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만 타면 망가지는 일상, 무엇이 문제일까

이른바 ‘투어리즘 포비아’가 <효리네 민박>에도 닥쳤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살던 제주도 집에 관광객들이 몰려와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일으켜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JTBC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JTBC의 이런 조치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를 위해서도 또 방송 콘텐츠를 위해서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제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사생활은 보호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이제 사적인 공간으로 살 수 없는 그 곳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당연하다. 게다가 JTBC 측이 밝힌 것처럼 제3자의 부지 매입은 자칫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효리네 민박>이라는 콘텐츠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방송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된 이른바 ‘관찰 카메라’ 시대에 이제 일상은 방송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금은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과거 현장이란 방송의 중요한 소재이자 원천이었다. 어떤 현장을 잡느냐가 방송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주목되지 않았던 곳도 방송이 포착해 놓으면 이른바 ‘관광명소’가 되어버리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효리네 민박>을 찍었던 그들의 제주도 집을 떠나게 된 상황은 일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방송의 힘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처럼 보인다. 물론 <효리네 민박>의 경우에는 도가 지나친 면이 있다.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은 그 곳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걸 거의 망각한 채 문을 두드리고 심지어 무단 침입까지 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방송의 영향력은 이미 일상을 바꾸고 있다. 최근 북촌 한옥마을과 혜화동 이화 벽화마을에 벌어지고 있는 주민과 관광객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본래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이 곳에 이토록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잇게 된 건 방송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1박2일>을 포함한 무수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 곳을 다녀간 후 국내는 물론 해외의 관광객들까지 그 곳을 찾고 있다. 심지어 관광버스가 관광객들을 단체로 내려놓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이러니 주민들의 일상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문을 열어 놓고 이웃과 교류하며 살던 주민들은 이제 마구 집안 마당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있다. 그 곳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과 주민 간에도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혜화동 이화 벽화마을은 주민들에 의해 벽화가 지워지고 있어 더 이상 벽화마을이라 불리기 어렵게 됐다. 역시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심지어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주민들이니 그런 극단적인 선택이 당연히 이해가 된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제주도 집을 떠나게 된 상황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 집이 주목된 건 <효리네 민박>이 그만큼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건 도시를 떠나 조용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아니었던가.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와 힐링이 되어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화제가 된 그 집이 이제는 그들의 편안했던 일상을 파괴하게 되었다는 게 아닌가. 

사실 이런 일은 이미 방송가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던 일들이다. 이를테면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정선의 그 집을 유명하게 만들고 나서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나중에는 방송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생긴 사례 같은 것이다. 방송이 특정한 유적지나 관광지를 찾아가기보다는 누군가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 내밀한 묘미들을 관찰하게 된 건, 이제 대중들도 그런 시끌벅적한 관광지보다 그 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일상을 보여주고 나면 그 곳은 다시 관광지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관광객들이 그 곳이 관광지가 아닌 일상의 삶의 공간이라는 걸 안다면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는 게 예의다. 특히 효리네처럼 그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왔다면 그 일상을 지켜줄 수 있는 마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타인의 일상을 찾아가기보다는 그런 삶을 내 일상 속에서도 작게나마 시도해보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사진:JTBC)

'효리네2' 우리도 이상순·효리와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싶다

비 내리는 날의 감각과 감성들이 깨어나는 것만 같다. 폭설이 내렸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던 날,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의 감성과 감각들도 촉촉해졌다. 손님들이 모두 놀러 나간 후,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된 이효리와 이상순이 빗속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장면은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들려오는 빗방울이 데크에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에, 그 톡톡 터지는 그림 같은 정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뜨끈한 물속에서 고즈넉한 우산 안에 들어간 두 사람이 일깨워주는 감각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욕탕의 따뜻함과 빗방울의 시원함, 그리고 조용할 때야 비로소 들리는 빗소리들과 한적할 때야 비로소 보이는 빗방울들이 온 몸의 감각을 깨우는 그런 느낌들이 비 오는 <효리네 민박2>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비가 오면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이효리가 굳이 이상순이 품을 들여 애써 펴 놓은 우산 바깥으로 나와 비를 온몸으로 맞는 건 그래서일 게다. 촉촉이 내리는 빗물과 어우러지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 그래서 문득 너무 애쓰며 버텨왔던 어떠한 노력들도 그다지 불필요해지는 느낌. 이효리가 말하는 ‘자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비가 오면 본래 소리는 더 낮게 깔리고 더 잘 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에서 어디 그런 낮은 빗소리가 들려올 틈이 있을까. 하지만 갑자기 흥이 난 임윤아가 핑클의 ‘블루레인’을 부르는 소리는 아주 작게 불러도 이층까지 들려온다. 그 노래를 이효리가 함께 부르다가 결국 옥주현까지 전화로 연결해 맞춰가는 하모니가 그 어떤 공연보다 기분 좋게 다가오는 건 노래 자체 때문이 아니라 비 오는 날의 어떤 설렘 같은 게 거기 더해져 있어서다. 비, 추억이 깃든 노래, 오랜 친구에 대한 그리움 같은.

어둑어둑해지는 민박집으로 하나 둘 비를 피해 둥지로 돌아온 새들처럼, 저마다의 먹거리 한 가지씩을 가져온 손님들이 그걸 한 상에 늘어놓고 풍족한 저녁을 함께 하는 모습도 그 어느 때보다 정겹다. 민박객 중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크게 많은 일을 한 것 같지 않아도 저런 곳이라면 마음이 한없이 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에서 놓고 온 많은 일들을 잠시 모두 잊어버린 채 그 집과 사람들이 깨워내는 감각과 감성들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근 들어 자연이 주는 감각과 감성들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은 오히려 TV를 볼 때이다. 관찰카메라의 시대에 더더욱 정교해진 카메라들은 도시 생활을 하며 느끼지 못하고 잊고 있던 많은 소리들과 장면들을 속속들이 포착해 보여준다. 차 소리에 귀먹고 불야성 같은 도시의 빛에 눈먼 우리들의 감각을 아이러니하게도 관찰카메라가 잡아낸 소리와 장면들로 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들 때문에 오히려 비 오는 날이 더 기다려지는 요즘, 비 오는 어느 날 제주도의 한 집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은 그래서 남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효리네 민박2>를 보다 저들이 비가 오니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그리워지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이제 한 번쯤 잠시 멈춰서서 주변을 돌리고픈 마음이 드는 것도.(사진:JTBC)

‘효리네 민박2’, 이효리의 무엇이 주변을 빛나게 할까

신기할 정도로 빛난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 직원으로 합류한 임윤아는 물론이고, 단기 직원으로 합류했다 떠난 박보검도 이상할 정도로 더 빛나는 느낌이다. 물론 타고난 외모를 가진 소녀시대 멤버로서도, 또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배우로서도 주목받았던 그들지만 <효리네 민박2>는 지금껏 그들이 해왔던 색깔에 새로운 색깔 하나씩을 더 채워 넣어준 듯 새로운 매력들이 빛난다. 

임윤아의 <효리네 민박2> 합류 소식은 불안한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건 아무래도 톱 아이돌 걸 그룹의 얼굴이었으며, 연기자로서도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는 그의 다소 화려한 모습이 <효리네 민박2> 특유의 소탈함과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안함을 임윤아는 효리네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여 주인공처럼 머리를 질끈 묶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주방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며 어디로도 차를 타고 나갈 때면 나서서 운전대를 잡는 그 모습은 우리가 그간 임윤아의 반쪽만을 보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이상순이 서울에 일을 보러갔을 때 그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준 것도 임윤아였다. 몸살기가 있는 이효리를 일찍 쉬게 하고 박보검과 손님들을 척척 챙기는 임윤아는 우리가 그간의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갖고 있던 ‘여리여리한’ 모습이 아니었다. 당차고 어찌 보면 기댈 수 있을 만큼 의지가 가는 그런 인물. 그래서 이상순 대신 단기 직원으로 들어왔던 박보검도 임윤아에게 의지하는 면이 있었고, 이효리는 아예 대놓고 “이젠 윤아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윤아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어떤 의지가 가는 신뢰감의 매력을 또 하나의 색깔로 채워 넣었다면, 박보검은 훈훈한 외모만큼 싹싹하고 배려 깊은 모습으로 이효리, 이상순은 물론이고 손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새로운 색깔을 얻었다. 현실감 없는 완벽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먹방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먹는 걸 즐기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힘든 허드렛일을 나서서 챙긴다. 이효리의 눈에 하트가 생기고 그 모습에 이상순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단지 그가 잘 생겨서만이 아니다. 그만큼 보여지는 따뜻한 인성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서다. 

떠나는 마당에 이별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탐조부자와 예비신혼부부에게 일일이 문자로 아쉬움을 전하고, 마지막까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박보검에게 이효리가 “보검아 사랑해”라고 외친 건 물론 농담이 섞인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떠나고 난 후 그 부재에 느껴지는 커다란 빈자리는 그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감을 갖고 있었는가를 드러낸다. 

그런데 도대체 <효리네 민박2>의 무엇이 임윤아도 박보검도 또 시즌1의 아이유도 더 빛나게 만드는 걸까. 그것은 어찌 보면 <효리네 민박2>의 편안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일상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들은 저 TV 속에서 내려와 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고 그러니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들의 진면목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효리네 민박2>가 가진 매력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효리가 가진 특별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제주도 자연에 폭 파묻혀 지내는 그 일상의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그의 삶이 바로 이 프로그램 전체를 채워 넣는 공기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그 속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가 남다른 호감을 갖게 만든다. 직원이든 손님이든, 유독 더 빛나게 보이는 이유, 그건 마치 폭설이 지나고 나오는 햇살처럼 존재들을 비춰주는 이효리가 거기 있어서다.(사진:JTBC)

제주·음악·따뜻한 사람들, ‘효리네2’가 주는 위로들

도대체 무엇이 특별한 걸까.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가 보여주는 일상들은 이제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다. 마치 그 민박집을 여러 차례 다녀온 것처럼, 만일 지금 그 곳에 간다면 부엌에 있는 부침가루도 찾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2>의 일상들은 이제 특별한 볼거리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리네 민박2>에 계속해서 시선이 집중되는 건 왜일까. 

거기에는 평범하지만 이제 일주일을 끝내는 시간에 이 프로그램이 주는 잔잔한 위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건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이효리와 임윤아가 산책으로 나간 곽지 해수욕장은 아름다운 하늘빛과 바다색깔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안에서 이효리와 임윤아가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고, 마치 소녀들처럼 노래하며 웃는 모습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기분은 좋아진다.

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이상순과 박보검이 개들을 데리고 나선 산책길에서는 은근히 오고가는 두 사람의 형제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연실 이상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박보검과, 은근슬쩍 사진을 같이 찍자고 제안하는 이상순에게서는 서로를 생각하는 남다른 마음 같은 것이 드러난다. 어찌 보면 그저 잠깐 산책을 나오는 것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런 잠깐의 여유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산책이 남다른 편안함을 주는 이유다.

제주가 주는 풍광 속에서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로를 준다면, 음악은 <효리네 민박2>를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시즌1에서 아이유와 이효리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듣던 ‘밤편지’가 하나의 그림 같은 기억으로 자리한다면, 작업실에 처음 들어간 박보검이 이상순과 즉흥적으로 피아노와 기타 선율을 맞춰내는 그 순간 또한 한 때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임윤아가 남긴 흑백사진처럼.

그리고 이어진 손님들과의 ‘마피아 게임’. 며칠 전만 해도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게임 한 판을 통해 웃고 떠들고 감정을 드러내며 가까워진다. 별 것도 아닌 게임이지만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친밀함이 거기에는 있다. 어찌 보면 친밀해지고 싶어 유치해보일 수 있는 게임을 빙자하는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까워지고픈 마음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게임의 승패보다 더 즐거운 한 때를 만드는 것이다. 

<효리네 민박2>는 이제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다. 물론 겨울에 찍은 것이라 초반 분량을 가득 채웠던 폭설과 고립의 정경들이 특별한 느낌을 줬고, 새로 온 직원으로 임윤아와 박보검의 밝고 맑은 모습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기분 좋게 해줬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별한 것들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제 시청자들은 <효리네 민박2>를 보다 내 집 같은 편안함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효리도 이상순도, 임윤아도 박보검도 또 집안 가득한 동물친구들과 새로운 손님들도 모두가 편안한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이 계속 이 자그마한 민박집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건 왜일까. 어쩌면 우리는 대단한 걸 원하는 게 아닌 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그런 위로면 충분하다는 것.(사진:JTBC)

이상순과 이효리 빈자리 채워주는 든든한 윤아·보검

며칠 째 끝이 없을 것처럼 쏟아지던 폭설은 박보검이 도착한 후 거짓말처럼 멈추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제주로 바뀌었다. 이효리가 “너와 함께 햇살이 왔어”라고 한 말이 그저 농담처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박보검이 특유의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을 땐 ‘설레게 그렇게 웃지 말라’는 이효리의 말처럼 눈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니.

JTBC <효리네 민박>에 박보검이 잠깐 서울로 일하러 간 이상순의 빈자리에 들어오자 먼저 왔던 임윤아도 새롭게 보인다. 사실 이 정도로 잘 할까 싶었지만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대충 이야기해도 척척 알아듣고, 손님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이상순이 비운 자리에서 임윤아는 더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상순도 쉽지 않았던 이층 화장실 막힌 변기를 인터넷에서 그 해결방법을 본 적 있다며 의외의 과학적인(?) 방식으로 쉽게 뚫어버린다. 감기 기운이 있어 밀크티를 해먹으려다 넘쳐버리는 바람에 인덕션에 묻은 음식 흔적을 꼼꼼하게도 세제를 써가며 지워내고, 노래를 틀고 싶지만 와이파이 스피커 연결을 몰라 하는 박보검과 이효리 대신 문제를 해결해 노래를 틀게 해준다. 

임윤아는 효리네 민박집의 선임 직원(?)답게 새로 도착해 낯선 박보검에게 청소하는 법, 세탁기 돌리는 법을 세심하게 알려주고, 박보검은 임윤아가 시키는 것이면 뭐든 ‘오케이’를 외치며 열성적으로 일한다. 서울에 일하러 가는 이상순을 공항까지 바래다주고 마트에서 저녁에 먹을 월남쌈 재료를 사와 임윤아와 나란히 서서 재료를 다듬는 모습은 그래서 훈훈하고 또한 든든하다.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는 박보검이 끝없이 월남쌈을 싸서 맛있는 먹는 모습도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음식을 두고 잘 먹는 것만큼 보기 좋은 일이 있을까. 곱상해 보이는 외모지만 먹성은 야성미가 넘쳐나는 이 소년은 그래서 함께 둘러 먹는 저녁 시간을 포만감 있게 만들어준다. 외출에서 돌아온 손님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며 쌈 하나씩 싸서 건네는 건 그래서 기분 좋은 특급 서비스가 된다. 

사실 효리네 민박집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척척 해결해주는 인물은 바로 이상순이었다. 그러니 서울로 일하러 간 그 빈자리가 없을 수 없다. 그 빈자리를 특히 크게 느끼는 듯, 이효리는 감기가 들었다. 폭설이 쏟아질 때 고립된 손님들을 위해 잘 먹이고 또 재밌게 해주려 노력했던 끝에 온 몸살이었다. 그가 혼자 작업실에서 누워 있을 때 유난히 이상순의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효리가 쉬는 동안 그 자리를 척척박사 임윤아가 채워주고, 이상순이 서울 가 있는 그 시간 박보검이 함께 하는 효리네는 어딘지 든든하고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야외활동을 하고 온 손님들을 위해 온천물을 채우고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노는 박보검과, 손님들과의 카드게임에서 의외의 승부욕을 보임으로써 분위기를 한층 띄워주는 임윤아가 있어 효리네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날씨가 제아무리 화창하게 풀려도 유쾌한 사람만큼 밝음을 줄 수 있을까. 폭설이 쏟아져 고립됐을 때도 이효리가 주는 그 밝음으로 효리네는 늘 명랑할 수 있었다. 이제 이상순과 이효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 밝음을 주는 임윤아와 박보검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진다. 효리네가 밝아진 건 그저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겨울을 깨치고 나온 봄 같은 청춘들 덕분이다.(사진:JTBC)

‘효리네 민박’, 폭설에 고립도 판타지로 만든다는 건

어찌 보면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이 처한 최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제주에 폭설이 내리고, 그로 인해 ‘효리네’는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한 채 고립되어버렸다. 첫 손님으로 찾아와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유도소녀들은 공항으로부터 날아온 결항 소식에 난감해 했다. ‘효리네’도 아침을 챙겨 먹이며 고립된 상황에 비축해놓은 식량 걱정을 했다. 

든든히 아침을 챙겨먹는 와중에도 눈은 그칠 줄 몰랐다. 그래도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 노천탕에 들어가려 했지만 꽁꽁 얼어버려 물조차 나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는 이상순과 임윤아는 그걸 녹여보려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그래도 공항으로 가보기 위해 나선 유도소녀들은 미끄러운 언덕길을 차가 오르지 못해 결국 이상순이 직접 와 차를 몰고 소녀들이 뒤에서 밀어 가까스로 그 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래도 눈발이 조금 잠잠해지자 ‘효리네’에 고립된 손님들은 슬슬 주변을 둘러보기로 나섰지만 역시 여의치 않아 가까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고, 집을 나선 이효리와 이상순, 임윤아도 그 음식점을 찾아 식사를 했다. 하지만 오도 가도 못하는 그 상황에 이효리의 한 마디 제안이 반전을 만들었다. 갑자기 눈썰매를 타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모두가 기대감에 찾은 언덕은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언덕 위까지 걸어 올라가는 일은 힘들었지만, 거기서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길은 모두를 까르르 웃게 만들었다. 이상순은 이효리와 임윤아의 동영상을 슬로우 모션으로 찍어줘 그 즐거운 눈썰매의 추억을 담아냈고, 이효리는 그 곳에서 만난 한 귀여운 아이와 함께 눈썰매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핑을 하기 위해 ‘효리네’를 찾은 서퍼 청년들은 눈보라에 서핑을 갈 수는 없었지만 대신 눈썰매를 서프보드처럼 타고 내려오는 멋진 장면을 보여줬다. 

한바탕 눈썰매를 타며 신나게 놀고 난 후 카페에서 마시는 따끈한 코코아 한 잔의 맛은 보는 이들조차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모두가 다시 ‘효리네’로 돌아왔다. 귀경하려다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한 유도소녀들도 다시 ‘효리네’로 왔고 그래서 집은 북적북적했다. 저마다 하나씩 챙겨온 음식들로 저녁이 차려지고 모두 둘러앉아 함께 하는 식사자리. 어찌된 일인지 그 장면은 고립된 사람들이 아니라 외부와 단절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사실 ‘고립’이라는 상황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다가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립’의 의미는 정반대 느낌으로 도시인들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어디를 가든 연결되어 버리는 ‘초연결사회’에서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모든 연결고리가 끊어진 곳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픈 욕망이 하나의 판타지가 되기 마련이다. 최근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이 직접 시도하지 못하는 고립과 야생의 시간들을 대리경험 해줌으로써 인기는 끌고 있는 건 그래서다. 

<효리네 민박> 겨울편은 뜻하지 않게 쏟아진 폭설로 인해 고립된 상황이지만, 의외로 그 고립조차 하나의 판타지로 전해진다. 외부와 단절된 그 곳에서 서로가 나누는 음식과 대화와 놀이가 더더욱 즐거운 일로 다가오는 것이다. 먼 곳까지 왔는데 폭설을 만난 손님들에게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이효리는 끊임없이 그 고립에서의 ‘즐거움 찾기’를 시도한다. 쏟아지는 눈발이 그냥 보면 ‘폭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그걸 슬로우모션으로 포착해내면 그림 같은 장면이 되는 것처럼, 고립의 상황에 그걸 즐기려는 노력의 필터를 끼워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 그렇게 이효리와 함께 하니 고립도 판타지가 된다.(사진:JTBC)

‘효리네2’, 추울 때 아플 때 더 소중한 따뜻한 사람들

현실적인 상황만 보면 최대의 난국이다. 그저 내리는 눈이 아니라 폭풍이 동반된 눈보라가 치고, 추운 날씨에 고드름은 집 처마 가득 점점 길어져만 간다. 첫 날 온 유도소녀들에 이어 둘째 날 자매와 서퍼들이 손님으로 찾아와 집안은 북적북적댄다. 위층에 유도소녀들과 아래층에 자매, 서퍼들이 꽉 채운 <효리네 민박>은 그야말로 노아의 방주 같은 풍경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이효리는 생리통으로 몸살을 앓는다. 허리가 아파 눕고 싶지만 찾아오는 손님들 앞에 반가운 얼굴을 하며 맞고, 손님맞이를 위해 집 청소와 요리까지 한다. 모두가 외출한 사이 잠시 휴식을 취해보지만 이내 일어나서는 반려견들의 산책이 걱정이다. 이상순이 대신 산책을 가려 하지만 엄마 없이는 안 움직이는 반려견들 때문에 이효리는 안 좋은 몸을 추스르고 눈 속을 산책한다. 

사실 TV 같은 남의 풍경을 볼 때야 제주 같은 곳에서 내리는 눈보라가 이국적이고 심지어 장관으로 여겨지지만 막상 여행을 갔을 때 이런 날씨를 만난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게다. 게다가 몸이라도 아프면 그런 일상은 모든 게 힘겨워질 수 있다. 손님을 맞는 게 한없이 반갑지만 따라주지 않는 몸은 손님들에 대한 미안함까지 더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효리네 민박>은 이 난국을 오히려 따뜻한 풍경으로 느껴지게 한다. 눈보라가 치는 창밖을 내다보며 아픈 효리를 위해 따뜻한 차를 내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어쿠스틱한 음악을 틀어준다. 차 한 잔이 더 따뜻하게 다가오고, 들리는 음악의 조용한 목소리가 가슴에 더 닿는 건 바로 그 눈보라치는 창밖 풍경과의 대조 덕분이다. 그런 자리에서 조용히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은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이효리가 아프자 남편 이상순과 직원 임윤아는 알아서 척척 움직인다. 손님이 나간 곳을 꼼꼼히도 청소한다. 이상순은 무심한 듯 효리를 챙긴다. 몸져 누운 효리에게 핫팩을 데워다주고, 따뜻한 생강차를 타서 내준다. 손님들마저 그 북적댐이 오히려 이 추운 날씨와 아픈 몸에 어떤 온기를 전해주는 것 같다. 

게르에 함께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의 풍경이 정겹다. 당장 밖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지만 군고구마를 먹으며 나누는 손님들의 대화는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민박집 전경이 차가운 겨울의 제주를 그려내지만, 그래서 집안을 가득 메운 손님들과 임직원(?)들이 나누는 온기는 더 따뜻해진다. 

이런 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저마다 힘든 일이 있고 눈앞에 닥친 위기들이 존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며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특출난 것’이 없어 힘겹다는 손님의 말 한 마디에 이효리도 임윤아도 마찬가지로 ‘특출난 것’이 없어 했던 고민을 털어놓고 그 자체가 어떤 위로가 되는 일. 아프거나 힘들거나 해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그런 어떤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제주의 겨울풍경을 담은 <효리네 민박2>는 여름의 그 찬란했던 햇살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눈보라 속에서의 제주는 힘겨울 수 있지만, 그 살풍경마저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다. 그건 바로 ‘사람의 온기’다. 추워서 아파서 더 소중해지는 사람의 온기를 <효리네 민박2>는 겨울풍경 속에 담아 전해준다.(사진:JTBC)

‘효리네2’,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란 말 실감나네

뭐니 뭐니 해도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서 그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은 바로 이효리다. 이미 시즌1을 통해 보여진 바대로 그의 일상은 우리 같은 바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요가를 하기 위해 새벽같이 눈을 뜨고 잠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며 명상에 빠져드는 이효리의 모습은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렇게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왜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마침 창밖으로 눈에 내리고, 그 눈이 우박이 되어 번쩍 번개가 지나간 자리에 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 풍경은 그래서 꽤나 상징적인 느낌을 준다. 창밖의 살풍경한 현실이 엄연해도,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소리에 무서워 잠이 깬 순심이를 다독이며 품에 안아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지는 것. 월요일부터 바쁜 시간으로 번개와 천둥처럼 정신없이 흘러갈 일상 속에서도 차 한 잔의 여유는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다스리다보면 그 살풍경한 날씨도 차츰 개이고 때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눈발 속을 뛰어다니며 슬로우모션으로 영상을 찍는 재미를 찾아낼 수도 있다. 눈발 속으로 뛰어나간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이 곳의 직원 임윤아는 눈 속에서 뛰어 노는 반려견들처럼 즐거워한다. 그냥 보면 엉성하고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 풍경을 아주 천천히 슬로우모션으로 돌아보면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순간이었다는 게 발견된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 않을까.

<효리네 민박2>는 이미 시즌1으로 익숙한 이효리와 이상순의 그 변함없는 매력에 새로운 직원으로 온 임윤아의 예쁘고 싹싹한 매력을 더했다. 첫 손님으로 온 소녀들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현실감이 없는 예쁜 외모지만, 그 성격은 이효리처럼 털털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청소면 청소, 요리면 요리, 운전이면 운전 뭐든 척척 해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남다른 섬세한 배려심이다. 첫 날 이효리가 흘러내리는 머리를 실핀이 없어 테이프로 붙이고 있던 걸 남다르게 바라본 윤아는 이상순과 장을 보러 가서는 실핀을 챙긴다. 요리를 하겠다고 준비해온 갖가지 요리도구들 역시 윤아의 남다른 배려 깊은 성격을 확인하게 한다. 잘 먹이고 잘 재우겠다는 이효리와 이상순의 이번 겨울 민박집 방침에 이토록 딱 들어맞는 직원이 있을까.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첫 번째 손님으로 온 유도 소녀 중 한 명이 아무 생각 없이 꺼내놓은 “죽기 전 박보검을 한번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는 이제 앞으로 진짜 이 민박집을 찾아올 박보검에 대한 기대감을 벌써부터 채워버렸다. 그가 올 것을 까마득히 모르는 이효리는 유도 소녀에게 박보검이 이상형으로 자신을 꼽았다며 기사까지 찾아준다. 이효리 역시 박보검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는 얘기이고, 실제로 살짝 등장한 예고 장면에서 박보검이 왔다는 소식에 그게 실화인지 확인하러 달려 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만들어내는 일상 바깥의 의미들이 <효리네 민박2>의 남다른 공기를 만들어낸다면, 여기에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예쁜 윤아와 심쿵 박보검이 합류해 완벽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들은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실제 주인공이랄 수 있는 민박객 손님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 시청자들로서는 손님들이 부러움을 넘어서 그들에게 마치 자신이 거기 있는 듯 몰입할 수밖에 없다. 

역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이는 건 사람들의 온기가 아닐까. 눈보라가 몰아쳐도 따뜻한 사람들의 환한 웃음과,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지는 <효리네 민박2>에 몹시도 추운 겨울밤 월요일을 앞둔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녹는 이유다. 잠시라도 저런 느린 풍경 속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있다면.(사진:JTBC)

'효리네2', 단 3분 만에 힐링부부 귀환 알린 이상순·이효리다시 돌아온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는 벽난로에서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장작불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효리네 집안의 한 부분처럼 너무나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동물친구들. 하늘 가득 채워진 구름과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장작더미와 나뭇잎 위로 쌓이는 눈 그리고 효리네 집 처마에 달라붙은 고드름, 눈발 날리는 효리네집 전경은 이제 추운 겨울이라는 걸 실감나게 한다.그런데 그 내리는 눈을 향해 이효리가 손을 내밀고 난간에 쌓인 눈을 만지며 부감으로 보여지는 눈 덮인 효리네 집은 마치 솜이불을 덮은 것처럼 따뜻하다. 슬로우 모션으로 잡힌 눈발들은 마치 하얀 꽃다발 같고, 얼어붙어 반짝반짝 빛나는 고드름은 마치 달콤한 사탕 같다. 그래서 그런 곳이라면 이효리가 눈발에 얼굴을 내놓는 것처럼 우리도 손을 내밀어보고 싶어진다. 아이처럼 눈 속으로 뛰어 들어가 보고 싶다. 눈이 날리는 그 곳이지만 껴안고 빙빙 돌아가는 이효리와 이상순의 모습은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여름의 효리네를 만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운 겨울이다. 특히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올해를 떠올려보면 겨울, 그것도 섬이기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칼 같이 차갑게 느껴지는 제주의 겨울이 과연 <효리네 민박>과 어울릴까 의구심을 가질만하다. 우리에게 그토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효리네 민박>의 기억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의구심은 오프닝으로 보여준 단 3분 남짓의 영상만으로 스르륵 풀어져버린다. 추운 겨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간절해지고 더 잘 드러나는 온기. 그 3분 동안의 영상은 창밖의 차가운 겨울의 풍경들이 있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집안의 공기를 담아내기에 충분했고, 무엇보다 그 온기를 삶의 면면으로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이효리와 이상순을 더 반짝반짝 빛나게 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오프닝 영상의 끄트머리에 이상순이 소리가 나오지도 않는 기타를 들고 치는 흉내를 내는 과한 모습에 이효리가 “뭐하는 거야?”라고 특유의 지적을 하면서 <효리네 민박>이 즐거움을 담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앉아 오랜만의 카메라들이 비추고 있는 상황의 어색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첫 회의 대부분은 찾아올 손님들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한 것들로 채워졌다. 새로운 알바생으로 소녀시대 윤아가 찾아와 특유의 털털한 모습으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그들은 곧바로 손님맞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효리의 말대로 이번 시즌2는 잘 먹이고 잘 재워 살을 찌워 보내는 게(?) 목표란다. 그래서 웰컴주스를 위한 감귤을 따오고, 따뜻한 침구를 꼼꼼히도 챙겨 사온다. 손님들을 챙겨줄 음식으로 뭘 준비할까 고민이 많은 이효리는 윤아가 마침 요리도 곧잘 한다는 소식에 반색한다.

손님맞이 첫날, 마침 내리는 눈발에 비행기가 제대로 뜰까 걱정을 하지만 다행히 잘 도착한 첫 손님들. 척 보기에도 어딘지 심상찮은 포스를 풍기는 이 소녀들은 유도선수들이란다. 이상순과의 전화 통화에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반색하고, 첫 대면에 “야 누가 못생겼대?”라며 이상순을 단박에 소길리 미남으로 만들어버리는 소녀들. 그들이 나눌 마음의 오고감이 벌써부터 따뜻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효리네 민박2>의 추운 겨울은 그래서 어쩌면 따뜻한 사람들을 위한 좋은 배경화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춥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온기가 그립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추위를 피해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이 더 행복해진다. 추운 겨울인데 더 따뜻한 느낌. 다가온 월요일에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일요일 밤, <효리네 민박2>의 따뜻함은 그래서 잠깐 동안이라도 그 마음을 채워줄 힐링이 되지 않을까.(사진:JTBC)


‘효리네 민박’, 그 끝의 빈자리에서 우리가 발견한 건

우리가 사는 삶이 저렇지 않을까. 마지막에 가서야 그간 지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기억에 새롭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의 어색함이 같은 공간 같은 공기를 마시며 조금씩 풀어지고, 그래서 익숙해지고, 이제 편안해져 같이 있다는 것조차 실감이 안날 때 즈음 그 마지막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끝나는 것 같다고. 이효리와 이상순은 그러나 그 끝은 우리도 모르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고 말해줬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JTBC <효리네 민박>은 누구나의 삶의 단면들을 짧게 잘라서 깊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삶 전체의 모습까지 발견하게 된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생각해보면 그 제주도 민박집 안에서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이지은이 함께 하고, 그들을 찾아왔다 떠난 손님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우리가 사는 모습을 압축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고, 친해지고 그리고 헤어지며 그 과정에서 남는 기억들.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직원으로 왔던 이지은 또한 떠나자 그 왁자했던 민박집은 새삼 정적이 흐른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는 그 정적이 새삼스럽다. 이효리는 “시끄러운 것도 좋고 조용한 것도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은 둘만 덩그러니 남은 집이 쓸쓸해 보이고 또 삶이 그렇게 허무하게 빈자리만 남기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조용함을 조용함으로 느끼게 해주는 건 시끄럽게 왔다 간 손님들 덕분이고, 또 시끄러움을 시끄럽게 느끼게 해주는 건 아무도 없을 때 그 빈자리를 채워줬던 정적 덕분이다. 그들이 있던 곳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그 공간 그대로는 아니다. 공간 곳곳에 남은 왔다 간 사람들의 흔적과 온기 같은 것들이 기억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떠나며 남긴 이지은의 편지를 읽으며 굉장히 쿨한 척 하던 이효리와 이상순은 새삼 말이 없어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들 역시 빈자리는 더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지은이 편지에 담은 ‘같은 데 다른 지은이’라는 문구가 새삼스럽다. 아마도 이지은 역시 떠날 때 짐짓 밝은 척 경쾌한 발걸음을 보였지만 어딘가에서 이 집과 그 집주인들과 그 집에 왔다 간 사람들이 그리워할 지도 모른다.

모두가 떠나간 빈자리에는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남았고, 또 늘 그들 옆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있어줬던 반려견과 반려묘들이 남았다. 사진 속에 찍혀진 얼굴들이 이야기를 건네고 예전부터 함께 있던 개들과 고양이들은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의 이야기까지 더해 그들의 기억을 일깨운다. 후기로 전해진 손님들도 마찬가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들은 떠나오면서 벌써부터 그곳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이 곳의 기억으로 일상을 좀 더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면 느껴지는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삶의 전부가 아닐까 싶었던 그 마음이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의 마지막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각자 저마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힘겨움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보듬으며 온기를 나누었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버티기 힘들 것 같은 상황도 넘어서곤 한다. 결국은 끝이 오고야 말지만, 그렇다고 허무한 건 아니다. 많은 기억들이 드리워져 있어 우리는 생각하며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니. <효리네 민박>처럼.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72)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361)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132,960
  • 323530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