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카’, 왜 하현우여야 했는지 알겠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보물 같은 매력들이 나오는 걸까. 시청률은 낮아도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거기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재미가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국카스텐의 메인보컬이자, 우리에게는 <복면가왕>의 ‘음악대장’으로 잘 알려진 하현우가 있다. 

어딘지 센 이미지를 보이지만 하는 말 하나하나는 그 이미지를 깨는 허당기와 모지리의 모습이다. 여행경비를 맡고 있는 총무지만, 어딘지 돈 계산이 서툴러 보인다. 너덜너덜해진 돈 봉투를 보고 “어떻게 갖고 다니면 이렇게 되냐”고 윤도현이 묻는 장면에서 빵 터지고, 깔끔한 듯 물수건으로 닦지만 “그러면 뭐 하냐”며 바로 코를 후빈다는 이홍기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윤도현은 그래서 하현우를 ‘모지리’라고 부르고, 이홍기는 ‘이상한 형’이라 부른다. 물론 묘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하는 그런 모지리고 이상한 형이지만.

하지만 기타를 상시 놓지 않고 여행 중에도 연습을 하는 연습벌레인데다, 막상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이홍기와 윤도현이 합을 맞춰 부른 ‘붉은 밭’은 여행 중 어딘지 허당기 가득해 보였던 하현우가 ‘역시 놀라운 록커’라는 사실을 단박에 확인시켜줬다. 국카스텐의 색깔이 묻어나는 그 곡 속에서 더욱 빛나던 하현우의 카리스마였다.

하현우의 그런 모습을 지적하는 윤도현과 이홍기에게 그는 사실 자신은 “바닥까지 다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본래 그런 모습이라 저절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 안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여행으로 돌아오면 ‘인간미’를 보여주는 하현우는 실로 왜 민철기 PD가 그와 함께 이 새로운 여정과 예능을 하게 됐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민철기 PD가 만들었던 <복면가왕>을 최고 정점으로 끌어올려준 장본인이 바로 하현우였다. 음악대장 하현우는 특유의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노래가 끝나고 나면 예능감 넘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당시 <복면가왕>이 큰 화제가 됐던 건 그저 노래를 잘해 오래 정상자리를 지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악대장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커들의 여정’을 담고 있어 자칫 그 강한 성향들이 부딪치게 되면 미션은커녕 여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하현우는 윤도현과 이홍기의 중간에서 편안하고 기분 좋은 여행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윤도현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어왔던 하현우는 늘 존경의 시선을 보내면서 동시에 짓궂은 장난을 칠 수 있을 만큼의 친근함을 보여준다. 또 조금은 어려워할 수 있는 이홍기에게는 자신의 ‘빈 구석’을 드러냄으로써 진짜 형제 같은 편안함을 만들어준다. 

주말예능 시간대에 편성되어 <이타카로 가는 길>은 1%대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결과만을 보고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현우가 말했듯, 이타카라는 곳은 실상 그저 평범한 마을일뿐이다. 즉 목적지나 결과가 아니라 그 곳까지 가는 여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이타카로 가는 길>은 적어도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현우가 있다.(사진:tvN)

tvN의 주말예능 성적표, 절반의 성공 혹은 실패

tvN의 주말 예능 성적표는 생각보다 너무나 초라하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1%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심지어 1%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애초에 야심차게 주말 예능 공략의 기치를 내세운 tvN으로서는 당혹스런 수치다. 애초에 SNS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나마 화제성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반응도 별로 없어 점점 시청자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다. 

시청률은 어찌 보면 애초부터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래도록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야심찬 도전이라고 해도 그 채널을 돌리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이타카로 가는 길>을 연출한 민철기 PD 역시 그 상황을 잘 알 것이다. 본인이 그 주말예능으로서 MBC <복면가왕>을 세웠던 연출자가 아닌가.

이건 SBS <주먹쥐고 소림사>를 담당했던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의 연출자인 이영준 PD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지상파에서 잔뼈가 굵어왔기 때문에 지상파 주말예능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전 프로그램에서 페르소나라고 불릴만한 인물들을 새 프로그램의 전면에 내세웠다. <이타카로 가는 길>의 하현우가 그렇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의 김병만이 그렇다.

시청률을 차치하고 프로그램만 보면 두 프로그램 모두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애초에 <비긴 어게인>을 떠올리게 했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SNS적인 감성이 묻어났고, 무엇보다 ‘록 스피릿’을 외치는 윤도현, 하현우에 이홍기까지 더해져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개성적인 색깔을 만들었다. 

음악 여행을 지속하기 위해 조악한 상황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하고, 돈이 부족하니 어딘지 헝그리한 느낌을 주는 록커들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주는 묘미가 쏠쏠하다. 카파도키아의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교감하는 장면은 음악이 얼마나 위로와 위안을 주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매개가 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맏형 윤도현과 어딘지 엉뚱한 면이 개성인 하현우 그리고 막내지만 그 누구보다 록스피릿이 충만한 이홍기가 만들어가는 훈훈한 관계의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지상파 주말예능이 포진한 그 시간대에 보편적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끌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인다.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음악을 더해 보편성을 가져가려 했지만, 록과 밴드 음악이 막연히 갖게 만드는 마니아적일 거라는 선입견이 주말예능의 벽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이타카로 가는 길>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애초 화성이라는 낯선 공간을 모험하는 것 같은 영상들을 보여줘 화제가 되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맥이 빠지는 기분이다. 실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모의훈련이 어딘가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화성과 똑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진 미국 유타 화성탐사연구기지에서 매일 모의 훈련 미션을 수행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과학적인 차원에서의 재미를 찾아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저항감은 결국 그것이 화성 탐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모의 훈련’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진지함과 재미 사이에 어정쩡하게 놓여진 이 프로그램의 한계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김병만과 하지원이 첫 번째 야외에서 박스를 찾아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전이 끊기면서 생겨난 위기상황은 진짜 화성이라면 굉장한 긴박감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곳이 모의 훈련이라는 점에서 생각만큼 긴장감을 주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영어가 익숙하지 앉은 김병만은 기지 내에 있을 때는 별로 존재감이 없다. 언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터널 뼈대를 만드는 등의 작업에 들어갔을 때만이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낸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영어 소통이 원활한 하지원이 중심에 서 있는 느낌을 준다. 모의 훈련이 갖는 중대한 의미가 분명하지만, 그걸 예능으로 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한 점이 있어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너무 프로그램들이 오래되어 이제는 새로운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이들 새로운 주말예능은 그 도전만으로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여겨진다.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렇다 치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너무 멀리 간 느낌이다. 새로움과 보편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상파가 잡고 있는 주말 시간대에 어차피 절반의 성공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지라도, 그것이 절반의 실패가 되지 않으려면.(사진:tvN)

음악보다 SNS에 더 최적화된 ‘이타카로 가는 길’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시작 전부터 JTBC <비긴어게인>과 비교됐다. 가수가 등장하고 여행을 떠나며 그 현지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을 두고 보면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 프로그램의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음악 자체보다는 SNS에 더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점이었다. 

<비긴어게인>이 끝나고 나면 거기 등장했던 노래가 화제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SNS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를 1건 당 1원으로 쳐서 경비를 지급한다는 콘셉트는 의외의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해외로 떠나기 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기타를 치고 갈매기가 나는 배경을 찍기 위해 과자를 던지는 장면은 그들이 부른 음악 자체보다 그 상황이 주는 웃음에 더 포인트가 맞춰졌다. 이제 시작도 안했는데 이런 생고생을 한다는 걸 상기하며 험난할 앞으로의 길들을 걱정하는 하현우의 모습과, 형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윤도현의 케미는 이들의 여정이 줄 유쾌함을 일찌감치 감지하게 했다. 

물론 그 날의 상황에 따라 자못 진지해지고 숙연해지는 순간들도 빠지지 않는다. 마침 여행 중 맞은 날이 세월호 4주기가 되는 날이었던지라 윤도현이 터키의 앙카라성 위에서 하현우와 함께 부른 ‘너를 보내고’가 그렇다. 416 합창단 분들이 부르기도 했던 그 곡은 세월호 4주기의 의미를 더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두 록커가 모여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였다. 첫 번째 영상으로 고작 10만원도 되지 않는 경비를 받은 두 사람은 식비와 호텔비가 걱정이었지만, 그래서 록커 특유의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아무 것도 없어도 기타 하나만 들면 포만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들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위로 같은 걸 주기도 한다. 뭘 고민하고 걱정 하냐는 듯, 신나게 노래 한 자락으로 고민과 걱정을 날려 보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여행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영상 역시 SNS적인 연출이 엿보였다. 그건 어쩌면 실제로 경비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테면 앙카라성 같은 계단이 많은 곳의 꼭대기까지 악기들을 짊어지고 출연자들이 오르는 모습이 그렇고, 그 위에서 별다른 음향시설을 고려하지 않고 말 그대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그렇다. 그 없어 보이는 모습들과 그래도 노래 한 곡으로 오늘은 풍족하게 살 수도 있을 거라 믿는 무모하지만 막연한 낙관들이 SNS가 가진 정서들을 잘 잡아내고 있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 음악을 하는 두 록커가 함께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고 또 중간 중간 노래를 영상에 담아 SNS에 올리지만, 그 노래 자체보다 그 여정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여정이 담겨져 있어 노래도 달리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이타카는 하현우가 말한 대로 실상 별게 없는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그 여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더 중요한 여행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만나게 될 놀라운 풍광과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그 속에서 부르는 노래 또한 흥미로워지지 않을까.(사진:tvN)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01)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290)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090,872
  • 398577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