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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킹더랜드’, 감정노동사회, 사적 노동의 불편함 “안녕하세요? 회장님. 저 킹호텔 천사랑입니다. 네 잘 지내세요? 얼굴 뵌 지 너무 오래된 거 같아서 안부 전화 드렸어요. 아, 아닙니다. 회장님이 오실 때마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더 감사하죠. 네, 그러면 시간 되실 때 꼭 한 번 들러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천사랑(임윤아)은 VIP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응대를 해준다. 그렇게 하라는 상사의 지시에 응하는 것이지만 그 대화 내용은 지나칠 정도로 사적인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이 전화는 호텔 전화기가 아닌 천사랑의 휴대폰으로 거는 전화다. 본래 고객 서비스라는 것이 공적인 느낌보다, 사적인 느낌을 줄 때 더 만족감을 주기 마련이다. 이른바 친밀감과 진정성이 있는 서비스..
‘옷소매’의 열광에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시선이 있다 “이렇게나 저하를 연모하면서 후궁 되기는 왜 싫은 건데? 제조상궁마마님의 힘이 아니더라도 넌 후궁이 될 수 있어. 그저 저하께서 내미시는 손을 잡기만 하면.” 영조의 분노를 사 위기에 처한 이산(이준호)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성덕임(이세영)에게 서상궁(장혜진)은 그런 말로 위로를 건넨다. 사실이다. 이미 이산은 성덕임을 마음에 두고 있고, 그 사실은 성덕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상궁의 말에 성덕임이 오히려 던지는 질문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왜요? 왜 연모하면 후궁이 돼야 해요? 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후궁이 돼서 무슨 좋은 꼴을 본다고. 새로운 여인들이 날마다 줄줄이 굴비처럼 들어올 걸요? 모두가 내로라하는 사대..
‘옷소매’, 이준호와 이세영이 그린 이산 그 강력한 힘의 원천 어쩐지 심상찮다. 벌써부터 MBC드라마의 부활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MBC 금토드라마 에 쏟아지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은 시청률 수치로도 드러난다. 첫 회 5.7%(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매회 상승해 6회 만에 9.4%를 찍었다. 이 기세대로라면 두 자릿수는 당연히 돌파할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그간 부진의 늪에 빠졌던 MBC드라마 브랜드까지 일으켜 세울 조짐이다. 물론 이라는 사극이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MBC가 사극으로 만들었던 의 이야기다. 워낙 영정조 시대에 사도세자의 아들 이산(이준호)과 그의 후궁이었던 의빈 성씨의 사랑이야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틱할 수밖에 없다. 끝없는 신변의 위협을 받으며 말 그대로 ‘궁에서 살아남기..
‘자백’이 이은 ‘비밀의 숲’ 이후 달라진 장르물 16부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다. tvN 주말드라마 의 종영에 이르러 돌아보면 이 드라마의 밀도와 완성도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곁가지 사건들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하나하나 연결고리를 드러내고, 그 속에서 무관해 보였던 인물들이 과거사로 얽혀 있는 게 조금씩 드러난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사건이 어느 요정에서 벌어졌던 국방비리로 인해 비롯된 총성으로 귀결된다. 거대한 한 게이트를 열기 위해 조금씩 사건을 파헤치고 어렵고 더뎌도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은 그 과정을 놀랍게도 한 호흡으로 담아냈다. 보통의 장르물의 경우 여러 사건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영화라면 한 사건을 다뤄도 되겠지만, 드라마는 적어도 16부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한 사..
‘기름진 멜로’, 멜로보다 복수극을 기대하는 까닭SBS 월화드라마 가 한층 달달해졌다. 서풍(이준호)과 단새우(정려원)의 비밀연애가 본격화되면서부터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네가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쳇말로 ‘꿀이 떨어진다’. 두 사람의 멜로가 더더욱 달달하게 다가오는 건 둘 다 과거 사랑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서풍은 첫사랑이었던 석달희(차주영)를 그를 내쫓은 호텔 사장 용승룡(김사권)에게 빼앗겼고, 단새우는 아버지의 부도로 결혼의 단꿈도 깨져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한강다리 절망의 끝에서 처음 만나게 된 사이다. 죽고픈 마음까지 가진 단새우에게 마지막으로 포춘쿠키를 같이 먹자고 제안한 서풍은 그 때 쿠키 속에 들어있는 예언처럼 이미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 ..
‘기름진 멜로’의 병맛, 재야고수들의 복수전은 성공할까마치 주성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톤 앤 매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 조금씩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톤 앤 매너의 핵심은 희비극을 중국풍으로 버무려 놓았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비극적인 일들을 겪고 밑바닥으로 떨어지지만 ‘배고픈 프라이팬’이라는 폐업 직전의 중국집에서 모여 자신들을 그렇게 밀어낸 세상에 대해 복수를 꾀한다. SBS 월화드라마 는 그래서 마치 짜장면을 닮았다. 중국인들이 인천으로 들어와 터전을 잡으며 개발해낸 음식. 중국요리의 재료와 방식들을 가져왔지만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외식에 있어 국민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 음식. 중국요리지만 우리나라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짜장면처럼 여러 이색적인 재료들..
‘그사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족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자식을 먼저 보낸 사고 현장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끔찍할까. JTBC 월화드라마 에서 문수(원진아)의 엄마 윤옥(윤유선)은 멀찍이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손이 떨렸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그에게 사고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인 양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니 그 떨리는 손에 애써 술병을 쥐고 의지했을 터다.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 하동철(안내상)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참담할까.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겨우 찾아낸 딸의 시신을 확인한 그는 못내 아내에게 그 마지막 모습을 보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 확인하고 딸을 떠나보냈지만 아내인 윤옥은 그게 끝내 후회로 남았다. 그 마지막 얼굴을 못보고 떠나보낸 것이. 하지만 남..
‘그사이’, 그냥이라고 해도 결코 그냥이 아닌 이준호·원진아의 사랑이들의 사랑에 무슨 특별함이 있어 이토록 울림이 큰 걸까. JTBC 는 제목 그대로 청춘들이 ‘그냥 사랑하는 모습’을 담담히 담아낸다. 하지만 그 담담함의 밑바닥에는 과거 건물 붕괴 사고가 그들의 삶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강두(이준호)는 사고로 잃은 아버지와, 혼자 빠져나오다 그 붕괴된 건물 속에서 자신을 데리고 가달라며 발목을 잡았던 생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환청에 시달린다. 그 무너진 건물 터에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그 공사현장에서 우연히 나온 신발 하나에도 그의 마음은 섬뜩해진다.문수(원진아)는 사고현장에서 동생을 잃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힘겨워한다. 사고 이후 가족은 파탄이 났다. 아버지와 엄마는 따로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