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그 끝의 빈자리에서 우리가 발견한 건

우리가 사는 삶이 저렇지 않을까. 마지막에 가서야 그간 지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기억에 새롭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의 어색함이 같은 공간 같은 공기를 마시며 조금씩 풀어지고, 그래서 익숙해지고, 이제 편안해져 같이 있다는 것조차 실감이 안날 때 즈음 그 마지막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끝나는 것 같다고. 이효리와 이상순은 그러나 그 끝은 우리도 모르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고 말해줬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JTBC <효리네 민박>은 누구나의 삶의 단면들을 짧게 잘라서 깊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삶 전체의 모습까지 발견하게 된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생각해보면 그 제주도 민박집 안에서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이지은이 함께 하고, 그들을 찾아왔다 떠난 손님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우리가 사는 모습을 압축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고, 친해지고 그리고 헤어지며 그 과정에서 남는 기억들.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직원으로 왔던 이지은 또한 떠나자 그 왁자했던 민박집은 새삼 정적이 흐른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는 그 정적이 새삼스럽다. 이효리는 “시끄러운 것도 좋고 조용한 것도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은 둘만 덩그러니 남은 집이 쓸쓸해 보이고 또 삶이 그렇게 허무하게 빈자리만 남기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조용함을 조용함으로 느끼게 해주는 건 시끄럽게 왔다 간 손님들 덕분이고, 또 시끄러움을 시끄럽게 느끼게 해주는 건 아무도 없을 때 그 빈자리를 채워줬던 정적 덕분이다. 그들이 있던 곳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그 공간 그대로는 아니다. 공간 곳곳에 남은 왔다 간 사람들의 흔적과 온기 같은 것들이 기억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떠나며 남긴 이지은의 편지를 읽으며 굉장히 쿨한 척 하던 이효리와 이상순은 새삼 말이 없어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들 역시 빈자리는 더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지은이 편지에 담은 ‘같은 데 다른 지은이’라는 문구가 새삼스럽다. 아마도 이지은 역시 떠날 때 짐짓 밝은 척 경쾌한 발걸음을 보였지만 어딘가에서 이 집과 그 집주인들과 그 집에 왔다 간 사람들이 그리워할 지도 모른다.

모두가 떠나간 빈자리에는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남았고, 또 늘 그들 옆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있어줬던 반려견과 반려묘들이 남았다. 사진 속에 찍혀진 얼굴들이 이야기를 건네고 예전부터 함께 있던 개들과 고양이들은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의 이야기까지 더해 그들의 기억을 일깨운다. 후기로 전해진 손님들도 마찬가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들은 떠나오면서 벌써부터 그곳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이 곳의 기억으로 일상을 좀 더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면 느껴지는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삶의 전부가 아닐까 싶었던 그 마음이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의 마지막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각자 저마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힘겨움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보듬으며 온기를 나누었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버티기 힘들 것 같은 상황도 넘어서곤 한다. 결국은 끝이 오고야 말지만, 그렇다고 허무한 건 아니다. 많은 기억들이 드리워져 있어 우리는 생각하며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니. <효리네 민박>처럼.

‘효리네 민박’, 어째서 보고만 있어도 위로가 될까

잠시 동생의 졸업식 때문에 미국에 간 이지은(아이유)의 빈자리는 크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설거지를 하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또 밥을 먹으면서도 입에 ‘지은이’를 올린다. “지금쯤 지은이는...”이라고 하고, “보고 싶다”는 말을 자꾸만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JTBC <효리네 민박>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딘지 쓸쓸하게도 보였던 그 뒷모습이나 허겁지겁 뛸 때 뒤뚱대던 모습, 그리고 누군가를 쳐다볼 때 동그랗게 떴던 눈과 우스워 죽겠다는 듯 박장대소했던 그 모습이 그 빈 공간에 어른거린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 그 사람의 존재가 더 빛이 난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이런 빈자리가 주는 떠난 사람의 온기는 <효리네 민박>을 찾았던 많은 손님들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진다. 잠시 머물다 돌아간 분들이지만 그 잔상은 그 공간 곳곳에 스며있다. 누군가는 깔깔 웃었고 누군가는 자못 심각하게 속내를 털어 놓았으며 누군가는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저마다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예고 동창생인 태윤씨와 조은씨는 햇살이 내리쬐는 민박집 한 켠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눈물이 쏟아졌다. 무려 5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간 조은씨가 눈물을 흘리자 이효리가 다가가 그녀를 다독였다. “학교만 가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존감이 한참 낮아져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이효리는 조은씨에게 “내가 예쁘지 않으면 날 예쁘게 안 봐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내가 나를 예쁘게 보지 않아서 그런 거다. 사람들이 날 예쁘게 안 봐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건 조은씨에게 하는 이야기지만, 이효리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늘 밝아 보이기만 했던 영업사원팀들에도 자신들만의 고충은 있었다. 경문씨는 늘 웃는 얼굴로 대해야 하는 부담감을 이야기했다. 요가를 하며 유독 뻣뻣했던 경문씨에게 호흡에 대해 이효리가 이야기하자, 그는 직업 때문에 사실 한숨도 제대로 내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이 보는 이들이 기분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효리는 그에게 한숨의 사전적 의미를 되새겨줬다. ‘근심 설움 또는 긴장이 풀려 안도할 때 쉬는 숨’이 한숨이니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것. 

조은씨의 눈물을 슬쩍 봤던 이상순이 이효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행복할 줄 알았대”하고 이효리가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새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혼만 하면, 제대만 하면 그리고 가수로 성공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고 했다. 문득 이효리는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한데...”라고 했고 이상순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그냥 사는 거지..”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이 민박집에 찾아왔고 또 떠나갔다. 그들은 너무나 다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공통된 한 가지는 행복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 행복을 위해 꿈을 꾸고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하고 잠시 힘겨운 도시생활을 벗어나 저들끼리의 한가로운 시간을 만끽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고 낯선 곳을 여행한다. 그들은 이 곳에서 어쩐지 행복해 보였다. 무엇을 하기만 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함께 웃고 때론 아픔도 나누는 그 자체가 행복해 보였다. 

이제 마지막 손님을 받는 <효리네 민박>. 하지만 그 꽤 긴 시간들 속에 이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의 온기들이 행복한 잔상으로 남겨져 있다. 멀리 떠나 있어 더 그리워지고, 그래서 그 사람이 남겨 놓은 빈자리의 흔적이 더 소중해지는 것처럼 지나칠 땐 몰랐던 것들이 지나고 나서는 행복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곤 한다. 아마도 <효리네 민박>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로가 되는 건 바로 그런 삶의 비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겪은 많은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

‘효리네 민박’ 효리·지은·상순, 서로 힐링이 된다는 건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와 이지은(아이유)이 새벽 요가를 함께 가는 길, 집착하는 게 무어냐는 이효리의 질문에 이지은은 의외의 답변을 한다. “평정심에 집착한다”는 것. 그녀는 자신이 “들떴다는 느낌이 스스로 들면 기분이 안좋다”고 했다. 평정심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그러자 이효리는 거꾸로 “너무 슬펐다 너무 기뻤다 하는 것이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쨌든 너나 나나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평정심에 집착하는 것이나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나 사실 마찬가지라는 것.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성향은 완전히 반대지만 고민은 같다는 결론에 이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바람에 대해 털어놨다. 이지은은 그 감정 절제를 이제는 좀 놓고 “더 많이 웃고 많이 울고 싶다”고 했고, 이효리는 정반대로 “덜 웃고 덜 울고... 기복을 줄이고 싶다”고 했다. 고민을 나누는 자리, 이효리는 서로 정반대의 모습을 상상하며 깔깔 웃었다. 그러면서 “너랑 나랑 반대 에너지니까 같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겠다”며 좋아했다. 서로 조금씩 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고 너랑 나랑 만났나 보다.” 이효리는 이지은과 고민을 나누면서 그들의 만남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했다. “나는 너를 많이 웃기고 울려줄 테니까 너는 나를 항상 Calm Down 시켜줘.” 이효리의 이야기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어떻게 채워주고 완성해 가는가에 대한 삶의 비의가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이상순의 평정심에 대한 쪽으로 넘어갔다. 평정심이 없어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효리를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순은 이해가 안 될 것이라는 것. 그러면서 이상순은 아마도 “의식의 요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했다. 몸은 안 움직여도 항상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신혼 때를 떠올리며 이효리는 이상순이 너무 무덤덤하고 이벤트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매일 매일이 이벤트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효리와 이지은이 서로 달라 상보적인 관계인 것처럼 이효리와 이상순 역시 그런 관계로서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한테 궁금한 게 없고,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이지 않고, 나는 효리한테만 잘 하면 되니까...” 이상순이 이지은과 장을 보러갈 때 그녀에게 했다는 이 말 속에는 어떻게 그가 평점심을 유지하는지가 들어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것으로 그는 평온함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과 다르지만 에너지 넘치는 이효리가 그에게는 사랑스러움으로 느껴졌을 게다. 이지은이 이효리에게서 느끼는 ‘멋짐’의 정체가 그러하듯이.

사실 <효리네 민박>은 특별한 이벤트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만나고 서로 관계를 맺고 또 헤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여기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힐링의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왜일까. 그것은 우리가 각자 살아가면서는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삶의 비의들을 이들의 상보적인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효리와 이지은이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을 보이고, 또 부부로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눈에 띄게 느껴지지만 이효리와 이상순 또한 다르다. 누가 낫고 누가 못 나고 없이 각자 넘치는 부분이 있는 반면 부족한 면들도 있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그 부족함이 자신을 짓눌렀을 것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함께 함으로써 서로가 그 부족함을 채워주고 오히려 자신에게는 없지만 타인에게는 있는 그 과도함을 매력으로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조금씩 닮아가고 닮기를 원한다. 

<효리네 민박>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집에 왔다가 돌아가며 잔상을 남긴다. 모두가 떠나갔을 때 그 빈자리에 여전히 그들의 흔적들이 남아 가슴에 어른거린다. 그것은 아마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이 서로에게 결코 작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뜻이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차츰 충만하게 채워가고 있다는 뜻일 게다. 이효리와 이지은 그리고 이상순을 보기만 해도 어떤 힐링을 갖게 되는 건, 그네들의 서로를 채워주는 관계가 우리들이 사는 삶의 비의라는 걸 부지불식간에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효리네' 모두와 공유하고픈 이효리의 좋은 사람 찾는 법

“상순 오빠와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 모래섬에 놀러 갔다. 그 때 오빠가 팔이 부러져 있었다. 내가 대신 양말을 신겨줬다. 사랑이 싹튼 느낌이었다.” 노을이 물들어가는 제주의 바닷가, 이효리가 아이유에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이상순을 사랑하게 된 그 때의 이야기를. 그녀는 어째서 자신이 이상순에게 양말을 신겨줬던 그 때의 기억을 사랑이 싹튼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의 회장님(?)과 직원이 아니라 언니가 동생에게 해주는 듯한 그 말에는 그녀의 진심이 묻어났다. 농담처럼 이효리는 자신이 결혼을 하면 “바람을 피울까” 걱정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6년 간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상순의 무엇이 그녀에게 지난 6년 간 오로지 그만을 사랑하게 만들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단박에 풀어준 건 그녀가 한 다음 말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억지로 찾으면 없다.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더라.” 그녀는 아마도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자신 스스로 사랑을 줄 수 있는 이상순을 통해 진짜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던 모양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그 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사람. 그래서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사람. 그가 이상순이었다는 것. 양말을 신겨주며 이효리가 느꼈을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효리네 민박>을 통해 보여진 이상순은 실로 이효리가 그런 마음을 갖게 해줄만한 사람이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고 세파에 휘말려 흘러가기보다는 자기만의 세상에서 그 세상을 관조하는 모습. 이것저것 해달라는 것도 많지만 불평 한 마디 없이 해주며, 이불 빨래며 아내의 속옷까지도 개켜주는 남자. 사랑을 주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

이효리의 반려견 순심이는 자주 그녀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을 준 존재로 얘기되어 왔다. 버려져 안락사되기 직전 그녀가 데려와 가족이 된 순심이 역시 어쩌면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존재가 아니었을까. 순심이에 대해 아낌없이 사랑을 주게 된 그녀는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순심이를 거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좋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존재인 순심이가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것을 주었다는 걸. 

노을 앞에서 아이유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서히 사그라져가며 그토록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어내는 노을이 누군가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건 그 슬픈 아름다움이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사랑이 누군가로부터 받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을 스스로 느끼는 것이라는 걸 이효리는 이상순을 통해 알게 됐을 것이다. 저 노을이 아름다운 건 그걸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이 있어서 그러하듯이.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이효리와 아이유.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효리가 아이유에게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뭐냐고 묻는다. 아이유는 자신이 작사한 ‘밤편지’란다. 차안으로 조용히 그 음악이 흐른다. 아이유의 절절한 목소리에 얹어진 노래의 가사가 새삼스럽게 들린다. ‘이 밤. 그 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아이유 역시 알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 누군가에게 마음의 반딧불을 전하는 것이라는 걸. 그런 좋은 마음을 전하게 해준 누군가가 있어 때론 아파도 한없이 고마울 수 있다는 것.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와 이효리가 더 반짝이는 건

“되게 신기하지 오빠. 계속 보고 있으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반짝이지? 나도 오빠가 계속 봐주면 더 반짝인다.” 불을 끄자 하늘을 가득 메운 별천지를 올려다보며 이효리는 이상순에게 그렇게 말한다. 자신이 사는 밤하늘 저 위로 저토록 많은 별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발견했다는 듯, 이효리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다. 그 순간 그녀는 문득 깨달았을 것이다. 누군가 반짝 반짝 빛나는 건 또 다른 누군가가 그를 응시하고 있어서라는 걸.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직원으로(?) 오게 된 아이유는 모든 것이 낯설다. 16살에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는 친구도 많지 않고 쉴 때도 주로 집에 있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 민박집에 온 김해의 동년배 손님들의 살가움에 반색한다. 이효리가 말했듯 자신은 새벽 2시에 전화해 집에 데려다줘 라고 말할 친구가 없다고 했다. 그건 아마 아이유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그래서일까. 서먹함을 특유의 발랄함으로 뚫고 들어오는 김해 친구들에 그녀는 즐거워진다. 며칠 더 묵으며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한다. TV 속에서만 보던 아이유를 친구의 시선으로 응시해주니 그녀가 새롭게 반짝인다. 

물론 <효리네 민박>은 아이유에게는 일이다. 하지만 이 특별한 일 속에서 그녀는 오히려 많은 걸 얻는 느낌이다. 활동을 하며 정신없이 바빴을 그녀는 이 민박집에서의 2주간이 잠시 간의 정지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민박집에 오자마자 장을 보러 나간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덕분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된 아이유는 멍 때리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 그건 아마도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의 샐러리맨들에게도 공감 가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멈춰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달콤함이란.

아이유는 특기가 ‘멍 때리기’라고 했다. 그래서 자주 정지화면이 되어 멍한 상태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가 많다. 그런 그녀에게 이효리는 이상순과 잘 맞을 거라고 말한다. 그 역시 멍 때리기 선수라고. 그러자 이상순은 자신이 ‘멍 때리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렇게 가끔 ‘뇌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고. 아마도 아이유의 ‘멍 때리기’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활동들 속에서 스스로 찾아낸 회복법이 아니었을까. 

<효리네 민박>은 사실 대단할 것 없는 민박집의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그 곳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사건 같은 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카메라들을 대놓고 들여다보니 그 대단할 것 없는 집 구석구석,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부터 말, 표정 하나하나, 하다못해 같이 거주하는 반려견, 반려묘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특별하게 반짝거린다. 이효리가 말하는 응시와 반짝거림을 <효리네 민박>은 그 장면들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응시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저 아이유가 간간히 스스로를 위해 하는 ‘정지 상태’가 필요하다. 그렇게 멈춰선 지점에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통에 발견하지 못했던 ‘반짝거림’을 드러내준다. 이효리는 서울 살이의 그 고단함을 훌쩍 벗어나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부지불식간에 느꼈을 것이다. 정지와 응시가 바꿔버리는 진짜 삶의 향기와 소리들을.

<효리네 민박>이 비춰주는 이효리와 아이유의 모습은 우리가 화려한 무대에서 봐왔던 그런 모습이 아니다. 눈이 부신 조명들에 비춰진 그녀들의 모습은 화려해보이지만 그것만이 진짜 드러나는 그녀들의 진가가 아니다. 오히려 이 빛을 꺼버린 자연 상태 그대로에 잠시 멈춰서 보여지는 그녀들의 모습이 더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이것은 그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얼마나 내 바로 옆에 있는 바라보기만 해도 반짝일 많은 존재들을 응시하지 못하고 있나.

‘효리네 민박’, 이효리가 궁금했는데 이상순이 보이네

“오빠 하루에 20번만 불러. 하루에 200번은 부르는 거 같아.” 오빠 오빠 하며 부르고 무언가를 시키는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허허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이효리의 이상순을 부르는 모습은 거의 습관적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습관이 이상순도 그리 싫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녀가 자신을 부르고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거나, 호응을 원하거나 하는 그 모든 것들에서조차 어떤 행복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효리네민박(사진출처:JTBC)'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효리네 민박>이 시작 전부터 주목을 끌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이효리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무대에 서면 섹시 아이콘이지만 예능에서는 그 누구보다 털털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효리. 하지만 결혼 후 제주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도시인들과는 사뭇 거리가 먼 친자연적이고 채우기보다는 비워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소식은, 그 삶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답답하고 복잡하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으니.

실제로 <효리네 민박>이 본격적인 민박을 시작하기 전 보여준 이효리와 이상순의 삶은 그 자체로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설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도 느껴지는 건 그들의 현실적인 삶이었다. 누군가는 힘든 집안일도 해야 하고, 하다못해 끼니때마다 밥을 챙겨야 한다. 제아무리 신혼이라도 현실은 일상적 노동을 요구한다. 신혼 때만 해도 꿀 떨어지는 시간들로 그 노동들은 잘 보이지 않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들이 몸은 물론 마음도 지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에서 보인 건 이효리만큼 그녀를 자유롭게 살아가게 밑그림을 그려 넣는 이상순이라는 남편이었다. 새벽 같이 요가를 배우러 나간 아내를 기다리며 아침을 챙기고, 둘이 살며 해야 할 힘든 집안일들을 나서서 하며, 돌아온 아내가 부족한 수면을 낮잠으로 채울 때 그녀가 깨기를 기다리며 일을 한다. 아침 메뉴로 준비할 옥돔김밥을 함께 미리 만들어보고 그녀가 애써 만든 음식을 그렇게 대단히 맛있지는 않아도 맛있게 먹으며 호응해준다. 입만 열면 “오빠”를 부르는 게 거의 습관화되어 있는 이효리가 말해주는 건 그 부름에 언제나 호응해준 이상순의 일상이다.

민박집 오픈 하루 전, 부부는 다른 민박집도 찾아가보고 손님들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해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풍경들. 그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가 깔리자 부부는 새삼 자연과 음악이 주는 ‘순간의 행복’을 느낀다. 새삼 그 날 하루 그들이 너무 많은 일들을 했다는 게 느껴진다. 이상순은 “너는 아침 일찍 요가까지 했잖아”라며 아내를 챙기고, 아내는 “오빠는 운전했잖아”라며 남편을 챙긴다. 아마도 이런 ‘순간의 행복’과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 하나만으로도 부부가 느끼는 하루의 피로는 쉽게 날아가지 않을까. 

남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효리. <효리네 민박>은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시작했지만, 거기서 새삼 발견한 건 그녀의 남편 이상순이라는 존재였다. 사실 삶을 다르게 만드는 건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다. 제주라는 남다른 풍경 속에서 남다른 삶을 산다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순간의 행복’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우리의 삶을 다르게 해준다. 200번을 불러도 허허 웃으며 받아주는 이상순에게서 발견한 건 바로 그것이었다.

이효리 제대로 활용 못한 <매직아이>에 남는 아쉬움

 

SBS <매직아이>가 쓸쓸한 종영을 맞았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3.3%. 마지막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다. 이효리, 문소리, 김구라, 문희준. 마지막까지 남은 MC들이지만 사실상 <매직아이>의 메인은 이효리라고 할 수 있다. <해피투게더><패밀리가 떴다> 등을 통해 이효리는 자기만의 예능 지분을 확실히 갖고 있는 인물. 그러니 <매직아이> 메인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연 <매직아이>가 이효리를 그만큼 잘 활용했는가는 미지수다.

 

'매직아이(사진출처:SBS)'

사실 유재석처럼 모든 걸 잘 하는 MC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니 각자 잘 하는 영역이 있는 것이고, 또 역할이 있는 법이다. 이효리를 세워놓고 제일 먼저 무거운 시사 문제 같은 것을 끄집어낸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보인다. <매직아이>의 첫 번째 실수는 그 첫 단추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오히려 이효리라는 캐릭터를 좀 더 공고히 해줄 수 있는 아이템부터 시작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점이다.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이 전반부에 그리고 김구라가 후반부에 짧게 들어가는 초반 <매직아이>의 구성은 집중력만 흩어놓았다. 그래서 후반부를 떼어내 김구라를 전반부 멤버들과 함께 섞어 놓은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김구라와 이효리의 조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해피투게더><패밀리가 떴다>로 이효리와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던 유재석을 떠올려 보라. 그는 먼저 이효리라는 트렌드 리더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아옹다옹하는 상생의 관계를 구축해보여주지 않았던가.

 

최근 <무한도전>에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라는 특집 아이템으로 유재석과 정형돈이 제주도를 찾아가 소길댁 이효리를 만나는 에피소드는 그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만들어준다. 먼저 유재석은 이효리를 찾아가는 길에 과거에 성격 있던이효리가 부담스럽다는 것을 자꾸 강조했다. 하지만 이효리를 만난 유재석은 라면을 끓여준다는 얘기 한 마디로 그녀의 캐릭터를 다시 뒤집었다. 요정에서 섹시아이콘으로 그리고 까칠한 예능 대모를 거쳐 마더 테레사(?)가 됐다는 것.

 

왜 이렇게 따뜻해졌지?”하는 얘기에 이효리는 여기서 살다보니 그런 것 같다그래서 요즘 예능이 잘 안 된다고 재치 있게 응수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이효리를 김혜자 선배님 같다고 말했고, <무한도전>은 그런 그녀를 어미새로 표현하기도 했다.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 유재석과 정형돈에게 이효리는 “(남편에게) 표현방식을 다시 배웠다고 했고, 남편 이상순은 제주도 오고 나서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은 아마도 이효리의 진짜 변한 모습일 것이다. <무한도전>과 유재석은 바로 그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생활로 달라진 이효리를 먼저 전제하고 프로그램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이효리는 조금씩 과거의 예능감을 편안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엔딩은 누가 하냐는 질문으로 조금씩 센 언니의 이미지를 보이더니 약속해줘를 노래하면서 끼를 폭발하자 유재석은 옛날 효리로 돌아왔다며 즐거워했다. 그러자 이효리 역시 나 서울 가고 싶어. 나 콩 베기 싫어라며 명콤비로서의 상황극을 즉석에서 만들어 보여줬다.

 

이미 지나가버린 아쉬움이지만 <매직아이>의 접근방식은 <무한도전>처럼 과거와는 달라진 캐릭터로서의 소길댁 이효리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조금씩 새로운 영역을 넓혀나갔다면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이효리의 부자연스러움은 없었을 거라는 점이다. 문소리와 홍진경을 엮어 그저 센 언니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달라진 이효리에게서 여전히 끄집어내려 한 점은 첫 단추부터 엇나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이효리는 마지막 멘트로 다음에 또 어떤 프로로 만나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만일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효리를 만나게 된다면 <매직아이>와는 다른 접근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프로그램도 살리고 또 이효리의 매력도 백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216)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006)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923,006
  • 604616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