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어째서 보고만 있어도 위로가 될까

잠시 동생의 졸업식 때문에 미국에 간 이지은(아이유)의 빈자리는 크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설거지를 하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또 밥을 먹으면서도 입에 ‘지은이’를 올린다. “지금쯤 지은이는...”이라고 하고, “보고 싶다”는 말을 자꾸만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JTBC <효리네 민박>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딘지 쓸쓸하게도 보였던 그 뒷모습이나 허겁지겁 뛸 때 뒤뚱대던 모습, 그리고 누군가를 쳐다볼 때 동그랗게 떴던 눈과 우스워 죽겠다는 듯 박장대소했던 그 모습이 그 빈 공간에 어른거린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 그 사람의 존재가 더 빛이 난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이런 빈자리가 주는 떠난 사람의 온기는 <효리네 민박>을 찾았던 많은 손님들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진다. 잠시 머물다 돌아간 분들이지만 그 잔상은 그 공간 곳곳에 스며있다. 누군가는 깔깔 웃었고 누군가는 자못 심각하게 속내를 털어 놓았으며 누군가는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저마다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예고 동창생인 태윤씨와 조은씨는 햇살이 내리쬐는 민박집 한 켠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눈물이 쏟아졌다. 무려 5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간 조은씨가 눈물을 흘리자 이효리가 다가가 그녀를 다독였다. “학교만 가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존감이 한참 낮아져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이효리는 조은씨에게 “내가 예쁘지 않으면 날 예쁘게 안 봐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내가 나를 예쁘게 보지 않아서 그런 거다. 사람들이 날 예쁘게 안 봐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건 조은씨에게 하는 이야기지만, 이효리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늘 밝아 보이기만 했던 영업사원팀들에도 자신들만의 고충은 있었다. 경문씨는 늘 웃는 얼굴로 대해야 하는 부담감을 이야기했다. 요가를 하며 유독 뻣뻣했던 경문씨에게 호흡에 대해 이효리가 이야기하자, 그는 직업 때문에 사실 한숨도 제대로 내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이 보는 이들이 기분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효리는 그에게 한숨의 사전적 의미를 되새겨줬다. ‘근심 설움 또는 긴장이 풀려 안도할 때 쉬는 숨’이 한숨이니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것. 

조은씨의 눈물을 슬쩍 봤던 이상순이 이효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행복할 줄 알았대”하고 이효리가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새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혼만 하면, 제대만 하면 그리고 가수로 성공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고 했다. 문득 이효리는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한데...”라고 했고 이상순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그냥 사는 거지..”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이 민박집에 찾아왔고 또 떠나갔다. 그들은 너무나 다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공통된 한 가지는 행복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 행복을 위해 꿈을 꾸고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하고 잠시 힘겨운 도시생활을 벗어나 저들끼리의 한가로운 시간을 만끽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고 낯선 곳을 여행한다. 그들은 이 곳에서 어쩐지 행복해 보였다. 무엇을 하기만 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함께 웃고 때론 아픔도 나누는 그 자체가 행복해 보였다. 

이제 마지막 손님을 받는 <효리네 민박>. 하지만 그 꽤 긴 시간들 속에 이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의 온기들이 행복한 잔상으로 남겨져 있다. 멀리 떠나 있어 더 그리워지고, 그래서 그 사람이 남겨 놓은 빈자리의 흔적이 더 소중해지는 것처럼 지나칠 땐 몰랐던 것들이 지나고 나서는 행복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곤 한다. 아마도 <효리네 민박>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로가 되는 건 바로 그런 삶의 비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겪은 많은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

‘효리네 민박’ 효리·지은·상순, 서로 힐링이 된다는 건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와 이지은(아이유)이 새벽 요가를 함께 가는 길, 집착하는 게 무어냐는 이효리의 질문에 이지은은 의외의 답변을 한다. “평정심에 집착한다”는 것. 그녀는 자신이 “들떴다는 느낌이 스스로 들면 기분이 안좋다”고 했다. 평정심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그러자 이효리는 거꾸로 “너무 슬펐다 너무 기뻤다 하는 것이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쨌든 너나 나나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평정심에 집착하는 것이나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나 사실 마찬가지라는 것.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성향은 완전히 반대지만 고민은 같다는 결론에 이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바람에 대해 털어놨다. 이지은은 그 감정 절제를 이제는 좀 놓고 “더 많이 웃고 많이 울고 싶다”고 했고, 이효리는 정반대로 “덜 웃고 덜 울고... 기복을 줄이고 싶다”고 했다. 고민을 나누는 자리, 이효리는 서로 정반대의 모습을 상상하며 깔깔 웃었다. 그러면서 “너랑 나랑 반대 에너지니까 같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겠다”며 좋아했다. 서로 조금씩 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고 너랑 나랑 만났나 보다.” 이효리는 이지은과 고민을 나누면서 그들의 만남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했다. “나는 너를 많이 웃기고 울려줄 테니까 너는 나를 항상 Calm Down 시켜줘.” 이효리의 이야기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어떻게 채워주고 완성해 가는가에 대한 삶의 비의가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이상순의 평정심에 대한 쪽으로 넘어갔다. 평정심이 없어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효리를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순은 이해가 안 될 것이라는 것. 그러면서 이상순은 아마도 “의식의 요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했다. 몸은 안 움직여도 항상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신혼 때를 떠올리며 이효리는 이상순이 너무 무덤덤하고 이벤트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매일 매일이 이벤트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효리와 이지은이 서로 달라 상보적인 관계인 것처럼 이효리와 이상순 역시 그런 관계로서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한테 궁금한 게 없고,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이지 않고, 나는 효리한테만 잘 하면 되니까...” 이상순이 이지은과 장을 보러갈 때 그녀에게 했다는 이 말 속에는 어떻게 그가 평점심을 유지하는지가 들어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것으로 그는 평온함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과 다르지만 에너지 넘치는 이효리가 그에게는 사랑스러움으로 느껴졌을 게다. 이지은이 이효리에게서 느끼는 ‘멋짐’의 정체가 그러하듯이.

사실 <효리네 민박>은 특별한 이벤트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만나고 서로 관계를 맺고 또 헤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여기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힐링의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왜일까. 그것은 우리가 각자 살아가면서는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삶의 비의들을 이들의 상보적인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효리와 이지은이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을 보이고, 또 부부로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눈에 띄게 느껴지지만 이효리와 이상순 또한 다르다. 누가 낫고 누가 못 나고 없이 각자 넘치는 부분이 있는 반면 부족한 면들도 있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그 부족함이 자신을 짓눌렀을 것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함께 함으로써 서로가 그 부족함을 채워주고 오히려 자신에게는 없지만 타인에게는 있는 그 과도함을 매력으로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조금씩 닮아가고 닮기를 원한다. 

<효리네 민박>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집에 왔다가 돌아가며 잔상을 남긴다. 모두가 떠나갔을 때 그 빈자리에 여전히 그들의 흔적들이 남아 가슴에 어른거린다. 그것은 아마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이 서로에게 결코 작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뜻이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차츰 충만하게 채워가고 있다는 뜻일 게다. 이효리와 이지은 그리고 이상순을 보기만 해도 어떤 힐링을 갖게 되는 건, 그네들의 서로를 채워주는 관계가 우리들이 사는 삶의 비의라는 걸 부지불식간에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슈퍼스타K>, 어쩔 수 없이 오디션은 막을 내리나

 

어차피 우승은 김영근? Mnet <슈퍼스타K 2016>의 첫 회에 김영근이 무대에 올랐을 때 벌써부터 시청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첫 회의 출연자가 최소한 톱10에 들어가고 그 중에서 독보적인 칭찬을 받은 참가자는 최종까지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이미 <슈퍼스타K>의 공식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2014년에 치러졌던 <슈퍼스타K6>에서는 첫 회에 곽진언이 출연해 후회라는 노래를 불러 심사위원을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바 있다. 곽진언은 결국 파이널까지 진출해 김필과 대결을 벌였고 그 해에 우승했다. 이런 상황은 작년 <슈퍼스타K7>에서도 비슷했다. 첫 회에 출연했던 뉴욕 태생 엄친아 케빈 오는 결국 파이널에서 그 해의 슈퍼스타K가 되었다.

 

이번 <슈퍼스타K 2016>에서는 파이널에 오른 김영근과 이지은이 모두 첫 회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참가자였다. 물론 이미 우승자로 거의 심증이 굳어진 김영근을 위협하는 이지은의 추격이 있었지만 그래도 김영근이 우승할 거라는 건 대부분 짐작하는 일이었다.

 

어째서 이런 뻔한 전개일 수밖에 없었을까. 이렇게 된 건 <슈퍼스타K>에 대한 관심이 점점 사라지게 되면서 생겨난 악순환이다. 그 조짐은 2013<슈퍼스타K5>에서부터 조금씩 생겨났다. 2009년 첫 해에 서인국을 비롯해 매해 허각, 울랄라세션, 로이킴으로 이어지는 말 그대로의 슈퍼스타를 배출했던 <슈퍼스타K>는 그러나 2013년 박재정을 우승자로 내놓으면서 화제성이 뚝 떨어졌다. 사실 이 해에 우승자가 누구인지도 대중들의 기억에서는 가물가물해질 정도. 그 후 박재정은 그다지 가요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2014년 곽진언과 김필이 <슈퍼스타K>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올렸지만 케빈 오와 천단비, 자밀킴 같은 출연자들이 나왔던 그 다음해에는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했다. 이렇게 된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스토리텔링이 너무나 쉽게 읽히는 오디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그 해의 참가자에서 비롯된 일이다. 곽진언 같은 인물은 그 자체로 새로운 스토리가 가능해지는 출연자다. 지금껏 오디션에서 중저음으로 이만큼의 매력을 뽑아낸 참가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스타K>가 악순환에 빠져버린 건, 참신한 참가자들이 출연하지 못한 것이 그 첫 번째다. 그래서 몇몇 가능성 있는 참가자들이 첫 회나 2회에 걸쳐 그 잠재적 매력을 보여주고 나면 사실상 새로운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소진되어 버리는 결과가 생겨난다. 중간과정은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지만 파이널 무대는 어차피 첫 회나 2회에 출연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이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는 시청자들의 예측과 결과적으로 그대로 되어버리는 상황은 오디션을 맥 빠지게 만든다. 이렇게 관심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 되면 다음해에 참가자들이 더더욱 모이지 않고 이야기는 더 앙상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SBS <K팝스타>가 그나마 흥미진진한 오디션의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는 건 결국 매력적인 참가자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가능해진 건 마지막이라는 타이틀을 걸어서다.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소속사가 있는 출연자에게도 문호가 열렸고, 또 오디션을 꿈꾸던 참가자들도 그 마지막이라는 선언에 더 이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K팝스타>는 그래서 마지막을 내걸음으로써 적어도 풍성한 오디션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시작부터 규모를 축소하는 등 이번 <슈퍼스타K>버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과거처럼 대국민 오디션을 지향할 수도 없는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시즌을 끝내고 난 <슈퍼스타K>는 고민스러운 지점에 봉착하게 됐다. 과연 계속 이대로 오디션을 지속할 수 있을까. 물론 <K팝스타>가 파이널을 내걸은 만큼 향후 <슈퍼스타K>가 온전히 유일한 오디션이 된다면 그만큼 새로운 참가자들을 끌어 모으는 데는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익숙해져버린 공식대로<슈퍼스타K>가 가진 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TV의 비만 차별, 이대로 괜찮을까

 

tvN <먹고 자고 먹고>라는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먹고 자고 먹는것이 콘셉트다. 말레이시아 쿠닷의 한 리조트에서 백종원은 현지 재료들을 사다가 갖가지 음식들을 만든다. 그 산해진미를 온유와 정채연이 만끽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려는 전부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현실을 살짝 벗어나 먹고 자고 먹으러 온 정채연의 가방에서 불쑥 저울이 나온다. 그녀는 실컷 음식을 먹고 난 다음날 저울 위에 올라보고는 마치 굉장한 잘못이라도 한 듯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늘 살찌는 걸 경계해야 하고 따라서 다이어트를 거의 생활화하며 살아가는 걸 그룹 아이돌의 살에 대한 강박을 살짝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슈퍼스타K2016> 첫 회에 출연한 조금 살집이 있어 보이는 참가자 이지은이 제시제이의 노래를 엄청난 성량의 가창력으로 불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을 때 심사위원인 에일리는 엉뚱하게도 살 빼지 마요라고 말했다. 정작 이지은은 살을 빼고 싶다고 했지만, 에일리는 목소리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살 빼지 말라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은 용감한 형제가 왜 예뻐지고 싶다는데 살 빼지 말라고 하냐고 물었고 에일리는 성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짧은 장면 속에서도 TV가 살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들이 묻어난다. 살이 찌면 예쁘지 않다는 편견, 가수는 노래를 잘 하면 되는 것이지만 당연하게 살도 빼야 한다는 편견 같은 것들이 그 장면 속에는 들어 있다.

 

TV가 살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들은 다이어트 강박으로 인한 거식증 때문에 심지어 활동 자체를 잠정 중단한 걸 그룹들 같은 아이돌에만 머무는 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있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살은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직업을 가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외모, 세모, 네모기획단이 2016년 상반기 방영된 총 55편의 드라마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드라마 출연자 총 907명 중 외형상 비만인이 25명으로 2.8%에 불과했다고 한다. TV에서 살이 있는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거의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이들 비만인들이 주연으로 캐스팅된 경우는 전체에서 <그래 그런거야>의 노주현,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현 이외에는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미 익숙히 아는 사실지만 주연으로서 살이 찐 배우를 우리는 본 적이 거의 없다. 이 조사에서는 지금껏 방영된 드라마들 중 이렇게 살이 있는 배우가 주연이 됐던 경우는 <막돼먹은 영애씨><내 이름은 김삼순>이 거의 유일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들의 직업 역시 성공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경우도 흔치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현실의 반영일까, 아니면 TV가 조장하는 것일까. 적어도 현실의 비만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TV가 비추는 2.8%의 비만인 비율을 현실 반영이라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TV는 살을 빼는 것을 응당 해야 하는 자기 관리의 하나로 내세우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를 테면 <구르미 그린 달빛>의 뚱뚱한 외모를 가진 명은공주(정혜성)는 다이어트를 통해 극적으로 살이 빠진 모습을 하나의 중요한 서사로 담고 있다. 결국 살은 빼야 할 어떤 것이고, 그렇게 해야 사랑이든 일에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전언을 드라마들이 은연 중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에 대한 증오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은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그 강박이 만들어내는 건강에 대한 위협이 더 크다고 한다. 사실 가면을 벗겨놓고 보면 그 안에 자리 잡은 산업적 논리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미디어에 의해 조장된 강박은 결국 두려움을 만들고 그건 갖가지 몸 산업이 움직이는 원천적인 힘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고통스럽게 살을 빼고(그럴 필요도 없는 정도의 살까지도) 그렇지만 쉽지 않은 다이어트에 굴복하기를 반복하면서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자기 몸에 대한 혐오를 갖게 된다. 어째서 우리는 우리 몸을 그저 자연스러운 몸이 아니라 바뀌어야 할 몸으로 상정하고 심지어 나아가 혐오의 대상으로 느끼며 살아가야 할까.

 

세계적인 디바인 아델은 특히 여성들의 몸무게에 집착하는 세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제가 플러스 사이즈인데도 성공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음악은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거잖아요. 애초에 겉모습이 무슨 상관이죠?” 살에 대한 편견과 그걸 일상적으로 TV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교육받고 있는 우리들이 경청해야할 일갈이 아닐까

<슈스케>의 부활, 관건은 역시 출연자

 

아마도 잠시 채널을 돌리다 어 슈퍼스타K?” 했던 분들이 많았을 게다. 그만큼 이번 <슈퍼스타K 2016>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 언제 시작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슬그머니 시작하게 된 건 지금의 <슈퍼스타K>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확실히 오랜 시즌을 거듭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오디션 트렌드가 한 물 지나간 요즘, <슈퍼스타K>는 이제 뜨거운 아이템은 아니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걸린 <슈퍼스타K 2016>에서 지리산에서 왔어요라며 자신을 소개한 한 소년이 시선을 잡아끈다. 시즌3 때부터 출전했지만 2차 예선에서 떨어졌다는 김영근이라는 소년. 영 노래 잘 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인데다 시골스러움이 묻어나는 어눌함이 오히려 시선을 끄는 건 오디션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오디션 준비생들이 그토록 많아졌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이 소년 준비한 곡이 예사롭지 않다. 샘 스미스의 ‘Lay me down’. 무반주로 웅얼대는 듯한 시작 부분은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지만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는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소름이 돋는다. 분명 소울이 가득한 목소리의 울림이지만 그 소울은 길이 말한 것처럼 듣도 보도 못한영근이만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 소년이라는 자막이 그 목소리와 너무나 딱 어울린다. 아직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그러려니 했던 심사위원들의 눈이 번쩍 떠진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샘 스미스의 팝송이 주는 어떤 느낌 때문이 아닐까 의심스런 심사위원은 우리 노래를 한 곡 더 청해 듣기로 한다. 시청자가 원하는 바다. 그런데 웬 걸? 영근이가 부르는 윤종신의 탈진은 그 소울에 가사가 주는 맥락까지 얹어져 더 마음을 쥐고 흔든다. 잠깐 채널을 돌리다 만나게 된 <슈퍼스타K 2016>.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된 건 영근이 같은 출연자 덕분이다.

 

<슈퍼스타K 2016>은 심사위원도 방식도 많이 바꾸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출연자가 노래할 때 오른쪽 하단에 시한폭탄이 돌아가듯 시간이 뚝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노래를 들으며 심사위원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시간이 더해져 노래를 더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 반주가 끊기고 자동 탈락된다. 아마도 훨씬 더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일 게다.

 

심사위원들도 인원이나 구성이 바뀌었다. 용감한 형제는 예전 <위대한 탄생>에서 했던 심사에 있어서도 어떤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심사위원으로 이번에 역시 새로 참여한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와 때때로 각을 세운다. “똘끼가 장난이 아니다”, “미쳤다같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슈퍼스타K><쇼미더머니>처럼 만드는 인물이다.

 

마치 보스처럼 앉아 참가자들을 동생 대하듯 얘기하는 길은, 리액션에 있어서 거침없고 솔직한 에일리와 마치 삼촌-조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김범수나 김연우는 보컬에 집중한다. 거미는 노래와 노래 부르는 사람의 소울에 깊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근이가 노래할 때 그녀는 그 친구에게 노래가 어떤 위안을 줬을 지까지를 미루어 짐작한다. 울컥해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심사위원 구성과 오디션 방식의 변화들이 제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역시 <슈퍼스타K>를 주목시키는 건 출연자다. 지리산 소울을 단박에 보여준 영근이나, 4차원의 가벼움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노래를 할 때는 놀라운 연주 실력과 그루브를 보여준 18세 소년 김예성,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귀와 눈을 번쩍 열리게 만든 이지은 같은 보물들이 <슈퍼스타K 2016>을 새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역시 <슈퍼스타K>의 부활의 관건은 보물 같은 출연자들에 달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그래도 <달의 연인>에는 이준기와 강하늘이 있다

 

SBS 수목드라마 <달의 연인>에서 이준기의 존재감은 갈수록 무게감을 더해간다. 그가 연기하는 왕소라는 캐릭터는 이 황궁에서 살아가는 다른 황자들과는 이질적이다. 얼굴에 난 상처와 그 상처를 가린 가면은 그의 이질적인 캐릭터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어린 나이 어머니 황후 유씨(박지영)에 의해 상처를 입고 버려진 이 비극적인 인물은 스스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 ‘늑대개로 자신을 세운다.

 

'달의 연인(사진출처:SBS)'

그가 정윤 왕무(김산호)를 대신해 살수들을 뒤쫓아 그 본거지를 찾아낸 후, 그들이 황후 유씨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들이라는 걸 알고는 모조리 도륙하고 불을 질러버리는 대목은 그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그는 황후 유씨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하다. 자신을 버리고 사지로 내모는 것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지만, 그들을 모두 도륙한 후 유씨를 찾아온 그는 그녀가 연루된 걸 모두 숨기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어머니 황후 유씨의 관심을 갈구한다.

 

상처 입은 짐승 같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지지 않고 토를 다는 해수(이지은)는 그래서 바로 그것 때문에 그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는 해수에게 묻는다. “내가 무섭지 않냐. 왕소는 상처 입은 자신의 얼굴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똑바로 쳐다봐 주는 해수를 통해 조금씩 닫혔던 마음을 허문다. 왕소의 존재감은 이렇듯 강렬한 상처 입은 짐승이 해수라는 한 여인을 만나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는 그 지점에서 생겨난다.

 

이준기는 눈빛 하나로 이 왕소의 심경변화를 연기한다. 얼굴 가득 피칠갑을 한 채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통해 그의 내면 가득한 분노를 표현해낸다면, 그런 그가 해수 앞에서 살짝 풀어진 웃음기 머금은 눈빛으로 변할 때는 마음에 피어나는 변화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다. 얼굴 한 쪽을 거의 가린 채, 눈빛 하나로 이런 감정의 교차를 표현해내는 건 역시 이준기의 진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해수를 사이에 두고 대척점에 서 있는 왕욱을 연기하는 강하늘 역시 감정을 억누르는 인물이다. 그는 본처인 해씨부인(박시은)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만 마음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왕욱은 타인에 상처를 주지 못하고 차라리 자신이 상처를 입으려는 책임감 강한 선한 인물이다. 그는 끝까지 해씨부인의 옆을 지키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이 해수를 향해 있다는 걸 알고는 죽음 직전 그에게 해수를 부탁한다.

 

강하늘 역시 그 반쯤 풀린 듯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이 그 억눌린 캐릭터를 잘 설명한다. 하지만 강하늘의 왕욱 연기에서 주목할 만한 건 그 목소리다. 그는 이 사극에서 가장목소리를 낮춰 작게 말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낮고 작은 목소리가 어찌된 일인지 더 진중하고 깊게 시청자들의 귀에 박힌다. 목소리 자체는 낮고 작지만 그것이 억누르고 있는 깊은 감정 같은 것들이 거기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달의 연인>은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시청률은 난항이고, 연기력 논란은 그칠 줄 모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사극에 어떤 변화와 희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이준기와 강하늘이 보여주는 연기와 그 캐릭터들의 힘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준기의 눈빛 연기와 강하늘의 목소리. 이 사극의 많은 단점들을 충분히 채워줄 만큼 그 매력이 충분하다

<달의 연인>, 무게감 주는 이준기와 강하늘의 존재감

 

이준기와 강하늘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을까.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는 사극이지만 청춘 로맨스의 가벼움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여주인공 해수(이지은)는 현대에서 고려 시대로 넘어간 인물이다. 그러니 그 옛 시대의 감성들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황궁에서의 말투는 물론이고 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진지하게 느껴질 테니 말이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사진출처:SBS)'

그래서 해수는 현대인의 자유로움을 통해 이 무게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낸다. 황자들은 그런 그녀의 자유분방함에 시선을 빼앗긴다. 청춘 로맨스는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이 사극의 진지함을 깨고 들어오는 가벼움은 로맨틱 코미디류의 즐거움을 주지만 동시에 너무 가벼워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태조 왕건이 나오는 역사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데 너무 장난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달의 연인> 같은 사극은 그래서 그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너무 가벼움으로 흘러버리면 사극 특유의 진지함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렇다고 그 진지함을 고수하다 보면 청춘 로맨스의 달달함과 코믹함이 주는 웃음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달의 연인>에서 가벼움을 주는 존재들은 해수를 비롯해 10황자 왕은(백현) 14황자 왕정(지수) 같은 인물들이다. 여기에 13황자 왕욱(남주혁)도 한 몫을 하지만 그에게서는 어딘지 숨겨진 슬픔 같은 게 묻어난다.

 

<달의 연인>이 초반부에 가벼움을 먼저 보여준 건 전략적인 실패로 보인다. 갑자기 황자들 속에 뚝 떨어진 해수의 이야기부터 <달의 연인>은 너무 사극 같지 않은 가벼움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가벼움을 드러내는 존재들인 해수나 왕은, 왕정, 왕욱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어딘지 사극에 잘 어울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 건 이 사극의 초반 약점을 만들어냈다.

 

그나마 이 가벼움 속에서 사극 특유의 어떤 진지함과 무게감을 세운 건 4황자 왕소(이준기)8황자 왕욱(강하늘)이었다. 이 두 사람이 있어 <달의 연인>은 사극 같은 느낌을 주었다. 왕소가 일찍이 어머니인 황후 유씨(박지영)로부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채 황궁 밖으로 내쳐져 신주 강씨 집안의 양자로 자라온 인물. 그는 자신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늑대개의 거친 삶을 살았다. 3황자 왕요(홍종현)가 정윤 왕무(김산호)를 살해하려는 걸 막아내면서 왕소는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편 왕욱은 왕소와는 상반되게 차분하고 자상한 인물이다. 고려시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해수를 돕고 또 보호해주는 인물. 그 특유의 차분함은 사극이 가지는 진지함을 잡아내면서 또한 조금씩 해수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모습까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 사극에서의 멜로도 해수를 사이에 두고 왕욱과 왕소가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연기력에 있어서도 이 작품에서 단연 빛나는 건 바로 이 왕소와 왕욱 역할을 연기하는 이준기와 강하늘이다. 이준기와 본래 사극연기는 물론이고 액션, 멜로까지 모두 잘 소화해내는 연기자지만, 강하늘의 안정감 있는 연기 역시 돋보인다.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노려보는 이준기의 눈빛과 부드럽고 자애로워 보이지만 한층 무게감이 느껴지는 강하늘의 눈빛. <달의 연인>이 그래도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이 두 인물 덕분이다.

 

<달의 연인>은 첫 단추가 잘 꿰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어떤 반전의 기회가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이준기와 강하늘, 이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존재감과 매력이 아닐까. 작품이 가진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충분히 극을 흥미롭게 이끌어갈 만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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