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깝스', 조정석의 하드캐리 혜리 연기력 논란 잠재울까

MBC 새 월화드라마 <투깝스>는 차동탁(조정석)이라는 캐릭터가 절대적이다. 웃음기 없이 진지한 강력계 형사. 게다가 형이나 다름없는 파트너 조항준(김민종)이 살해당했다. 그러니 그 범인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는 인물이 바로 차동탁 형사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 설정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하다. 그래서 <투깝스>는 이 인물에 이른바 ‘깝’ 캐릭터를 집어넣는다. 감방에 있을 때도 조항준으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던 사기꾼 공수창(김선호)과 의문의 추격자들을 피해 강물로 뛰어들었을 때 차동탁의 몸에 공수창이 빙의되는 것. 그래서 사건 해결을 위해 진지하기만 한 차동탁이라는 인물과 어딘지 뺀질이의 느낌이 강한 공수창이 동거하는 기묘한 캐릭터가 탄생한다. <투깝스>라는 제목은 바로 이 두 인물이 한 형사의 몸에 공존하는 상황을 통해 사건해결을 위해 공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정석은 역시 진지함을 통해 웃음을 주는 코미디 연기의 달인이라는 것이 이 드라마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잔뜩 흥분하거나 진지한 얼굴을 보이지만 어딘지 그것이 드러내는 어린아이 같은 면면들이 은근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이제 ‘깝’ 캐릭터까지 겹쳐지면 조정석의 진가인 진지함과 가벼움의 공존을 통한 독보적인 코미디 캐릭터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다. 

물론 <투깝스>의 이야기는 그리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전형적인 형사물이고 그 안에 복수코드가 담겨져 있으며, 벌써부터 이어지기 시작한 송지안(혜리) 기자와의 멜로가 예고되어 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차동탁과 송지안이 서로 툭탁대며 이어지고 그것이 문득 설렘으로 연결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러니 <투깝스>가 이 드라마만의 차별성으로 내세울 건 결국 캐릭터다. 같은 이야기라도 캐릭터가 독특하다면 새롭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동탁은 일단 충분한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를 연기하는 조정석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고 실제로 첫 회만으로도 그런 매력은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드라마가 한 배우의 힘에 의해 온전히 움직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차동탁의 상대 역할인 송지안을 연기하는 혜리는 첫 방송부터 연기력 논란이 나오고 있다. 기자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시청자들은 그 캐릭터에서 송지안을 보기보다는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를 더 많이 떠올리고 있어서다. 

워낙 <응답하라 1988>의 덕선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남겨서인지 혜리의 새로운 연기는 그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인한 기자와 코믹한 캐릭터 사이를 오가야 하고, 또한 일과 함께 사랑을 연기해내야 하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캐릭터가 바로 송지안이다.

이 부분은 <투깝스>가 향후 넘어서야 할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조정석의 하드캐리가 일단 시선을 잡아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혜리가 첫 회에서 갖게 된 연기력 논란은 스스로도 또 이 드라마도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았다. 과연 <투깝스>는 이런 약점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향후가 궁금해진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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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복수자들’ 라미란과 ‘이번 생은 처음이라’ 김선영

일찍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예고한 바 있다. 라미란과 김선영이라는 연기파 배우의 탄생을. 약 2년 전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골목집에 등장했던 이 엄마들은 당대의 따뜻했던 이웃의 풍경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 바 있다. 그리고 2년 후 이 두 배우는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확고한 입지를 만들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부암동 복수자들>의 홍도희(라미란)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지호(정소민) 엄마 김현자(김선영)는 이들이 가진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증거들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먼저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홍도희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가진 ‘서민적인 정서’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인물이다. 사실 이 ‘복자클럽’을 구성하고 있는 정혜(이요원)나 미숙(명세빈)은 서민들이라 부르긴 어려운 인물들이다. 정혜는 재벌가의 딸이고 미숙은 교육감 선거에 나선 전직 대학교수의 아내다. 그러니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도희와는 여러모로 삶의 풍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희와 정혜, 미숙이 함께 ‘복수’를 위해 클럽을 결성하게 되면서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이들이 ‘서민적 분위기’로 엮어진다. 도희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어우러지는 그들은 각자 가진 부나 지위 같은 것들을 모두 벗어놓는다. 정혜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라면에 빠지고 소맥에 취해 귀여운 주정을 부리고, 미숙은 늘 속으로만 삭여왔던 아픔들을 이들 앞에서 털어놓는다. 그리고 사실 정혜가 재벌가의 서자출신이라는 점이나 미숙 역시 고아원 출신이라는 점 등이 드러난다. 결국 도희라는 서민적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그 정서 안에서 껍질이 벗겨지고 실체로서의 그들이 하나로 어우러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라미란은 <응답하라 1988>에서 그 골목길의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다른 이웃보다 조금 잘 사는 덕에 그 이웃들을 챙겨주는 인물이며, 함께 엄마들이 모이면 맏언니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전의 <응답하라> 시리즈의 서민정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성동일이이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라미란의 존재감이 더 컸다고 말할 수 있다.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도 라미란이라는 연기파 배우의 이런 면면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지호 엄마 김현자 역할을 하고 있는 김선영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김선영의 역할은 중심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지호가 ‘필요’에 의해 결혼식을 하는 시퀀스에서 짧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 같은 것들을 연기로 잘 표현해냈고, 무엇보다 사위에게 쓰는 편지 한 장을 통해 절절한 모정을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김현자라는 엄마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 서민 엄마 특유의 퉁명스러우면서도 속으로는 깊은 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자신은 좀 힘겹게 살아왔어도 딸만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여성적 관점에서의 모성애를 그려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류준열) 엄마와 선우(고경표) 엄마로 각각 나왔던 라미란과 김선영. 그 때 이미 보여줬던 그 가능성들은 이제 실체가 되어 저마다의 존재감으로 피어나고 있다. 수많은 엄마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서민 엄마들의 따뜻함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엄마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들 또한 척척 해내는 천생 연기자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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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사건수첩’, 봉골레 파스타와 봉블리가 사극서 만났을 때

이선균과 안재홍이 아니었다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가능한 작품이었을까. 사실 이 코믹추리극은 사극의 틀과는 조금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임금 예종(이선균)이 셜록처럼 추리를 하고 자기만의 은신처에서 모종의 사건을 해결하는 슈퍼히어로라는 설정이 그렇고, 사관 이서(안재홍)가 한번 보면 사진처럼 기억해내는 놀라운 시력으로 그를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배트맨과 로빈, 혹은 셜록과 와트슨의 코믹 버전 사극판이라고 해야할까. 

사진출처:영화<임금님의 사건수첩>

하지만 이런 부조화를 적절한 긴장감과 웃음으로 유화시켜주는 건 다름 아닌 배우 이선균과 안재홍이다. 이선균은 특유의 그 굵직한 목소리가 갖는 임금님의 위엄(?)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봉골레 파스타!”로 기억되는 코믹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 위엄이 슬쩍 슬쩍 무너질 때 이 예종이란 캐릭터는 웃음을 유발한다. 

아울러 이선균이 이처럼 웃음을 유발하는 임금님의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해낼 수 있게 된 건 다름 아닌 그걸 받아주는 조금은 억울하고 우직하며 선량하기 이를 데 없는 사관 이서를 연기하는 안재홍 덕분이다.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역할로 우리에게는 ‘봉블리’라는 캐릭터 이미지를 갖게 된 배우가 아닌가. 그 봉블리의 매력은 이 영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퓨전을 넘어 장르 사극이 그러하듯이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시대에 벌어졌을 수도 있는 사건을 현재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기이한 사건과 그로 인해 번져가는 소문들, 흉흉해지는 민심 같은 것들이 음모론과 결합하여 임금님을 옥죄는 가운데,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예종의 추리가 흥미롭다. 물론 그 과정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예종과 이서의 주종관계에서 비롯되는 코미디들이다. 

영화는 초반 여러 사건들과 캐릭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금 지루함을 보이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중반 이후가 지나고 나면 스펙터클한 사건들과 연발 터지는 코미디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의외로 이서의 예종에 대한 충직한 모습이 뭉클한 브로맨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악역으로는 정평이 난 김희원과 최근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배우 김홍파가 가벼울 수 있는 이야기에 무게감을 얹어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조선명탐정>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작품들이 그래왔듯이 사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연휴나 명절 같은 시기에 별다른 부담 없이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영화다. 대단한 메시지나 의미를 찾기보다는 가벼운 오락 기획물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작품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지금의 시국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면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메시지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다지 문제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임금님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이선균과 안재홍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연기라기보다는 이들이 가진 독특한 코미디적인 이미지를 사극의 캐릭터와 잘 맞춘 점이 효과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모험과 웃음. 꿀 같은 연휴에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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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나는 ‘한끼줍쇼’, 이런 따뜻함 얼마나 그리웠던 걸까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정릉동의 교수마을. 강호동이 “피톤치드!”를 외치자 도심 속 숲이 내뿜는 신선한 공기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별할 건 없는 동네의 풍경이지만, 사실 이런 낮 시간에 동네가 어떤 모습을 숨기고 있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텅 빈 골목길이 말해주듯 많은 이들은 아침 일찍 일을 하기 위해 동네를 떠났다. 어딘가에서는 그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을 시간, 한적한 동네를 봄볕을 맞으며 오롯이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한적함이 주는 평온함과 따뜻함을.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그렇게 JTBC <한끼줍쇼>가 낮부터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잡아내는 풍경은 일상이지만 특별한 느낌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렇게 천천히 걷는 속도로 동네를 들여다보니 바쁜 출퇴근길에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전봇대에 지친 새들을 위해 마련된 새집이 보이고, 집집마다 개성 있는 문구가 적혀있는 대문들이 보인다. 새삼 담장 너머로 비쭉 보이는 나무들이 반갑고, 무엇보다 골목길이 주는 그 고즈넉한 포근함이 느껴진다. 

그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일상의 풍경들이 이 프로그램의 어떤 ‘걷는 속도의 정서’를 깔아놓으면, 그 위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상황극을 펼치며 과한 리액션을 보이는 강호동과 그런 그를 끊임없이 못마땅해 하며 투덜대고 맥을 끊으려 하는 이경규의 밀고 당기는 예능판이 얹어진다. 걷는 속도 위에서 강호동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마치 동네 아주머니들의 정겨운 수다처럼 풀어놓으면, 이경규는 때론 버럭 대고 핀잔을 주면서 그 과함을 적당히 중화시켜 웃음의 균형을 맞춰준다. 그들이 베테랑이라는 건 그 예능의 과함과 일상의 편안함을 오래된 콤비처럼 주고받는 그 합을 통해 여실히 느껴진다. 

여기에 게스트로 합류한 성유리와 정용화는 그 날만의 특별한 하루의 색채를 덧씌운다. 원조 요정 성유리가 <힐링캠프>를 통해 맺은 이경규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적당히 그를 챙겨줘 기분 좋게 만들면서도 때론 그의 약점을 들어내 웃음을 만든다면, 정용화는 부산사나이의 열정을 드러내며 이경규의 표현대로 ‘발광하는’ 강호동의 리액션을 고스란히 받아주다 방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 정용화의 리액션이 부각되자 스포트라이트가 그쪽으로 가는 걸 못마땅해 하는 이경규가 그를 핀잔주고, 그러면 정용화가 다시 “왕이 될 상인가”하는 멘트로 권력을 꿈꾸는 이경규의 마음을 풀어준다.

그리고 지금껏 한 번도 첫 집에서 한 끼 식사를 한 적이 없는 <한끼줍쇼>가 원조요정 성유리에 힘입어 그 첫 기록을 달성한다. <한끼줍쇼>의 진짜 이야기는 그렇게 선선히 문을 열어준 4대가 한 집에 사는 집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20가지가 넘는 일들을 해 오셨다는 아버지와 딸들, 그리고 스무 살에 결혼해 아이를 가진 아들 때문에 이제 겨우 50대에 할머니가 된 그 아버지의 딸과 그래서 벌써 삼촌소리를 듣는 초등학생까지. 누가 누구인지 헷갈려 따로 족보를 그려놓고 들여다봐야 할 지경으로 북적대는 집안의 풍경. 

그 풍경은 고스란히 그들의 평소대로 차려진 저녁 밥상에 묻어난다. 당뇨가 있으시다는 아버지의 죽과 어른들이 챙겨먹을 법한 나물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토스트까지 함께 얹어진 저녁 밥상. 밥상의 다양함과 풍성함은 그 4대가 함께 사는 가족의 온기가 느껴지는 기분 좋은 북적임을 그대로 담아낸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이경규와 성유리는 그 가족들 속에 전혀 이질감 없는 인물로 녹아들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그들과 식구가 되어 있는 듯한 몰입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응답하라 1988>에서 다시금 흘러나왔던 동물원의 ‘혜화동’의 한 가사가 문득 떠오를 수밖에 없는 풍경들이다. <한끼줍쇼>는 바로 우리가 잊고 살아온 따뜻함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골목길이 보이고 집들이 보이고 그 집안의 가족들이 만들어내는 온기가 느껴진다. 시청자도 식구로 만드는 대책 없는 따뜻함. 그것이 펄펄 나는 <한끼줍쇼>의 정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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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연기돌에게 유리한 위치란 없다

 

연기하는 아이돌, 이른바 연기돌들은 연기에 있어서 훨씬 더 냉정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당연한 것이 배우를 지망하는 신인 연기자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차근차근 밟아도 오르기 어려운 자리에 아이돌로서의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떡하니 캐스팅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중들은 훨씬 더 까다로운 잣대를 갖고 이들의 연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달의 연인(사진출처:SBS)'

그래도 작년부터 연기돌에 대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tvN <응답하라1988>에서 혜리가 덕선이 역할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고, SBS <미녀 공심이>에서 민아 역시 그리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tvN <굿와이프>의 나나는 지금껏 예능에서 가졌던 비호감적인 요소마저 김단이라는 컬크러시 캐릭터를 통해 한 방에 일소해버리는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기돌들에 대한 반응은 점점 가라앉고 있다. 종영한 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는 온몸을 던지는 눈물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너무 비슷한 톤의 연기를 반복한다는 뼈아픈 지적을 듣기도 했다. 또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 <달의 연인>의 아이유는 이 작품이 가진 문제를 거의 혼자 떠안다시피 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프로듀사>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녀는 어쩌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혹평을 듣게 된 걸까.

 

사실 연기돌들의 호불호는 작품의 성패와 무관하지 않다. 작품이 잘 될 때는 그 연기돌들의 연기 또한 호평을 받지만, 작품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심지어 그 작품의 패인이 바로 그 연기돌의 연기력 부족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함부로 애틋하게><달의 연인>이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고 있는 수지와 아이유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게 쏟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배우들처럼 준비된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연기돌들은 또한 어떤 연출자를 만나고 어떤 캐릭터르 만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달의 연인>의 아이유가 처한 연기력 논란의 문제는 그녀의 연기만이 아니라 연출, 캐릭터의 문제가 역시너지를 만들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김규태 감독 특유의 클로즈업의 미학은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지 못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고, 황자들에 둘러싸인 캐릭터는 그 자체의 매력을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반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반면 <굿와이프>의 나나가 연기한 김단 캐릭터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주인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주인공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캐릭터이고,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후 접촉을 해내는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점은 이를 연기한 나나에게는 굉장한 호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걸 소화해내는 것이 관건이었지만 나나는 전도연에게 연기지도를 받을 만큼 열성을 들여 의외로 괜찮은 연기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주인공의 자리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기돌의 경우에는 그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함부로 주인공의 자리를 올라서는 그 무게를 견디기가 어렵게 된다. 만일 주인공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내겠다면 연출자와 캐릭터가 그만큼 중요해진다. 연기돌과 얼마나 잘 매칭이 되는지, 또 캐릭터는 얼마나 그 자체로 매력적인지 같은 것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괜찮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돌은 물론 일반 신인 연기자들보다 더 쉽게 캐스팅되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유리한 위치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엄정한 잣대가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작품의 성패의 이유를 온전히 혼자 떠안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기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작품 선정 또한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커다란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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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 사극도 현대극도 심각함도 코믹도 멜로도 되네

 

확실히 박보검은 준비된 연기자다. 이것은 이미 tvN <응답하라1988>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가 연기했던 최택이라는 천재기사의 캐릭터는 청춘 특유의 밝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한 아버지와 둘이 살아가며 바둑이라는 승부의 세계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물의 날카로움과 어두움도 갖고 있었다. 어눌한 듯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지만 어떤 순간이 오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의 면면까지. 한 캐릭터에서 이렇게 다채롭고 복합적인 연기를 선보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사진출처:KBS)'

그의 새로운 작품, KBS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박보검의 연기는 확실히 출중하다. 물론 현대적인 색채를 가미한 사극이지만, 사극 어투는 연기자들도 어색하게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박보검이 연기한 왕세자 이영이라는 인물은 첫 등장부터 사극이 갖는 특유의 어투들을 잘 소화해냈고, 그러면서도 그걸 살짝 무너뜨림으로써 캐릭터의 코믹함과 긍정적인 성격을 동시에 보여줬다. 주상이 시찰하러 오자 술술 고전들을 외워보였지만 바람이 미리 적어둔 답변들을 날려버림으로써 그 진지한 척 했던 인물의 허당스러움이 드러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던 것.

 

물론 이영의 이런 허당기는 그 진짜 속내를 숨기기 위한 의도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조정의 실세로서 권력을 틀어 쥔 영의정 김헌(천호진)은 향후 이영과 대결구도를 이룰 인물이다. 학문을 게을리 하며 어딘지 왕권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이영이 사실은 허허실실하고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점은 <응답하라1988>에서의 최택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최택이 진지하고 신경질적인 얼굴로 뒤에 덕선(혜리)에 대한 사랑을 숨기고 있었다면,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은 허허실실 유쾌하고 웃는 얼굴 뒤에 조정을 걱정하는 진지함이 숨겨져 있다는 것.

 

하지만 역시 박보검의 연기가 빛나는 건 뭇 여성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멜로 연기다. 이미 첫 회부터 남자여자로 등장한 홍라온(김유정)과 인연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이영은 이 복합적인 요소들이 뒤섞인 사극의 주요 색채를 멜로로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궁에까지 들어온 홍라온은 향후 이영과 다시 만나 조정을 농단하는 자들과 대립하며 사랑을 이어가게 되지 않을까. 자칭 연애 상담사인 홍라온이 정작 자신이 이영에게 빠져드는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른바 <응팔>의 저주라고 불리는 건 이 드라마에서 배출된 연기자들이 다른 드라마에서는 어쩐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데서 나온 이야기다. <딴따라>에 출연했던 혜리가 그렇고, <운빨로맨스>에 출연했던 류준열이 그랬다. 그 이전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고아라, 손호준, 유연석이 모두 새로운 드라마에 투입되었지만 별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박보검만은 이 <응팔>의 저주에서 예외가 될 듯싶다. 그것은 박보검이 <응답하라> 시리즈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온전히 준비된 연기자로서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갈 줄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현대극은 물론이고 사극도 되고, 심각함과 코믹 나아가 멜로도 되는 연기의 면면을 박보검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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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로맨스>, 이미지 반복한 황정음과 새 이미지 만든 류준열

 

MBC <운빨로맨스>가 종영했다. 성적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첫 회 10.3%(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마지막회에는 6.4%까지 떨어졌으니. 이렇게 된 건 운에 기대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졌던 것과, 이야기 전개 상 밀고 당기는 멜로는 많았지만 신선하다고 여겨질만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웹툰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드라마 리메이크에도 큰 기대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역시 웹툰 리메이크는 좀 더 드라마적인 현실성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각보다 난관에 부딪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빨로맨스>의 힘이 그나마 끝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연기자들 덕분이다. 특히 류준열의 경우,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매력적인 연기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응답하라1988>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정환 역할은 끝까지 자제하는 캐릭터였다. 속으로는 끙끙 앓고 있지만 그 속내를 좀체 표현하지 않는 인물. 이것이 팬들에게는 오히려 강력한 츤데레매력으로 어필되기도 했다.

 

<운빨로맨스>의 제수호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응답하라1988>에서 꼭꼭 숨기고 있던 류준열의 다양한 얼굴들을 끄집어내준 인물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모태 솔로에 극도의 이성으로 자기보호를 위해 오히려 까칠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지만(이 모습은 어딘지 <응답하라1988>의 정환을 닮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차츰 심보늬(황정음)를 통해 각성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속내를 숨기지 않고 때론 화를 내고 때론 고백을 하는 캐릭터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류준열이 제수호 캐릭터를 확실히 잘 소화해냈다고 여겨지는 건 이런 변화를 잘 계획해 그려냈다는 점이다. 초반의 제수호의 모습과 마지막에 이르러 보여주는 제수호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변화는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 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류준열이 꽤 괜찮은 준비된 배우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존 작품의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 류준열과 달리, 아쉽게도 황정음은 이번 작품이 그다지 그녀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연기한 심보늬라는 캐릭터가 기존 작품들의 캐릭터와 그리 다른 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운에 지나치게 기대는 모습은 처음에는 코믹하게 다가왔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는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가 되었다.

 

결국 이번 작품에서 황정음의 공적이라면 아쉽게도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끄집어내준 점 정도에 머물렀다. 물론 그것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연기를 위해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열성에 비하면 캐릭터가 그것을 너무 받쳐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러모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래도 류준열이라는 배우가 확실히 빛났다는 건 이 작품이 남긴 작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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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와이프> 나나, 연기돌 혜리와 민아 뒤 이을까

 

이게 과연 나나가 맞나? 아마도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에 로펌조사원으로 여주인공인 김혜경(전도연)을 돕는 김단(나나)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법 하다. 지금껏 무대 위에서나 혹은 뮤직비디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봐왔던 나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굿와이프(사진출처:tvN)'

혹자들은 그녀가 나나가 아닌 베테랑 연기자인 줄 알았다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것. 실제로 그녀는 이 로펌에 오래도록 근무한 느낌이 묻어나는 능숙함이 엿보였다. 우리가 방송을 통해 알던 나나라면 조금은 낯가리고 어딘지 예쁜 척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최근 들어 나나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세계최고미녀. 미국의 연예매체 TC 캔들러가 그 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00선의 순위를 매겨 공개하는 자리에서 나나는 2년 연속 2위를 차지했다. 물론 이 매체가 그렇게 공신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또 선정기준도 모호해 나나의 세계최고미녀수식은 논란까지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나나가 원했던 일일까.

 

<굿와이프>에서 나나는 마치 그딴 수식어는 잊어버리라는 듯 지금껏 보여 왔던 이미지와는 생판 딴 모습을 연기했다. 조금치의 머뭇댐이 없는 시원시원한 성격에, 돌려 말하는 법 없는 직설어법을 보여주는 김단은 말 보다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캐릭터다. 그와 함께 일하게 된 혜경(전도연)과는 남편 이태준(유지태) 때문에 인연이 깊다. 이태준에게 해고당해 로펌조사원을 일하게 된 그녀는 혜경과 이태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으로 공감대를 이룬다.

 

김단은 요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걸 크러시의 느낌을 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외모 갑, 인맥 갑, 눈치 갑이라는 그의 캐릭터 설명에서 드러나듯이 그녀는 못하는 게 없는 인물이다. 예쁜 외모로 짐짓 애교를 섞어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들고, 자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소송의 상대편인 검사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구해오는 인물이다. 일을 위해서는 남자와 만나주기도 하는 그녀는 거꾸로 일에 비해 남자는 그리 중요하게도 여기지 않는 면면을 보여준다. 게다가 목적을 위해서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상관치 않는 모습도 그녀의 캐릭터를 멋지게 만드는 요소다.

 

혜경이 남다른 공감 능력과 두뇌 회전을 통해 맡는 사건의 핵심을 찾아낸다면, 김단은 그것을 입증해내거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몸으로 뛰어 성과를 내는 인물이다. 그녀들이 이태준을 둘 다 싫어한다는 점은 공감대이면서도 두 사람의 묘한 동료의식을 만들어낸다. 어떤 면에서는 남자와의 사랑보다는 일에서의 성취를 더 원하는 두 사람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의기투합하고 시스맨스의 느낌마저 준다.

 

최근 들어 여성 아이돌의 연기 도전이 의외의 성과를 보이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의 혜리가 그렇고 <미녀 공심이>의 민아가 그렇다. <굿와이프>의 나나 역시 그런 연기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제 단 2회가 지났을 뿐이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최소한 세계최고미녀따위의 수식은 지워낸 연기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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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의 김원석, <응답하라>의 신원호, <태양의 후예>의 이응복

 

물론 사극 같은 경우는 이병훈 감독처럼 연출자가 키를 쥐는 경우도 있었지만, 드라마의 키는 오랫동안 작가들이 쥐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드라마가 시작하면 으레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다름 아닌 작가였고 연출자는 그 다음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작가만큼 연출자의 몫이 주목되고 있다.

 

'김원석 감독(사진출처:tvN)'

tvN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작품이 잘 된 것이 김원석 감독의 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대본도 훌륭했지만 김은희 작가는 그것을 완성도 높은 연출로 빛나게 해준 김원석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 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저 의례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시그널>의 스타일이나 연출은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김워석 감독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복고적인 질감을 멋스럽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런 스타일은 <시그널>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결코 쉽지 않은 이 장르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tvN <응답하라 1988> 역시 마찬가지다. 이우정 작가 팀이 만들어낸 훌륭한 대본이 있었지만 이를 완성도 높게 연출한 신원호 감독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자칫 잘못하면 시트콤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미디적인 재미와 진지한 정극의 느낌을 골고루 살려낸 신 감독의 연출은 이번 작품은 물론이고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신뢰 또한 높여놓았다.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KBS <태양의 후예> 역시 이응복 감독의 연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특성상 액션에 재난까지 블록버스터적인 스케일을 담아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드라마 연출이다. 그럼에도 이응복 감독은 블록버스터의 볼거리를 충분히 그려내면서도 그 안의 인물들의 감정 선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출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들어 이처럼 드라마에서 대본만큼 연출에 대한 지분이 많아지고 있는 건 드라마들의 변화 때문이다. 즉 지금의 드라마들은 과거처럼 대사 위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하다못해 tvN <또 오해영> 같은 멜로드라마도 대사만큼 중요한 게 인물의 심리를 담아내는 영상 연출이다. 그러니 <시그널> 같은 장르드라마의 경우에는 영상 연출의 몫이 훨씬 커진다.

 

이른바 때깔이 나는 드라마와 그렇지 못한 드라마가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예를 들어 MBC <몬스터><굿바이 미스터 블랙> 같은 드라마는 연출이 좀 더 공을 들였다면 훨씬 괜찮은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KBS <국수의 신> 같은 경우는 그나마 연출이 영상미를 추구했기 때문에 대본이 가진 심지어 막장에 가까운 자극성들을 상당히 무마해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연출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건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져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제 인물과 대사만으로 시청자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완성도 높은 연출이 그려내는 그 드라마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나 분위기는 이제 드라마 성패의 중요한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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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로맨스>, 웹툰으로는 몰라도 드라마로는

 

MBC <운빨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먼저 그 캐스팅이 그렇다. 작년 <그녀는 예뻤다>로 로코퀸의 탄생을 예감케 했던 황정음이 돌아왔고, <응답하라1988>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이 합류했다. 그러니 이 캐스팅의 팬덤만으로도 드라마는 들썩일 수밖에.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게다가 <운빨로맨스>는 원작인 웹툰으로 이미 일정한 팬덤을 가진 작품이다. <멍순이>를 연재했던 김달님의 웹툰으로 운빨로맨스는 꽤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최근 tvN <또 오해영>이나 SBS <미녀 공심이> 같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것도 <운빨로맨스>에 기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째 첫 회가 주는 느낌은 이런 기대감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것 같다. 아직 본격적인 로맨스에 들어가기 전 남녀 주인공의 만남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너무 떨어진다. 사실 시작부분에 몇 개의 에피소드로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남자주인공인 제수호(류준열)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시퀀스는 카지노에서 특유의 계산능력으로 칩을 싹쓸이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것은 그의 계산적인 성격과 능력을 드러내는 장면이긴 하지만 그게 인물을 매력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자주인공 심보늬(황정음)은 갖가지 알바를 하면서 제수호와 여러 차례 악연으로 엮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그녀가 가진 불행, 즉 동생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 와중에 점과 운수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이 캐릭터가 소개된다.

 

잘 나가는 CEO 남자주인공과 불행해도 씩씩한 캔디형 여자주인공. 사실 이 조합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너무 많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뤄왔던 캐릭터 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운빨로맨스>는 여기에 이라는 변수를 집어넣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서 하룻밤을 보내라는 무속인의 말 때문에 제수호에 접근하는 심보니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하지만 이 설정 역시 웹툰이라면 모를까 드라마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웹툰이 가진 만화적 특성상 점 때문에 절박하게 남자에게 접근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래도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심보늬가 운에 이처럼 집착하는 것이 단지 재미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납득되고 공감할만한 현실적 이유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팬덤은 어떤 면에서는 드라마에 역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만들어낸다. 그만큼 기대감을 잔뜩 키워놓았는데 그것을 드라마가 채워주지 못하면 실망감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황정음과 류준열, 그리고 웹툰 원작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운빨로맨스>가 넘어야할 산이다. 첫 회의 아쉬움을 차츰 채워줄 수 있을지 다음 회의 면면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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