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가 얻은 것, 배우, 시트콤의 가능성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종영했다. 최고 시청률은 2%(닐슨 코리아). 평균 시청률은 1%대에 머물렀다. 애초에 큰 시청률을 기대하지도 또 기대할 수 있는 작품도 아니었다. 거의 전 출연자가 신인들이었고, 작품도 드라마라기보다는 시트콤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드라마를 시도하게 됐던 것일까.

그건 시청률과 상관없이 이런 소품 드라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이 작품의 소득으로 눈에 띄는 건 배우들이다. 이이경이야 본래부터 주목받던 신예였지만 김정현이나 손승원, 정인선, 고원희, 이주우 같은 배우들이 이 드라마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사실 쉽게 보여도 가장 어려운 연기가 코미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제 얼굴 표정만 봐도 웃음이 나는 이이경, 김정현, 손승원의 연기는 꽤 괜찮았다고 보인다. 캐릭터에 확실히 녹아 들어있어 향후 작품을 하게 되면 그 이미지의 잔상이 떠오를 정도로. 

정인선의 싱글맘 역할 연기도 괜찮았고, 수염이 자라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한껏 망가지는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은 고원희의 연기도 좋았으며, 후반에 가서 엉뚱한 패션 디자이너 신출내기 역할로 빵빵 터트렸던 이주우의 연기도 볼만 했다. 요즘처럼 신인 연기자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시기에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들에게 제대로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하지만 분명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드라마라고 하기엔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적인 이야기의 골격이 부족했다. 그래서 드라마라는 외피를 씌웠지만 실제로는 시트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한 회 1시간 분량에 30분 정도씩 끊어서 두 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시트콤에 적절한 분량배분이었다고 보인다. 

그래서 드라마가 아니라 차라리 시트콤을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드라마와 시트콤 사이에 어떤 위계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드라마가 갖는 어떤 긴장감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시트콤적인 코미디가 엉뚱한 느낌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시트콤의 코미디를 표방하고, 그걸 기대하고 본 시청자라면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웃음의 강도에 있어서는 그 어떤 시트콤보다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최근 들어 시트콤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가 되어버린 걸까. 사실상 시트콤이지만 드라마로 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된 건 여전히 시트콤을 바라보는 낮은 시선이 존재하는데다, 시트콤은 일일방송이라는 이상한 관습적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코 쉽지 않은 작품 형식이지만 낮게 바라보는 인식이 있어 시트콤이 아니라 드라마로 포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이런 방식의 시트콤(일주일에 1시간짜리 두 편이 방영되는)은 분명 가능성이 있는 형식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유명 배우들 중 상당수가 과거 시트콤으로부터 신인 데뷔를 한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요즘처럼 웃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시트콤 같은 장르는 어쩌면 더더욱 시청자들이 갈증을 느끼는 장르일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보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 두 가지 면에서 확실히 얻은 바가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힘겨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가즈아!”를 외치며 힘을 내던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청춘들처럼, 우리에게 ‘으라차차’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시트콤을 또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시즌2가 기대되는 이유다.(사진:JTBC)

‘와이키키’, 부족해도 순수한 청춘들에게 보내는 으라차차

이렇게 웃겨도 되나 싶다.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드라마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시트콤에 가깝다. 하지만 시트콤이라고 해서 드라마보다 격이 낮거나 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웃음의 강도가 그만큼 세다는 얘기다. 

실로 이 드라마는 아예 작정한 듯 웃음을 주기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단역배우인 이준기(이이경)가 영화에 캐스팅되어 나간 현장에서 영화계의 전설 김희자(김서형)의 상대역이 되어 겪는 고충은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배역에 몰입해 사정없이 상대역이 이준기를 패고, 눈물과 함께 떨어지는 김희자의 콧물이 이준기의 입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가진 웃음에 대한 자세(?)를 보여준다. 

이런 식의 원초적인 코미디는 이미 강동구(김정현)가 상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찾아 온 동네를 돌아다니는 장면에서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원초적인 코미디 속에 이 드라마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웃음 또한 놓치지 않는다. 마침 그 상황에서 그토록 다시 만나기를 애원했던 헤어진 연인을 만난 동구가 화장실이 급해 할 이야기를 못하는 장면이 그렇다. 

영화 현장에서 김희자의 과도한 몰입 때문에 심하게 두드려 맞은 이준기가 애초에 영화 캐스팅에 가졌던 그 설렘은 온 데 간 데 없고 대신 다음 장면을 앞두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그 상황의 반전으로 웃음을 준다. 당하는 코미디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해내는 이이경의 연기는 이 장면을 더 빵빵 터지게 만든다. 

하지만 드라마는 원초적인 웃음 뒤에 이 청춘들이 마주하고 있는 웃픈 현실을 놓치지 않는다. 배역 하나 따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이준기가 김희자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사실 유명한 배우인 그의 아버지 이덕화가 뒤에서 힘을 써준 덕분이었던 것. 이준기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서야 떳떳할 것 같다며 영화 감독과 김희자에게도 사죄한다. 결국 그 모습이 보기 좋았던 김희자가 이준기가 아침드라마에 나올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는 흐뭇한 광경은 백도 줄도 아닌 실력으로 올곧이 서려 안간힘을 쓰는 이 순수한 청춘에 ‘으라차차’ 응원을 보내게 만든다.

이런 점은 언론사 서류전형을 간신히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간 강서진(고원희)의 에피소드에서도 등장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외국인과 부딪쳐 하얀 블라우스에 묻은 커피를 지우느라 정신없던 강서진이 너무 급해 블라우스를 입지 않고 정장만 겉에 걸치고 나간 면접자리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은 우습기 그지없다. 

하지만 고깃집에서 하는 특이한 면접에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다른 여성 지원자에게 성희롱을 하는 면접관에게 강서진이 돼지갈비로 싸대기를 날리는 사이다를 선사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성희롱을 당한 그 여성 지원자는 강서진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자신이 살기 위해 면접관을 오히려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 씁쓸함을 안긴다. 취업을 하기 위해 성희롱까지도 감수해내야 하는 청춘들의 현실을 <으라차차 와이키키> 특유의 웃픈 상황으로 담아낸 것.

이이경과 고원희는 이 웃음 가득한 드라마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배우다. 이이경은 매회 갖가지 웃픈 상황 속에서 페이소스 가득한 웃음을 선사하고, 고원희는 심지어 수염 나는 여자라는 캐릭터까지 소화해내며 웃음을 준다. 청춘의 왁자한 웃음이 가득한 드라마지만, 안을 잘 들여다보면 짠내까지 물씬 느껴지는 이야기가 이토록 잘 살아나는 건 이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덕분이 아닐까. 면접을 위해서든 연기를 위해서든 열정을 다하는 드라마 속 청춘들의 이야기와 이들 신인배우들의 면면은 그래서 어딘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있다.(사진:JTBC)

‘와이키키’, 갑갑한 현실 시트콤급 웃음이 못내 그리웠다면

JTBC 새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벌써 제목부터가 시끌벅적하다. 드라마는 와이키키의 햇살 찬란한 해변에서 서핑을 하며 즐겁게 노니는 외국의 청춘들을 담아내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쑥 빠져나오면 그 곳은 동구(김정현)와 준기(이이경) 그리고 두식(손승원)이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망할 위기에 처한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다. 수도세와 전기세를 내지 못해 수도가 끊기고 전기마저 끊길 위기에 처한 곳.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 상황을 시트콤적인 웃음으로 보여준다. 물이 끊겨 머리를 감다 비누거품이 가득한 채 투덜대는 청춘들 앞에 누군가 놓고 간 아기가 울어댄다. 왜 우는 지 살피다 손에 똥이 묻어 화들짝 놀라는 청춘들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 주는 웃음. 마침 동구에게 결별을 선언하는 여자친구 수아(이주우) 앞에서 호기롭게 커플링을 던져버렸지만 한 푼이 아까워 그걸 다시 찾아갔다 들켜 굴욕을 당하는 장면이나, 영화촬영장에서 손가락 하나로 모든 걸 얘기하는 대배우 박성웅이 얼굴에 붙은 밥알을 떼 내라는 포즈를 잘못 이해해 뽀뽀를 하는 준기의 굴욕 또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아기 엄마 싱글맘 윤아(정인선)는 모유 수유를 위해 불쑥 가슴을 내놓는 바람에 이 청춘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고, 젖이 나오지 않아 울어대는 아기를 위해 유축기를 사러 간 청춘들의 당황스런 상황들이 이어진다. 동구의 여동생 서진(고원희)은 갑자기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온 윤아와 하룻밤 동침을 하게 되고, 마치 <하얀거탑>의 의사들처럼 비장한 얼굴로 윤아의 나오지 않는 젖을 마사지하는 일을 겪게 된다. 

사실 이런 상황들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웃음은 우리가 시트콤에서 익숙한 것들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같은 작가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안녕 프란체스카>나 <푸른거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같은 시트콤에서 활약해온 이들이다. 물론 시트콤만이 아닌 <모던파머>나 <프로듀사>, <뱀파이어 탐정> 같은 드라마를 쓰기도 했었지만, 워낙 웃음 만드는 일에 이력이 난 작가들이라는 것.

그러니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가진 기획의도가 분명해진다. 이 작품은 웃을 일 없는 현실에 한바탕 휴식 같은 웃음을 던져보겠다는 의도로 제작된 드라마다. 사실 현실이 고구마다 보니 그것을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시원한 사이다로 풀어보려는 작품도 많고, 차라리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넘어서려는 작품도 있지만, 이렇게 메시지보다는 재미로 똘똘 뭉쳐 웃음 그 자체가 주는 한 시간의 유쾌함을 제공하는 작품 역시 그 자체로 의미 있을 게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 드라마가 소품인 만큼 신인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김정현, 이이경, 손승원, 이주우, 정인선, 고원희가 그들이다. 아직까지는 시청자들에게 낯선 배우들이지만 첫 회만으로도 이들이 가진 풋풋한 매력과 개성은 이미 전해지고도 남았다. JTBC가 <청춘시대>를 통해 작품으로서도 성공했지만 신인연기자 발굴로서 큰 역할을 해냈던 것처럼, <으라차차 와이키키> 또한 그걸 잇는 드라마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그런데 왜 하필 <으라차차 와이키키>라는 제목일까. 그것은 첫 장면에서 보여준 것처럼 청춘하면 당연히 와이키키 같은 낭만이 먼저 떠올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망할 위기에 처한 게스트하우스로 다가오는 현실을 담는 것일 게다. 그런 굴욕과 힘겨움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애써 ‘으라차차’ 힘을 내자고 제안한다. 한바탕 웃음으로 그걸 넘어서보자고. 그것이 어쩌면 청춘의 특권이기도 하니 말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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