의 성취를 표징하는 사건처럼 보인다. 이들은 또다시 믿고 보는 PD로서의 성공담을 들려줄 것인가. 다음 주가 몹시도 기대되는 시점이다



<삼시세끼>, 더할 나위 없었던 손호준이라는 대타

 

이런 친구가 잘 돼야 하는데...” <삼시세끼>의 손호준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나영석 PD는 물론이고 제작진마저 좀 쉬면서 하라고 할 정도로 손호준은 쉴 새 없이 일을 찾았다. 차가워진 날씨에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건 기본이고, 아궁이에 불을 때고 요리를 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수수밭으로 들어갔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다소곳이 앉은 모습은 영락없는 이서진이라는 대선배 앞에서 칭찬받고 싶은 후배의 모습 그대로였다. 게스트로 방문한 최지우에게 지금껏 본 사람 중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모습 역시 그저 예의가 아니라 진심이 묻어났다. 신문지를 구겨 건네주는 최지우 때문에 절로 미소가 번지는 손호준은 진심 그녀가 옆에 있다는 게 신기한 눈치였다. 김장을 담그기 위해 고춧가루를 빻으면서도 손호준은 최지우에게 칭찬받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꽃보다 청춘>에서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손호준은 20대를 그리 평탄하게 보내지 못했다. 일이 없어 배고픈 나날들을 보낸 적도 많았고 그럴 때 도움을 준 지인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언 30대에 접어들어 겨우 청춘의 꽃이 핀 인물이다. <응답하라 1994>로 이름을 알린 손호준은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를 은인으로 생각했다.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 옥택연의 빈 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잠시 출연한 것이지만 손호준은 확실한 자기만의 존재감을 남겼다.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어딘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표정과 시키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일을 하는 몸에 밴 습관은 보는 이들마저 짠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그 짠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에게서 느껴지는 건 우리네 청춘들의 고단함이다. 열심히 하려고 해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청춘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그에게서는 역력히 느껴졌다. 이서진이나 최지우 같은 선배들이 자신이 만든 된장국을 먹고 맛있어 하자 얼굴 가득 숨길 수 없이 번지는 미소에서는 웃음과 함께 짠함도 동시에 묻어났다. 도대체 얼마나 절실한 삶을 그는 살아왔던 것일까.

 

옥택연의 대타로 잠깐 들어왔지만 이서진의 말대로 택연이보다 더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은 손호준에게서는 저 <미생>의 장그래가 느껴진다. 자신 앞에 놓여진 현실 앞에서 노력이 부족했다고 오히려 자신을 탓하는 장그래처럼 <삼시세끼>의 손호준은 마치 남다른 노력을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 자신의 노력은 질이 다르다고.

 

<삼시세끼>의 손호준을 보며 <미생>의 장그래가 떠오른 건 그 남다른 노력이 지금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심지어 자학적인 절실함으로까지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옥택연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준 손호준은 <미생>의 장그래에게 오차장이 써준 문구처럼 더 할 나위 없는출연자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실로 이런 친구들이 잘 되는 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지상파 압도 케이블, 그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금요일

 

tvN에 있어서 금요일은 각별한 시간이다. 케이블이 지상파를 압도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보여준 프로그램이 <슈퍼스타K2>였으며, 그 프로그램이 방영된 시간대가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그 첫 가능성을 보여준 이후 금요일은 tvN의 전략적 편성시간대가 되었다. 가능성 있는 강력한 프로그램들이 금요일 밤에 들어와 쏠쏠한 재미를 봤다.

 

'미생(사진출처:tvN)'

나영석 PD<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은 모두 금요일 밤에 편성되어 크게는 10%에 달하는 시청률을 냈고, 신원호 PD<응답하라 1997>이 화요일에 편성되어 7%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자 <응답하라 1994>는 금요일 토요일에 편성되었다. <꽃보다> 시리즈와 <응답하라> 시리즈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하면서 두 프로그램이 나란히 금요일 밤에 연달아 방영되는 라인업의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금 현재 tvN의 금요일 밤 라인업을 보면 확실히 이 케이블 채널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미생>에 이어 <삼시세끼> 그리고 <슈퍼스타K6>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좀체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거기에는 지상파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독특한 tvN만의 색깔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생>은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로맨틱 코미디 형태의 드라마들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져 나오면서 하향곡선을 그리던 tvN 드라마에 새로운 전기를 주고 있는 작품이다. 사랑타령에서 벗어나 <미생>은 생생한 직장생활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거기에는 장그래(임시완)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고군분투는 물론이고 오과장(이성민)으로 대변되는 중년의 고달픔도 들어 있다. 공감의 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이다.

 

<삼시세끼>는 이제 나영석 PD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이다. <꽃보다> 시리즈가 아니라도 이제 나영석 PD가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첫 회에 5% 대의 시청률을 가져가는 일이 가능해졌다. 물론 믿고 보는 신뢰만큼 프로그램의 재미 또한 확실하다.

 

<삼시세끼>는 이서진과 옥택연이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단순한 구조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이제 이 단순함 속에서도 촘촘한 재미를 찾아내는데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윤여정을 비롯해 신구나 백일섭 같은 <꽃보다> 시리즈의 출연자들을 적절히 투입시키는 건 하나의 나영석 월드를 구축해낸다. 그 안에서 우리는 <꽃보다> 시리즈의 묘미를 여전히 느끼며 <삼시세끼>라는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슈퍼스타K6>는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최초로 이 형식을 정착시킨 프로그램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 이번 <슈퍼스타K6>에는 유독 실력자들이 많이 참여해 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곽진언과 김필, 임도혁, 장우람 같은 개성 강한 실력자들이 포진해 저마다의 색깔 있는 노래를 선사하고 있다.

 

<미생>, <삼시세끼> 그리고 <슈퍼스타K6>. <미생>이 보여주는 건 tvN표의 드라마가 이제는 지상파 드라마의 완성도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며, <삼시세끼>가 보여주는 건 나영석PD라는 브랜드 예능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케이블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프로그램으로서 <슈퍼스타K6>가 여전히 건재하게 살아남아 있다. tvN 금요일 밤의 라인업은 그간 이 케이블 채널이 어떤 진화를 해왔는가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꽃청춘>에서 느껴지는 이우정 작가의 진가

 

<꽃보다 청춘>을 보니 <응답하라 1994>의 캐릭터들이 새롭게 보인다. <응답하라 1994>의 해태 손호준의 순수하다 못해 순진할 정도의 촌놈 기질이나, 칠봉이 유연석의 바보스러울 정도의 착한 모습, 그리고 빙그레 바로의 나이는 어려도 의젓한 모습은 <꽃보다 청춘>이 보여주는 그들의 진짜 모습에서도 묻어나왔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해외여행이 처음이고 비행기 기내식조차 신기하게 생각하는 토종 손호준은 이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에서 얼떨떨한 표정이 역력했다. 먹는 것조차 토종 한국식만을 고집해온 탓에 라오스에 도착해서도 입맛에 맞지 않아 아무 것도 챙겨먹지 못하는 손호준은 <응답하라 1994>에서 보여줬던 촌놈 캐릭터 그대로였다.

 

반면 유연석은 손호준과는 정반대로 뭐든 잘 먹고 어떤 상황에서든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 것도 못 먹는 절친 손호준을 챙기기 위해 과일을 챙겨 먹이는 유연석에게서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속 깊은 자상함이 느껴졌다. 그 모습 역시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가 보여주던 그대로다. 능력자지만 타인을 바보처럼 묵묵히 챙기는 그런 캐릭터.

 

이렇게 드라마 속 캐릭터와 실제의 모습이 같은 건 바로도 마찬가지. 가장 나이 어린 막내지만 툭하면 말다툼을 벌이는 유연석과 손호준에게 싸우지 마세요라며 중재를 하고, 때로는 서먹해지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의젓한 막내. <응답하라 1994>에서 남다른 고민을 통해 성숙해져가는 빙그레의 모습이 그 진짜 모습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아마도 <응답하라 1994>의 팬이라면 손호준, 유연석, 바로가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에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반색했을 것이다. 그것은 <응답하라 1994>에서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의 면면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캐릭터와 진짜 실제 모습이 늘 같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꽃보다 청춘>3인방의 경우에는 그 드라마 속 캐릭터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마치 <응답하라 1994>에서 막 밖으로 나온 것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응답하라 1994> 이우정 작가의 남다른 드라마 캐릭터 작법 덕분이다. 사실 예능작가 출신 드라마 작가들의 가장 큰 장점이 캐릭터라는 옷을 배우들에게 그저 입히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가진 실제 모습에서 캐릭터를 찾아낸다는 점이다. 예능작가 출신 드라마작가들의 작품 속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자연스럽고 또 그 매력이 드러나는 건 바로 이런 작가의 세심함 덕분이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이 더욱 흥미로워진 건 그래서 상당부분 <응답하라 1994>를 쓴 이우정 작가의 공이 크다. 이 특별한 여행에서 우리는 손호준과 유연석, 바로의 드라마 속에서 봤던 모습을 실제 리얼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 캐릭터들이 그저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진 모습들이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 가능해진 것이다.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면서 출연자를 살펴 그 실제 모습을 캐릭터화 하는 이우정 작가가 가진 고유의 영역. 그것이 아니었다면 <꽃보다 청춘>의 완결편이 이토록 유쾌하게 그려지긴 어려웠을 것이다. 벌써부터 막 입고 막 먹어도 막 멋있는 이들의 여행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꽃보다 청춘>, -PD의 심상찮은 행보

 

나영석 PD<꽃보다 청춘>이라는 타이틀로 유희열, 이적, 윤상과 함께 페루로 출국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나영석 PD는 출연자들의 구성만으로도 그 예능 프로그램의 이야기에 기대감을 만드는 연출자다.

 

나영석PD와 신원호 PD(사진출처:CJ E&M)

유희열과 이적 그리고 윤상. 40줄의 중년들이 여행을 통해 청춘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관심거리다. 이미 몇몇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괜찮은 이미지와 발군의 예능감을 보여줬던 그들이기 때문에 웃음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이 세 사람의 조합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니 음악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중년이라는 연령대가 주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깊이와 회한의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꽃보다 청춘>이라는 똑같은 타이틀로 <응답하라 1994>로 주목된 진짜 청춘들, 손호준, 유연석, 바로가 라오스행 비행기를 탔다는 점이다. 이미 <응답하라 1994>가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드라마라는 점을 두고 보면 이들의 여행은 <응답하라 1994>의 예능 판 같은 느낌을 준다. <응답하라 1994>의 아련한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풋풋한 이 배우들의 면면을 다시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이렇게 중년과 청춘으로 나뉘어진 여행은 바로 그 연령대가 주는 느낌 때문에 어떤 비교점을 만들어낼 것이지만, 여행이라는 지점은 또한 중년이든 청춘이든 모두를 가장 빛나던 시기로 되돌리는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년과 청춘이 어떻게 다른가를 확인하기 보다는 나이를 무화시키는 공유점과 공감대를 발견하는 것이 이 여행의 포인트가 아닐까.

 

또 하나의 기대감을 자아내는 지점은 이 라오스편 <꽃보다 청춘><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가 찍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마도 <응답하라> 3인방이 출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원호 PD는 이들과 가장 가깝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데다 그 만남 또한 자연스러울 수 있는 연출자다. 예능에서 드라마로 또 드라마에서 다시 예능으로 전천후 행보를 보이는 신원호 PD가 다시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지만.

 

신원호 PD와 나영석 PD가 함께 연출한다는 점은 두 연출자의 연출스타일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물론 큰 틀은 나영석 PD가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꽃보다> 시리즈의 특성상 이 두 PD의 면면은 자연스럽게 방송을 통해 보여질 것으로 보인다. PD의 캐릭터는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볼거리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꽃보다> 시리즈와 <응답하라> 시리즈, 그리고 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행보는 심상찮다. 그것은 이제 연출자가 프로그램 뒤편에 있기 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기대하게 만드는 브랜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나영석 PD와 신원호PD가 어떤 작품을 한다고 하면 바로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채널을 주목시킬 수 있다.

 

마치 <어벤져스> 같은 영화가 보여주듯이 브랜드화되고 캐릭터화된 인물들은 각각으로도 힘을 발휘하지만 다양한 조합으로도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이번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조합은 브랜드 PD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합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이미 브랜드화된 PD는 또 다른 인물들을 브랜드화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꽃보다 청춘>은 브랜드 PD 시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춘(靑春), 소통의 키워드가 되다

SPECIEL 2014.02.06 11:36 Posted by 더키앙

복고를 타고 온 청춘, 세대를 진정 소통시키려면

 

청춘(靑春)은 아름답다. 지금 그 청춘을 누리는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그 청춘이 한참 지나가 추억으로 자리한 세대도 마찬가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이 시기는 그래서 젊은 세대든 나이든 세대든 똑같은 감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지대가 된다. 흔히들 복고 트렌드를 현재에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어떤 것으로 말하곤 할 때, 그 트렌드의 중심에 늘 청춘이 서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써니>의 최루탄이 뽀얗게 깔리던 80년대도, <건축학개론><응답하라 1997, 1994>의 김동률의 음악에서 아련한 향수를 느끼던 90년대도 그 시기만 달랐을 뿐, 거기에는 늘 당대의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서 있었다. <꽃보다 할배>의 어르신들이 그 멀고 먼 유럽까지 날아가 배낭여행을 하면서 발견한 것이 다름 아닌 청춘이다. 어르신들은 한껏 청춘을 향수하고 그리워했고 또 그 때로 돌아간 듯 마냥 아이 같은 모습으로 유럽을 활보하는 모습으로 세대를 넘어선 공감을 얻어냈다. 청춘이라는 마법의 시기는 그렇게 어르신들과 현재의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마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그토록 화제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역시 이 청춘의 마법과 무관하지 않다. 외계에서 온 다소 비현실적인 도민준(김수현) 같은 캐릭터가 판타지로 허용되는 이유는, 4백 년을 살면서도 그 늙지 않는 몸때문에 영원히 청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4백 년간 쌓아온 재력과 전문적인 경험과 지성, 감성을 모두 겸비하면서도 여전히 청춘을 유지한 존재로 살아간다. ‘청춘에 대한 강력한 판타지는 이제 단지 젊은 시절의 젊은 몸에 대한 향수를 넘어서 늙지 않는 몸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개봉한 <수상한 그녀>에서는 이 청춘에 대한 욕망이 시간을 거슬러 젊어지는 몸으로 나타난다. 어느 날 우연히 청춘사진관이라는 곳에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간 나문희가 심은경이라는 젊은 몸으로 변신하는 그 판타지. 그렇게 나이든 세대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젊은 몸을 갖게 된 이 인물은 그래서 그 몸 하나에 신구 세대가 공존하게 된다. 몸은 젊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칠순의 감성을 갖게 되는 것. 하지만 그녀 앞에 나타난 잘 생긴 남자 앞에서 다시 설레기 시작한 그녀의 마음은 나이를 제 아무리 먹는다 해도 청춘의 설렘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작년 대선 때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것이 세대 간의 단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선의 결과 그 자체보다도 더, 이토록 깊어진 세대 간의 골에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지금 현재 대중문화의 키워드는 복고로 위장되어 있지만 다름 아닌 소통과 공감에 대한 갈증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소통과 공감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청춘이라는 공유지점이다. 어떻게 하면 이 물과 기름처럼 섞여지지 않는 세대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인가.

 

대중문화에서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이 갈급한 세대 단절을 봉합할 수 있는 소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나이든 세대들의 정서에 맞춰 소비되는 일회적인 복고나 향수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거꾸로 지금의 청춘들에 대한 나이든 세대들의 위로와 배려, 나아가 그들의 꿈을 함께 꾸어줄 수 있는 노력까지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그 아름다운 청춘을 그저 과거의 한 때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청춘들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는 길.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

나영석, 신원호, 유호진PD까지, 그들의 성공 비결

 

최근 예능계에 단연 돋보이는 제작라인은 이른바 <해피선데이> 라인이다. tvN의 이명한 CP는 그 뿌리나 마찬가지다. 초창기 KBS <12>의 야생을 살려놓고 나영석 PD에게 바톤을 이어준 후, 신원호 PD를 통해 <남자의 자격>을 런칭시켰다. 이들은 지금 현재 모두 CJ로 이적해 이른바 이명한 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응답하라1994(사진출처:tvN)'

나영석 PD는 이적 후 첫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로 적시타를 치더니 배낭여행 연작 프로젝트인 <꽃보다 누나>는 첫 회에 10% 시청률을 넘기며 훌쩍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날렸다. 신원호 PD 역시 첫 작품인 <응답하라 1997>을 성공적으로 끝내더니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도 우려와 달리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내며 화제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12> 초창기에 몰래카메라로 만들어진 식당에서 폭주하는 강호동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던 유호진 PD 또한 최근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새로 <12> 시즌3의 메가폰을 잡자마자 시청률이 반등하면서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 있어서 이런 승승장구가 가능해질까.

 

가장 첫 번째 이유로 지목되는 건 이들 뒤에 서 있는 이우정 작가라는 존재다. 사실 이들 프로그램의 전면에 거의 PD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선이 거기에만 집중되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이는 이우정 작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2>, <남자의 자격>,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모두 이우정 작가가 뒤에서 든든하게 작가로서 지켜냄으로써 가능했던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콘텐츠의 성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역시 작가의 영역이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상품으로 치면 기획과 스토리에 해당하는 것.

 

하지만 여기서 한 차원 더 들어가 보면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이른바 이명한 사단이 가진 콘텐츠에 대한 특별한 접근방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을 단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모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물의 심리. 여행지나 특별한 상황 속에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 상태의 미묘한 변화를 이들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것은 대본을 써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하는 눈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나영석 PD의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는 특별함은 그래서 발견이다. 그것은 인물의 발견일 수도 있고 여행지의 발견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여행 그 자체의 발견일 수도 있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견은 할배누나로 지칭되는 인물군들의 재발견이다. <꽃보다 할배>가 어르신들의 새로운 면을 배낭여행을 통해 재발견했다면 <꽃보다 누나>는 남자들이 잘 몰랐던 여성들의 새로운 면을 재발견하고 있다. 재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자세다. 특히 후반작업에 강점을 보이는 나영석 PD는 오히려 현장의 돌발적인 상황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열린 자세로 현장에 들어가 거기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반면 신원호 PD는 드라마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의 심리를 영상 안에 그 정서적인 느낌까지 묻어나게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예를 들어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와 바로가 비오는 날 가겟집 평상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그렇다. 이 장면에서 정우는 발을 쭉 뻗어 떨어지는 빗물에 적시며 술을 마시는데 이런 감각적인 연출은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정서를 전달한다. 똑같은 대사라고 해도 전화기 앞에 머뭇거리는 손이나, 감기로 아픈 병상에서 느끼는 그 특별한 정서 같은 것들이 묻어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 마련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감각적인 느낌들을 잡아내기 때문에 그의 연출로 포착되는 인물들은 훨씬 더 몰입이 가능해진다.

 

<12> 시즌3 혹한기 입영 캠프에서 선보인 유호진 PD의 이른바 야생 5덕 테스트복불복은 PDMC들 간의 팽팽한 대결의식이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구덩이 하나를 파놓고도 50여 분의 방송분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결국 인물들의 외부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에 천착하는 제작방식이 이들의 예능을 특별하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는 점이다.

 

이명한 PD는 그간 웃음을 주는 것만을 오로지 목적으로 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PD이기도 하다. 그는 웃음만이 아니라 눈물, 감동, 놀라움 등등 다양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꿈꾸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예능은 다큐와도 맞닿게 되었고, 현재는 드라마적인 극적 요소도 갖추면서 이 장르 간 벽을 해체시키고 있다. <해피선데이> 제작 라인들의 승승장구는 그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본 서사를 바탕으로 장르적 차이가 붕괴되고 있는 현재 콘텐츠의 변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이른바 이명한 사단의 승승장구는 우리네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타인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거기서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능력은 어쩌면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정해진 룰에만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 놓여진 벽을 해체하는 실험적인 도전정신 또한 융복합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섣불리 규정짓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세상을 발견하겠다는 그 자세는 창의적인 정신의 기본전제가 될 것이다. 2014년은 <꽃보다 누나>가 여성들을 재발견한 것처럼 당신이 재발견되는 꽃보다 당신의 해가 되기를. 훗날 응답하라 2014’로 기억 될 멋진 한 해가 되기를.

심상찮은 tvN 전성시대 케이블 트렌드 만드나

 

이명한 CP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꽃보다 할배>가 펄펄 날더니 이어 <응답하라 1994>는 후속작의 부진 같은 우려는 일찌감치 깨버리고 전작의 아성마저 뛰어넘어버렸다. 그에게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 그리고 이 두 작품에 모두 단단한 밑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이우정 작가 모두 KBS 시절부터 함께 잔뼈가 굵어온 동생들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금 케이블 채널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2%만 나와도 대박이라 부르던 케이블이 이제 7%는 기본이고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노리고 있다니.

 

'응답하라 1994(사진출처:tvN)'

오는 29일 밤은 어쩌면 그래서 케이블 채널의 새로운 기록이 달성될 지도 모르는 분위기다. <응답하라 1994><꽃보다 할배>의 후속인 <꽃보다 누나>가 연속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이 형국.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 아니던가. KBS <해피선데이>의 최전성기 시절의 그림이다. 앞에서 신원호 PD<남자의 자격>이 당겨주고 뒤에서 나영석 PD<12>이 밀어주던 그림. 그래서 이명한 CP가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두 자릿수 시청률은 그리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2년 전 이명한 CPCJ로 이적하던 시점만 하더라도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케이블에 대한 인지도가 조금씩 생기고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보편적 시청층을 겨냥하기보다는 여전히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상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이른바 케이블 라이크한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제 아무리 좋은 기획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현재 상황은 바뀌었다. 이명한 CP여전히 케이블 라이크한 프로그램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보편적 시청층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tvN으로 대변되는 CJ의 케이블 운영은 그렇게 보면 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초창기에는 일단 채널을 알리기 위해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 마니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했지만 어느 정도 채널에 대한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하자 노선을 서서히 바꾸어왔던 것. 이른바 이명한 사단으로 불리는 KBS <해피선데이> 출신 제작진들을 대거 스카우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송창의 대표로 상징되는 초창기 PD들이 케이블의 존재를 알렸다면, 이제 그 기반 위에서 이명한 사단이 특유의 보편적 마인드로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tvN의 약진은 또한 KBS 시스템에서는 좀체 시도하기 어려운 참신한 도전들이 일상적으로 시도되는 케이블의 분위기가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12>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KBS의 분위기 속에서 <꽃보다 할배><응답하라> 시리즈는 나오기 어려운 콘텐츠임에 분명하다.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를 떠올려 보라. 과연 KBS에서 예능 PD에게 드라마를 과감하게 맡길 수 있었겠는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지상파만큼 안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려는 젊은 PD들에게는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이 고마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tvN의 약진은 그 중심에 심지어 스타 PD와 작가의 반열에 오른 몇몇 제작자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 그리고 이우정 작가가 없었다면 이처럼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게다. 이명한 CP는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장점이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신원호 PD 같은 경우에는 어떤 장르를 주던 기본 이상을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나영석 PD는 비슷한 분야 안에서 브랜딩 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여기에 예능에 정서적인 살을 붙이고 톡톡 튀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탁월한 이우정 작가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는 드림팀이 구성되었던 것.

 

고무적인 것은 <꽃보다 할배><응답하라> 시리즈가 단순한 콘텐츠의 재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는 뒤늦게 실버 파워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오히려 지상파에서 이 트렌드에 뛰어들게 만들었으며, <응답하라> 시리즈는 90년대 복고 트렌드를 전면에서 이끌어냈다. 즉 프로그램을 만든다기보다는 하나의 트렌드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이들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꽃보다 누나><응답하라 1994>의 합동작전은 과연 지상파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요즘은 지상파 예능에서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만일 이 괴물 같은 프로그램들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어쩌면 케이블이 지상파를 압도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이 일은 실현 가능한 일이 될 것인가.

<응답하라1994>, 왜 촌스러움을 전면에 세웠을까

 

기성 드라마와 비교해보면 <응답하라 1994>는 세련된 드라마는 아니다. 첫 회를 삼천포(김성균)의 상경기 하나로 오롯이 채워 넣은 것은 기존 드라마 문법으로 보면 모험에 가까운 것이었다. 대체로 멜로드라마의 첫 회란 남녀 주인공에 맞춰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는 꽤 많은 시간을 삼천포의 상경기에 할애했다.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드라마에 시트콤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응답하라1994(사진출처:tvN)'

아마도 이런 선택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예능을 해봤던 경험 때문일 게다. 드라마? 꼭 그 문법을 따라갈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응답하라 1994>는 그래서 예능이 그러한 것처럼 때론 조금은 과장된 시트콤적인 상황을 통해 캐릭터와 웃음을 만들어내면서 필요하면 내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고 인물의 심리를 대놓고 드러내기도 한다.

 

성나정(고아라)과 쓰레기(정우)의 멜로 라인도 그 과정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미 관계가 설정된 상황을 오누이처럼 살짝 가리는 것으로 처리했다. 2회에서 갑자기 쓰레기가 아픈 성나정의 옆자리에 함께 눕는 장면과 함께 이 둘이 오누이가 아니라 오래 만나다보니 오누이 같은 친근함을 가진 특이한 관계라는 것이 설명되었다.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해가는 과정도 드라마적인 스토리 전개보다는 시트콤에 가깝다. MT를 가서 술 마시기 게임을 하는 성나정이 오매불망 쓰레기의 삐삐만을 기다리는 장면이나 다음 날 아침 일찍 산책 나온 성나정에게 무심한 듯 살짝 애정을 표현하는 쓰레기의 모습은 이야기의 전개라기보다는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시트콤적이다.

 

이것은 칠봉이(유연석)가 어머니의 두 번째 결혼식을 찾아가려다 운전이 미숙한 성동일이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아다니다 늦게 되어, 결국 삐삐 음성으로 마음을 전하는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응답하라 1994>의 스토리는 어떤 일관된 흐름이나 전개를 갖기 보다는, 그 때 그 때의 상황과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그 안에 캐릭터 하나 하나를 소개하고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조금은 단순해 보이고 심지어는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이 전개는 그러나 이 드라마가 가진 소재나 메시지를 떠올려보면 의외로 괜찮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 드라마가 전면에 내세운 건 ‘촌스러움’에 대한 것이 아닌가.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하숙집(그 하숙집도 지방에서 갓 올라온 집안이 꾸린 것이다)에서 같이 생활하며 낯선 서울 살이를 체험하는 이야기.

 

이것은 왜 첫 회에 삼천포의 상경기에 그토록 시간을 할애했는가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4년으로의 초대. 삼천포라는 인물은 그 시절의 조금은 구식의 풍경과 정서들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준 인물인 셈이다. 그런데 왜 굳이 1994년을 다루면서 촌놈들의 서울 체험을 주된 소재로 삼았을까. 이것은 자칫 지금 세대에게 낯설 수 있는 1994년의 공기를 ‘촌놈’이라는 공통된 시선을 통해 보다 자연스럽고 또 재미있게 전하기 위함이다.

 

지금 세대에게 1994년이 낯선 모험의 지대인 것처럼 촌놈들에게는 당시나 지금이나 서울이 모험의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양상국이 ‘네가지’나 <인간의 조건>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이 촌놈의 시선은 또한 서울이 익숙한 이들에게도 서울을 낯선 모험의 공간으로 바꿔주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기 표현한 ‘촌놈’이라는 조금은 비하적인 표현은 이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정감가고 아날로그적이며 세련됨이 밀어낸 따뜻한 정조를 드러내는 긍정적인 의미인 셈이다. 양상국처럼.

 

삐삐라는 지금은 너무나 투박하고 촌스럽게까지 보이는 물건은 그래서 오히려 스마트폰 하나면 즉각적으로 누군가와 연결되는 지금 시대에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관계의 아련함 같은 것을 전해준다. 누군가의 삐삐가 오기를 밤새도록 기다리는 경험이라던가, 직접 통화하지 못하고 메시지를 녹음해 마음을 전하는 방식은 마치 손 글씨로 한 자 한 자 마음을 적어나가던 편지처럼 애틋해지는 구석이 있다.

 

<응답하라 1994>는 분명 촌스러운 드라마다. 하지만 이 촌스러움은 오히려 이 드라마가 지금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단지 과거를 회고하거나 추억하는 향수 드라마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가 잃어버린 아날로그적 정조를 ‘촌놈’의 시선으로 끌어내는 것. 이만큼 현재에 괜찮은 의미를 던져주는 주제의식이 있을까. 이것이 이 드라마의 촌스러움에 기꺼이 빠져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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