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서야 가족도 행복, ‘황금빛’의 새로운 가족 제안

“난 이 집 가장 졸업하겠다.”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태수(천호진)는 아들 서지태(이태성)에게 그렇게 말했다. 과거 노모의 병환 때문에 아들에게 진 빚을 집 보증금을 빼서 갚겠다고도 했다. 집 나가서 어떻게 혼자 살 거냐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코웃음을 쳤다. 혼자서였다면 더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라고.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이었기 때문에 희생하며 살아왔다고.

서태수의 ‘가장 졸업’ 선언은 그간 겪은 일들로 인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결과였다. 사업을 망하기 전까지 그토록 노력해왔던 그의 삶들은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망한 후 힘들었던 일들만 가장의 책임으로 치부하는 가족들에게 그는 실망했다. “사업 망해서 지금까지 10년 동안 양미정 당신 나 한 번이라도 위로해준 적 있냐. 지태 지안이 지수 네들이 나 한 번이라도 안아준 적 있어?...그래. 나 못난 애비다. 무능한 아버지야. 서태수 너 인생 실패했다.”

서태수는 그래서 하나하나 정리해나가고 있었다. 지수(서은수)를 찾아가 그는 25년 전 그를 데려와 자식으로 키운 걸 사과했다. 부모의 사과. 그것은 더 이상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네가 믿든 안 믿든 넌 항상 내 딸이었고 사랑했다. 하지만 훔친 딸이니까 내 딸이 아닌 거다.” 

가족을 위해 살아왔던 그는 그것이 허망했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나이 들면 시골로 내려가 조촐하게 농사나 지으며 살아가겠다던 소박한 가장의 꿈은, 대학을 나와도 여전히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무너졌고, 부모가 금수저냐 흙수저냐에 따라 자식의 미래도 결정되는 현실 앞에서 흙수저 부모이기 때문에 부정당하는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그의 가장 졸업 선언이 공감 가는 이유다.

<황금빛 내 인생>은 금수저 흙수저로 나뉘는 수저 계급의 사회 속에서 가족이, 핏줄이 족쇄가 되어 개개인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 서태수가 느끼고 있는 절망감처럼, 재벌가의 딸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사실은 엄마의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고는 그 집에서 쫓겨나고 자신의 가족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서지안(신혜선)도 같은 절망감을 느낀다. 그래서 죽을 결심까지 하지만 친구 덕분에 돌아와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던 중 그는 새삼 부모 탓을 하며 희생을 감수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깨닫는다. 

“자기 삶은 자기가 사는 것”이라는 하우스 메이트의 말 한 마디에 서지안은 문득 그간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떠올린다. 부모의 지원을 마치 당연히 해줘야 할 것처럼 여겼고 그래서 그것이 현실적으로 되지 않자 스스로 꿈을 접고 희생하는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건 부모의 탓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심지어 재벌가 딸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바로 그 집으로 들어가겠다 했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그는 새삼 깨닫는 중이다.

가족이 따뜻한 둥지가 아니라 족쇄가 되는 사정은 서지수가 들어간 재벌가 최도경(박시후)의 집도 마찬가지다. 재벌가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서지안처럼 위장해 공식석상에 서야 하는 걸 거부한 서지수는 할아버지 노양호(김병기)의 냉혹한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네까짓 게” 자신의 얼굴에 똥칠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노양호는 “황금 물고 태어나면” 해야 할 것들이 있다며 서지수를 집밖에 내보내지 말라고 한다. 서지수는 이 재벌가의 핏줄에 황금빛 족쇄가 채워져 버린 셈이다. 

최도경(박시후) 역시 재벌가의 이미 정해진 삶으로서 결혼할 가문과 상대가 있었지만 서지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그걸 거부한다. 그 역시 이 재벌가의 핏줄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하려 한다.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하는 삶을 통해 행복을 찾겠다는 것. 

<황금빛 내 인생>은 그래서 지금의 가족드라마들이 내세웠던 것과는 다른 가족상을 내세운다. 그것은 서로 핏줄로 얽혀 끈끈한 가족상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가족상이다. 부모든 자식이든 그리고 서민이든 재벌가든 가족이 핏줄이라는 이유로 족쇄가 되는 삶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서서 비로소 행복해질 때야말로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제시한다. 

김수현 작가의 2008년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는 엄마의 휴업 선언을 다룬 바 있다. 그리고 10년 가까이가 지난 지금 <황금빛 내 인생>은 아빠의 가장 졸업 선언을 그리고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부모와, 그것을 당연시 여기며 자신의 삶이 부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받아들이는 자식이라면 그 가족은 따뜻한 둥지가 아닌 서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아닐까. 각자 삶은 각자 개척해야 비로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황금빛 내 인생>이 제안하는 새로운 가족상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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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가족드라마가 가족의 불편함을 보여주는 까닭

가족은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한 안식처인가. 지금껏 KBS 주말드라마가 그려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면, 지금 방영되고 있는 <황금빛 내 인생>은 어딘가 수상하다.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가족의 양태는 결코 따뜻하고 포근한 안식처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의 서민층 가족도, 또 돈 걱정 없는 재벌가 가족도 무엇 하나 따뜻하거나 부러워할만한 구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째서 <황금빛 내 인생>은 그간 KBS 주말드라마가 그려왔던 그 가족의 면면을 완전히 뒤집어 보여주고 있는 걸까.

한 때는 잘 나가건 회사의 사장이었으나 부도를 맞고 전국의 건설현장 인부를 전전해온 서태수(천호진)는 그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숨겨왔던 마음의 응어리를 토해놓는다. 가족을 위해 뭐든 희생하며 살아왔던 그였지만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집 나간 딸 지안(신혜선)에게서 “가족이면 다 함께해야 하냐”는 독한 말을 듣고 그는 모든 걸 놓아버린다. 아들 지태(이태성)에게 안하던 화를 쏟아내는 그는 이제 가족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하는 듯하다. 

왜 그렇지 않을까. 아내 양미정(김혜옥)이 그간 잘 지내왔던 시절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지금의 힘겨운 시기만을 얘기하는 것에 화가 나고, 서지안도 서지수도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그 시절을 마치 모두 잊은 듯 그를 대하는 모습에 울분이 터져 나온다. 마치 아버지의 무능 때문에 결혼은 결코 안하겠다 소리쳤던 지태의 외침 또한 그에게는 비수 같은 말들로 남아있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는 그것을 이제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찾고 있다. 자신을 먼저 돌보지 않고 가족만을 챙기려 했던 그 삶이 어딘가 잘못됐었다는 걸. 그에게 가족은 이제 더 이상 따뜻하고 포근한 안식처가 아니다.

그렇다면 재벌가 최도경(박시후)의 가족은 어떤가. 가족이라기보다는 마치 회사 같은 느낌을 주는 그들은 마치 인형처럼 정해진 대사들을 말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사람과의 결혼이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그 당사자들 역시 그렇게 만나 그 날 약혼하고 결혼하자는 말을 꺼내놓는다. 그건 하나의 계약 사항 같은 것이니까.

그 속으로 들어간 뒤늦게 찾은 딸 서지수(서은수)는 그래서 이 재벌가 가족이 가진 위선적인 모습들을 드러내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거죠?”라는 질문에 이 이상한 가족은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으로 정해진 것이 이 가족의 삶이다. 서민가족의 삶이 그 곤궁함으로 인해 결혼조차 포기하려 했고, 어떻게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결코 낳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한 것처럼, 재벌가의 남녀가 만나자마자 마치 모든 게 결정되어 있었다는 듯 결혼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아이를 낳을 계획까지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황금빛 내 인생>이 그려내는 이 가족들의 양태는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그 양태는 정반대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런 비정상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같은 곳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돈이다. 현실이다. 없는 자는 없어서 가진 자는 너무 많이 가져서 그 가족의 삶이 피폐해진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고 상처가 되며 심지어 굴레가 되는 가족을 진짜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가족 체계를 굳이 지켜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황금빛 내 인생>은 그래서 가족의 불편함을 보여주는 가족드라마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그토록 오래도록 불변의 가치로 여겨왔던 가족주의라는 틀에 대한 균열을 말하고 있다. 핏줄과 혈연으로 얽혀진 가족이라는 틀이 한때는 끈끈하게 서로를 엮어 우리를 생존하게 해주는 힘이었던 적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끈끈함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 서로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황금빛 내 인생>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가족주의를 극복하고 따로 ‘내 인생’을 세우고 또 같이 나아가는 진정한 가족을 지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우리 시대가 추구해야할 가족의 새로운 가치가 아닐까.(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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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천호진, 죄인이 된 흙수저 아버지의 현실

“나 힘들어서 그래. 비참해서 그래.” 그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했던 자신의 심경을 서태수(천호진)는 친구에게 털어놨다. 그토록 많은 일들이 그에게 벌어졌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만 꾹꾹 눌러 담던 그였다. 아마도 그 비참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건 친구가 유일했을 게다. 세상 어느 아버지가 ‘힘들다’는 말을 가족 앞에 함부로 털어놓을까.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이 모든 사단을 만든 건 두 엄마들이다. 서지수(서은수)가 말했듯, 자신 대신 딸을 바꿔치기해 서지안(신혜선)을 재벌가로 보낸 양미정(김혜옥)의 잘못이 크지만, 그 이전에 그의 어린 시절 자신을 잃어버린 노명희(나영희)의 잘못이 더 크다.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일들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니.

그래서 이 재벌가와 서민가의 부모들은 모두 딸들을 잃었다. 서지안은 모든 걸 포기해버렸다. 그토록 자존심 강하던 그는 자신이 그 순간 배경에 눈이 멀어 오래도록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떠나는 선택을 했다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를 떠난 그는 그런 자신을 죽이고 싶었고, 죽지 못하자 자신에게 벌을 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서지수도 부모들을 떠났다. 자신을 친딸처럼 키워줬던 서태수와 양미정을 떠나 친부모의 집으로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그가 친부모의 가족이 된 건 아니었다. 그 집에서 서지수는 완전한 이방인으로서 그들을 대했다. 그들과 섞이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그는 지금 친부모에게 속 깊숙이 사라지지 않는 분노를 자기 방식으로 쏟아내는 중이다. 

두 엄마들이 만들어낸 지옥 같은 현실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안쓰럽고 불쌍한 인물은 다름 아닌 서지안의 아버지 서태수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죄 없는 가장일 뿐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때는 중소기업의 사장으로 가족들을 든든히 지지하는 아버지였지만, 사업이 망한 후 그걸 숨기며 지방을 전전하면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그였다. 

어린 서지수를 거둔 것도 잃은 자식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자식으로 거둬 친 딸처럼 키워냈다.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서지수는 자신이 서태수의 딸이라는 사실을 의심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살뜰히 서지수를 아껴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업이 기울고, 현실적으로 집안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는 이 아버지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흙수저’라는 딱지가 붙고, 딸 서지안이 그토록 총명하고 능력이 있어도 죽어라 노력한 정규직을 낙하산으로 들어온 금수저가 떡 하니 차지해버리는 세상이다. 그래도 가지 말라고 딸을 붙잡았지만 결국 떠나버린 서지안을 보며 그는 얼마나 절망했을까.

아들 서지태(이태성)가 결혼 따위는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형편이 되지 않는 집안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 현실에 절망했을 게다. 사업이 망하고 하루아침에 무능한 아버지라는 낙인이 찍혀 자식들 앞길을 열어주지 못하는 가장의 답답함은 자신이 공사판에서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을 해도 가시지 않았을 게다.

그래서 아내 양미정이 딸을 바꿔치기하는 그런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상황 또한 서태수라는 가장은 온전히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서지안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전전하고, 서지안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서지수를 찾아와 기껏 들은 얘기가 “때렸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서지안도 서지수도 모두 그에게는 딸이기에 그 상처들을 이 아버지는 모두 받아내는 모습이다.

서태수라는 아버지를 보면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가족드라마들은 언젠가부터 달라진 아버지상을 보여 왔다. 전작이었던 <아버지가 이상해>의 변한수를 떠올려보라. 그 역시 아픔을 속으로 삭이고 가족에 헌신하며 기꺼이 가족을 위해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는 아버지였다. 

<황금빛 내 인생>의 아버지 서태수의 처지는 더 참담하고 비참하다. 그가 친구의 전화 한 통에 힘들고 비참함을 토로하는 대목이 특히 아프게 다가오는 건 이 가장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상조차 친구 이외에는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과연 가진 것 없다는 것이 이토록 큰 죄가 되는 걸까. 도대체 이 아버지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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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내 인생’,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었을까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는 두 명의 엄마가 나온다. 한 명은 중소기업을 하며 잘 나가던 남편의 사업이 망하고 근근이 살아가는 서민층 엄마 양미정(김혜옥)이고, 다른 한 명은 재벌가 사모님인 노명희(나영희)다. 그런데 이 두 엄마들이 모두 이상하다. 양미정은 나타난 서지수(서은수)의 친모인 노명희에게 거짓으로 서지안(신혜선)이 당신 딸이라고 말한다. 너무나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집안 환경 때문에 번번이 좌절하는 자신의 딸이 불쌍해서란다. 

'황금빛 내인생(사진출처:KBS)'

하지만 그건 엄연한 범죄다. 서지안에게도 할 짓이 아니고 진짜 재벌가 딸인 서지수에게도 못할 짓이다. 게다가 이렇게 비뚤어진 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녀는 남편 서태수(천호진)의 가슴에도 대못을 박았다. 결국 그의 무능함 때문에 이 모든 거짓들이 꾸며지게 된 것이라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모성애 때문에 자신이 범죄자가 돼서라도 딸을 재벌가에 보내고 싶었다지만 사실 상식적인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또 다른 엄마인 노명희 역시 정상은 아니다. 아이를 잃어버리고 겪었을 고통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품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그녀는 과거를 지우라고 한다. 이른바 품위와 교양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런 모습이 품위 있고 교양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서지안에게 천만 원을 주고 하루에 다 쓰라는 숙제를 내주지만, 그렇게 돈 잘 쓰는 일이 품위 있는 그녀들을 만들어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노명희는 딸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딸을 잃었던 그 기억을 떨쳐내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잃어버렸던 딸을 다시 찾은 것 그 자체로 행복해하기는커녕, 이런 일이 외부의 가십이 될 것을 더 걱정한다. 오히려 자신이 품위라 생각하는 그 따위 것들을 지키기 위해 딸의 소중했을 과거 따위는 내다 버리라고 한다. 역시 제아무리 모성애 운운해도 이해안되는 엄마다. 

<황금빛 내 인생>이 다루고 있는 건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사회를 가족의 풍경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이 모두 이 수저 계급의 사회 속에서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가를 드러낸다. 그런데 부모만 이상한 게 아니다. 자식 또한 아버지가 부유하지 못해 결혼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흙수저 가족의 장남 서지태(이태성)가 그 인물이다. 

서지태는 애초부터 결혼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연애만 추구했지만 오래 사귄 이수아(박주희)가 결혼을 이야기하자 결국 이별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파한다. 친구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집안 처지가 그들보다 못하다는 점을 들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것. 하지만 그 정도의 나이에 직장까지 갖고 있고 그래도 유년시절 아버지 덕분에 잘 살았던 그의 처지는 그리 나쁜 게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아버지 탓만 하고 있을까. 

물론 <황금빛 내 인생>이 건드리고 있는 건 이 ‘이상한 사회’ 그 자체다. 태생적으로 모든 게 결정되고, 죽어라 정규직이 되려 노력해도 결국 낙하산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그 낙하산을 밀어내는 건 더 높은데서 내려오는 낙하산인 사회. 부모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자식의 삶이 결정되는 사회. 그래서 자식이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보다는 부모 탓을 하는 이상한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어떤 불쾌함과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현실의 비상식 때문일까 아니면 드라마가 이를 상식적으로 그리지 않아서일까. 엄마들은 이상하고 자식들은 부모 탓만 하는 걸 보며 느끼는 불쾌함과 불편함. 그것은 드라마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네 현실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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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 박찬호 리더십, 메이저리거의 솔선수범

 

아마도 이건 박찬호가 낯선 이국의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맹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박찬호는 자신만이 아니라 동료와 병사들을 챙기고 함께 임무를 수행해가는 특유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물론 그런 모습은 동료들을 오히려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국 그들을 위한 박찬호의 마음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MBC <진짜사나이>에서 박찬호는 2갑판장이라고 불린다. 워낙 동료와 병사들을 챙기는 게 거의 습관화되다보니 그의 쉴 틈 없는 잔소리가 그에게 그런 별명을 붙게 만들었다. 같이 갑판에 배치 받은 솔비는 진짜 갑판장님이 가고 나면 휴식시간에 제2갑판장이 나타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방탄복을 잘 못 챙겨 입는 솔비를 도와주고 암기사항을 잘 못 외워 늘 곤욕을 치른 서지수에게 그걸 외울 수 있게 도와준다. 막내로서 이런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서지수는 자신이 너무 못한다는 자책감에 눈물까지 흘린 바 있다. 박찬호는 그런 서지수에게 마치 딸처럼 세세하게 임무 상황들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탄피가 갑판에 떨어질 때 파손을 막기 위해 계류삭 작업을 할 때 박찬호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보기 좋게 임무를 끝내고는 함께 한 동료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건 2 갑판장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행동이었지만 어찌 보면 과도한 느낌마저 주었다. 액면을 이야기하면 이건 <진짜 사나이>라는 군 체험 프로그램을 찍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박찬호의 행동은 프로그램을 찍는다기보다는 진짜 부사관 훈련을 받는 이의 진지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모든 임무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거의 투수로서 사격은 어딘지 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달랐다.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던 타겟을 맞추는 것이 야구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으니까. 던짐줄 훈련에서도 그는 세 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성공해 단번에 성공시킨 이태성과 비교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결국 메이저리거라고 해도 군 생활은 또 다르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동료들과 어우러지고 또 통솔하는 면에 있어서 박찬호는 단연 돋보이는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늘 쏟아내고 다녀 투머치토커라고까지 불리는 건 어쩌면 동료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함께 하는 임무에 있어서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내려는 그 마음은 야구인으로서 한 평생을 살아온 그에게는 이미 삶 속에 체득된 것이었을 게다.

 

40줄을 훌쩍 넘겨버린 나이에 해군 체험이 쉬웠을 리 없다. 그것은 그 나이에도 훈련을 할 때나 나아가 식사를 할 때조차 잔뜩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그 얼굴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그런 그도 갑판장과 동료가 챙겨주는 생일에 딸과 아내에게 받은 편지를 읽을 때는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잔뜩 쉰 목소리로 그가 편지를 읽을 때 동료들의 눈시울이 붉어진 건 어쩌면 나이는 들었지만 그간 열심히 동료들을 챙기려 애쓰며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해온 그의 진심이 읽혔기 때문일 게다. 그저 방송을 찍는 것이 아닌 진짜로 임하는 진짜 사나이의 면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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