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만기’, 김명민이 만들어가는 두 개의 기적 그 묘미

육체는 같지만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얼굴에 늘 짜증이 가득하고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찌들어 아내를 도우미 정도로 생각하던 지점장 송현철(김명민)이 달라졌다. 그의 육신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주방장 송현철(고창석)의 영혼이 들어가게 되면서다. KBS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이 판타지적인 설정을 ‘육체 임대’라고 표현했다. 

어찌 보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육체지만 그 외견으로 그 사람의 정체성이 규정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육체 임대를 통해 다시 태어난 송현철은 그 정체성을 뛰어넘는 지점에서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일들을 하게 된다. 

이제 막 중국집 만호장을 인수해 고생 끝 행복 시작을 꿈꾸었지만 졸지에 사망해버린 주방장 송현철은 지점장 송현철의 육체를 임대해 깨어나자마자 가족 걱정이다. 비통해할 가족들과 당장 잔금을 치르지 않으면 넘어가 버릴 만호장과 집에 대한 걱정 때문에 무작정 아내 조연화(라미란)를 찾아간다.

하지만 다른 육체를 가진 그를 조연화가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결국 그는 지점장 송현철의 어머니 황금녀(윤석화)에게 1억 원을 빌려 조연화에게 직접 배달해준다. 동봉한 편지를 통해 마치 주방장 송현철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가 보내준 것처럼 꾸며서. 이 상황은 조연화의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기적 같은 일’이 된다. 어찌 보면 죽은 남편과 아빠로부터 온 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점장의 아내 선혜진(김현주)에게도 벌어진다. 자신을 아내가 아니라 도우미 취급하며 벌어다 주는 돈으로 조용히 살라고 막말을 해대던 송현철이 존칭을 하며 “죄송합니다”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에게 고압적이던 그의 육체에 주방장 송현철의 영혼이 들어가면서 생긴 변화다. 

“그런데 아침밥은 드셨어요?” 그 기적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말 한 마디에서 비롯된다. 자립하기 위해 마트에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선혜진에게는 송현철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그 말이 기적 같은 변화로 느껴진다. 늘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먹어야 한다는 주방장 송현철의 영혼이 한 말이지만 선혜진으로서는 지점장 송현철이 단 한 번도 건넨 적이 없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침밥은 제가 할게요.”라는 그 말도 그렇다. 그 말은 아내가 아닌 도우미를 부리듯 해왔던 지점장 송현철에게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이혼을 준비 중이고 그래서 차갑게 대하는 선혜진은 어쩌면 이렇게 달라진 송현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낼 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우리가 만난 기적>이 말하려는 건 외모나 부유함 혹은 사회적 지위 같은 겉으로 드러난 가진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인성이 얼마나 많은 걸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일 게다. 그것은 심지어 ‘기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우리의 마음을 먹먹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니. 

죽음을 통해 행복과 기적을 이야기하는 <우리가 만난 기적>은 우리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희비극을 통해 보여준다. 죽음이라는 비극이 거기에는 드리워져 있지만 그래서 벌어지는 행복한 기적들이 모두를 따뜻하게 만든다. 한 사람의 따뜻한 인성은 이처럼 가족들, 아니 나아가 주변사람들과 사회까지 변화시키는 진정한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돈이면 다되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현실이지만.(사진:KBS)

김생민 사태가 요구하는 건 방송사의 체질 개선이다

이번 김생민 사태는 미투 운동의 또 다른 시사점을 보여줬다. 제 아무리 시대와 맞아 떨어져 대세로 떠오른다고 해도, 과거의 잘못된 일로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세로 떠올랐던 김생민도, 또 그 대세를 서둘러 캐스팅했던 프로그램들과 광고들도 모두 지금 그 혹독한 후폭풍을 맞는 중이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그는 하차하게 됐고,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프로그램은 아예 폐지됐다.

대세로 떠올랐던 김생민을 모델로 세운 광고들은 많아진 만큼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송출되고 있는 광고들은 내려질 수밖에 없게 되었고, 들리는 바로는 이미 찍었지만 아직 송출되지 않은 광고들까지 된서리를 맞은 상황이라고 한다. 김생민에게 소속사라는 보금자리를 준 SM C&C는 이 뜻하지 않은 리스크로 인해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됐다. ‘대세’라는 이름은 이 뒤집혀진 상황 속에서 ‘대 위기’로 바뀌었다.

여기서 우리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만일 10년 전 벌어졌던 이 사건에 대해 당시 방송사나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나서서 적극적인 처벌과 해결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만일 그랬다면 적어도 지금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어쩌면 김생민 개인에게도 잘못을 확실히 인지하게 함으로써 어떤 갱생의 기회가 주어졌을 지도 모른다. 또 지금처럼 폭탄(?)을 떠안은 채 대세로 떠올라 결국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무너뜨리는 파장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김생민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건 당연하지만, 결국 이 사태에서 우리가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은 이 사태를 방조하고 키워온 방송사의 잘못된 권력구조와 거기서 비롯되는 기형적인 문화들이다. 김생민의 문제도 문제지만, 이러한 방송사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또 어디서 제2의 김생민이 생겨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주지하고 있듯이 방송사에 이처럼 비뚤어진 권력구조가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작가나 스텝들처럼 비정규직으로서 방송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PD를 위시해 그 밑으로 작가와 스텝들의 수직적 구조가 형성된다. 만일 외주제작사가 방송사 소속 PD의 지휘를 받게 되는 상황이면, 이러한 갑질 구조는 더 가혹해진다. 과거 MBC 사태가 한창일 때 <리얼 스토리 눈>에 터졌던 갑질 논란은 단적인 사례다.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방송사에서도 이런 일들이 가진 리스크를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 대본에 이제 ‘성희롱 예방 수칙’이 게재되고 있는 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소 수동적인 수칙 게재보다 중요한 건 사태가 벌어졌을 때 확실한 처벌을 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고, 그와 함께 PD와 작가 스텝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10년 전 그 때 방송사가 제대로 대처했다면 지금 같은 엄청난 후폭풍의 재앙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기 위한 방송사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KBS)

따뜻한 인성의 김생민, 이러니 대세가 될 수밖에

“이 자리에 20년 있었는데 처음 있는 일이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KBS <연예가중계>에서 김생민은 자신이 인터뷰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무려 20년 간이나 그는 <연예가중계>의 코너를 맡아 당대의 스타들을 인터뷰해왔고,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러니 그 자신이 그 자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었을까. 

'연예가중계(사진출처:KBS)'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던 김생민은 거기 앉아 있는 MC들을 ‘스타’라며 자신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는 걸 분명히 한 바 있다. 그것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박봉에도 연예 전문 리포터로서 20년 간이나 스타들을 인터뷰해왔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리포터로서 스타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다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이들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 대세 연예인이로서 스타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 건 바로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팟캐스트로부터 화제가 되어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짠돌이로서 누군가의 영수증을 통해 절약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식들을 알려주는 그 모습에 대중들이 마음을 빼앗긴 것. 물론 그 절약 방식들은 다소 웃음을 위한 농담이 섞여 있지만, 그 스스로 해온 절약과 저축의 삶이 있고 무엇보다 그 농담에 깃든 정서적 공감대가 있어 그것은 대중들의 무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방송을 보다보면 위화감까지는 아니어도 뭐든 척척 사고 싶은 걸 사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하나의 판타지로 제시되는 걸 자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욜로’ 같은 문화를 마치 “사고 싶은 걸 당장 사라”는 식의 오독으로 읽어낸 몇몇 프로그램들에 의해 당연한 삶의 트렌드인 것인 양 보여진다. 하지만 그걸 실행할 수 있는 대중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당장 눈앞의 영수증에 찍힌 가격에도 가슴이 내려앉는 게 서민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뭐든 사라는 식으로 오독된 욜로 같은 트렌드는 때론 박탈감을 주기도 한다. 다들 저렇게 하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짠돌이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 하지만 <김생민의 영수증>은 이것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준다. 쉽게 쉽게 버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먹고 싶은 거 덜 먹고 사고 싶은 거 덜 사며 그렇게 아껴서 생활하고 저축하는 삶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김생민은 드러내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 김생민에게 쏟아지는 지지는 어쩌면 우리네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것이 차근차근 노력에 의해 이뤄지기보다는 태생적으로 결정되거나 혹은 일확천금을 갖게 된 행운으로 얻어지게 된 현실을 부정하고픈 마음이 담겨 있을 지도 모른다. 여전히 성실하게 수십 년을 노력하고 살아가다 보면 그것을 인정받게 되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 바로 김생민이 그걸 꺼내 보여주고 있는 것.

<연예가중계>에서 여전히 그가 맡고 있는 ‘베테랑’이라는 코너에 나온 정상훈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며 자기가 어려울 때 공연장을 찾아 봉투를 내밀곤 했었다는 김생민을 꼽았다.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아끼는 짠돌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위해 쓸 데는 쓰는 그 따뜻한 인성의 김생민. 이러니 대세가 될 수밖에. 그는 자신이 쌓아온 삶으로서 서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신정환이 떠난 7년 간, 재능보다 인성을 보는 대중들

결국 복귀다. 복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는 발표를 반복하면서 ‘신정환’이라는 이름이 조금씩 흘러나올 때부터 많은 이들은 이것이 어떤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것이 수순인지 아니면 끝없는 복귀 설득과정에서 나온 보도들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지난 27일 신정환이 코엔스타즈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신정환(사진출처:MBC)

2010년 두 번째로 터진 원정 도박사건과 댕기열 거짓 해명으로 대중들의 공분을 사고는 연예계를 떠난 그다. 그리고 7년이 흘렀고, 그 중간 중간 그가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지만 복귀는 어불성설이었다. 대중들의 공분이 워낙 컸기 때문에 그것은 자숙기간처럼 돌아오기 위한 시간들로 여겨지기보다는 그저 영원히 떠나 잊혀져가는 시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간간히 복귀설이 보도되고 그 보도들에 논란이 이어지면서 그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심증들이 조금씩 피어났다.

코엔스타즈 측은 신정환과 계약 체결을 한 이유로서 “대중과 떨어져 지내던 7년의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단단해진 모습을 보며 또 한 번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그의 진정성과 예능인으로서의 가치를 믿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신정환을 설득했고 전속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리고 코엔스타즈 안인배 대표는 “많은 연예 관계자들도 신정환이 가지고 있는 예능적인 끼와 재능만은 최고라고 인정하고 있다”며 그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신정환 또한 복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필 편지에 담아 전했다. “제게 아낌없이 베풀어주셨던 많은 사랑과 응원에 미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조금씩 갚아나가며 주변에 긍정적인 기운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매순간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셨을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이로써 조만간 신정환은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코엔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신정환은 그런 콘텐츠들을 통한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과거 장동민의 과거 행적 때문에 논란이 생겼을 때 소속사인 코엔 측이 자사 콘텐츠에 그를 계속 세웠던 사실을 떠올려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보통 논란이 나오면 잠시라도 휴지기를 갖는 것이 상식이지만, 당시에도 코엔 측은 그대로 방송에 논란의 주인공을 버젓이 내보내는 정면승부를 보인 바 있다. 물론 결과는 좋지 못했다. 

신정환의 복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역시 좋지 않다. 7년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다. 그리고 이 부분은 사실 신정환에게는 가장 큰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코엔 측은 신정환의 “재능과 끼”를 높이 사고 있지만, 지금의 대중들이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 토크쇼나 리얼 버라이어티형 캐릭터쇼가 대세이던 시절만 해도 재능과 끼가 중요했지만, 요즘처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대에서 더 중요한 건 인성과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이미지다. 

물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거꾸로 이미지 세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들은 제 아무리 포장되고 편집된다고 해도 그 느낌이 주는 본질적인 면들은 어떤 뉘앙스적 차원에서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판단된다. 결국 신정환 복귀에 있어서 관건이 이 부분이다. 그는 과연 심지어 공분하고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되돌릴 만큼의 진정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제 아무리 뛰어난 끼와 재능만으로는 쉽지 않은 길이 되지 않을까.

고등래퍼' 장용준, 빗나간 홍보 전략의 치명적 결과

장용준은 Mnet <고등래퍼> 제작진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 자리 정말 싫어한다”고 첫 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그는 <고등래퍼>에 나온 이유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싫어도 방송이 가진 힘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첫 출연에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마치 기획사 아이돌처럼 ‘훈훈한 외모’에 래퍼에 걸맞은 반항적인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랩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스윙스는 대놓고 “회사가 있냐”며 묻고는 없다고 하자 “자신과 얘기하자”고 그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등래퍼(사진출처:Mnet)'

하지만 <고등래퍼>에 출연한 장용준은 그 첫 출연이 마지막 출연이 되었다. 그가 출연한 후 과거 그가 SNS에 올린 글들이 문제가 되었다. 마치 조건만남을 연상하는 듯한 트윗에 그에 대한 관심만큼 논란은 커졌고 여기에 그가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안은 일파만파의 양상으로 번져나갔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표창원 의원과의 한바탕 소동이 화제가 된 바 있고, 그로 인해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동은 그에게는 오히려 좋은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JTBC <썰전>에 표창원 의원과 함께 출연해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걸 보여줬고 청문회에서의 활약상을 통해 보수에도 인물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래퍼>에서 그의 아들 장용준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 불똥은 장제원 의원에게도 그대로 튀었고 그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제 새로 창당한 바른정당으로까지 번져나갔다. 대중들은 마치 장제원 의원이 그간 미디어를 통해 보여준 좋은 이미지가 실체가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는 듯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결국 정당에까지 불씨가 번져나가자 장제원 의원은 자신이 맡고 있는 당직에서 사퇴했고, 국민들과의 소통수단으로 활용하던 SNS를 폐쇄했다. 

장용준과 장제원 의원의 이 이야기는 물론 현재 인성문제에 얼마나 대중들이 민감해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단지 이 부자의 불운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인성문제가 민감한 사안으로 등장하는 만큼, 방송 같은 미디어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굉장히 좋게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동시에 모든 걸 한 순간에 잃게 만들만큼 추락시킬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사태는 보여줬다. 

사실 <고등래퍼> 측은 문제가 이렇게 비화될지 몰랐을 것이다. 장용준이 장제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오히려 장용준에게도 또 <고등래퍼>에도 좋은 홍보의 기회가 될 것이라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목은 오히려 ‘홍보의 역류’를 만들었다. 굳이 주목받지 않았다면 장용준의 과거 SNS 역시 드러나지 않았을 사안이다. 또 장제원 의원이 최근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는 인물이 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비판은 피할 수 없었겠지만.

방송 역시 때론 일정 부분의 노이즈를 가져가는 것이 오히려 프로그램 홍보에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등래퍼>에서 첫 회에 대놓고 약간의 노이즈로 활용된 건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이었다. 금수저 래퍼라는 식으로 프로그램은 노이즈를 깔아놓고 말미에 그를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노이즈는 그들이 예상치 못한 장용준에게서 불거졌다. 

이런 노이즈는, 물론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충분한 효과를 만들었지만, 너무 큰 파장으로 인해 프로그램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치 여기 출연하는 래퍼들이 다 비슷비슷한 부류인 것처럼 치부되어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장제원 의원도 그의 아들 장용준도 또 <고등래퍼> 프로그램 제작진도 모두 미디어의 힘을 알고 있고 이것을 제대로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때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걸 전략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만일 미디어의 힘에 의해 노출되어 주목받게 된다고 해도 부정적인 어떤 과거사 하나만으로도 ‘홍보의 역류’가 일어난다는 걸 보여줬다. 미디어를 통해 힘을 얻고자하는 이들은 이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바르다’는 표현을 애써 갖다 붙인다고 해도 실체가 바르지 않다면 오히려 역풍은 더 거세질 수 있다.

<닥터스>, 윤균상의 직진 외사랑에 매료되는 까닭

 

정말 사랑해서 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그 인생에 들어가야죠. 타이밍 좋은 건데.”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유혜정(박신혜)에게 정윤도(윤균상)는 홍지홍(김래원)에게 연락하라며 그런 조언을 던진다. 사실 이런 마음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홍지홍은 자신의 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

 

'닥터스(사진출처:SBS)'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사랑의 주역은 유혜정과 홍지홍이지만 그만큼 빛나는 인물이 바로 정윤도다. 유혜정은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한 사람은 홍지홍일 거라고 정윤도에게 얘기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해도 자신은 자신의 사랑을 다할 것이라고 유혜정에게 털어놓는다. 받을 걸 전제로 하지 않는 일방통행의 사랑. 정윤도의 그것은 외사랑이다.

 

<닥터스>라는 드라마에서 정윤도 같은 인물은 중요하다. 어찌 보면 유혜정과 홍지홍의 사랑은 우리가 흔히 멜로드라마에서 봐왔던 그런 사랑이다. 하지만 정윤도 같은 인물이 보여주는 사랑은 <닥터스>에 독특한 온기를 만들어낸다. 만일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구도처럼 정윤도가 홍지홍과 유혜정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각을 세운다면 어땠을까. <닥터스> 특유의 따스함은 사라졌을 게다.

 

물론 이런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속의 각을 세우는 인물이 <닥터스>에 없지는 않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진서우(이성경). 서우는 학창시절에는 홍지홍을 또 현재는 정윤도를 좋아하지만 그 두 사람이 모두 유혜정을 바라본다는 사실에 피해의식을 갖는다. 그래서 괜스레 유혜정에게 화풀이를 해대지만 그렇다고 사랑의 방향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서우 역시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에서는 벗어난다. 그녀는 이러한 유혜정에 대한 피해의식이 터무니없는 것이란 걸 깨닫는다.

 

정윤도라는 캐릭터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자신의 마음 속으로 들어왔지만 연인이 될 가망이 전혀 없는 유혜정에게 끝까지 진심을 다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진서우의 마음 또한 배려해준다는 점이다. 게다가 연적일 수 있는 홍지홍과는 대놓고 유혜정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마치 형 동생 같은 친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이것은 정윤도라는 인물의 따뜻한 인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닥터스>는 의학드라마지만 사랑에 대한 담론들을 담고 있는 드라마다. 사랑은 타인을 위해 변화하는 것이라며 유혜정은 홍지홍에게 변화하라고 대놓고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그 자체를 사랑하겠다고 마음먹는다. 홍지홍은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이 하고픈 대로 연락하는 것보다 차라리 연락이 오는 걸 기다리는 마음이 더 진정한 사랑이라는 걸 깨닫는다. 늘 홀로 결정하며 살아와 마음을 좀체 열지 않는 홍지홍에게 유혜정은 그 마음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한다. 모두가 서툴지만 서로가 만나 변화하고 성장시키는 사랑. 이들의 사랑은 마치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 속에서 정윤도는 이상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사랑이 빗나간다고 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런 인물. 또 자신의 그 사랑으로 인해 누군가 아픔을 겪게 된다면 그것 또한 배려하는 인물. 그러면서도 그것에 엄살 부리지 않고 늘 밝고 긍정적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그런 인물. 이러니 그의 직진 외사랑에 여심이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하명희 작가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의 이상을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그가 아닐까 싶다.

윤은혜, 미숙한 대처방식으로 인성문제까지

 

표절 논란만큼 그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사안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생각들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인터넷이라는 저장고에 채워지고 보여지는 상황에 표절 시비는 더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우리의 뇌가 이제는 정보의 네트워크라는 공동의 뇌를 더해 무언가를 생각하고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사진=중국 동방TV <여신의 패션> 웨이보

그러니 표절 문제는 더 신중하게 들여다봐야 하고 그 진위가 파악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 표절 논란의 대상이 연예인처럼 주목받는 위치에 서게 됐을 때 사안의 진위와 상관없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노출되어 있는 해당 연예인은 훨씬 더 소통에 신중해야 한다. 만일 표절이 아니라고 해도 표절 문제를 제기한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수긍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어쨌든 불거진 사안에 대해 대중들이 가질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소통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불거진 의상 표절 논란에 있어서 윤은혜 측은 그 소통 방식에 있어 너무나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춘호 디자이너가 SNS를 통해 불쾌한 심사를 드러내며 표절문제를 제기했을 때 보다 신속하게 그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았고, 무려 이틀이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내놓은 해명에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보듬어주기보다는 오히려 윤은혜라는 이름 석 자를 이용한 브랜드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식으로 불을 질렀다.

 

여기에 대해 윤춘호 디자이너가 왜 윤은혜가 중국 동방 TV<여신의 패션>에서 1위를 차지한 의상이 자신의 브랜드 아르케 의상을 표절한 것인가에 대해 조목조목 그 근거들을 제시한 점은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윤춘호는 윤은혜 측이 자신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SNS에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노이즈마케팅의 의구심을 제기한 점에 대해서도 사실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SNS에 사안에 대해 올리기 전 윤은혜 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애매한 해명으로 일관했었다는 것.

 

표절 논란이라는 개인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윤은혜 측은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즉 사안에 대한 대처 속도가 너무나 느리고, 게다가 그 대응방식도 오히려 상대방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대중들이 이제는 윤은혜 개인의 인성 문제까지 들고 나오게 된 건 이러한 잘못된 소통 방식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물론 윤은혜 측의 주장처럼 표절의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진으로 공개된 의상들이 너무나 비슷하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윤은혜 측이 해당 의상의 브랜드를 비교적 최근까지도 입었었던 정황까지 덧붙여졌다. 그러니 패션의 전문가가 아닌 대중들로서는 표절 문제를 제기한 윤춘호의 입장에 상당 부분 동조할 수밖에 없다.

 

윤은혜 측은 대중들에게 이런 의구심이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표절 논란 자체보다 더 심각한 건 그래서 대중들이 갖게 될 입장을 먼저 들여다보지 않는 태도의 문제다. 사실 연예인들에게 언제든 논란은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논란이 소통의 실패를 더하게 되면 자칫 태도와 인성의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논란이야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수그러들 수 있어도 인성의 문제는 결코 수그러드는 일이 없다.



<쇼미더>, 논란과 무관심 사이에서 논란을 택하다

 

<쇼미더머니4>의 블랙넛은 방송에 있어서 골칫덩이가 분명하다. 제 아무리 랩 가사라고는 해도 동창을 강간하고 남자친구를 살해하겠다는 이야기를 담아낸 곡을 버젓이 내놓고 특정가수를 지칭해 성적으로 비하하는 가사를 쓴 것으로 이미 물의를 빚은 바가 있는 인물. 사실 이런 인물을 방송 무대에 올려놓는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쇼미더머니(사진출처:Mnet)'

과거 SBS <송포유>에서 일진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생겨난 논란과 파장을 떠올려 보라. 출연자는 단지 실력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철없던 시절의 빗나간 일탈이라고 해도 이러한 인성이나 과거력의 문제는 자칫 프로그램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엄청난 후폭풍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쇼미더머니4>는 이런 블랙넛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힙합 오디션에 끼워 넣었다. 첫 회에 그가 바지를 내리는 장면 역시 모자이크 처리는 됐지만 편집 없이 내보냈다. 그 장면은 마치 과거 MBC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해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카우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를 반복해서 외치며 관심 받는 아이돌과 언더로서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도 블랙넛이었다. 이 대결구도는 <쇼미더머니4>의 주된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아이돌과 언더의 대결. 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이돌도 언더도 저마다의 목적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즉 아이돌은 힙합 실력을 인정받으려 하고, 언더는 아이돌 같은 인지도를 얻기를 원한다. 그러니 이 두 이질적인 존재들의 대결구도는 양자를 모두 주목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송민호와 블랙넛의 대결은 역시 논란을 만들었다. 송민호가 랩을 할 때 죽부인을 갖고 무대에 누워 보여준 블랙넛의 낯 뜨거운 퍼포먼스는 보는 이들을 모두 찌푸리게 만들었다. 심지어 심사위원들도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 질타했다. 논란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고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졌으며 그것은 당연히 기사화되어 일파만파 확대되었다.

 

그럴수록 블랙넛에 대한 관심은 커졌고, 그에 따라 <쇼미더머니4>에 대한 관심도 커져갔다. 그러자 커진 관심만큼 과거 블랙넛이 썼던 문제의 랩 가사들이 기사화되면서 그의 인성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그가 일베에서 활동한 경력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어찌 보면 <쇼미더머니4>는 블랙넛이라는 도발하는 골칫덩이의 힘으로 굴러가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블랙넛 인성 논란과 하차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쇼미더머니4>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불편함에 대한 사과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블랙넛을 무대에 세우고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다. 그는 무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내 인성의 어쩌고 저 째? 다 갖다 붙여 내 이름 앞에 내가 사과하고 하차하길 원해? 전부 다 챙기고 갈 거야. 우리 집에 난 더 크게 외칠 거야 쇼미더머니. 내게도 엄마의 건강이 첫째. 세상에 욕 만했던 나의 어제가 부끄럽긴 해도 내가 뱉은 말에 난 떳떳해.”

 

만일 블랙넛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시청자라면 이건 불에 기름을 붓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쇼미더머니4>가 이것을 가감 없이 그대로 내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다음 회에는 이러한 불편한 감정들이 극점으로 치솟을 송민호와 블랙넛의 대결을 준비시켜 놓았다.

 

송민호와 블랙넛.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관심을 받는 자와 관심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 자신감이 넘치는 화려함과 어딘지 어눌하지만 그 억눌리고 비뚤어진 감정이 폭발하는데서 나오는 그 광기. 이것은 송민호라는 화려함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힘이다. 거기에 마치 주머니 속 송곳처럼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블랙넛이라는 인물이 있기에 가능한 힘.

 

이처럼 무관심보다는 불편한 논란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는 어쩌면 힙합이라는 장르나, 그 장르를 오디션화한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의 입장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착함이란 우리 시대에는 아무런 의미도 전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 현실 위에서 <쇼미더머니>는 무관심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논란을 선택했다. 결코 윤리적으로 잘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어도 이 논란이 여기서 나오는 힙합 음악에 대한 관심을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샘킴과 이연복, 요리만큼 빛나는 인성

 

이문세의 냉장고를 두고 샘킴과 이연복이 자신들의 주특기인 파스타와 탕수육을 만든 건 <냉장고를 부탁해> 사상 역대급 대결이 아니었나 싶다. 마늘과 올리브 오일로 만들어 담백한 파스타의 맛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 샘킴의 알리오 올리오에 이문세는 감탄했다. 또 등심을 칼등으로 다져 부드럽게 만든 후 통째로 튀겨내 고추기름으로 만든 양념에 찍어먹는 탕수육에 이문세는 입안에서 고기가 녹는다는 표현을 썼다.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그 대결을 지켜보던 박정현은 자신의 데뷔년도 빈티지를 가진 샴페인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특별한 날 오픈하려고 냉장고에 오래도록 두었다는 삼폐인. 그녀는 오늘이 특별한 날이라며 샴페인을 오픈했고 급히 준비한 잔에 셰프들이 조금씩 샴페인을 나눠 마셨다. 최고의 요리와 어우러지는 의미 있는 샴페인 한 잔. 무엇이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던 것일까.

 

요리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샘킴과 이연복이 요리하는 과정에서 그려낸 아름다운 광경 때문이다. 특유의 대가다운 요리기술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자신의 요리를 끝낸 이연복은, 요리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는데 치즈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샘킴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이어 게스트인 이문세가 나서 냉장고를 뒤져 치즈를 찾고 요리사들이 전부 동원되어 결국 박정현의 냉장고에서 치즈를 찾아냈다. 그걸 갈아 넣을 강판을 찾는 샘킴을 위해 이제는 상대인 이연복까지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그래서 샘킴이 만든 파스타는 어찌 보면 모두의 손길이 한데 모여져 가능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장면은 <냉장고를 부탁해>가 대결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즉 대결 속에서도 셰프들은 같은 요리사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결국 중요한 것은 맛있는 요리가 나올 수 있느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승패를 떠나서 거기에 셰프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건 이들이 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요리사인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셰프는 결국 승패보다 중요한 게 자신이 만든 요리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샘킴과 이연복은 최근 불고 있는 셰프들의 전성시대에서 강하지는 않아도 늘 편안하고 푸근한 인상으로 우리 옆에 있어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몸에 배어있는 겸손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다.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지만 샘킴은 그 드라마 주인공 캐릭터와는 정반대라고 한다. 호통 치기보다는 직원들을 챙겨주는 스타일이라는 것. 이연복 역시 자신의 주방에서는 솔선수범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자기가 굳은 일이든 뭐든 먼저 하면 직원들이 따라온다는 것.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요리인류>의 이욱정 PD는 요리사를 세 개의 분류로 나눈 적이 있다. 첫째 맛있는 음식을 비싸게 팔거나 맛없는 음식을 싸게 파는 부류는 사업가형이고 둘째 맛없는 음식을 비싸게 파는 부류는 사기꾼이며 마지막으로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부류는 성자라는 것. 그러자 옆에 같이 앉아 있던 이연복이 그렇다면 나는 성자라고 귀여운 자화자찬을 했고, 이어 샘킴 역시 자신은 사업가형은 아닌 것 같다맛있는 음식을 싸게 파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연복과 샘킴은 둘 다 수줍게 웃으며 성자형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어찌 보면 자기 자랑처럼 여겨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조차 미소 짓게 만든다. 그것은 그들의 요리하는 과정에서마저 느껴지는 인성이 그들의 이야기를 그저 자화자찬으로만 여겨지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샘킴과 이연복은 셰프들의 전성시대에 강한 자극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세울 그런 요리사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우리가 늘상 먹는 밥처럼 오래도록 봐도 질리지 않을 그런 요리사들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요리처럼



셰프들이 대세, 정보와 쇼와 인성까지 갖췄다

 

셰프들의 시대가 맞긴 맞나보다. SBS <힐링캠프>에서 이경규는 요리사들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그날 출연한 이연복 대가와 최현석 셰프를 위한 멘트가 아니었다. 월요일 밤, <힐링캠프>는 물론이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 그리고 MBC <다큐스페셜>이 모두 셰프들을 방송에 내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이것은 단지 월요일만의 얘기가 아니다. 화요일에는 tvN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 셰프가 나와 네 명의 요리무식자들을 상대로 쉽지만 효과적인 요리 비법을 알려준다. 목요일 올리브 TV에서는 심영순, 백종원, 최현석 셰프가 심사위원으로 자리하는 <한식대첩>이 방영된다. 토요일 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건 백종원의 쿡방이다.

 

항간에는 너무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을 캐스팅해 쉽게 방송을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이다. 이미 하나의 방송 트렌드가 되어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셰프들을 출연시키면 확실히 주목을 끌 수 있다. 웬만한 연예인을 섭외하느니 셰프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셰프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있다. 그것은 요리 비법이다. 그것을 선선히 알려주고 때로는 쇼를 보여주듯 시연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방송은 흥미로워진다. 일종의 정보와 쇼가 결합된 프로그램이 되는 것. 여기에 자연스럽게 먹방이 이어지고 대결구도까지 조미료처럼 처지면 금상첨화다. 요리의 즐거움과 함께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까지 만들어주니 말이다.

 

그런데 <힐링캠프><다큐스페셜>을 들여다보면 셰프의 전성시대가 단지 요리라는 콘텐츠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물론 요리가 주는 푸근함과 넉넉함, 요리하는 모습이 주는 그 신기함이 어떤 아우라를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주목되는 건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최현석 셰프와 이연복 대가는 너무나 상반된 매력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허세라고 불릴 정도로 유쾌한 요리를 보여주는 최현석 셰프는 멘트에서도 자신감과 진지함이 묻어났다. 물론 거기에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유머 코드가 섞여 있었지만 그 근원은 결국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반면 이연복 대가는 그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고생했던 과거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 푸근함은 소탈함과 소박함의 끝을 보여주었다. 이런 상반된 매력은 자신들의 음식점에서의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최현석 셰프가 저 드라마 <파스타>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셰프 스타일이라면, 이연복 대가는 솔선수범해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는 스타일이었다.

 

결국 이들 셰프들은 요리라는 정보와 함께 요리기술이 주는 쇼적인 요소 게다가 자신들의 인성까지를 보여줌으로써 전성기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이건 최근 점점 방송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연예인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연예인들은 말주변이 좋거나, 웃기거나, 개인기가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여겨졌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은 무언가 방송을 통해 얻어가고 싶어한다. 콘텐츠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의 시청자들은 그저 연기하듯 자신의 역할을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의 인성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공감하고 싶어 한다. 좀 더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주고 그것이 인성적으로 호감을 갖게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셰프들의 시대는 그냥 만들어진 트렌드가 아니다. 거기에는 달라진 대중들의 요구가 느껴진다. 이러한 셰프들의 면면은 이제 연예인들이라면 한번쯤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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